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샹미쉘피터 - La morte non bello / Bella da sog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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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4 21:23:56
※ La morte non bello - 아름답지 못한 죽음 / Bella da sogno - 아름다운 꿈
※ 본 창작물은 동인 설정이 들어간 2차 창작물 입니다.
저 자식은 쓰레기다.
자신을 고아원에서 데려온 까미유를 본 피터의 첫 감상은 최악 그 자체였다. 온화하게 웃고 있는 표정 뒤 더러운 마음이 아직 세상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은 피터의 눈엔 보였다. 힘든 생활을 끝마쳤다는 안도의 미소를 짓고 있는 미쉘의 모습을 보며 피터는 나라도 제대로 정신을 차려 누나를 지켜야겠다. 라는 생각을 했으나 이 또한 그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 뭐...? ”
“ 피터, 힘들겠지만... 이게 너와 나 모두를 위한 일이라 생각해 ”
“ 하지만 누나... ”
피터의 생각을 읽은 건지 아니면 단순한 상부의 지시인건지 피터는 어둠의 능력자가 아닌 지하 연합으로 가게 되었고 미쉘 또한 ‘이곳에 남매가 같이 있게 된다면 둘 다 위험해진다.’ 라는 까미유의 설득에 넘어가 피터를 강한 능력자들이 다수 포진되어있는 지하 연합 쪽으로 보내는 것에 동의를 해버렸다.
“ 나도 안타깝지만 이건 모두 너희 남매를 위한 길이야 ”
‘이 개XX가!’ 라고 말하려는 자신을 미쉘을 보며 겨우 억누른 피터는 어떻게든 미쉘의 생각을 바꾸게 하려고 했지만 미쉘의 결심은 변하지 않았다. 아주 잠시 자신을 고아원까지 끌고 갔던 누나에 대한 배신감에 치가 떨렸지만 이 또한 데샹의 언변에 놀아난 것이라 생각하고 일단 연합으로 가는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 이번에 새로 온 얼라가? ”
“ ……. ”
“ 어머, 꽤 과묵한걸! 눈빛도 날카롭고 ”
피터가 연합에 처음 들어갔을 때 피터는 모든 사람을 경계했다. 누나가 없는 곳은 피터의 짧은 인생동안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거기에 데샹에 대한 분노까지 더해져 처음 보는 사람들을 모두 적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불안에 떠는 야생의 늑대는 다가오는 모든 손길을 거칠게 물어뜯었다. 사탕을 건네주는 도일의 팔에 생채기를 입히고 혼을 내려는 레이튼을 벽에 던져버리고 진정시키려고 발을 얼리는 루이스의 눈에 얼음 결정을 던져버리는가 하면 친구가 궁했던 엘리에게까지 쌀쌀맞게 굴면서 연합의 외톨이가 되어갔다.
어린 그는 이정도로 말썽을 일으키면 연합 사람들도 질려버리고 자신을 버릴 것이고 그럼 미쉘이 어쩔 수 없이 거둬갈거라 생각했지만 능력의 잠재력을 높이 산 연합은 그를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상부의 결단이었고 연합 사람들은 그의 날이 선 행동에 애정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 평행선을 걷는 악순환이 반복되던 찰나 그 두 개의 선을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기위해 휴톤이 피터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에겐 그럴 의무는 없었다. 그는 어디까지나 에이스 능력자로서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고 시간이 남으면 맥주나 마시면서 시간을 때우면 그만이었지만 왠지 모를 외로움이 느껴지는 피터에게 새로운 삶을 열어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 여! 꼬맹이! 혼자 또 멍하니 뭘하는거야? ”
“ ……. ”
“ 매번 말도 안하고 있으면 안 답답해? 그러다 입에서 똥냄새 난다! ”
휴톤의 가벼운 도발에 피터는 발끈해서 자신의 능력으로 휴톤을 밀쳐내려 했지만 근육에 힘을 실어서 피터의 머리를 감싸 쥔 휴톤에 의해 제지 되었다.
