우리는 포트레너드 시가 빌로시티 노동조합을 도와 업체들을 조사하고 압박하는 동안 긴장을 놓을 수 없었어요. 대부분의 업체가 세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는 곳들이었고, 그만큼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으로 보였거든요.
퀸시 역시 이러한 문제를 잘 알고 있기에 이 문제를 최대한 빠르게 처리하려고 했고, 우리는 혹시나 생길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다이아몬드가 조사단을 만나 대화하고 싶다는 연락을 해왔을 땐, 정말 놀랐어요. 먼저 연락을 해올 줄은 몰랐거든요.
기업의 변명
조사단이 약속한 시각에 더 다이아몬드 영국지사를 방문하자 곧바로 지사장인 개럿 샌더스에게 안내되었다고 해요. 그는 빌로시티 노동자 폭동에 큰 유감을 표하며 자신들이 제대로 행동하지 못해 더 다이아몬드에 대해 오해를 하게 만든 것 같다고 했어요. 다른 지역과 같은 계약 조건을 제시할 예정이었으나, 자신들로 인해 빌로시티가 혼돈에 빠질 것을 우려하여 다른 업체와의 동일한 계약 조건을 제시했다고요. 그리곤 점진적으로 계약 조건을 노동자에게 유리한 형태로 바꿔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폭동이 일어나 매우 놀랐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자신들이 더 빠르게 행동했다면 노동자들을 도울 수 있었을 거라며 아쉬워하는 샌더스는 꽤 훌륭한 연기자였어요. 다만 헨릭이 그보다 더 노련한 감독이었을 뿐이었죠.
헨릭은 샌더스의 말을 듣고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더 다이아몬드는 충분한 기회가 있었고, 빌로시티의 상황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지적했어요. 또한, 계약 조건을 바꿔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으니 노동조합과 포트레너드 시의 요구에 대해서도 모두 수용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샌더스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죠.
사건의 설계자
더 다이아몬드의 기선제압은 헨릭 덕분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그 뒤로는 특별한 감정 소모 없이 빠르게 업무적인 이야기로 넘어갔어요. 샌더스는 꽤 성실하게 질의에 답하며 잘못을 인정하고, 시정명령을 준수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빌로시티의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약속도 했답니다. 그렇게 대화는 자연스럽게 빌로시티로 넘어갔어요. 아니, 어쩌면 더 다이아몬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여기부터였을 지도 모릅니다.
샌더스는 빌로시티의 어둡고 고통스러운 현실에 마음 아파하면서 행동으로 정의를 보여준 노동자들을 존경한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그만큼 힘겨워하고 있었던 그들이 폭동을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가 걱정된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노동자들이 가지고 있던 자료는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닐뿐더러, 다양한 국가에 속해있는 만큼 단시간 내에 획득할 수 없는 것들이라고요. 그런 자료를 구해서 노동자들에게 준 이는 분명히 노동자들을 이용해 다른 계획을 꾸민 것으로 보인다며 샌더스는 이 폭동을 조종한 설계자를 조심해야 한다고 했어요. 만약 그가 사건을 만드는 과격한 성향의 설계자고, 여전히 노동자들 곁에 있다면 조합의 행보는 정치적인 문제로 변질될 수 있다고 말이에요. 오, 전해 듣기만 했는데도 화가 치미는 대목이에요.
결국, 격분한 마리엘르가 노동자들이 가지고 있었던 자료 중 더 다이아몬드의 불공정 행위가 담긴 부분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정확히 읊으며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조합의 행보는 정치가 아닌 정의로 남을 거라고 쏘아붙였습니다. 마리엘르의 능력에 대해 몰랐던 샌더스는 매우 놀라며 자신의 발언을 철회했고, 즉시 사과했습니다. 덕분에 그들은 웃으면서 헤어질 수 있었지만, 결코 개운한 끝은 아니었어요.
물론, 이건 그들과 나눈 대화에 대한 감상일 뿐, 더 다이아몬드와의 대면은 그리 나쁘지 않았어요. 더 다이아몬드가 노동조합과 시의 요구를 받아들여 자사 사업장의 불공정 행위를 철회하고 조사단의 자문을 받아 작성한 표준 계약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노동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자 다른 업체들도 변하기 시작했으니까요. 그렇게 빌로시티에 변화가 찾아오고 있었습니다. 표면적으로는요.
