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샬럿X도일 - 물방울 공주와 근육 왕자님
-
2,167
10
3
-
2014-03-20 15:09:35
마틴X미아 (지금 이대로) - http://cyphers.nexon.com/cyphers/article/art/topics/9386122
※ 본 창작물은 2차 창작물이며 개인의 취향에 따라 거부감이 들 수 있습니다.
※ 글이 다소 깁니다. 느긋한 마음으로 보셨으면 합니다.
한 남자가 부피가 큰 옷을 입고 있는 게 아닐까 할 정도로 두꺼운 근육으로 건축자재를 옮기고 있다. 낮 시간대라 해가 머리위에 떠있는 바람에 햇빛을 직선으로 받아 한 장 걸친 러닝은 이미 땀에 젖어선 걸 넘어서서 완전히 절어서 곧 소금이 나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그의 이름은 데미언 도일, 캐논 도일로 더 유명한 그는 공성전에서 주로 타워를 파괴하지면 실제 직업은 아이러니 하게도 토목기술자로 건물을 짓는 일을 한다.
‘ 오늘은 야리끼리 (할당량을 다 채우면 업무 종료) 라 이쯤에서 시마이 (일을 끝냄) 합니다요~ ’ 란 소리에 환호성을 지르며 단골 바로 향한 도일은 벌써부터 술통에 빠져서 알 수 없는 노래를 불러 재끼는 휴톤의 옆자리에 앉았다.
“ 마! 백주대낮부터 무신 술을 이래 묵었노! ”
“ 어..? 깨논이 왔네!! ”
“ 임마 마이 취했네 깨논이 뭐꼬 깨논이! ”
“ 다 이유가 있다! 내일 우리 공성전 있다더라. 헬리오스랑 ”
“ 엥? 또 전쟁이가? ”
“ 아니 그게 아니고 그냥 친선이라는데 좀 길게 싸운다고 하드라! 그러니까 내일 몫까지 오늘 다 먹어야지! ”
이따금씩 헬리오스와 지하연합은 친목도모라는 적당한 이름하에 친선 공성전을 진행하곤 하는데, 말이 좋아 친선이지 서로의 자존심과 상대를 짓밟아 버리겠단 살기가 깃들어 있어 피만 안 튀겼지 전쟁이 따로 없었다. 도일이나 휴톤의 경우에는 타워를 마음껏 부술 수 있단 이유로 더 좋아하긴 하지만 말이다.
“ 그래도 마! 적당히 마셔야지! 공성 혼자 할라믄 빡시다 아이가! ”
“ 엥? 왜 나 혼자야? 니도 신청해 놨다. 어차피 내일 일 없잖아! ”
“ 됐다 마! 간만에 쉬는 날에 공성하기 싫다! ”
“ 아이~ 그러지 말고 형님아~ 같이 부수러 다니자아~ ”
“ 이기 술통에 빠지더니 미칫나! 놔라!! 안 간다!! ”
‘ 같이 공성하자! ’ 라며 소름 돋는 애교를 떠는 휴톤과 어떻게든 소중한 휴일을 지키려는 도일의 입씨름(을 가장한 몸씨름)은 오늘 술값을 전부 휴톤이 내는 조건으로 도일이 공성전에 참여 하는 걸로 합의가 끝났다.
다음날, 공성전 엔트리를 점검하던 도일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고 있었다.
「헬리오스 엔트리
다이무스 / 윌라드 / 타라 / 샬럿 / 로라스
지하연합 엔트리
레베카 / 휴톤 / 나이오비 / 도일 / 트리비아」
“ 마! 이런 친선전에 왜 아를 끼나! ”
평소 어린 아이들이 전장에 나오는걸 안타까워하던 도일에게 샬럿의 친선전 참여는 굉장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레베카에게 언성을 높이지 말라는 조언을 듣고 도일은 헬리오스 측 대기실로 갔고 갑작스런 도일의 등장에 헬리오스는 경계했다.
“ 무슨 일이십니까? ”
가장 높은 직위인 윌라드가 침착하게 일어서서 도일을 맞이했고 적의적인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헬리오스 사람들과 시선을 마주치며 입을 열었다.
