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서오세요, 그랑플람 탐정사무소입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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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8 09: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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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올린 글이 오싸갔더라구요! 추천해주신 분들, 댓글남겨주신 분들, 다음편 기대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그런데 다음편의 의뢰의 상태가...................
*이번 편도 재밌게 읽어주세요 :)
홀든가의 의뢰는 아주 간단하면서도 의미심장했다. 집안과 관련된 일이니, 가급적이면 자택 내부에서 이야기했으면 하는 것이 홀든가의 의뢰였다. 의뢰를 받아온 브루스도 정확히 알아낸 것은 없었다. 그렇게 외부로 발설되면 곤란한 홀든가의 의뢰가 무엇일지 마틴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홀든 가문은 공공연히 알려진 검술계의 명문가였다. 한 시대를 풍미하는 검술 실력자 대부분은 홀든 출신이었다. 최근엔 총의 보급으로 검보다 총을 드는 사람들이 많아졌다지만, 변해가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도 대대로 검술실력자들을 배출해낸 홀든 가문은 건재했다. 급격한 시대의 틈새에서도 홀든 가문을 검술의 명문가로 자리매김한 데에 삼형제가 있었다.
그런 홀든 가문 내부에 생길만한 ‘의뢰’라 하면 아무래도 명문가의 유산을 둘러싼 삼형제의 다툼일지도 모른다고, 마틴은 처음에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다이무스 홀든이 누군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홀든 가의 장남이요, 홀든 출신의 은행원이자 검사(劍士)라고 알고 있겠지만, 마틴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홀든 가문의 재정적인 모든 것을 위임받은 자이기도 했다. 가족 간에 거래도 하지 않는 다이무스 홀든이기에, 설령 형제끼리 가문의 유산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다고 해도 확실히 할 사람이었다. 무엇보다 집 밖으로 잘 나돌아 다니는 차남 벨져 홀든이나 이렇다 할 거 없이 집에서만 지내는 막내 이글 홀든이 다른 것도 아닌 ‘돈’을 가지고 있는 그에게 무모하게 유산 문제를 만들 것 같지 않았다.
마틴이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은 벨져 홀든의 경우였다. 그의 가출 사건으로 트와일라잇이 시끄러운 적이 한두 번 있었다. 물론 그 시끄러움의 근원지는 트와일라잇 곳곳의 골목 어귀였다. 사람들은 제각각 홀든 가의 둘째가 가문을 나갔다느니 이야기가 나돌았지만, 정작 홀든 가문의 형제는 벨져를 찾지 않았다. 사람들은 칼에 베여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것 같은 다이무스의 냉철함에 혀를 내둘렀고, 이글의 될 대로 되라는 식의 무심함에 혀를 찼다. 벨져의 가출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락내리락 거린 것도 초창기의 한두 번이지, 집으로 돌아와도 자주 집을 나가다보니 사람들의 이야깃거리에도 오르지 않게 되었다. 그런 벨져가 또다시 가출을 했으니 찾아달라는 의뢰일지도 모른다고 잠시나마 생각한 마틴이었지만, 홀든 가의 형제들 성격상 그것도 아닌 것 같은 마음에 고개를 저었다.
막내 이글의 경우는, 생각할 것도 없었다. 집 안에서만 놀고먹고 하거나 어쩌다가 지하연합에 가서 시시덕거리다가 집에 오는 게 일상인 그였다. 그런 그와 집안 내부와 관련된 문제의 의뢰와는 연관성은 없어보였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어느덧 홀든 가에 도착했다.
홀든가에 도착해서 마틴은 크게 세 가지에 놀랐다.
첫째로, 홀든 가의 저택이 생각보다 크다는 점이었다. 정문에서 정원을 지나 저택의 입구에 다다르는 데도 한참을 걸어야했고, 저택의 입구에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초대한 응접실까지 가는 것도 꽤나 걸어가야 했다. 큰 저택의 명문가답게 저택을 관리하는 하인들도 많았다. 그들은 늘 접대하는 홀든 가문과 관련된 사람이 아닌, 후줄근한 옷을 입고 있는 낯선 네 사람에게도 허리를 숙여가며 응접실로 안내했다. 응접실에 도착하고서 마틴은 두 번째로 놀랐다.
