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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lipse Vol.36 딸에게 쓰는 편지 정보제공자, 휴고 엔리케즈(전 왕실도서관 사서, 비능력자)

아래는 아틀라티코 드라군 대장인 레오노르 드렉슬러의 부군이며 전 왕실도서관 사서로 근무했던 휴고 엔리케즈가 딸의 출생과 함께 남기기 시작한 편지를 모아 구성한 내용입니다.

지금 펜을 들어 첫 글자를 적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는지 모른단다.
내 사랑, 너를 향한 마음이 너무나 커져 어디 넓은 들판으로 나가 미친 듯이 너를 사랑한다고 소리 지르지 않으면 갈무리가 되지 않을 것 같았어.
정말 들판까지 나가진 못했지만 나는 뒷마당에서 이 가슴 속 격정을 숨김없이 터뜨렸지. 하지만 아무도 내게 뭐라 하지 않았어.
당연해, 나는 방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석이며 하느님이 주신 가장 소중한 선물을 받았어. 내 사랑, 내 딸, 내게 와줘서 고맙다.
아, 손이 떨려, 이런 글씨를 나중에 네가 알아볼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기쁨으로 가득할 매일매일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네게 다시 전하고 싶은 마음에 펜을 들었지만, 정말 이어가기가 어렵구나.
지금 내 앞에 작은 입술을 꼬물거리는 너를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아.
당장 펜을 내려놓고 네게 달라붙어 이 세상과 우주를 통틀어 가장 사랑스러운 보석을 하염없이 바라만 보고 싶어.
오, 안돼. 여기서 이런 걸 쓰고 있을 수 없어. 하지만 이 말은 꼭 남겨야겠다.
내 사랑이며 영혼인 레오노르, 내게 이런 벅찬 선물을 줘서 정말 고마워, 내가 더 잘할게, 앞으로 정말 잘할게.

8월 20일, 너의 눈동자

내 사랑, 하느님이 주신 가장 아름다운 보석이며 내 가장 큰 기쁨.
사람들은 아직 네가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다고 하지만, 네가 그 맑은 눈동자로 날 바라보는 게 의미 없는 행동이라고 하지만,
네 엄마를 꼭 닮은 그 눈동자가 날 바라보면 나는 숨이 막히고 어쩔 줄 모르면서도 눈을 피할 수가 없어.
정말로 감사한 일이지, 내 딸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기사의 눈동자를 받았다는 건.
네가 커서 무엇을 하든, 무엇이 되건, 그 눈동자로 세상을 보는 한 네 엄마처럼 세상을 네 발아래 둘 수 있을 거야.
이 눈동자가 가장 아름다운 것만 볼 수 있도록 아빠가, 음, 어쩌면 주로 엄마가 꼭 지켜줄 거야.

11월 7일, 너는 천재인가 봐

이네스, 이네스, 어쩌면 네가 이걸 보고 웃지 않을까? 하지만 말하지 않을 수가 없구나.
이네스, 내 딸은 천재야. 난 정말 펄쩍펄쩍 뛰면서 소리 질렀어.
내 딸이 뒤집기에 성공하다니, 그 작고 앙증맞은 주먹을 꼭 쥐고 새순 같은 입술을 꼭 다물고 힘쓰는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난 이렇게 흥분했는데 레오노르는 아이가 다 그렇다는 소리를 하는구나.
드렉슬러에게 천재라는 건 어쩌면 평범한 걸지도 모르겠다. 네 엄마도, 네 엄마의 동생도 시대의 총아로 불렸지.
아, 그래, 다리오는 정말 천재였어. 그가 드렉슬러에 끼친 영향력은 어마어마했어. 동생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십 대에 용기사가 된 레오노르가
주목받지 않았던 건 창을 든 지 얼마 되지도 않아 훈련기사들을 넘어뜨리는 다리오가 있었기 때문이었으니까.
어떻게 생각하면 동생들은 용기사가 아니어서 정말 다행이야, 나름 평화롭게 원하는 직업 찾아서 잘 지내고 있어서.