“ 지금이 마 전쟁 상황도 아니고 왜 여까지 아를 끌고 옵니꺼! ”
“ 아, 그게 말입니다 갑자기 다들 사정이 생기는 바람에 찾고 찾다보니 어쩔 수 없이 투입하게 된 겁니다. ”
“ 그라모 안타리우스나 다른 무소속 사람을 끌고 오던가 이런 곳에 아를 끌고오는건 아니지 않습니꺼? ”
“ 그건 도일 씨가 신경쓸 건 아니라 생각됩니다. ”
“ 이... ”
순간 발끈해서 주먹을 쥔 도일의 모습을 보고 다이무스가 살짝 검집에서 검을 꺼내 보이면서 ‘ 쓸데없는 행동을 하는군. ’ 이라 말하며 자제 할 것을 요구했고 그 모습에 도일은 거칠게 돌아서면서 ‘ 아를 방패로 썼담 보소 내가 다 죽여벌랑께 ’ 라며 다시 지하연합 대기실로 돌아갔다.
도일이 몰고 온 폭풍이 지나간 후 안그래도 조용했던 헬리오스의 대기실이 더 고요해졌다. 이번 샬럿의 투입은 명왕의 지시로, 주된 목적은 앞선에서 동정심을 이끌어 상대의 전투 의지를 꺾는 것, 이 지시를 아는건 타라와 윌라드, 그리고 샬럿 본인뿐이었다. 그래서일까 도일이 돌아가고 난 후 타라는 ‘ X발 그럼 우리보고 어쩌라는거야! ’ 라며 거친 말을 내뱉으며 거의 울듯한 표정을 지었고 이 소리에 흠칫 놀란 샬럿이 눈물을 터뜨리면서 분위기는 더더욱 험악해져갔다. 다이무스는 한숨을 쉬며 창문으로 시선을 돌렸고 윌라드는 타라를 데리고 나가 달래주었고 로라스가 샬럿을 부둥켜안고 토닥이면서 서로 격양된 감정을 식히고 있었다.
그렇게 분위기를 추스르는 사이 경기가 시작되었다. 점프기어 앞에서 출발 명령이 떨어지길 기다리는 헬리오스 측의 윌라드가 샬럿에게 말을 걸었다.
“ 샬럿양은 무조건 후방에 있어주십시오. ”
“ 네...? 제 임무는 그게... ”
“ 모든 책임은 다 제가 지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
“ 네... ”
그렇게 시작된 친선전이란 이름의 전쟁은 그야말로 전쟁 그 자체였다. 레베카 나이오비가 헬리오스의 다섯을 적당히 교란하면서 트리비아가 안으로 파고들어 타워를 깨려는 타라를 집요하게 쓰러뜨렸고 그 사이 휴톤과 도일이 같이 돌아다니며 타워를 깨부수고 다녔다. 하지만 헬리오스 역시 지하연합이 다 흩어져서 다닌다는걸 캐치하고 다이무스 로라스를 필두로 한 전투진영을 구축해내면서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트리비아의 암살과 레베카 나이오비의 교란작전 또한 원천 봉쇄했다.
선두타워가 모두 무너지고 본진 타워와 본진만 남아있는 상황 (수호자는 헬리오스에서는 로라스가 용성락으로 계속해서 공격하면서 격파, 지하연합에서는 휴톤과 도일이 희생하는 플레이로 겨우겨우 잡아냈다.) 반나절이 넘는 친선전의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양 팀 모두 서로의 장비를 점검하며 상대의 움직임을 읽기 시작했고 철거반도 사라진 중앙 지점엔 전투의 의지가 만들어낸 바람만이 서로의 뺨을 스쳐갔다.
그 전운의 중심에 서있는 샬럿, 전투가 지속 되는 내내 후방에 있었던 그녀는 몸이 안전하단 안도감 대신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죄책감에 고통 받고 있었다. 전장에서 나가떨어져 피투성이가 되어 치료를 받는 동료들의 괜찮단 위로가 샬럿에게 전혀 도움이 되질 않았고 이번 마지막 싸움에선 도움이 되리라 생각으로 가득차있었다.
“ 샬럿양, 이번에도 후방에서 비구름만 그려주십시오. 어서 끝내고 쉬러 갑... ”
윌라드의 말이 끝나기 전에 물방울 쿠션을 몸에 두른 샬럿이 앞으로 뛰쳐나가는 걸로 마지막 전투는 시작되었다. 공격력을 올려주는 물약을 마시고 있던 로라스가 깜짝 놀라 먹던 물약도 집어던지고 그녀를 호위하기 위해 용성락을 사용했고 순간 놀란 타라가 엉뚱한 곳으로 유성을 날리면서 헬리오스의 진영이 완전히 붕괴되었다. 기회는 이때다 하고 생각한 지하연합이 휴톤 도일을 필두로 한 강력한 진영으로 돌진해 나갔다.
