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서오세요, 그랑플람 탐정사무소입니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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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17 00:29:27
* 이번 이야기............ 어렵게 썼습니다.............. 정말이니까 궁서체로 씁니다........
* 그래도 재미있게 읽어주세요:D!!
* 추천과 댓글 언제나 감사합니다!
▶ 1편 http://cyphers.nexon.com/cyphers/article/bestart/topics/19364040
▶ 2편 http://cyphers.nexon.com/cyphers/article/bestart/topics/19533338
▶ 3편 http://cyphers.nexon.com/cyphers/article/bestart/topics/19773612
▶ 번외편 http://cyphers.nexon.com/cyphers/article/bestart/topics/20178001
▶ 4편 http://cyphers.nexon.com/cyphers/article/bestart/topics/20735481
▶ 5편 http://cyphers.nexon.com/cyphers/article/bestart/topics/21244160
나이오비의 등장에, 마틴은 고개를 들어 레베카를 바라보았다.
“어엉? 난 아냐~ 어디까지나 우연이라고~”
마틴의 눈빛과 마주한 레베카는 당황해하며 손을 내저었다. 레베카의 말은 사실이었다. 레베카 역시 나이오비가 어떻게 찾아왔는지 궁금하던 참이었다. 짧은 순간에 레베카의 생각을 읽은 마틴은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레베카 말이 사실이야. 장보러 가다가 여기 골목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따라온 거니까.”
“그냥 가던 길 가도 좋았을텐데 말이죠.”
“워낙 수상해서 말이지. 한밤도 아니고 한낮에 밖에 나가는 일이 거의 없으니까.”
나이오비는 레베카를 찌릿 쳐다보았다. 엘리에 관한 일에서라면 제 아무리 같은 연합 식구라해도 경계부터 하고 보는 나이오비였다. 그건 레베카도 알고 있었다. 레베카는 금방이라도 손끝에서 타오를 것 같은 불꽃처럼 따가운 나이오비의 눈총을 피하며 의미 없는 웃음을 흘렸다.
“...하하.”
한낮에 돌아다니는 게 수상할 정도라면 평소에 어떻게 지내는 것인지, 마틴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보나마나 저녁부터 새벽까지 술을 마시며 보낼 게 뻔했다. 현직 경찰 시절의 레베카가 그랬듯이 말이다.
“하지만 더 수상한 건,”
나이오비는 레베카에게서 시선을 돌려 마틴을 바라보며 운을 떼었다.
“마틴 챌피, 당신이야. 왜 엘리의 뒷조사를 하고 있는 거지?”
“왜 제가 엘리 씨의 뒷조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마틴은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이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팔짱을 꼈다.
“내가 ‘관계자’ 로 얽매인 사건이라 하면 엘리와 관련된 일밖에 없으니까.”
그제야 마틴은 조금 전에 레베카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차라리 관계자 한테 물어보는 게 빠르지 않겠어?
그 말이 단서가 되었을 줄이야. 이래서는 조금 전처럼 모른 척 넘어갈 수 없게 되었다. 한 번 더 모른 척 해볼까 싶던 마틴은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손을 들어 가만히 모자챙을 매만졌다. 오히려 잘 된 일이었다. 애써 에둘러 말할 필요가 없어진 셈이었다. 모자챙 아래로 옅은 미소가 드리워졌다.
“맞습니다. 엘리 씨와 관련된 의뢰를 맡았거든요.”
마틴의 말에 나이오비의 표정이 굳어졌다. 경계어린 눈빛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그녀는 입을 열어 짧고도 날선 말을 내뱉었다.
“누구의 의뢰지?”
“말할 수 없습니다. 의뢰자의 정보를 제 3자에게 함부로 발설하지 않는다는 것이 저희 그랑플람 탐정사무소의 숭고한 원칙이거든요.”
나이오비의 굳게 다문 입술 끝이 살짝 떨렸다. 한적한 골목길 안에 긴장감을 머금은 침묵이 흘렀다. 레베카는 어떻게든 침묵을 깨뜨리려 일부러 크게 헛기침을 내뱉었다. 그러나 정작 침묵을 깨뜨린 것은 마틴의 한마디였다.
“물론 예외는 있지만요.”
그는 그렇게 운을 떼며 나이오비를 바라보았다. 나이오비 또한 그게 뭐냐는 듯이 마틴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서로가 알고 있는 정보를 주고받자는 거죠.”
