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3년 미국 정부는 경기회복의 대책으로 뉴딜 정책을 제안했습니다. 일자리 창출로 소비가 늘어나고 그 반향으로 경기가 회복된다는 이론은 참 듣기에 좋았죠. 하지만 정책의 효과는 예상에 못 미쳤고 대중들은 정부와 화이트 클라프의 마술 쇼에 지쳐가기 시작했어요. 화이트 클라프가 아무리 신출귀몰한 마술사라 해도 미국인 모두를 감동시킬 수는 없었겠죠.
물론 예상에 못 미쳤다는 거지 정책의 효과가 전혀 없었다는 건 아니에요. 이렇게 밖에서 보면 그들은 빠르게 공황을 벗어나고 있었지만, 그 안에서는 그걸 느낄 수가 없었답니다. 가난할수록 말이에요.
위기와 변화
미국 정부에게는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일 거예요. 하나의 작은 선택이 수많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위태로운 기로에 서 있었죠. 기업과 노동자 모두 정부를 믿지 못했고 이 상태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다가올 대통령 선거가 그들에게 냉혹한 최후를 선고할 테니 말이에요. 정치인들이란 다 그렇잖아요? 자신들이 속한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한답니다. 그러니 그들이 무엇을 하더라도 이상한 건 아니에요. 그것을 용인할 수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지만요.
대중들은 묻기 시작했어요. 종이에 적힌 숫자로 보자면 나아진 거라고 하는데 왜 우리의 삶은 변화가 없는가? 정부에게는 대책이, 대중에게는 눈에 띄는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모두가 이런 각자의 속을 부여잡고 애써 웃고 있는 상황으로 다들 생각했었죠. 더 다이아몬드가 나서기 전까지는요.
더 다이아몬드
다수의 기업이 정부 정책을 신뢰할 수 없다는 논조의 사설을 내고 실제로 한두 기업의 협조 철회 선언이 시작될 즈음에 한 기업이 한 해 매출을 모두 정부에 기부했습니다. 더 다이아몬드였습니다. 공황과 불공정행위 발각으로 사업이 축소된 상태에서 기부한 금액은 회사가 성공적으로 운영될 때에 비하면 적었지만, 그래서 “1년 매출 기부”는 더 큰 화제가 되었어요.
메이어 헤이스팅스의 사망 기사를 싣는 순간까지도 더 다이아몬드에 대한 비난을 멈추지 않던 언론들은 자발적으로 사업을 축소한 신임 회장 제프 케이트의 공식 사과와 연이은 기부 결정에 대해서는 찬양에 가까운 사설을 쏟아냈어요. 제프 케이트는 미국의 위기가 곧 자신들의 위기이며, 국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발표했어요. 사람들은 환호했고, 희망을 품기 시작했어요.
그 이후 모든 일이 미국 정부가 원하는 대로 자연스럽게 흘러갔어요. 저는 최근 미국에서 오는 신문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답니다. 어릴 적 봤던 희곡 같았어요. 미국의 자랑스러운 기업 더 다이아몬드의 회장과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젊은 정치인이 “기업과 정부가 손을 잡고 가자, 위대한 미국으로!”라고 적힌 현수막 아래에서 악수하는 사진은 이 우스꽝스러운 희곡의 클라이맥스였죠.
긴 터널의 끝
이 희곡이 미국인들에게 희망을 주었다는 건 확실해요. 그 뒤로 사람들은 스포츠, 영화, 여행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언론과 정부가 쏟아 내는 희망찬 미래를 기대하게 되었어요. 그 미래는 마치 당장 손에 쥘 수 있을 것만 같았죠.
하지만 그건 자신의 어두운 면에서 고개를 돌리고 외면했다는 뜻이에요. 누군가는 벌써부터 악취를 맡고 경고하려 했지만 사회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피를 흘리는 팔다리를 무시하고 그저 앞으로 나아가기 급급했죠. 조금만 더 가면 어둡고 추운 터널을 벗어나 모두가 따스한 햇볕 아래에서 둘러앉아 포도주를 마실 수 있다는 듯이.
그들에게는 터널의 끝이 보였던 걸까요? 그리고 그 끝에 과연 우리 사이퍼의 잔은 있었을까요? 지금의 미국을 보면 모르겠어요.
세계의 재편
노력해도 가질 수 없다, 그 명제는 사람을 좌절케 하기도 하고 분노케 하기도 하죠.
대공황은 인간의 밑바닥을 보여 주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다들 각자의 방법으로 공황을 견뎌냈죠. 우리 연합도 공산주의식 경제활동을 진행하고 있어요. 서로 생산한 것을 나누고 부족한 곳에 투자하죠. 우리 같은 형태로 국가를 재편하는 움직임도 많은 상황이죠. 세계는 배척할 것을 찾아 이념을 만들었고, 이념은 실체를 가지고 우리에게 그 어느 때보다 큰 상처를 주었어요.
미국이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마네킹 같은 미소를 짓고, 영국과 프랑스는 식민지에 물건을 떠넘기며 공황을 극복하고 있을 때, 독일이나 이탈리아 등의 나라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가진 것도 가질 수 있는 것도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더욱 똘똘 뭉쳐 공황을 견디는 수밖에 없었죠.
그래요, 그 결과가 이거겠죠. 들었나요? 얼마 전에 히틀러가 독일의 총통이 되었어요. 오, 우리가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빌로시티 노동자 폭동 사건
사건은 우리 주위에도 있었죠. 소비에트 연합뿐 아니라 스페인에서도 좌파 정권이 들어서자 전 유럽은 혼란에 빠졌어요. 그 여파는 영국의 이 작은 마을에까지 왔어요. 얼마 전 빌로시티의 노동자 연합이 폭동을 일으켜 도시의 기능이 모두 마비되는 일이 있었죠. 가뜩이나 세계수의 그늘 때문에 항상 어두운 곳인데 모래폭풍까지 불었답니다.
음, 이상한 일이긴 해요. 빌로시티는 낙후된 곳이긴 했지만 디시카처럼 모래바람이 불만한 곳은 아니었는데 말이에요.
여러 단계의 중간 관리자를 거쳐 빌로시티의 노동자들이 받는 대우는 매우 폭력적이고 부당했어요. 내일을 꿈꾸기는커녕 하루라도 일을 쉬면 생계가 곤란해지는 그들이… 그렇게 계획적인 폭동을 일으켰다는 것도 놀라운 일 중 하나였죠. 외부 세력의 개입에 대한 의견이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빌로시티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처우 개선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다시 한번 회사와 협상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아,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인데 우연하게도 폭동으로 직접적인 손해를 입은 것은 주로 미국 기업들의 신생 지점이었어요. 이미 진출한 미국 기업이나 그 외 기업들과 비교하면 그들은 이제 막 영국 진출을 시작해서 지점을 낸 상황이라 피해가 꽤 심각했다고 해요. 피해 기업 중에는 더 다이아몬드도 있었고, 그래서 이 사건이 미국에까지 알려져 많은 미국인이 안타까워한다고 하네요. 우습네요, 이 땅의 노동자를 쥐어짠 돈으로 미국의 변화를 만들어 냈다는 사실이.
회사와 협상이 잘 되면 더 다이아몬드에 대해서 좀 더 알아봐야 할 것 같아요. 아, 부디 협상이 잘 끝나길 빌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