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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테제 정보제공자, 스콧 클레멘츠 (안타리우스 사제)

그곳에는 기울어진 천칭이 그려진 옷을 걸친 자들이 한가득 모여 있었다. 나이도 체격도 저마다 각양각색이었지만
얼굴을 가린 모자 아래 흥분과 광기로 번들거리는 눈빛만은 모두 같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격앙된 환호와 울음의 몸짓은
이성을 마비시키고, 급기야 그들은 네발로 땅을 기고 울부짖으며 침이 흐르는 턱을 닫지 못하는 짐승으로 돌변했다.
그런 그들을 내려다보는 여자가 있었다. 여자의 뒤로 인식의 문의 그림자가 명멸하는 탓에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대모’라 불리며 몸을 숨기던 여자가 화려한 복귀를 선언한 날, 발치에서 수없이 부서지는 인간성의 말로를 지켜보며
여자가 어떤 마음을 품은 것인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엘베강에 반사된 문의 그림자는 산산이 부서졌다가도 다시 맞춰지는 불길한 상징과 닮아 있었고,
멀리 보이는 도시의 불빛이더 이상 아름답지 않은 순간 기울어진 천칭을 지닌 자들은 불결한 물아일체의 절정에 닿았다.
여자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나뒹굴던 몸을 던져 문의 그림자로 달려드는 그들의 모습이 일견 가련하기도 하고
욕지기가 나올 정도로 역하기도 했다. 구원을 쫓는 자들의 뒷모습이란, 그런 것이었다.

리젠 산맥의 연못

니콜라스에게 전해 들은 그날의 풍경이 손에 잡힐 듯 선명히 그려졌다.
문의 그림자가 반사된 강물이 묵직하게 발목을 스쳐 지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문득 내가 젊었을 때 우연히 방문한 전시회에서 본 ⌈리젠 산맥의 연못⌋이라는 작품이 떠올랐다.
리젠 산맥의 한 조각 풍경을 담은 그림은 아름답고 소박했지만 나는 어딘가 스산한 느낌을 받았다.
이를테면 연못으로는 눈도 돌리지 않고 옷을 여미며 걸음을 재게 놀리는 어른의 굽은 등은 고돼 보이지만
그를 따르는 아이나 개의 발걸음은 왠지 살랑거리는 것 같은 대비와 아담해 보이지만 빛깔이 유독 어두운 것이
발이 닿지 않을 정도로 깊을 것만 같은 연못, 푸릇한 산등성이는 고즈넉한 느낌을 주는데 그 너머
끝없이 펼쳐진 산맥을 보면 이곳이 아득히 먼 곳인 것만 같은 막막한 짐작들 말이다.

나는 그림을 보면서 나의 신에 대해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자비로우시며 다시 보면 잔혹하신 분,
세상의 이치이며 균형, 조화로운 세상 그 자체이신 분.
언제부터 신이라 일컬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세상이 혼돈에 빠졌을 때 원래의 세상을 되찾고
복구하려 하는세계의 복원력이 형상화되어 종교화된 것이 아닐까 싶다. 균형이라는 것은 현상이니 대상화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것을 존재로 받아들이고, 우리의 신이 원하는 삶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살고 있다.
머나먼 동방의 어떤 곳에도 우리와 같은 천칭을 상징으로 하는 집단이 있다고 하는데, 짐작건대 그들의 삶은 아마 우리와 다를 것이다.
평행한 천칭을 상징으로 삼는 자들에게는 서로 다른 것이 옳고 당연한 일이다.

나는 그날 앞에서 아무것도 다짐하거나 결정하지 않았지만, 알래스카로 이주한 후 그 그림이 가끔 눈앞에 어른거렸다.
한곳에 정착하여 안정된 삶을 사는 것은 균형을 수호하는 우리에게 허락되지 않은 사치였다. 그러나 그것은 캐러멜이 발린 사과처럼
한 번 맛보면 그 맛을 잊기 힘든 행복이다. 아마 17세기에 신대륙으로 이주한 내 선조에게도 어떤 계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떠나온 다음에야 내가 살아온 곳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게 된 것도 모두 다 경험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우리가 새로 정착한 곳도
사랑하게 되고 말리라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것은 대대로 이어진 신앙과 함께 내 뼛속 깊숙이 새겨져 있었다.
나는 이 척박한 땅에서도 위대한 균형을 발견했고, 마침내 여름 내내 만발한 꽃과 지지 않는 태양을 만끽하게 되었다.