다리오가 입대를 미루다 레오노르와 같은 나이에 용기사가 되었던 건 다들 알지만, 그 이유는 잘 몰라.
그는 자기 관심 밖의 모든 것에 철저하게 무관심했고 그건 가족이라 해도 마찬가지였어. 그러니 그가 레오노르를 배려했다고는 생각하기 힘들었을 거야.
물론 레오노르의 입장이 위태로웠던 적은 없었지만, 세상엔 관심과 애정을 빙자해서 자기 좋을 대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거든.
이네스의 증조할아버지의 막냇동생 되시는 훌리오 경은 엄마를 좋아하지 않아. 다리오는 관심도 주지 않는데 항상 자신이 다리오의 대변인인 것처럼 굴지.
다리오에게는 발명 같은 건 그만두라고 잔소리를 하고 말이야.
세상엔 무언가가 되는데 그것과 전혀 상관없는 자격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단다.
하지만 레오노르는 어떤 자격도 누구의 인정도 필요하지 않아. 레오노르가 레오노르 드렉슬러이기를 선택했으니까.

5월 31일, 너의 첫 걸음

이네스, 네가 세상을 향해 첫발을 내디뎠을 때 그 자리에 내가 있어서 정말로 기쁘다. 이 감격을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
역시 내 딸은 천재야, 한 걸음 한 걸음마다 우아함과 절도가 배어 있지. 네가 아빠가 아니라 엄마한테 간 건 조금 상처였지만,
괜찮아. 레오노르가 널 안고 내게 왔으니까.
첫걸음, 그건 아주 중요한 거야. 그때 내가 레오노르에게 다가서지 않았다면 이런 행복이 있었을까?

엄마를 처음 만난 건 아빠가 왕실에 대한 열정과 충성으로 가득 찬 애송이였을 때였어. 국왕 폐하와 왕실을 위한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것이
더없이 뿌듯했고 방문객 모두를 성의를 다해 대했어. 원래 첫 직장에서는 다 그런 거야, 그 덕분에 다리오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지.
그땐 이름을 몰랐지만 말이야. 제복을 입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학자인 것 같지도 않았고, 보면 항상 책을 읽기는 하는데 분야가 너무 다양해서
딱히 뭘 공부하는 사람 같지는 않았지. 가끔은 식사도 잊고 책만 보고 있으니까 걱정이 되더라고.
그때 내 점심을 나눠준 게 내 인생 가장 값진 선행이었어.

얼마 후 도서관에 여신이 강림했어. 머리에 꽃을 달고 하프나 켜는 여신이 아니었어. 일개 대대가 움직이는 것 같은 중압감이
걸음걸음을 떠받치고 있었지. 나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발등에 입맞춤을 올리고 싶었어. 아마 나만 그런 건 아니었을 거야.
주변 사람들 모두가 여신을, 레오노르를 바라보고 있었거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레오노르는 20대 초반에 이미 아틀라티코 드라군 1소대장이 되었고, 대장이 되는데 필요한 건
나이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어. 군 관련자에게는 손꼽히는 재원이지만 아틀라티코 드라군이라는 특수한 소속 때문에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

“안에 용기사 드렉슬러가 있습니까?”

여신이 내게 말을 걸었어.

“사서, 도서관 안에 아틀라티코 드라군 소속 드렉슬러가 있는가 물었습니다.”

나같이 새파란 애송이에게까지 이렇게 정중하게 말을 걸어주다니. 나는 누군지도 몰랐던 드렉슬러에게 영원한 축복을 기도했어.
아, 그 축복은 얼마 지나지 않아 취소했지만….
아무튼 그때 문득 이 아름답고 완벽한 여신과 닮은 인간 남자의 모습이 떠올랐어. 나는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하고
도서관 제일 안쪽에 있는 남자에 대해 말했지. 말씀하시는 분이 혹시 그 남자가 아닐지, 가끔은 먹는 것도 잊고 책만 보던 남자 말이야.
그러자 레오노르는 미소를 지었어. 분명 미소였어. 그 눈빛이 따스해지는 걸 느꼈거든.

“혹시 다리오에게 토르티야를 주었다는 사서입니까? 나는 다리오의 누나 되는 사람입니다. 대하기 어려운 아이였을 텐데
친절을 베풀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의 바른 감사를 남기고 레오노르는 도서관 안으로 가려 했지.
내가 붙잡지 않았다면 아마 대범하고 당당하게 매일 훈련을 빠지고 있던 다리오의 목덜미를 잡아끌고 연병장에 패대기쳤을 거야.