“ 네가 얼마나 잘났는지 모르겠지만 나도 에이스 능력자야 괜한 시체는 만들기 싫으니 쓸데없는 짓은 안하는 게 좋을 거야 ”
“ 큭...! ”
“ 목소리는 낼 줄 아는구먼! 그렇게 남에게 이빨 드러내고 다니면 뭐 이득 볼게 있냐? ”
“ ...신경 쓰지마. ”
“ 짜식! 말하는 꼴 하곤! 우리가 너한테 뭐 잘못한 거라도 있어? ”
“ ……. ”
“ 뭐, 난 니가 말 할 때까지 계속 뒤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힐 거야 깨박살이 나던가 아니면 말을 하던가 둘 중 하나는 하자고! ”
휴톤은 정말로 그 이후로 모든 일을 (사실 그의 주된 업무는 ‘도일과 술 먹기’ 이었다.) 다 제쳐두고 피터만을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피터의 등굣길 하굣길 밥 먹을 때 심지어 샤워할 때도 들어가서 머리를 잘 감나 감시하려고 까지 해서 피터의 시야에 들어가려고 노력을 했다.
“ 왜 이러는 거야! ”
“ 내가 말했잖아~ 네가 말 할 때까지 계속 따라다닐 거라고! ”
“ ……. ”
“ 그 꼬맹이 고집 참 대단하네! 자는 곳까지 따라간다! ”
휴톤의 끈질긴 노력은 결국 피터의 마음을 움직였다. 아니, 움직였다기 보단 그냥 포기했다는 쪽이 더 맞겠지만 휴톤에게 그런 건 아무래도 괜찮았다. 좋든 싫든 피터는 연합에 있어야했고 그 연합에서 사람들과 어울리게 만드는 것이 휴톤의 목적이었으니 1차적으로 피터의 입을 열게 한건 성공적이라고 생각했다.
그 날 이후로 피터에게도 변화가 있었다. 툴툴 거리긴 해도 사람들의 인사를 받아주고 엘리의 장난에도 짜증은 내지만 같이 대응을 해주는 등 친해지려는 노력은 조금씩 해 나갔다. 물론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손길은 거칠게 내려치며 벽을 세우긴 했지만 과거에 비하면 연합 사람들과 많은 교류를 하게 되었다.
“ 피터! 나 술먹으러 가기 전까지 공놀이나 하자! ”
“ ...귀찮은데... ”
“ 그러지 말고! 평생 방구석에 쳐 박혀 있으면 키도 안 큰다! ”
“ 아... 알았어! ”
휴톤의 노력을 피터도 이해해준걸까? 피터는 연합의 사람들 중에서 휴톤을 가장 의지하고 신뢰했다. 휴톤이 투자한 시간만큼 피터는 자신의 이야기를 그에게 들려주었고 휴톤은 피터에게서 들은 민감한 이야기들은 그 누구에게도 말 하지 않으면서 피터가 올바른 길로 가는 것에 힘을 쏟았다.
“ 그래서, 누나랑은 요즘 연락이 돼? ”
“ 아니... 편지는 종종 보내는데 답장이 안와 ”
“ 직접 가보는건 어때? ”
“ 누나가 싫어해 저번에 갔다가 혼나고 돌아왔어 ”
“ 편지가 갔으면 아무리 귀찮아도 답장정도는 해주는데 이상하네... ”
피터의 시무룩한 표정을 보며 잠시 고민에 빠진 휴톤은 한 가지 제안을 했다. 편지를 우체부를 통해서 보내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넘겨달라는 것, 우체부가 잊어버린 걸지도 모르니 신원이 확실한 자신이 가서 직접 건네주고 답장도 받아오겠다는 거였다. 피터도 연합에서 가장 믿고 따르는 휴톤이 직접 해준다니 바로 승낙을 했고 다음날 피터의 부탁한다는 말을 뒤로 한 채 휴톤은 편지를 전해주러 어둠의 능력자 본거지로 향했다.