벨져가 있었다.
오는 내내, 소문의 벨져 홀든은 집을 나갔겠거니 생각했던 마틴이었다. 그런 벨져가 멀쩡히 응접실 테이블에 앉아서 홍차를 마시고 있는 걸 보고 있자니, 삼형제가 응접실에 모인 사항이니만큼 집안과 관련된 의뢰라는 것이 의외로 심각한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일랑 접어둘 정도로 마틴이 세 번째로 놀란 것은,
“형이 내 꿀맛 과자 먹었잖아!”
…쓸데없는 일로 숭고한 그랑플람의 인재들을 저택까지 불렀다는 것이었다. 확실히 ‘집안 사정’이긴 했다. 무엇보다 이런 식의 ‘집안 관련 일’이라면 외부에 밝혀서 좋을 일이 없는 것은 당연했다.
뛰어난 검술실력으로 기반을 다진 명문 홀든 가의 저택 응접실에서 긴히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의뢰내용인즉슨, ‘누가 이글의 꿀맛 과자를 먹었는지’에 대한 것이라니.
다이무스를 물고 늘어지는 의뢰자인 이글을 보던 마틴은 영업용 미소를 띤 채 하하, 웃으며 옆에 앉은 브루스의 두툼한 옆구리살을 팔꿈치로 찔렀다.
“으레르므으(의뢰라며요)”
영업용 미소를 잃지 않는 마틴의 입 밖으로 흘러나온 말에 브루스는 그저 허허, 하고 웃을 뿐이었다. 브루스도 이런 의뢰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의뢰를 한 ‘홀든 가’의 철저한 보안(?)도 그렇지만, 명문가의 의뢰를 받았다는 들뜸에 앞뒤재지 않고 일단 가보자고 한 것도 있었다.
“이거 해결하자고... 내가...”
하랑은 천장에 매달린 크리스탈 샹들리에를 바라보며 오랜 걸음에 지친 발을 까닥거렸다. 그 옆에 앉은 티엔은 그런 하랑을 나무랐다.
“발은 그냥 냅둬라, 하랑.”
“어차피 그만큼 또 걸어가야 하잖수. 미리 발 풀어놓는 거니까 뭐라 하지 말기.”
하랑의 말에 이번만큼은 티엔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팔짱을 끼고, 마음 속 깊이 끓어오르는 뜨거운 기(氣)를 억누르고자, 근처에서 들리는 소란스러움으로부터 조용히 두 눈을 감고 상념에 잠겼다.
이글은 처음부터 다이무스를 범인으로 몰았다. 자기 방에 들어온 적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범인으로 몰리면 억울해하거나 결백을 주장하며 흥분할 법도 한데, 다이무스는 미동도 하지 않고 아니라는 단답만 했다. 과자를 먹었네, 아니네, 하는 그 도돌이표는 1시간 동안 계속되었다. 제아무리 악보를 채보한다는 음악의 장인 리사라도 이 도돌이표 앞에서는 질려 가버릴 터였다. 이대로라면 해결은커녕, 시간만 낭비할 뿐이었다.
마틴은 테이블 맞은편에 앉은 벨져를 힐끗 쳐다보았다. 응접실에 들어온 순간부터 문제의 사건이 대두된 지금까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은 벨져였다.
‘진짜 범인은 자신이 저지른 범행을 제 입으로 말하지 않는 법이지. 그리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 아무 말 없이 지켜보기도 하고 말이지.’
마틴은 이글과 다이무스가 벌여놓은 소란스러움 속에서 벨져의 생각을 읽어보기로 했다. 벨져의 생각은 간단명료했다.
