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phers

  • 로라나비 : 연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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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헬루펜 [54급]

2014-02-24 00:55:37

 

 

스토리아트 아니고 팬픽입니다.

글 안읽는분의 댓글은 원치 않으니

안보실거면 그냥 패스 부탁드립니다.

 

 

 

 

1화 : http://cyphers.nexon.com/cyphers/article/art/topics/9727796

2화 : http://cyphers.nexon.com/cyphers/article/art/topics/9844960

 

 

 

 

BGM : Froufrou - It's good to be in love

들으면서 읽어요'▽'

 

 

 

 

 

  전날의 술자리가 뭐라 말해야 좋을지도 모르게 어색하면서도 설레는 자리였다면, 오늘은 성모님의 축복 같은 일요일이었다. 로라스를 의식해서 평소보다 술을 곱게 마신 탓에 그녀는 기분 좋은 잠을 자고 숙취 없는 아침을 맞이했다. 라즈를 찾아가 명상하는 시간을 가진 뒤 오후에는 성당에 가기로 했다. 사실 그간 미사를 자주 다니지 않았는데, 그날은 어쩐지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 탓이었다.

 

  그 심경의 변화는 일이 이렇게 되도록 예견되었기 때문인 것일까. 예상치도 못했건만 거기서 다시금 알베르토 로라스와 마주치게 되었다. 평온한 오후, 미사를 마치고 성당 입구의 뜰을 거닐던 나이오비는 신도들을 배웅하기 위해 마찬가지로 나와 있던 사제를 바라보다가 깜짝 놀랐다. 초로의 사제가 이야기를 나누는 상대가 다름 아닌 그인 탓이었다. 사제와 인사하고 이쪽으로 오는 로라스와 나이오비의 눈이 마주쳤다. 그는 며칠 전에 술집 옆에서 그랬던 것만큼은 아니지만 역시나 놀란 기색이었다. 당황한 채로 작은 소리로 인사하는 그녀를 바라보던 로라스는, 잠시 뒤에 입을 열었다.

 

  “예상치 못했다.”

  “뭘 말인가요? 이 성당에 나오는 것……?”

  “신앙이 있었던 것인가.”

 

  그런 맥락이었다니, 나이오비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다른 이가 만약 이런 식으로 물었다면 아마도 발끈하거나 되레 빈정거렸겠지만, 로라스에게는 그럴 수가 없었다. 여기에 대해 뭔가 납득할만한 대답을 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럴싸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나오고 말고는 자신의 권리지만 경멸당하거나 반감을 사고 싶지 않은 탓이었다. 쩔쩔매던 끝에 그녀는 말했다.

 

  “탐탁지 않다면……, 다음 주부터 미사는 다른 곳에서 보겠어요.”

  “……그럴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그건 내 쪽에서의 결례니까.”

 

  그 짧은 말을 나누는 동안에도 나이오비는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의 예를 갖춘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레었다. 하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과 실제 속내는 아마도 다를 것이다. 속으로는 성당마저 불태울 심산이냐고 여길 수도 있고, 자신의 신앙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니, 저 남자라면 마음에 없는 말을 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자신에게 그런 식으로 물을 리도 없지 않은가. 그의 마음은 얼마나 굳게 닫혀 있는 걸까, 혹은 얼마만큼 열려 있는 걸까. 확인하고 싶었고 만약 그렇지 않다면 열어보고만 싶었다. 혹여 별 말을 안 하고 있다면 그가 서둘러 가버릴 것 같아 나이오비는 서둘러 아무 말이나 던졌다.

 

  “어제 잘 돌아갔나요?”

  “그렇네만.”

  왜 그런 것을 묻느냐는 표정이지만 대답해준다.

  “다행, 이네요…….” 좀 더 이야기를 그럴싸하게 하지 못해 답답했다. 로라스는 여전히 의아해할 뿐이었다. 그는 나이오비를 빤히 바라보다가 말했다.

