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phers

  • 대학퍼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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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

고스트바스터 [72급]

2015-07-07 10:11:41

- 오늘의 사이퍼즈 선정 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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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픽션(fiction)입니다. 특정 단체ㆍ사건ㆍ사상ㆍ종교와 무관함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 대학퍼즈 설정집 1.( http://blog.naver.com/goastbaster/220134578966 )을 꼭 보고 오셔야 합니다!

*** 대학퍼즈 EPISODE #.1~3( http://blog.naver.com/goastbaster/220194018342 )





【포트레너드시 소재, 사퍼대학교 학생 신상정보 2】



* 이름(First Name)+성(Family Name)을 기준으로 자모순 배열

** 개인적인 커플링 취향과 캐릭터 편애를 아주 완전 많이 반영

*** 공식세계관 설정을 토대로 하지만 21세기를 배경으로 약간씩 변용하고 윤색을 가함

**** 소속학과, 동아리, 진로희망을 그리 정한 데 별 이유는 없고 떠오르는 대로, 느낌대로 막

   

2. 1학년

이름

소속학과

동아리

진로희망

부가정보

리사 스트라우스

피아노학과

여자밴드부

(키보드)

피아니스트

리첼의 쌍둥이 언니. 주변에서 봐도 심하다가 싶을 정도로 동생 리첼에게 의존한다. 어릴 적부터 유명했던 피아노 신동으로 불치병에 걸린 딸의 수술비가 궁했던 어느 사내에게 납치당할 뻔한 적이 있다. 납치 당시의 기억은 극심한 공포심이 원인이 되어 모조리 상실했으나 그 트라우마는 남아 대인기피증에 시달려왔다.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며 그나마 동생 리첼에게 의존하여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을 비교적 별 탈 없이 마치고 대학에 진학했다. 낯선 사람을 만나는 자리를 극도로 꺼리며 어쩌다 그런 자리에 나가더라도 리첼 뒤에 숨기 바쁘고 부모와 동생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말을 더듬는 경향마저 보인다. 다만 한 가지, 피아노를 칠 때면 무서울 정도로 몰입하며 연주를 끝마칠 때까지는 그 어떤 소리도 듣지 못한다. 이미 단독 연주회를 열어 전석 매진을 시킨 적이 있을 정도로 각광받는 세기의 피아니스트 재목. 예체능 대학 5대 여신 중 하나.

리첼 스트라우스

실용음악과

여자밴드부

(보컬)

가수

노래, 작사, 작곡에 다 능한 싱어송라이터. 언니 리사와 달리 천부적인 음감을 타고나지는 않았지만 피나는 노력과 그를 뒷받침하는 음악에 대한 애정과 헌신으로 수준 높은 실력을 갖추었다. 삼시 세 끼 밥보다도 음악을 만들고 노래하는 걸 더 좋아한다. 남자들보다는 소녀팬이 더 많은 밴드부의 보컬. 피아노 신동으로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언니 리사가 납치 당할 뻔했던 장면을 먼 발치에서 뻔히 보고 있었으면서도 '언니만 사라진다면 엄마 아빠가 날 더 많이 좋아해줄 텐데...'라는 생각에 소리를 질러 주변에 도움을 청하지도 울지도 않았다. 다행히 미수에 그쳐 초범이었던 납치범은 일찍 검거되었으나, 그날 이후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는 언니에게 커다란 죄책감을 느끼며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언니를 지켜줘야 한다는 강박증을 지니고 있다. 예체능 대학 5대 여신 중 하나.


4. 3학년

이름

소속학과

동아리

진로희망

부가정보 

제키엘 헌팅턴

금속공예과

헤비메탈부

(기타)

보석세공사

부모님에게 이끌려 한때 사이비 종교에 심취할 뻔 한 적이 있었지만 성실한 연년생 누나의 만류로 인해 그나마 제정신을 차렸다. 부모 대신에 자기를 희생해서까지 가족을 책임진 메이의 헌신을 알기 때문에 이제는 누나의 부담을 대신 짊어지겠다고 큰소리 떵떵 치기는 하지만 아직은 실질적으로 보탬되는 건 별로 없다. 여전히 놀기 좋아해서 자기가 버는 알바비로도 모자라 누나에게 용돈을 타 쓰기 일쑤이고 만취한 상태로 메이의 자취방에 막무가내로 처들어가 곯아떨어기도 하는 애물단지. 여배우 아나벨라 장 마리에가 누나의 절친이라는 것을 제 일인 양 자랑하고 다니고 싶지만, 뭐든지 다 당해주는 누나가 이것만큼은 비밀로 하지 않으면 앞으로 용돈 받을 생각은 말라며 으름장 놓아서 입을 다물고 있는 상태. 메이를 고생시켰고 지금도 짐덩어리에 불과해서 아나벨라가 싫어하는 티를 노골적으로 내는데도 눈치 채지 못하고 그저 어떻게든 호감을 얻기 위해 노력중.


5. 4학년

이름

소속학과

동아리

진로희망

 부가정보

릭 톰슨

관광학과

등산부

관광가이드


or


전쟁기자


or


자유여행가

캠퍼스 안에서 상주하는 것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말할 정도로 방랑벽에서 더 나아가 역마살이 낀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여행 다니기를 좋아하는 청년. 출석일수가 모자라도 심하게 모자라서 전과목 F 받을 위기를, 언제나 자신이 다녀온 여행지에 관하여 직접 촬영한 사진과 경험담을 실은 훌륭한 포트폴리오를 작성해서 통과해왔다. 젊은 나이에 이미 여행기를 세 권이나 내서 베스트셀러가 된 능력자. 죽기 전까지 지구상의 모든 나라에 가보고 그 경험담을 써서 책 한 질로 내는 것이 꿈이다. 동시에 여전히 내전이 끊이지 않는 지역에 가보고는 이 참혹한 실태를 국제사회에 알려야 한다는 정의감을 품고도 있어 고민하는 중. 역동적이고 건강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에 비해 하고 있는 태도를 보면 꽤나 애늙은이 같은 구석이 많다. 요즘 세상에 할아버지들도 잘 쓰지 않는 하오체를 구사하며 볕 잘 드는 테라스 카페에 앉아 아메리카노와 달달한 글레이즈드 도넛을 즐길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제법 준수하게 생긴 외모가 슬퍼질 정도로 최악의 패션센스를 자랑한다. 동아리 선후배 모임에서 알게 된 브루스와 나이를 생각하지 않는 막역한 사이이며, 그게 인연이 되어 브루스의 수양아들인 마틴과도 친하게 지낸다. 오스트리아를 여행하던 도중 벨져와 만나 인연을 맺기도 하다.

탄야 랜킨

화학공학과

오컬트연구부

조향사

실제 나이, 출신지 등 모든 행적이 수수께끼 베일에 싸여 있는 기묘한 여인. 입학시기조차도 불문명해 사실은 그녀가 15년 전 입학한 이래로 졸업유예 가능 기간도 넘겨 계속 재학 상태에 있다는 소문도 은밀하게 떠돈다. 학교 측에서 그녀의 신상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관련 파일을 열어보려고 하면 갑자기 정전이 난다든가, 의문의 바이러스에 걸린다든가 하는 불가사의한 일이 벌어져 항간에 '불로불사의 마녀'라는 이명으로 불린다. 거의 대부분 주변에는 오컬트연구부의 여자 후배들이 추종자처럼 서너 명씩 따라 다니며 언제나 꿈을 꾸는 듯한 얼굴로 그녀를 '주인님'이란 호칭으로 부른다. 까미유와 묘한 분위기를 풍기며 단 둘이 담소를 나누고 있는 장면이 더러 교내에서 목격되어 둘이 사귀는 사이가 아닌가 하는 소문도 돌고 있다. 어느 패기 넘치는 학보 기자가 진상규명을 하러 두 사람에게 각각 찾아갔지만 그저 말없이 웃기만 하는 그들에게선 아무런 대답도 얻지 못했다고.


(+) 덧

1) 리첼 프로필은 처음 작성 당시에는 리사가 나오지 않았던 터라 리사 프로필을 작성하면서 그에 맞추어 대폭 수정 

2) 전쟁기자는 '종군기자(從軍記者)'라는 표현으로 더 많이 쓰이지만, '군을 따라다닌다'라는 한자어의 의미가 적절치 못하다는 것을 어느 책에서 접한 적이 있으므로 그에 개인적으로 수긍하여 전쟁기자라는 표현으로 씀.



【EPISODE】



#.4 [시바스텔] 동거

  길게 늘어진 자신의 그림자를 보고 메이는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태양은 하루의 마지막을 가장 화려하게 장식하고 싶은 것처럼 붉게 타오르며 서산 아래로 가라앉고 있었다. 아련한 눈길로 석양을 바라보다가 잠시 눈을 감았다. 얼굴로 와 닿는 빛깔만큼이나 따스한 저녁놀이 기분 좋아서 입가에 저도 모르게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황혼이 내리는 시간에 집으로 돌아오는 일에 이제는 제법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그렇게 낯설 수가 없었는데 이제는 마음 놓고 해질녘의 정경을 즐긴다. 모든 수업을 듣고 난 뒤엔 알바를 뛰느라 늘 밤하늘의 별을 보거나 찬 새벽 공기를 마시며 자취방으로 돌아와 죽은 듯이 잠에 빠지기 바빴는데. 어느 날 자취방에 굴러들어온 고귀한 품종의 고양이 한 마리 덕분에 인간다운 삶을 되찾았다. 아니, ‘되찾았다’는 표현은 이상하려나. 한 번도 숨통 트인 적 없던 삶이었던 터라 ‘시작했다’라고 말하는 게 타당할 것이다.


  한동안 더 홍시 같은 저녁해를 응시하다가 오른손에 든 묵직한 장바구니의 무게를 의식하며 다시 걷기 시작했다. 오늘은 마침 돼지고기와 양파가 세일중이었다. 두 가지를 조합해서 나오는 오늘의 저녁 메뉴는 딱 하나밖에 없었다. 더 무궁무진한 레시피는 널렸을 테지만 적어도 메이에게는 그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일류 레스토랑에서 두툼한 스테이크나 랍스터 같은 것만 먹을 듯한 고양이는 의외로 계란프라이 얹은 햄버그스테이크를 무진장 좋아했다. 맛있다고 온갖 과장 넘치는 미사여구를 들을 때마다 얼굴이 다 화끈거린다. 혼자 때운다는 개념으로 했던 식사는 둘이 있어 즐거움이 되었다. 고양이는 집을 비우는 일이 많아서 오늘도 혼자 먹는 일이 되겠지만. 나중에 위꼴사라도 찍어서 전송해야겠다.


  자취방 현관문에 열쇠를 꽂아 돌렸다. 찰칵하고 열리는 소리는 나지 않고 손끝으로 열쇠가 헛도는 느낌이 전해져왔다. ‘도둑인가’라는 생각이 들자 등골이 쭈뼛 섰다. 어차피 훔쳐갈 만한 값비싼 물건은 없다. 다만 예전에 살던 원룸촌 근처에는 속옷도둑이 기승을 부려서 성가셨다. 혼자 사는 여자에게는 무서워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 녹록치 않은 세상이다. 남 불쌍히 여길 처지가 아니지만 이런 돈 될 것도 없는 여대생의 자취방을 터는 도둑의 처지에 동정이 가기도 했다. 장물로 넘쳐나는 부잣집 담벼락은 넘을 수가 없으니 피차 근근이 살아가는 처지에 고만고만한 것들끼리 뺏고 뺏기는 셈이었다. 하늘에서 1억이 떨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건 평생 1억을 만져볼 일이 없는 사람들뿐이다. 부디 도둑이 이미 뒤질 대로 뒤지고 나간 뒤이기를 바라며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무얼 봐도 놀라지 않으리라 마음먹었건만 메이는 긴장했던 어깨를 단숨에 축 늘어뜨리며 입을 벌렸다. 놀라움이라기보다는 황당함의 표현이었다. 고양이가 침대에서 마음껏 뒹굴거리고 있었다. 그렇잖아도 좁은 10평 남짓한 방에 최고급 침대가 아니면 잠을 못 잔다며 이 집에 쳐들어온 다음 날 곧장 주문해서 들여온 큼지막한 더블베드였다. 그 위에서 이불도 덮지 않고 기다란 베개에 나무늘보처럼 유려한 팔다리를 휘감고서 자고 있다. 그것도 팬티 바람에 후줄근한 박스티 하나만 걸친 모습으로. 누가 상상이나 할까? 세계적으로 유명한 배우 아나벨라 장 마리에가 이런 품위 없는 모습으로 잔다는 걸.