순환

각자의 자리에서 훼손되는 균형을 맞추고 세상이 순리대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우리의 소명이자 사명이다.
미국이 이 땅을 구입한 지 어느덧 20여 년, 시기가 아직 다가오지 않았을 뿐 이곳에도 부와 야욕이 몰아칠 것이 분명했다.
나는 아직 어린아이였던 내 아들 조셉과 함께 앵커리지에 정착하여 내가 해야 하는 일을 해나갔다.
그것이 아들에게는 평생의 불만이었다.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은 내 아들인데도,
그를 돌보지 못한 내 어리석음을 깨달은 것은 이미 아들이 홀로 성장하여 자신만의 가족을 만든 후였다.
조셉의 아내 비비안은 조셉의 동급생으로 어릴 때부터 자주 보았던 아이였다. 조셉과 비비안이 잘 지내는 것을
그저 흐뭇하게만 바라봤던 나는 그 애들이 결혼하고 낳은 아들을 데리고 왔을 때가 되어서야 두 사람이 불행한 바닷새처럼
각자 다친 날개를 감싸며 가파른 절벽에서 서로를 겨우 부둥켜안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네가 너무나 자랑스럽다, 조셉. 비비안과 사랑이 가득한 가정을 이룬 것도 장한데, 이렇게 어여쁜 아기 천사를 맞이하다니!
이제 너는 진정 어른이 되었구나.”

조셉의 아들은 말 그대로 그림 속 아기 천사처럼 고운 금발에 사랑스러운 뺨을 가진 아기였다.
꽃잎 같은 입술을 오물거릴 때마다 명치가 저릿하고 코끝이 시큰할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아이도 너무나 예뻤지만
비비안의 어깨를 감싸 안고 미소 짓는 아들의 얼굴이 더없이 훌륭해 보였다. 아들은 순리에 따라 조화로운 삶을 이뤄낸 것이다.
그 미소 한편에 씁쓸함이 묻어 있다는 걸 눈치챘더라면 내 가슴이 덜 미어졌을까?
아니, 나는 평생 눈치 없이 살아온 미련한 몸이니 아들이 말해주기 전까지는 몰랐을 것이다.

보호자가 없는 어린것들에게는 한없이 가혹한 알래스카에서 비비안의 가녀린 손을 부여잡고 겨우 버텨온 아들의
외로움과 고통, 진정 따라야 했던 순리에서 하염없이 벗어나 버린 어리석은 종의 아들로 살아내야 했던 설움을 늘어놓으며
조셉은 시종 담담했다. 아니, 한두 번은 눈물짓고 어쩌면 그보다 더 깊은 한숨을 쉬었던 것 같다.
마침내 아버지가 되어보니 더욱 날 이해할 수 없노라 말했고, 우리는 그 애가 생의 마지막에 닿을 때까지 교차하지 못했다.

조셉은 세상에 물러나 있던 내 몫까지 감당하겠다는 듯 열심히 살았다. 그 애는 현명하게도 가족을 사랑할 줄 알았고,
나조차도 그 애의 가족으로 생각해줬던 것이다. 나와는 다르게 세상의 부름을 단 한 번도 외면하지 않은 조셉은
나라를 위해 참전하라는 명에 따라 바다를 건넜고, 다시는 우리 곁에 돌아오지 않았다. 어린 아내와 아이, 어리석은 아비를 남기고.
그건 우리에게 더 좋은 미래가 있을 거라 믿었던 내 오만에 대한 답이었다.

광란의 20년대

얼마간은 비비안이 자주 아이를 데리고 왔다. 그렇게 숫기 없는 아이가 오죽하면 나를 찾아올까 싶어
나는 언제나 문을 열어 두었다.

“왔구나, 비비안. 니키”

비비안은 사라질 듯 희미한 미소로 아이를 내게 맡기고는 조셉이 쓰던 방에 가서 숨죽여 울고는 했다.
나는 아이가 그것만은 모르길 바랐지만 한참을 있다 나온 비비안의 눈가가 곧잘 짓물러 있었으니 소용없는 일이었다.
혼자서 아이를 키우기에 비비안은 너무나 여리고 약했다.

