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phers

  • ◆완결편◆ 로라나비 : 연 - 5,에필로그
  • 1,504

    17

헬루펜 [55급]

2014-03-03 20:01:11

 

스토리아트 아니고 팬픽입니다.

글 안읽는분의 댓글은 원치 않으니

안보실거면 그냥 패스 부탁드립니다.

 

1화 : http://cyphers.nexon.com/cyphers/article/art/topics/9727796

2화 : http://cyphers.nexon.com/cyphers/article/art/topics/9844960

3화 : http://cyphers.nexon.com/cyphers/article/art/topics/10320194

4화 : http://cyphers.nexon.com/cyphers/article/art/topics/10337924

 

 

 

 

 

 

BGM : Froufrou - Let go

 

브금을 청취하는 당신은 진정한 문화인

 

 

 

 

 

 

 

  고민하고, 그답지 않게 망설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거듭 생각해봐도 미뤄서 좋을 것은 없다는 결론에 이르러, 로라스는 다음 날 업무를 마치고 휴톤에게 기별했다. 그리고 조금 늦은 밤이 되어 연합 사무실 근방에서 만나, 예의 그 술집으로 향했다. 다른 이들과 합류할 예정이었는데, 들어가다 말고 입구에서 연합의 몇몇과 만났다. 그들은 로라스와 얼굴이 마주치자 조금 어색하고 난감한 얼굴로 눈인사를 주고받았다. 휴톤은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니들 한 시간 전에 왔다면서? 옮길 거냐?”

  “엉. 그냥 사무실 가서 놀까 싶어서.”

  “그래? 그런데 잉게는 왜 안 보여?”

 

  레베카는 말없이 엄지손가락으로 자기 어깨 너머를 가리켰다. 바의 한구석 자리에서 술잔을 쥐고 엎드려 있는 나이오비가 보였다.

 

  “너무 빨리 달려서 벌써 저 모양이야. 데려가려 했는데 혼자 있겠대.”

  “그, 그래? 어쩌지?”

  “뭘 어째, 그냥 우리끼리 놀다 가게 닫기 전에 데리러 오면 되잖아. 어차피 지금 잉게 있으면 분위기 엉망 된다고.”

  “문디야. 그때사 되믄 우리 중에 누가 잉게를 챙기갖고 델꼬 온단 말이가?”

  “그럼 어쩌라고?”

 

  이글과 도일이 투닥거리는 모양을 바라보던 레베카는 문득 떠오른 사실이 있었다. 로라스를 흘긋 본 그녀는 휴톤의 턱밑을 찌를 듯 손가락을 들이대며 낮은 목소리로 따졌다.

 

  “그런데, 이 기사님은 왜 또 데려온 거야? 너 임마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지금 타이밍에…….”

  “그런 게 아니다. 내가 잉게 나이오비에게 할 이야기가 있어서 왔다.”

  “응?”

 

  서글서글한 눈동자로 휴톤을 째려보던 레베카가 로라스를 다시 바라보았다. 이글과 도일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담담하게 대꾸했다.

 

  “우선은 내가 그녀와 단둘이 있으면 하니, 그대들은 예정대로 자리를 옮기게.”

  “야, 아론. 괜찮은 거야?”

  “어……, 아마도? 어차피 너도 이거 수습해 보게 이 녀석에게 내 등 떠밀어 보낸 거잖냐.”

  “잘됐네, 야. 어차피 남녀문제는 하룻밤 같이 보내면 다 풀리게 되어 있, 컥! 야……! 너, 레베카 너 방금 진짜 명치 때렸…, 쿨럭, 쿨럭!”

  “가자.”

  “오야.”

 

  묶인 머리끝이 땅에 닿도록 고꾸라져서 경련하는 이글을 버려두고, 레베카는 그녀답지 않게 퉁명스럽게 말하며 가 버렸고 도일이 그 뒤를 따랐다. 휴톤은 로라스에게 물었다.

  “옆에서 지켜봐야하나 싶었는데, 정말 둘만 얘기할 생각이냐?”

  “나로 인해 생긴 일이 아닌가.”

