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퍼즈 #.3
-
10,137
10
23
-
2015-12-29 11:07:52
* 선정대상 : 등록일 기준 하루 전 00:00~24:00까지의 게시물 (최대 3일 전까지 확장가능)
* 추천수 : 높은 순서대로 정렬, 공략 게시판과 팬아트 게시판(팬픽은 별도 조회)을 각각 조회합니다.
* 댓글수 : 조회수가 비슷할 경우, 댓글 수와 내용을 참고합니다. (이때, 작성자가 추가로 단 댓글은 제외)
* 내용 : 게시판과 맞지 않거나 과도한 수위가 있는 글, 욕설 등의 내부 기준에 맞지 않는 글은 제외합니다.
* 오싸등록여부 : 많은 분에게 기회를 드리고자 1주일 이내 등록 된 경우 제외합니다.
* 제재 여부 : 계정이 이용제재 중이거나, 과거 제재 내역에 따라 제외될 수 있습니다. (게임과 웹 모두 해당)
- 부적절한 오늘의 사이퍼즈 신고 안내-
* 사이퍼즈 운영진은 오늘의 사이퍼즈를 최대한 공정하게 선정하려 노력하고 있으나 선정 후 발견되는 일부 저작권,타인의 작품 도용 및 비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신고해 주시면 최대한 빠르게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 특히, 저작권이 있는 내용이나 트레이싱과 같은 무단 도용에 대해서는 오늘의 사이퍼즈 등록 철회 및 민형사상의 처벌을 받을 수 있음을 사전에 인지 부탁드립니다.
* 신고 및 문의 : 사이퍼즈 1:1 문의 (게임문의 → 게임신고(해킹/불법/추적) → 오늘의사이퍼즈)
* 이 글은 픽션(fiction)입니다. 특정 단체ㆍ사건ㆍ사상ㆍ종교와 무관함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 설정집 1 + EPISODE #1~3 ( http://cyphers.nexon.com/cyphers/article/bestart/topics/153863766 )
설정집 2 + EPISODE #4~7 ( http://cyphers.nexon.com/cyphers/article/bestart/topics/19906641 )
▼▼▼▼▼▼▼▼▼▼▼▼▼▼▼▼▼▼▼▼▼▼▼▼▼▼▼▼▼▼▼▼▼▼▼▼▼▼▼▼
click! BGM click!
▲▲▲▲▲▲▲▲▲▲▲▲▲▲▲▲▲▲▲▲▲▲▲▲▲▲▲▲▲▲▲▲▲▲▲▲▲▲▲▲
【포트레너드시 소재, 사퍼대학교 학생 신상정보 3】
* 이름(First Name)+성(Family Name)을 기준으로 자모순 배열
** 개인적인 커플링 취향과 캐릭터 편애를 아주 완전 많이 반영
*** 공식세계관 설정을 토대로 하지만 21세기를 배경으로 약간씩 변용하고 윤색을 가함
**** 소속학과, 동아리, 진로희망을 그리 정한 데 별 이유는 없고 떠오르는 대로, 느낌대로 막
2. 1학년
이름 |
소속학과 |
동아리 |
진로희망 |
부가정보 |
라이샌더 |
체육교육과 (리듬체조 전공) |
X |
서커스 단원 |
겨우 열 살 남짓 꼬마 시절부터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달의 서커스단'의 '고무줄 곡예'로 인기몰이를 한 어린 스타. 몸이 고무로 만들어진 것은 아닌가 할 정도로 놀라운 유연함을 선천적으로 타고났다. 타고난 신체적 장점을 살려 순발력과 유연함이 극도로 요구되는 리듬체조 훈련을 자체적으로 병행해왔다. 세계리듬체조협회에서 선수로서 등록하여 올림픽 등 세계권 대회에 출전하라는 권유가 끊이지 않았지만 한사코 거절해왔다. 본인 입으로 직접 사양하기는 했지만 그 의지는 고아원에서 그를 직접 발탁해내어 어릿광대로서 훈련시킨 화이트 클라프의 것이라는 공공연한 소문이 있다. 같은 학번 동기들은 라이샌더와 가까워지고 싶어 적극적으로 말을 걸어보았지만, 무언가를 몹시 두려워하듯이 다른 사람들이 가까워져 오는 것을 무서워한다고. 서커스에서는 익살 가득한 광대역에 충실한데 비해, 교내에서 그가 웃고 있는 모습을 목격한 이는 아무도 없다고 한다. |
캐럴 맥고윈 |
체육교육과 (피겨 스케이팅 전공) |
수예부 |
현직 피겨 스케이팅 선수→ 은퇴 뒤 피겨 스케이팅 코치 or 체육교사 |
어릴 적 겨울이면 오빠 헨리와 매일같이 스케이트를 타러 나가는 게 제일 행복해서, 아예 인생 자체를 눈과 얼음으로 가득 채운 소녀. 롤모델로 삼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의 피겨 스케이팅 선수 YUNA KIM. 시니어 대회에서는 아직 한 번도 금메달을 딴 적은 없지만 메달권 안에서 벗어난 적은 없으며, 주니어 시절부터 각종 피겨스케이팅 대회에서 상을 휩쓸고 다녔던 피겨계의 명실상부 총아. 각종 인터뷰에서 이름이 빠지지 않을 정도로 오빠 헨리에 대한 애정이 극진하다. 온순하게 생긴 데 비해 아무리 고된 훈련에도 절대로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는 독한 면도 있다. 인터뷰에 의하면 참았던 눈물은 오로지 오빠 헨리 앞에서만 전부 쏟아낸다고 한다. |
3. 2학년
이름 |
소속학과 |
동아리 |
진로희망 |
부가정보 |
헨리 맥고윈 |
역사학과 (고고학 복수 전공) |
동계스포츠부 |
역사가
겸 고고학자 |
피겨 스케이트 선수 캐럴 맥고윈의 친오빠. 본인은 평범한 인문학도를 자칭하지만 여동생 덕분에 캐럴 못지 않은 유명인으로 통한다. (물론 캐럴이 이쁘장한 외모와 실력 양면으로 팬층이 두터운 선수로 유명하듯, 같은 유전자 어디 안 간다고 오빠 역시 금발벽안의 호남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 어릴 적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아 자국의 역사를 비롯해 역사적으로 큰 영향력을 끼친 국가의 역사, 그뿐만 아니라 비교적 잘 모르는 소국의 역사까지도 꿰뚫고 있을 정도로 역사에 통달하고 있다. 전공 교수가 견해를 구할 정도로. 죽기 전까지 이데올로기나 이해 관계가 개입되지 않은 오로지 시비선악에 근거한 전세계 사서를 집필하는 것이 꿈이다. 롤모델로 삼고 있는 사가는「사기(史記)」를 집필한 중국 전한 시대의 사마천(司馬遷). 현장답사와 고고학 실습이 있을 때를 빼고는 도서관에 거의 파묻혀 있다시피 하지만, 캐럴의 경기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보러간다. |
5. 4학년
이름 |
소속학과 |
동아리 |
진로희망 |
부가정보 |
루드비히 와일드 |
경영학과 (물리학 복수 전공) |
X |
사설 탐정 겸 주식투자가 |