그렇게 몇 개의 계절이 지나고 비비안의 발길이 차츰 뜸해졌다. 나는 비비안이 조셉을 잃은 아픔을 이겨냈기를 바라면서도
떼쓰는 법을 모르던 어린아이가 자꾸 눈에 밟혀 괜스레 한 번씩 창문을 열어보고는 했다.
그러다 저 멀리 비비안과 아이가 보이면 나도 모르게 한달음에 달려 나갔다. 비비안은 의욕적으로 조셉의 방을 정리했다.
그동안 아이는 팬케이크를 먹으며 그림을 그렸다. 네모, 아니 마름모, 그리고 천칭. 기울어진 천칭.

최근 그리스에서 어느 보잘것없던 인형사가 기이한 힘을 얻었다고 한다. 그가 만든 단체가 아주 공격적으로 교세를 확장하고 있으며,
천칭을 상징으로 쓰면서 발칙하게도 그 추가 기울어져 있다는 것도 들었다.
모든 종교가 그러하듯 같은 기원을 두고 갈라져 나간 분파에서 비슷한 문양이나 상징을 공유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균형을 포기한 천칭은 근본을 모독하는 것과 같았다. 인형사가 알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계승한 상징은
18세기 후반부터 활발히 모습을 드러낸 이단의 문양이었다. 선조들은 그조차도 균형의 일부라고 여기고 받아들였다.
인형사가 나타난 이후 기울어진 천칭은 적어도 내가 아는 선에서는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파벌이 되었고,
무엇보다 비비안이 더는 울지 않았다. 비비안은 전에 없이 활력이 넘쳤고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모른척했다.
알래스카의 여름 같았던 짧은 평화는 내가 아이의 팔목에서 검푸른 멍을 발견하며 끝나 버렸다.

“지금 절 의심하시는 거예요?”
“아니, 비비안. 네가 저렇게 손자국을 남길 만큼 힘이 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저건 너보다 훨씬 크고
힘이 센 사람의 흔적 같구나. 혹시 주변에 그럴만한 사람이 있다면…”
“그러니까 나한테 하는 말이잖아! 내가 아이를 돌보지 않는다고!”
“비비안, 네가 누구보다 노력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아니, 몰라요, 당신은 몰라! 조셉이 힘들어할 때도 당신은 한 번도 그이를 돌아보지 않았어.
조셉은 당신 때문에 전쟁터에 간 거야, 당신처럼 살지 않으려고. 조셉이 죽은 건 당신 때문이야.”
“비비안, 그만하거라. 진정해.”
“됐어요, 다신 찾아오지 않을 테니까 그런 줄 아세요. 얘, 뭐 하니? 빨리 와! 어서!”

아이의 멍에 대해 묻자 비비안은 봄 바다처럼 순식간에 격랑에 휩싸였다.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이고 나를 비난하는 목소리는
진심이었다. 그 애는 진심으로 날 원망하고 있었다. 조셉이 비비안의 입을 빌려 하는 말인 것 같아 견디기가 어려웠다.
어쩔 줄 모르는 아이의 팔을 붙잡아 질질 끌고 나가는 비비안의 뒷모습에서 나는 내가 평생 경계해 온 광기의 그림자를 발견하고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심판관

그렇게 애들을 떠나보내고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인편을 통해 비비안의 편지를 전달받았다.
아니 그건 쪽지라고 해야 할 것이다.
포대 한쪽을 찢어낸 듯한 더러운 종이 위에 급하게 적은 듯 무너지는 필체로 단 한 줄이 적혀 있었다.

도와주세요.

서둘러야 했다. 아이들이 아직 날 필요로 하고 있다.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았다.
우선 내 선조가 떠나온 곳으로 편지를 부쳤다. 그저 그렇게 해야만 하는 절차로서 보고했을 뿐, 답이 돌아올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
나는 이것이 내가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일일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오래 잡지 않았던 총을 손질하면서 이렇게 주름진 손으로
비비안과 니키를 구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 그런데 며칠이나 지났을까, 총알을 더 보충하려고 다른 카운티에 다녀온 사이
내 집 마당에 검은 새가 내려앉아 있었다.

“사람을 불러 놓고 어딜 그리 나다니시오?”

한겨울 눈밭처럼 흰 머리카락 위에 얹어 놓은 모자는 검은 망사로 장식했고, 검은 드레스에 검은색 장갑까지 갖춰 입은 게
영락없이 장례식에 온 모양새의 노인이었다. 가느다란 지팡이를 옆에 세워놓고 한쪽 다리를 꼬고 앉아 턱을 괴고
무람한 것도 없이 내뱉는 말투는 내가 기억 못 하는 내 동기를 만난 건가 싶은 정도였다.