하지만 강력한 조직력도 잠시, 결국 개싸움(?)이 되었다. 트리비아는 여기 저기 날아다니다 낙뢰에 허무하게 쓰러졌고 타라와 나이오비는 서로의 머리채를 쥐어 잡고 싸우고 다이무스와 레베카는 서로의 튼튼함을 경쟁하듯 주먹 대 칼로 싸우기 시작했다. 도일은 난장판에 정신이 흐려지던 와중 멍하니 서있는 샬럿을 발견했다. 평소 어린아이가 전투에 가담하는걸 원치않는 그였지만 판단력이 흐려진 도일에겐 그저 타겟일 뿐이었다. 물방울 쿠션마저 사라진 샬럿을 도일이 거칠게 잡아들어 올렸고 마지막 까지 남겨둔 도핑약물의 겉포장을 뜯어 삼켜 버렸다. 이제 남은 그의 전매특허인 초스트레이트 한방 왼손에 모든 힘을 집중시키는 사이 그의 귀에 얊고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살...려주세요...! ”
그 순간 전투의 의지가 피 대신 흐르고 있던 도일의 이성이 천천히 돌아오기 시작했고 자신의 손에 붙들려 부들부들 떨고 있는 소녀를 보았다. 눈물은 물론이고 곧 다가올 격렬한 고통을 미리 느끼기라도 한 듯 거품 섞인 침까지 흘리고 있는 샬럿을 보며 도일은 순간 멈칫했고 그런 그를 발견한 레베카가 ‘ 야 이 X신아! 못 때릴거 같으면 이리로 넘겨! ’ 라며 달려가고 있었다.
그런 레베카를 보며 그는 다시 이성을 잃었고 샬럿을 거친 듯 부드럽게 레베카의 반대방향으로 던지고 달려오는 레베카를 향해 스트레이트 펀치를 날렸다. 전장을 강하게 울릴 정도의 타격을 정타로 맞은 레베카는 ‘ 좀 이따 보자... ’ 라며 쓰러졌고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로라스와 정신이 겨우 수습된 샬럿이 지하연합의 나머지를 정리하면서 친선전은 헬리오스의 승리로 끝이 났다.
물론 친선전‘만’ 끝이 났고 지하연합에선 엄청난 후 폭풍이 불어왔다. 마지막 도일의 스트레이트 펀치에 맞은 레베카는 도일에게 심한 욕을 쏟아 부으며 테라듀로 강화된 주먹으로 도일을 후려치면서 제 2차전을 맞이했고 자신이 잘못한걸 아는 도일이 모든 공격을 맞아주는걸로 다소 평화적인 최후를 맞이했다.
샬럿은 마지막 돌진의 문책을 승리로 피했고 돌아가는 길에 얼굴이 반쯤 뭉개진 도일을 마주했다. 경기장 근처에서 아무렇게나 앉아서 담배를 피던 도일은 덜덜 떨며 쳐다보는 샬럿을 보며 ‘ 미안했데이 ’ 라고 말하며 밝게 웃어주었고 샬럿은 멍하니 바라보다 살짝 고개 숙여 인사한 뒤 포르르 뛰어갔다.
그렇게 모든 폭풍이 지나갔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가장 큰 그리고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폭풍은 아무도 예상 못한 근원지에서 조금씩 조금씩 불어재끼고 있었다.
친선전이 끝난 뒤 도일은 자신의 주변의 기류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레베카의 명치를 후려친 사건 때문이 아닌 뭔가 원인 모를 기류, 일부는 시선이 스칠 때마다 괜스레 웃으며 유야무야 넘어가려고 하는 거 같고 일부는 굉장히 혐오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며 괜히 도일이 흠칫거리게 만들었다.
일을 끝나고 어김없이 찾아간 술집, 다들 이상한 눈빛으로 보고 있는 가운데 휴톤만이 유일하게 도일을 맞아주었다. 그렇게 같이 술을 나눠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사이, 레베카가 술집 문을 박차고 들어와 거칠게 도일의 팔을 꺾으며 수갑을 채워버렸다.
