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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MOON] 9장. 달의 이면

  몇몇 사람들만 알고 화제가 되었던 늑대인간 사진은 의외의 인물 덕분에 주목 받게 되었습니다. 펄프 매거진보다 훨씬 공신력 있는 저명한 의학 잡지에 실린 칼럼은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몰랐던 사람들에게 불안과 이상한 위안을 주었죠. 작성자의 이름은 에릭 샤르코, 프랑스의 권위 있는 의사 집안 출신으로 생리학에 조예가 깊다고 알려졌죠. 그 칼럼에서 저는 익숙한 이름을 발견했어요.

유전자 변이 실험
  에릭 샤르코는 칼럼에서 미국에서 발견된 동물 사체가 자신이 참여 했던 유전자 변이 연구와 유사성이 있다고 주장했어요. 동물 사체의 특징적인 모습들이 유전자 변이 연구 중에 진행한 동물 임상 실험의 실패작과 닮았다는 것이 주 내용이었어요. 실제로 에릭이 칼럼에 첨부한 사진 속 실험 동물은 미국에서 발견된 동물 사체와 닮은 점이 있었어요. 게다가 에릭의 전문용어가 가득한 설명을 읽고 있으니 더욱 그럴듯했죠. 에릭은 미국에서 발견된 동물 사체에서 조금 더 진화된 모습이 발견되었다면서, 자신들이 진행하던 연구를 계속 이어갔다면 이런 결과를 얻었을 거라고 확신했죠.

배신자
  칼럼에는 늑대인간 사진도 실려 있었어요. 에릭은 그 사진도 유전자 변이 실험의 결과라면서 로커드 마틴에게 화살을 돌렸어요. 그리고 자신과 동료를 배신했다며 한 인물을 맹렬하게 비난했어요. 그 인물은 바로 까미유 데샹, 에릭은 까미유가 연구를 돌연 종료하고는 그 실험 자료를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가장 큰 관심을 보였던 로커드 마틴에게 팔아 넘긴 게 아니냐며 조롱했어요. 그렇지 않다면 그렇게 열정적으로 진행했던 실험을 왜 갑자기 중단했으며, 왜 그 날 이후로 자신의 연락을 받지 않는 거냐고요.

  고발은 거기까지였습니다. 한 문단 정도였죠. 그 아래는 에릭이 최근 연구 중인 신약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어요. 위와 같은 충분한 연구 경력과 실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전병을 막아줄 기적의 약을 개발했다는 내용이었죠. 진부한 표현만큼 효과도 충분히 예상이 되긴 하지만 주목을 끄는 데에는 성공했어요.

까미유 데샹
  에릭의 칼럼을 읽고 저는 ‘비명의 탄생’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두 이야기가 모두 한 사람을 가리키고 있었으니까요. 저는 까미유와 그의 연구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느꼈어요. 그를 어떤 존재로 규정해야 하는지도 확인해야 했죠. 적, 아군, 이런 단순한 의미를 넘어서 모두의 위협이 될 수 있으니까요. 능력자와 비능력자 모두에게.

  연합은 까미유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어요. 정보는 어린 시절부터 내전이 벌어진 제 3세계를 돌며 다친 병사들을 이념과 상관 없이 치료해주었다거나, 까미유에게 도움을 받은 부호가 그의 뜻이라며 치료기관에 거액을 기부했다는 좋은 이야기들로 가득했습니다. 뉴욕 타임스 스퀘어에서 한 연설도 빼놓을 수 없겠죠. 그때의 연설은 까미유 자신의 이상주의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죠.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서 자신이 통치하겠다는 생각은 평범한 의사가 할만한 건 아니었지만요.

평등한 사회
  시간이 흐르고 세상이 변해도 능력자와 비능력자 간의 대립은 끊이지 않아요. 지금 이곳만 해도 그렇죠. 저는 까미유가 이런 현실을 모르고 있진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와 관련된 기사들을 더 살펴보았죠. 많은 기사들 중에 까미유의 동료가 한 인터뷰가 하나 있었어요. 그 동료가 바로 에릭 샤르코였죠. 에릭은 인터뷰에서 까미유가 유전자 변이를 통해 평범한 사람을 능력자로 만드는 꿈을 꾸었다고 했어요. 그것을 증명하듯 까미유의 연구는 모두 유전자 변이에 집중되어 있었죠. 트리비아가 보여주었던 논문처럼 말이에요.

  그래요. 까미유는 모두가 평등한 사회, 그러니까 모두가 능력자인 세상을 꿈꾸고 있었던 거에요. 비능력자를 능력자로 만들어서 말이죠. 모든 사람이 능력자가 되면 능력자에게 더 이상의 차별과 폭력이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다니. 오, 이 얼마나 순진한 생각인가요? 비능력자들 사이에서, 아니 능력자들 사이에서조차 차별과 혐오가 존재하는데 말이에요.

