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XON

Cyphers

[SUPERMOON] 7장. 진실을 향한 추적

  얀센스키가 있을 때는 적기사들이 함께 행동했지만, 그가 사라진 뒤로는 뿔뿔이 흩어져 서로 다른 행보를 걷고 있어요. 일부는 스페인에 있는 드렉슬러의 가족을 습격하는 등 과격한 행보를 보이기도 하고 일부는 적기사의 이름을 버리고 새로운 곳에서 다른 삶을 시작하기도 했어요. 알카트라즈에 새로 배치된 교도관들처럼요.

  몇몇 사람들에게 루사노에서 일어난 전쟁은 어쩌면 기회였을 지도 몰라요. 과거를 버릴 기회 말이에요. 제가 알게 된 또 다른 이도 같은 기회를 얻으려 했던 것 같네요.

실종된 집시
  얼마 전 연합에 작은 소란이 있었어요. 레이튼이 알고 지냈던 사람이 실종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들었거든요. 열심히 수소문했지만, 말이 실종이지 부정적인 단서만 나와서 좋은 결과가 있을 거 같지 않다고 해요. 자기 이야기를 잘 하지 않아서 자세히 아는 사람은 없지만, 레이튼은 무언가를 계속 찾고 있었어요. 이유를 말하지 않고 몇 번 연합의 힘을 빌린 적도 있었습니다. 몇 달 전에는 투시자를 소개받기도 했었고요.

  최근에 자주 찾던 사람이 바로 그 실종된 집시로, 레이튼은 그에게서 정보를 얻고 있었다고 말했어요. 집시의 이름은 젠다, 하지만 본명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진짜 집시도 아니었죠. 젠다는 집시들과 함께 이동하고는 했지만 만날 때마다 일행이 달랐고, 레이튼과 항상 지정된 장소에서 만났어요. 의심스러운 부분이 한둘이 아녔지만 레이튼은 젠다와 연락을 지속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자신을 타로를 통해 미래를 보는 능력자라고 소개한 젠다는 돈이 필요했는지 레이튼에게 정보를 팔았어요. 그때마다 자신이 타로로 점친 결과라고 말했대요. 타로의 위아래도 제대로 모르면서 말이죠. 흉내를 내는 꼴이 하도 어설프고 우스워서 레이튼은 젠다에게 이런 연기는 그만하라고 말할까 하다가 말았다고 해요. 미래를 보는 것은 거짓이어도 정보는 모두 진짜였으니까요.

레이튼의 추적
  몇 번이나 망설이던 레이튼은 아직 모든 것을 알려줄 수는 없지만, 그동안 홀로 옥사나 야고비치를 찾고 있었다고 말했어요. 알다시피 옥사나는 인형실 끊기 작전으로 안타리우스가 괴멸된 이후 실종된 상태예요. 회사와 연합 모두 옥사나를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했죠. 다양한 방법으로 옥사나를 추적하고, 곳곳에서 그를 발견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지만 모두 가짜였거든요.

  우리는 옥사나가 타인의 모습을 복제해서 추적을 피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레이튼은 옥사나가 외모만이 아니라 기억도 복제할 수 있으며, 그 능력을 활용해 추적을 피하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타인을 옥사나 본인인 것처럼 보이도록 만든 뒤 자신은 빠져나가는 수법으로요. 추적자가 이 사실을 알았을 땐 이미 다른 인물의 외모를 복제한 뒤였던 거죠. 레이튼도 같은 방법에 당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투시자 캠밸이 아닌 다른 조력자를 찾아냈고, 그것이 바로 집시인 젠다였습니다.

집시의 메모
  레이튼이 마지막으로 젠다를 만났을 때, 젠다는 몹시 불안한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새롭게 시작할 기회를 잡았는데 사신이 찾아왔다는 둥, 자신이나 G, H, KL에게는 죄가 없다는 둥 알아듣지 못할 말들과 함께 한동안 자기를 만날 수 없을 거라고 했는데, 그게 도움을 요청하는 말이었을까요? 그날 이후 젠다는 사라졌고, 레이튼은 그때 젠다를 연합으로 데려왔어야 했다며 후회했어요. 레이튼에겐 젠다가 마지막 끈이었던 것 같아요.

  본명도 알 수 없는 젠다를 찾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어요. 레이튼 뿐이었죠. 젠다의 짐은 집시들이 전부 나눠 가진 탓에, 레이튼이 찾을 수 있었던 건 짧은 메모 몇 조각이 전부였어요. 레이튼은 그 메모를 제게 보여주었습니다. 전문이 없어서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메모에는 검은 사신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 담겨 있었고, 진실, 추적, 그리고 매개체와 변이라는 단어가 종종 등장했어요. 그 메모를 통해 젠다가 어떠한 실험에 참여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할 수 있었죠.

희생양들
  저는 레이튼에게 들어야 할 말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낡은 메모를 사이에 두고 앉아 저는 레이튼이 입을 열기를 기다렸습니다. 레이튼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한참을 망설이다가 집시를 통해 알게 된 사실 몇 가지를 제게 털어놨어요. 레이튼이 모든 것을 밝힌 게 아니라는 건 알았지만, 말해준 이야기만으로도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아 더 물을 수가 없을 정도였죠.