  “그래, 그렇게 나와야 진짜 사내지. 잘 해 봐라. 나중에라도 나 정신 멀쩡하면 다시 올게.”

 

  그는 로라스의 어깨를 툭 치고, 옆에서 징징거리며 엄살 피우는 이글을 끌고 멀어져갔다. 로라스는 심호흡을 하고 술집 안으로 들어섰다. 다른 테이블은 다소 시끌시끌했지만 술집 안쪽에서는 바텐더만이 움직이고 있었다. 구석진 자리에 찌그러져 있는 나이오비 탓에 분위기가 좀 더 썰렁한 것도 같았다. 그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옆에 앉으며, 작은 소리로 바텐더에게 베네딕틴을 주문했다.

  술잔이 놓이는 소리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나이오비가 움찔하고 이쪽을 곁눈질했다. 로라스는 누군가 자신의 얼굴을 찌르는 것 같은 불편함을 느꼈다.

 

  “아론, 이야……?”

 

  제대로 쳐다보지 않기도 했지만, 이미 인사불성인 것 같았다. 바로 옆에 앉은 사람을 못 알아보다니. 좀 작작 마셨으면 좋겠건만(원흉은 당신일진대). 로라스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침묵한 채로 술을 홀짝였다. 마음속으로 정리한 말을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녀의 상태가 예상치 못한 지경이기도 하고 말이다.

 

  나이오비는 결코 도수가 낮지 않아 봬는 칵테일을 마저 들이켜더니 바에 탁 내려놓았다. 그랬다가 머리를 감싸쥐는 걸 보아하니 아마도 무리한 게 확실해 보였다. 한순간 토하기라도 할 것처럼 웁 하는 신음을 흘리다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정말 속에 든 것을 게워내듯 내뱉었다.

 

  “사랑은, 개X끼야. 진짜 개X끼 같은 거라고!”

  “…….”

 

  로라스는 솔직한 심정으로는 벗어나고 싶었다. 그녀의 옆자리에서, 혹은 이 갈등 속에서. 하지만 어쩌겠는가, 또 다시 만나느니 추태를 보거나, 혹은 보이더라도 지금 여기서 해결할밖에. 우선은 그녀의 상태를 살피며 들어주겠노라 속으로 결심했다. 잠시 뜸을 들이며 딸꾹질하던 나이오비가 다시 입을 열었다.

 

  “차라리 외로운 게 나은 것 같아. 사랑할 줄 몰랐더라면 이렇게 아프지 않았을 건데. 카인 씨도, 그 기사님도……. 그리고 예전의 그 사람……, 그래. 그 사람이야.”

 

  또 다른 한 명은 누구의 이야기일까. 아마 휴톤을 만났을 때 그가 언급한, ‘가엾은 여자’가 된 원흉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물을 필요도 없게 나이오비가 넋두리를 계속했다.

 

  “나를 짓밟거나 외면한 남자들 중에 그가 제일 잔인해……. 왜 사랑하게 만든 거야. 왜 알게 만든 거냐고. 결국 에밀리아를……, 그 아이를 그렇게 보내 버릴 일도, 그 뒤에 찾아올 아픔도 없었을 거 아니야!. 상처주고 떠나갈 인연 같은 거…, 아예 하나도 생겨나지 않도록……. 안 그래?!”

 

  고주망태가 된 지 오래인 나이오비였기에, 그녀의 말은 맺음이나 이어짐도 분명하지 않은 푸념이었다. 그러나 그 말에서 배어나오는 비통함은 확실하게 전해졌다. 감정이입이 될 성질의 것도 아니었고 그러지 않으려고 마음을 다잡고는 있었지만 로라스 역시 듣고 있는 기분이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앞서 생겨난 많은 인연과 감정을 부정할 정도로 지금의 잉게 나이오비는 절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울먹이던 나이오비는 아……, 하는 소리를 흘렸다.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힘없는 탄식이었다.

 

  “아니, 내가 무슨 소릴 한 걸까……. 이건 아니야. 에밀리아만은, 그렇게 생각해선 안 되었는데. 미, 미안해 에밀리아. 미안해…….”