숙소의 보안은 생각보다 허술했다. 문을 두들기자 나무향이 퍼지는 소녀-미아-가 휴톤을 맞이했고 뒤를 이어서 까미유와 미쉘도 그를 향해 걸어왔다. 어색한 인사가 오가고 피터가 묘사한 모습과 일치한 미쉘에게 다가가 편지를 주려는 휴톤의 손을 까미유가 막아섰다.
“ 그건 뭐지? ”
“ 피터의 편지다. 꽤 오랜 기간 동안 보냈는데 답장도 안와서 내가 직접 전달하고 답장까지 받아가려고 ”
“ 그게 피터의 편지라고 확신 할 수 있는게 없는데? ”
“ 내가 지금 이 안에 폭탄이라도 달고 왔다는 거야? ”
“ 확인할 때까진 모르지 ”
휴톤은 까미유의 녹색 섬광이 가득한 눈을 마주했다. 마치 거대한 것을 숨기고 경계하는 듯한 눈빛, 원시인이 신문명을 맞이했을 때의 막연한 두려움에서 나온 경계가 아닌 횡령한 자금들을 숨겨놓은 금고를 발각당하기 직전의 탐관오리의 마지막 발악에 가까운 적의에 휴톤은 누가 피터의 편지를 숨겼는지 대충 짐작 할 수 있었다.
“ 그럼 내가 여기서 편지 봉투를 뜯으면 알 수 있겠지? ”
“ 잠깐... ”
까미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휴톤은 편지 봉투를 뜯었고 폭탄 대신 들판에서 꺾어서 말린꽃들이 우수수 떨어져 바닥을 더럽혔다. 미아는 ‘ 와아~ 미쉘 이거 봐! 꽃 차 끓여도 될 거 같아! ’ 라며 꽃을 주웠고 미쉘은 꽃과 까미유를 번갈아보며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다. 피터의 작은 선물에 감동하는 마음과 그동안 왔던 편지들의 행방을 캐묻고 싶은 욕망이 섞여 들어가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서있기만 하는 미쉘에게 휴톤이 다가가 입을 열었다.
“ 피터가 네 답장을 기다리고 있어 피터는 아주 성실하게 연합에서의 생활을 하고 있으니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고 피터에게 보낼 답장이나 쓰는 게 어때? 나 이래봬도 시간이 그렇게 많은 남자는 아니야! ”
“ 어... 응... ”
미쉘은 까미유를 힐끔 보더니 자신의 방에 들어가 편지를 쓰기 시작했고 미아가 주전자에 차를 끓이러 간 사이 휴톤이 까미유에게 다가가 ‘ 뭘 숨기는지 신경 쓸 생각 없고 저 둘을 방해하면 죽여 버린다. ’ 라고 가볍게(?) 위협의 말을 전했다. 꽤 동요할 법도 했지만 의외로 까미유는 아무렇지도 않게 ‘ 우리 조직원들을 위해서 신중했던 것뿐이다. ’ 라고 응수하며 미아의 차도 거부하고 연구를 핑계로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그 이후에도 몇 차례 휴톤이 직접 편지를 가져다주었고 얼마 안지나 까미유는 ‘ 연합에서 오는 편지는 무조건 신뢰하겠다. ’ 라고 말하며 휴톤이 숙소에 오는 것을 막았다. 약간의 찝찝함이 휴톤에게는 남아 있었으나, 실제로 편지가 자유롭게 오고갔기 때문에 휴톤도 여기서 사건이 일단락 되었겠거니 하고 신경을 꺼버렸다.
시간은 참 빠르게 흘렀다. 나무가 녹색 빛으로 물들었다가 붉게 변하고 가시만 앙상하게 남아 흰색 여운을 몸에 둘렀다가 다시 녹색 빛으로 물들길 수차례 반복했다. 그 사이 헬리오스와 지하연합간의 소규모 전투가 있었고 그 전투에서 레이튼이 사망했으며 미아는 임무 도중 자살을 해버렸고 그 모습을 미쉘이 목격 후 세상에 퍼지게 되었으며 피터는 자신의 잠재성과 휴톤의 혹독한 훈련을 적절히 융합시켜 역대 사이퍼 중 가장 최강의 능력을 보유한 에이스 사이퍼 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다.