  메이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오면 온다고 미리 연락이나 해주면 좋았을 것을. 그리 생각하면서도 아나벨라가 그럴 위인이 못 된다는 걸 마음속으로 한 번 더 되새길 따름이었다. 아니면 문단속이나 좀 잘하고 있든가. 행여 도둑이 들었다가 몹쓸 생각을 품고 달려들면 어쩌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좋게 말하면 생활감이 넘치고 나쁘게 말하면 너저분한 모습이라도 섹시하기 그지없는 자태가 아닌가.


  식탁에 봉투를 내려두고 조용히 침대로 다가가 아나벨라가 차버린 이불을 도로 덮어주려고 했다. 그런데 곤히 잠들어 있었던 것이 분명해 보였던 사람의 눈이 불시에 번쩍 뜨이더니 손을 뻗어와 메이의 목을 강하게 휘어감았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도 모르고 본능적으로 눈을 감았다 뜨니 시야가 반전되어 침대에 누운 채로 천장을 향하고 있었다. 물론 메이가 보고 있는 건 천장이 아니라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넋을 놓고 볼 수밖에 없는 미모의 여배우였다. 목에 와 닿는 서늘한 감촉에 체념하듯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뜨며 생각했다. 메이가 걱정해야 했던 건 이 요염한 고양이가 아니라 도둑 쪽이었다는 걸.


  “스텔라, 이제 오는 거야? 나 배고파. 밥 줘~.”

  “……일단 그 대사는 목에 칼을 들이대면서 할 말은 아니라고 본다만.”

  “응? 아아~ 이건 포의 본능 같은 거니까. 그래도 처음처럼 네 새하얀 목덜미에 상처를 내는 일은 없어졌으니까 칭찬해줘.”


  아나벨라는 무슨 마술처럼 우아한 손짓 한 번에 칼을 어디론가 감추더니 메이의 가슴팍에 얼굴을 부볏거렸다.


  처음에는 정말로 경악스러웠지만 이제는 경동맥 가까이에 날붙이가 닿아 있어도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 못하는 걸 보면, 억척스러운 메이 헌팅턴의 생존 본능도 참 많이 무뎌졌다 생각하며 애교 많은 고양이의 결 좋은 머리털을 쓰다듬어주었다. 기가 막힌다는 심정이 거짓말처럼 사르르 녹아버리며 입가에 어쩔 수 없이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그러고보니 얼굴을 못 본 지 3주도 더 되었다. 영화 촬영 때문에 해외 로케에 나가있었다. 지금에야 침대 옆에 아무렇게나 벗어둔 고급스러운 옷가지와 큼지막한 캐리어가 보였다. 공항에서 바로 이리로 왔다는 증거였다. 이상한 만족감이 아마도 요 몇 주간 헛헛했던 가슴을 채웠다.


  메이는 아나벨라의 어깨를 잡고 부드럽게 밀어내며 몸을 일으켰다. 할 일이 많다. 이 배고픈 고양이 밥도 줘야 하고, 분명히 스스로 정리할 생각이 없을 여행가방 짐도 풀어야 한다. 365일 심지어 속옷까지도 매일 같은 옷을 입는 일이라곤 없는 아나벨라로 보건대 세탁물 양이 장난 아닐 것이다. 거의 다 물빨래를 할 수도 없는 고급옷감들이라 세탁소에 맡겨야 했다. 세탁소 아주머니는 검소한 메이가 어떻게 이런 명품 옷을 매번 가져오는지 여전히 미심쩍은 눈길로 보지만 익숙해졌다. 아침에 널어둔 빨래도 걷어 개켜야 한다. 우선은 햄버그스테이크 고기 반죽부터 양념해서 재워둬야겠다고 머릿속으로 계획을 착착 세우며 머리를 묶었다.


  예전엔 거치적거려서 앞머리도 내지 않고 그저 굵은 머리끈으로 잔머리도 튀어나오지 않을 만큼 꽉 한 줄로 묶고 다녔다. 아나벨라가 푼 게 더 예쁘다고 해서 풀고 다니기 시작했다. 전화번호를 묻는 남자들이 부쩍 많아졌다는 건 기뻐해야 할 일인지 귀찮아해야 할 일인지 몰랐다. 화장이나 옷에는 관심도 없고 꾸밀 시간도 돈도 아까워 미용이나 치장에는 전혀 공을 들이지 않지만 머리카락만은 유일한 자부심이었다. 그냥 마트에서 그때그때 세일하는 샴푸를 사서 쓸 뿐 별다른 손질을 하지 않아도 찰랑거리고 윤기가 흘렀다.


  “흐음, 스텔라~ 이거 누구야? 스팸 전화……는 아닌 것 같은데?”


  양파를 빠르게 다져 고기와 함께 양념을 해 버무리는 메이의 허리를 한 팔로 휘어감으며 아나벨라가 눈앞에 휴대폰 통화 이력을 들이밀었다.


  아나벨라와 포는 다르지만 가장 커다란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질투가 극심해서 메이를 괴롭히기 일쑤였다. 따지고 보면 머리를 풀고 다니라고 말한 둘의 탓인데 왜 애꿎은 내가 혼나야 하는 걸까 의문이 들었다. 분명히 비밀번호를 걸어놨고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매번 어떻게 푸는지 알 수가 없다. 패턴으로도 해보았고, 질문 답변 입력으로도 해보았지만 귀신같이 해제시켰다. 프라이버시가 있다고 항변했지만 도저히 듣는 귀를 가져주지 않았다. 적당히 꾸며서 들러대면 집요하게 추궁하여 결국 진실을 토하게 만들었다. 메이 헌팅턴, 아니 스텔라는 아나벨라와 포 앞에서는 그저 무력하기만 했다.


  “……우리 학교 남학생 하나가 번호를 달라고 해서 거절했는데, 우리 과 동기한테서 알아내서 연락했다고 한다.”

  “어머, 우리 스텔라가 매력적인 건 어떻게 알아가지고. 그치만 본인한테 거절당했는데도 끈질기게 다른 사람한테서까지 번호를 캐물어서 전화를 하다니……죽여버릴까?”

  “포…!”


  같은 목소리였지만 느낌이 전혀 다르다. 아나벨라가 표면에 나와 있는 시간이 더 많지만 포는 예기지 못하게 튀어나와 놀래기 일쑤였다. 다른 사람이면서도 한 사람이라 둘의 차이를 확실히 인식하고 있는 메이조차도 그 변모에 따라가지 못할 때가 많았다.


  “아하하- 포는 농담이 지나치다니까. 나도 마음 같아선 그러고 싶지만 우리 스텔라는 맘이 약하니까 그러면 안 돼.”


  다시 아나벨라가 되자 메이는 속으로 안심하며 고기를 치대는 작업을 계속했다. 포가 튀어나올 때면 별수 없이 긴장한다. 변덕스럽다는 점에서 아나벨라와 같지만 그녀의 변덕은 애교 수준으로 끝나지 않았다. 아나벨라와 포를 구성하는 성분은 같지만 그 발현 방향이 정반대였다. 아나벨라가 도덕적인 수준을 지킨다고 하면 시바 포는 모든 도덕을 거부하는 방면으로 나아갔다.


  카페에서 같이 일하던 남자 선배 하나가 의문의 린치를 당해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모골이 송연해져 아나벨라를 추궁한 적이 있었다. 단지 메이와 웃으면서 몇 마디 주고받았다는 게 이유였다. 실행한 것은 포였지만 아나벨라가 대신 별 대수롭잖다는 듯이 대답했다. 방향은 다를지라도 이 둘은 둘이면서 하나라는 걸, 모든 행동의 공범이라는 걸 그때 깨달았다. ‘따로 또 같이’라는 표현은 이 둘을 위해 태어난 말인 줄 알았다.


  자기 마음대로 남자의 착신이력을 지우고 차단설정까지 해놓는 아나벨라를 흘긋 보며 체념하며 냉장고를 열었다. 햄버그스테이크에 곁들일 달걀볶음밥을 하려고 열었지만 문득 안쪽의 생새우가 보였다. 튀김 해먹으려고 며칠 전에 사두고는 깜빡했다. 새우튀김도 아나벨라가 툭하면 해달라고 조르는 메뉴 중 하나였다. 밖에서 흔히 사먹을 수 있는 새우튀김은 전부 튀김옷이 반이고, 진짜 제대로 된 걸 먹으러 가기엔 예약해야 하는 고급 일본식 요정에나 가야 해서 귀찮다고 했다. 초딩 입맛이면서도 지극히 고급스럽기 짝이 없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싱싱한 대하를 보고 무심코 사버렸지만 언제 돌아올지 몰라 손을 댈 수 없었다. 아나벨라가 매일 국제전화 비용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전화해주었지만 묻고 싶어도 묻지 않았다. 언제 돌아오냐고.


  새우튀김도 하기로 마음먹고 팩을 꺼내들었다. 식탁에 앉아 얼굴을 두 손으로 괴고 구경하던 아나벨라가 ‘새우튀김이다―♥’하고 환호성을 지르자 메이는 슬쩍 웃었다. 손질이 미리 튀김용으로 되어있는 것이라 다행이었다. 얼음물에 생새우를 담가놓고 튀김가루를 물에 개고 쟁반 위에 빵가루를 부어두었다. 깊은 중국식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붓고 기름이 끊기를 기다리며 달걀을 볼에 깨 넣어 풀었다. 요 몇 주간은 그냥 있는 반찬에 대강 때웠는데 본격적으로 요리를 하는 건 오랜만이라 즐겁다. 볶음밥에 넣을 파를 다 썰고는 기름이 충분히 달아오른 것을 확인한 뒤에 옷 입힌 새우를 기름 안으로 풍덩 투하했다.


  “맛있겠다~ 난 이 지글지글하는 소리가 정말 좋다니까.”

  “기름 튄다. 저리 가라.”


  아나벨라가 메이의 뒤에 바싹 붙어 서서 농염하게 허리를 휘어감았다.


  “내 고운 피부 상할까봐 걱정해주는 거야? 괜찮아. 나야말로 스텔라의 매끈한 살결에 기름 튈까봐 걱정인 걸.”

  “네가 좋아하는 음식의 절반이 기름을 엄청 많이 먹는다는 건 알고 있는 건가?”

  “괜찮아. 다 가슴으로 가거든.”

  “…….”


  다이어트로 고민하는 뭇 여성들에게 몰매 맞을 만한 소리를 아무렇게나 하는 아나벨라에게 기가 막혔다. 아나벨라와 함께 생활하면서 헐렁하던 바지가 살짝 끼는 느낌이 들어 고민이라고 하는데. 무슨 말을 해도 아나벨라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야 만다는 걸 알면서도 잔소리하는 걸 그만둘 수 없는 스스로를 마음속으로 질타하며 기름 속에서 춤추는 튀김을 젓가락을 휘저었다. 그러다가 허리에 있던 손이 슬금슬금 올라와 덥석 가슴을 움켜쥐자 화들짝 놀라며 어깨를 튀었다.


  “뭐, 뭐, 뭐하는 거냐?!”

  “에이― 스텔라 가슴도 이렇게 빵빵하면서 뭐가 걱정이야~? 메이는 오히려 좀 쪄야 한다고.”

  “성희롱으로 고소할 거다!”

  “기소조차 안 될 걸? 왜냐하면 스텔라 가슴은 처음부터 내 거였으니까.”

  “너 정말…!”

  “아잉, 알았어. 장난은 이제 그만. 그나저나 튀김 건져야 하는 거 아니야?”