 

  말을 흐리면서 그녀가 흐느꼈다. 그런 그녀를 말없이 곁눈질하며 앉아 있는 동안 로라스는 다소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을 느꼈다. 자신이 들어서는 안 되는 말을 듣는 것 같기도 했거니와, 이제 와서는 말을 건넬 타이밍도 놓친 것 같았다. 그렇다고 이 자리를 뜨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계속 듣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말인가. 눈물을 머금어 잠겨든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정말, 미안해. 하지만 나는, 너무 슬프고 고통스러운걸……. 너무나 소중한 것들이 왜 내 옆에 있지 않은 거지? 나, 나는 항상 내 마음을 다 주고자 애썼는데……. 정말…….”

  “…….”

  “정말로, 결국 그 이유 중 하나가 내 능력, 내게서 피어나는 그 불꽃인걸까……?”

 

  씁쓸한 기분으로 듣고 있던 로라스는 그 말에 자신도 모르게 나이오비를 돌아보았다. 그런 말을 할 줄은 실로 예상치 못한 탓이었다. 그녀는 눈물이 방울방울 흘러내리는 눈으로 멍하니 앞을 응시하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능력…, 그렇게 부르고 싶지도 않아. 이제는 정말, 그렇게밖에 느껴지지 않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그것 때문에 나는 잃었어. 또다시 사랑하려 했던 사람이 나를 미워하는 이유도 그거잖아……? 내가 어떻게 나를 용서할 수 있겠어. 내 이 저주 같은 능력이 모든 걸 태우고 망가뜨리는데…….”

  “…….”

  “그리고, 그 중 하나는, 나 자신이기도 한걸……. 내 손에서 솟구치는 그 불꽃이……, 이미 내 가슴 속도 까맣게 일그러뜨리고 태워버렸다는 걸, 아마 그 누구도 모르겠지……. 그 사람도 모를거야…….”

 

  나이오비의 푸념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 그대로 팔을 베고 바에 엎드린 그녀는, 몇 번 훌쩍이던 끝에 어느새 잠잠해지고 말았다. 더 중얼거릴 기운을 시진한 것인지 잠이 든 건지 모를 일이었다.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는데, 훌쩍임이 배어 있던 숨소리가 점차 잦아드는 것이 정말로 술기운과 피로로 인해 잠드는 모양이었다.

 

 

  십여 분을 그 상태로 두며 고민만 했다. 깨워야 할까, 이야기를 해 보아야 할까. 로라스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릴지 말지 망설이다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그만두었다. 그때 바텐더가 맞은편으로 와서 나이오비의 잔을 가져갔다. 그는 로라스와 눈이 마주치자 친절하게 웃으며 물었다.

 

  “그만하겠소?”

 

  중년의 바텐더를, 그리고 옆에서 곯아떨어진 나이오비를 번갈아 바라보던 로라스는 고개를 내젓고 말했다.

 

  “아까와 같은 걸로 한 잔 더 주게.”

 

  베네틱틴이 다시 나왔고 그는 그것을 조금씩 홀짝이며 고민했다. 무언가 곧장 행동에 옮기기에는 갑작스럽게 생각이 많이 떠올라 혼란스러웠다. 로라스 그 자신이 ‘혼란’이라는 상황에 접한 적이 별로 없기 때문에 더 그러했다.

 

  누군가가 자신을 필요로 하고 고뇌를 털어놓길 원한다면 그것에 응하는 것이 도리라 생각하여 듣고는 있었지만, 그 상황이 불편하고 불쾌한 것은 사실이었다. 머릿속의 무언가가 끊어진 채로 울면서 늘어놓는 하소연을 듣는 상황이 편할 리는 없었다. 게다가 애초에 자신이 기꺼이 그럴 마음이 드는 상대도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그토록 경계하고 달가워하지 않는, 나이오비를 향한 연민이 결국은 자신의 안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로라스는 완전히 잠든 것 같은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덜 틀어 올린 머리카락이 드리워진 그 어깨는 가냘프고 애처로웠다. 바 위에 늘어지듯 기댄 손은 다른 누군가의 손을 붙잡고 싶어 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자신은 결코 그 손을 잡아줄 수 없었다(그러고 싶지 않기도 했지만). 단 한순간이라도 말이다. 아니, 한순간에 불과하다면 더더욱 잡아 줘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로라스 자신에게 있어서 나이오비란 그저 ‘재앙’이나 ‘마녀’라는 관념으로만 존재해왔다. 눈앞에 있는 그녀의 존재는 그 관념을 담고 있는 그릇이자, 자신의 선입견을 받는 객체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토록 자신이 증오하던 상대 역시 자기 스스로를, 혹은 자신의 능력을 원망하고 번민하며 죄책감과 상처로 얼룩진 가슴을 안은 채 살아가고 있었을 줄이야.

