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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상 정보제공자, 주세페 로시(지하연합, 비능력자)

까다로운 아가씨의 부활이 이렇게 기쁠 일인가요? 오데트 양의 잔소리가 다시 시작되자 일행은 활기를 되찾았어요.
흠, 오데트 양이 가끔 머리가 아픈지 불안한 표정을 짓곤 하는데 별일 없겠지요?
여신의 치맛자락같이 아름다운 알프스 설산을 뒤로하고 우리의 여정은 계속되었습니다. 우리가 처음 만난 건 에비앙레뱅의
인식의 문의 그림자 앞이었죠. 그런 소동 속에서 결성된 팀이라 그런지 가는 곳마다 사건이 발생하네요. 산 하나도 조용히 넘질 못해요.
알프스 한 가운데 문의 그림자가 생겨 있었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앞으로 얼마나 더 난관이 발생할지 가늠도 되지 않는군요.
이쯤 되면 이 여정에 이름을 붙여도 좋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키아라의 동으로 가는 길에서’ ‘주세페 로시와 공주님
그리고 나머지들’ ‘키아라와 주세페의 비밀 유럽 기행’…. 이런, 뱉어 놓고 곱씹어 보니 참으로 구리…아니, 별로군요.
안타깝게도 이 주세페 로시에게 주어진 수많은 재능 중에 음유시인의 축복을 받은 작명 센스는 없나 봅니다.
후대의 누군가가 불러주겠죠, 키아라 호킨스, 주세페 로시, 오데트…성씨가 뭐였지, 그냥 오데트 양으로 합시다.
그리고 케니스 하트의 긴 여정이 끝나면 그 결말에 걸맞은 이름으로 말입니다.

낡은 통신기

아무래도 세계 평화를 위해 모인 게 틀림없는 우리 일행의 리더는 저 주세페 로시, 라고 하고 싶지만, 저는 아무래도
히카르도가 말한 것처럼 길잡이 역할이 더 어울리는 것 같아요. 어린 시절 카모라에서도 느꼈던 거지만,
리더 역할을 하는 친구들은 뭔가 범상치 않은 걸 보여주더라고요. 아무튼 지금 속한 이 모임의 리더는
저기 얼굴에 리더입니다, 라고 쓰여있는 케니스 하트를 시키기로 합시다.

우리 리더 케니스는 낡은 통신기를 애지중지한답니다. 이름은 JP모델타입 M 장거리용 문서 수신기,
낭만이라고는 단 1그레인도 없는 이름이죠. 이 녀석은 문서를 받을 수만 있고 보내지는 못한다고 하더군요.
어떻게 문서를 출력해 주는 것인지 저는 이해가 안 되는 물건이지만, 거친 여정 속에서도 케니스가 한 번도 품에서
빼놓은 적이 없는 물건이었죠. 원리를 물어보니 케니스는 어떻게 설명하지 고민하는 듯하다가 이렇게 한 마디 했답니다.

“그냥 굉장한 천재가 만든 물건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 굉장한 천재가 누군지는 몰라도 꽤 귀여운 성격인가 봐요, 통신기는 동글동글하고 제법 귀엽게 생겼답니다.
그리고 가끔 짧은 쪽지를 툭 하고 뱉지요. 케니스는 그 쪽지를 보며 항상 애틋한 표정이 되곤 해요.
가끔은 키아라를 보여주는데, 키아라도 아는 사람인지 굉장히 좋아한답니다. 또 같이 케이크 먹으러 가고 싶다거나
보고 싶다고 말하곤 하지요.

오늘은 요 통신기가 꽤 긴 쪽지를 뱉더군요.

“더 호라이즌의 영입 권유가 끊이지 않아, 귀찮음. 네가 좋아할 만한 토론 기사를 보내. 잠깐이라도 즐겁기를.”

사회자 : 전 세계에 발생한 이상 현상은 어느덧 꽤 시간이 흘러 이제 시민들에게 익숙한 공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직 이 이상 현상에 대해 밝혀진 바는 많지 않으며, 현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요는 능력자가 주가 되어 겨우 처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덕분에 능력자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이 자리에 능력자 전문가 데일 애쉬튼과 크리스 카네기를 모셨다. 이상 현상의 발생과 그에 따라 늘어난 능력자의 활동이 사회 안정의 측면에서 어떤 영향을 끼칠지 의견들을 내주시길 바란다.