  이미 마음껏 주물럭거렸다는 듯 선선히 손을 떼며 메이의 뒤에서 물러났다. 짓궂은 장난을 치다가도 빠지는 타이밍이 기가 막혀서 더 화를 내려야 낼 수 없게 만들었다. 같은 수법에 계속 당하는 자기도 문제가 있다고 여기며, 메이는 벌게진 얼굴로 황급히 새우튀김을 키친타월을 깔아놓은 접시에 차곡차곡 담았다. 내려놓기가 무섭게 아나벨라는 튀김 하나를 손으로 집어들었다.


  “집어먹지 마라. 행실이 나쁘다.”

  “뭐야~ 무슨 테이블 매너 같은 걸 따지고 그래? 이런 건 이렇게 먹어야 제일 맛있단 말이지. 앗 뜨거!”


  아나벨라가 새우튀김을 과감히 한입 베어 물더니 뜨거움을 호소했다. 메이는 남은 새우튀김을 마저 기름 속으로 집어넣다 말고 놀라서 후다닥 냉장고로 달려갔다. 냉동실에서 얼음을 하나 꺼내와 아나벨라의 입 속으로 쏙 집어넣었다.


  “괜찮아?! 심하게 데인 건가? 거봐라, 내가 먹지 말라고…!”


  메이는 말문이 막혔다. 말 그대로 정말로 아나벨라에 의해 입술이 틀어막혔다. 이쪽이 걱정하는 걸 알기나 하는지 어쩐지 싱글벙글한 얼굴로 쳐다보던 아나벨라가 갑자기 입술을 포개왔다. 깜짝 놀라서 뿌리치려다 입 안으로 무언가 차가운 것이 비집고 들어오자 흠칫하며 몸을 굳혔다. 방금 전에 아나벨라의 입 속에 넣어준 얼음이 틀림없었다.


  한 박자 늦게 메이는 화르륵 얼굴을 붉혔다. 어안이 벙벙해진 메이의 얼굴을 재미있다는 듯이 계속 쳐다보던 아나벨라는 한 번 더 가볍게 촉 입 맞추고는 메이를 팔 한가득 꼭 껴안았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자세라 다행이다. 물론 얼굴을 볼 수 없어도 아나벨라는 메이의 반응쯤은 다 꾀고 있을 터였다. 입 안의 얼음이 조금이라도 상기된 뺨을 식혀주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아아~ 스텔라 역시 얼른 나랑 결혼해줘. 이런 남편감이 어딜 봐도 없다니까.”

  “……내가 남편인가.”

  “그럼! 이렇게 아름다운 내가 신랑일 수는 없잖아? 물론 스텔라도 예쁘지만.”

  “……나도, 웨딩드레스가 입고 싶다만.”


  수줍음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무뚝뚝하게 꾸민 것이 분명한 메이의 목소리에 아나벨라는 품 안에서 메이를 떼어내 얼굴을 빤히 보았다. 그 눈을 차마 마주볼 수가 없어서 메이는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얼음은 올라간 체온 때문인지 이미 다 녹아버리고 없고, 아나벨라의 시선에 얼굴은 더 달아오를 뿐이었다. 대체 방금 무슨 말을 지껄인 건지 모르겠다.


  “신랑이 웨딩드레스 못 입는단 소리는 아니었는데 말이야.”

  “…….”

  “아유, 귀여워~.”

  “……놀리지 마라.”

  “그래도 일단 나랑 결혼할 생각은 있는 거네?”

  “……그런 말 한 적 없다.”

  “부끄러워하기는.”

  “……새.”

  “응?”

  “타는 냄새! 튀김!”


  메이는 문득 코를 찌르는 자극적인 냄새에 수줍음을 단숨에 내팽개치며 가스레인지 쪽을 쳐다보았다. 이미 익은 시점을 지나 갈색으로 변하고 있는 튀김을 발견하고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비싼 새우를 뜨거운 기름 속에 그냥 방치해두다니. 재료 낭비일뿐더러 튀김옷이 타면서 깨끗했던 기름색깔까지 안 좋게 변해버렸다. 허둥지둥 망친 새우튀김을 건져내고는 일단 가스레인지 불을 껐다. 방금 전까지의 귀여운 동거인은 온데간데없고 주부 9단만이 원망스러운 얼굴로 아나벨라를 노려보고 있었다.


  “얌전히 식탁에 앉아서 기다려라! 안 그러면 저녁밥은 없다. 아아, 식용유 아깝다. 소다를 사다가 빨래비누라도 만들어야 하나…….”


  이런 때 메이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걸 아무리 제멋대로인 아나벨라라도 알기에 얌전히 식탁의자에 도로 앉았다. 엄마한테 혼난 아이가 아니라 여전히 사랑스러운 연인을 보는 눈길로 메이를 바라보았다. 못 쓸 정도로 기름이 타버린 것도 아닌데 굳이 내버리고 깨끗한 걸 쓰려는 건, 그런 건 아나벨라가 절대로 먹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는 까닭이다. 혼자 먹을 거였다면 분명히 그대로 나머지 새우도 튀겼을 텐데.


  워낙 생활감이 강해 이런 식으로 로맨틱한 분위기가 박살난 게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그것마저도 스텔라의 매력에 지나지 않았다. 장기간 투숙한 고급 호텔에서 매일같이 일류 셰프의 요리를 맛보면서도 그리웠던 메이의 요리를 배불리 먹는 것부터 일단 생각하자. 그녀를 위해 트렁크 한가득 사온 선물을 떠안기면 건 그 다음이어도 좋을 것이다.


  아나벨라는 대중 앞에서는 한 번도 내보인 적 없는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다.



#.5 [마틴틀비] 내가 먼저였는데  ※ 더 정확히는 마틴→트리비아

  세상을 전세내고 있는 듯한 이 기분이 참을 수 없이 좋았다. 말에 올라타면 맡을 수 있는 공기의 층위가 달라진다. 일상생활에 찌든 머리가 저절로 맑아졌다. 녹음이 짙게 드리운 숲속이기에 더욱 해방감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이리라.


  매주 금요일 도심을 벗어나 교외 산자락 아래 있는 이 드넓은 목장을 찾았다. 어느새 자가치유의식과 같은 일로 정착한 일상이었다. 일부러 금요일 수업을 다 빼고 조금 힘들더라도 사흘을 빡시게 보내는 보람이 있었다.


  여기 주인은 말이 너무 좋은 나머지 사유림 본연의 모습을 최대한 살려 통째로 목장으로 개조해버린 사람이다. 순수하게 회원제로만 운영되었다. 소유주를 대신해서 말을 정성스레 돌봐주고 목장의 면적도 어마어마해 상당한 유지비가 들어 사실 회원권을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만큼 일반적인 중소규모 목장에서는 누릴 수 없는 승마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기에 마틴은 동아리 활동 외로 혼자 꼬박꼬박 이곳을 찾았다.


  불금이라도 주중은 주중인지라 주말에 비해 승마객이 적다. 숲을 달리는 내내 타인과 마주칠 일이 거의 없었다. 일부러 그런 시간대를 노렸다. 한가로운 숲을 독점하는 사치를 누리기 위함과 동시에 이런 시간대에만 찾아올 것 같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오늘도 역시 허탕인 걸까요, 리비? 아, 기분 상해하진 말아요. 당신과 오붓하게 보내는 것도 충분히 좋으니까요.”


  마틴은 토라진 듯 투레질하는 말의 목의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었다. 대학에 붙고 승마부에 든 아들을 위해 부친은 성년의 날에 기념으로 이 갈색 암말을 사주었다. 목장 주인이 예전부터 아버지의 오랜 고객이었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 당시 다짜고짜 목장으로 붙들려 와서는 마방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녀석을 보자마자 그녀를 떠올렸다. 윤기가 흐르는 짙은 갈색 몸과 그보다 저 짙은 색 갈기는 그녀의 유려한 브루넷을 연상시켰다. 맑고 깊은 눈망울 또한 그 신비로운 눈동자를 떠올리게 했다. 누가 보더라도 아름답다고 감탄을 터뜨릴만한 그런 서러브레드 종마였다. 실제로 말이 그녀와 닮았다기보다는 그저 모든 아름다운 것에서 마틴이 그녀를 생각해내지 않고는 못 배기는 탓일지도 몰랐다. 말의 이름을 그녀의 이름에서 따온 것 또한 불가항력이었다.


  애초에 승마부에 든 것도 그녀가, 트리비아가 승마부라는 사실을 알아낸 까닭이었다. 심리학과는 사회과학대학, 패션디자인과는 예술대학으로 단과대학 건물 사이의 거리가 엄청나 마주칠 가능성이 현저히 낮았다. 일부러 일반교양 수업 중 예술계열을 하나 골라 듣기도 했지만 우연으로라도 그녀와 만날 수가 없었다. 현직 모델인지라 학교에 나오는 일 자체가 적으니 당연한 일이라며 체념하면서도, 혹시 동아리 활동에서는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어김없이 품었다. 타인과의 교류를 꺼리는 그녀가 2학년 때 도중 입부라고는 해도 동아리에 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웠는데, 접점이 생길만한 가능성은 전부 확보해두고 싶었다. 뒤늦게 그녀가 이 목장의 회원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어떤 운명처럼 나홀로 가슴이 설렜다.


  의도는 불순했을지 몰라도 승마 자체는 진심으로 즐거워서 홈즈 시리즈를 탐독하는 것 외의 좋은 취미생활로 자리 잡았다. 수업, 과제 및 학과 활동에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학생회 일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의 위안이 되었다. 딱 하나 모자란 것이 있다면 오직 트리비아의 존재, 중3 때 아버지의 병원에 찾아온 그녀를 처음 본 순간부터 싹튼 이 사랑의 열병만이 감미롭고도 고통스러운 결핍으로 늘 심장과 뇌리에 도사리고 있을 따름이었다.


  “응?”


  부드럽게 고삐를 당겨 리비를 제자리에 세웠다. 마틴이 거닐고 있는 잔디밭 한가운데를 흑마와 백마 한 쌍이 가로막고 있었다. 기수가 말에서 내려 말들이 자유롭게 풀을 뜯게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 일이야 하나도 부자연스러울 것이 없었다. 문제는 기수가 말 주변에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거기다가 백마 쪽은 안장을 아예 얹지도 않은 상태였다.


  혹시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게 아닌가 싶어 말에서 내려 근처 가로등에 리비의 고삐를 매어두고는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혼자 승마하던 도중에 낙마 사고를 당해 도움을 청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사람일 수도 있다. 어쩌면 그보다 불미스러운 ‘사건’일지도 몰랐다. 셜로키언인지라 단순히 수수께끼 같은 사건이 단조로운 일상을 비일상적인 것으로 만들어주기를 원하는 것인지도 몰랐지만.


  조심스럽게 말들에게 다가갔다. 마틴의 눈에는 자신의 애마 리비가 최고지만 분명 대회 같은 데 나가면 1, 2등을 다툴 정도로 아름다운 말들임에는 틀림없었다. 흑마가 암말이고 백마가 수말이다. 암수 한 쌍이 다정하게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은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흐뭇했다. 부러움이 없다고는 말 못할 것이다. 나도 언젠가 그녀와 저렇게 될 수 있다면. 이 숲에서 나란히 말을 타고 거닐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한동안 더 두 마리에게 상냥한 눈길을 보내다가 본격적으로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워낙 잘 관리되고 있어서 무슨 큰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는 해도, 기수를 발견하지 못하면 말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마방으로 인도해주어야 할 의무감을 느꼈다.


  홈즈에게서 배우는 추리의 맨 첫걸음, 발자국부터 면밀히 살폈다. 말들이 밟아놓은 것과 확연히 다르게 눌려 있는 잔디가 눈에 들어왔다. 잔디가 크게 풀이 죽지 않은 것을 보니 체중이 그리 많이 나가지 않고, 보폭이 놀라울 정도로 단정하고 규칙적인 여성의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었다. 그밖에 다른 발자국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안장의 개수가 이미 알려주었듯 기수도 한 사람인 것으로 추측했다.