 

  그는 지금 자신이 하는 것과 같은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생각하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이오비 역시 사랑하고 슬퍼하고, 후회나 자책을 할 수 있는 인간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말이다.

 

  그런 생각을 떠올리고 정리하는 사이에 시간이 훌쩍 가 버렸다. 어느 결에 조용해져서 주위를 둘러보니 손님이 거의 없었다. 바텐더는 그 틈을 타 바닥 청소를 하고 있었다. 나이오비를 봤지만, 깨어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휴톤이나 다른 연합의 일원들이 찾아오질 않는 것이 신경쓰였다. 정말로 그녀를 잊어버린 것인지, 아니면 아직도 사무실에서 달리고 있는 것인지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아까의 대화로 미루어보건대 전자일 가능성도 없지는 않았다. 로라스는 고민하던 끝에 바텐더를 불러 계산을 요청했다.

 

 

 

 

 

 

 

  그 시각 지하연합 사무실.

 

  “어이, 토마스. 냉큼 이리 오지 못해? 누님이 주는 잔을 거절하시려고?”

  “아-, 레베카. 안 돼요. 저 오전 열 시부터 아르바이트 있어서 자야 돼요!”

  “시끕다. 느그 나이쯤 되믄 아침까지 마시고도 입 싹 씻고 일 나갈 수 있는기라!”

  “안된다니까!”

  “안 되면 농땡이 까면 되지 임마. 저거 말로 해선 안 되겠네. 그냥 끌고 와서 퍼먹여.”

  “깔때기 가져와, 깔때기! 아하하하!”

  “한번만 봐 주세요! 흐, 흐아아악!”

 

  대략 이 정도의 천태만상 되시겠다. 나이오비를 생각할 겨를 따위가 없음을 넘어서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 전무했다. 그러던 와중에 노크 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일동 잘못 들은 것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잠깐의 간격을 두고 다시, 조금 더 분명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모두들 어리둥절해 했다.

 

  “아나, 언놈이 노크질해서 사람을 오라가라야? 문도 못 여나 그냥 들어오면 되지.”

  “제가 나가볼게요!”

 

  이글이 투덜거리는 동안, 이 상황을 벗어나기만 간절히 바라던 토마스가 잽싸게 휴톤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와 현관으로 달려 나갔다.

 

  “에고, 늦어서 죄송해요. 그런데 누구…….”

  문을 열며 상대를 올려다보던 토마스는 눈을 크게 뜨며 말끝을 흐렸다.

 

  “잠시 실례하지.”

 

  어안이 벙벙해하는 토마스를 지나쳐 로라스가, 정확히는 완전히 곯아떨어진 나이오비를 안아 들고 있는 검룡 로라스가 연합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불빛이 비치는 홀에 그가 들어서자, 잡담을 하며 술잔을 나누던 나머지 연합 일원들 역시 뭐라 말문을 열지 못하고 눈만 끔벅이면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직접 보고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글이 로라스를 가리키며 토마스에게 눈짓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 것뿐이리라. 휴톤은 아예 두 눈을 주먹으로 비비고 다시 눈앞의 진풍경을 쳐다봤다.

 

  모두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로라스는 가뿐하게 자신의 품에 안겨 있는 나이오비를 소파에 뉘었다. 그 동작은 더없이 정중했다. 그를 제외한 모두는 혼란과 경악, 의혹의 기색이 역력한 채였다. 휴톤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너…….”