서로 ‘윈-윈’하자는 말이었다. 그러나 나이오비는 마틴의 제안이 탐탁지 않았다. 엘리에 대해서라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자신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건 마틴도 마찬가지일 터였다. 웬만한 정보란 정보는 다 가지고 있을 마틴이 나이오비에게서 얻을만한 정보 같은 게 없을 것이 분명했다. 즉, 마틴은 서로에게 이득이 없는 거래를 하자는 것이었다.
‘무슨 속셈이지?’
그녀의 생각을 읽은 마틴은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의뢰자가 누구인지는 말해드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탐정사무소에 오시면 누구인지 알게 해드릴 수는 있을지도요. 대신, 누구인지 알게 된다면 나이오비 씨가 알고 있는 것을 말해주세요.”
“그냥 여기서 말하지? 내가 왜 거기까지 가야하지?”
나이오비는 한껏 경계어린 목소리로 톡쏘아 붙이듯이 말했다.
“뭐, 어디까지나 나이오비 씨의 선택입니다. 의뢰자가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으면 그냥 돌아가셔도 됩니다.”
그건 아니었다. 나이오비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나이오비는 잘근 깨물었던 입술을 떼었다.
“...좋아. 그 거래, 받아들이지.”
나이오비는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마틴은 미소 지으며 답했다.
“좋습니다. 그럼 그랑플람 탐정사무소로 가시죠.”
“정말이지...”
나이오비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연한 분홍빛 머리카락 사이로 잔뜩 찌푸린 미간이 한껏 좁혀졌다. ‘어린 의뢰자’인 엘리는 가만히 레베카의 뒤로 숨어서 나이오비의 눈치를 살폈다. 나이오비는 화날 때마다 깊은 한숨을 내쉬며 참는 버릇이 있었다. 지금도 그랬다. 그랑플람 탐정사무소에 간다는 이야기를 말하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엘리는 레베카의 바지자락을 꼬옥 쥐었다. 하지만 엘리의 생각과는 달리, 나이오비가 화가 난 이유는 다른 데에 있었다.
“...이글 홀든, 돌아가면 화염총 딱밤을 먹여줘야겠군.”
“그 좋은 구경을 못 본다는 게 유감입니다.”
마틴은 나이오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자, 그럼. 이젠 제 차례군요. 관계자 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마틴은 나이오비에게 의자를 권했다. 그러나 나이오비는 인상 쓰기만 할 뿐, 의자만 바라보았다. 말려들어도 한참 말려들었다는 기분을 떨쳐낼 수 없었다. 마틴의 말마따나 그냥 가던 길이나 갔더라면 좋았을 싶었다. 그랬더라면 여기까지 올 이유도 없었다. 마틴과 거래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레베카. 엘리 좀 부탁할게.”
나이오비는 레베카를 돌아보며 말했다. 레베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짓자락을 잡고 있는 엘리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럼에도 엘리의 발걸음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 엘리의 앞에 하랑이 쭈그려 앉아 엘리와 시선을 맞추며 말했다.
“멍멍이 보여줄까?”
“멍멍이...?”
“저-쪽에 멍멍이 있는데, 멍멍이 안 무서워?”
“엘리 멍멍이 안무서! 멍멍이 보러 갈래!”
엘리는 호기심 어린 눈망울을 빛내며 마주잡은 레베카의 손을 흔들어댔다. 한손은 레베카의 손, 한손은 하랑의 손을 잡고, 멍멍이가 있는 탐정사무소 한 쪽의 멀찍이 자리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이오비는 그들이 어느정도 멀찍이 떨어지자, 그제야 마틴이 권해준 의자를 거칠게 내빼며 그 자리에 앉았다.
“그래, 잘나신 탐정님께서 궁금한 건 뭐지?”
“엘리 씨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말해주시면 됩니다.”
나이오비가 엘리를 어떻게 만났는지는 마틴도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관계자 에게 한 번 더 들어볼 필요가 있었다. 나이오비는 쓴 인상을 지으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어떠한 접점도 없었던 캠벨 부부가 지하연합에 찾아와서 나이오비를 찾은 것,
자세한 이야기는 집에서 하자며 지정된 날짜에 집으로 찾아오라고 했던 것,
만약에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 때 자신들의 딸인 ‘엘리’를 부탁한다는 것,
나이오비가 집을 찾아갔을 때 부부는 없고, 그들의 딸만 집에 있었던 것,
‘엘리’와 놀아주며 부부를 기다렸건만 저녁 늦도록 부부는 오지 않았고,
부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가 싶은 느낌에 ‘엘리’를 데리고 나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경찰에 실종신고를 한 것도 그녀였다. 실종사건이 행방불명 사건으로 바뀌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가 말해줄 수 있는 건 그게 전부야.”