  희미한 흔적을 따라가자 비교적 회원들의 발길이 뜸한 이 구역에서 가장 큰 아름드리나무를 만났다. 말을 타려고 목장에 찾아오는 터라 잠시 쉴 때를 빼고는 따로 직접 숲길을 찬찬히 거닐어본 적은 없었는데 산책은 하고 볼 일이었다. 수령이 200년은 더 되었을 것 같은 거목은 숲의 터지기처럼 방대하게 가지를 뻗어 푸른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나무 꼭대기로부터 기둥을 타고 밑동까지 시선을 쭈욱 훑어 내리던 마틴은 반대편 기둥 너머로 승마용 부츠가 삐죽 튀어나와 있는 것을 보고 쭈뼛 소름이 돋았다. 진정 살인사건이라도 일어났단 말인가. 주변을 경계하며 조심스레 나무를 돌아 반대편을 확인했다.


  “……어?”


  제 눈을 의심했다. 피투성이 시체보다도 더 의외로운 것이 나무에 기댄 채로 잠들어 있었다.


  “트리비아……?”


  눈을 휘둥그레 뜨며 천천히 트리비아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으며 앉았다. 지금 내가 백일몽이라도 꾸고 있는 건가 하는 의심의 한편 잠자는 숲속의 공주라는, 지극히 동화적인 표현이 마음속을 장악했다.


  트리비아는 모자를 벗어 말채찍과 한 데 밀어두고는 새근새근 낮잠을 즐기는 중이었다. 내리감긴 두 눈에 풍성한 속눈썹이 아름다운 그늘을 드리웠다. 붉은 입술이 그 자리에 미동도 없이 가만히 있음에도 더없이 유혹적이었다. 너무나도 예기치 못한 상황에 어안이 벙벙하면서도 눈은 그녀의 잠든 모습을 하나하나 새기듯 집요하게 뜯어보았다. 한 번도 정면에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한 적은 없는 그녀였기에 이렇게 찬찬히 얼굴을 보는 건 처음이다. 웬만해서는 남들에게 보일 일 없는 잠든 얼굴이라는 점에서 더 행운일는지 몰랐다.


  세상이 내 의지에 따라주는 기분이란 이런 걸까. 어렸을 때부터 수재로 불리며 주변을 자기 뜻대로 움직여가는 것이 특기인 마틴이었지만, 아무런 조작을 가하지 않고도 처음부터 정해진 것처럼 무언가가 예고없이 다가온 느낌이 퍽 신기했다. 운명이란 게 존재한다는 걸 트리비아를 만남으로써 이해하게 되었으니 새삼 놀라울 것도 없는 일이겠지만.


  “……. ……스?”


  가만히 손을 올려 트리비아의 뺨 위로 가 닿으려다 흠칫했다. 손이 막 접촉하기 일보 직전 트리비아는 무어라 웅얼거리며 스르륵 눈을 떴다. 마틴은 놀라서 그대로 굳어버린 채 트리비아가 여전히 잠에 취해 천천히 눈을 깜빡이고 있는 것을 멍하니 보고 있기만 했다. 이윽고 눈앞의 ‘낯선’ 사람을 확인한 그녀가 화들짝 놀라며 말채찍을 집어 들고 공격하려는 시늉을 보이자 후닥닥 튕겨 나오듯 자리에서 일어나 뒤로 물러섰다.


  “카리나 선배, 진정하세요! 전 수상한 사람이 아니에요. 저를……기억하시겠어요?”


  마틴은 항복한다는 듯 두 손을 들어 보이며 쓰게 웃었다. 잔뜩 경계심을 곤두세운 채 자리에서 일어나던 그녀가 마틴의 말에 뒤늦게야 알아보는 듯한 눈빛을 띠었다.


  관심은 없을지언정 안면 자체가 없을 리는 없다. 그녀가 검진을 받으러 올 때를 노려 얼굴을 보기 위해 항상 병원에서 기다렸다. 자주 가는 한방병원 원장의 아들내미 정도로밖에 인식되지 않을 걸 생각하니 서글퍼졌다. 같은 사퍼대에 다닌다는 사실도, 같은 승마부라는 사실도 아마도 혼자만 알고 있을 접점이었다. 실제로 그녀와 마주치자 뼈저리게 느껴지는 극명한 감정의 온도차에 심장이 아려왔다. 그녀에게 나는 거의 무(無)에 가까운,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현실이 무섭도록 엄습해왔다.


  “이렇게 뵐 줄은 저도 몰랐네요. 말 두 마리가 기수도 없이 있길래 혹시 사고라도 난 건 아닌가 싶어 주변을 둘러보던 차에 선배를 발견했어요. 승마부 활동엔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다른 선배님께 들은 적이 있는데, 휴일엔 개인적으로 승마를 즐기러 오시는가 보네요. 저도 그렇거든요.”


  네가 왜 여기 있냐는 눈빛으로 보는 트리비아에게 마틴은 조근조근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마지막말에 은밀히 힘을 실었다는 것을 그녀는 모를 것이다. 그녀와 나 사이에 있는 어떤 작은 공통점이라도 더없는 기쁨이었다. 비슷한 것에 대해서는 본능적으로 친밀함과 안정감을 느끼는 보편적 인간의 대한 심리적 접근이기도 했다. 통계과학적 측면이 강한 심리학의 일반적 범주에 그녀가 끼워 맞춰질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서도.


  트리비아는 여전히 전혀 의중을 읽을 수 없는 눈동자로 가만히 마틴을 쳐다보기만 했다. 신비로운 은회색 눈동자와 빈틈없이 눈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이 황홀하면서도, 내 마음 깊숙한 곳까지 낱낱이 파헤쳐지는 것 같은 긴장감이 동시에 들었다. 마음을 읽는 초능력이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인간의 심리를 정확하게 짚어내는 마틴조차도 트리비아의 눈빛에서는 아무것도 읽어낼 수 없었다.


  아름다움도 아름다움이거니와 저 신비로운 깊이를 간직한 눈빛이 우연히 자신을 스쳐지나간 순간 이미 그녀의 포로가 되어버렸는지도 몰랐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것들을 비상한 통찰력으로 이미 이해해버리고 난 뒤의 앞선 시간을 살고 있는 마틴에게 트리비아라는 미지는 강력한 탐닉 욕구가 끓는 대상인 것은 필연이었다.


  매혹적인 입술 너머로 나를 위한 말이 떨어지기를 고대했지만 트리비아는 끝내 말없이 마틴이 왔던 길을 되돌아 나갔다. 마틴은 맵시 있는 승마복 차림으로 평범한 잔디밭조차도 비범한 런웨이로 만드는 것 같은 캣워크를 부랴부랴 좇았다. 한 마디도 선사하지 않는 그녀가 야속했지만 그것과 별개로 마틴의 심장은 쿵쾅거렸다. 거대한 밀실 안에 이렇게나 가까이에서 그녀의 존재를 느끼며 단둘이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였다.


  트리비아는 흑마와 백마에게 다가가 두 마리의 목덜미를 번갈아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손길만큼이나 눈매도 온화하게 누그러졌다. 넋을 놓고 바라보려는 스스로를 억제하며 마틴은 그런 그녀의 표정을 마음의 사진첩에 부지런히 찍어 넣었다. 무방비하게 잠들어 있던 평온한 얼굴과 말에 대한 자애로움이 깃든 눈빛까지. 먼발치에서는 알 수 없었던 새로운 면모들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지금 이 순간 마틴은 차라리 그녀의 손길을 탈 수 있는 저 말이고 싶었다.


  “아까도 보자마자 생각한 거지만 둘이 사이가 굉장히 좋네요. 두 마리 다 선배의 말인가요?”
  “아니.”
  “그러면?”
  “……혼자 나오면 이 아이가 쓸쓸해할 것 같아서.”


  마침내 귓가에 와 닿는 트리비아의 목소리에 기쁨을 느꼈다. 허나 그 음성이 담고 있는 메시지에 고조되었던 기분이 단숨에 싸늘해졌다. 트리비아는 안장을 얹지 않은 백마와 다정히 얼굴을 맞대며 녹아내리듯 미소 지었다. 화보를 통해 접해온 고혹적이고 시니컬한 미소가 아니라, 내내 우중충하게 흐린 날만 계속되다가 겨우 난 해를 보고 기뻐할 때와도 같은 자연스럽고 편안한 미소. 말이 그녀로 하여금 저런 표정을 짓게 한 건 아님을 본능적으로 감지했다. 그녀를 만발한 한 떨기 장미처럼 웃게 하는 것은 아마도 저 백마의 주인. 그리고 ‘그’는 현재 트리비아의 연인 자리를 독점하고 있을 이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사람.


  “……이 아이들의 이름은 뭔가요?”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탈력감에 주저앉아 버릴 것 같은 심정을 가까스로 추스르며 평소와 다름없는 어조를 가장하여 물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마이페이스를 유지하는 건 특기중의 특기인데 지금은 영 자신이 없었다. 그런 자신에게 위화감을 느끼지도 못할 만큼 그녀가 나를 모르는 현실이 더욱 마틴을 초라하게 했다. 말의 이름을 듣는다고 해서 주인의 이름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 원수라도 되는 양 마틴은 꼭 그 이름을 듣고 싶었다.


  “흑마는 아이빌트, 백마는 슈미트.”
  “멋진……이름이네요.”


  칭찬하고 싶은 마음 따위는 조금도 없었지만 고통스럽게 거짓말을 했다. 마음에도 없는 말로 사람들의 환심을 사는 건 너무나도 손쉬운 일이었을 텐데, 지금은 왜 이리도 모래를 한 움큼 집어삼킨 것처럼 답답하기만 한지.


  트리비아가 흑마 위로 올라타는 것을 보고 육중한 돌덩어리가 내려앉은 것 같은 속사정을 다 소화시키지 못한 채 마틴은 입을 열었다.


  “다시 달리시려고요?”


  트리비아는 도리도리 고개만 저었다.


  “아아, 오늘은 그만하시는군요. 마구간까지 동행해도 될까요? 저도 오늘 승마는 마침 여기까지만 하려던 참이었거든요.”
  “…….”


  잽싸게 갈색말 위로 올라 빙긋이 웃는 마틴을 보며 트리비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천천히 검은 말을 몰기 시작했다. 내 허락을 구할 필요가 없는 일이라는 뜻인지, 거부 의사인 건지, 아무래도 좋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제멋대로 암묵적 동의로 간주하며 마틴은 나란히 아이빌트와 같은 속도로 리비를 달렸다.


  ‘나란히’라곤 하지만 리비와 아이빌트 사이에는 슈미트가 있었다. 신기하게 슈미트는 기수 없이도 아이빌트가 움직이자 알아서 곁으로 다가와 함께 달렸다. 마틴은 슈미트 위에 올라탄 보이지 않는 기수에 대한 질투심에 무심코 고삐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목장 안에서도 마구간과 가장 멀고 회원들이 상대적으로 잘 택하지 않는 코스라, 조금이라도 더 길게 돌아가는 이 길을 그녀와 함께 말을 탈 수 있다는 사실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영영 이 길이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도 마구간은 어느새 부쩍 눈앞에 다가와 있었지만.


  기왕 만난 것도 인연인데 같이 식사라도 하자고 할까. 아니면 차라도 한 잔? 이대로 이 기회를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는 초조함에 쫓겨 슬쩍 트리비아를 곁눈질했다. 짜증스럽게도 거대한 백마 한 마리가 사이에 있어 만들어내는 간극이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장벽처럼 싫어도 눈에 들어왔다.


  마구간에 도착해 관리인들의 도움을 받아 마방에 리비를 들여보낼 때까지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건넨 말이라고는 먼저 가버리는 트리비아의 등 뒤에다 대고 한 “안녕히 가세요, 카리나 선배”라는 의례적인 배웅 인사였다.


  스스로에 대한 한심함과 후회를 곱씹으며 마틴은 트리비아가 방금 전까지도 머물렀던 슈미트의 마방 앞으로 다가갔다. 아름다운 말은 무심하게 고개를 들어 마틴을 쳐다보다가 스윽 외면하듯 말머리를 돌렸다. 대체 누굴까. 이 말의 주인은.


  “저기, 혹시 이 말의 소유주가 누군지…….”