그가 투입되는 임무는 다른 사이퍼들이 할 일이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진행이 되었고 연합은 그의 능력과 함께 서서히 성장해 나갔다. 피터의 편지는 여전히 미쉘에게 전해졌고 미쉘 또한 하루도 빠짐없이 답장을 보내며 둘의 연락에도 문제가 없었으나 한통의 편지가 행복한 일상에 잡음이 되었다.
「저희 둘의 결혼을 축복해주세요
까미유 데샹 & 미쉘 모나헌
XXXX년 XX월 XX일 X시 정각」
미아가 죽은 것을 목격 한 후 미쉘은 트라우마에 빠져 허우적거렸고 그런 미쉘을 까미유가 보듬어주는 과정에서 사랑에 빠졌다는 흔하디흔한 이야기지만 결혼까지 이어질 줄은 피터는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은연중에 미쉘에게 까미유를 절대 믿지 말라는 말들을 수없이 해왔던 피터는 망치로 강하게 맞은 듯 정신이 혼미했고 결국 그 둘의 결혼식에 찾아가지 않았다. 이후 피터는 미쉘에게 편지를 보내지도 않았다. 사람들과 좋게 지내려는 모습은 사라지고 다시 연합에 처음 왔을 때처럼 사람들에게 해를 입히고 임무를 거절하거나 임무지에서 탈주하는 모습을 보이며 다시 사람들과 멀어지기 시작했다.
휴톤이 그를 찾아 갔을 때 이미 에이스 능력자의 피터는 없었다. 그저 깎지 않은 턱수염이 너저분하게 피부에 들러붙어 있고 총기 없는 눈빛으로 하염없이 술병을 들썩이는 쓰레기가 방 한편에 널브러져있을 뿐이었다.
“ 하... 병X... ”
“ 이제 그렇게 불러도 발끈하지 않아. 난 병X이 맞으니까 ”
“ ……. ”
휴톤은 편지 한통을 피터 앞으로 던져놓고 자리를 떴고 피터는 깨질 거 같은 머리를 부여잡으며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안녕 피터’ 로 시작된 편지는 미쉘의 글씨가 맞을까 싶을 정도로 엉망진창이었다. 마치 추락하는 비행기에서 급하게 유서를 작성한 듯한 느낌의 글자들이 편지지를 수놓았고 마치 반을 접어놓은 거처럼 한쪽은 거의 공백에 가까웠다. 내용도 왜 이런 편지를 보냈나 싶을 정도로 의미가 없었다. ‘잘 지내지? 난 잘 지내 난 행복해 난 즐거워 ’ 정도는 여러 이야기를 하면서 끼워 넣어도 될 이야기지만 편지에는 저 내용이 전부였다. 한 가지 특이사항이 있었다면 ‘똑똑한 피터는 아마 이 편지를 제대로 읽을 거야’ 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는 것, 피터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연합 원들이 모여서 식사를 하는 곳으로 달려갔다.
피터의 등장은 연합 입장에선 놀라움 그 자체였다. 첫째론 여기 등장했다는 거 자체가 놀랍고 둘째는 그의 폐인 같은 몰골 때문 이었다. 그도 그럴게 옷은 언제 빨았는지 모를 정도로 꼬질꼬질한데다가 흰티였을거라 추정되는 물체는 이미 누렇게 변색이 되어 있었다. 거기에 머리카락은 산발에 주변에 파리같은게 날아다니고 턱수염은 정돈되어있지 않고 여기저기 제 갈 길이 바빠 중후한 멋 보단 더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 정도였다.