유능한 주식투자가로 업계에서 유명한 부모를 두어 부유하게 자라났지만, 주가 조작에 의해 부모가 보유한 주식이 폭락하여 휴지조각이 되면서 끊임없이 사채업자에게 쫓겨 살았다. 부모는 어린 루드빅만을 내버려두고 자동차로 바닷가 절벽에서 동반자살을 했다. 거액의 빚만을 남겨두고 모든 직무를 유기한 채 죽음을 선택한 양친의 행보를 보고, '피를 나눈 부모도 저러는데 하물며 피 한 방울 섞인 타인은 오죽하겠는가'라는 것을 뼈저리게 통감하고는 모든 인간을 동등하게 환멸하게 된다. 별다른 친척의 도움 없이 오로지 자력으로 정규 교육과정과는 별개로 주식투자에 관해 독학하여, 법적으로 성인 된 직후 전략적으로 주식을 사들여 부모의 전성기를 능가한 부를 제 손으로 거머쥐었다. 과수석을 입학 이래 한 번도 놓친 적이 없고, 동아리 활동은 물론 학과 생활도 일절 하지 않는다. 잘생긴 외모와 세련된 스타일로 교내 소문난 미인들을 옆에 끼고 있는 모습이 종종 목격되지만 사귀는 건 아니라고. 유년 시절의 상당 부분을 쫓겨 산 영향 때문인지, 실종된 사람을 찾거나 경찰들도 지나친 증거를 색출해내는 감각이 날카롭다. 그 장점을 되살려 사설 탐정사무소를 졸업 후에 개업할 예정인 듯. |
6. 졸업반
이름 |
소속학과 |
동아리 |
직업 |
부가정보 |
헬레나 하스 |
유전자공학부 |
자원봉사부 |
연구원 |
정작 빅터는 부모의 존재를 까마득히 모르고 자랐지만, 엄연한 빅터의 생모. 남편 케빈과는 대학 시절 CC로 만나 같은 유전자 연구기관에 입사하여 결혼까지 골인했다. 유전자 연구를 통해서 반신불수가 사람들에게 정상적인 신체를 되찾아준다거나, 불임을 치료하는 방법 등을 개발해내어 사람들에게 희망을 되찾아주고자 하는 포부로 가득 차있었다. 그러나 몸 담은 연구기관이 타국을 찾은 여행객을 납치하여 비윤리적인 인체 임상 실험(통칭 MARUTA)을 자행하거나, 여자 연구원의 난자를 무분별하게 채취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남편과 그 사실을 사회에 고발하려고 했다. 그 결과 남편이 기관에 의해 살해당하고 만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고발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차라리 충성하는 척 기관의 수뇌부까지 침투하여 모든 증거를 확실히 붙잡은 뒤에 폭로하리라 결심한다. 그러나 아들 빅터까지는 이 일에 휘말리게 할 수 없어, 임신 사실을 필사적으로 숨기고 몰래 낳아 고아원에 맡긴다. 가끔 남몰래 캠퍼스로 찾아와 먼 발치에서나마 부모 없이도 훌륭하게 장성한 아들의 모습을 보고 발걸음을 뒤로 한다. |
화이트 클라프 |
정치외교학과 |
마술부 |
마술사 겸 서커스 단장 겸 정치인 |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서커스단 달의 서커스단의 단장이자 본인도 세간에 실력 있는 마술사로 통하며, 그 인기를 토대로 국회의원 자리에까지 오른 예능-정치 양면의 실력자. 연예계에서 정치에 나선 사례는 이전부터 드물지 않았지만, 대대로 걸출한 정치인을 배출한 명가 출신들보다도 훨씬 정치 감각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서커스단의 수입의 반 이상을 기부하여 사회에 환원하며, 고아원 아이들을 발탁하여 훌륭한 재주꾼으로 교육시켜주는 것도 좋은 이미지로 어필되고 있다.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는 반반한 외모와 귀를 사로잡는 화려한 언변, 왠지 모르게 마음을 끄는 매력까지, 웬만한 배우나 모델보다도 훨씬 인기가 많다. 나무랄 데 없이 완벽한 대외 활동에 비해, 과거나 사생활에 관해서는 전혀 알려진 것이 없다는 게 흠이라면 흠. 광대 라이샌더가 서커스단을 그만두고 싶어어하는데, 그 의사를 무시하고 사설 탐정을 고용하여 강제로 잡아들인다는 소문이 돌기는 한다. 그가 사실은 서커스 단원들을 학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일설이 나돌지만, 그를 시기하는 정적들이 지어낸 뜬소문으로 치부되기 일쑤다. |
(+) 덧
1) 라이샌더의 능력이 고무고무(...)라서 고무줄 곡예라고 일단 하기는 했는데, 고무줄 곡예가 실존하는지 어떤지는 불명. 다만 외줄타기의 심화 버전으로, 높은 허공의 고무줄 위를 아슬아슬하게 걷고 튀어오르며 저글링을 하거나 춤을 추는 고난도 곡예라고 가정.
2) 라이샌더의 성별은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일단은 '자연 거세 상태로 태어난 남성체'라는 자의식 하에 설정문을 작성.
3) 헨리는 공식 세계관 상에서는 사망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대학퍼즈에서는 미아의 오빠가 살아있다고 설정했듯이 헨리도 부활시킴.
4) 루드비히가 능력이 발현되고 헌터로 거듭나기 직전까지는 자기도 모르는 이유로 끊임없이 쫓겼다고 되어 있으므로, 쫓겨 살았던 과거의 행적이 그가 '환멸'을 표상하는 캐릭터이게 된 것과 연관 있다고 판단한 뒤에 현대적으로 사연을 꾸며봄.
5) 루드비히의 경영학 전공이 '복수(revenge)'의 의미를 둔 현실적 선택이었다면, 물리학 복수전공은 온전히 흥미에 의한 선택. 빛 능력자라 천체물리학 방면으로 특히 능통하다는 설정. 상과대학은 문과, 물리학과는 이과지만 이과 전반의 기본 소양을 갖춘 것을 증명하면 교차 지원이 가능하다는 설정. 사람을 환멸하는 루드빅으로서 자연현상에 기반한 학문은 순수하게 즐길 것 같으므로.
★★★★★★★★★【EPISODE】★★★★★★★★★
#.8 [윌라타라] 허기
뒷좌석 의자 위는 물론이고 바닥까지도 마트에서 산 물건으로 그득한 봉투들로 꽉 들이찼다. 주차장까지 쇼핑 카트를 끌고 와서 차 옆에 바로 대고 짐을 실었어야 할 정도이니 이상할 것도 없다. 거의 운전자 한 사람만의 무게로만 달리던 일이 많던 애마는 오늘따라 같은 시속으로 밟아도 짐의 무게 때문에 움직임이 미묘하게 더뎠다. 짐의 무게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무거운 것은 조수석에 앉은 ‘어린’ 연인의 무게일 것이다.
방금 생각으로 한 표현에 그녀가 화를 낼 포인트는 두 가지였다. ‘어리다’라는 말과 ‘무겁다’는 말. 띠 동갑이라는 나이 차를 신경 쓰는 것은 언제나 그녀 쪽이고, 만년 다이어트를 표방하고 있어 ‘그렇게 안 무겁거든요?’라고 툴툴거리면서도 자취방 욕실 문 앞 깔개 바로 옆에 놓아둔 체중계에 더욱 조심스럽게 올라설 그녀였다. 물론 두 가지의 말이 사전적 의미 1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를 리는 없었다. 다만 스스로 신경을 날카롭게 곤두세우고 있는 사안을 자극받아 귀여운 투정을 부리는 것이다.