“토르티야, 먹어 보실래요? 제가 만든 건데.”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갸웃하는 모습이 새끼 고양이보다도 귀여웠어.
사람들은 레오노르에게 절대 그런 수식어를 붙이면 안 될 것처럼 벌벌 떨지만, 뭐 그것도 좋아.
이 여자를 귀엽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인 거니까.
나는 용기를 내 다가섰어. 이네스, 언젠가는 너도 그런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 올 거야.
그때마다 기억하렴, 아빠는 그 한 걸음으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가 되었어. 토르티야 배우길 정말 잘했어.

7월 17일, 오늘은 한심한 소리를 좀 할게

이네스, 세상이 동화 속 과자 집이나 사탕이 열리는 나무로 가득 차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강에는 꿀과 우유가 흐르고
분홍빛 하늘 가득 나비들이도톰한 치즈 날개로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거야.
아빠는 이네스가 그린 그림 같은 세상을 만들어주고 싶은데 지금 이 나라는 너무 혼란스럽구나.
레오노르가 집에 있는 시간보다 출정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점점 무서운 생각이 들어. 도서관도 문 닫은 지 오래되었지.
아빠와 있는 시간이 길어져서 좋다는 널 보면 계속 아무것도 몰랐으면 좋겠어.
널 사랑한다는 것 빼고 아빠가 말했던 행복과 아빠가 지었던 웃음은 모두 거짓말이야.
아빠는 네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그걸 알았으면 좋겠어.

이네스, 사랑하는 사람이 군인이라는 게 너무 힘들어. 마치 내 심장을 독수리가 쪼아대는 끝 없는 형벌을 받는 것 같아.
넌 엄마 같은 용기사가 되고 싶다고 하는데 너마저 군인이 된다면 난 정말 어찌해야 할지……
그렇다고 레오노르에게 은퇴하라고 할 수도 없어.
왕실 호위대 소속 아틀라티코 드라군 대장으로서 왕실을 수호하는 레오노르는 마치 용기사가 되기 위해 태어난 것 같아서,
눈이 부실 정도로 멋지고 당당해서, 날 위해서 그만두라고 할 수가 없어.

예전의 아틀라티코 드라군이었다면 폐하의 명령으로 무엇이든 했을 거야. 하지만 레오노르는 그러지 않았지.
능력자로 구성된 아틀라티코 드라군이 농민반란을 진압할 수 없다고 간언을 올렸고, 폐하께서는 레오노르를 벌하진 않으셨지만,
반란 진압을 철회하지도 않으셨어. 레오노르는 그 일을 대신 맡은 소령이 과잉진압을 했다고 주장했고, 군부는 기다렸다는 듯
용기사의 효용에 대해 따지더군. 아주 어린 시절부터 폐하와 왕실에 대한 충정으로 만들어진 아틀라티코 드라군에 대해 말이야.
물론 오초아 장군 같이 아틀라티코 드라군에게 호의적인 인사도 있고, 또 레오노르가 버티고 있는 한 그들이 감히
아틀라티코 드라군에 어떤 위해도 끼치지 못할 것은 확실해. 아틀라티코 드라군이 호위대 산하에 있긴 하지만 호위대 대장인 아스나르 중령은
레오노르의 예우를 받으면서 착각에 빠질 정도로 멍청한 사람도 아니기도 하니까 큰 문제는 없을 거야.

5월 12일, 무시할 사람이 따로 있지

다리오가 영국으로 파병 신청을 했대. 다리오는 널 꽤 귀여워했었지. 네가 다리오에 관해 물어보면 뭐라고 해야 할지
열심히 대답을 준비했는데 대체 언제쯤 이 대답을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제 누구도 그에게 연락하지 않고 그의 이름을 입에 담지 않지만, 아직 이 가문의 사람들은 뛰어나거나 훌륭하거나 독창적인 것을 보면
다리오를 떠올린단다. 말 안 듣는다고 다리오에게 축출이니 뭐니 협박하다가 결국 다리오가 집을 나가버리니까 마지못해 제명한다느니
유세를 떨면서 레오노르를 인정하는 척 하는 걸 보면 아주 꼴이 우습게 되었지 뭐니.