나이오비는 브루스가 내놓은 탁자 위의 물잔을 들어 물을 마셨다. 마틴은 잠자코 그녀가 물잔을 내려놓을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나이오비가 물잔을 내려놓고 짧은 숨을 내뱉자, 마틴은 입을 열었다.
“캠벨 부부가 지하연합에 찾아온 날이 언제였죠?”
나이오비는 그 날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에게서 날짜를 들은 마틴은 가만히 팔짱을 끼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었다.
캠벨 부부가 지하연합에 가서 나이오비를 찾아간 날은, 그랑플람 탐정사무소에 의뢰했던 일을 중단 요청하고 난 이틀 뒤였다. 마틴은 자신에 앞에 놓인 서류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지금은 필요 없어진, 캠벨 부부가 의뢰했을 때 적어놓은 문서들과 뒷조사를 하며 적어놓은 내용들이었다.
캠벨 부부가 그랑플람 탐정사무소에 의뢰했던 것은 자신의 집에 다녀간 사람들을 찾아달라는 의뢰였다. 못 찾아줄 것은 없었다. 그러나 그들의 인상착의가 무엇인지, 특징이 될 만한 부분이 있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단서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탐문수사를 벌여도 캠벨 부부의 이웃들에게서 얻을만한 정보도 없었다. 그야말로 트와일라잇 광장에서 바늘찾기나 다름없었다. 어디부터 조사해야 할 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 와중에, 부부는 의뢰한 지 이틀 만에 의뢰중단을 요청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마틴은 그들 스스로도 무리한 의뢰라고 여겨서 그런 거라 생각했다. 적어도 나이오비의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캠벨 부부가 의뢰를 중단요청하고 나이오비를 찾아갔다는 것도 그렇지만, 지정한 날짜에 나이오비를 집으로 오라고 한 것도 그랬다.
“...단순한 행방불명이 아니군.”
마틴 옆에 앉아있던 브루스는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묵직하게 말을 꺼냈다. 창밖을 내다보고 서 있던 티엔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오비만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나이오비의 의문에 브루스가 대답했다.
“캠벨 부부는 자신들의 딸을 안전하게 보살펴 줄 단체인물을 알아보고 있었던 모양이더군. 캠벨 부부와 '그들'이 어떤 관계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에게 '그들'에 대해 알아봐달라고 의뢰했었고, 후에 자네를 찾아가서 엘리 양을 부탁한다고 한 걸 볼 때, 그 사이에 캠벨 부부와 '그들'간에 어떤 일이 있었을거라 보네. 그렇지않고서야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을테니까.
부부에게 있어서 아마도 ‘그들’의 영향이 닿지 않는 안전한 곳이 필요했을 테지. 딸을 위해서 말일세. 그렇게 고르고 고른 것이 지하연합, 나이오비 자네였던거고. 자네에게 집으로 오라고 한 것도 어쩌면 '그들'의 시선을 피할만한 자연스러운 상황이 발생해야 했을걸세. 그러려면 자네가 엘리 양을 지하연합으로 데려가게끔 만들어야 했겠지. 바로 거기서 캠벨 부부에게 무슨 일이 생겨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성립되는 것일세. 만약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자네가 엘리 양을 데리고 갈 일이 있겠는가?”
두터운 눈썹 아래로 브루스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정리하자면, 나이오비 씨가 엘리를 데리고 가게끔, 캠벨 부부 스스로 ‘행방불명’의 조건을 만들었다는 유력한 가설이 나온다는 거죠.”
“아니, 잠깐-.”
마틴과 브루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나이오비는 손을 내저었다.
“이건 어디에서도 말한 건 아닌데. 캠벨 부부는 내게 당분간 딸을 맡긴다고 그랬어. 스스로 행방불명처리를 만들 거였다면, 뭣하러 ‘당분간’이라는 말을 했겠어?”
“딸과 같이 가면 안 되는 곳에 가는 거였거나?”
딸과 같이 가면 안 되는 곳.
나이오비는 다문 입으로 나지막이 되뇌었다. 그런 곳이라면 '그들'을 따라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혹시 정체불명의 편지도 ‘그들’과 관련된 것일까.
