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홀든가의 꽃 - 07. 선고(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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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25 14:03:18
미방 이글 이글 이글 이글 이글 이글거려
< 홀든가의 꽃 다시보기 >
“ 단순한 기억상실증같습니다만. . . ”
베로스는 쓰고 있던 안경을 벗어 옆자리에 조심히 내려놓았다. 그의 맞은편에는 홀든가주만이 앉아있었다. 원래 루즈메리 본인도 있었지만 일부로 그녀는 내보냈다.
“ 이상한건 보통 기억상실증들은 특정 기억부분만 잃어버리던가 아니면 아예 모든 기억이 리셋되버립니다. 그런데 메리는. . . 마치, 기억을 갉아 먹히고 있는 것처럼 부분적으로 계속 잃어버리고 있어요. 처음엔 간단한 건망증 정도 였다고 했죠? ”
“ 그렇다네, 그러다가 이글의 생일뿐만 아니라 자기 자식의 이름도 헷갈려했다네. 점점 그 강도도 심해졌지 ”
“ 일단은 이쪽 분야에 저명하신 선생님께 부탁은 했습니다. 그분께 한번 가보시는게 어떻겠습니까 ”
“ 자네 생각엔 어떤가, 단순한 기억 상실증이겠지? ”
베로스는 한참을 뜸들이다가 대답했다.
“ 그럴껍니다. ”
“ 형아 ”
갑자기 벨져가 걸음을 멈추었다. 갑자기 멈춰 섰기 때문에 다이무스는 그보다 몇 발자국을 앞선 상태에서 돌아보았다. 어깨는 축 늘어져 있었고, 시선은 내내 바닥을 향해 있었다.
“ 엄마는 괜찮을까 ”
“ 괜찮아, 우리 엄마는 강하시니깐 괜찮을 거야 ”
벨져를 위로하기 위해 한 말이었지만 다이무스, 자기 자신도 그녀가 걱정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냥 그녀가 예전처럼 건강해지기를 바랄 뿐이었다. 집에는 이글과 유모 비타만이 그들을 반겨주었다. 항상 반겨주던 루즈메리의 모습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다이무스가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것을 발견한 비타는 조용히 그에게 속삭였다.
“ 엄마는 병원에 가셨단다. 곧 돌아오실꺼니깐 걱정하지 말거라 ”
그녀의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선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 그 사이 이글이 비타에게 엄마 어디갔냐고 조르는 소리가 저택을 쩌렁쩌렁하게 울려퍼졌다.
방으로 들어간 다이무스는 숙제를 하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았다. 그러나 그는 눈은 교과서를 보고 있었지만 정신은 다른 곳에 팔려 있었다.
아래층에서 이글이 뭐라고 소리치는 것이 들려왔다. 아마, 엄마가 온 것 같았다. 다이무스도 당장 내려가고 싶었지만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마음 속 저편에서 ‘또 나를 못알아보면 어쩌지?’라는 소리가 계속 그를 가지 못하게 묶어두고 있었다.
결국, 다이무스는 루즈메리를 하루종일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날 밤이었다. 도저히 잠이 안온 다이무스는 방에서 나왔다. 아래층을 내려보니 조그만한 빛들이 보였다. 내려가보니 거실에는 루즈메리 혼자 책을 읽고 있었다. 그녀는 가끔 새벽이 될 때까지 혼자 뭔가를 하는 버릇이 있었다. 가끔 잠에서 깬 다이무스는 그런 그녀를 적지 않게 볼 수 있었는데, 겨울에는 머플러를 짜고 있을 때도 있었다. 완성작을 다시 보았을때는 크리스마스때 다이무스의 선물상자 안에서였다. 다이무스가 옆으로 온 것을 발견한 루즈메리는 읽고있던 페이지 사이에 책갈피를 꽂아 넣고는 무릎 위에 조심히 올려놓았다.
“ 안자고 뭐하니? ”
“ 잠이 안와서요. ”
“ 내일 학교 가야하잖아 ”
“ 내일은 쉬는 날이에요. ”
“ 이리오렴. ”
가까이 붙은 다이무스에게 자신이 덮고 있던 담요의 일부를 옮겨주었다. 그녀의 온기와 함께 담요의 따뜻함이 다이무스에게로 전해졌다. 다이무스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았다.
