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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P. 영능력자신령의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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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lipse Vol.18 아버지와 아들 정보제공자: 이명, 비능력자, 무당

도구

나는 령(靈)을 몸에 담아 그의 말을 대신하는 무당이오. 아주 어렸을 때 신내림을 받아 평생을 신의 대리인으로 살았기에
다른 꿈을 꿀 시간조차 없었지. 그저 내 운명을 받아들이고, 운명을 거스리지 않겠다는 아주 소박한 다짐으로 살아왔소.
그래서 아들 하랑은 나와는 다른 인생을 살기를 바랐을지도 모르지.
그것이 신의 대리인으로 살아왔던 내 인생에 대한 보상이라면 그리 큰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오.

아해야. 아해야. 이리와 나와 함께 놀지 않으련?

아버지, 저것들이 보이지 않으세요?

아들아, 몸에 오한이 깃들어 있다. 헛것을 보는구나.
어서 아비의 품속에 들어와 얼굴을 묻어라. 눈을 감아라.

아해야. 아해야. 이리와 나와 함께 놀지 않으련?
내 정말 재미난 놀이를 보여줄게.
밤새도록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는 놀이를.

(신당을 닫아라. 문을 닫아라. 조그만 틈새도 허해선 안 된다.)

아버지, 속삭임이 들리지 않으세요?


아들아, 세상 모든 것에 소리가 깃들어 있단다.
어서 아비의 품속에 들어와 얼굴을 묻어라. 귀를 막아라.

아해야. 아해야. 이리와 나와 함께 놀지 않으련?
내 정말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줄게.
죽은 것이 살아나고, 살아 있는 것이 죽어 있고,
네가 누군가가 되고, 누군가가 또 네가 되는 이야기를.

(신당을 닫아라. 문을 닫아라. 조그만 틈새도 허해선 안 된다.)

아버지, 두 팔을 벌리고 내 앞으로 오고 있어요.

아해야. 아해야. 내가 왔단다.

네 목소리를,
네 몸뚱이를 내게 내어주려무나.

(문틈 사이로 괴이한 것들이 들어왔다.)

기도

언젠가부터 항상 같은 꿈을 꾸었는데, 꿈이 너무 생생해서 마치 현실에 있는 것 같았다오.
한두 번은 별 일 아니라 그냥 넘겼지만, 아들의 미래가 보이고 그것이 날마다 조금씩 진행되자 두려웠소.
행여 그 꿈의 마지막이 좋지 않을까, 그와 같은 일이 현실에서 일어날까, 난 잠이 깊이 들기 전에 깨워달라고 꼭 부탁해야 했지.

'노여움을 거두소서, 노여움을 거두소서, 부디 노여움을 거두소서.'

꿈속에서조차 신께 기도를 드리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잠을 깬 후에는 불안한 마음으로 항상 하랑의 눈치를 살폈소.
하지만 하랑에게는 말하지 않았지.
만약 그것이 내 꿈에 불과하다면, 자칫 하랑의 호기심을 건드려 놓을까 조심스러웠다오.

변화

나는 신을 달래기 위해 굿을 하고 정성스레 제까지 바쳤지만, 어떤 노력도 소용 없었지. 그 애는 달라지고 있었소.
그리고 내 기도도 달라져야 했지.

'노여움을 거두소서, 노여움을 거두소서, 부디 노여움을 거두소서. 노여움을 거두지 않으면 당신을 버릴 것이오.'

신은 내가 유일하게 소원했던 한가지조차 들어주지 않았지.
나는 결국 헛된 기도를 올리기보다는 이 상황을 멈추는 것이 더 빠를 것으로 생각했소.
하지만 이 생각이 오히려 그들의 화를 더 돋우게 했던 것일까?

접신

내 앞에 하랑이 있었소. 아들에게 반갑게 인사하려는데, 내 목소리는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이상한 소음이 되어 퍼져갔지.
하랑의 검은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을 보는 순간 알았소. 내 몸은 가장 강한 령이 점령한 상태라는 것을.
나는 접신 상태에서 하랑과 마주하게 되었고, 그 애가 쥐고 있던 부적을 보게 되었소.
이 모든 것이 꿈일 뿐이라고 나를 안심시키며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한 그 순간,
령은 그 애를 집어삼켜 버렸다오.

선택

령들은 기다렸다는 듯 부적 밖으로 나와 하랑을 공격했고, 하랑은 차례로 그들을 제압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소.
강한 적이 나타나면 이미 가지고 있던 부적의 힘을 사용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하랑은 더 강한 힘을 탐냈다오.
욕심이 커지면서, 하랑은 변해가는 이 상황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소.
더 늦기 전에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을 해야 했소. 그들의 뜻에 끌려가는 것을 끝내기로 했지.
어찌 신이 인간과 타협하려 하겠소. 어찌 신이 한낱 무당의 경고 따위를 무서워할 리가 있겠소. 애초에 내가 잘못 판단한 것임을 후회했지.
지금까지 일은 돌이킬 수 없다 해도 마지막 일만은 절대 피해야 했소. 나는 신당을 정리하고 신을 떼버리는 굿판을 벌였지.

누워 있으니 꽃잎이 떨어져내려 콧등에 닿는다.
콧등에 떨어진 꽃잎을 따라 나비가 날아들었다.
너무 어여쁘구나
두고두고 볼 수 있게
한 쪽 날개를 떼었더니,
얼씨구.
그것도 날개라고 날아보겠다며 파르르
날갯짓을 할수록 움직임은 둔해지네.
내 손에 잡힌 네 운명을 그리 원망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