애쉬튼(이하 A) : 우선 사회자의 질문을 정정하고 싶다. 능력자와 관련하여 ‘안정’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친 능력자적 사고방식이다. 그들은 일반인과 다른 이질적인 존재이며, 네안데르탈인과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정도의 인종적 차이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종 간에 안정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한쪽이 멸종하는 것뿐이다. 능력자의 활동은 무엇이 되었건 인간에게 긍정적인 면을 가져올 수 없다.

카네기(이하 C) : 예상했던 답변이다. 객관적으로 상황을 보기보다 반 능력자적인 입장에서 배타적인 태도만을 취한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의 일부는 애쉬튼과 의견을 같이할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의지를 가지고 토론에 임하겠다.

사회자 : 시작부터 서로 간의 견제가 심한 것 같다. 주제에 집중해 주길 바란다.

A: 최근 능력자의 활동이 늘어나면서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능력자가 우리 사회에 스며들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능력자의 능력이 인간에게 물리적인, 아니 정신적인 영향까지 끼친다는 게 밝혀진 지금, 바로 주변에 우리를 피식자로 만들만한 자들이 있다는 사실은 선량한 시민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C: 하지만 현실은 선량한 시민들이 능력자의 도움을 받고 있는 상황 아닌가? 이상 현상에 동반되는 괴물의 출현을 모두 막아 내기에는 주 방위군뿐 아니라 연방정부의 군사력을 가져온다고 해도 무리였을 것이다. 능력자의 존재를 부정하고 싶은 것은 알겠지만 지금 당장 도움이 되고 있는 상황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A: 지금 당장 도움이 된다고 해서 능력자의 존재를 포용하는 것은 아직 효용이 다 알려지지 않은 식품을 섭취하는 것과 같다. 인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반대의 결과가 나온다면 능력자의 능력이 강한 만큼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최근 영국에서 극비리에 제작된 보고서를 입수했다. 나눠드린 페이지를 보면, 1931년 이후 정체되었던 능력자의 숫자가 최근 다시 늘어났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상 현상으로 활동을 늘리면서 능력자의 활동이 좀 더 급진적으로 변화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C: 보고서에는 등록된 능력자, 라는 구문이 있다. 알다시피 모든 능력자는 능력자 등록제 라는 것을 통해서 능력이 발현된 후 코드명을 발급받아 활동해야 한다. 애초에 모든 능력자가 등록되었다고 보기 힘든 상황이었고, 아무래도 범세계적인 문제를 앞에 두고 작은 힘이라도 보태려는 숨어 있던 능력자들의 등록세가 가파르게 오른 것이 아닐까. 큰 문제로 보긴 어렵다 생각한다.

A: 그렇다면 더 큰 문제 아닌가? 등록되지 않은 능력자는 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말과 같은데 사회에 잠재적인 위험이 도시라고 있다는 뜻이다.

C: 부정적인 면만 언급하고 확장하여 발언하는 것을 삼가 달라. 특정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
사회자: 토론이 격해지고 있다. 상대를 존중하며 발언해 주시기 바란다.

A: 능력자에 대해 우려를 가지고 있는 시민이 많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 달라.

C: 이해한다. 생득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다못해 이번 현상을 발생시키는 것도 능력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더라.

A: 관련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능력자가 많아져서 세상이 이상 현상을 일으키는 것일 수도 있다. 여기서부터는 추론이지만 저 이상 현상과 능력자의 증가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마치 지금의 세계를 전복하려는 것처럼 말이다.

C: 처음 현상이 생겼을 때 저스티스 리그가 헌신하여 우리 사회를 지켰음을 기억하라. 수많은 능력자가 목숨을 잃었고 메트로폴리스와 그 인근의 모든 비능력자들은 그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또, 지금 능력자들이 자경단을 형성해 효과적인 대응을 한 사례들이 유럽 각지에서 기사화되고 있다. 이는 전복이란 단어와는 정반대에 가까운 행보다.

A: 그건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관련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현상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은 현상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가정을 부정할 수 없게 한다.

C: 이상 현상을 없애는 능력은 능력자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발현하고 있으며, 능력자보다는 비능력자의 비율이 훨씬 더 높다. 그렇다면 비능력자 때문에 이상 현상이 발생한 것이란 말인가? 그저 누군가를 탓하고 싶은, 논리적이지 못한 전개다. 사이퍼들은 이 사태에 휩쓸린 우리와 같은 입장이다. 오히려 그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시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 협조하고 있다. 정작 우리 정계에서는 일부 능력자 단체를 없애버리는 몰지각한 행위를 저질렀지만 말이다.

