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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phers

[ECLIPSE] 6장. 대공황과 2차 능력자 전쟁

  1929년부터 시작된 대공황은 능력자와 비능력자를 가리지 않고 삶의 터전을 빼앗았습니다. 전 세계에 실업자가 속출했고 먹고 살기는 점점 더 어려워져서 가진 자들은 가진 것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가지지 못한 자들은 무엇 하나라도 빼앗기 위해 치열하게 다투게 되었죠.

대공황
  능력자들은 이 힘든 시기를 보다 강화된 능력으로 이기려 했어요. 안개의 효과를 이용해서 말이에요.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뛰어난 능력자만이 그나마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었던 가혹한 시절이었죠. 아, 지금까지 회사와 연합을 중심으로 이야기 드렸으니 혹시 오해를 하셨을 수도 있겠네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두 세력에 합류하지 않은 군소세력은 얼마든지 존재했습니다. 포트레너드 사건 이후 안개의 효과에 대한 소문은 그들 사이에서도 일파만파 퍼져 나갔기 때문에 안개를 둘러싼 군소세력 사이의 크고 작은 분쟁이 끊이질 않았답니다. 당장 먹고 살기 급급했던 사람들에게 앤트워프 협약을 지킬 여유 따위는 없었던 거죠.

  포트레너드는 엉망이 되었어요. 지쳐버린 영국 정부는 급기야 포트레너드를 치외법권 지역으로 선언해 버렸습니다.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이 격해졌죠. 이에, 가장 거대한 집단이었던 회사와 연합은 모든 세력을 대표해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회담의 장소는 런던으로 정해졌어요.

흑염의 최후
  회담장에 도착한 명왕의 눈에 처음 들어온 풍경은 흑염으로 뒤덮인 거리였습니다. 순간 명왕은 그것이 검은 두건 칼라의 불꽃이라는 것을 알아챘죠. 명왕은 즉시 비서인 타라에게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회담장 근처를 모두 불태울 것을 명령했습니다. 실로 과감하고 빠른 상황판단이었어요. 안 그랬다면 검은 불꽃이 증식해 런던 전체를 전소시켰을지도 모르니까요.
  불꽃이 잦아든 후, 명왕의 지시에 따라 정확한 사태 파악을 위해 현장을 조사하던 다이무스는 잔해 속에서 흑염과 칼라의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침착하기로 유명한 그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죠.

  당시 아버지께서는 하루가 다르게 몸이 쇠약해 가는 걸 느끼시고 아들, 그러니까 제 이복 오빠인 칼라에게 흑염의 통제법을 전수하고 계셨다고 해요. 비록 강철 같은 분이셨지만 세월을 이길 수는 없었던 거죠. 칼라 역시 흑염의 아들답게 빠르게 통제력을 터득해 가고 있었는데, 아니 다들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대체 무슨 일이…….

  ……미안해요. 비록 얼굴 한 번 제대로 마주한 적 없는 아버지지만 그 분의 마지막을 상상하면 어쩔 수 없이…….

2차 능력자 전쟁
  어쨌든 지하연합은 수장을 잃었습니다. 허나 불행은 그게 끝이 아니었어요. 차기 수장으로 지목되던 흑태자 라이스킨마저 저택에서 암살되었거든요. 휴톤과 트리비아는 그를 지키다 사망했다는 소문이 돌고 참모인 토니 리켓마저 행방이 묘연해져 연합은 유례없는 혼란에 빠졌어요.

  명왕은 오랫동안 능력자를 위해 헌신해오신 아버지의 죽음과 연합의 불행에 진심으로 애도를 표했다고 해요. 하지만 회사의 일부 능력자들은 그렇지 않았나 봐요. 특히 2인자였던 재스퍼는 혼란을 틈타 연합을 완전히 무너뜨릴 작전을 세웠습니다. 그는 명왕의 후계자로 거론되던 윌라드를 제치고 어느 날 갑자기 회사의 중진으로 급부상한 인물로서 누구보다 모략에 뛰어났었죠. 그가 세운 작전의 목표는 남아있는 세부조직의 수뇌들을 제거하고 최종적으로 하이드의 마지막 핏줄, 그러니까 저 앤지 헌트를 암살하는 것이었습니다. 핵심 인물들이 대부분 죽거나 실종된 상황에서 저만 없어진다면 구심점을 잃어버린 연합은 자연히 와해될 거라 생각했던 거죠. 명왕의 허락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재스퍼는 독자적으로 작전을 실행했어요. 연합에 대한 회사의 조직적인 섬멸작전. 이것이 바로 제 2차 능력자 전쟁의 실체입니다.

  사실 이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 전 제 아버지가 누군지, 제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했어요. 그저 조용히 프랑스에서 노래를 부르며 나름대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답니다. 만약 토니의 철저한 대비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플랜 디코이
  토니 리켓. 그에게 진 빚은 아마 평생이 걸려도 다 갚지 못할 거에요. 편의상 조커 등급으로 분류되고는 있지만 사실 천재적인 두뇌가 유일한 무기라고 할 수 있는 그를 능력자라고 하기엔 좀 애매하죠. 하지만 누구도 그를 무시할 수는 없답니다.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건 아버지였지만 결국 그들 모두를 무릎 꿇게 만든 것은 언제나 토니의 지략이었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이번에도 역시 그는 몇 수 앞서 있었지요. 연합 내부에조차 거의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던 저를 위해 유사시를 대비한 작전을 만들어 두었던 거에요. 이른바 플랜 디코이. 작전이 발동되자 미리 약속한대로 6개의 호위팀이 사방으로 도주하기 시작했어요. 6명의 앤지 헌트 사이에서 회사가 갈팡질팡하는 사이 연합은 시간을 벌 수 있었습니다.

  루이스는 그 때 처음 만났어요.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놀라운 활약을 보여줬답니다. 어찌 보면 결정을 다루는 능력보다 더 훌륭하다 할 수 있는 뛰어난 기지와 응용력 덕분이었죠. 루이스의 필사적인 노력과 트리비아, 그리고 미쉘 모나헌의 도움으로 저는 겨우 목숨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네? 루이스에 대한 이야기를 좀 자세히 듣고 싶으시다고요? 잠시만요. 목이 좀 마르네요. 해드릴 이야기가 너무 많으니 잠시만 쉬고 계속해도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