  술로 인해 약간 붉게 물든 뺨에, 화장이 눈물에 번지고 부은 눈을 한 채 잠들어 있는 나이오비를 어딘지 진중한 얼굴로 바라보던 로라스가 휴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부탁이 있네.”

  “뭐, 뭔 부탁?”

 

 

 

 

 

 

 

 

 

 

 

 

에필로그

 

 

BGM : Maximilian Hecker - Flower four

 

 

 

 

  “끄응……. 아, 아이고 머리야! 아 빌어먹을……!”

 

  몇 시간이 흘렀을까. 나이오비는 눈을 채 뜨기도 전에 오만상을 찌푸리며 앓는 소리를 내질렀다. 눈꺼풀을 째고 들어오는 것 같은 햇빛에 시간이 아침임은 자각할 수 있었다. 헌데 여긴 어디고(아, 사무실이구나) 대체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으며 나라는 정신 나간 여편네는 얼마나 술을 퍼 마셨단 말인가. 어리둥절해하며 관자놀이를 싸매는데, 홀에 있던 다른 이들 역시 그녀의 부산스러움에 잠이 깼다.

 

  “어, 이, 잉게……. 일어났냐.”

  “레베카?”

  “아 응. 하암-, 나도 마시고 잤거든. 아 그보다 잠깐만. 이봐, 아론! 당장 일어나! 너희들도!”

 

  레베카는 허둥거리면서 홀에 널브러진 사내들을 깨웠다. 맵싸한 주먹질 몇 번 끝에, 우선 휴톤이 무의식에서 비롯되었을 욕을 중얼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왜 깨우고 난리냐……. 방금 잠든 것 같구만.”

  “잉게 일어났으니까. 어서 얘기해줘야지. 아 있잖아 잉게,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

  “지, 진정해. 왜 그리 허둥대?”

 

  진정하라고 레베카를 타이르던 나이오비는, 휴톤과 레베카(이글과 도일은 깨워도 안 일어났다)가 하는 말을 전해 듣고, 몇 시간 전의 그들이 지은 것과 똑같은 표정을 한 채로 물었다.

  “너희……, 단체로 꿈 꾼 거지? 아니면 같이 짜고 장난치는 거지? 만약에 후자면 니들 전부 내 손에 죽는…….”

  “진짜예요 잉게.”

 

  나이오비가 뒤를 돌아보자, 유일하게 술 먹고 깬 기색이 아닌 토마스가 와 있었다. 그는 나이오비의 얼굴을 보고 움찔하더니 말을 이었다.

 

  “로라스 씨가 잉게를 데려왔어요. 새벽에 안아들고 왔다가 돌아갔다구요.”

  “저, 정말……? 어째서?”

  “아, 그리고 그놈이 너한테 말 좀 전해달라고 부탁하더라.”

  “무슨 말을?”

 

  휴톤은 미간을 찌푸리며 머리를 긁적이다가 말을 이었다.

 

  “어…, 음. 그놈은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다 무슨 서사시마냥 어려워서……. 일단, 너에게 미안하댄다. 너에게 너무 큰 결, 결…….”

  “‘결례’요.”

  “아 맞다! 그래 결례를 범했다나? 하여튼 그렇게 말했고, 또 뭐라고 했지? 젠장, 야 토마스. 정신 멀쩡했던 네놈이 말해 줘라.”

  “어휴, 알았어요. 그 다음에는 이렇게 얘기했어요. ‘그대에 대해 곡해하고, 섣불리 상처 준 나의 과오를 깊이 통감한다.’ 어, 그리고…, 아! ‘물론 나는 그대의 마음을 받아줄 수 없지만, 부디 좋은 인연을 만나 행복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라고요. 그리고 또…….”

  “…….”

  “생각났다. ‘나의 사과를 받아줄 수 있다면, 성당에서 했던 말 역시 잊어 달라. 언제든 그대가 오고 싶은 때에 오라.’가 끝이에요!”

 

  말을 맺고 나서 토마스는 휴 하고 한숨을 쉬었고 휴톤 역시 후련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나이오비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 말을 듣고 있었다. 그러다가 양 손을 입가로 모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랬, 구나…….”