 

  “내가 그대에게 안위를 걱정받을 처지는 아닌 것 같네만. 당신이야말로 지난번과 같은 일이 생기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말인즉, 자신에 대한 염려가 담긴 것 같아 일순 심장이 두근거렸다. 돈키호테의 인사를 받는 알돈자의 기분이 이러했을까. 로라스로서는 평소와 같은 태도지만 나이오비가 듣기에는 말투 자체가 더없이 정중한 탓에, 그 절도 있는 언행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그녀로서는 설레었다.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에 자신도 모르게 뺨에 손을 올리며 어색하게 대답했다.

 

  “괘, 괜찮아요. 그날은 단지, 마시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라 조금 과했던 것뿐이니까요. 여느 때는 그렇게 몸도 못 가눌 정도로 달리진 않고, 또 그런 한심한 녀석들 쯤은 물리칠 수 있어요.”

  “…….”

  “단지 곤란했던 건, 그런 상황에서 시시한 추파를 물리치려고 능력까지 쓸 수는 없는 거니까……. 그래서 폐를 끼치고 말았네요.”

  “그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정히 미안하다면 앞으로는 조심하도록.”

  “아, 알겠어요…….”

  “그럼 이만.”

 

  안녕히 가라는 인사를 미처 하기도 전에 돌아서고야 만다. 하긴, 다시 만나자는 투의 인사를 해도 별로 좋아할 것 같지는 않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이오비는 못내 아쉬운 심정이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웃고 있었다. 그래도 몇 마디의 제대로 된 말을 나누고, 자신과 마주치는 것이 처음보다는 익숙해지게끔 한 것 같았다. 더 다가갈 수 있을까.

 

  라즈와의 명상 시간에 그가 해 준 이야기가 생각났다. 붓다에게 꽃을 바친 창부에 관한 것이었다. 로라스를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자신이 바수밀다가 된 기분이었다. 비천하고 불행했던 바수밀다가 산시야라는 새 이름을 얻고 붓다의 뒤를 따를 수 있게 된 것처럼, 자신 역시 그에게 받아들여지고 싶었다.

 

 

 

 

 

 

 

 

  그 다음 일요일, 나이오비는 오전부터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침대위에는 옷장에서 끄집어낸 옷들이 마구 널브러져 있었다. 마음에 차지 않아 내던진 옷은 바닥을 뒹굴었다. 검은 옷을 입으려다 장례식에 가는 모양새라 집어치웠고, 가장 비싼 에르메라 원피스 역시 관뒀다. 너무 화려해 보이는 탓이었다. 예뻐 보이고는 싶지만 너무 그를 의식한 것처럼, 혹은 꾸미고 다니는 것처럼 보여서 좋을 건 없었다. 결국 평소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쪽으로 가기로 했다. 선홍색의 그레이스 블라우스 밑에는 진청색 스키니 진을 받쳐 입었다. 양 옆구리에 손을 올리고 전신거울을 보며 나이오비는 살짝 웃고 혼잣말을 했다.

 

  “흐음, 나쁘진 않아. 발가락 보이는 신발은 역시 좀 아니지. 검정색 브라우니 슈즈 신을까. 그게 좋겠어. 귀걸이는……, 보수적인 사람이니까 탐탁지 않게 생각하겠지? 관두자. 그럼 선글래스도 하지 않는 게……. 아니야, 역시 빼고 있으니 너무 어색해. 이 정도는 괜찮겠지. 매일 얹고 다녔으니까. 머리도 그냥 평소대로 해야지. 성당 가면서 머리 풀고 가기도 그렇고 말야. 아, 이제 화장하자.”

 

  당연한 이야기지만 화장하는데 걸린 시간은 한 시간 남짓이었다. 평소보다 단정하게 하는 것이 더 어려웠다. 아이라인을 그리면서 마치 점묘화를 하듯, 고동색 펜슬이 닿는 곳을 넓히는 것에도 신중했다. 립스틱 색깔이 마음에 안 들어 휴지로 닦아내기도 수차례, 결국 정오를 넘어서 외출했다.