“사실, 엘리를 지하연합으로 데리고 간 뒤로 이상한 일이 있긴 했는데 말야.”
나이오비의 말에, 마틴과 브루스가 동시에 그녀를 바라보았다. 나이오비는 주머니 속에서 꼬깃꼬깃 구겨진 하얀 봉투를 꺼냈다. 발신자는 적혀 있지 않았다. 그저 받는 사람에 흘려 쓴 필기체로 ‘Inge Niobe’라고만 적혀있을 뿐이었다. 나이오비는 봉투 속에서 하얀 종이를 꺼냈다. 오른쪽 끝부분이 조금 잘려나간,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새하얀 종이였다.
“내 앞으로 이런 게 오더라고.”
나이오비는 봉투와 종이를 마틴 앞으로 스윽, 내밀었다. 마틴은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종이와 나이오비의 이름이 적힌 봉투를 들며 넌지시 물었다.
“매일 오는 겁니까?”
“뜸하게 오는 편이야. 가끔 지하연합에 장난스런 편지나 엽서는 오는 편이거든. 지하연합에 루이스가 있다보니, 영웅이 되고 싶다느니, 만나고 싶다느니 그런 거. 그런 얘들 장난은 한번이면 끝이거든. 근데 이건 예외니까 좀 이상하다 생각하긴 했었지.”
마틴은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흰 종이를 머리 위로 들어보였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에 갖다 대어도 숨겨진 글자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신문기사를 본 누군가의 장난이려나요?”
마틴의 가설에 나이오비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럴 일은 없어. 신문기사에서는 후원자가 생겼다고만 나왔지, 어디에서도 지하연합이라거나, 내 이름은 나오지 않았으니까. 애초에 익명을 요구한 후원자가 지하연합에 요청해서 엘리가 지하연합 소속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풍문처럼 나도는 마당에 그럴 가능성은 없지.”
나이오비의 말에, 브루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는 것은 자네와 엘리와의 관계를 아는 사람이 보냈다는 뜻이군.”
“캠벨 부부.”
창문 앞에 서서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티엔이 단호히 답을 내놓았다. 약간의 침묵 끝에 나이오비가 질문을 던졌다.
“그들이 내게 보낸 거라면 왜 아무런 내용도 쓰지 않은 거지?”
“아마도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 들키면 안 되는 거겠죠. 다른 사람에게 대필을 부탁하자니, 그럴 수 없는 환경이라는 거겠고. 무엇보다 이건, 나이오비 씨에게 보낸 게 아닐 겁니다.”
마틴의 말에 나이오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봉투에 자신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그런데 받는 사람이 자신이 아니라니.
“엘리 씨.”
마틴은 저만치서 하랑의 적견들과 놀고 있는 엘리를 불렀다.
“엘리 씨 앞으로 편지가 온 거 같은데요?”
“편지?”
편지라는 말에 엘리는 마틴에게 쪼르르 달려왔다. 마틴은 나이오비에게서 받은 새하얀 종이를 엘리에게 건네주었다. 종이를 받아든 엘리는 처음에 어리둥절하더니, 이내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노래를 불렀다. 엘리와 함께 지하연합에서 늘 같이 보낸 나이오비도, 가끔 놀아주던 레베카도 처음 듣는 노래였다. 재잘재잘 노랫소리에 적견들도 귀를 쫑긋 세우고 엘리의 노래에 귀를 기울였다. 작은 소녀의 노래소리가 탐정사무소 안을 맴돌았다. 종이를 들고 노래하던 엘리는 바닥에 하얀 종이를 내려놓고, 팡, 하고 외쳤다. 그러자 하얀 종이 위로 연기가 피어오르듯이 중년의 남자와 여자의 실루엣이 나타났다. 종이 위에 물이 번진 것처럼 흐릿한 형태였다.
“우와아, 엄마야, 아빠야!”
엘리가 두 손을 들고 반겨주었다. 느닷없는 엘리의 ‘상상’에, 모두가 놀라서 그저 말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그저 모습만 드러낸 실루엣일 뿐인데, 엘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곤조곤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엘리의 능력이 ‘상상’이란 것을 알고 있는 나이오비도 말이 없었다.
“이건...”
“자신들을 드러내지 않되, 드러낼 수 있는 방법. 어디에 있든지, 자신의 딸이 자신들을 볼 수 있는 방법이죠.”
마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엘리가 나이오비를 불렀다.
“나비 온니! 우리 엄마아빠가 나비온니에게 인사하구 싶대!”