“ 이 페도필리아 자식!! 넌 감옥에 쳐박혀 썩어야해! ”
“ 뭐... 뭐꼬!! 저번에 때린건 내가 사과 안했나!! ”
“ 명치가 얼얼하지만 그건 알바 아니다! 이 성범죄자!! ”
“ 성범죄라니!! 내는 결백하다! ”
“ 결백하긴! 그... 꼬맹이가... 으아아!! 그냥 여기서 죽어!! 즉결 심판이나 받아라!! ”
격하게 도일의 등을 후려치는 레베카를 휴톤이 겨우겨우 뜯어말렸고 셋은 술집에서 쫓겨나 길거리에서 캔맥주를 홀짝이며 체포(?)의 이유를 듣기로 했다.
“ 진짜 모르는 거야 아님 알면서 시치미 떼는거야? ”
“ 알았으면 내가 이러고 있겠나! ”
“ 그 저번에 친선전 할 때 만난 꼬맹이 기억해? ”
“ 아 샬릇 말이가? ”
“ 샬릇이 뭐야 살럿이지... 아무튼 그 꼬맹이가... 하... ”
“ 샬릇이가 왜? ”
“ 니 좋아한단다. ”
푸화학! 이란 경쾌한 소리와 함께 맥주가 하늘로 흩날렸다. 옆에서 듣고 있던 휴톤도 사래가 들린 듯 켁켁거렸고 레베카만 한숨을 쉬면서 맥주를 홀짝였다.
“ 그... 그기 무슨 소리고! 가가 왜 날 좋아한다카노? ”
“ 낸들 아냐 자길 구해준 왕자님이라나 뭐라나... ”
“ 깨논이가 왕자? 크하하하학!! 제정신이 아니구만! ”
“ 그거 때문에 사람들이 쳐다보면서 쑥닥댄기가? ”
“ 엉, 다들 말은 못하고 있었지만 장난 아녔다고 빨리 감옥에 가둬야 한다느니 어쩐다느니 ”
“ 하.... ”
“ 어쩔거야? ”
“ 뭘 말이가? ”
“ 꼬맹이랑 사귈 거야? ”
“ 미칬나! 얼라아이가 얼라! ”
“ 그럼 어쩌게 가서 넌 얼라니까 젖먹고 더 커라 할거야? ”
“ 그... ”
“ 애 상처 안주고 떨어뜨리기 힘들다. 지금부터 생각해봐 ”
도일이 커다란 과제를 짊어진 사이, 반대편에 있는 샬럿을 감싸는 기류도 평소와는 달랐다. 샬럿 본인은 혼자만의 분홍빛 사랑의 세계로 빠져들고 있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러지 못했다.
“ 빨리 말려야 하는 거 아닙니까? ”
“ 하... 저번 친선전의 트라우마 때문인지 뭔지... 도일 그 자식 불태워 버려야 하나? ”
“ 아무튼 이대로 가면 큰일입니다. 도일 씨가 페도필리아라면 더더욱요 ”
윌라드와 타라가 스케치북에 도일을 그리며 헤벌쭉 거리는 샬럿을 바라보며 대화를 이어나갔고 다이무스가 지나가듯 ‘ 어린아이의 치기어린 행동입니다. 적당히 하다 지치게 냅두는게 좋습니다. ’ 라고 말을 하면서 대화를 종결시켰다.
하지만 다이무스가 생각했던 ‘치기어린 행동’ 이 아니었고 샬럿은 도일에 대한 애정을 조금씩 조금씩 키워나갔다. 급기야 같이 노는 마를렌이 ‘ 사랑은 행동으로 쟁취하는거야! ’ 라며 그녀의 애정욕의 엑셀레이터를 밟아버렸고 도일이 자주 가는 술집에 장미꽃 한 송이를 보내는 걸로 (이 아이디어는 자칭 연애천재 드렉슬러에게서 나왔다.) 시작해 서서히 그의 앞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거절할 타이밍을 잡던 도일에겐 샬럿의 행동은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세탁을 맡기러 가면 주문도 하지 않은 섬유유연제를 넣어주질 않나 일하는 곳에 찾아와 같이 일하는 인부 몫까지 음료수를 가져오질 않나 어쩌다 공성전에서 마주치면 자신이 먹을 립까지 슬쩍 가져와서 도일의 품에 안겨주거나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도일은 거절하기도 뭐하고 받아주기도 뭐했다.