 

  어쩐지 또 눈 밑이 시큰거려오는데, 입가에는 웃음이 봄꽃마냥 번져갔다. 이해받는 것이 고작일진대, 결국 연이 닿지 못했는데도 왜 이미 행복한 것일까. 이 순간만은 그의 전언이 그 어떤 달콤한 고백이나 찬미보다도, 입맞춤과 애무보다도 자신을 충만하게 하는 것만 같았다.

 

  “이걸로 잘 된 거겠지?”

 

  레베카가 나이오비를 바라보다가, 다시 휴톤을 보고 씩 웃으며 물었다. 휴톤은 뒷머리를 긁었다.

 

  “그런 거냐? 나한테 물어봤자 모른다.”

  “뭐, 나름 좋은 결말이지. 짜식, 네가 고생했다.”

 

  그 곳에 있던 모두가 비로소 맘 편히 웃었다. 감격에 잠겨 있던 나이오비는 무언가 생각난 듯 벌떡 일어났다.

  “왜, 왜 또 그래요?”

  “지금 그 사람에게 가볼 거야. 나도 사과하고 고맙다고 말하겠어.”

  “아, 안돼 잉게. 그만둬!”

  “왜 말리는데! 이상한 말 안 할 거야. 무리한 요구도 하지 않을 거야. 나 못 믿어?”

  “그게 아니라 지금 네 얼굴 완전히 엉망이야. 위장페인트 바른 군인 같아!”

  “뭐 어째? 아니 잠시만, 거울…. 꺄, 꺄아아아아악 ♡♡! 그럼 새벽에 그 사람이 나 데려올 때도 이랬다는 말이야? 말도 안 돼, 죽어버릴 거야!”

 

 

-끝-

 

 

완결이네요'▽' 읽어주시고 좋은 말씀 주시고 추천 눌러주신 여러분 모두 감사합니다.

사이퍼즈 단편집을 내서 온리전, 부코에 참가한 이후로 본의 아니게 사이퍼즈 커플브레이커라는

칭송(?)을 받는 바람에...OTL 조금이라도 이미지를 쇄신해 보고자 나름 치유물? 비슷하게

써 보려 했습니다. 근데 결론은 커플브레이커. 오예 뻨킹쉿ㅇ>-<

봐주고 봐줘서 받은 게 사람취급이라니...나이오비 미안해.

 

아무튼 음...이번 팬픽에 대해서 조금 애기를 해보자면

저는 예전부터 로라스가 나이오비에 의해 화상을 입은 탓에 그녀를 증오한다는,

소위 '화상설'은 믿지 않았습니다.

그럼 왜 증오하느냐? 그 원인을 조금 고민해 봤는데, 사람이 자기에게 직접적인 계기가 있어야만 누군가에게 악의를 표출하는 건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 사람의 행동, 사고방식, 과오를 알고 있는 자체만으로 누군가를 비난하고 혐오할 수도 있는 거죠.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키배를 뜨는 이유이리라

항상 명분과 원칙에 의해 모든 것을 행하는 로라스로서는, '단지 충동을 이기지 못하여.' '타인에게 휩쓸려서' '자기 능력 하나 통제하지 못해서' 디시카를 불태운 나이오비의 존재가 용납되지 않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요약하자면 '대체 그 마을이 너에게 무엇을 잘못하였느냐!'랄까요.

 

그리고 그렇게 품은 증오를, 나이오비를 한 인간으로 알아감으로서 해소하게 되는

로라스의 정신적 성숙을 다루고 싶었습니다.

또한 누군가를 사랑하려면 상대를 알아가려 노력하고, 온전하게 한 인격체로서 받아들이는 것이 전제되어야만 한다는 것도 글에 담고 싶었고요.

그래서 사랑을 하게 되냐구요?

... :D

저는 커플브레이커이니, 결말을 열어 놓고 감으로써 여러분에게 희망을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아...이젠 동시연재따위는 하지 않겠습니다ㄱ- 스토리아트를 너무 기다리게 만드네요. 죄송합니다.