「집 나가고 싶다」
간단명료한 것이 마틴은 너무나 마음속에 와 닿았다. 그러면서도 벨져가 시시때때로 집을 나간 것이 이해가 되는 한 순간이었다. 이런 집구석이라면 단연 나가고 싶겠지. 마틴은 여전히 시간낭비 다툼을 벌이는 이글과 다이무스를 바라보았다. 빨리 이 거지같은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건 마틴 뿐만은 아닐 터였다. 이대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을 게 뻔했다.
마틴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박수를 한두 번 치고는, 주변의 시선을 한데 모았다.
“자자. 과자 정도는 다이무스 씨가 사줄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과자를 대신 사주는 걸로 끝내는 게 어떨까요?”
마틴의 중재안에 다이무스는 마틴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래서는 마치 내가 범인이라고 말하는 것 같은데. 잘못 들은 것인가?”
“아니, 뭐... 그런 건 아니지만, 과자 정도는 사줄 수 있잖아요?”
“확실히 해두지. 난 범인이 아니므로 사줄 의무가 없다.”
“...하아.”
다이무스의 단호한 대답에, 마틴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 내가 변호사 부르랬잖아. 이 일은 탐정 나부랭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이글의 비아냥거리는 목소리에 브루스의 옷깃에서 투둑, 소리가 나더니 단추가 터져나갔다. 이곳에서 한타가 터진다면, 이 거대한 저택에서 도망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탐정 나부랭이’라는 말에 마틴도 조금 자존심이 상했다. 자존심이 상한 것은 하랑도 마찬가지였다.
“마틴, 너의 그 잘난 스캐닝으로 과자 따위 찾아주고 빨리 가자.”
“고작 과자 따위에 낭비하기 싫군요.”
마틴은 팔짱을 끼며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다이무스가 과자를 먹지 않았다면 과자는 어딘가에 있을 테고, 그 과자를 스캐닝으로 찾아주면 그만이었다. 다이무스가 과자를 먹었다면, 그걸 밝혀내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꿀맛 과자’를 둘러싼 쓸데없는 의뢰에 능력을 쓰고 싶지 않았다.
-꼬르륵.
“흠흠.”
마틴은 아침 굶은 티를 내는 소리를 감추기 위해 일부러 헛기침을 두어번 크게 내뱉었다. 어흠! 하는 브루스의 큰 목소리도 소리를 감추는 데에 한 몫 해주었다.
무려 홀든 가다. 제아무리 이글이 집안에서 놀고먹는 백수라 해도, 명색이 홀든가의 셋째인데 돈이 없지는 않을 터였다. 의뢰야 어찌되었든 해결해주면 돈은 주겠지만, 돈이냐, 자존심이냐, 운명의 기로에 서서 마틴은 고민했다. 그러나 그 고민도 잠시였다. 철거반이 건물을 때려 부수는 소리만큼이나 강한 꼬르륵, 소리가 브루스와 하랑에게서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들은 마틴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의뢰자의 방부터 가볼까요.”
“뭐야, 이제야 의뢰 해결에 나서는 거야?”
이글의 말에, 마틴은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웃음으로 대답했다.
“어이, 마틴!”
하랑은 자리에서 일어난 마틴의 옷깃을 잡아끌었다. 그 짧은 행동에는 넌 자존심도 없냐는 말이 상당히 함축되어 있었다. 마틴은 하랑에게 낮고도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탐정 나부랭이 역할은 해둬야 돈은 들어오겠죠.”
일리 있는 말에 하랑은 이글을 바라보며 입을 삐죽 내밀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브루스 역시 험험, 헛기침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티엔 역시 팔짱 낀 두 팔을 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근데 내 방을 봐서 뭐하게~ 범인은 큰 형이 확실하다구~”
이글은 다이무스를 척 가리키며 말했지만, 마틴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그건 탐정 나부랭이가 할 일입니다. 방으로 안내해주시죠.”
마틴의 말에, 이글은 그제야 다이무스에게서 발걸음을 돌렸다. 이글의 뒤를 따라가는 마틴의 뒷모습을 보던 하랑은 뒤끝 쩌는 마틴의 행동에 말없이 웃음만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