이제 서른 초반인데도 몸값이 비싼 저명한 변호사로, 거기에 곧 최연소 국회의원으로 당선될 유력자로 주목받고 있는 윌라드에 비해, 아무것도 이룩한 게 없다는 열등감을 그녀는 껴안고 있다. 연인 사이에 그런 건 필요없다는 위로는 건네지 않는다. 애초에 위로가 아닐뿐더러, 타라가 과연 자력으로 얼마나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 윌라드도 지켜보고 싶기 때문이었다. 야망 있는 사내 윌라드 크루그먼은 하여 야망 있는 여자 타라 시바스 조노비치를 선택했다. 3년 전쯤 모교 후배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 강사로 초빙되었을 때, 질의응답 시간에 손을 들고 또박또박 질문을 해오던 새내기 때의 그녀 모습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장을 너무 많이 본 거 아닙니까? 식료품만 해도 저 커다란 봉투 세 개입니다. 손님들 초대해서 파티라도 열 계획입니까?”
그럴 의도로 타라가 장을 잔뜩 본 게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윌라드는 시치미 뚝 떼고 물었다. 장 볼 계획을 세우고 진열대에서 상품을 골라 집어든 것은 타라였지만 대금을 치른 것은 윌라드였다. 타라는 까칠한 태도는 차치하더라도 남에게, 특히 어려운 사람한테 잘 베풀면서 반대로 신세지는 것은 극도로 꺼린다. 파티를 열어도 자기가 과외 알바로 번 돈으로 충당했으면 충당했지 윌라드의 카드를 빌려 대접할 위인이 아니었다. 이 모든 식재료는 윌라드의 미식을 위해 타라가 솜씨를 발휘하기 위한 것들이다. 다 알지만 윌라드는 모종의 의도를 숨기고서 말을 꺼낸 것이었다.
“그럴 리가요. 지금 저 식재료들이 이사 가고 있는 데가 크루그먼 씨네 냉장고라는 걸 모르시는 건 아니죠? 뭐어, 종강 기념으로 요리하며 스트레스도 풀 겸 좀 많이 산 건 인정해요. 그래도 다음 주가 크리스마스라서 오늘 세일을 놓치면 훨씬 더 비싸게 장을 봐야 한다고요. 잔뼈 굵은 자취생의 생활노하우를 얕보시면 곤란해요.”
“하하- 주부 9단이 다 됐군요. 성적이라면 전혀 문제가 없을 텐데 왜 기숙사 생활을 하지 않고 고생스럽게 자취를 택한 겁니까? 2학년 1학기까지만 해도 기숙사 생활을 했으면서.”
“그건…….”
타라는 말끝을 흐렸다. 윌라드는 마침 신호를 받아 정차한 김에 고개를 틀어 타라를 바라보았다. 타라는 그 시선이 느껴지지 않을 리 만무한데도 고집스레 횡단보도를 건너는 행인들을 구경하는 척 했다. 신호가 곧 파란불로 바뀌자 윌라드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다시 엑셀을 밟았다. 그의 웃음소리를 듣고서야 타라는 한 박자 늦게 그가 파티라도 열 계획이냐고 물었던 것이 단순히 과장을 섞은 게 아니라, 지금 자기의 이 부끄러운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한 설계였음을 눈치 챘다.
“……정말이지, 능구렁이 같은 남자.”
“당신이 솔직하지 않은 것뿐입니다. 그것도 당신의 매력이지만 때로는 직접 말로 해주면 기쁠 것 같습니다. 당신이 자취를 택한 건 나와 사귀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기숙사는 점호를 하니까 종종 내 집에 묵기 위해 외박할 때 여러모로 번거로워서라고.”
“……그런 거, 아닌데요? 자의식 과잉인데 진찰이라도 한 번 받아보시는 건 어때요?”
“그럴까요? 그럼 보호자로서 병원까지 필히 동반해주셔야겠습니다. 병의 원인은 타라 시바스 조노비치라는 여자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증명해야 하니까요.”
“―!”
타라는 예기치 못한 말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시선의 고집을 버리고 윌라드를 쳐다보고야 말았다. 윌라드는 힐긋 눈만 돌려 타라를 곁눈질하고는 더욱 짙게 미소 지었다. 타라의 얼굴은 머리색만큼이나 붉게 타오르고 있다.
말빨로는 어렸을 때부터 특출난 재능을 보였고, 토론 대회에서 상을 받은 적도 많으며, 발표의 여왕이라 불릴 정도로 말로 사람 기 죽이는 데 특화된 타라였지만 윌라드를 이길 수는 없었다. 상황적으로는 이겨도 심정적으로는 언제나 패배감만 곱씹었다. 지는 건 죽기보다 싫어하는데, 윌라드가 선사하는 패배감은 언제나 감미로움과 함께 찾아와서 문제였다. 이렇게 그가 불시에 열렬한 고백을 툭 던질 때면, 부끄러워 죽을 것 같으면서도 저도 모르게 온몸이 환희에 떨린다.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찌릿찌릿.
“그래요. 병원에 가봐야 하는 건 저예요.”
“예?”
“아무래도 심장에 병이 생긴 것 같거든요. 그렇지 않고선 이렇게 주인 의사를 무시하고 쿵쾅거릴 리 없으니까.”
낯 뜨거운 소리인 줄은 알지만 체면 불구,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타라는 무섭도록 오글거리는 말을 내뱉었다.
한동안 차 안에는 정적만이 흘렀다. 타라의 후회가 막심해질 무렵 그녀의 손 위로 말없이 덮이는 큰 손이 있었다. 치맛자락을 틀어쥐고 있던 왼손을 끌어당겨 꽈악 깍지를 맞물렸다. 그의 손이 평소보다 갑절은 뜨겁게 느껴졌다.
“…운전하셔야죠.”
“이제 집까지 가는 길에는 기어 변환도 깜빡이도 필요 없습니다. 핸들은 쥐는 건 왼손 하나로도 충분합니다.”
사실을 말하고 있을 뿐인데도 어떤 열정적인 언어 구사보다도 더 정열적으로 들리는 것은 순전히 마주잡고 있는 이 손 때문이다. 화상을 입을 것만치 뜨겁다. 불같은 여자라는 말을 듣는 건 타라 쪽인데도, 윌라드는 불 이상으로 타라를 뜨겁게 달구었다. 타라가 땅 위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라면, 윌라드는 하늘에서 꽝하고 내려치는 벼락불이기 때문일 것인가. 푸르고 시리도록 맑은 하늘처럼 평소엔 무심할 정도로 평정으로 일관하다가도, 불의의 사고처럼 온몸을 관통하는 열기 같은 것으로 다가왔다. 남자란 하나같이 한심하고 어리고 무지하게만 느껴져서 제대로 된 연애는 못하고 번번이 먼저 차버리기 일쑤였는데, 그 모든 게 이 사람을 만나기 위한 하찮은 시행착오였다고까지 믿고 싶어지는 것이다.
윌라드가 사는 도심 한복판의 고급 아파트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기분 좋은 침묵과 깍지 낀 손의 안락한 구속감을 즐기며 차창 밖 거리에 펼쳐진 일루미네이션을 감상하던 타라는 그의 집이 가까워지는 것이 갑자기 아쉬워졌다. 이 손을 놓아버리는 게 그랬고, 그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 그랬다. 손이야 다시 잡으면 그만이지만 시간은 어쩔 도리가 없다.