 

  성전에 들어서서 남성들이 앉는 자리를 보니 이미 로라스는 와 있었다. 그 옆에 있는 여신자들의 자리에 앉는 동안 눈이 마주쳤다. 그는 무표정했지만 나이오비는 움찔했다. 옆얼굴이 간지러웠지만 앞만 보려 애썼다. 시작 예식부터는 좀 더 경건해지려 했지만, 사제가 전하는 말씀들이 사실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마침기도를 하고 사제가 퇴장을 한 뒤에 성전을 나오면서 나이오비는 조금 뜸을 들였다. 로라스의 뒤를 바로 쫓는 것은 그랬고, 그렇다고 놓칠 수는 없는 탓이었다. 잠시 시간차를 두고 성당 입구의 뜰로 나가보니, 그가 벤치에 앉아서 혼자 생각에 잠겨 있었다. 나이오비는 조심스레 다가갔다. 그 기척을 느낀 로라스가 이쪽을 돌아보았다. 당연히 반기는 기색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내몰거나 피하는 티도 내지 않는다. 그저 담담하게 물어왔다.

 

  "용건이 있나?”

  "그렇다기보다는 그냥 인사차……, 그보다 뭔가 고민이라도 있는 거예요? 그렇게 혼자 앉아서 생각하고 있다는 건.”

  “사소한 것이지만……, 헌데 그대가 왜 그런 것을 묻나?”

  “왜냐니……, 혹시 도움이 될 지도 모르잖아요.”

  그다지 믿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잠시 고민하던 끝에 그가 작게 말했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군.”

 

  말해 봐요, 들어주고 싶어요. 나이오비는 마치 소원을 빌듯 속으로 외쳤다. 그런데 잠시 생각하는 듯하던 로라스가 그녀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헌데 왜 그러고 있나?”

  “뭐가요?”

  “왜 그렇게 서 있는가?”

  “그, 그야…….”

 

  벤치가 널찍하다 해도 옆에 냅다 앉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가 어떻게 반응할지, 싫은 내색을 할지의 여부를 떠나 맨 정신으로 그의 곁에 앉는 순간 자신의 심장이 터질 것만 같거늘.

 

  “지금 이 모양새는 예의에 어긋나니 앉게. 혹여 껄끄럽다면 내가 일어서지.”

  “아니에요. 그러지 말아요. 앉을게요.”

 

  가슴 안쪽이 떨렸다. 그로서는 기본적인 예를 갖추는 것이었지만 나이오비는 그것이 예상치도 못한 호의인 탓이었다. 누가 간지럼이라도 태우는 양 입가에 웃음이 번지려는 것을 참으며 그녀는 로라스의 곁에 앉았다. 그리고 조심스레 물었다.

 

  “그런데, 무슨 고민이에요? 내가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

  “휴톤에 관한 것이라네.”

 

  연애문제가 아니라니 다행이다. 만약 연모하는 상대가 있다는 식의 이야기라면 들어주겠다고 한 것을 후회했을 테니 말이다.

 

  “아론이 왜요? 싸웠나요?”

  “그럴 리가 있는가. 물론 만약 내가 그에게 결례를 범해서 나를 꾸짖는다면 겸허히 듣겠지만, 그런 문제가 아니라네. 단지, 역시 그가 나를 탐탁찮게 생각하는 것 같더군. 그보다는 불편해한다고 해야 할까? 그가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는 것은 아네. 그가 사려깊고 대범한 사내라 그런 것이겠지.”

 

  다른 의미로 웃음이 터져나오려는 것을 억눌러야만 했다. 그 비장할 정도로 진지한 태도가 문제라고 말을 하기도 뭐했다. 게다가 로라스에게 그런 식으로 평가받는다는 것을 알면 휴톤은 아마 온몸을 긁어대지 않을까. 그의 푸념 아닌 푸념은 계속되었다.

 

  “만약 그가 내게 무언가 불편함이 있으면서도 감내하고 있다면 나로서는 곤란하네. 그의 친우로서 도리를 다해야 하건만 오히려 인내를 강요한다면 그것은 그릇된 일이 아니겠는가.”