  마틴은 막 다른 마방에서 청소를 끝내고 나오는 관리인에게 말을 걸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마방 출입문 오른쪽 기둥에는 손바닥 크기의 번쩍이는 금색판 위에 말의 이름이 음각된 명패가 붙어 있다. ‘슈미트’라는 발음을 전해 들었을 뿐 철자를 알아볼 생각은 미처 못했다. 별로 알고 싶은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저도 모르게 정말로 중요한 질문을 했던 거였다. 알고 싶은 것에 대한 답이 그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슈미트의 마방 바로 오른쪽에 있는 아이빌트의 마방으로 후다닥 달려가 명패를 보고 깔끔하게 확인사살 당했다.


  “하, 하하- 그랬군요. 저 백마의 주인은…….”


  마틴은 헛웃음을 터뜨리며 뚫어져라 아이빌트의 명패를 쳐다보았다. 이 아름다운 흑마는 그녀 자신이나 다름없었다. 백마의 주인 또한 ‘그’ 자신이었다.


  정체를 알자 그저 웃음만 나왔다. 사퍼대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모를 리가 없는 사람이자, 마틴도 가까이에서 거의 매일같이 보는 인물 아닌가.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홈즈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겠지만 관찰과 추론에는 꽤 자신 있었는데 근거 없는 자만에 불과했나. 지척에 단서가 떡하니 있었음에도 못 본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공명정대하고 유능하여 높이 사고 있던 그 사람의 주가가 마틴의 안에서 폭락했다. 불합리한 감정이지만 애초에 감정에는 타인의 이해를 위해 존재하는 논리 같은 건 없었다. 마틴은 그를 싫어하고야 말 것이다.


  “내가 먼저였는데…….”


  사랑 앞에 세월이란 무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떼쓰듯 중얼거렸다. 트리비아의 첫사랑인 루이스보다도 먼저 그녀를 사랑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조차 알고 있었다. 언제, 어떻게 만난 걸까. 어째서 나는 그녀가 루이스와 헤어지고 난 뒤의 그 공백기에 존재할 수 없었나. 트리비아와 같은 나이로 태어났으면 좋았을 것을. 타고난 것에 대해 부당함을 느끼는 자기 모습이 꼴사나워 마틴은 공허한 웃음을 터뜨렸다.


  이태도 변함없는 것은 트리비아에 대한 감정 뿐, 그녀를 향한 사랑의 불길은 잡힐 일 없이 오기처럼 더욱 타오를 뿐이었다.

 


#.6 [샬럿마를] 초상화

  사각사각 연필이 캔버스 위를 오가는 소리만이 정적이 감도는 아틀리에 안을 가득 채웠다. 지금 샬럿의 스케치는 나의 어디를 그리고 있을까. 마를렌은 좀처럼 한 군데를 정하지 못하고 어지러운 심경을 대변하듯 계속해서 굴리고 있던 눈알을 슬그머니 샬럿에게 향했다.


  이젤에 화판을 대고 등판 없는 의자에 앉아 끊임없이 캔버스와 모델을 번갈아 보며 연필을 놀리는 샬럿의 모습은 퍽 낯설었다. 마를렌에게 샬럿은 언제나 지켜줘야만 할 것만 같은 작고 연약한 동생이었을 텐데도,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은 국내 최연소로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천재 화가였다.


  샬럿이 그림에 몰두한 나머지 아틀리에에서 두문불출하는 시간에는 마를렌도 모친 레이라도 끼어들 수 없었다. 한 번은 3일째 식음을 전폐하고 틀어박힌 샬럿이 너무 걱정되어 가정부에게 샌드위치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해서 들고 조심스럽게 찾아간 적이 있었다. 노크를 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고, 무단으로 아틀리에로 들어서도 누가 들어왔는지조차 모르고 샬럿은 그림을 그리는 데만 열중했다.


  그때 보았던 뒷모습만으로도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느꼈는데, 앞으로는 이런 얼굴을 하고 있었던 건지 마냥 신기하고 어색했다. 기존에 알고 있는 샬럿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다른 혼이 들어와 앉아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마를렌을 뚫어져라 보고 있으면서도 마를렌을 보고 있지 않은 것 같은 올곧은 눈길에 위화감이 드는 것과 동시에, 뭔가 심신 양면으로 전부 까발려지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에 저도 모르게 몸을 배배 꼬았다.


  “……언니.”

  “으, 으응?”

  “너무 부끄러워한다…….”

  “그, 그치만…….”


  옷을 홀라당 다 벗고 있으니 당연히 부끄럽지 않겠느냐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그냥 입을 다물었다.


  미대에서 구체적으로 뭘 공부하는지 잘은 모르지만 적어도 인체의 구조와 동세를 익히기 위한 누드 크로키 시간이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게 아니라도 마를렌은 이미 10대 초반부터 르 블랑 패션쇼 무대 뒤에서, 피팅을 서두르기 위해 옷을 거리낌 없이 훌렁훌렁 벗어제끼는 모델들을 수도 없이 봐오지 않았는가.


  손에 꼽을 정도지만 마를렌도 실제로 모델을 서본 경험이 있었다. 공중목욕탕에서는 옷을 다 벗고 있어도 하나도 부끄럽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로 많은 사람들 앞에 알몸을 보여도 아무렇지 않았다. 그런데도 샬럿의 아틀리에 안에서 홀로 옷을 벗고 서있으려니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먹고 눈이 뜨였던 그 순간의 수치스러움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부끄러웠다. 어렸을 적엔 러버덕을 띄워놓고 욕조에서 까르륵거리며 목욕을 빙자한 물장난도 거의 매일같이 쳤는데.


  샬럿이 만 스무 살이 되는 생일이었다. 비로소 성년이 된 샬럿을 위해 마를렌은 그 누구보다 특별한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 장미와 향수는 샬럿에게 어울리지 않고 본인도 좋아하지 않는다. 키스라면 마를렌이 이마에 해주는 친애의 입맞춤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캠퍼스 내에 샬럿에게 눈독 들이는 괘씸한 것들이 꽤 많다는 걸 알지만 마를렌은 아직 샬럿에게 남친을 허락할 의향이 전혀 없었다. 내 동생을 탐내다니, 100년은 이르지. 암 그렇고말고.


  섣부른 깜짝 선물보다도 샬럿 본인이 원하는 것을 주는 게 최고라는 생각에 갖고 싶은 것을 물어보았다.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샬럿은 마를렌을 그리고 싶다고 대답했다. 당황스러우면서도 기뻤다. 그림을 모르는 일반인의 너무 가벼운 바람일는지 몰라도 샬럿이 내 모습을 그려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옛날부터 있었다. 레이라를 모델로 해서 그린 적은 있으면서 마를렌은 그려주지 않는 샬럿이 내심 섭섭했다. 그런데 드디어 손꼽아 기다리던 그날이 갑작스럽게 찾아온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이건 마를렌이 샬럿에게 선물을 주는 게 아니라, 되레 마를렌이 선물을 받는 격이라 당황했다. 좋으면서도 이건 아닌 것 같다고 손사래치는 마를렌에게 샬럿은 그게 나를 위한 선물이 맞노라 단언했다.


  어릴 적엔 부끄러움이 많아서 마를렌의 등 뒤에 숨기 바빴는데. 10년간 샬럿의 수줍음은 겸손함으로, 과도하게 남의 눈치를 살피는 태도는 타인에 대한 배려로 자라났다. 스물이 채 되기도 전에 이미 전 세계 화단을 떠들썩하게 한 총아라 좀 거들먹거려도 아무도 뭐라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샬럿은 주변의 극찬에 들뜨지 않고 그저 희미하게 웃으며 ‘고맙습니다’란 말만 되풀이했다.


  부드러운 힘, 얼핏 보면 형용 모순이지만 샬럿에게는 그런 버들가지 같은 유연한 강함이 있었다. 조곤조곤 웃으면서 말하는데도 언제나 말투가 좀 드세고 톡톡 튀는 마를렌보다도 거역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게 아니라면 아무리 샬럿의 간청이라도 부끄럽게 누드모델 같은 걸 설 수 있었을 리 없었다.


  “난 진짜 누드모델들처럼 프로도 아니고……. 무, 물론 몸매에 자신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림 연습하기엔 그 사람들에 비해 내가 데포르메가 부족한 건 아닌가 싶어서…….”

  “그렇지 않아. 언니는 예뻐. 정말로 예뻐.”


  여전히 화가의 대상을 꿰뚫어보는 듯한 눈을 하고서 샬럿이 천연덕스레 하는 말에 마를렌은 화르륵 얼굴을 붉혔다. 예쁘다는 칭찬은 어릴 때부터 수도 없이 들어와서 이쯤 되면 당연하게 느껴졌지만, 샬럿의 입에서 나오니 왜 그 말의 무게의 차원이 다를까.


  연필은 계속해서 캔버스를 오가고 있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이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 저 연필에 왠지 살포시 만져지고 있다는 착각이 들어 마를렌은 작게 몸을 떨었다.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서는 말이야, 모델과 최소한 1년 이상을 같이 살아봐야 된다고들 해.”

  “응? 왜?”

  “초상화가 단순히 외양을 베껴 그리는 그림이 아니기 때문이야.”


  샬럿은 연필을 내려놓고 캔버스에 시선을 못 박았다. 곧 다시 실물을 향할 줄 알았던 시선이 그림에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그 위에 그려진 것이 자기자신의 모습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마를렌은 그림 속의 나를 질투했다. 예술가의 눈길은 나를 특별한 존재로 착각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그런 치졸한 마음을 눈치 채기라도 한 듯 불시에 샬럿의 맑은 눈동자가 이쪽을 향하자 마를렌은 흠칫 놀라 시선을 피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름난 초상화를 보면 단순히 인상착의를 묘사한 몽타주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게 느껴지잖아? 그건 그 사람의 내면까지도 화폭 위에 담았기 때문이야. 그 모델의 역사의 편린을 그림에서 엿볼 수 있는 건 그 때문이야.”


  손끝으로 가만히 스케치를 더듬다가 샬럿은 망설임 끝에 끝나지 않은 말을 이었다.


  “……사실 그동안 언니를 무척 그리고 싶었어, 무척……. 하지만 차마 그렇게 할 수 없었던 건, 내가 언니의 모르는 부분이 있을까봐, 그림을 완성하는 순간 그걸 깨닫게 될까봐 그게 너무 두려웠어. 내가 누구보다 가장 잘 그리고 싶은 건 바로 언니니까…….”


  샬럿은 의자에서 일어나 천천히 마를렌이 서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마를렌은 부끄러움이 도져 고개를 숙였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얼굴도 몸집도 여전히 자그마한 소녀 같은 샬럿은 언제나 마를렌을 올려다보게 되어 있어 숨길 수도 없었다.


  “그치만 나, 깨달았어. 내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언니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는 걸. 언니도 내 모든 것을 알 수 없듯이…….”

  “…그, 그렇지 않아! 왜 갑자기 그런 슬픈 말을 하는 거야, 샬럿?”


  마를렌은 어딘가 체념한 듯한 샬럿의 말투에 당황스럽고 안타까워서 마주보고 선 어깨를 부여잡았다. 샬럿은 길을 잃어버린 아이와 같이 슬픈 눈으로 마를렌을 가만히 보다가 고개를 떨어뜨렸다.


  “난 말이야 언니, 왜 언니를 좀 더 빨리 만나지 못했을까, 지난 10년간 내내 그것만 생각했어. 언니가 너무너무 좋아서……. 쌍둥이 자매로 태어나고 싶었어. 그랬다면 우리는 한날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함께 있었을 테지? 내가 모르는 언니의 시간도 없었을 텐데……. 나 되게 이기적이지? 언니가 열한 살 때 가출해서 날 찾아내준 것만 해도 감사해도 모자랄 판에 자꾸만 욕심이 났어…….”

  “…….”

  “그런데 없는 것을 가지고 원망해봐야 소용없다는 건, 나를 혼자 두고 저 세상으로 먼저 가버린 부모님을 통해서 실은 이미 알고 있었던 거야. 과거보단 결국 앞으로 언니와 함께할 시간이 더 소중하다는 걸……. 그래서 이제부턴 언니를 그리기로 결심한 거야. 앞으로도 쭉 돌아오는 3월 22일마다, 지난해보다도 더 많이 알게 된 언니를 캔버스 위에 남기고 싶어. 할 수만 있다면, 죽을 때까지.”