  레이튼은 옥사나를 쫓던 도중에 옥사나가 진행한 실험의 흔적을 발견했어요. 오, 그것은 입에 올리기조차 어려운 끔찍하고 악랄한 실험들이었죠. 이야기를 듣는 내내 저는 입을 틀어막고 새어나가려는 비명을 죽여야 했어요. 레이튼은 그런 비인도적인 실험들이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며 디시카에서 발견했다는 부서진 나무 조각을 보여주었어요. 그리고 그는 이 나무 조각이 바로 옥사나가 하고 있는 연구의 핵심이라고 말했어요. 어렵게 찾은 진짜 흔적이라고요.
  레이튼은 옥사나가 남긴 것으로 보이는 흔적을 모두 쓸어 담아 젠다에게 보여주었다고 해요. 하지만 가져간 것들은 대부분 조작된 흔적이어서 실망의 연속이었죠. 그러던 중 젠다가 이 부서진 나무 조각을 발견한 거예요. 쓰레기인 줄 알았던 나무 조각을요. 젠다는 레이튼에게 이것이 바로 옥사나가 연구 중인 ‘매개체’의 조각이라고 말했대요. 그리고 옥사나의 연구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연구가 거듭될수록 매개체는 다양한 모습을 갖게 되었지만 처음엔 모두 ‘목각인형’이었다고 해요. 목각인형은 그것을 소지한 이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물건으로 옥사나가 진행하는 연구의 핵심이었죠. 하지만 연구원들 모두가 그의 뜻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었어요. 일부는 목각인형의 위험성을 경고했고, 또 다른 이들은 이 연구가 실패할 거라고 장담했어요. 하지만 옥사나는 포기를 모르는 여자였고, 결국 연구원들에게 자신이 진행해온 실험에 대한 기억을 심어 연구를 지속하도록 만들었어요.
  그렇게 기억이 심어진 이들은 자신이 오래도록 매개체와 관련된 실험을 진행했으며, 목각인형을 통해 그 실마리를 찾았다고 “기억하게” 되었어요. 그들은 그렇게 자신의 기억을 되짚어가며 연구를 계속했습니다.

  어쩌면 누군가의 간절한 염원을 담아 만들어진 목각인형. 젠다는 ‘목각인형’이 옥사나의 손에 들어가면서 그 목적이 변질된 거라고 말했습니다. 젠다는 마치 자신을 변호하듯이 몇 번이고 거듭해서 원래는 좋은 일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어요. 옥사나의 술수로 그 목적을 잃어버린 것뿐이라고요. 레이튼은 그런 젠다에게 자신의 선택을 타인의 탓으로 미루지 말라고 말했다고 해요. 저 역시 레이튼과 같은 생각입니다. 그들에게 주어졌을 선택의 순간에 결국 양심을 포기하고 연구를 택한 것은 바로 그들 자신이었으니까요.

진실, 혹은 복제된 진실
  옥사나가 언제 누구에게 자신의 ‘기억’을 복제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어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겠지만, 실험에 참가한 연구원이 몇 명이나 될지도 알 수 없는 이 상황이 그저 끔찍하게만 느껴졌습니다. 무섭고, 두려웠어요. 옥사나와 안타리우스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마주한 모든 것들이 그 실험의 결과가 아닐까요?

멀리서 온 소문
  한 가지, 우리가 안타리우스와 연결하지 못한 단어가 바로 변이예요. 메모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옥사나가 변이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었다는 내용 외에는 알 수 있는 것이 없었죠. 그래서 우리는 옥사나가 변이 연구에 실패했다고 생각했어요. 안타리우스와 관련된 변이능력자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요. 변이능력은 흔하지 않지만 다른 능력에 비해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이 많아, 쉽게 알아볼 수 있거든요.

  하지만 의외의 곳에서 우린 변이와 관련된 소식을 듣게 되었어요. 그게 옥사나의 연구와 관련이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요.

  소식은 미네소타 강에 흘러든 거대한 동물 사체에서부터 시작되었어요. 동물 사체는 미니애폴리스뿐만 아니라 미네소타 전체를 공포로 몰아넣었어요.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미네소타에서 멀리 떨어진 캘리포니아의 엔젤아일랜드에서 동물의 모습을 닮은 변사체가 발견되었죠. 신문에 난 변사체의 모습을 보니 시뇨리아 광장 집회 사건이 떠올랐어요. 변사체의 모습이 사건 당시 발견된 흉측한 시체들과 닮아 보였거든요. 다른 점이라면 그때와 다르게 미국에서 발견된 변사체들은 괴물이 아니라 동물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정도였어요.
  사람들의 불안을 느낀 미국은 재빠르게 조사를 진행했고, 곧이어 해당 변사체를 능력자 간의 싸움으로 인해 사망한 변이능력자라고 발표했습니다. 자세한 조사를 위해 시체는 알카트라즈에서 관리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도 함께요. 무성한 소문을 안고 있는 알카트라즈지만 사람들이 믿을 수 있는 곳은 그곳밖에 없었습니다. 그 믿음에 보답하듯 FBI가 알카트라즈의 도움을 받아 변이능력자만 골라 살해한 범인을 잡았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어요. 사람들은 알카트라즈의 존재에 아낌없는 찬사를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잘 알려지지 않는 소문 하나가 잠들어 있었어요. 그 즈음부터 주변에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렸다거나, 200m가 넘는 금문교의 주탑에서 골든게이트를 향해 뛰어내린 인간이 있다거나 하는 소문이죠. 너무 터무니없어서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어렵게 확보한 흐릿한 사진 한 장에 담긴 남자의 모습에 저는 변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어요. 그건 어딜 봐도 주탑 꼭대기에 두 발로 선 늑대의 모습이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