 

  바로 그런 매사 심각한 태도가 문제인 거라고는 차마 말할 수가 없었다. 실상 옳은 대답을 해주기보다는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자체가 나이오비에게는 더 중요했다. 그러나 어떻게든 납득할 만한 대답을 하지 않는다면 역시 부질없이 털어놓았다고 생각하겠지. 때문에 나이오비는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렇게 깊게 고심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어째서인가?”

  “음……, 그와 당신이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고는 생각해요. 실제로 그런 위화감을 그가 못 느끼는 건 아니고요. 하지만 방금 본인이 말했듯 아론은 그릇이 커요. 당신이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부분을 그는 대충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고 말아요. 마음에 담아두지 않죠.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거리를 둘 필요는 없는 작은 차이일 뿐이라고요.”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를 기분이었다. 그러나 로라스는 그 말을 진지하게 듣고 있는 표정이었다. 잠시 생각하던 나이오비가 말을 이었다.

 

  “예를 들면…, 그래요. 당신은 귀족이잖아요. 아론은 그런 것과 거리가 멀고, 때문에 대화나 서로 지킬 예의 같은 것에 대한 생각이 다를 뿐 아닐까요.”

  “…….”

  “하지만 그건 형식에 불과한 거고, 단지 사소한 부분이에요. 그래서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걸 거예요. 뭐랄까, 좀 더 내면의……, 호감 같은 게 없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렇게 생각하나.”

  “그러니까 같이 자리를 하자고 부르지 않을까요?”

 

  실상 그건 나를 걸고넘어진 자리고 내가 의도한 거였지만요, 라는 생각은 속엣말로 삼켰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다가 말을 이었다.

 

  “게다가……, 저는 당신 그런 성격이 나쁘다고 생각 안 해요. 아론과 어울리기 어렵다는 건 사실이지만, 그와는 또 다른 의미로 믿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라고 보니까…….”

  “무슨 의미인가.”

  “말 그대로예요. 당신은 무언가를 번복하는 일이 없죠. 뭔가 한 번 그렇다면 그런 거고 아니면 아닌 거고……. 그렇게 한결같은 면이 있는 거잖아요. 아론은 자유분방한 가운데 주변 사람들에게 신의를 지킨다면, 로라스 당신은 원칙주의랄까요. 그런 면…, 저는 훌륭하다고 생각하니까…….”

 

  가만히 얘기를 듣고 있던 로라스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이내 뭔가를 깨달은 표정을 짓더니, 미심쩍은 눈으로 나이오비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헌데 왜 그대가 내게 그런 말을 하는 건가?”

  “네?”

  “어떠한 의도로 내게 그런 얘기를 하는 건지 나로서는 알 수가 없다. 나의 고민에 조언을 주는 것과 그대가 나를 보고 판단하는 것은 다른 문제가 아닌가?”

  “그건…….”

 

  단지 계속해서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요, 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나이오비는 당황한 상태로 선뜻 대답을 못했다. 로라스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그대가 휴톤의 동료이기 때문에 그와 접촉하는 나 역시 의식하는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그대가 그런 말까지 하며 애쓸 필요 없다. 지금 나는 그의 동료로서 그대를 대하고 있을 뿐이다. 연합 내에서의 세세한 관계에까지 관여할 의사는 없다.”

  “그렇긴 하지만요…….”

  “만약 그런 게 아니라면 내게 이런 말을 이유가 없으리라 생각한다. 허나 그대가 괜한 수고를 할 필요는 없겠지.”

  "그런 생각으로 얘기한 게 아니에요.”

 

  로라스가 그렇게 말을 맺으며 일어서자, 나이오비는 자신도 모르게 벤치를 박차고 따라 일어서며 다소 발끈한 어투로 말하고 말았다. 그가 선을 긋는 태도를 보여서인지, 아니면 자신의 마음을 전혀 몰라줘서인지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둘 다인 것도 같았다. 로라스가 되물었다.

 

  “그렇다면? 왜 내게 일부러 이런저런 말들을 하는 것인가?”