  아무런 대꾸도 없는 마를렌이 두려워 조마조마 맘 졸이며 샬럿은 옹송그리고 있던 고개를 들어 마를렌을 보았다. 마를렌은 옛날부터 입버릇처럼 하는 ‘아이 참, 샬럿은 내가 없으면 안 된다니까’라는 말을 할 때마다 꼭 짓는, 새침데기 자부심에 흘러넘치는 얼굴로 샬럿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를렌은 두 손을 허리에 얹더니 가볍게 콧바람을 내뿜었다.


  “죽을 때까지라면 내가 꼬부랑 할머니가 된 모습도 그리겠다고? 그땐 지금처럼 마냥 예쁘지도 않을 걸.”

  “아, 아냐…! 언니는 할머니가 되어서도 여전히 예쁠 거야.”

  “피이- 막상 그때 가면 말 바꿀지도 모르지.”

  “아, 안 그래…! 진짜야, 언니. 날 믿어줘…….”

  “……푸흡- 푸하하하―.”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서 손을 꼭 부여잡고 괜히 위아래로 흔들며 호소하는 샬럿의 필사적인 모습을 보고 마를렌은 빵 터졌다. 샬럿이 벙 찐 얼굴로 입을 헤 벌리고 있자 그 얼굴에 또 한 번 겹쳐 웃으며 마를렌은 너무 웃어서 배어나온 눈물을 훔쳤다.


  “정말이지 예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는 것도 있다니까. 아이 귀여워, 내 동생―.”


  마를렌은 샬럿을 와락 껴안았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몸 위로 샬럿이 입은 새하얀 시폰 원피스의 부드러운 촉감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런 걸로 혼자 고민하고 있었다니, 샬럿 바―보―. 생각해봐. 쌍둥이로 태어난 것보다는 내가 ‘우연히’ 가출한 그날 네가 거기서 나를 기다리는 것처럼 있었다는 게 더 환상적이지 않아? 피의 연결은 어쩔 수 없는 강제라면 우린 그런 것 없이도 타고난 운명의 실로 이어져 있던 거나 마찬가지라구. 게다가 열 살 이전의 기억은 사실 별로 없는 걸. 아빠와의 추억은 소중하지만 너를 만나기 전의 나 같은 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내 인생은 너란 보물을 발견하면서부터 흐림 뒤 맑음이었으니까.”


  샬럿은 마를렌이 당당하게 고해주는 진심에 저도 모르게 또르르 눈물을 흘렸다. 맨살이라 가슴께로 뜨뜻미지근하게 젖는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고 있을 텐데도 마를렌은 불평 한 마디 하지 않고 가만히 달래듯 등을 토닥여주었다.


  더 이상 가슴팍으로 착한 눈물이 흘러들지 않자 마를렌은 샬럿을 품에서 떼어놓으며 이마에 촉 입을 맞춰주었다.


  “생일 축하해, 샬럿. 태어나줘서 고마워.”



#.7 [레베자넷] 연애상담  ※ 더 정확히는 다이무스←자네트←레베카

  아직도 저 상태인가. 샤워하러 욕실에 들어갈 때부터 마치고 나온 지금도 똑같은 자세, 똑같은 얼굴로 책상 앞에 멍하니 앉아 책을 펴들고 있는 자네트를 보며 레베카는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기숙사 식당에서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돌아와, 난 정리할 게 있다고 먼저 씻으라며 욕실로 들여보냈다. 사실 정리할 건 없지만 오늘 하루 종일 정신을 어디다 버려리고 온 것만 같은 룸메이트를 위해서 일부러 양보했다. 보아하니 몸의 피로가 원인인 것 같지는 않았지만 뜨거운 물로 샤워하고 나면 어지러운 마음도 절로 느슨해지는 법이었다. 


  피곤하면 방에 불 전부 끄고 먼저 자라고, 과제는 숙사 독서실에서 하면 된다고 말을 꺼내보기도 전에 먼저 샤워를 하고 나온 자네트는 책상 앞에 책을 펴고 앉았다. 침대가 바로 코앞에 있는데도 배 깔고 누워 볼 생각은 전혀 않았다. 취미 독서를 하더라도 반드시 책상 앞에 앉았다. 침대에 눕는 건 오로지 수면을 취할 때뿐이었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을 때는 자는 게 최고인데. 책을 들고 잠시 읽어내리는 듯하다가 다시금 허공에다 멍하니 시선을 내던지기를 반복하는 자네트를 보며, 성실함이 때로는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레베카는 처음으로 목도한 것 같았다.


  침대에 앉아 머리에 수건을 얹고 두 손으로 물기를 박박 닦아내며 레베카는 자네트를 관찰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단단히 있었던 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세상 모든 사람들이 월요병 월요병 거릴 정도로 극혐하는 월요일을,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 같은 벅찬 느낌이 들어 가장 좋아한다고 말하는 자네트가 주초를 이렇게 기운 없이 흘려보낼 리가 없었다.


  지난 주말에 본가에 다녀온다며 자네트는 기숙사를 비웠다. 경찰학과 생도들은 일반기숙사와 달리 전용 기숙사동에서 학기중엔 의무적으로 단체 기숙 생활을 하므로 사전에 사감의 허가를 받아야 외박을 할 수 있었다. 워낙 자립심이 강해서 ‘이 박정한 딸내미야, 집에 좀 와라. 얼굴 까먹겠다!’라는 부모님의 성화가 있을 때면 레베카도 한 번씩 고향에 다녀오니 이상할 거야 없었다. 물론 자네트의 경우 양친을 보러 가는 게 아니라, 뻔질나게 어설픈 변장을 하고 캠퍼스에 출몰하는 부친을 빼놓고 모친을 보러 간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전에도 당연히 자네트가 집에 다녀온 적이야 종종 있었지만 이런 반응을 보인 적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친한 집안과의 모임이 있다고 했던 게 기억났다. 감이 딱 왔다. 그 모임, 구체적으로는 말하지 않았지만 아마 ‘홀든가’와의 교류에서 뭔 사건이 일어난 게 분명했다. 더 정확히는 자네트가 지갑 속에 고이 넣어두고 가끔 은밀히 꺼내보는 사진의 주인공과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크리스.”

  “…?! 예, 옛! 부르셨습니까, 러쉬톤 선배님!”

  “에이- 둘만 있을 때는 그냥 편하게 이름으로 부르래도.”

  “하, 하지만 그……내규가…….”


  누구보다 기민하면서 평소보다 반응도 늦었다. 부르고나서 한 3초가 지나서야 소스라치게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곧 거수경례라도 붙일 것처럼 뻣뻣한 차렷 자세로 자네트는 레베카를 돌아보았다. 군대와 비슷하게 훈련도 받고 원칙상 다나까를 구사하며 선후배간에 이름이 아닌 성으로 불러야 한다는 내부방침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공식석상을 제외하고는 그런 딱딱한 규칙을 지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자네트는 어떤 사소한 것 하나라도 책잡힐 일 없도록 도를 넘어설 정도로 스스로에게 엄격했다. 자기 평판을 위해서라기보다는 혹시나 청렴하고 강직하기로 소문난 현직 경찰청장 부친 제레온 프리츠의 명예에 조금이라도 누가 될까봐 저어하는 거였다. 조금만 옆에서 지켜보면 아버지의 빽에 의존하는 낙하산 같은 게 아니라 남들보다 두세 배 더 열심히 노력해서 언제나 최고의 성과를 스스로 일구어내는 녀석이라는 걸 알 수 있는데. 그걸 못 본 척 수군대는 무개념들을 자네트는 어쩔 수 없이 의식했다. 그걸 아니까 이름으로 불리지 못하는 게 아쉬워도 장난스레 짚어주고는 그 이상은 강요하지 않았다.


  “무슨 일 있어?”


  자네트는 영리하지만 감정적인 면에서는 둔했다. 빙빙 돌려 말하는 건 원래 성미에 안 맞고 레베카는 대놓고 돌직구로 질문을 날렸다.


  “…! 그, 그걸 어떻게?”


  나 원 이렇게 솔직해서야. 레베카는 쓴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그냥 삼켰다. 자기가 오늘 종일 정신이 다른 데 팔려 있었다는 사실도 자각하지 못할 정도로 오직 하나의 상념에 몰두해 있었단 소리인가. 자네트는 진심으로 신기하다는 듯한 눈길로 레베카를 쳐다보았다.


  “그냥 감으로.”

  “그렇, 습니까…….”


  레베카는 별 대수롭지 않은 듯 어깨를 으쓱했다. 자네트는 그 말에 어쩐지 안심하는 것 같았다. 물론 거짓말이지만 누구든 자기 속내가 훤히 대중에 드러나 있었다는 걸 달가워할 사람은 없으니.


  “괜찮다면 내가 상담이라도 해줄까?”

  “네?”


  “이래봬도 남의 말 들어주는 건 끝내주게 잘한다고. 해결책도 나름 제시해주는데 뭐어, 언제나 그 결과가 다 좋게 나오는 건 아니지만 특히 연애사에 관해서는……하핫- 그래도 고민이라는 건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잖아? 어디 이 선배한테 한 번 말해보지 않을텨?”

  “하, 하지만 선배님께 괜한 심려를 끼쳐드릴 수는…….”

  “에이- 그런 거 아니래도. 날 대나무숲이라고 생각해도 좋아. 자자―.”


  난색은커녕 마음이 심히 동하는 듯 거칠게 흔들리는 자네트의 동공을 보며 레베카는 제 옆자리를 팡팡 두드렸다. 일생일대의 선택의 기로 앞에 놓인 사람처럼 망설이다가 자네트는 결국 꾸벅 목례하며 쭈뼛쭈뼛 옆에 엉덩이를 붙였다. 앉고도 고개를 푹 숙인 채 허벅지 위에 얹은 두 손을 꼼지락거리기만 하는 후배를 보고 말할 때까지 한없이 기다리는 것보다는 질문을 통해 상담을 주도하는 게 나을 거라 판단했다. 조금 더 기다려본 뒤에 타이밍을 가늠하며 레베카는 조심스레 질문을 꺼냈다.


  “홀든 선배 때문이야?”

  “?!?!”


  자네트는 레베카의 말에 무슨 폭격이라도 맞은 것마냥 어깨를 심하게 튀며 입을 딱 벌렸다. 사퍼대에는 홀든이란 성을 지닌 사람이 셋 있지만, 그 중에서 3학년인 레베카가 선배라고 부르는 사람은 딱 한 명뿐이니 대상을 잘못 알아들었을 리도 없었다. 세상이 무너지기라도 한 것 같은 생생한 경악이 살아숨쉬는 표정에, 이거 너무 단계를 뛰어넘어 직설을 해버렸나 뒤늦게 반성이 들어 레베카는 뒷머리를 머쓱하게 긁적였다. 자네트의 눈빛이 수많은 의문과 추궁을 레베카에게 쏟아내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이 사실을 다른 사람도 알고 있는지, 설마 학생회장도 알고 있는지 등등.


  “걱정 마 걱정 마. 이건 내 감에 의한 추론일 뿐이니까. 과학수사를 하는 게 경찰이랄까, 강력계 수사반장이 꿈인 내 의무일 테지만 야성의 육감이란 게 꽤 쓸모 있을 때가 많잖아? 이걸 다른 사람한테 말한 적은 없어. 맹세해.”

  “선배님이 그럴 분이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조금 부끄러워서…….”

  “사람이 사람 좋아하는데 부끄러울 게 뭐가 있어! 난 아직 남친 한 번 사귀어본 적 없는데 뭘!”


  자네트가 진지하게 경애와 신뢰의 눈길을 보내자 레베카로선 조금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그걸 얼버무리듯 일부러 과장되게 손사래 치며 대꾸했다. 그랬더니 자네트가 눈을 꿈뻑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이 아닌가.


  “응? 왜 그래 갑자기?”

  “어, 아뇨. 음, 물론 소문만으로는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선배님은 그……식품영양학과에 재학중이신 선배님과…….”

