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XON

Cyphers

[ECLIPSE] 7장. 젊은 영웅

  그럼 지금부터 2차 능력자 전쟁, 그러니까 루이스 전기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그 집요한 추적에서 제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루이스가 왜 영웅으로 불리게 되었는지…….

목적지 없는 도주
  처음 터커가 찾아왔을 때 전 제가 영문도 모른 채 납치되었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곧이어 루이스를 데리고 나타난 브랜다가 플랜 디코이에 대해 설명해 주었어요. 믿기 힘든 이야기였지만 토니가 준비해 둔 지령을 쫓아 무작정 도망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죠.

  최대한 적의 주의를 끌지 않도록 약한 전력으로만 팀을 구성한 토니의 전략은 처음엔 제대로 먹혀 들어가는 듯 했어요. 허나 재스퍼 역시 만만한 인물은 아니었죠. 힘겹게 도착한 오스트리아에서 마침내 적들이 저희 앞을 막아 섰습니다. 그것도 하필이면 홀든 가문에서 파견된 쾌검사들이요.

결정과 검
  그나마 가장 쓸만한 전력이라 할 수 있는 터커가 나서 봤지만 쾌검사들의 검 앞에서는 그의 강력한 악력도 아무 소용 없었죠. 피투성이가 된 터커가 쓰러지고 칼날이 제 목덜미를 향해 떨어지려는 순간 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들의 우두머리에게 한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쾌검사의 이름을 걸고 일대일 대결로 결판을 짓자는 거였죠. 의외로 쉽게 허락하더군요. 그는 오만하고 자존심 강한 홀든의 둘째, 벨져 홀든이었으니까요.

  브랜다의 순간기억능력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기에 루이스가 나설 수 밖에 없었어요. 그래 봐야 결정을 다루는 능력 역시 전투와 상관없기는 마찬가지였으니 승산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었지요. 허나 결과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제 조언에 힌트를 얻은 루이스는 수비에 치중하는 동안 즉석에서 벨져를 상대할 기술을 생각해 냈던 거에요. 몇 시간에 걸친 치열한 공방이 끝나고, 무릎 꿇은 벨져를 내려다보던 루이스의 손에는 결정으로 만들어진 검이 푸르게 빛나고 있었답니다.

성장
  쾌검사들을 물리친 우리는 오스트리아를 빠져 나와 벨기에까지 갈 수 있었어요. 하지만 그곳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던 것은 앤트워프의 6인, 1차 능력자 전쟁 때 큰 피해를 입었던 앤트워프의 시민들이 고용한 용병들이었습니다. 재스퍼는 그들마저 포섭했던 거에요. 각자의 능력은 그리 뛰어나다고 할 수 없었지만 함께 있으면 에이스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자들이었기에 전 그들을 따로 떼어놓기 위해 모든 지혜를 짜내야만 했어요. 놀랍게도 유인에 걸려든 적들을 하나씩 쓰러뜨리는 동안 루이스는 매번 상황에 맞는 새로운 기술들을 차례로 개발해 냈어요. 마침내 모든 적을 물리쳤을 때, 어느새 루이스는 믿음직한 전력이 되어 있었습니다.

배신자
  여전히 적의 추격은 멈추지 않았어요. 아니 오히려 우리의 이동경로를 완벽히 파악하고 있는 듯 했죠. 도망치는 우리조차도 목적지를 알 수 없었는데 말이에요. 그 이유를 제가 조금만 일찍 눈치챘더라면 좋았을 것을. 아니 그랬다고 해도 루이스가 느꼈을 배신감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겠죠. 브랜다, 그의 배신은 용서할 수 없지만 그 최후에는 진심으로 애도를 표합니다. 정체가 밝혀지자 브랜다는 팀을 이탈해 재스퍼에게 돌아갔던 모양이에요. 허나 재스퍼에게 그는 더 이상 아무런 이용가치가 없었죠. 사건이 마무리되고 브랜다의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루이스는 크게 상심한 듯 했어요. 어쨌든 그녀는 루이스의 첫사랑이었으니까요.