 

  돌려 말하거나 접근하는 것이 통하지 않을 것은 예상했지만, 이렇듯 정면돌파를 강요받으니 난감해졌다.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닌 것 같았지만 말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 같아 나이오비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그러나 로라스는 그녀가 고민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뚫어져라 나이오비를 바라보던 로라스는, 그녀의 흔들리는 눈빛에서 시선을 거두고 돌아서며 중얼거렸다.

 

  “대답할 생각이 없는 게 아니면 정당한 명분을 갖추지 못했나보군.”

 

  “저……, 좋아해요!”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외면받거나 오해를 사는 것은 질색이었다. 또한 나이오비로서는 침묵하고 서성거릴 인내심이 바닥나기에 충분했다. 결국 항변하듯이 터져나온 말에 로라스가 다시 이쪽을 돌아보았다.

 

  “그러니까 다, 당신을요…….”

  “…….”

  “처음 마주친 순간부터……. 진심이에요.”

 

  어렵사리 속에 담긴 짧고 무거운 말들을 뱉어냈다. 그러나 끝말을 맺는 순간 일이 틀어졌음을, 아니 처음부터 잘못되어 있었음을, 자신에게 향해오는 로라스의 눈빛에서 알 수 있었다. 첫 마디에서 그 말뜻을 이해하지 못해 의아해하던 그의 표정이, 이어진 말을 듣고 급격히 굳었기 때문이었다.

  당혹감을 느낀 듯 잠시 시선을 내리고 있던 로라스는 다시금 그녀를 바라봤다. 돌변한 그의 눈빛을 마주한 순간 나이오비는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 표정이라니, 미간을 좁히고 쏘아보는 시선에 어느새 나이오비는 그의 얼굴이 아닌 바닥을 보고 있었다.

  로라스는 무슨 말을 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고 입술을 꾹 깨문 채로 돌아섰다. 그 기척에 나이오비는 황급히 그를 올려다보았다.

 

  “저, 잠깐ㅁ……!”

  “못 들은 것으로 하겠다. 그리고 다음 주부터 미사는 새벽에 다녀갈 테니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말도록.”

 

  반쯤 고개를 돌린 채로 로라스는 평소와 다름없이 딱딱한, 그러나 창끝처럼 차갑고 날카로운 음성으로 쏘아붙였다. 그의 발걸음은 나이오비에게서 멀어지려는 단호한 의지가 배어나왔다.

 

 

  나이오비는 로라스가 떠난 자리만을 황망히 바라보았다. 그 순간 정시가 되었는지 성당의 종탑에서 종을 치기 시작했다. 길고 무거운 종소리가 수차례 들려오는 동안 발걸음도 떨어지지 않았고 아무 생각도 이어지지 않았다.

 

-계속-

 

 

 

 

 

이왕 제목이 연(緣)인 김에, 붓다와 바수밀다가 인연을 맺은 설을 넣어봤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실거라 생각해요.

 

 

참고랄까 요번편에 나온 나이오비 옷은 이렇습니다.

 

 

저는 이렇게 입고다니고요. 선글래스가 나이오비의 본체라고 믿고 있어서 머리장식을 안 샀어요-.-...

 

 

그나저나 아...연재 왜 이렇게 느려...나 진짜 어쩌려고 이러니...OTL

너무 오래 걸렸죠 정말 죄송합니다. 편하게 마음가고 손가는대로 쓴다고 쓰는데도 쉽지 않네요.

전 너무 게을러요. 그나마 백수시절보다 나아진 게 있다면,

그때는 탱자탱자 놀아쌌다가 내키면 앉아서 진득하니 써 온 반면

지금은 회사 마치고 집에 와서 찔끔찔끔 지속적으로 쓰는거라고 생각은...합니다만...

근데 그게 제때 알맞은 분량의 글을 올리는 것으로 귀결되지는 않는군요.

4화는 비축분이 있으니 빨리 올리겠습니다. 여러분이 이런 팬픽이 있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리기 전에 말이죠.