종강도 했겠다 권유에 못 이기는 척 다음 주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때까지 윌라드의 집에서 쭉 묵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공사다망한 그는 방학을 맞이해서 비교적 한가로운 대학생과 달리 곧 있을 선거에 대비하여 일을 나가야 할 것이다. 나가도 귀가를 할지 어쩔지도 가능성이 희박했다. 타라도 그동안 과제다 기말고사다 바빴기 때문에, 오늘 저녁부터 내일 아침까지가 연인에게 허락된 유일한 시간이었다. 그게 턱없이 짧게 느껴져서 이대로 시간이 영영 멈춰버렸으면 하는 바보 같은 생각을 하고 만다.
“아아, 그러고 보니 깜빡한 게 있군요.”
시동을 끄고 차키를 뽑기 위해 윌라드가 먼저 손을 놓았다. 어쩐지 쓸쓸한 감정을 감추며 괜스레 가방끈을 매만지던 타라는 윌라드의 뜬금없는 말에 그의 얼굴을 멀뚱히 쳐다보았다.
깜빡하다니. 윌라드 크루그먼에게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 그는 살면서 그 흔한 물건을 어디다 놓고 와서 다시 가지러 간다든가 한 적이 한 번도 없을 것만 같은데. 의외의 빈틈을 발견한 것 같아서 기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 표정이 떠오르는 것을 자제할 수가 없다.
타라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훤히 보이는지 윌라드는 가볍게 쓴웃음을 지었다.
“이거 기대에 영 못 미칠 것 같아서 죄송스럽군요. 실은 깜빡했다기보다는 당신을 위한 서프라이즈로 아껴두고 있던 건데 말입니다. 크리스마스 당일까지 휴가를 받았다고.”
“……네?”
“그러니까 오늘 밤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일주일간은 당신과 철썩 붙어 있을 수 있다 이겁니다. 사실 그동안 변변히 통화도 못했던 이유가, 크리스마스만큼은 당신과 충분히 즐기고 싶어서 좀 무리를…….”
윌라드는 말을 다 끝맺지 못했다. 타라가 일순 곧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을 하더니 목에 매달려 키스를 퍼부어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주 오랜만에 맛보는 연인의 입술을 마다할 이유란 없기 때문에 파도처럼 밀려드는 입맞춤에 담담히 응했다.
그녀가 키스를 가지고 표하고 있는 환희의 크기가 그만큼의 외로움과 섭섭함을 뜻한다는 걸 왠지 모르게 알 수 있었다. 늘 하루에 한 번, 자기 전에 30분 이상은 통화를 하는 게 보통이었다. 근래에는 전혀 그러지 못했으니까 불안해할 만도 하다. 생각해보면 그녀는 이제 겨우 스물 둘이지 않은가.
타라는 조수석에서 운전석에 앉은 윌라드의 허벅지 위로 자연스레 올라탔다. 윌라드는 잠시 입술을 떼고 그녀와의 간격을 벌리며, 반대로 얌전히 두고 있던 손으로는 타라의 허리를 껴안아 제 몸에 밀착시키며, 눈높이보다 조금 위에 있는 연인의 얼굴을 눈부신 듯 올려다보며 미소 지었다.
“이런, 드물게 적극적이군요.”
“욕구불만이에요. 그간 연인으로서의 의무에 전혀 충실하지 않으셨으니.”
“저녁밥은 어떡하고요? 슬슬 배가 고플 참입니다만.”
“어머, ‘이쪽’은 안 굶고 사셨나보죠?”
“……당신이란 사람은…….”
윌라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 섞인 웃음을 흘렸다. 타라는 열에 들뜬 눈으로 제 상의 단추로 손을 가져갔다. 윌라드는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그 손을 제지했다.
“그걸 끄르는 즐거움은 제몫입니다. 당신은 이쪽.”
윌라드는 타라의 손을 자신의 넥타이로 가져왔다. 타라는 순순히 윌라드의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빈틈없이 목을 죄고 있던 넥타이의 악력이 약해지자 윌라드는 마음의 무장 또한 자연히 해이해지는 것을 느꼈다.
“당신이라는 최고의 성찬이 그간 무척 그리웠기 때문에 자제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윌라드는 눈을 똑바로 마주하는 채로 타라의 턱 끝에다가 촉 입을 맞추며 말했다. 먼저 유혹했으면서도 대상이 되레 적극적으로 응하자 새삼 부끄러워졌는지 타라는 슬그머니 눈길을 피했다.
“여태 잘 견뎌오셨으니 가능하지 않겠어요?”
“여자 다리만 봐도 흥분되는 그런 새파란 시절은 이미 지났습니다만……당신에 한해서는 그런 것도 없습니다. 당신의 불이 내게 고스란히 옮겨 붙어 날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르게 하니까요. 나의 불타는 여인이여(My Lady on Fire).”
타라는 윌라드의 말을 듣고 아연해져서는 붕어처럼 입을 빠끔거리다가 콩 하고 제 이마를 윌라드의 이마 위로 맞대었다.
“……방금 그 대사, 되게 느끼했던 거 아세요?”
“흐음- 그럼 얼굴은 왜 그렇게 빨개지셨는지요?”
“나, 남부끄럽잖아요.”
“여기 남이 어디 있습니까. 이런 간지러운 말은 오로지 당신을 위한 겁니다. 제 시적 재능은 당신을 통해서만 발휘되는 걸 아십니까?”
윌라드는 타라의 손을 잡아 제 입술 위에 얹었다. 손끝에 키스를 하기 위함이 아니라, 타라더러 직접 말을 감촉을 더듬어보라는 듯한 행동이었다. 타라의 손을 잡아끌면서 동시에 운전석 의자 등받이를 뒤로 서서히 꺾어 넘어뜨렸다. 타라는 수치를 얼버무리듯 짐짓 요염하게 미소 지으며 셔츠 섶 사이로 드러난 윌라드의 가슴팍을 어루만졌다.
“저녁밥 같은 건 나중에 얼마든지 맛있게 해드릴 테니……지금은 그런 거 생각 안 날 정도로 할 거니까 각오하세요.”
“무엇이든 장담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텐데요. 저녁을 해줄 기운조차 없게 되는 건 당신일 겁니다.”
“어디 한 번 해볼 테면 해보시든가요.”
연인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나누고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입술을 포갰다.
공복은 삽시간에 채워져 갔다.
#.9 [레이트릭] 감정수업
“그럼 다음 신청곡은 크리스마스 이브답게 캐롤로 쭈욱 이어가야겠죠?
평소에도 호들갑스러운 DJ의 목소리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기 때문인지 한참은 더 들떠 있었다. 딱히 라디오를 즐겨듣는 것은 아니지만, 바이크 수리센터를 열면서부터 배경음악처럼 틀어놓기 시작했던 게 지금에 와서는 없으면 이상할 정도가 되었다. 오래된 라디오는 주파수를 정확히 맞춰놓았는데도 지지직거리는 일이 많았다. 새로 살 때가 되었노라 2년 전쯤부터 끊임없이 라디오는 주장하고 있지만, 그 노이즈마저도 정감 가는 것이라 매번 어떻게든 고쳐서 수명을 연장시키고 있다. 찾아 들어본 적은 없어도 흘러흘러 많이 들어 자기도 모르고 알고 있는 유명한 크리스마스 노래의 멜로디를 따라 흥얼거렸다.