“ 요즘 날씨가 쌀쌀해지는 것을 보면 곧 겨울이 올려나보다 ”
“ 그러게요. ”
두 모자간의 대화는 어색하리만큼 짧았다. 그리고 짧은 대화가 끝나면 기나긴 정적이 찾아왔다. 아직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를 한모금 마신 루즈메리는 뭔가 생각난 듯 다이무스에게 말을 걸었다.
“ 다이무스, 엄마랑 오랜만에 산책할래? ”
밤공기는 차갑고 쌀쌀했다. 보름달에 가까워지는 달 덕분에 늦은 밤인데도 불구하고 제법 밝았다. 다이무스와 루즈메리는 저택의 가장자리를 돌고 있었다. 둘의 양옆에는 모세의 바다처럼 온갖종류의 꽃과 나무들이 펼쳐져있었다. 루즈메리는 지나갈 때마다 꽃들의 이름과 꽃말들을 다이무스에게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그러면서 그의 어린 시절을 들려주기도 했다.
“ 다이무스는 기억하고 있을려나 ”
“ 어떤거요? ”
“ 네가 이글만할 때 항상 엄마한테 와서 밖에 나가자고 졸랐단다. 그럼, 항상 이곳을 한바퀴 돌아주면 굉장히 좋아했었어 ”
“ 제가요? ”
“ 그러엄 ”
다이무스는 뭔가 재미있는 것이 생각났는지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 루즈메리와 어느정도 거리가 벌어지자 뒤돌아본 다이무스는 그녀에게 소리쳤다.
“ 엄마, 저 잡아봐요! ”
루즈메리가 그에게 달려오자 다이무스는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한참을 뛰던 둘은 누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동시에 멈춰 섰다. 멈춘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다이무스가 예정교육을 피해 숨어있던 루즈메리를 발견했던 장소였다.
“ 하아. . . 하아. . . 여기서 좀 쉴까 ”
루즈메리는 묘하게 숨이 가빠지고 머리가 어지러졌지만 갑자기 달려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해버리고는 자리에 앉았다. 차가운 기운이 땅에서부터 올라왔다.
“ 다이무스 이쪽으로 오렴 ”
다이무스를 자신의 다리 위쪽으로 앉힌 그녀는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곳으로 시선을 돌린 다이무스는 그녀가 가리킨 장소를 알아보고는 킥킥 웃어보였다.
“ 그때, 밀린 수업 다 받느라 얼마나 피곤했는줄아니? ”
" 저도 동생들 놀아주느라 피곤했었어요. “
“ 어머, 하녀들이 다이무스, 네가 가장 잘 놀았다고 하던데? ”
“ 아, 아니에요! 자, 잘못 본거겠죠 ”
다이무스는 얼굴이 빨개지면서 벌떡 일어났다. 빨개진 얼굴을 보여주기 싫은 다이무스는 먼저 걸어갔다. 루즈메리도 그를 따라 가기위해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갑작스런 현기증에 그만 제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방금 전까지는 멀쩡했었는데, 갑자기 주변이 빙빙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마를 움켜쥔 그녀는 다이무스쪽을 바라보았다. 그의 뒷모습이 안개 속에 있는 것마냥 뿌옇게 보였다. 다이무스를 불려보려고 했지만 목소리는 목안에서만 맴돌 뿐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점점 눈꺼풀이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고, 손과 발의 힘이 점점 사라져갔다. 시선이 갑작스래 아래로 떨어져버렸다. 이제 그녀의 시선엔 다이무스의 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마저도 점점 어둑어둑 해지는 시야 때문에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 계속 >
To
의대생상자 3개 이벤트로 받은 수박 상자는
전부 나에게 테라 주괴만 주지.
그랑블루 타라를 받고 싶지만 받을 수가 없지.
난 운이 없지. 확률이 없지,
그래서 내가 받은 코튬은
잭오랜턴 마를렌. 덤으로 궁 맥시멈과 궁유닉을 받았지.
마를렌 파세요라는 신의 계시를 받았지.
하지만 난 마를렌을 하지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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