그날도 역시 도일의 일터에 찾아간 샬럿은 자신이 직접 만든 음료수를 도일에게 건네줬고 도일은 더 이상 샬럿에게 환상을 심어줘선 안된다고 생각하고 대화를 할 것을 요청했다. 적당한 곳에 앉아서 도일과 같이 앉아 있는 것만으로 황홀경에 빠져있는 샬럿을 보며 도일은 입을 열었다.
“ 샬릇 니는 내 으디가 맘에 드는겨? ”
“ 아저씨가 저번에 절 걱정해주고 레베카 언니가 때리러 오는걸 대신 막아줬잖아요! 아저씨는 제 왕자님이에요! ”
“ 아... 그거 때문이가? 고... 고맙데이... 그래도 그... 사회에는 보이지 않는 법도가 있는 기라 ”
“ 네, 그래서요? ”
“ 그... 다 큰 어른이 얼라랑 짝이 되믄... ”
“ 짝이 되면요? ”
“ 사람들이 범죄라 안카나! ”
“ 그래서 도일 아저씨는 제가 싫어요? ”
“ 그... 그건 아닌데... ”
“ 그럼 좋아해요?! ”
“ 아니 그... 좋아한다는 의미가 사랑하는게 아니고! 그냥 착한 꼬맹이라는... ”
“ 그게 뭐에요!! 그럼 싫어한다는 거잖아요! ”
“ 아니 아니... 그기 아니고... ”
10살짜리 소녀와 (정신연령은 비슷한) 30대 후반의 근육 덩어리의 의미 없는 대화가 진행되던 도중, 인내심이 바닥난 샬럿이 공사장 한복판으로 뛰어 들어갔다. 샬럿이 서있는 곳 위에는 아직 정리가 덜된 철근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 뭐 하는 기가 샬릇! 그기 있다 다치면 큰일이다! ”
“ 아저씨가 또 구해주면 되잖아요! ”
“ 하이고 두야... 고마하고 나오라카이! ”
“ 싫어요! 아저씨가 나랑 사귄다고 할 때까지 여기서 쿵쿵 거릴거에요! ”
샬럿이 발을 동동 거리면서 땅을 울리겠단 의지를 보였고 그런 막무가내의 샬럿의 모습을 보며 도일은 한숨을 쉬었다. 그냥 무시하고 다시 일을 하려는 찰나, 우지끈 하는 소리와 함께 샬럿의 머리위로 철근이 우르르 떨어지기 시작했다. 도일이 바로 달려갔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철근 속에 파묻힌 샬럿은 피를 흘리며 몸을 달달 떨고 있었고 그런 샬럿을 ‘ 이런 문디 가스나가! ’ 라며 바로 꺼내들고 병원으로 뛰어갔다.
도일의 품에서 얕은 숨을 헐떡거리는 샬럿이 울상이 되어 숨을 헐떡이며 뛰는 도일에게 말을 걸었다.
“ 도일 아저씨... ”
“ 야이 가스나야! 죽고 싶어 환장했나! ”
“ 아저씨... 나 죽는거에요? ”
“ 죽긴 누가 죽는다고! 마... 조그만 기다려... 으사 한테 가고있다! ”
“ 아저씨 나 졸려요... ”
“ 조금만 버텨라 조금만! ”
“ 아저씨... 나 만약에 안 죽으면 나랑 사귀는거에요? ”
“ 알았다! 알았다! 고마 쪼잘거려라! 다 죽어가는 녀석이 그런 말이나 하고! 아이고! 진짜! ”
그렇게 병원에 도착한 도일은 응급실을 돌파하며 의사에게 빨리 치료할 것을 요구했고 간호사 수십명과 경비원 의사까지 달라붙어 진정시키고 샬럿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진료실로 들어갔다. 그렇게 10년 같은 10분이 지나고 의사가 마스크를 벗으며 진료실을 나왔다.