달력을 보아서가 아니라 라디오를 통해서 세상의 변화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했다. 한 해의 시간을 대부분 오토바이와 씨름하며 보낸다. 밖으로 나가는 건 애마를 끌고 밤거리를 한바탕 질주할 때나 바이크 동호회 녀석들과 라이딩 뒤에 갖는 술자리 정도였다. 오늘의 날씨도 교통체증 상황도 유행하는 노래나 사건 사고들도 실재라기보다는 라디오 안에서 시작되고 끝나는 일이었다. 크리스마스임을 안 것도 언젠가부터 줄창 흘러나오기 시작한 다 비슷비슷한 느낌의 성가나 캐롤 때문이다.
가족들과 연인들과 친구들과, 혼자 보내기보다는 누구든 다른 사람과 시간을 공유하는 것이 보통인 1년 중 최대 명절이다. 허나 이브인 오늘조차도 레이튼의 일과에는 변함이 없었다. 연휴가 시작되어 손님의 발길은 당연히 뚝 끊겼지만, 일단은 수리센터 문을 열고 고장난 바이크를 고쳤다. 동호회 녀석들은 그러다 평생 홀애비로 늙어죽고 총각귀신이 되어 구천을 떠돌 거라며 혀를 끌끌 차지만, 그냥 놀림당하는 게 싫어 발끈하지 솔로라는 사실 자체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혼자라서 외로울 것도 없고, 다른 사람 눈치를 슬슬 봐야 하는 것도 성미에 안 맞고, 이대로도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크리스마스에 별 의미는 두지 않지만 특유의 분위기는 싫지 않았다. 어렸을 적 부모님과 함께 크리스마스 특별식을 즐기며 선물을 받고 기뻐한 추억 정도는 레이튼에게도 있었으니까.
“그러고 보니 오늘은 그 녀석 안 왔네.”
레이튼은 스패너로 차체를 가볍게 깡깡 두드리며 중얼거렸다. 이내 무심코 흘린 혼잣말에 스스로 깜짝 놀라며, 쭈그리고 앉아있던 자세를 단숨에 꼿꼿이 펼치며 일어섰다.
“미친, 내가 왜 걔 생각을 하고 있지?!”
듣는 사람도 없건만 레이튼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거칠게 자문했다. 틈만 나면 찾아오는 찰거머리 같은 여자애가 안 오면 속 시원하고 좋은 거지, 아쉽고 허전하다는 듯한 제 무의식적인 말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크리스마스이니 보통 사람들이 다 그렇게 하는 것처럼 그 녀석도 따뜻한 저녁 파티를 즐기고 있을 것이다. 그 허여멀건한 녀석의 동생이 언니는 남자들한테 매우 인기가 많다는 정보를 묻지도 않았는데 제멋대로 흘린 적이 있는데, 정말로 그 사이 남친이라도 생겼을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영업방해 수준으로 성가신 그 녀석이 드디어 사라질 테니 홀가분해질 것이다.
“아이씨- 기분 잡쳤구만.”
레이튼은 뒷머리를 거칠게 훑으며 스탠딩 옷걸이에 아무렇게나 걸어놓은 점퍼를 걸치고 셔터에 난 쪽문으로 나섰다. 갑자기 술 생각이 간절해졌는데, 냉장고는 텅텅 비어있다는 사실이 기억났던 것이다. 15분 정도 걸어가면 있는 사거리 편의점 정도는 문을 안 닫았을 것이다.
온 상점들이 다 일찌감치 문을 닫아 상가는 쥐죽은 듯 조용했다. 흩날리는 눈발이 소리란 소리는 전부 빨아들인 것 같았다. 상가 간판 불빛도 일괄적으로 다 꺼지고, 가게마다 멋 부린답시고 걸어놓은 작은 전구 장식들이 옹기종기 모여 그 나름대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물씬 연출하고 있었다. 포트레너드 시에서 대대적으로 전문가의 손길을 빌려 장식한 시내 쪽의 일루미네이션에 비하면 조잡하지만 이쪽이 더 좋다는 생각에 힐쭉 웃었다. 그 흔한 리스 하나 걸어두지 않은 <펠프스 바이크 수리센터>의 우중충한 청회색 셔터가 괜히 민망했다. 맥주 말고도 사야 할 게 더 있을 것 같았다.
수리센터 반대편 왼쪽 대각선 즈음 서있는 가로등 불빛의 어둑어둑한 사각지대에는 사람 키만 한 눈사람이 서있었다. 눈이 그렇게 두껍게 쌓이지도 않았는데 동네 꼬마 녀석들이 크게 만드느라 제법 용 썼겠거니 싶었다.
인상이 험상궂고 그렇다 해서 딱히 행동거지가 자상한 것도 아닌데 아이들은 레이튼을 봤다하면 잘도 달라붙었다. 언성을 높이며 저리 가라고 해도 겁먹기는커녕 까르르 웃어댈 뿐, 이 동네 애들은 타고난 담이 남다른 건지 어떤 건지 몰랐다. 가끔 일터에도 쳐들어오기 때문에 방해받지 않기 위한 입막음용 막대사탕도 수북이 사두었다. 장난꾸러기들도 오늘만은 착한 일만 해온 것처럼 산타에게 갖고 싶은 장난감을 기도하며 머리맡에 양말을 걸어놓고 잠자리에 들 것이다.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며 가로등을 지나친 레이튼은 걸음을 우뚝 멈춰 섰다. 그리고는 문워크라도 하듯이 후진하며 자기가 순간 느낀 위화감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가로등 앞으로 돌아왔다. 자세히 보니 눈사람이 아니라 온 전신이 하얀 트릭시였다.
“너, 너…!”
너무 놀라서 말을 채 다 잇지도 못하고 레이튼은 물끄러미 자기를 올려다보는 트릭시의 오드아이를 멍청히 마주보았다. 안 그래도 피부랑 머리카락이 눈처럼 새하얀데 흰색 털로 된 빵모자를 쓰고 코트도 토끼털인지 뭔지 온통 하얬다. 밤의 응달 밑에서 미동도 않고 서있어서 영락없이 눈사람이라고 착각했다. 어쩐지 눈사람 치고는 과하게 날씬하다는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지만 설마 사람일 거라고는. 눈이 오고 있으니 기온은 당연히 영하로 떨어져서 추운데 망부석처럼 옴짝달싹 안 하고 길거리에 서있을 사람이 대체 어디 있겠는가.
트릭시의 모자와 어깨 위에 엷게 눈이 쌓여 있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날릴 새털눈인데 정말로 꼼짝도 않고 서있었나 보다. 같은 인간의 피가 흐르고 있기는 한 건지 의심이 드는 무표정한 낯빛도 자세히 살펴보니 추위 때문인지 코끝과 두 뺨이 발개져 있었다. 평소보다 묘하게 인간미 넘쳐 보이고 귀엽기까지 하다는 생각이 안 드는 것도 아니었지만 지금은 그런 시답잖은 감상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었다.
“야, 깡통. 너 대체 언제부터 이러고 있었던 거야?!”
“데 이르믄 항통이 아인니다. 츠릭시 혹스이니다.”
입이 얼었는지 언제나 기계처럼 단조로운 억양으로, 그러나 완벽한 표준발음을 구사하던 트릭시가 어눌하게 말했다.