부디 힘찬 한 주 되세요.

 

아 그리고...겁나 기어쓰리켜놓고 작업하는 주제에 이런말하면 염치없는거 압니다만

로라나비 사약좀 같이 마셔주세요!!!! 제발요!!!! 혼자 다 못먹겠어요 고통스러워요 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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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쭈쭈 하하 하? ?? 이거 참... -_- 안녕하십니까 안됩니다
ㅇㅅㅇ 으르릉... 나, 나! (정색) 깔깔 아니야!! 뿌잉 메~
안녕하십니까! 흐응? 흐으으응?! 척! 칫.. 좋-았어! 엥? 후에엥-!!
칫 엄숙하고 근엄하고 진지하다 믿습니다 내 안의 ...가 깨어난다 영업 중 할많하않 충격! 공포! 둠칫 둠칫 두둠칫
파이팅!! 고마워~ 졌어... 히힣 극대노 미안! 거울 앞에서 자의식 과잉된 십대 라이언
저는 지금 극공입니다. 훠이훠이 하.하.하. 매우 화가 납니다. 총기 손질중입니다. 저와 한 판 붙어보시겠습니까? 당신에 대한 정확한 진단 안돼!
뭐가 궁금하죠? 축하드립니다. 너에게는 뭐든 주고 싶어. 칭찬 드립니다. 대-단하십니다. 내겐 보여, 너의 죽음 당신을 믿습니다. 이런 미래는 싫어!
감사합니다. 기쁩니다. 축하합니다. 칭찬해 드리죠. 놀랍군요. 심기가 불편합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짝.짝.짝.짝 고마워... 멋있어... 지금 이게 뭐하시는 거죠? 대다나다 히에엑... 헉! 깜짝 놀랐습니다. 그만해!!!!!
옳소! 감탄했습니다. 흐음 후회할거요! 감사합니다. 놀랐습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색) 축하드립니다. 칭찬해 드립니다. 놀랍군요. 매우 화가 나네요. 큰 충격입니다. 놀랍군요.
이럴수가... 감히! 네가! 아니?! 장하군! 응?! 좋다! 그건 아니다! 고맙다!
감사합니다 잘 못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좌절상태입니다 감탄했습니다 칭찬합니다
멋지군! 좋았어! 하하! 축하하오! 아아.. 5분전인데. 커피한잔 하겠소?
승리의 정유년! 정의로운 새해복! 극.한.공.성. 복! 받아랏! 음~ 직장인의 정석
많이 배웠습니다! 대단합니다! ?!! 축하드립니다 뭔가.. 부족해요 짝짝짝! 각오하세요! 으윽!
성탄의 축복을~! 메리 X-MAS~! 화이트 크리스마스야 해피~ 크리스마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성탄이구나~
Good! Thank U Missing U Useless It's pretty good Oops WHY! Please wait
멜빈 미이라와 고스트 제피 할로윈에는 카를로스호박 히카르도의 사탕 탄야의 마녀 분장..? 잭-슈타인 강시 루시
기자님의 감탄사 : 호-오! 기자님의 일과 : 신문 보기 기자님의 사과 : 이거 실례! 기자님이 놀라면 : 어이쿠! 기분이 좋아 보이는 잭 기분이 나빠 보이는 잭 천진난만한 잭 상큼한 인사를 날리는 잭
좋군요! 좋은 시간 되소서 Merry 추석~! 우와~! 호~오! 가득해요~! 짱인데! 품위있군
Chu~♡ 파이팅! 우와앙.. 졌어 ㅠㅠ 이겼다! 흐~음? 뜨헉! 돼.. 됐거든! 사.. 살쪘..!
훌륭합니다 궁금하네요 에구머니나! 슬프네요... 경멸스럽군요.. 후훗~ 뭐라고 하셨죠? 이, 이럴수가...!
아이작의 멋진 모습 이글이라 샤샤샤~ 트리비아 슬라이딩 시바 포는 달린다 까미유도 달린다 라이샌더 달린다 마를렌 점프! 샬럿 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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