“연배는 나랑 비슷해 뵈는데 벌써 가는귀를 잡쉈나? 이보오, 듣고 있소?”
“불렀다고, 내가 당신을?”

노인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되묻는 날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일어선 노인은 결코 크지 않았지만,
그가 한 걸음 걸어 나오자 뉘엿하게 내려앉은 해가 길게 그린 그림자가 통째로 움직이는 것만 같았다.
숯처럼 붉게 타오르는 눈동자를 번뜩이며 한쪽 입꼬리를 삐뚜름하게 올린 노인이 입을 열었다.

“그래, 불렀지.”

순리를 해치고 균형을 무너뜨리려 하는 자가 있다면 그를 심판관의 천칭에 세울 것이니, 이는 옳고 그름을 따지는 일이 아니며
개선이나 개악이 아니며 그저 추의 무게를 더하거나 더는 일임을 알거라.
나는 눈앞에 우리 종파의 심판관을 맞이하고 나서야 선조로부터 전해 내려온 글귀의 뜻을 알게 되었다.

아비규환

힘을 갈무리한 심판관은 하염없이 작은 노인 같아서 나는 지옥의 그림자를 이끄는 것 같았던 모습을 떠올리면서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혼자요?”
“지원이 필요하면 부르려 하는데… 그런데 이 근방에 혹시 능력자가 있소?”
“아니… 내가 아는 바로는 없는데.”
“그래? 이게 적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구먼.”

심판관은 작은 나침반을 들여다보며 중얼거렸다. 얼핏 본 나침반은 북쪽을 가리키지 않았다.

“뭐, 얼추 될 거 같소.”
“내 며느리와 손주의 안위가 걸린 일이요. 그렇게 대충 답하지 말고…”
“아, 영감이 말이 길어. 가족의 안위는 본인이 잘 챙길 일이요. 서로 할 일 합시다.”

비비안이 사는 마을에 들어서자 심판관은 안내도 없이 성큼성큼 걸어갔다. 내가 사는 곳보다 번화한 곳인데
그날따라 길에는 다니는 사람이 유독 없고 왠지 을씨년스러운 바람만 가득했다. 내 기분 탓이었으면 좋았겠지만,
심판관은 정확히 마을 외곽에 위치한 비비안의 집으로 향했다. 집 앞에는 기울어진 천칭 표식이 몇 개나 세워져 있었다.

“근래 들어 저 표식을 가진 자들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고 있다오. 기울어진 천칭을 지녀도 올바르고
순하게 사는 사람들이 대다수요. 그런데 바다 건너 이 땅으로 온 자들은 자립심이 강한 탓인지
유독 자신들이 균형을 쥐고 흔들려 하오. 능력자를 가두어 힘을 빼앗으려 하거나 자기 자식을 바쳐
강화인간이라는 것으로 만들려 하지. 순리에 따르는 삶을 산다면 천칭이 기울어지거나 말거나 무슨 상관이겠나?
한데 꼭 이렇게 정도를 모르는 무리가 어디에나 있소.”

심판관은 지팡이를 바투 쥐고 거침없이 앞으로 걸어 나갔다. 지팡이 끝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라 이내 자그마한 심판관의
키를 훌쩍 넘어서는 거대한 철퇴가 되었다. 심판관은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자네는 자네 일을 하게. 서두르는 게 좋을 거야.”

심판관이 사형수처럼 철퇴를 휘둘렀다. 능력자에 대해서는 말로만 들었지만, 심판관의 무기에 들불처럼 일렁이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나는 정신없이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가며 내 앞을 가로막으려는 자는 거침없이 쏘았다.
빗맞은 자들은 심판관의 붉은 눈동자를 보고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치다 거대한 철퇴에 찍혀 나가떨어졌다.
비비안, 니키! 나는 아이들의 이름을 목이 터져라 불렀다.

“여기요, 여기에요!”

지하실 쪽에서 비비안의 목소리가 들렸다. 쿵쿵 소리를 따라 구르듯 내려가 보니 비비안이 지하실 구석에 있는 방공호 앞에
무릎을 꿇고 방공호 문을 내리치고 있었다. 작은 손이 온통 피투성이였다.