  “엉? 아, 아아― 아이작~? 푸핫- 그런 거 아니야. 그 녀석 새내기 때부터 엄청 쫓아다닌 여학생도 있는 걸. 스토커로 내가 널 체포할 일이 없을 만큼만 하라고 충고해줄 정도라고. 그 녀석이랑 난 남자들로 치면 거의 불○ 친구? 뭐 그런 느낌이랄까?”

  “……서, 선배님…….”

  “응?”


  레베카는 갑자기 얼굴을 붉히더니 난처한 듯 시선을 헤매는 자네트를 보고 알겠다는 듯 손뼉을 딱 마주쳤다.


  “아아, 불○?”

  “선배님!”

  “아하하, 짜식― 이렇게 순진해서야―.”

  “으왓-.”


  레베카는 호탕하게 웃으며 자네트를 침대 위로 밀어 넘어뜨리고 옆구리를 간질였다. 자네트는 참을 수 없는 느낌에 폭소하며 레베카의 간지럼 공격을 막아내며 서투른 반격을 가했다. 


  서로 눈가에 눈물이 배어나올 정도로 깔깔거리며 간지럼을 태우다가 곧 지쳐 휴전을 선언했다. 레베카는 옆으로 누운 자네트의 등 뒤에 똑같이 옆으로 누워 어깨를 꼭 감싸 안았다. 본능적으로 이번에야말로 자네트가 말을 꺼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기다렸다. 자네트는 등 뒤로 느껴지는 다정한 체온과 워낙 털털한 스킨십이 잦아서 이젠 익숙해질 법도 한데, 레베카의 가슴이 주는 대단한 질량감에 복잡미묘한 심정으로 어깨를 격려하듯 감싼 팔을 두 손으로 살짝 붙잡으며 입을 열었다.


  “선배라면 알고 계실 테지만……저와 오라버니, 그러니까 다이무스 홀든은 소꿉친구입니다. 선대부터 집안끼리 교류가 있어왔고 어릴 적부터 함께 검술 수업을 들으며 자라왔던 터라 홀든가의 형제들과는 지금도 돈독한 우애를 나누고 있습니다. 벨져나 이글이랑은 정말로 많이 다투며 자라났는데 그는……어린 제게도 한없이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뛰어난 검술은 물론 묵묵히 후계자로서의 소임을 다하며 말썽쟁이 아우들은 챙기는 세심한 부분까지도 존경해마지 않았습니다. 단지 그것뿐이라고 생각했는데…….”

  “했는데?”


  가만히 계속 입 다물고 들어주어야만 한다는 사실도 잊고 레베카는 자네트의 뒷말이 궁금한 나머지 채근했다. 자네트는 과거를 더 선명히 곱씹으려는 듯 지그시 눈을 감고 그때 그 장면을 회상하며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제게 꽃을 주셨습니다.”

  “꽃?”

  “그 날 저는 그 꽃을 받지 말았어야 했던 걸까요…….”


  레베카는 지금 자네트가 짓고 있을 표정이 궁금했다. 지금 이 자세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 잠자코 있었다.


  “우리 가문의 문장은 장미입니다. 5월이면 정원이 장미향으로 가득 찹니다. 언젠가 러쉬톤 선배님께도 꼭 보여드리고 싶군요. 제가 열두 살이 되던 해의 그 날도 로리아노 숙부님께 홀든 형제들과 검술 수업을 받다가 쉬고 있는데, 마침 정원사가 장미를 손질하고 있던 터라 제가 그걸 가만히 보고 있었나 봅니다. 그토록 널리고 널린 게 장미인데 그때 저는 제가 그 장미를 한 송이도 가질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검술 실력이 마음처럼 도통 늘지도 않고 내겐 프리츠가 대대로 물려받는 재능이 없는 건가 실의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래도 장미가 너무 아름다운 나머지 부러운 듯 쳐다보는 것까지는 참을 수 없었지요.


  오라버니는 그런 저를 가만히 보시더니 정원사에게 다가가 뭔가 말을 주고받으시더군요. 정원사는 왠지 당황한 듯 보였는데 그 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젓고는 화단을 따라 쭉 걸으면서 하얀 장미가 군생한 곳에 서시더니 그 앞에서 한참을 있으셨습니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오라버니의 손에는 탐스러운 백장미 한 송이가 들려 있었습니다. 제게 말없이 그것을 내미셨지요. 저는 홀린 듯이 그 꽃을 받고 말았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 그 분은 왼손을 뒷짐 지고 계셨는데 아마도 장미 가시를 떼어내느라 다친 손을 숨기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신기하게도 그날 이후로 장미의 축복인 양 저의 검술 재능도 꽃을 피워 가슴을 펴고 프리츠의 인간임을 자처할 수 있게 되었지요. 그 꽃은 제 방 화병에서 얼마간 싱싱하게 살아 있다 이내 시들어버렸지만, 그 날 이후로 제 가슴 속에는 지지 앉는 꽃이 여전히 활짝 피어 있습니다…….”


  자네트는 꼭 마주잡은 두 손을 모아 가슴팍 위에 얹었다. 오히려 얼굴이 보이지 않아서 목소리를 통해 자네트가 그간 남몰래 소중히 간직해온 진심이 더 절실하게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레베카는 못내 마음이 쓰라렸다. 상담을 하지 말 것 그랬나. 그러나 영혼이 빠져나간 듯한 상태로 있는 자네트를 그대로 계속 방치해두는 편이 더 괴로웠을 거란 생각이 들어 곧 고개를 가로저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 분에게는 제가 벨져나 이글이과 마찬가지로 그저 아끼는 여동생……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이 마음을 고했다간 지금의 관계마저 깨질까봐 몹시도 두려웠습니다. 그 분과 사이가 멀어지는 것은 상상만 해도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미 늦었지만 한 번쯤 용기를 내었어도 좋았을 것을……. 내내 겁쟁이로 있던 자신이 한심합니다. 그 사이 오라버니에겐…….”

  “……연인이 생겼구나.”

  “…….”


  레베카는 자네트의 침묵을 이해했다. 바꿀 수 없는 진실이라도 내 입으로 수긍해버리면 그때부터는 정말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은 실감에 사로잡히고 만다. 그런 자네트가 애처로워 레베카는 더욱 후배를 꽉 부둥켜안았다. 위로하는 듯한 따뜻한 속박에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아 자네트는 아래턱을 잘근잘근 씹었다.


  “오라버니가 대학에 들어가고 저는 기숙고등학교를 들어간지라 여름방학이 되어서야 벅찬 마음으로 재회했는데……근거는 없습니다. 그저 얼굴을 보자마자 무언가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결정적인 것은 이글이 종종 오라버니의 시작 노트를 빼내와 벨져와 제 앞에서 읊어주곤 하는데 예전과 달리 철학과 사색보다는 뜨거운 연정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언제나 깔깔대며 장황한 말투로 끝까지 읽어내고야 마는 이글도 오글거려서 더 이상은 읽지 못하겠다고 포기해버렸을 정도로 말입니다. 누군지도 모르는데 그 사랑의 송가가 바쳐질 주인공에게 저는 추악하게 질투했습니다. 부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건 잘못이 아니야, 크리스. 누구도,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어. 그러니까 그렇게 자신을 몰아세우듯 말하지 마.”


  말투가 격해지는 자네트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리며 레베카는 자네트에게 속삭였다. 질투가 죄라면 레베카도 지금 남몰래 죄를 짓고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 감정에는 죄가 없었다. 그래서 시효도 없었다. 종결될 수도 없는 미궁에 빠진 사건 같은 것이었다. 자네트는 모아 쥔 두 손 위로 번지는 울음을 삼키고 싶은 듯 입술을 가져다 대고 꾹 눌렀다.


  “그……지난주에 있었다는 집안 교류 모임에서 회장이 연인을 소개하기라도 했어?”


  자네트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더 이상은 묻지 않아도 불 보듯 뻔했다. 당장에 결혼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진지한 다이무스는 가족들에게 연인을 소개시켜야 한다고 생각했을 테고, 프리츠가의 사람들은 거의 한 가족이나 다름없음이 전제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었다. 자네트는 그 자리에서 산산조각난 마음을 혼자 수습해야 했을 터. 어쩌면 연인을 향한 축원을 자학하듯 건넸을지도 모른다.


  “어떤……사람이야?”

  “……붉은 장미……같은 분이셨습니다.”

  “혹시 나도 아는 사람이야?”

  “그건……죄송합니다. 말할 수 없습니다.”

  “……바꿔 말하면, 내가 이름만 들어도 누군지 알 수 있단 소리네?”

  “…!”


  자네트가 움찔하며 온몸으로 놀라움을 전해왔다.


  사퍼대는 각계각층 유명인사를 많이 배출해냈고, 현재 재학중이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학우들도 꽤 많았다. 허나 레베카는 정치가면 몰라 연예인한테는 전혀 관심이 없어서 웬만큼 유명해 가지고는 절대로 모를 수준이었다. 그런 레베카조차도 풍문으로 이름은 들어봤을 정도로 다이무스의 연인이 유명한 사람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자네트가 그녀에게서 받았다는 인상과 회장의 신변을 조금만 조사해보면―가령 회장의 가방을 몰래 뒤져본다든가―누구인지는 바로 윤곽이 잡힐 것이다.


  진실의 냄새가 풍기는 그 근원지를 파헤치고자 하는 본능이 날뛰었다. 나중에 차분히 조사해보자고 생각하며, 레베카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품에서 꾸물거리는 자네트를 구속하듯 더 세게 껴안으며 아름다운 은발 위로 입술을 묻었다.


  “걱정 마. 붉은 장미보다도 하얀 장미 같은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으니까.”

  “……그럴, 까요?”

  “고럼! 이건 허언장담 같은 게 아니야. 진짜라고. 내가 그런 사람 알아!”


  팔을 풀고 레베카는 자네트가 돌아눕게 하고선 마주보았다. 여전히 조금 젖어 있는 눈가를 닦아주며 레베카는 씨익 웃어주었다. 자네트도 그에 이끌리듯 엷게 미소 지었다.


  “어어,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가 어떻게 된다고 들었는데……. 어디 한 번 수사해볼까?”

  “서, 선배님!”


  두 사람의 옆 호실을 쓰는 4학년 선배가 민원을 넣으러 방문을 쾅쾅 두드리기 전까지 30초 전.




Fin.


*

-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팬게를 찾은 고스트바스터입니다. 올해 1월 1일에 마틴틀비 소설 모음을 올리고선 처음이네요. 뭐 했다고 벌써 반 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저는 정확히 2012년 1월 1일에 사이퍼즈를 접했으니 어언 4년차에 접어드는 사퍼 인생...후우- 아래부터는 소설에 관한 간단한 후기 및 질의응답입니다. :)

#.4 동거: 지금부터 당신은 새우튀김이 매우 먹고 싶어집니다...나는 새우튀김이 너무 좋다...자꾸 자꾸 먹고 싶다...나는 새우튀김을 자꾸만 유료구매하고 싶어진다...아나벨라는 좋겠다...예쁜 메이가 새우튀김도 만들어주고...나도 우렁각시 있었으면 좋겠다...

#.5 내가 먼저였는데: 트리비아는 다이무스의 권유로 승마를 시작했습니다. 정신적인 고통을 앓고 있는 연인을 위해 자연을 누릴 수 있는 취미를 권한 거죠. 굳이 동아리에 들 필요까진 없었지만 다이무스는 학생회장이고, 동아리 활성화를 추진해야 할 의무가 있는 터라 승마부 가입을 권했습니다. 여제님도 연인한테는 약하다 그 소리입니다. 하필 승마부인 건 제가 제일 좋아하는 만화가 아라카와 히로무의 「은수저」란 작품의 영향이 큽니다. 저는 그저 간지나는 승마복을 입은 트리비아가 보고 싶을 뿐. 덧붙여 레어템 이름에도 있고 유니크룩 복장도 그렇고 마틴은 셜로키언이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6 초상화: 성인 로리(?)의 이야기. 샬럿과 마를렌의 인연이 좋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만화가 윤지운의「시니컬 오렌지」란 작품에서는 “인간은 결국 타인에게 사랑받고 싶어한다. 가족한테 사랑받는 건 당연한 거니까.”라는 식의 표현이 나오는데, 피가 섞이지 않은 소중한 인간관계는 태생보다도 기적 같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이야말로 ‘운명’이 아닌가 싶어.