“지금 그딴 걸 묻는 게 아니잖아. 대체 여기서 뭐하는 거야? 말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벌벌 떨면서.”
“레이튼 펠프스를 만나러 왔습니다.”
한 번 입을 떼니까 좀 나은지 트릭시의 발음이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나 같은 걸 왜……. 가족들하고 파티나 즐길 것이지. 남친은 안 사귀냐? 너 성격은 그 모양이라도 얼굴은 봐줄 만하니까…….”
“부모님께는 연구실에서 철야 작업이 있다고 말씀드리고 왔으므로 문제 없습니다. 남자친구, 없습니다. 제게 이성적인 관심을 보였던 남성체는 지난 약 1년간의 데이터를 토대로 통계를 내보면 한 달에 5.7명꼴로 출현했습니다만, 저는 그들의 감정을 이해할 수 없으므로 모두 거절하였습니다.”
“그런 거 알고 싶지도 않고 관심도 없으니까 일일이 다 안 말해도 되거든? 지금 인기 많다고 유세 떠는 거냐?”
“레이튼 펠프스가 방금 제게 남자친구를 사귀지 않느냐고 물었으므로 답했습니다. 또한 저는 사실을 말할 뿐 보통 인간들처럼 언어 외적인 의도를 함축하지 못합니다.”
“어휴- 말을 말지.”
레이튼은 깊이 한숨을 내쉬고는 투박한 손을 뻗어 트릭시의 모자 위에 쌓인 눈을 조심조심 털어내었다. 반사적으로 눈을 감은 트릭시의 새하얀 속눈썹이 눈에 띄었다.
“……불쌍하니까 커피 한 잔 정도는 대접해주마.”
레이튼은 어쩐지 낯간지러워 트릭시가 아닌 눈발 날리는 어두운 허공으로 시선을 향한 채로 툭 내뱉고는 성큼성큼 수리점으로 돌아갔다.
혼자 있을 때는 잘 안 켜지만 날이 추워지면 손님들을 위해 켜놓는 난로에 불을 붙였다. 수리센터 바로 옆에 사무실 겸 자택으로 쓰고 있는 열 평 남짓한 원룸식 쪽방에서 주전자에 물을 채워갖고 나와 난로 위에 얹었다. 그 사이 트릭시는 안으로 들어와 우두커니 서있었다. 여기보다는 달리 난방을 안 했어도 방 안이 훨씬 따뜻할 테지만, 아직 어린 여대생을 남자 혼자 사는 방 안에 들이기에는 죄 없이도 죄책감이 들었다. 수리점 구석에 있는 의자 위에 소파에서 챙겨 들고 나온 방석을 얹고는 난로 앞으로 끌고 왔다.
“멀뚱히 서있지 말고 앉아.”
레이튼이 지시를 내려서야 트릭시는 고분고분하게 자리에 앉았다.
난로는 점점 빨갛게 타오르며 충분한 열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표정변화가 없는 트릭시의 얼굴도 빨간 불빛 때문인지 어쩐지 편안해 보이는 것도 같았다. 새삼 연장과 수리중인 바이크로만 가득한 살풍경한 수리센터 내부가 무안했다. 바이크 마니아들 사이에서 솜씨 좋기로 유명한 수리점이라는 자부심과는 별개로, 하얀 트릭시와 까만 기름때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았다. 역시 전구장식이든 리스든 뭐라도 하나 사서 매달아놓을 것 그랬다.
주전자의 물이 끓기 시작했다. 머그컵에 손님용으로 비치해둔 믹스커피 스틱 두 봉지를 넣고 물을 부어 휘휘 저은 뒤 트릭시에게 건넸다.
“자- 있는 건 이것뿐이야. 커피 싫어하면 그냥 뜨거운 맹물밖에 없어.”
“커피, 싫지 않습니다. 특히 단맛이 나는 커피는 더욱 싫지 않습니다. 각성 효과가 있는 카페인 성분과 일의 능률을 올려주는 당을 한꺼번에 섭취할 수 있으므로…….”
“성분표 일일이 안 읊어도 되니까 그거 마시고 얼른 집에나 가! 난 일이나 마저 할 테니까.”
사실 급한 작업도 아니고 술을 사러 나간 시점에서 오늘은 이만하려고 마음먹었었지만, 딱히 나눌 대화도 없고 그렇다고 트릭시를 혼자 방치해두고 방에 들어가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 뭐라도 해야겠다는 심정에 가까웠다.
장갑을 끼고 연장을 들고서 다시 작업중이던 바이크 옆에 자리를 잡았다. 오토바이를 앞에 두면 눈빛이 바뀐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단숨에 골몰하는데 지금은 전혀 집중이 되지 않았다. 난로가 하필이면 레이튼이 있는 곳 바로 지척이라 트릭시의 빤한 시선이 그대로 느껴졌다. 눈을 그닥 깜빡이지 않아 정말 유리알 같은 인형눈깔이 쳐다보는 것 같아서 더 기분이 이상했다.
“……보고 있으면 재미있냐?”
레이튼은 시선이 주는 부담스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트릭시를 힐금 보며 물었다. 트릭시는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전혀 눈을 깜빡이지 않다가 질문을 받으면 그 의미를 이해하고 답을 도출해내는 연산과정을 거칠 때는 저렇게 느릿하게 눈꺼풀을 움직이는 버릇이 있는 듯이.
“재미, 아기자기하게 즐겁고 유쾌한 기분. 그 개념 정의에 비추어 보건대 저의 감정 상태는 재미없음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얼씨구- 그러셔? 근데 그런 재미없는 일을 하는 날 왜 그렇게 뻔질나게 찾아오는데? 시간이 남아도냐? 또 오늘은 왜 평소처럼 멋대로 문 열고 들어오지도 않고 청승맞게 서있었어? 동사한 시체 치우는 건 사양이니까 다음부턴 그러지 마라.”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
“……? 알거든?”
예 아니오로 대답해야 하는 타이밍에 난데없는 반응이 되돌아오자 레이튼은 눈썹을 치켜세웠다. 정말 로봇 같아서 깡통이라 부를 정도로 사람 냄새는 하나도 안 나지만, 매번 짜증날 정도로 앞뒤가 맞는 말만 해대서 더 거북스러운 녀석이었다. 삶의 70퍼센트는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레이튼으로선 이성을 초월하여 냉혈한 계산기 같은 트릭시는 UFO와 별반 다를 것 없는 불가사의였다. 그런 컴퓨터 같은 녀석이 에러라도 난 건지 동문서답을 해서 당황스럽다.
“크리스마스, 크리스트교에서 섬기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일을 축하하는 날로서, 레이튼 펠프스가 말한 대로 통상 가족, 친지, 지인 또는 연인과 함께 파티를 즐기거나 선물을 나눈다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모든 현상에는 변수로 인해 발생하는 예외가 있고, 연구시에 그것이 조작ㆍ통제 가능해야 이론으로서 성립시킬 수 있습니다. 우선적으로 레이튼 펠프스도 예외가 아닐 거라 사료했습니다.”
“말은 번잡하지만 그러니까, 내가 사람들 불러서 하하호호 파티라도 하고 있는데 방해될까봐 못 들어오고 밖에서 그러고 있었다고? 깡통 너도 그런 배려를 다 할 줄 알아? 그럼 내가 밖에 안 나와 봤으면 어쩔 뻔했어? 똑똑한 줄 알았더니만 이거 순 미련퉁이구만?”