“아이가, 니키가 이 안에… 제발…”

하도 울어 피가 맺힐 정도로 짓무른 눈가에 다시 눈물이 넘쳐흘렀다. 헝클어진 머리, 하얗게 갈라진 입가에도
거뭇하게 피가 말라붙어 있었다. 나는 달려가 미친 듯이 문을 걷어찼다. 이 방공호는 내 아들이 자기 가족을 지키기 위해
오래 공들여 만든 공간이었다. 그런데 감히 내 아들의 천사를 이곳에 가두고 그 앞에서 내 아들의 아내가 눈물 흘리게 하다니!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일평생 그렇게 평정심을 잃어본 적이 없었다. 나는 아이를 잃는 것이 두려웠고,
비비안이 다시 떠날까 두려웠으며, 먼 훗날 다시 만난 아들이 아이들을 잘 지키지 못했다고 날 비난할까 봐 두려웠다.
문에 약간의 틈이 생기자 나는 손에 잡히는 것을 닥치는 대로 쑤셔 넣어 지렛대로 삼았다.
검디검은 틈이 사특한 뱀의 아가리처럼 커지기 시작했다. 이제 이 틈에 머리를 집어넣어 어둠이 탐욕하는 피와 생명을 기꺼이…

“거기까지.”

등 뒤에서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한 압박이 밀려 들어왔다. 밤바다 한가운데, 갈라지는 유빙 위에 서 있어도
이렇게 무섭지는 않을 것 같았다. 나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뒤를 돌아보았다.
심판관이 이글거리는 눈을 시퍼렇게 뜨고 서 있었다.

“딸을 데리고 물러서게.”
“… 안에…”
“능력을 탐낸 멍청이들이 벌인 짓이니, 이 또한 내가 해야 할 일이다.”

희망과 절망

심판관의 몸 주변에서 일어난 오라가 눈앞을 가릴 정도로 짙어졌다. 나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는 비비안을 추슬러
자리를 옮겼다. 방공호에서 멀어질수록 이성이 돌아와 점차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심판관이 발견한 능력자가 바로 저 안에 있을 내 손주였던 것이다. 지저분한 속셈을 가진 자들이 비비안을 미혹되게 하고
그 틈을 노려 내 손주를 데리고 뭔가 일을 벌였다. 그것은 아마도 심판관이 나서야 할 정도의, 순리에 어긋나는 일일 것이다.
나는 니키가 너무 멀리 벗어나지 않았기만을, 그래서 심판관이 그에게 자비를 베풀기를 간절히 바랐다.

“전부 제 탓이에요. 제가 너무 나약했어요. 그이가 누구보다 사랑했던 아버님께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니키는 제 희망이었어요. 아아, 너무나 두려워. 니키만 있으면 아픔 따윈 씩씩하게 이겨낼 수 있다고 믿었는데,
제가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하면 정말 견딜 수가 없었어요.”
“비비안, 내가 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구나. 조셉이 잘 해낼 거라 믿는다는 핑계로 그 애를 돌보지 못한 것과
같은 실수를 말이다. 너는 내 딸과 같은 존재다, 비비안. 내가 너를, 너와 니키를 좀 더 가까이 두고 찾았어야 했는데,
미안하구나.”
“전 기댈 곳이 필요했어요. 그 앤 아주 무섭거든요, 아주, 아주 무서워요. 아아… 멍청하게도, 어리석게도,
저희에게 필요한 건 오직 아버님뿐이었는데 그걸 모르고. 어쩌죠, 제가 너무 나약해서 아이를 지키지 못했어요.
이제 어쩌면 좋아요?”

항상 눈물이 마를 날 없었던 눈가에 잠깐 웃음이 찾아들었나 싶었는데, 비비안의 용기가 맥없이 꺾이려 했다.
용서를 빌다가 공포에 떨며 울고 웃는 비비안은 이미 제정신이 아닌 듯했다. 아들이 남긴 천사가 아니었다면
비비안은 결코 다시 일어서지 못했을 것이다.

“…”

나는 미처 듣지 못한 소리에 비비안이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심판관이 아이를 부축해 방공호 밖으로 나와 서 있었다.
숨을 들이켜며 다가서려 했지만 심판관이 고개를 저어 막았다. 그들 주변으로 아직 갈무리되지 못한 공포의 잔재가
진득하게 남아 있었다. 천사의 고수머리처럼 빛나던 금발이 재처럼 바래 버린 아이는 손대면 부서질 것처럼 파리했다.

