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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lipse Vol.44 멈취버린 도시 정보제공자, 벤자민 파커 (이클립스 편집부, 순간 기억 능력자)

오늘 꼭꼭 씹어볼 영화는 지난 주말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한 화제의 영화 왓쳐(The Watcher)입니다.
헐리웃 인기 배우인 필립 안이 주연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고,
특히 주인공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두 멈추며 정적에 빠지는 우체국 신은 지난 10년간 가장 아름다운 미장센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최근 미국에는 다채로운 색상의 컬러 영화가 등장했다고 하는데요,
새로운 기술과 자본으로 무장한 영화들 사이에서도 이 영화가 인기 있었던 이유 중에는 아마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도 있을 겁니다.

나만 아는 친구

영화 왓쳐의 주인공은 벡이라는 소년입니다. 벡은 16살이 되자마자 우체국 잡역부가 되어 고된 삶을 살고 있죠.
벡의 어머니는 벡이 주급을 떼어먹지 않는지 항상 의심했고, 손위 형제들은 툭하면 벡을 때리고 괴롭혔습니다. 동생들은 벡을 무시하기 일쑤였고요.
작은 마을이라 벡의 형편을 아는 사람들이 많았던 탓에 그는 직장에서도 마음 편히 일할 수 없었습니다.
무거운 우편물 자루는 모두 벡에게 몰아주고 어쩌다 실수라도 생기면 모두 벡에게 뒤집어씌우며 가족들이 그러듯 똑같이 벡을 무시하고 괴롭히죠.
벡은 한마디로 불우한 청년이었습니다.
그나마 새로 온 창구 직원 로리 싱이 그런 벡을 가엽게 여기고 잘해주려고 하지만, 이미 많은 상처를 받은 벡은 로리를 믿지 못하고
되레 무례하게 대해 그마저 마음을 돌리고 맙니다.

그런 벡에게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가 하나 생깁니다. 벡의 도피처인 우체국 뒤편의 작은 창고에서 만난 그 친구는
벡의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그의 말을 잘 이해해 주는 좋은 조력자가 되어주었죠.
항상 빛 하나 없는 창고에서 만난 탓에 벡은 친구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지 못했지만, 가족들의 무시와 비웃음 때문에 절망할 때마다
용기를 주고 다 잘 될 거라고 격려해 주는 다정한 목소리에 깊은 위안을 느끼며 의지하게 됩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그 목소리가 점점 변해가죠.

일부러 벡의 어깨를 치고 지나가는 큰 형 스티브에 대해 친구는 이대로 두면 언젠가 스티브가 네 어깨를 부숴버릴 거라고 경고하고,
상사의 지시 사항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아 벡을 곤경에 빠뜨리는 동료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악마는 때려죽여야 한다는 등 욕설을 내뱉습니다.
친구의 말에 벡은 불안과 함께 기괴한 쾌감을 느끼면서 점점 더 친구의 목소리에 빠져들죠. 그리고 이내 친구의 말이 모두 옳다고 느끼기 시작합니다.

필립 안은 나약한 청년이 폭력에 잠식되어 가는 순간을 섬세한 눈빛 연기로 표현했는데,
벡의 처지를 이해하면서도 그를 동정할 수는 없게 만드는 절묘한 선을 잘 지켜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최면에 빠진 우체국

어느 날, 예고 없이 커다란 변화가 찾아옵니다.
가족들에게 욕설로 인사를 듣는 아침, 벡의 행동 하나하나를 무시하거나 비웃는 직장, 모든 게 평소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연금이 지급되는 날이라 사람들이 좀 더 많긴 했지만, 그것조차 매달 반복되는 일이었죠.
하지만 벡에겐 모든 것이 달랐습니다.

커다란 화면의 중심에서 벡은 소음에 시달리며 비틀거립니다. 마치 기차가 그를 치고 지나간 것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하죠.
제발 조용히 해줘, 다들 이대로 가만히 있어 줘. 그는 계속 멈춰 달라고 절규하지만, 그건 벡의 마음속 외침에 불과해서 주변의 누구도 알지 못합니다.

아무도 듣지 못하는 절규를 내뱉으며 비틀거리는 벡은 당장 쓰러질 것처럼 위태롭게 사람들 사이를 걸어갑니다.
잔뜩 지친 얼굴로 모든 것을 포기하려는 순간, 친구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속삭이는 것처럼 아주 또렷하게 들려옵니다.

멈추라고 해.

