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1차 능력자 전쟁은 막을 내렸어요.
그럼 이제 2차 능력자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해 드리죠.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이 곳 포트레너드라는 도시에 대해 아셔야 해요. 환영의 도시들 중 가장 유명한 도시, 그래서 더 많은 불운을 겪어야만 했던 이 나무 위의 도시에 대해서요.
포트레너드의 역사
거대일식과 함께 영국 남부에 포트레너드가 갑자기 나타났을 때는 온 세상이 깜짝 놀랐었죠. 세상에, 나무 줄기 안에 자리잡은 도시라니, 대체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요? 이 놀라운 도시를 향한 호기심은 도시의 정체에 대한 온갖 억측과 가설로 이어졌고 이 때문에 주변 국가간에 한바탕 소유권 분쟁이 일기도 했었답니다. 전에 빅토리아 여왕이 이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었다는 이야기는 이미 해드렸었죠?
하지만 그 관심도 오래가지 못했어요. 다들 익숙해진 거죠. 시간이 지나자 포트레너드는 독특한 풍경을 자랑하는 관광지로 개발되기 시작했습니다. 우드시티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죠. 하지만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영국은 포트레너드를 남부의 전략적 요충지로 선언하고 관광을 금지했어요. 그 이후부터 연합과 회사가 자치를 인정받기 전까지 포트레너드는 군인들과 그 군인들을 접대하는 사람들이 머무는 군인 휴양지 정도의 도시였답니다.
포트레너드에서는 세계수의 「이슬」이나 「수액」, 그 수액이 굳어져 생긴 「수액 광물」 등 여러 가지 특산품이 생산되지요. 그 중 세계수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 「안개」는 정제 방법에 따라 능력자들의 힘을 비약적으로 강화시켜 주는데, 사실 포트레너드에서 벌어진 비극의 대부분은 이 안개 때문에 일어났다 해도 틀리지 않아요.
포트레너드의 구조
안개에 얽힌 이야기는 차차 듣게 되실 테니 먼저 이 곳의 구조에 대해 알려 드릴게요. 포트레너드를 잘 둘러보면 관광지에서 군사지역으로, 그리고 회사와 연합의 공동자치구역으로 변해 온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답니다.
세계수의 둥치 아래에 있는 「빌로시티」에는 이슬과 안개가 거의 생성되지 않아 능력자들보다는 비능력자들이 더 많이 살고 있어요. 세계수의 그늘이 깊어 24시간 가스등이 켜 있는 낙후된 지역이지요. 반면 회사와 연합이 공동으로 통치하는 이곳 「코어레너드」는 행정 중심지로서 포트레너드에서는 가장 발전된 지역이라 할 수 있답니다. 남쪽의 「글림듀」는 포트레너드가 관광지였던 시절 만들어진 인공 숲과 인공 호수가 많아 가장 아름다운 곳이죠. 회사가 관리하도록 두기에는 아깝지만, 우리에겐 북쪽의 「리버포드」가 있어요. 빌로시티와 코어레너드를 연결하고 있어서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데, 화려하지는 않아도 매우 활기찬 곳이죠. 서쪽 「디미스트」에서는 농도 짙은 안개를 얻을 수 있지만 너무 숲이 깊고 울창해서 위험해요. 그 숲에 어떤 괴물이 살고 있을지……. 회사에서도 관리를 거의 포기한 지역이에요. 하긴, 저희 세력권인 동쪽의 「디시카」 역시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죠. 세계수의 수액 광물을 채취하는 일부 주민을 제외하고는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척박한 곳인데다가 치안도 매우 좋지 않거든요.
아아, 그래요. 디시카 이야기가 나온 김에 그곳에 있었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해드려야겠네요.
포트레너드 사건
세계대전이 끝나고 얼마 후, 아직 2차 능력자 전쟁이 시작되기 전입니다. 치안이 좋지 않았던 디시카에서는 당시 연합의 골치덩어리였던 흑기사 출신의 오토와 아이리쉬 갱 출신 부처라는 두 능력자가 자칭 왕 행세를 하며 악행을 일삼고 있었어요.
이 때 퇴역 군인인 카인이라는 남자가 정착을 위해 포트레너드로 흘러 들어왔지요. 그는 우연히 들른 술집에서 휴가 나온 군인들과 백발의 남자 사이에 벌어진 시비에 말려들게 되었답니다. 내가 바로 홀든의 이글이라며 큰 소리 치던 백발의 남자는 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을 긴 칼 한자루 만으로 농락하고 있었어요. 홀든 가문이라면, 특히 이글이라면 실력이 뛰어난 것도 그리 놀랄 일이 아니죠. 시끄러운 건 말할 것도 없구요.오히려 놀라야 할 건 비능력자인 카인의 실력이었답니다. 원치 않게 이글과 맞서게 된 카인은 능력자를 상대로 호각 이상의 실력을 보여주었거든요.
흥이 깨진 이글이 싸움을 포기하면서 사건은 마무리 되었지만 이 일은 공교롭게도 오토와 부처의 심기를 건드렸어요. 비능력자인 카인의 활약에 자신감을 얻은 디시카의 주민들이 반기를 들기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던 거죠. 이후 오토와 부처는 카인을 쫓아내기 위해 온갖 방법으로 카인을 괴롭혔답니다. 마침내 인내의 한계에 도달한 카인은 맞서 싸우기로 했어요. 허나 승산이 너무 희박했죠. 카인은 은퇴한 옛 전우들을 불러모아 전력을 다지기 시작했어요. 거기에 회사의 변신능력자 드니스가 카인을 돕기로 하면서 전력은 팽팽해졌습니다.
아, 드니스, 가엾은 여인. 그녀는 엘윈 숲의 삼림감시원이었는데 1차 능력자 전쟁 때 흑염이 그녀의 숲과 가족을 불태웠어요. 그녀가 카인을 돕기로 결심하게 된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안개의 비밀을 연합과 회사의 누구보다 먼저 알고 있었다는 것만은 확실해요. 당시 디미스트에서 안타리우스가 비밀리에 안개를 이용한 비인도적 실험을 하고 있었다고 하니 숲의 소리를 듣는 그녀가 안개의 강화효과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죠.
한편 두 악당은 연합의 능력자 나이오비를 교묘히 속여 한 편으로 만들고는 자신만만해 하고 있었답니다. 허나 그녀의 불이 통제 불능이라는 사실은 계산하지 못했나 봐요. 드니스의 도발로 자제력을 잃은 나이오비가 디시카의 거의 대부분을 불태워 버렸거든요. 믿었던 아군 덕에 오히려 불리해진 두 악당은 흑염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그러나 명왕 역시 드니스에게서 안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포트레너드로 오는 중이었지요. 명왕은 부처의 고기칼에 깔려 죽기 직전의 카인을 아슬아슬하게 구해낼 수 있었어요. 분노한 명왕의 번개가 부처에 이어 오토마저 불태우기 전에 흑염이 도착했고요.
앤트워프 협약 덕에 더 큰 싸움으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이 사건으로 안개의 효과에 대해 알게 된 회사와 연합은 이후 포트레너드를 주목하게 되었지요. 또한 카인과 같은 전쟁 경험자들이 얼마나 강력한 전력이 될 수 있는지도 깨닫게 되었구요. 카인은 디시카에서 레나를 만났던 모양이지만 그 이야기는 또 다음 기회에 들려드릴게요.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