“멍청한 녀석들이 아이의 능력을 발견하고 가두어 두었다더군. 공포능력자에게 공포를 마주 보게 했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놀랐던지. 지금은 잠깐 내가 눌러 놓았을 뿐, 아이는 언제고 다시 공포를 전파할 걸세.”
“제, 제가 잘못한 건가요? 그래서 아이가 이렇게, 이렇게 된 건가요?”
“이것은 결과가 아니니 원인을 따질 수 없을 것이며, 물론 너의 공도 과도 아니다.”

비비안이 숨을 헐떡였다. 비비안은 심판관의 경고에도 아이에게 한 걸음 다가서고 말았고, 공포가 비비안의 발목을 잡았다.
작은 심장이 폭주하는 게 눈에 보일 듯했다. 심판관은 아이를 품에 감싸 안고 물러섰다.
심판관의 뒤로 비비안이 따라가려 했지만 내가 얼른 막아섰다. 또다시 아이를 빼앗겼다는 좌절과 앞을 막아서는
나에 대한 원망으로 비비안이 악에 받친 소리를 지를 때였다.

“엄마.”

한숨보다 작은 목소리였지만 비비안을 멈추기엔 충분했다.

“니키, 니키! 미안해, 이런, 이런 일을 겪게 해서… 무서워, 난 너무 무서워… 무섭게 해서 미안해.
전부 엄마 잘못이야, 엄마가 너무 약해서, 너무 멍청해서…”
“계속 옆에 있어 줬잖아.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엄마. 무섭게 해서 미안해.”

어느 날 밤 악몽에서 시작된 아이의 능력이 조금씩 비비안을 갉아 대며 그 심장 안에 공포의 씨앗을 품게 했다.
끊임없는 불안과 강박이 비비안의 영혼을 나약하게 만들었고, 사랑하는 아이를 두려워하게 했다.
아이를 안아주려고 할 때마다 덜덜 떨리는 손을 보며 절망에 빠진 비비안은 더 비참해졌다. 아이는 아이대로
비비안이 자신을 거부하는 이유를 자신에게서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이들의 사이에 능력자를 이용하려는 자들이 흰개미처럼 파고들어 비비안이 나와 멀어지게 만들고 그 틈에 아이를 빼앗아
자신들의 사도로 삼으려 한 것이다.

심판관은 아이를 데리고 떠나며, 아이의 능력이 심판관이 되기에는 좋은 자질이라고 위로했다.
흔치 않은 능력이라 심판관 중에서도 자신만이 가진 것인데 이제야 가르칠 사람이 생겨서 기쁘고 다행한 일이라고,
아이가 빠른 시일 내에 능력을 다스릴 수 있게 도울 것이며 장차 아이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물려주리라 약속했다.

그 후로 비비안은 오래 버티지 못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비비안은 더 이상 무섭지 않은 아들의 손을 잡고
감사와 사랑이 가득한 인사로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었다. 잿빛으로 바랜 아이의 머리카락은 끝내 본래 색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니키와 나만이 남았다.

이단

기울어진 자들의 수장이 된 거리의 인형사가 함부로 교세를 휘두르며 세상의 균형을 훼손한 대가를 치르고는
꼬리를 말며 깎아지르는 듯한 루사노의 절벽 틈 사이로 칩거하고 얼마 뒤, 그가 남긴 악행의 냄새나는 발자취를 따라
회사와 연합의 능력자들이 모여들었다.
인형사가 몰락의 구렁텅이에 떨어져 생을 마감한 이후 기울어진 자들, 안타리우스는 소멸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현장에 있었던 니콜라스가 목격한 바는 널리 알려진 사실과는 크게 달랐다.

노인의 곁에서 떠나지 않았던 옥사나가 어느 순간 아무도 모르게 모습을 탈바꿈한 후에도 한동안 안타리우스는
문제없이 잘 운영되었다. 능력자의 숫자를 늘리기 위해 괴상한 실험을 하고, 그러기 위해 어떻게 되어도 뒤탈 없는 신도들을
끌어모았다는 말이다. 그러다 일부 인사들이 갑자기 정신이 나간 것처럼 세상을 상대로 싸움을 걸기 시작했다.
그들은 기어코 2차 능력자 전쟁을 일으켰고, 예정된 것처럼 무너졌다.
루사노에서 수성전을 벌인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그들은 그곳에서 파멸을 맞이했다.

