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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0997371, 죽은 아이가 살아있다 (마리나 후버, 비능력자)
어디서부터 얘기해야 할까요? 막상 말을 하려니 너무 떨리네요. 두서가 없어도 이해해주세요.
좀처럼 믿어주는 사람이 없어서 제가 본 걸 제대로 얘기할 기회가 없었거든요.
그러니까 우리 부부는 조금이라도 더 건강할 때 하나라도 더 많이 보자며 여행을 다니고 있어요.
남편이나 저나 워낙 새로운 걸 좋아해서, 자식들 다 키워놓고 나니까 파두츠가 좋긴 해도 영 답답하더라고요.
둘 다 나이가 있으니까 천천히 다니는데, 노인네들이 뭐 할 게 있겠어요?
한동네 오래 있다 보면 사람들하고 이래저래 친해지고 우리 둘 다 또 애를 워낙 좋아해서 손주들 보고 싶은 마음에 고아원 봉사를 자주 다녀요.
그날은 남편이 일이 있어서 저랑 새로 사귄 아줌마들이랑 그렇게만 그 고아원엘 간 거예요.
처음 간 곳이니까 간식 좀 싸 들고 가서 애들 낯이나 익힐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너무 낯익은 얼굴이 있는 거예요. 그렇게 예쁘장하게 생긴 얼굴은 잊기도 힘들지, 둘이 있기도 힘들고.
암만 봐도 그 애가 맞더라고요. 하지만 그럴 리가 있나, 그 애는, 플로■안은 죽었는데!
그날 저녁 남편한테 말했는데 당연히 믿질 않죠. 그 애가 죽은 지 5년은 되었는걸요.
그때 파두츠에 살던 사람이라면 아마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거예요.
그때 아주 별 일이 많았거든요. 갑자기 식충 식물이 마을을 뒤덮질 않나,
마을에서 제일가는 부자인 훅■ 집안의 가장 큰 보물이었던 큰아들은 갑자기 죽었다고 하질 않나.
애기 엄마가 얼마나 충격을 받았던지 장례 준비도 변변치 못하게, 아주 급하게 치러 버리더라니까.
다음 날 남편이랑 다시 갔지 않겠어요? 그런데 남편도 맞는 거 같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나서서 애를 불렀죠. 처음엔 몇 번 불러도 못 알아듣더니 갑자기 눈이 동그랗게 되어서는 날 쳐다보더라고요.
얼굴을 보니 고생을 많이 한 것 같지는 않은데, 그래도 어린 애가 집 떠나 얼마나 힘들었을지, 부모는 이 사실을 아는지,
걱정되는 마음이 한가득이었죠.
네 부모가 너 죽었는 줄 알았나 보다, 어쩌니, 하고 훅■ 부부의 소식을 전해줬어요.
큰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슬퍼하다 남은 아이를 데리고 파두츠를 떠나 멀리 지방으로 갔다고요. 그때였어요.
그 애가 우릴 물끄러미 쳐다보더라고요. 이런 얼굴이었나? 싶을 정도로 낯설었어요. 그리고는, 아휴, 생각하기도 싫어.
세상이 휙휙 돌아가는 거 같더니 제가 담쟁이에 휘감겨 있더라고요, 남편도 마찬가지고.
입술이 찢어질 정도로 담쟁이가 꾸역꾸역 입안으로 들어오는데 그렇게 끔찍할 수가 없어. 아휴, 내가 정말.
그러다 생각이 난 거예요. 살아 있었다면 스물 두셋 되었을 텐데, 얘는 5년 전 플로■안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걸.
5년 전에도 애가 잘 안 큰다고 했었던 거 같아요. 열 대여섯이랬나 일곱이랬나 그랬는데도 딱 이 얼굴이었죠.
다행히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달려온 고아원 사람들 덕분에 우린 풀려났어요. 아이는 천사 같은 얼굴로 사람들 품으로 파고들더군요.
고아원 원장이 날 알아보고는 달려와서, 요새 주변에 능력자가 있는 거 같다고 말하더라고요.
애들한테 다가가는 사람이 있으면 공격을 한다고요.
웬 흰소리인가 싶었지만, 우린 빨리 고아원을 벗어나고 싶어서 원장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도망치듯 고아원을 나왔어요.
그 뒤로는 다시 가지 않았고요. 제 이야기는 여기까지예요.
그런데…. 그 애는 정말 플로■안이 맞을까요? 저희가 착각한 걸까요? 아니면 혹시, 악랄한 능력자가 죽은 그 애의 몸을 차지한 건 아닐까요?
- 인터뷰 후 해당 고아원을 방문했으나, 비슷한 인상착의의 소년은 고아원에 있지 않다는 답변만 받았다.
스카우트 리포트
요기 라즈 | 지하연합의 스카우터 리포트
능력 때문에 모습이 바뀌었다는 말은 들었어도, 바뀌지 않는다는 말은 처음 들은 듯하다. 그의 외형은 그럴 법하다.
외형도 그렇지만, 말하는 것이나 행동하는 것 모두 꾸며낸 탓에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파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에 대해 아는 사람을 찾기 어려운 걸 보니 타인과 깊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오진 않았다는 건 확신할 수 있다.
그가 숨기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연합에는 그가 마음만 먹으면 속일 수 있을 사람이 몇 있으니 미리 주의를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브뤼노 올랑 | 헬리오스의 스카우팅 노트
개인의 욕망을 우선시하는 사람은 다루기 쉬워서 좋은데, 이 친구는 참 별나단 말이야. 능력만 봤을 땐 쓸모 있어 보이지만,
이런 자를 포섭하기 위해 시간을 쓰는 것보단 여전히 회사에서 겉돌고 있는 드니스에게 시간을 투자하는 게 맞지.
오해가 있건, 납득이 필요하건 말이야. 그나저나 저 모습을 유지하는 비결은 궁금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