이제는 예전처럼, 한 번에 한 작품만 연재할게요 ㅜ.ㅜ

 

 

 

 

 

완결은 추천하는 온정을 부탁드립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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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예~예~ 모든 것은 신의 뜻... 불허합니다. 의외군요. 나 원 참... 시작할까요? 강화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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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훗~ Trick or Treat! 사.탕.내.놔. 소녀... 억울하옵니다... 사, 사탕 주세요! 해피... 핼러윈... 날 위해 사탕 정돈 줘야지? 목표? 당연히 사탕이지!
안녕~ ?? 피- 어머! 흐어 오오- 안돼! 랄랄라
우쭈쭈 하하 하? ?? 이거 참... -_- 안녕하십니까 안됩니다
ㅇㅅㅇ 으르릉... 나, 나! (정색) 깔깔 아니야!! 뿌잉 메~
안녕하십니까! 흐응? 흐으으응?! 척! 칫.. 좋-았어! 엥? 후에엥-!!
칫 엄숙하고 근엄하고 진지하다 믿습니다 내 안의 ...가 깨어난다 영업 중 할많하않 충격! 공포! 둠칫 둠칫 두둠칫
파이팅!! 고마워~ 졌어... 히힣 극대노 미안! 거울 앞에서 자의식 과잉된 십대 라이언
저는 지금 극공입니다. 훠이훠이 하.하.하. 매우 화가 납니다. 총기 손질중입니다. 저와 한 판 붙어보시겠습니까? 당신에 대한 정확한 진단 안돼!
뭐가 궁금하죠? 축하드립니다. 너에게는 뭐든 주고 싶어. 칭찬 드립니다. 대-단하십니다. 내겐 보여, 너의 죽음 당신을 믿습니다. 이런 미래는 싫어!
감사합니다. 기쁩니다. 축하합니다. 칭찬해 드리죠. 놀랍군요. 심기가 불편합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짝.짝.짝.짝 고마워... 멋있어... 지금 이게 뭐하시는 거죠? 대다나다 히에엑... 헉! 깜짝 놀랐습니다. 그만해!!!!!
옳소! 감탄했습니다. 흐음 후회할거요! 감사합니다. 놀랐습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색) 축하드립니다. 칭찬해 드립니다. 놀랍군요. 매우 화가 나네요. 큰 충격입니다. 놀랍군요.
이럴수가... 감히! 네가! 아니?! 장하군! 응?! 좋다! 그건 아니다! 고맙다!
감사합니다 잘 못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좌절상태입니다 감탄했습니다 칭찬합니다
멋지군! 좋았어! 하하! 축하하오! 아아.. 5분전인데. 커피한잔 하겠소?
승리의 정유년! 정의로운 새해복! 극.한.공.성. 복! 받아랏! 음~ 직장인의 정석
많이 배웠습니다! 대단합니다! ?!! 축하드립니다 뭔가.. 부족해요 짝짝짝! 각오하세요! 으윽!
성탄의 축복을~! 메리 X-MAS~! 화이트 크리스마스야 해피~ 크리스마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성탄이구나~
Good! Thank U Missing U Useless It's pretty good Oops WHY! Please wait
멜빈 미이라와 고스트 제피 할로윈에는 카를로스호박 히카르도의 사탕 탄야의 마녀 분장..? 잭-슈타인 강시 루시
기자님의 감탄사 : 호-오! 기자님의 일과 : 신문 보기 기자님의 사과 : 이거 실례! 기자님이 놀라면 : 어이쿠! 기분이 좋아 보이는 잭 기분이 나빠 보이는 잭 천진난만한 잭 상큼한 인사를 날리는 잭
좋군요! 좋은 시간 되소서 Merry 추석~! 우와~! 호~오! 가득해요~! 짱인데! 품위있군
Chu~♡ 파이팅! 우와앙.. 졌어 ㅠㅠ 이겼다! 흐~음? 뜨헉! 돼.. 됐거든! 사.. 살쪘..!
훌륭합니다 궁금하네요 에구머니나! 슬프네요... 경멸스럽군요.. 후훗~ 뭐라고 하셨죠? 이, 이럴수가...!
아이작의 멋진 모습 이글이라 샤샤샤~ 트리비아 슬라이딩 시바 포는 달린다 까미유도 달린다 라이샌더 달린다 마를렌 점프! 샬럿 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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