대모라는 여자가 나타난 것은 바로 그때였다. 탄야 랜킨은 안타리우스가 심판관의 저울에 올라가기 직전 극적으로 등장했다.
안타리우스가 루사노에서 버티는 동안 탄야는 심판관 앞에서 지금의 기울어진 천칭이 변하기 위해서는
능력자와 비능력자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랜 세월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했으나 그것은 굴러가는 바퀴 위에서
곡예 부리듯 왼발과 오른발을 번갈아 뛰며 잡은 찰나의 평형일 뿐, 이 바퀴를 멈추기 위해서는 애초부터 능력자가 소수인 세상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어쩌면 변화가 두려운 이들이 스스로 균형을 맞추려는 세상에 맞서 큰 흐름을 막고 있었던 게 아니냐며 성토했다.
탄야의 말은 독처럼 퍼져 나갔고, 중독된 자들이 서로 갈등을 빚기 직전 심판관은 탄야의 주장을 재고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탄야 랜킨은 더이상 이단이 아닌 안타리우스를 능숙하게 수습했고, 모두가 안타리우스의 교리를 받아들이게 되었으며,
심판관들은 안타리우스를 지원하게 됐다.

첫 요청으로 탄야 랜킨은 심판관에게 세상의 순리에서 벗어난 ‘팀 스티브 울프’를 잡아오라 했다.
그동안 안타리우스가 그를 쫓고 있었지만 아인트호벤에서 놓친 이후로 추격에 줄곧 실패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탄야는 그의 끝없이 커지는 능력이 세상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심판관들은 그것이 정당한 요청이라고 판단했고
오래 지나지 않아 효율적으로 그를 포획했다.
니콜라스는 그 일을 처리하고 나서 한동안 유럽에 머물렀다. 울프의 포획에 있어 큰 공헌을 한 만큼,
누구도 그의 결정에 가타부타 말을 얹지 않았다. 니콜라스는 어린 시절의 경험으로 말미암아 종교의 순수성을 누구보다 갈망했고,
순수한 안타리우스를 유지하기 위해 열렬하게 활동했다. 더는 안타리우스를 믿지 않겠다는 신도를 고행으로 인도하고
내부에서 분란을 일으키는 능력자를 처리했다. 니콜라스는 탄야가 안타리우스를 옳은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고 믿었으며,
때때로 내게 개종을 권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니콜라스의 개종 권유 횟수는 점차 줄어들었다.
안타리우스가 세상에 없던 능력을 만들어내는 시험을 지켜보는 것은 분명 니콜라스의 지적인 흥미를 자극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과연 이것이 순리를 따르는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었다. 특히 그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강화인간,
그리고 통제되지 않은 증폭 시험으로 희생되는 인명을 볼 때면 불쾌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니콜라스는 깊이 갈무리한 공포를 마땅히 무릎 꿇어야 하는 자들에게만 사용하기로 다짐하고,
그 외에는 드러내지 않기 위해 가혹할 정도로 끊임없이 수련했다. 그런데 그들은 인위적으로 신체와 능력을 조작하고
거짓된 능력을 얻어낸 후 그것을 과시하지 못해 안달 난 사람들처럼 굴었다.

귀환

안타리우스의 암약이 길어졌다. 더 이상 여기 있을 의미를 느끼지 못한 니콜라스는 미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고향에서도 종교적 평화가 사라졌음을 깨달았다. 니콜라스가 유럽에 가 있는 동안 적잖은 신도들이
기울어진 천칭에 감화되고 만 것이다. 특히 안타리우스의 마지막을 함께 했던 자들이 미국으로 넘어와 사적인 세력을 일구고
능력을 증폭하기 위해 손대서는 안 되는 약물까지 취급하며 세를 확장한 정황이 속속 발견됐다.
니콜라스는 이단 척결의 명분으로 심판관의 업무를 비밀리에 수행했다.
그러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바쁘게 지내던 니콜라스에게 손님이 찾아왔다.
까마귀와 함께 온 손님은 야생 동물이 앞마당까지 드나드는 내 집을 마음에 들어 했다. 니콜라스와도 일면식이 있는지
반갑게 인사한 그가 전한 건 안타리우스의 부흥을 알리는 소식이었다. 처음에는 강화인간이 나서서 부흥을 선언했다는 말에
니콜라스는 지역을 벗어날 수 없다는 이유로 고사의 뜻을 밝혔으나, 손님은 그 강화인간은 대모의 줄 인형에 불과하며,
모든 것은 대모의 뜻대로 준비되고 있다고 니콜라스를 설득했다.
니콜라스는 그가 안타리우스에 뛰어들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던 탄야 랜킨의 연설을 떠올렸다.