트릭시가 답답해서 화를 내고도 싶은데, 이상하게 웃음이 날 것 같기도 한 이율배반적인 기분이 들었다. 이 모든 게 크리스마스의 달뜬 분위기에 휩쓸린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레이튼 펠프스를 만날 수 있었으므로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습니다. 커피를 다 마시면 자택으로 귀환토록 하겠습니다. 레이튼 펠프스가 여는 파티를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엉? 그건 또 뭔 소리야?”
“평소 레이튼 펠프스의 식습관을 관찰한 바에 의하면 단것을 즐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도출해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저기 놓인 케이크 상자는 스스로를 위해 산 것이 아니라 타인을 위해 마련한 것이라 결론내릴 수 있습니다.”
트릭시의 말에 레이튼은 오늘 하루 종일 까맣게 잊고 있던 선반 위 빨간 케이크 상자의 존재를 깨달았다.
“아, 아아- 이거? 파티는 무슨. 오늘 아침에 동호회 녀석이 급하게 펑크가 났다며 바이크를 맡겨놓고 가다가 깜빡한 거야. 지 마누라랑 먹으려고 한 달 전부터 주문한 거라고 하는데 바보같이 말이지. 다시 가지러 오기 귀찮아서 그냥 근처 제과점에서 하나 새로 샀으니 나더러 먹으라고 하더라고. 아, 그래. 너 잘 왔다. 네 말마따나 난 단거 안 좋아하니까 저거 너네 집에 갖고 가. 어차피 난 안 먹을 거니까 내가 보관해봤자 쓰레기통행이니까.”
“불가합니다.”
“어엉?”
나름 호의와 친절을 베푼 셈인데 칼같이 거절의 말이 날아들자 레이튼은 인상을 구겼다. 트릭시는 레이튼의 심기를 거스르거나 말거나 여전히 밀랍인형 같은 얼굴로 담담히 말을 이었다.
“레이튼 펠프스의 소유물을 아무런 대가없이 받을 수는 없습니다.”
“뭐야, 그런 거였냐? 싱겁게시리. 주인인 내가 괜찮대잖아.”
“그럴 수 없습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는 타인과 함께하는 축일이므로 케이크의 소유자와 함께 나누어 먹는 것은 허용범위 내라고 판단합니다.”
트릭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꼬르륵하고 귀여운 배꼽시계 소리가 조용한 수리센터 안에 울려퍼졌다. 레이튼은 자기 배에서 난 소리가 아니니 자연스레 그게 트릭시의 생체반응이라는 것을 깨닫고 풋-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야, 너 배고프냐?”
“오전 7시 32분에 토스트와 달걀프라이 및 시리얼로 아침식사를 하고 물 이외에는 아무것도 섭취하지 않았습니다. 통상 인간의 소화기관이 음식물을 완전히 소화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은 4~5시간, 현재 시각은 오후 7시 53분이므로 완전한 공복 상태가 약 여덟 시간 정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오냐오냐. 한 마디로 배고프다 이거지? 알겠다알겠어. 잘라줄 테니까 먹고 남은 건 싸가. 그럼 되겠지?”
레이튼은 인형 내지 기계 같은 트릭시가 새삼 인간으로 보여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한 생경한 기분을 맛보며 부엌에서 앞접시 두 개와 포크를 들고 나왔다. 상자를 열어보니 안에 든 건 부쉬 드 노엘(BUCHE de NOEL), 케이크 중에서도 특출나게 단 크리스마스 초콜릿 케이크였다. 레이튼은 트릭시에게 적당한 두께로 잘라 덜어주고는, 제 접시 위에는 아주아주 얇게 저며 놓았다.
별로 먹고 싶진 않지만 안 먹으면 저 녀석이 안 먹겠다고 한사코 고집을 피울 것 같았다. 포크로 생선회나 다름없는 정도로 얇은 케이크를 입으로 우겨넣자 예상대로 어찌할 수 없는 단맛이 입 안 가득 퍼졌다. 고급 제과점산이라 그런지 마냥 달지만은 않아 먹을 만한 수준이긴 하지만, ‘먹을 수 있다’와 ‘좋아한다’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격차가 있었다. 트릭시도 작은 입에다가 케이크를 잘라 넣고 오물거렸다. 모이를 받아먹는 작은 새 같았다.
“이런 게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입니까.”
“뭐?”
“부모님과 호타루가 매년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어주었지만, 그들이 저를 기쁘게 해주려는 노력에도 언제나 무감동했습니다. 행복,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왼쪽 가슴 한 구석이 이상합니다.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항상 용이했습니다만 지금은 불가합니다. 이것이 바로 감정의 작용입니까?”
“나한테 물어봤자……. 나는 네가 아닌데, 내가 네 기분을 어떻게 알아?”
트릭시는 ‘쑥스러워함’에 해당하는 레이튼을 거동을 가만히 보다가 부쉬 드 노엘이 있는 접시로 시선을 내렸다. 감정은 잘 몰라도 받아들이기 쉬운 것과 비교적 덜 받아들여지는 것의 분류체계 정도는 내면에 있다. 즉, ‘기호(嗜好)’ 정도는 생물학적 인간인 이상 존재했다. 단것을 먹으면 연구가 더욱 잘 진척된다는 자각, 같은 디자인의 옷이라도 흰색을 선택하는 일이 많다는 확률. 감정은 기호의 연장선상에, 아니 기호가 자기 안에 잠재하는 감정이란 것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케이크는 식도를 타고 위로 들어가 소화되는 것일 테지만, 트릭시는 지금 달콤한 케이크가 심장 언저리로 가 있는 것 같다는 절대로 성립불가능한 추측을 했다.
“레이튼 펠프스는 공부해도 배울 수 없었던 것을 알려줍니다. 더 많이 가르쳐주십시오. 향후의 방문을 승인하시겠습니까?”
어느새 케이크 두 조각을 뚝딱 먹어치운 트릭시가 더 달라는 의미로 레이튼에게 접시와 함께 말을 건넸다. 레이튼은 내밀어진 접시와 여전히 무표정하지만 어쩐지 진지해 뵈는 것 같은 트릭시의 얼굴을 번갈아보다가,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혀를 차며 접시를 받아들었다.
“마, 맘대로 해!”
“……‘맘대로 해’는 무슨! 내가 허락 못하느니라!”
제3자의 목소리가 별안간 등 뒤에서 난입했다. 레이튼은 화르륵 얼굴을 붉히며 화들짝 놀라 돌아보았다. 한 손에는 케이크 상자를, 다른 한 손에는 커다란 편의점 봉투를 든 트릭시의 동생 호타루가 귀신의 형상으로 레이튼을 노려보고 있었다. 호타루는 불구대천 원수라도 되는 양 레이튼을 흘기다가, 먹다 만 부쉬 드 노엘을 발견하고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비웃었다.
“흥- 센스가 없어도 한참 없구나. 언니는 초콜릿 케이크(Devil’s Food)보다 생크림 케이크(Angel’s Food)를 더 좋아한단 말이다. 언니는 천사니까.”
“다짜고짜 남의 집에 쳐들어와서 무슨 헛소리야?! 넌 여기 또 왜 왔어?”
“언니가 연구실에 없길래 설마설마하며 와본 거다! 왜 언니가 이 좋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이런 기름 냄새 풀풀 나는 데 와 있느냔 말이다! 언니와 가장 먼저 크리스마스의 기쁨을 공유하는 건 바로 나여야 하거늘!”