훌리오 경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원로들이 다리오를 제명했을 때 레오노르는 파병 중이었어. 아마도 일부러 그때를 노린 거였겠지.
그리고 레오노르에게 온갖 생색들을 내는 꼴이라니.
그들은 레오노르가 다리오의 그늘에 있었다고 생각했나 봐. 불세출의 천재를 동생으로 두고 열등감에 휩싸여 있을 거라고 말이야.
레오노르가 용기사가 되어 성실히 복무한 것이 드렉슬러의 후계자 자리를 위한 레오노르의 자구책이었던 것처럼 말했어.
다리오의 제명이 자신들의 공로이며 레오노르에게 큰 덕을 베푼 것처럼 굴었지.
그 날 레오노르의 분노는 내 사랑이 왜 폭룡이라고 불리는지 알게 해주었단다. 그것은 전장이 아닌 곳에서는,
아니 전장에서도 만나서는 안 되는 폭풍이었지. 방패를 들지 않는 레오노르는 대자연 그 자체였어. 레오노르는 역시 완벽해.
레오노르는 신이 내린 완벽한 천사이며 가장 순결한 여신, 내 심장과 영혼을 움켜쥔 자비로운 지배자야.
그리고 훌리오 경의 멱살도 함께 쥐었었지.

레오노르와 다리오는 애초에 경쟁 관계가 아니었어. 레오노르는 단 한 순간도 다리오의 천재성 앞에서 좌절해본 적이 없었지.
가문이나 누구의 기대와 상관없이 스스로 선택하고 노력해서 이룩한 지금의 결과를 그렇게 깎아내리다니,
그들은 자긍심도 명예도 모르는 족속들이야.

안타깝게도 세상에는 그런 치들이 너무 많아. 이네스, 네가 언제쯤 이 글을 읽게 될지 모르겠지만 아빠가 남긴 글에 충격받지 않길 바라.
난 언제나 너에게 아름답고 따뜻하고 순결한 것들만 보여주고 싶지만, 그래서는 훗날 세상이라는 지저분한 흙탕물이 널 집어삼킬 거야.
일부러 지저분한 싸움에 발을 담글 필요는 없겠지만, 이네스, 눈앞의 상대를 똑바로 보고 그 누구도 너를 함부로 재단하게 두지 마.
네가 만들어낸 것을 제멋대로 평가하고 점수 매기게 두지 마. 네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화내고 따지고 닥치는 대로 부숴 버리렴.

2월 2일, 습격

아빠는 레오노르를 위해, 그리고 이네스 너를 위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운동을 했어. 하지만 그래도 역시 좀 튼튼한 사서였을 뿐이었나 봐.
이네스, 아빠는 사서가 된 걸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는데 얼마 전 처음으로 내가 기사였다면, 좀 더 강했다면
널 온전하게 지킬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를 했어. 아니, 하다못해 네가 그 러시아 소년의 창을 빼앗으려고 했을 때
아빠가 도움이 되었더라면 좋았을걸.
이네스, 아빠가 다친 모습을 보여줘서 미안해. 괜히 나서서 스스로 창대에 꿰인 꼴이 되다니 정말 면목이 없어.
하지만 이네스, 이건 정말 네가 나중에 읽었으면 좋겠다. 네가 충격받고 눈물 흘린 것은 너무나 안타깝지만,
레오노르가 우리를 위해 그렇게 불같이 화내는 모습을 보니 아빠는 가슴이 너무나 떨렸단다.
우리를 위해서 방패와 자비심을 내려놨지.
네 앞이라서 그들을 살려줬던 것일 뿐, 아빠는 엄마가 그 날 외친 다짐을 반드시 실현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
적기사들에게는 안된 일이지. 그들의 시간을 좀 더 생산적인 곳에 쓰는 것이 좋았을 걸,
관심 없는 건 상대하지 않는 다리오나 도발은 짓밟고야 마는 레오노르를 건드리다니.
다른 용기사였다면 조금쯤 분풀이라도 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2월 23일, 영국으로 가자

이네스, 이제 곧 우리는 영국으로 가게 될 거야.
레오노르는 다리오 드렉슬러가 있는 곳에서라면 적기사의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주장하고 있어.
조금 억지라는 건 모든 어른이 다 알아. 그냥 그렇게 말하는 거야.
다리오가 널 꽤 예뻐하고 이것저것 선물도 몇 개 줬는데 기억하고 있지? 특히 그 오르골 좋아하잖아.
사실 아빠는 좀 무서웠어. 오르골을 돌리면 왜 인형들이 전투하는 거야? 보통은 춤을 추지 않나?
그래도 이네스 네가 좋아하니까 그거로 되었지만 말이다.