진리로 이기로리다

1935년 1월, 예고도 없이 인식의 문이 열렸다. 이쪽 세상이자 이쪽 세상이 아닌 곳에 열린 문은 가장 가까이 연결된
메트로폴리스에 영향을 끼쳤고, 도시는 문에서 넘어온 괴물로 인해 크게 해를 입었다.
액자가 메트로폴리스에 있음이 확정된 순간, 안타리우스는 액자를 추격하기 위해 모든 인력을 동원했다.
심판관마저 동원된 것은 말할 것도 아니었다.

심판관들은 몇 년 전 니콜라스가 한 젊은이를 사로잡았던 일을 언급하며, 그에게 저스티스 리그의 젊은 수장을 포획할 것을 명했다.
그가 지닌 액자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니콜라스가 차근차근 좁혀가던 포위망은 예상치 못한 방해로 인해 무용지물이 되었고, 액자의 행방은 다시 묘연해졌다.
니콜라스는 미국에서 계속 액자를 쫓기를 희망했지만, 안타리우스는 그에게 유럽으로 와 교단의 일을 도울 것을 요구했다.

유럽에 도착한 니콜라스는 모든 순간 불쾌함을 느꼈다. 어디까지나 심판관이 협조를 해주는 것인데도
안타리우스는 이단의 의혹이 채 떨어지지 않은 주제에 니콜라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했다.
니콜라스가 좋게 거절하려 말을 꺼내면 제키엘은 교단의 뜻이라며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지시하는 자가 강화인간인 것도 불쾌했으며,
그가 시험하라고 지시한 자는 세상에 다시없을 형편없는 자여서 같은 공간에서 숨을 쉬는 것조차 환멸이 느껴질 정도였다.
결정적으로, 울프를 포획하기 위한 하찮은 미끼에 불과했던 자가 구원회 단장이라는 이름을 달고 설치는 것은
불쾌함과 환멸을 동시에 선사했다.

그리고 오늘 니콜라스는 기울어진 천칭이 끝없이 부서졌다 합쳐지는 엘베강에서 안타리우스 복귀를 선언한 대모와
그 앞에서 사정없이 헝클어지는 군상을 목도했다. 니콜라스는 구원에 눈이 먼 자들을 내려다보는 탄야를 지켜보았다.
그 옆에는 순리를 너무나도 벗어난 괴물이 잔망스럽게 손장난을 치고 있었다.

“어머니, 어머니. 모든 것이 어머니 뜻대로 되는군요. 세상에 어머니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은 없어요.
만약 그런 게 있다면 제가 없애 버릴 거예요.”
“그렇구나.”
“이다음엔 어디로 가시죠? 어디로 가시든 저도 꼭 데려가셔야 해요?”
“글쎄, 액자가 유럽으로 돌아온 것 같으니.”
“그럼 액자를 찾으러 가나요? 제가 그 어린놈을 갈가리 찢어 그 품에서 액자를 찾아드릴게요.”

괴물은 달빛에 빛나는 눈동자를 깜빡거리며 애교를 부렸다. 만약 탄야가 그 모습을 기껍게 받아주었다면 역겨울 터였으나,
탄야는 무안하리만치 무심했다. 눈앞의 괴물을 보는 것 같으면서도 하염없이 먼 곳에 있는 정물을 보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액자가 자리를 찾아가려는 모양이니, 자리를 찾는 게 우선일성싶구나.”
“자리요? 어디로 가는지 정해진 건가요?”
“일단은 잘츠부르크로. 그 뒤는 그자의 답에 달려 있겠지.”

탄야의 모습이 어둠에 가려지듯 흐릿했다. 마치 녹아 없어지는 것 같았다.
니콜라스는 왠지 섬뜩한 느낌에 가슴속에 품고 있던 묵주를 가만히 쥐었다. 탄야가 원하는 것은
정말 능력자의 숫자를 비능력자만큼 끌어올려 균형을 맞추는 것일까? 혹여나 균형을 역전시키려는 것은 아닐까?
니콜라스는 문득 오늘 니콜라스가 그러하듯이 언젠가 심판관들이 루사노에서의 그날을 회한하리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