“ ...니가 여기 올 거라곤 예상했지만 이렇게 올 줄은 몰랐는데 피터? ”
“ 아저씨... 아저씨는 이 편지의 진짜 내용을 알고 있는 거죠? ”
“ 괜히 너에게 건네준 게 아니야 일단 씻고 와라. 니 좋아하던 엘리도 표정이 저렇게 썩어 있잖아 ”
엘리가 얼굴을 붉히며 ‘아... 아저씨 너무 짓궂어요!’ 라며 반문 했지만 정말 엘리의 표정은 루이스가 만든 정어리 파이를 한입 가득 베어 물었을 때와 같이 일그러져 있었다. 피터는 그런 엘리의 표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바로 씻으러 다녀왔고 씻고 온 피터 앞에 놓여 있는 건 알 수 없는 액체에 절여져 있는 편지였다.
“ 사실 너에게 주기 전에 잠시 보다가 이상한 게 느껴져서 여기저기 수소문 하다가 알아낸 거야 지금쯤 네 누나가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이 보일 거다. ”
휴톤이 편지를 건져 피터의 앞에 내려놓았고 멍청한 문구 속에 숨겨진 진짜 편지를 보고 피터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살려줘 피터 보이지 않아 그는 나를 죽일 거야 무서워 도망칠 수 없어 난 이용당할 거야 살려줘 피터 피터 피터 피터 피터 피터 피터 피터 피터 피터 피터 피터 피터 피터」
이 역시 줄에 맞춰져 있지 않고 마구잡이로 적혀 있었고 ‘피터’ 라는 단어는 여기저기 다양한 모습으로 휘갈겨져 있었다. 당최 무슨 일이 그녀에게 있었는지 감을 잡을 수 없는 피터는 그녀가 적어놓은 피터라는 단어만큼 혼란스러워 머리를 감싸 쥐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연합에 피터가 온 이후로 가장 큰 감정표현에 연합원 모두가 그를 주목했고 휴톤이 그런 시선들을 거둘 것을 지시한 후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 니가 혼란스러운 건 이해하지만 정신 차려! 지금 네 누나를 구할 수 있는 건 너 뿐이다. ”
“ 도대체 무슨일이... ”
“ 그건 네가 직접 가서 확인해봐야겠지 흥신소를 써서 까미유가 있는 곳을 알아냈어. 네가 미쉘에게 편지를 보내지 않은 이후에 꽤 깊숙이 숨었더군. 대략의 위치는 여기에 적어놨으니 당장 정신 차리고 이곳으로 가라 가서 네 누나를 구해와 윗머리한테도 허락을 받아놨어 연합이 너희 남매를 지켜주겠다. ”
“ 아저씨... ”
“ 더 이상 병X같은 모습으로 벙쪄있으면 묵사발로 만들 생각이니 당장 일어나서 튀어 나가! ”
피터는 휴톤의 불호령에 정신을 차리고 뛰쳐나갔다. 아직도 심장은 요동치고 머릿속은 정리가 되지 않지만 확실한건 지금 미쉘이 위험에 처해있고 구해서 돌아갈 장소도 있다는 것이다. 피터는 여러 생각을 버리고 오로지 미쉘을 까미유에게서 떨어뜨리고 연합으로 돌아가 십여 년 전 행복했던 그때로 돌아갈 생각만을 하기로 했다.
휴톤이 알려준 곳은 말한 그대로 깊숙하고 음침했다. 병원이었던 거 같은 폐가였는데 윗층은 이미 무너져 폐허가 되어있었고 동굴같이 입구만 덜렁 놓여 그를 맞이하고 있었다. 코를 찌르는 소독약 냄새를 정신을 집중하는데 쓰며 길을 따라 하염없이 아래로 내려갔고 부글거리는 소리가 나는 곳에 도착했을 때 그는 숨이 막힐 듯 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비커엔 초점이 없는 녹색 눈이 부유하고 있었고 테이블에는 소독이 끝난 돼지, 쥐, 인간의 표본들이 정렬되어 놓여 있었다. 알 수 없는 약물들은 램프 위에서 끓어오르고 있었고 그런 실험도구들 한편에 구속구를 입고 눈이 가려진채 밭은 숨을 내쉬고 있는 미쉘이 놓여 있었다.