“ 아는 괜찮나? ”
“ 음... 뭐라고 말씀드려야할지... ”
“ 뜸 들이지 말고 말하라 안카나!! ”
“ 멀쩡합니다. ”
“ 잉? ”
의외의 말에 도일은 순간 벙찐 표정으로 멍청한 소리를 내뱉었고 의사는 그런 도일을 쳐다보며 ‘ 아니 분장한 꼬맹이 때문에 이 난리를 피웁니까? 여기가 동네 놀이터인줄 알아요? 여긴 병원입니다 병원! 그것도 응급환자들이 가득한 응급실이요! ’ 라고 쏘아붙이고는 자리를 떴다. 도일이 꿈을 꾸고 있는 건가하고 뺨을 사정없이 후려치는 사이, 샬럿이 아무렇지도 않게 진료실의 문을 열고 도일을 향해 걸어왔다.
“ 뭐... 뭐꼬? 유령이가? ”
“ 푸흡... ”
“ 뭐...뭐고! 이게 무슨 상황이고! ”
“ 그건 내가 설명할게 ”
의외의 상황에 등장한 트리비아가 도일과 샬럿을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 맙소사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는데... ’ 라고 탄식을 하던 트리비아는 멍청한 표정으로 굳어있는 도일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경과는 이러했다. 도일을 너무 사랑하는 샬럿이 너무 안쓰러웠던 트리비아는 시바 포와 같이 그녀의 연애상담사가 되기로 했다. 소소한 관심표현이 먹히지 않자 샬럿도 트리비아도 시바도 모두 짜증이 일기 시작했고 과격한 한방을 준비해야겠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나온 것이 바로 자해공갈쇼(?), 본디 무대 쪽에 업을 삼고 있던 시바이기에 분장도구는 그리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고 그 결과 효과는 대단했다.
“ 자... 잠깐 그럼 그 철근도 가짜가? ”
“ 음? 그건 진짜야 꼬맹이가 무모했지 그걸 다 물방울 쿠션으로 버틸 생각을 하다니, 난 적당히 지나가는 사람이랑 부딪히고 적당히 머리 다친 척 연기하라고 지시했지 저렇게까지 하란 소린 안했어 ”
“ 그... 그럼... ”
“ 사랑에 빠진 여자의 집념 이라고 해두자고~ 그럼 난 바빠서 이만 ”
트리비아가 사라진 후 샬럿은 웃으며 도일에게 다가갔고 도일은 샬럿에게 꿀밤을 날리며 화를 냈다.
“ 이 가시나가! 그러다 진짜 다치면 우짤라 그랬노! ”
“ 히잉... 잘못했어요... ”
“ 하... 다행이다... 심장 멎는줄 알았다 아이가! ”
“ 걱정 많이 했어요? ”
“ 그라믄 아가 거서 죽어가는데 걱정 안할까? ”
“ 아 맞다! 아까 약속! 안 잊었죠? ”
“ 뭔 약속 말이가? ”
“ 아까 저 다시 살아나면 사귄다고 했잖아요! ”
“ ...... ”
“ 딴말하기 없기! ”
“ 아...알았다! 사귀면 된다 아이가! ”
“ 와! 아저씨 최고!! ”
와락 안기는 샬럿을 받아주며 벌떡 일어선 도일은 이유가 어찌 됐건 자신을 이렇게까지 좋아하는 샬럿의 정성을 거부할 수 없었다고 애써 자기 최면을 걸며 적어도 그녀가 정신을 차리고 자기 또래의 남자아이를 좋아할 때 까지 사귀기로 마음을 먹었다.
“ 자 인자 집에 가야지! ”
“ 네! ”
“ 하이고... 벌써부터 레베카가 철컹철컹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고마... ”
“ 철컹철컹이 뭐에요? ”
“ 그런게 있다! 마! 내도 이제 모르겠다! ”
샬럿은 드디어 사랑을 쟁취했단 기쁨에 따스한 도일의 품속에서 잠에 들었고 도일은 그런 샬럿을 보며 행복함을 느꼈지만 앞으로 불어 닥칠 수많은 공격을 어찌 버틸까란 걱정에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fin
매번 느끼는 거지만 팬픽 게시판에 글올리는거 진짜 어렵네요...
급작스럽게 샬럿과 도일이 어울릴거란 생각과 수줍음 많은 샬럿이지만 사랑에 빠지면 당돌해지지 않을까? 란 생각으로 만들어낸 샬럿도일썰 입니다.
예쁘게 봐주세요 ㅠㅠ
트위터 @forest_bear_
이글루 http://forestbear.egloos.com/
신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