#.7 연애상담: 좋아하는 사람의 연애상담을 해주는 것만큼 아픈 일도 없지 말입니다. 근데 내가 짝사랑하는 건 싫지만 남의 짝사랑 구경할 때 느끼는 그 안타까움은 참 좋더라고요. ( mm) ‘꽃을 주었다’라는 부분의 정서는 저의 장편 소설 「Twilight ― heure entre chien et loup ―」 14편을 보시면 더 잘 이해할 수 있으실 텐데....(내 소설 홍보대사) 보면 아시겠지만 <내가 먼저였는데>와 묘하게 내용이 일맥상통합니다. 마틴과 자네트의, 그 인물 됨됨이에 따른 아주 다른 방식의 짝사랑을 느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A>

대학퍼즈 설정에다 쓴 ‘드루이드’의 특징은, 제가 어렸을 때 재미있게 한 게임 <디아블로 2>의 직업 중 하나인 ‘드루이드’를 통해 제가 추억하는 속성을 우선적으로 응용했습니다. 저는 사이퍼즈 미아가 있기 전부터 일찍이 ‘드루이드’란 왠지 모르게 동물 속성을 우세하게 지닌 존재로 알고 있었습니다. 곰드루니 늑대드루니, 스킬 특성 찍는 거에 따라서 트리가 달라졌습죠. 정령 소환술이기도 하고 웨어베어나 웨어울프 같은 라이칸슬로프의 느낌도 나죠.


지적하신 분의 백과사전적 정의도 분명히 옳습니다만, 드루이드는 오크목을 대표적으로 숭상할지라도 동식물 구분할 것 없이 ‘자연’을 숭배하는 이들이었습니다. ‘druid’로 이미지 검색을 해봐도 나무뿌리나 잎사귀뿐만이 아니라 사슴뿔을 달고 있다거나, 짐승의 털가죽으로 된 옷을 입고 있거나, 옆에 동물을 대동하고 있는 모습으로 구현되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미아의 휠업이 ‘그루밍’인 것은 다들 아실 겁니다. 솔직히 전 미아가 출시된 당시엔 왜 식물능력자한테 그루밍이란 속성을 끼얹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만, 드루이드의 동식물이 뒤섞인 복합적인 특성을 이해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 납득이 가더군요. 같은 식물능력자라도 저는 드니스에게는 ‘숲, 엘프, 화원’을 느끼고 미아에게는 ‘정글, 요정, 야생’을 느낍니다. 미아 테마를 들어도 정글 느낌이 물씬 나죠. 한 마디 ‘야생소녀’란 느낌입니다. 그걸 대학퍼즈에서는 식물보다는 동물적인 느낌으로 표현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드니스가 꽃집주인이라면, 미아는 콧노래를 부르며 드넓은 초원에서 뛰노는 게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거든요.


ㅇㅅㅇ...왜 그러냐해...우리 루시 이쁘다해...뭐라 하지 말라해...아, 아니 딱히 내가 요새 루시를 잡기 시작했는데 겁나 재미있어서 이러는 건 아니고...누가 저한테 루시 쌍히(흰색) 왕실 좀 싸게 팔아주실 분 안 계십니까...ㅠ


그거 맞습니다. 지금은 트위터를 관뒀지만 그때 RT로 떠돌던 그 정보를 기억하고 대학퍼즈 설정에 적용했습죠. (코 쓱)


- 오탈자 및 이상한 문맥 지적, 근거 있는 비판, 다양한 질문 환영합니다.

- 주요서식지: http://blog.naver.com/goastbaster

- 깨알 같은 전작 홍보(제목을 누르면 해당 소설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제목

길이

주연

부가정보

Twilight

― heure entre chien et loup ―

장편

(完)

다이무스&트리비아+올캐러

안타리우스의 트리비아 납치 시도가 있은 뒤 신변의 위협을 받게 된 그녀의 호위를 맡게 된 다이무스, 이윽고 벌어지는 전쟁과 제2차 인형실 끊기 작전

한여름밤의 꿈

중단편

(비정기 연재중)

다이무스&트리비아+올캐러

「Twilight ― heure entre chien et loup ―」의 후일담격 소설, 사이퍼들의 여름 휴가

할로윈 外

손바닥글 모음

다무틀비

「포옹」, 「이종교배」, 「말장난」, 「수트 로맨스」 등

칼집 外

손바닥글 모음

다무틀비

「춘정」, 「충동」, 「수트 로맨스 2」, 「태동」 등

Silent Night

- 일곱 개의 변주곡 -

중편

(完)

루이틀비마틴

+브루스

진격전의 배경스토리를 바탕으로 하는 이야기. 루이틀비의 갈등, 마틴의 짝사랑, 마틴과 브루스 사이의 갈등의 실체

자유 外

NEW!!

손바닥글 모음

마틴틀비

「고양이」, 「2월 14일」, 「갈증」, 「천사의 유희」 등

은폐

단편

피터미쉘데샹

지금으로부터 약 7년 후의 이야기, 미쉘이 모르는 피터의 진실

유도

단편

데샹미쉘피터

기묘한 모나헌 남매의 사정에 흥미를 가지고 접근하는 위선자 까미유 데샹

늑대와 소녀

단편

바레미쉘

[연성교환] 중세 패러렐. 마녀사냥에 쫓겨 죽어가는 소녀와 그 소녀를 줍는 늑대의 이야기

호접지몽

단편

다이무스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lone

손바닥글

드렉샬럿

[커미션] 가끔 있는 헬리오스의 회식 자리에서 자꾸만 음식을 가방으로 숨기는 샬럿에게 의문을 품고 드렉슬러는 어느 날 소녀의 뒤를 좇는데...

동족혐오 外

손바닥글 모음

까미유&마틴...

[리퀘 이벤트] 「굴욕」 (웨슬J),「연쇄」(J),「무장해제」(휴톤+미쉘+트리비아) 수록

대학퍼즈!

설정집+손바닥글 모음

(비정기 연재중)

올캐러

사이퍼들이 21세기에 태어나 평범한 대학생으로 살아간다면?

Nocturne de Neige

단편

벨져앤지

[커미션] 부친 흑염 하이드의 의문스러운 죽음의 진상을 좇는 지하연합의 수장 앤지 헌트와 그녀의 호위를 맡게 된 검의 형제 기사단의 벨져 홀든 그리고 루이스


P.S.1 본문이랑은 상관 없지만 받은 짤은 과시하라고 있는 거고, 이러나저러나 사이퍼즈 팬아트임에는 변함이 없으니까 나는 자랑한다!

트리비아 버뮤다 삼각지대라고 들어는 보았나, 중생아.


트리비아 in 헤○●즈 from 옆동네


P.S.2 작년에 완성해서 올리려다 못한 광복절 기념 소설 <진오귀>로 8월 15일 즈음 찾아뵙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 앤지 헌트, 흑염 하이드, 명왕 헨리 밀러 3세 얼굴 주세요 ★

♥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추천! 댓글! 추천&감상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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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레이디 YES NO 내 맘 알지? 성공! 뜨헉! 하아? 힝-
좋구나~ 후후후... YES NO 하- 감히! 이녀석들! 그땐 그랬지
Hi~ OK Oh! 냠~ Love U~ 궁금해! YES! 히힛~
안녕하십니까? 예~예~ 모든 것은 신의 뜻... 불허합니다. 의외군요. 나 원 참... 시작할까요? 강화인간!!
안녕? OK 궁금하네요. 역시! 재미있네. 깜짝이야! 아~니? ...
웃음 두려움 만족 놀람 동의 분노 좌절 인사
안녕하세요? 넵!! 미안해요!! 앗! 좋아요! 엣헴. 추천! ㅠㅠ
안녕하심까~ 피- 좋다! 못마땅해... 곱다~ 덤비라! 후우- 아슴찮다..
허~허~ 아, 아니... 헐! 흠흠... 끄응... 시, 식은땀이.. 엥? 후어어..
후훗~ Trick or Treat! 사.탕.내.놔. 소녀... 억울하옵니다... 사, 사탕 주세요! 해피... 핼러윈... 날 위해 사탕 정돈 줘야지? 목표? 당연히 사탕이지!
안녕~ ?? 피- 어머! 흐어 오오- 안돼! 랄랄라
우쭈쭈 하하 하? ?? 이거 참... -_- 안녕하십니까 안됩니다
ㅇㅅㅇ 으르릉... 나, 나! (정색) 깔깔 아니야!! 뿌잉 메~
안녕하십니까! 흐응? 흐으으응?! 척! 칫.. 좋-았어! 엥? 후에엥-!!
칫 엄숙하고 근엄하고 진지하다 믿습니다 내 안의 ...가 깨어난다 영업 중 할많하않 충격! 공포! 둠칫 둠칫 두둠칫
파이팅!! 고마워~ 졌어... 히힣 극대노 미안! 거울 앞에서 자의식 과잉된 십대 라이언
저는 지금 극공입니다. 훠이훠이 하.하.하. 매우 화가 납니다. 총기 손질중입니다. 저와 한 판 붙어보시겠습니까? 당신에 대한 정확한 진단 안돼!
뭐가 궁금하죠? 축하드립니다. 너에게는 뭐든 주고 싶어. 칭찬 드립니다. 대-단하십니다. 내겐 보여, 너의 죽음 당신을 믿습니다. 이런 미래는 싫어!
감사합니다. 기쁩니다. 축하합니다. 칭찬해 드리죠. 놀랍군요. 심기가 불편합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짝.짝.짝.짝 고마워... 멋있어... 지금 이게 뭐하시는 거죠? 대다나다 히에엑... 헉! 깜짝 놀랐습니다. 그만해!!!!!
옳소! 감탄했습니다. 흐음 후회할거요! 감사합니다. 놀랐습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색) 축하드립니다. 칭찬해 드립니다. 놀랍군요. 매우 화가 나네요. 큰 충격입니다. 놀랍군요.
이럴수가... 감히! 네가! 아니?! 장하군! 응?! 좋다! 그건 아니다! 고맙다!
감사합니다 잘 못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좌절상태입니다 감탄했습니다 칭찬합니다
멋지군! 좋았어! 하하! 축하하오! 아아.. 5분전인데. 커피한잔 하겠소?
승리의 정유년! 정의로운 새해복! 극.한.공.성. 복! 받아랏! 음~ 직장인의 정석
많이 배웠습니다! 대단합니다! ?!! 축하드립니다 뭔가.. 부족해요 짝짝짝! 각오하세요! 으윽!
성탄의 축복을~! 메리 X-MAS~! 화이트 크리스마스야 해피~ 크리스마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성탄이구나~
Good! Thank U Missing U Useless It's pretty good Oops WHY! Please wait
멜빈 미이라와 고스트 제피 할로윈에는 카를로스호박 히카르도의 사탕 탄야의 마녀 분장..? 잭-슈타인 강시 루시
기자님의 감탄사 : 호-오! 기자님의 일과 : 신문 보기 기자님의 사과 : 이거 실례! 기자님이 놀라면 : 어이쿠! 기분이 좋아 보이는 잭 기분이 나빠 보이는 잭 천진난만한 잭 상큼한 인사를 날리는 잭
좋군요! 좋은 시간 되소서 Merry 추석~! 우와~! 호~오! 가득해요~! 짱인데! 품위있군
Chu~♡ 파이팅! 우와앙.. 졌어 ㅠㅠ 이겼다! 흐~음? 뜨헉! 돼.. 됐거든! 사.. 살쪘..!
훌륭합니다 궁금하네요 에구머니나! 슬프네요... 경멸스럽군요.. 후훗~ 뭐라고 하셨죠? 이, 이럴수가...!
아이작의 멋진 모습 이글이라 샤샤샤~ 트리비아 슬라이딩 시바 포는 달린다 까미유도 달린다 라이샌더 달린다 마를렌 점프! 샬럿 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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