호타루는 진심으로 분한 듯 발을 구르며 식식거렸다. 레이튼은 어이가 없어서 귀를 후비적거리며 건성으로 트릭시를 턱으로 가리켰다.
“아, 그러냐? 잘 왔다. 네 언니 데리고 얼른 가! 난 혼자 있는 게 좋으니까.”
“그럼 그렇지. 인상도 더럽고 성격도 그 모양이니 친구가 있을 리가 없겠지. 자, 그런 너를 위해 내가 위문품을 들고 왔느니라. 언니를 데리고 가려고 온 거지만 남의 집에 빈손으로 찾아오는 건 너라도 실례가 아니겠느냐.”
호타루는 레이튼에게 불쑥 편의점 봉투를 내밀었다. 레이튼은 호타루의 막말에 화가 치밀어 한 마디 쏘아주려다가 얼떨떨해져서는 봉투를 받아들었다. 안에는 안 그래도 레이튼이 마시고 싶었던 흑맥주와 고향 노르웨이의 술 아쿠아비트가 있었다.
“어어- 건방진 것 치고는 제법인데? 내가 좋아하는 술밖에 없잖아?”
“네놈의 취향 따위 알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만, 집을 조사하다가 냉장고를 열어보니 다양성이 없는 남자라는 걸 잘 알겠더구나.”
“뭐, 뭣?! 네가, 우리집을, 어떻게?!”
“이나바 가문은 대대로 유서 깊은 닌자 집안이니라. 우리 가문의 비기를 쓰면 그쯤은 식은 죽 먹기지. 언니의 주변을 맴도는 벌레들을 박멸하기 위해선 우선 정보 수집이 선결이니까.”
“이, 이 쥐방울만한 게―! 불법 가택 침입죄로 신고한다 너!”
“호홋- 맘대로 하여라. 닌자는 흔적 따위 남기지 않느니라.”
옥신각신하기에 바쁜 레이튼과 호타루는 아깝게도 트릭시가 아주, 아주 희미하게나마 살짝 미소 짓는 얼굴을 보지 못했다.
맛이 갈대로 간 라디오가 저절로 켜지며 분위기에 맞지 않은 흥겨운 캐럴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트릭시는 내년 크리스마스를 이제는 기다리게 될 것도 같았다.
Fin.
*
#.8 허기: 나이오비도 그렇고 불을 쓰는 능력자라 그런지 타라는 요리를 잘할 것 같은 이미지가 있습니다.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생선대가리를 팍팍 식칼로 동강내며, 마늘을 절구에 퍽퍽 찍으며 풀 것 같지 않나요. 요리실력도 늘고 스트레스도 풀고 일석이조! 어른의 어른에 의한 어른을 위한 연애의 달달함을 표현해보고자 하였으나 어떠하셨을는지.
#.9 감정수업: 사퍼 안에서 가장 냉혈한 트릭시와 가장 감정적이고 다혈질인 레이튼의 조합 좋습니다. 극도로 냉혈하기 때문에 극도로 뜨거운 레이튼을 통해서만 감정을 배울 수 있는 트릭시, 제 감정을 주체 못하고 날뛰는 일이 많아 그를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많은 가운데 냉혈하기에 아무렇지도 않은 트릭시. 반대가 끌린다느니 그런 말은 안 좋아합니다만 극과 극이라서 통하는 신묘한 이치는 분명히 있는 듯도 합니다.
- 이번에 나온 신캐 루드비히 와일드는 역대 최고라고 감히 찬사를 보내봅니다. 선은 당연히 아니지만 단순히 악이라고 치부하기도 어딘가 껄끄러우니 원. 이렇게나 입체적인 분석이 가능하고 동시에 매력적이고 한, 사각지대 없는 인물이라니.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마음 속 상위권에 당당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 오탈자 및 이상한 문맥 지적, 근거 있는 비판, 다양한 질문 환영합니다.
- 주요서식지: http://blog.naver.com/goastbaster
- 깨알 같은 전작 홍보(제목을 누르면 해당 소설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제목 |
길이 |
주연 |
부가정보 |
장편 (完) |
다이무스&트리비아+올캐러 |
안타리우스의 트리비아 납치 시도가 있은 뒤 신변의 위협을 받게 된 그녀의 호위를 맡게 된 다이무스, 이윽고 벌어지는 전쟁과 제2차 인형실 끊기 작전 | |
중단편 (비정기 연재중) |
다이무스&트리비아+올캐러 |
「Twilight ― heure entre chien et loup ―」의 후일담격 소설, 사이퍼들의 여름 휴가 | |
손바닥글 모음 |
다무틀비 |
「포옹」, 「이종교배」, 「말장난」, 「수트 로맨스」 등 | |
손바닥글 모음 |
다무틀비 |
「춘정」, 「충동」, 「수트 로맨스 2」, 「태동」 등 | |
중단편 (完) |
루이틀비 外 |
한날한시에 납치된 연인 트리비아와 연합의 수장 앤지 헌트, 둘 중 하나만 구할 수 있는 극한 상황에 부딪친 젊은 영웅 루이스의 선택은 과연...? | |
중편 (完) |
루이틀비마틴 +브루스 |
진격전의 배경스토리를 바탕으로 하는 이야기. 루이틀비의 갈등, 마틴의 짝사랑, 마틴과 브루스 사이의 갈등의 실체 | |
손바닥글 모음 |
마틴틀비 |
「고양이」, 「2월 14일」, 「갈증」, 「천사의 유희」 등 | |
손바닥글 모음 |
마틴틀비 |
「악몽」, 「체스」, 「친애」 등 | |
단편 |
피터미쉘데샹 |
지금으로부터 약 7년 후의 이야기, 미쉘이 모르는 피터의 진실 | |
단편 |
데샹미쉘피터 |
기묘한 모나헌 남매의 사정에 흥미를 가지고 접근하는 위선자 까미유 데샹 | |
단편 |
바레미쉘 |
[연성교환] 중세 패러렐. 마녀사냥에 쫓겨 죽어가는 소녀와 그 소녀를 줍는 늑대의 이야기 | |
단편 |
다이무스 |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 |
손바닥글 |
드렉샬럿 |
[커미션] 가끔 있는 헬리오스의 회식 자리에서 자꾸만 음식을 가방으로 숨기는 샬럿에게 의문을 품고 드렉슬러는 어느 날 소녀의 뒤를 좇는데... | |
손바닥글 모음 |
까미유&마틴... |
[리퀘 이벤트] 「굴욕」 (웨슬J),「연쇄」(J),「무장해제」(휴톤+미쉘+트리비아) 수록 | |
설정집+손바닥글 모음 (비정기 연재중) |
올캐러 |
사이퍼들이 21세기에 태어나 평범한 대학생으로 살아간다면? | |
단편 |
벨져앤지 |
[커미션] 부친 흑염 하이드의 의문스러운 죽음의 진상을 좇는 지하연합의 수장 앤지 헌트와 그녀의 호위를 맡게 된 검의 형제 기사단의 벨져 홀든 그리고 루이스 | |
단편 |
하랑린 |
사이퍼즈 세계관의 현 시점으로부터 약 10년 후, 1945년 8월 15일 대한민국이 해방되고 난 뒤 하랑과 린은 함께 조국을 방문한다. 하랑은 린을 위해서 무언가 일을 꾸미고 있는 듯한데... |
P.S.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