A: 그 정도는 작금의 군사 기술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능력자가 능력을 활용해 일당백의 수준을 보일 수 있다 할지라도, 우수한 과학의 힘과 다수 인원의 협력을 통해서 괴물을 처치한 사례는 왜 언급하지 않는가?

C: 그 논리를 활용해 반문하겠다. 지난 1월 이상 현상이 발생한 직후 병력을 투입했을 때의 희생이 예상보다 컸다는 국무부의 보고서는 알고 있는가. 모른다면 무지요, 알고 있었다면 그것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음 자체가 저열한 의도 아닌가. 참고로 독일에서 종군 기자를 처형하려 하다 사형장 근처에서 괴물이 나타나 독일군이 일시적으로 후퇴한 게 얼마 되지 않았다.

A: 처음 보는 현상이었으니 대응책이 마련되지 않았던 것뿐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지금은 충분히 조직화된 대응이 가능하다고 판단된다. 로커드 마틴 또한 적극 협력 의사를 밝히기도 했으니, 곧 전 세계에 승전보가 울려 퍼질 것이다.

C: 그건 전방에 나가 싸울 일 없는 당신 나이대에서나 하는 말이고, 실제로 가족이 군인이어도 그런 말을 쉽사리 하겠는가. 총알이 통하는지도 모르겠는 괴물이 우글거리는 곳으로 내 가족을 보내겠는가.

A: 두말할 나위가 없다. 나라면 자랑스럽게 보낸다. 어설프게 사이퍼들의 능력에 의존할 바에는 이들을 역으로 군사화해 통제하거나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사회에서 최대한 배제하는 게 맞다. 군이 사이퍼보다 위여야 함을 잊지 말라. 그것이 지금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일이다.

사회자 : 두 분 토론의 결론이 나지 않을 것 같으니 정리하고 최종적으로 한 마디 부탁한다…(후략)

길바닥에서의 토론

인식의 문의 그림자 덕분이라고 해야 할까, 그동안 힘을 못 쓰던 친 사이퍼 논객이 팔티잔처럼 토론장을 휩쓸더군요.
적어도 기사 속 토론의 구도는 기존처럼 하염없이 한 쪽에 일방적이지는 않아 보였습니다.
케니스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듯했습니다. 이렇게 능력자에 대한 옹호가 이뤄지기 시작하면
시간은 좀 걸릴지언정 차별도 줄어들 것이라 말하면서요. 저스티스 리그의 희생이 큰 역할을 했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케니스의 얼굴이 씁쓸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런데 탁상에 앉아 공부를 하신 분은 다른 걸까요,
오데트 양은 토론의 앞부분을 주목합니다. 등록된 능력자의 숫자가 증가세로 전환되었다, 그리고 지난 마을에서
겪은 일을 돌이켜봤을 때 그 마을과 같은 이상 현상 - 그 작은 마을에서 성인 능력자가 두 명이나 발현한 건에 대해
비슷한 사례가 더 있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합니다.

케니스는 지금 상황이 나쁘지 않은 만큼 성인인 능력자가 기존의 인간관계를 유지한 채 오히려 더 빠른 적응을 통해
사회와 동화될 수 있다면 유소년기에 발현하는 수많은 능력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고 말합니다.
오데트도 그에 대해서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아직 능력자의 숫자는 비능력자에 비해 턱없이 적기 때문에
언제든지 사회적 약자가 될 수 있고, 역사적으로 능력자가 대상이 된 정치 공작이나 술수 때문에 억울하게 희생된 능력자들이
적지 않다고 지적하며 아직 안심할 때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조금 흥미로운 것이 있어요.
우리 오데트께서 페넘브라 리더가 되셔서 그런지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이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묘하게 자신이
능력자인 것처럼 이입해 말하는군요. 뭐, 잠을 자다가 갑자기 깨어나서 발톱을 세우고 그르렁거리는 고양이인 것보다는
나름 미간에 힘을 주고 얘기하는 모습이 훨씬 보기에는 좋군요.