  무엇보다, 한 사람이 통치하는 사회가 어떻게 평등할 수 있겠어요? 사람은 누구나 변하는데 말이에요.

연구는 이루어졌다
  에릭의 통렬한 비판에도 까미유는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어요. 위험한 연구와 자료 유출 혐의에 대해 까미유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가운데 링 위에 뛰어든 것은 로커드 마틴이었습니다. 그들도 어쩔 수 없었을 거에요. 에릭은 꾸준히 잡지에 비판적인 글을 싣고 있었고, 까미유에겐 해명을, 정부에겐 동물 사체에 대한 조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주장했죠.

  정부는 지속적으로 로커드 마틴에게 사건을 마무리 지을 것을 요구했을 거예요. 로커드 마틴은 알카트라즈에 기술지원을 하면서 능력자 세계에 발을 얹고 있는 만큼 스스로 해결을 해야만 했죠. 그렇다고 해도 정부와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는 군수업체가 하기에는 조금 경솔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들은 불미스러운 사건에 로커드 마틴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에 대해 매우 불쾌하게 생각한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그리고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기술 연구에 집중하고 있으며, 능력자가 가진 능력을 이용하는 생체 연구에는 관심이 없다고요. 로커드 마틴의 변호인은 그런 자사의 입장을 강조하며 계속해서 근거 없는 주장을 계속한다면 손해배상 청구도 불사하겠다는 경고를 남겼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로커드 마틴을 공격하는 불씨가 되었어요. 능력 연구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던 연구자들이 로커드 마틴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기 시작한 거죠. 연구자들은 로커드 마틴의 제품들을 하나씩 조사하고 거기에 사용되었을 기술들을 나열했어요. 그 중에는 일시적으로 능력을 증폭하는 제품들도 포함되어 있었죠. 능력자들이 종종 사용하는 바로 그 제품들 말이에요. 그러면서 연구자들은 로커드 마틴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로커드 마틴은 생체 연구 없이 이 기술을 어떻게 얻었습니까.

  사람들은 연구자들의 이야기에 로커드 마틴이 정말로 능력자 연구를 하지 않았는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최근 로커드 마틴이 자신 있게 발표한 신기술을 의심했죠. 만약 로커드 마틴이 그들의 주장처럼 생체 연구를 하지 않았다면 능력자의 능력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을 테니까요.

로커드 마틴의 이면
  그리고 마침내 로커드 마틴의 이름이 담긴 문서가 발견되었습니다. 아니, 발견되도록 누군가가 만들었다는 말이 적당하겠군요. 익명의 제보자는 어떠한 내용도 덧붙이지 않고 그저 실험에 필요한 피실험자를 수급하는 방법이 담긴 서류와 비용 지급을 요청하는 편지, 그리고 번호가 매겨진 피실험자들의 생리적 변화를 기록한 일지 몇 장을 워싱턴 포스트의 편집장 데스크에 놓고 갔어요. 그 문서에는 로커드 마틴의 로고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고요. 편집장은 아마 이 문서가 공개되었을 때의 사회적 파장을 치열하게 고민했을 거예요. 하지만 그는 선택했죠.

  놀랍게도 그 짧은 문서는 로커드 마틴이 피실험자의 신체적 변이와 능력의 변이- 증폭에 대한 실험에 관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담고 있었습니다. 문서의 흐름으로 보았을 때 이보다 훨씬 더 많은 문서가 있을 것이며, 그 규모를 짐작했을 때 로커드 마틴의 개입은 아주 적극적이고 주체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었죠.

  피실험자를 능력자로 변이시키고, 능력자가 가진 힘을 증폭시키는 연구 주제는 미국을 패닉으로 빠뜨렸어요. 그 동안 미국 국민은 정부가 어떤 기준에서건 능력자를 잘 구분해서 자신들과 분리하고 있었으며, 그래서 자신들이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특히 동물 변사체가 발견되었던 미네소타와 알카트라즈가 바로 곁에 있는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진실을 규명하려는 국민들의 움직임이 시작되었어요. 모두가 로커드 마틴을 주목했죠.

  그래서 에릭이 로커드 마틴의 비밀 문서가 공개된 이후부터 자취를 감췄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모르고 있어요. 그가 맹렬히 비난했던 까미유의 이름도 로커드 마틴에 가려졌죠. 지금도 여전히 까미유가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데도 말이에요. 사람들도 당연하다는 듯이 그를 찾지 않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여전히 까미유에 대해 알아보려고 해요. 까미유에게 더 많은 비밀이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로커드 마틴이 가지고 있던 것보다 더 많은 비밀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