실낱 같은 희망
  산 넘어 산이라고 하던가요? 천신만고 끝에 간신히 앤트워프의 6인에게서 벗어난 우리 앞에 회사의 에이스, 불의 마녀 타라가 나타났습니다. 이미 녹초가 된 루이스는 타라의 불 앞에서 힘 한번 써보지 못한 채 쓰러지고 말았죠.
  그 때 만약 트리비아가 와주지 않았다면 어찌 되었을까요? 흑태자와 함께 죽었다고 알려졌던 그녀는 사실 휴톤과 함께 트와일라잇으로 도망친 후 토니가 일러둔 행동지침에 따라 데샹을 찾아갔었다고 해요. 그는 미쉘에게 연락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거든요. 트리비아는 미쉘에게 전할 메시지를 남기자마자 부상당한 몸을 이끌고 곧장 앤트워프로 날아왔고 한 눈에 상황을 파악했습니다. 모든 것이 토니가 묘사한 상황과 정확히 일치했으니까요.
  그녀는 타라의 판단력을 흐리게 함과 동시에 마지막 힘을 짜내 그림자를 열고 저를 트와일라잇으로 피신시켰습니다. 그리고 루이스를 안은 채 스위스의 아이거 산을 향해 힘든 비행을 시작했어요.

마지막 대결
  타라의 불꽃이 트와일라잇까지 번지고 있었기 때문에 산 정상에 도착한 트리비아는 저를 다시 꺼낼 수 밖에 없었어요. 그러나 채 한숨을 돌릴 새도 없이 명왕을 비롯한 회사의 에이스들이 우리 앞에 속속 도착했습니다.
  길길이 날뛰는 벨져를 제지하고 제일 처음 나선 것은 로라스였어요. 천만 다행이었지요. 만약 명예를 중시하는 그가 아니었다면 루이스는 결코 살아남지 못했을 테니까요. 루이스의 부상이 심각한 수준임을 알아 챈 로라스는 전투 도중 갑작스레 패배를 선언했습니다. 이에 재스퍼가 불같이 화를 내며 총공격을 명령하는 순간, 사방에서 바위들이 떠오르기 시작했어요. 미쉘 모나헌이 도착했던 거에요. 그 광경을 어떻게 묘사해야 좋을지 모르겠네요. 그녀가 나타난 이상 침묵을 지키던 명왕도 더 이상 방관할 수만은 없었겠죠. 마침내 그가 움직였습니다.

전쟁의 끝
  아아, 당신은 명왕의 번개를 본 일이 없지요? 사방에 작렬하는 빛의 창, 마치 신의 심판과도 같아 강력할 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정말 상대를 압도하는 힘이에요. 무섭게 내리치는 번개 사이에 루이스와 트리비아가 쓰러져 있었어요. 미쉘 역시 여유가 없어 보였고요. 저는 아마 그 때 정신을 잃었는지도 모릅니다. 가슴 속의 무언가가 끊어진 기분이었지요. 주변이 검은 불꽃으로 물드는 동안에도 아무런 두려움을 느낄 수 없었어요.
  정신을 차렸을 때, 그 많던 회사의 능력자들은 모두 어디론가 사라지고 전 명왕의 품에 안겨 있더군요. 명왕은 제게 정중히 사과하더니 이번 오해로 인한 피해는 반드시 보상하겠다고, 더 이상 제 생명을 위협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말하고는 돌아섰습니다. 일행과 함께 산을 내려오는 도중에도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할 뿐이었어요.

  아, 그 불꽃…… 맞아요. 당신의 예상대로 저 역시 흑염의 능력을 타고났답니다. 그 날 그렇게 발현되기 전까지는 저도 몰랐지만 말이에요. 지금도 능력을 통제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 하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쉽지 않네요. 뭐, 점점 나아지겠죠. 제겐 훌륭한 친구들이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