적기사의 습격은 마침 좋은 핑계거리가 되었어. 폐하께서는 최근 능력자 전쟁이 보이지 않는 전쟁이 되면서 그 여파가
비능력자에게까지 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려하셨지. 그런데 얼마 전 갈리시아에서 아틀라티코 드라군이 출동할 정도의 무력충돌이 있었어.
다행히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 일어난 일이었고, 출동한 레오노르와 용기사들이 아침 해가 뜨기 전에 그들을 해산시키기는 했어.
폐하께서 매우 큰 충격을 받으시고는 이 불온한 무리의 뿌리를 낱낱이 찾아 뽑아내라고 엄중한 명령을 내리셨지.

레오노르는 운 없는 적기사를 갈기갈기 찢어 놓으면서 겸사겸사 헬리오스와 지하연합, 그리고 그랑플람 재단 등에서
국왕 폐하께 필요한 정보를 모으게 될 거야. 물론 임무가 아니라 휴가 중에 우연히 얻게 된 정보들을 말이지.
영국에서의 시간이 정말 기대되는구나.



그 문을 여는 자는 누구인가

소수의 능력자가 이끄는 불온단체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을 습격한다는 첩보를 받았다. 순례자의 길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근무 중인 2소대 전원을 이끌고 즉시 출동했다.

불온한 무리

그들은 자신을 숨기고 싶어하지도 않았다. 무슨 수를 썼는지 일반인의 접근이 차단된 대성당, 다행한 일이다. 그들은 성당 안을 가득 채우고
이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그들의 노래가 반복되고 길어질수록 대성당은 점차 이상한 기운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아니, 대성당이 분명 그 곳에 있는데도 없는 것 같았다. 마치 현실에서 분리된 것처럼. 이들의 광기에 노출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광기에 휩쓸려 동화되거나 흔적조차 남지 않고 사라져 껍데기만 남게 될 것이다.

노래를 멈춰라

사태의 추이를 본 바 더 이상 현장을 유지시켜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고 강습을 명령했다. 성당 일부의 파손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진압을 시작하자마자 순식간에 저지선을 뚫었다. 무력이라고는 없는 비능력자가 다수였지만 그들은 노래를 멈추지 않았다.
노래는 점점 더 상상할 수 없는 음률의 조합이 되었다. 반복되는 음에는 끔찍하고 소름 끼치지만 거부할 수 없는 힘이 있었고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도 죄를 짓는 것 같았다.

“이제 됐어, 됐어! 너희들은 늦었어, 아무도 막을 수 없어! 이제, 문이, 열린다!”

갑자기 주변이 환해졌다. 눈 앞에 여러 개의 시간이 동시에 다른 속도로 흘렀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방금 소리친 남자를 찾아 손을 뻗었다.
그는 바로 앞에 있었지만 나와 다른 곳에 있는 것 같았다. 그 놈의 입가에 비웃음이 걸렸다.
나도 같이 웃으며 그 놈을 하늘로 쳐올리고 바닥에 내리 꽂았다.

노래가 멈췄다.

문은 열렸다

발 밑에서 버둥거리는 놈의 목덜미를 잡아 일으켰다. 놈은 실성한 듯 웃고 있었다.

“문은 열렸어… 우리가 해냈어. 염원,이 모이는 길 끝에서, 인식의 문을 열었어, 해냈어, 드디어, 열었어.”

놈의 품 안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나무를 깎아 만든 천칭 조각이었다. 조각을 주워 갈무리하고 놈을 비롯해 주축이 된 사람들을 체포하라고 명령했다.
그 순간 성당 곳곳에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대장!”

카사스가 소리쳤다. 진압은 끝났다. 전투가 시작되었다.

휴가를 받아야겠다

빛에 노출된 사람들 중 일부는 괴물이 되었고 일부는 믿기 힘든 괴력을 얻었으며 일부는 불과 얼음을 다루게 되었다.
문이 충분히 열렸다면 어려운 전투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대단한 능력이어도 이제 막 얻은 능력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는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그들의 상대는 아틀라티코 드라군이었다. 용기사들은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전진하여 빠른 승리를 거뒀다.
뒷처리는 부관에게 맡기고 나는 한 발 빠르게 돌아왔다. 나무 조각과 인식의 문, 이제는 낯설다고 말할 수도 없는 괴물과 갑자기 능력을 얻은 사람들.
다시금 이 전쟁에서 비켜갈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을 실감했다.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면 준비해야 한다.
긴 휴가가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