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 http://cyphers.nexon.com/cyphers/article/art/topics/26469558

1-2 : http://cyphers.nexon.com/cyphers/article/art/topics/26593095

멜빈은 편지를 발견했다. 그것은 미처 그 장소에 편지가 있었던것을 몰라서 그대

로 내버려두었다가 우연히 눈에 띈것과는 달랐다. 이해할수없는 당위. 마땅히 그래

야만 한다는 식으로 그의 손에 쥐어졌다. 어째서 이 편지가 자신의 손에 쥐어졌는지

멜빈은 떠올리지 못했고 멜빈은 이해하기를 포기했다.

그는 이 현상을 알고있었다. 지금은 분석할수없는 이 현상에 대해 골머리썩을 필요

가 없다. 이 현상은 헨리 맥고윈으로부터 일어나는 현상이다. 다른 시간으로부터의

메시지다. 편지라기보다는 쪽지에 가까운것을 멜빈은 몇번을 반복해서 읽었다. 그

리고 결론을 내렸다. 이것은 유서다.

시간이동에 대한 페널티는 모른다. 헨리 본인도 그것을 모르고있다. 무엇이 페널티

인지 모른다는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지뢰밭을 가로질러가는것

과 다를바가없다. 멜빈은 과거 헨리에게 충고를 했던적이있다. 그 정도로 세계를 변

화시키는 힘에 아무런 페널티가 없을리가 없다고. 지금이라도 시간이동은 포기하라

고. 그러나 헨리는 멈추지 않았다. 몇번을 넘어서 어떤 마음으로 이 편지를 보냈을까.

자신의 존재를 걸고 시간을 넘었다. 그리고 시간을 넘어서 한 일들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 불행을 인정해버렸고 답할수없는 질문을 보냈다. 멜빈은 끓어오르는 화를 간

신히 참았다. 죽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포기했고 돌아오지않았다. 두번다

시 헨리를 볼 일은 없을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유서다. 헨리 멕고윈은 표류자가

되어 죽었다.¹

멜빈 리히터는 절망했다. 조금 더 시간이동에 대해 분석해야했다. 그에게 시간을 넘

도록 강요하는 아돌프와 제프의 속내에 대해서 들추어보아야했다. 시간여행을 두려

워하면서도 사명감과 책임감에 사로잡혀서 그들 손에 놀아난 헨리 맥고윈을 내버려

둬서는 안됐다. 자신만의 세계에 안주해서는 헨리 맥고윈이 결국 어떤식으로 소모될

것인지 뻔히 알면서 눈을 감았다. 침묵으로서 아돌프 반사우스를 긍정했다.

그를 살릴수있었다.

시간을 넘는 재능이 있다고 해서 시간을 넘어야 하는것은 아니다. 누군가를 위해서

넘어야된다는것은 더더욱 아니다. 말이 빠르다고 해서 사람을 태울 의무를 가지지

않는다. 소가 힘이 세다고 해서 사람 대신 밭을 갈 의무를 가지지 않는다. 닭이 매일

같이 알을 낳는것은 사람의 배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적어도 친구였다면, 헨리

맥고윈의 친구였다면 자신의 재능을 쓸곳에 대해 착각한채로 내버려둬서는 안됐다.

그는 겁쟁이였다. 아돌프가 두려워 헨리 맥고윈을 내버려두었다. 그는 멜빈에게 절

대적이라고할만큼의 신뢰를 보냈는데 겁쟁이 멜빈 리히터는 그 신뢰에 대해 어떠한

것도 보답하지못했다. 멜빈 리히터의 비겁한 속내를 알면 헨리 맥고윈은 뭐라고 말

할까? 너를 친구라고 했던 나 자신이 부끄럽다고 할까? 후회한다고 할까? 원망한다

고 할까? 답 조차 들을수없다.

시간을 넘을수있을까? 짐작되는 기술조차 없다. 제뉴어리에게, 제프 케이트에게, 아

돌프에게 책임을 미룬다? 그들은 헨리 맥고윈을 소모시킨것에 대해 어떠한 죄책감

이 없다. 그 일이 필요했고 헨리 맥고윈은 거기 있었을뿐이다. 도구를 사용한것이

죄인가? 그들은 그렇게 생각할것이며 고민따위는 하지 않고 그것은 죄가 아니라고

단정지을것이다.

그들의 행위를 멈추고 동원할수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그들 자신을 처벌한다?

그것은 자기만족일뿐이다. 헨리 맥고윈은 후회했으나 아돌프와 제프에 대해 원망을

하지 않았다. '몰랐다'. 그들을 원망해야하는지 조차 모르고 '죽어버렸다'. 이용당한

본인이 원하지 않은채로 죽어버렸다. 후회속에서 절망속에서 혼돈에 휩싸여 그에게

그 정답을 물었다. 대답할수없는 지금의 그에게 정답을 물었다. 대답하고싶어도 대

답할수가없다.

그 공백의 시선(blank horizon). 이 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시간여행자의 단말마.

차디찬 라보(연구실)에 주저앉은 멜빈 위로 두 마리의 제피가 맴을 돈다. 멜빈은 물었

다. 이 도구(제피)와 저 도구(헨리)의 차이가 있을까?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헨리

맥고윈을 친구로 기억한다면 또 다른 헨리 맥고윈이 생기도록 내버려둘수는 없다.

다른것은 중요하지 않다. 멜빈 리히터가 헨리 맥고윈의 친구로 남으려면 그 방법밖에

남지 않았다고 멜빈은 생각했다.

1)헨리 맥고윈은 후에 시체로 발견되었다.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