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우린 당신을 환영합니다.”
반짝이는 눈동자와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실로 멋진 여자였다. 다정한 미소와 함께 내민 그녀의 손은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제 이름은 앤지 헌트, 지하연합을 이끌고 있죠. 그래요, 지금은 이 모든 상황이 낯설고 어색할 거예요. 이공간이라느니 능력자라느니, 앞으로 듣고 보게 될 모든 것들이 그 동안 당신이 알 수 없었던 것들뿐이겠지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금세 적응할 수 있을 테니. 무엇보다 지금 우리에겐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그래서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당신이 가진 그 능력이 당신에게 어떤 삶을 주었는지 알고 싶어요. 하지만 그 전에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예의겠죠. 조금은 긴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들어주겠어요?”
꿈을 꾸는 듯한 기분, 아직 혼란스럽기만 하고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더욱 이 아름다운 여자의 청명한 목소리를 거절할 수는 없었다.
1860년 거대일식의 날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이 있지요. 박쥐를 조종할 수 있는 흡혈귀라던가 엄청난 힘을 가진 거인들, 혹은 맨손으로 불을 일으키는 마녀들. 너무 소수라는, 혹은 너무 다르다는 이유로 틀린 것이 되어버린 그 슬픈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는 사람들의 공포와 멸시를 동시에 담아 전설이나 신화라는 형태로 전해져 왔답니다.
하지만 당신도 알고 있듯 약 70년 전,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했어요.
온 세상이 빛을 잃었던 거대일식의 날,
만 하루가 지나서야 새로운 태양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지만 세상이 되찾은 빛은 이미 그 전과는 다른 것이었지요.
환영의 도시들
사람들은 우선 눈 앞에 생겨난 도시들에 정신이 팔렸어요. 하루아침에 생겨난 그 도시들은 그 당시, 아니 지금까지도 이해할 수 없는 신비한 모습이었죠. 거대한 나무와 함께 생겨난 「포트레너드」나 사막 한 가운데 생겨난 기계로 가득한 도시 「메트로폴리스」는 분쟁의 씨앗이 되기도 했고 모험과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답니다.
그리고 세상에는 세 번째 도시에 대한 전설이 회자되기 시작했어요. 진위조차 확실치 않은 뜬 소문에 불과했지만 이미 믿을 수 없는 현상을 목격한 사람들에겐 전설도 진실이나 마찬가지였답니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환영의 도시를 찾아 떠났어요. 그 중에는 위대한 탐험가 그랑 플람도 있었지요.
그리고, 사이퍼
환영의 도시라는 존재가 더 이상 놀라움의 대상이 아니게 되었을 때쯤, 어느덧 사람들은 자신들이 두려워하고 핍박하던 이형의 존재들이 더 자주 눈에 띄기 시작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답니다. 남들보다 일찌감치 그 사실을 알아챈 약삭빠른 사람들은 위정자든 시정잡배든 할 것 없이 그 신비한 능력을 어떻게 하면 이용할 수 있을까 궁리했어요.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특이한 능력을 지닌 자들의 대부분은 거대일식 이후에 태어났다는 사실이었죠. 환영의 도시와 일식의 아이들. 두 가지 신비한 현상을 바탕으로 한 가지 가설이 세워졌어요. 어쩌면 거대일식 때문에 이 세상을 지배하는 어떤 법칙이 그 전과 달라진 것은 아닐까 하는.
어쨌든 특별한 능력을 가진 자들, 그러니까 능력자들은 더 이상 전설로 묻어버리거나 구경거리로 즐길 수 있을 만한 숫자가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일부 능력자의 힘은 개인을 넘어 마을, 아니 국가를 위협할 수준에 이르렀죠. 상황이 심각해지자 사람들은 즉각 태도를 취했습니다. 이곳 저곳에서 능력자들을 배척하는 움직임이 일었어요. 그래요,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겠지요. 자신과 다른 것을 일부로 받아들이는 건 힘든 일이었을 테니까요. 내 아이가, 내 이웃이, 나와 가장 가까운 누군가가 나를 해칠 수도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면 두려워하지 않을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이해하지만, 정말 가슴 아픈 이야기지요…….
참,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해드릴까요? 흑염, 그러니까 제 아버지 하이드도 거대일식의 아이랍니다. 1860년, 이 세상의 태양이 사라졌던 바로 그 해에 태어나셨지요. 그러니 흑염의 삶은 거대일식 이후 펼쳐진 능력자의 이야기 바로 그 자체나 다름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