“ 데샹! ”
“ ...그렇게 거칠게 부르지 말라니까... 아, 그건 네가 아니었나? ”
그런 해괴한 풍경 속에서 피터가 오건말건 연구에만 몰두하던 한 남자, 닥터 까미유가 피터의 고함에 질렸다는 표정으로 시선을 마주했다. 의사 가운을 펄럭이며 뚜벅뚜벅 걷는 그의 눈엔 선글라스 따윈 없었다. 그 때문인지 광기어린 녹색 빛 안광을 피터는 그대로 목도했고 아주 잠시 절대자를 코앞에 둔 나약한 인간의 기분을 느꼈지만 다시금 정신을 차렸다.
“ 누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
“ 아, 난 별거 안했어 그녀가 나에게 모든 것을 주겠다고 서약했고 난 그녀의 약속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나의 위대한 업적을 위해 달려가고 있을 뿐이지 저 비커에 있는 눈, 어디서 많이 본거 같지 않아? ”
“ 이 개자식... ”
“ 진정하는 게 좋을 거야 여기서 자제력을 잃고 능력을 마구잡이로 썼다간 너도 네 누나도 안전하지 못할 테니 말이야 하여튼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자기 자제력 없이 이빨 드러내는 건 변함이 없군. ”
자신의 형용할 수 없는 분노를 지반을 흔드는 걸로 대신하던 피터는 이죽거리며 말하는 그의 말에 그만두었고 ‘ 피터? 피터야? ’ 라고 힘없이 말하는 미쉘을 바라보며 ‘ 조금만 기다려! 내가 구해줄게! ’ 라고 말한 뒤 다시 까미유를 바라봤다.
“ 지금 당장 누나의 눈을 돌려놓고 여기서 나가게 해준다면 네 목숨만은 살려두겠다. ”
“ 눈을 돌려놔? 어처구니가 없군. 이 눈을 보라고! 불타버린 눈이 어떻게 사물을 제대로 분간할 수 있는 거지? 궁금하지 않아? 듣자하니 고아원에서 인간을 개조하는 프로젝트가 시행되었다는데 그거와 연관이 되어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 눈이 사람의 능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거야! 어때? 놀랍지 않아? ”
“ 까미유! ”
까미유의 광기어린 설명에 피터는 더 이상의 자제력을 잃고 자신의 염동력을 추진력 삼아 까미유를 향해 달려들었다. 까미유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품안에 있는 주사를 꺼내 들어 피터에게 던졌고 자신의 속도를 제어하지 못한 피터의 팔뚝에 주사기가 제대로 꽂혀 들어가 혈관을 타고 액들이 주입되었다. 하지만 피터의 움직임은 완전히 허상으로 돌아가진 않았다. 휴톤의 지옥훈련을 통해 완성된 팔 근육은 제대로 까미유의 안면을 강타했고 까미유의 턱이 덜거덕 거리는 소리를 내며 균열이 생겼다.
후속타를 넣으려는 찰나 팔뚝부터 시작된 극심한 고통에 피터는 무릎을 꿇었다. 혈관은 미친 듯이 요동쳤고 그 반동에 심장까지 정신없이 날뛰면서 피터의 머릿속은 심장박동소리로 가득 차올랐다. 간신히 턱을 맞춘 까미유가 비틀거리며 일어나 그의 모습을 보고 웃음 가득한 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 병X 같은 놈, 상대를 보고 달려들어라. 네 몸 안에 들어간 약은 신체기능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전투기능을 높이려는 용도로 쓰이려다 실패한 약품이다. 뭐, 대충은 느낌이 오겠지만 너무 극한으로 끌어올리다보니까 핏줄부터 심장 그리고 뇌까지 벌컥벌컥 거리다가 펑- 하고 터져버리는거지, 해독약 따윈 없어 넌 여기서 그냥 죽는 거야 ”
“ 이 개자식... ”
“ 네 누나도 그렇게 욕을 했었지 나에게 모든 걸 다 바치겠다고 해놓고 눈을 뽑아가려 하니 아주 발악을 하더군, 무지한 부모에게 버려져 고아원에서 개조당하는 것도 모른 채 살아가다 기껏 행복을 안겨줬더니 섭섭하던걸? ”
“ 네 멋대로 내 인생을 평가 하지마! ”
심장의 요동에 온몸이 경련을 일으켰지만 피터는 자신의 염동력으로 몸을 묶어 일어났다. 여전히 팔과 다리는 제 멋대로 날뛰며 근육을 팽창했다가 수축했고 이따금씩은 기괴한 모습으로 살점이 떨어져 나갈 듯이 부풀어 올랐다. 고통에 자기도 모르게 신음이 세어 나왔지만 피터의 눈엔 오로지 한사람만이 보였다.