그건 그렇고, 안심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에는 저도 공감합니다. 경찰 시절에 그런 걸 많이 접했거든요.
사회적 약자가 궁지에 몰렸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말이에요. 그들은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을 때
자신 또는 주변 모두에게 최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단 한 가지만을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게 됩니다.
일반인이 그럴 때에도 사회적 파장이 큰데 만약 그게 능력자라면 걷잡을 수 없는 문제가 생기겠죠.
마침 심심했는데 둘에게 제 얘기를 전해보죠.
오, 오데트 양도 드디어 제 눈길을 외면하지 않고 제 말을 경청해 주시는군요. 아침의 노래도 좀 그렇게 들어주시지.
어쨌든 둘의 이야기에 합류해 조금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제가 몰랐던 내용들도 알게 됐군요.
마녀사냥을 당했던 사이퍼는 마지막에 온 도시를 불태우고 나서야 붙잡혔고
농민 봉기를 이끌었던 적기사는 리더가 실종된 덕분에 큰 문제 없이 해산했지 구심점이 있었더라면
피의 일요일이 아니라 피의 일주일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 말입니다.

“그런데 말이야, 말하다 보니 궁금한 게 생기네?”
“뭔가요, 주세페. 말씀해 주세요.”
“이 문 꼭 닫아야 하는 거야?”
“닫아야 해요, 무조건, 반드시, 어떻게든!”

대답은 오데트에게서 나왔습니다. 오데트가 페넘브라 리더로서 느끼는 문에 대한 거부감은 일반인이 상상하기
힘들 정도인 것 같습니다. 오데트는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해가 뜨면 지는 것처럼 문은 사라져야 하는 거라고 단언합니다.
하지만 케니스는 생각이 깊어집니다. 인식의 문의 그림자의 영향만으로도 비능력자가 연령에 상관없이 능력자가 되는
새로운 현상을 목격한 이상, 인식의 문은 능력자의 생성과 큰 연관이 있음이 분명합니다. 아까 기사에 언급됐던
영국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능력자의 숫자가 정체되어 있다, 즉 새로 탄생하지 않는다라고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인식의 문이 열렸던 시기와 비교해 보면 맞물리는 것 같거든요.
1860년 인식의 문이 열린 후 능력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1931년 장 바티스트 플람이 문을 닫은 후, 음 닫힌 게 맞을까요.
어쨌든 문에 조치를 한 후 능력자는 더 이상 탄생하지 않았다는 것도 뭔가 불길하고요.
지금 다시 능력자의 숫자가 늘어났다는 것은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이렇듯 인식의 문의 그림자의 영향을 받아
능력자가 된 일반인이 더 있음을, 그 숫자가 적지 않음을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문을 완전히 닫으면 더 이상 능력자가 생기지 않겠죠.”
“내 말이 그거야, 완전한 약자가 된다고 너희들.”

저야 키아라가 하는 일이니까 돕고는 있지만 이들이 문을 닫으면 더 이상 키아라와 같은 친구들이 생기지 않습니다.
키아라는 점점 고립될 것이 분명합니다. 물론 그렇게 되지 않도록 로시와 호킨스가 가만두지 않을 것이지만요.

케니스가 장고 끝에 말을 꺼냅니다.

“그건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실제로 문을 닫는다고 하지만 아직 그 방법이 정확한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고요. 우리는 지금 상당한 모험을 하는 중입니다. 확실하지 않은 방법에 우리 모든 것을 걸었죠.
하지만 여러 가지로 생각했을 때 이 방법뿐이었습니다.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면 그것을 행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역할은 액자를 그 장소에 가져가는 것, 우리는 우리의 역할을 해내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그게 너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걸 알면서도?”
“네, 능력자에게는 불리해도 이 세계를 위한 일이니까요. 능력자도 결국 이 세계의 일원, 어떤 힘에 의해
능력이 발현된 것뿐이지 일반인과 다르지 않습니다.”

오데트가 거듭니다.

“문은 이 세계를 변화시키려고 해. 이 세계가 원하든 원치 않든 말이야. 그 강제력에 반발하는 힘이 바로
이 페넘 리더가 아닌가 싶어. 세계는 자유로워지고 싶어 해. 우리는 이 세계를 인식의 문이라는 강압적인 힘에서 해방시켜야 해.”

이런 이상주의자들 같으니라고. 저는 처음으로 케니스가 좀 걱정되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꿈을 꾸고 있지만,
그걸 해낼만한 힘과 능력이 있는 이상주의자가 만드는 세상은 대체 어떤 걸까요? 그런 세상이 오면 눈앞의 이 이상주의자는
대체 어떻게 되는 걸까요? 아무래도 오늘 밤에는 아껴 놨던 와인을 꺼내야 할 것 같군요.
이런 격론의 현장에서도 꿈쩍하지 않고 꿈나라를 여행 중인 우리 기특한 키아라를 위해 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