사이퍼 수감 시설
더 다이아몬드가 가져온 변화는 빌로시티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미국에서도 변화를 끌어내고 있었어요.
알고 있겠지만, 미국 정부는 이전부터 앤더슨빌과 콜로라도의 사이퍼 강제 수용소를 통해 능력자 수용 정책을 펼쳐왔어요. 덕분에 외부에서는 인권 문제로 물매를 맞았지만, 미국 사람들은 사이퍼를 두려워하고 있었기에 그동안 사이퍼 수용소에 대한 논란이 적었던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것도 환영술사인 존 딜린저가 잡히기 전까지의 일이죠.
사람들은 존 딜린저의 행방에 대해 궁금해했고, 그가 비인도적인 수용소에 수감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어요. 미국 정부는 결국 새로운 사이퍼 수감 시설에 대한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바로 알카트라즈 형무소 내의 사이퍼 수감 시설이에요.
혹시 1933년에 알 카포네가 체포되었다는 기사를 보았나요? 당시 더 다이아몬드가 알카트라즈 내 감옥을 연방 감옥으로 바꾸는데 금전 지원을 한 것으로 알려졌죠. 하지만 바뀐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어요. 알카트라즈 형무소 내에 사이퍼 범죄자를 가두기 위한 사이퍼 수감 시설을 만든 거죠. 그걸 이제 와서 공개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요. 아무튼 사이퍼 수감 시설의 내부 시설에 대해서는 공개된 것이 없기 때문에 콜로라도 사이퍼 수용소와 같은 비인도적인 시설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지만, 미국 정부는 범죄자에 한해 수감되는 곳이며 죄가 없는 사이퍼가 수감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말했어요. 또한, 사이퍼 중에서도 일반 교도소에서 감당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진 사이퍼에 한해서 수감될 거라고요. 그 시작이 바로 존 딜린저예요.
존 딜린저가 수감되던 날, 화이트 클라프와 그를 위시한 미국의 많은 능력자가 정부의 결단에 찬사를 보내는 성명을 냈습니다. 능력자와 비능력자 모두가 안전한 미국이 될 거라고 말이에요. 과연 그럴까요? 그들의 생각에 찬물을 끼얹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저는 아니라고 확신해요.
로커드 마틴
알카트라즈로의 이동과 형무소 내 기술 지원은 로커드 마틴이 맡았습니다. 로커드 마틴은 세계대전 이후로 급격히 성장한 군수업체로, 일시적으로 사이퍼의 능력을 억제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다고 해요.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기술로 미국의 안전을 지키고 싶어 했고, 더 다이아몬드는 그런 로커드 마틴에 금전 지원을 약속했어요. 덕분에 그들은 훌륭한 미국의 기업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죠.
미국 정부는 두 기업의 헌신에 깊은 감사를 보내며 정부에서 지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제공하기로 했죠. 로커드 마틴은 제일 먼저 사이퍼 수감 시설을 위한 교도관을 요청했어요. 아무리 견고하게 만들어진 기술이라고 해도 다양한 능력을 가진 이들을 완벽하게 제어할 수 없다는 이유였죠. 미국 정부는 그 요청을 받아들였고, 인종과 국적에 상관없이 압도적인 무력을 가진 이들을 선발해 알카트라즈 형무소에 배치했습니다.
아. 알고 있나요? 새로 배치된 교도관들 중에 적기사 출신이 있다는 소문이 있답니다. 드렉슬러에게 패배한 이후 괴멸 직전이라고 들었는데, 그게 아주 거짓말은 아니었던 모양이에요. 물론 아직 적기사라는 이름을 버리지 못한 이들도 있겠지만요.
습격
한 적기사 무리가 드렉슬러의 연구실을 습격했었다는 건 소소하게 알려진 사실이죠. 인형실 끊기 작전에서의 악연으로 드렉슬러를 노리고 있다는 사실도 많이 알려져 있고요. 그런데 얼마 전에 그들이 다른 악연을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아직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아니지만 또 다른 적기사 무리가 스페인에 있는 그의 가족을 습격했고, 그로 인해 부상을 당한 이가 있다고요. 그 소식을 저만 들은 것이 아닐 텐데, 드렉슬러는 적기사들이 멍청한 짓을 했다며 혀를 찼다고 해요.
아마도 저보다 더 많은 진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