멋대로 자신의 누나와 생이별을 하게 만들고 자신의 야망을 위해 모나헌 남매를 처참하게 찢어발기고 있는 악의 근원, 겉으론 웃으며 좋은 모습을 하지만 속은 썩어 들어가는 희대의 위선자 닥터 까미유, 이젠 자신의 생사는 안중에 없었다. 어차피 죽게 된다면 저자를 죽이고 떠나야겠단 생각 뿐, 그리고 심장이 터지기 전에 반드시 미쉘을 연합에 인도하리다. 그렇게 다짐하고 피터는 까미유에게 달려 들어갔다.
하지만 멋대로 움직이는 몸을 염동력으로 조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마치 마리오네트처럼 엉성하게 움직이는 피터의 공격에 제 아무리 체력이 약한 까미유라도 맞을 이유가 없었고 수차례 계속된 주먹질에 피터는 지쳐갔다. 욱신거리는 심장은 종말을 고하듯 미친 듯이 뛰어갔고 이젠 온 힘을 쥐어짜며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미쉘의 목소리도 듣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가고 있었다. 이제는 끝이라는 생각이 비좁은 머릿속을 파고들었을 때 피터는 까미유에게 달려 들어갔다. 염동력으로 자신의 몸을 집어던진 터라 까미유가 막아낼 재간이 없었고 그대로 그 둘은 우라늄 덩어리 두 개가 마주친 듯 커다란 폭음과 함께 연구실 벽 전체에 물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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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을 때 피터는 굉장히 작은 몸이었다. 근육질의 몸은 다시 밋밋해졌고 굵직한 목소리는 다시 부드러워졌다. 그리고 그 뒤엔 탁한 녹색 눈으로 빙긋이 웃고 있는 미쉘이 서 있었다. 꽃내음이 가득한 들판 위에 햇빛이 드리우고 둘의 웃음소리만이 바람을 타고 하늘로 퍼져갔다.
아름다움은 죽음 아니었다.
하지만 정말 아름다운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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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다 썼다!!!
데샹미쉘피터 기반 창작물입니다!
쌍충때도 그랬고 데샹미쉘피터때도 그렇고 가만 보면 참 전 데샹 나쁜놈 되는걸 즐기는거 같네요
거친 표현들은 나름대로 필터링을 했습니다.
즐겁게 봐주셨으면 좋겠네요 :)
트위터 : @forest_bear_
블로그 : http://forestbear.egloos.com/
마틴미아 - 지금 이대로 : http://cyphers.nexon.com/cyphers/article/art/topics/9386122
샬럿도일 - 물방울 공주님과 근육 왕자님 : http://cyphers.nexon.com/cyphers/article/art/topics/10668360
레이튼 트릭시 - 잊지 않겠습니다 : http://cyphers.nexon.com/cyphers/article/bestart/topics/13312314
쌍충 - 명암(明暗) : http://cyphers.nexon.com/cyphers/article/art/topics/13340706
빅터리첼 : http://cyphers.nexon.com/cyphers/article/bestart/topics/13872334
데샹미아 - 구원받지 못한 자 : http://cyphers.nexon.com/cyphers/article/art/topics/13947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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