나이오비는 엘리가 ‘엄마아빠’라고 칭한 실루엣을 바라보았다. 나이오비의 시선을 의식한 것일까. 실루엣의 두 사람은 나이오비를 향해 가벼이 목례를 했다. 그리고 사라졌다.
나이오비는 한동안 실루엣이 서 있었던 곳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들이 했던 말을 조용히 되뇌었다.
고마워요.
라는 말을.
“주근깨 아찌 안녕!! 할아부지도 안녕! 멍뭉이 오빠도 안녕! 말없는 아찌도 안녕! 또 봐아!”
레베카의 등에 업힌 엘리는 양팔을 휘휘 흔들어대며 마중 나온 그랑플람 탐정사무소 식구들에게 격한 인사를 건네주었다. 마틴은 손을 흔들어주며 인사에 화답했다. 엄마 아빠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해결했다고 하기에는 애매하지만, 엄마아빠의 새로운 얼굴을 봤다며 괜찮다고 말한 엘리였다.
“이번 일은 절대로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 되는 일이야.”
“아무렴요~”
진지하게 경고하는 나이오비의 말에, 마틴은 여유롭게 웃으면서 답했다. 브루스도 허허허, 웃으면서 나이오비의 어깨를 도닥여주었다.
“걱정 말게나. 이래봬도 능력자의 비밀은 잘 지켜줄 테니.”
“다시는 여기 올 일이 없었으면 좋겠군요.”
“뭐야,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야기는 잘 해줬으면서.”
하랑의 말에 나이오비는 조금 찔린 듯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는 등을 돌렸다.
“...고마워.”
들릴락 말락, 가까이에 있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작은 목소리로 말하고서 레베카와 엘리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엘리를 업은 레베카는 나이오비에게 짓궂게 말했다.
"인사가 너무 짧은 거 아냐?"
"그정도의 일이었으니까. 됐고 얼른 가자. 저녁 먹을 거 장봐야지."
나이오비의 말에 레베카는 피시 웃으며, 엘리를 한 번 들춰 업었다. 엘리는 레베카의 목에 손을 두르며 말했다.
"엘리 스빠게띠 머꼬시퍼!"
"토마토 소스가 좋을까요~ 크림 소스가 좋을까요~"
"토마토!"
"토마토를 많이 먹으면~?"
"엘리 피부가 뽀송뽀송 예뻐져여~"
레베카와 엘리는 서로 주거니받거니 하며 나이오비의 뒤를 따랐다.
저만치 멀어지는 세 사람의 모습을 보고 있던 하랑은 작게 중얼거렸다.
“근데 말야. 진짜 엘리네 엄마아빠였을까?”
“어디까지나 ‘상상’이죠. 엘리 씨의 능력이잖아요?”
“그치만 나이오비에게 인사했잖아?”
“그건-"
마틴은 나이오비의 뒷모습을, 레베카의 등에 업힌 엘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나이오비 씨를 엄마아빠처럼 생각하는 엘리 씨의 무의식이지 싶네요.”
하랑은 마틴의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틴은 모자를 고쳐쓰며 말했다.
“자, 그럼 우리도 들어가서 이글홀든의 운이나 빌어줄까요.”
마틴의 말에, 그랑플람 탐정사무소의 식구들은 나이오비에게 화염총같은 잔소리를 들을 이글을 떠올렸다. 그리고 모두가 약속이나 한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탐정사무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렇게 엘리의 의뢰이야기가 끝났습니다.
아무래도 탐정사무소니까, 조금은 진지한 추리 이야기로 써보자, 라는 마음으로 써봤습니다.
이클립스 이야기를 토대로 추리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은 많이 했었는데 이렇게 써보네요.
써봤는데............
힘들었습니다..........
뭔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은 많았는데 생각은 많아지고 써지지는 않고... 그렇습니다..
이해가 안되셨다면 죄송합니다......
무언가 중간에 잘라먹은 것처럼 억지스럽다면 죄송합니다........
역량부족입니다...........
개인적으로 레베카가 현직경찰 때 만난 마틴 이야기도 쓰고 싶은데,
그 이야기는.........
제가 공성전에서 방티엔으로 적팀 방레베카를 1:1로 붙어 이기면 그때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네.
쓸 일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음에 글을 써보게 된다면 부담없이, 생각없이(?), 맘편히 읽을 수 있는 글을 써보겠습니다.
이번 의뢰 이야기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