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실 끊기 작전 종료 후, 연합과 회사는 더 이상 싸울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아직 대공황은 끝나지 않았고 당장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으니까요.
우드시티 협약
안타리우스가 사실상 괴멸하자 회사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정부와의 협상이었어요. 폐허나 다름없게 변해버린 포트레너드를 회사의 자금력으로 재건하는 대신 포트레너드의 자치권을 보장 받으려는 시도였지요. 대공황으로 인해 도시를 돌볼 여력이 없었던 영국 정부가 이를 마다할 리 없었습니다.
안개를 독점하려는 게 회사의 속셈이었겠지만 우리에게도 이 도시가 필요한 건 마찬가지였어요. 우리는 인형실 끊기 작전 중 우연히 토니가 손에 넣게 된 안타리우스의 연구일지를 공유하는 조건으로 도시의 자치권을 분할 양도받을 것을 제안했습니다.
1932년 11월 우리와 회사, 그리고 영국 정부는 우드시티 협약을 맺었습니다. 포트레너드를 구역별로 나누어 재건하되 서로에 대한 일체의 무력 도발은 엄격히 금지하기로 약속한 양측은 마침내 영국 정부의 간섭에서 벗어나 포트레너드의 자치권을 인정받게 되었어요.
평화의 시대
그렇게 꿈 같은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한 발 물러서고 나니 함께 해낼 수 있는 일들이 보이더군요. 물론 앙금이란 게 그리 쉽게 씻겨지는 게 아니다 보니 개인적인 원한이 쌓인 양측의 능력자들 간에 자잘한 충돌이 몇 번 일어나기도 했어요. 하지만 금세 수습되었죠. 우리는 아직 잃은 것들을 회복하지 못했고 싸우기에는 너무 지쳐 있었으니까요.
두 세력은 대대적인 포트레너드의 재건 사업을 벌여 경제난으로 신음하던 능력자들에게 많은 일자리를 제공했고 능력자들의 세계는 서서히 안정을 찾았답니다. 도시는 활기에 넘쳤어요.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하루하루 달라지는 포트레너드를 사랑하게 되었죠. 이 도시의 안개에만 관심이 있던 사람들까지도 말이에요.
오해
하지만 이젠 그 모든 것이 과거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네요. 힘들게 찾은 평화는 너무 빨리 끝났어요. 이게 현실이란 걸까요?
아까도 잠깐 말했듯이 지금 휴톤은 회사의 능력자들로부터 저열한 오해를 받고 있습니다. 몇 달 전 명왕의 양녀 앨리셔가 괴한에게 피습당한 사건이 휴톤의 짓이라는 거에요. 맙소사, 이미 회사는 그 사건을 안개의 독점에 불만을 품은 군소세력의 소행이라 공식적으로 결론지었지만 일부는 앨리셔가 묘사한 괴한의 모습이 휴톤과 닮았다는 이유로 여전히 강력한 보복을 주장하고 있답니다. 그 애가 거짓말을 할 아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휴톤 역시 그렇게 어린 여자아이를 공격할 수 있는 사람이 절대로 아니에요. 그들은 대체 혼수상태에서 겨우 막 깨어난 아이의 진술이 얼마나 믿을 만 하다고 그런 주장을 하는 걸까요?
어쩌면 그들은 구실이 필요했는지도 몰라요. 아니, 그들뿐 아니라 모두가 말이에요. 리버포드에서 일어난 화재사건 때만 해도 그래요. 흥분한 연합의 능력자들은 미처 말릴 새도 없이 글림듀를 공격하고 말았답니다. 회사의 문장이 새겨진 천 조각이라니, 현장에 남겨진 범인의 실수치고는 너무 노골적이라 어쩐지 미심쩍었지만 일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어요. 이 일로 회사의 다이무스가 크게 다치고 말았으니까요.
형을 위해 독자적으로 사건을 조사해온 이글은 얼마 전부터 앞선 두 사건에 안타리우스의 잔당이 개입되어 있음을 주장하고 있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고 있답니다. 그저 복수에 복수가 꼬리를 물고 이어질 뿐……
새로운 전쟁
포트레너드는 또다시 싸움터로 변해갔어요. 그러자 영국 정부는 앞으로의 충돌에 대해서는 군대의 개입도 불사하겠다며 위협했습니다. 히틀러가 재군비를 선언한 상황에서 더 이상의 혼란은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일 테죠. 그 뿐 아니에요. 두 세력이 한 지역에 공존하는 이상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이유로 우드시티 협약을 무효화하고 한 세력에게만 자치권을 위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답니다.
저와 명왕이 몇 번의 협상을 시도해봤지만 역부족이었지요. 또다시 불거진 능력자들의 반목을 진정시키기에는 이미 늦었는지도 몰라요. 그렇다고 힘들게 복구한 포트레너드가 또다시 상처 입는 상황만은 양측 모두 피하고 싶답니다. 다행히 브뤼노가 트와일라잇 내에 코어레너드를 복제해 만든 이공간에서 전투를 벌일 수 있었기에 포트레너드를 지킬 수 있었지만, 자치권의 향방을 건 싸움이 언제 또 다른 지역으로까지 번지게 될지 걱정이에요.
양자택일
자, 제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입니다. 들으셨듯이 우리는 지금 또 다른 전쟁을 치르고 있어요. 저로선 당신이 연합에 협력해 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걸 강요할 수는 없겠지요. 시작부터 미심쩍은 이번 전쟁이 어디로 향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니까요. 어쩌면 우리 모두가 잘못하고 있는 걸지도…….
어쨌든 일단 연합의 스카우터인 라즈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원하신다면 회사의 브뤼노를 만나 보시는 것도 좋아요. 어디까지나 선택은 당신의 몫이니 시간을 들여 신중하게 생각해 보세요. 단, 당신의 결정 하나 하나가 우리 모두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도 있다는 점을 꼭 명심하셨으면 해요.
그리고 이건 순전히 저만의 의견이지만 왠지 이번 전쟁이 단순히 연합과 회사간의 싸움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드네요. 그래요, 어쩌면 이제부터 당신이 주인공인 이야기가 시작될 지도 모르죠. 모두를 구원할 새로운 영웅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