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XON

Cyphers

[ECLIPSE] 4장. 새로운 세력, 그리고 첫 전쟁

  세계대전이 끝나고 모두가 피해 복구를 위해 전전긍긍하던 때, 조금 떨어진 곳에서 새로운 세력이 기지개를 켜고 있었어요. 지금 와서 생각하면 이 모든 것이 절대자의 장난 같이 느껴지기도 한답니다. 어떻게 해서 그 노인이 환영의 도시를 손에 넣을 수 있었는지 말이에요.

새로운 세력, 안타리우스
  전쟁이 막바지로 치달을 때쯤 그리스에서 길거리 인형극을 하며 살던 노인이 그림 하나를 발견했어요. 어떤 도시의 황혼 무렵 풍경이 그려진 평범한 그림이었지만 노인은 웬일인지 가진 인형들을 모두 처분해 가면서까지 그 그림을 샀지요. 그리고 마치 홀린 듯 매일 같이 들여다 봤대요.

  그렇게 그림에만 빠져있던 노인은 어느 날 자신이 젊은 시절 못지 않은 건강을 되찾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아니 사실 그 이상이었죠. 그래요, 그림 속의 도시는 바로 누구도 찾을 수 없었던 전설 속 세 번째 환영의 도시 칸도르, 지금은 흔히 트와일라잇이라고 부르는 그 곳입니다. 거대일식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전해지는 그 도시의 신비한 힘이 노인에게 기적을 일으킨 거죠. 이후 노인은 그림이 주는 계시를 쫓아다니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기적에 매료된 사람들을 모아 안타리우스라는 단체를 설립합니다. 처음엔 그저 사이비 종교집단 정도의 취급을 받던 이 세력은 곧 능력자 세계에 엄청난 파란을 일으키게 되지만……. 그 이야기는 잠시 후에 하도록 하죠.

  아 참, 노인은 그림 속에 아름다운 여인의 형체가 돌아다니는 걸 봤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던데 그가 말한 여인은 아마 트리비아였을 거에요. 그림자를 이용하는 특유의 능력 덕에 액자 속의 도시로 들어가는 방법을 최초로 깨달은 것도, 시간이 멎은 듯한 이 이공간을 트와일라잇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도 트리비아였으니까요. 아마 트리비아도 자신만의 공간이라 생각했던 트와일라잇이 지금처럼 쓰이게 될 줄은 몰랐겠지만 말이에요.

팽창
  이제 다시 회사와 연합의 이야기로 돌아갈까요? 세계전쟁의 상흔 속에서도 회사와 연합은 성장을 멈추지 않았어요. 아니 오히려 더 속도가 붙었죠. 각국 정부의 공인 하에 전후 처리에 관여하면서 사업을 확장해 가던 회사는 스페인 황실의 직속기관인 아틀라티코 드라군에 소속된 용기사들이 합류하면서 더욱 막강한 힘을 얻게 되었답니다.
  한편, 연합은 러시아 혁명을 지원한 것을 계기로 동북유럽의 수많은 능력자들을 끌어들이게 되어 수적인 면에서는 회사를 압도하기에 이르렀죠. 또한 아일랜드에서 500여 년간 군림하던 전투집단 흑기사를 흑염 혼자 찾아가 무력으로 복속시키기도 했어요. 이 사건은 지하연합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죠. 카모라 마피아의 주먹, 중부유럽 팔티잔 연합의 불, 아일랜드의 창이 결합된 연합의 문장은 우리가 세력을 확장해나간 과정을 잘 보여줍니다. 아일랜드에서 얻게 된 또 한가지 수확이라면 휴톤이라는 에이스 능력자를 얻었다는 걸 꼽을 수 있겠죠.

  혹시 휴톤을 만나보셨나요? 그는 분명 누구보다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그의 진짜 장점은 그 자신에게 있답니다. 누구에게나 호감을 가지기 때문에 그와는 격의 없이 지낼 수 있을 거예요. 지금은 비록 저속한 오해를 받고 있지만……

충돌, 1차 능력자 전쟁
  덩치는 점점 커져갔지만 전쟁의 후유증으로 경제적인 압박에 시달리던 두 세력은 일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일을 피할 수 없게 되었지요. 결국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싸움의 시작은 벨기에 북부의 안트베르펜, 그러니까 앤트워프였지만 곧 전 유럽이 싸움의 무대가 되었어요. 1923년에는 이 전쟁 탓에 런던까지 위험에 빠졌고 흑염과 명왕이 직접 전쟁에 나서야 할 지경이 되었죠. 전쟁은 요정의 숲으로 불리던 노르웨이의 엘윈 숲을 모두 불태우고 앤트워프를 반파한 끝에 연합의 패배로 끝났어요. 비록 수에서 앞서기는 했지만 점조직이라는 특성상 아무래도 정보전달력이나 지휘체계가 허술할 수 밖에 없었던 연합은 6개월이나 지속된 장기전에서 점점 불리해질 수밖에 없었거든요.

앤트워프 협약
  전쟁의 패배로 연합의 능력자들 역시 회사와 마찬가지로 정부에 등록되어 등급으로 분류되고 코드명을 받게 되었습니다. 자유로운 분위기를 중시하던 연합의 능력자들은 거세게 반발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요. 그러나 승리한 회사 역시 곤란하긴 마찬가지였지요. 각국 정부로부터 더욱 심한 간섭을 받게 되었으니까요. 어찌되었건 능력자가 비능력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전투를 벌였으니 정부에서 어떤 태도를 보였을지는 불을 보듯 뻔하죠.
양측 모두에게 큰 피해만 남긴 싸움이었지요. 결국 두 세력의 대표는 최초 충돌지인 앤트워프에서 협약을 맺고 능력자들 사이의 싸움을 금지하기로 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