찢어지는 소음 사이에서 클로즈 업된 벡의 입술이 조용히 달싹입니다.

“멈춰.”

소음이 사라지는 과정은 마치 고요한 호수에 돌을 던진 것처럼 묘사됩니다. 호수에 돌을 던지면 파문이 이는 것을 영화는 반대로 이용한 거죠.
벡의 곁에 있던 미니햇을 쓴 아가씨와 조끼 차림의 콧수염 남자를 시작으로 우체국 안에 있던 사람들은 점점 멈춰버립니다.
그리고 반대로 소음은 점점 사라져가죠. 그렇게 완벽한 정적 속에서 벡은 처음으로 행복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목소리 친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비록 후드를 깊게 눌러써서 얼굴을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목소리는 틀림없이 그였죠.
그는 벡이 가진 능력인 최면이 발현되어 사람들이 모두 멈춘 거라며, 벡이 이 능력을 이용해서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말합니다.
처음에는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공포로 우체국을 뛰쳐나와 달리던 벡은 점점 자신이 사람들을 제압했다는 고양감에 휩싸이고
그런 벡의 뒤를 의문의 친구가 따라갑니다.

두려움까지도 최면 속에

환경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벡은 예전처럼 괴롭지 않았습니다. 대신 벡을 괴롭히던 사람들이 다치는 일이 많아졌어요.
사람들은 벡이 친구의 조언에 따라 그들에게 교묘하게 최면을 걸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형 스티브에게 최면을 걸어 계단에서 떨어지게 만든 뒤로 벡은 두려운 것이 없었습니다. 그는 길을 걷다가도
아무 이유 없이 최면을 걸어 사람들을 멈춰 세웠어요.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을 위험한 상황으로 인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최면에 걸리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동시에 최면에 걸리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가자 사람들은 차츰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게 되었죠.

어느 날 자신을 무시하고 길을 건너는 로리 싱을 향해 벡은 열을 세고 멈추라는 최면을 걸었고,
그대로 지나가던 로리 싱은 교차로 한가운데서 멈췄습니다.
다행히 로리 싱은 다치지 않고 무사했지만, 멈춰버린 로리 싱을 옮기기 위해 도로에 큰 혼잡이 발생합니다.

경찰은 이 사건을 계기로 이 방종한 최면술사를 잡기 위해 능력자 전체를 용의자로 두고 강압적인 수사를 벌이죠.
하지만 능력자 등록을 하지 않은 벡은 용의 선상에 오르지도 않죠. 어떤 증거도 찾지 못한 경찰은 사건이 일어난 장소 주변을 탐문하지만,
범인인 벡은 그런 경찰의 곁을 스쳐 지나갑니다.
자신이 붙잡히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 벡은 경찰을 뒤로하고 천천히 미소 짓습니다.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때 벡이 완전히 변화했다고 밝혔죠.

그 뒤로 벡은 목소리 친구와 함께 마을을 떠납니다. 더 넓은 세상으로 가자는 목소리 친구의 조언 때문이었죠.
벡은 자신의 인생을 바꿔준 친구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믿었습니다. 그것을 안 것일까요?
마을을 벗어난 뒤로 목소리 친구는 벡이 가진 어두운 욕망을 부추기기 시작합니다.
속삭이는 친구의 목소리를 들으며 벡의 눈동자가 위험하게 빛나죠.

끝없는 욕망

벡은 작고 황량한 마을을 벗어나 커다란 도시를 전전합니다. 그의 주머니엔 항상 최면으로 받아낸 돈이 두둑하게 들어 있었죠.
그는 도시에서도 여전히 후드를 깊게 눌러쓴 목소리 친구와 함께 도시의 향락에 빠져들었습니다. 돈이 부족해지면 최면으로 물건을 훔쳤죠.
시계, 반지, 목걸이, 때로는 포장도 뜯지 않은 어린아이의 장난감을 훔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훔친 물건을 처분하기 위해 뒷골목을 들락거린 벡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친구도 사귀게 됩니다. 하나같이 못되고 멍청한 녀석들이었죠.
그들은 벡과 함께 범죄를 저지르는 데 망설임이 없었고, 점점 더 큰 것을 욕심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그들을 보며 목소리 친구가 벡에게
더 큰 것을 가지라고 속삭입니다. 끝이 없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발버둥 치던 그들에게 벡은 유조선을 습격해서 석유를 빼돌릴 계획을 설명합니다.
목소리 친구가 알려준 것들이었죠.
계획에 따라 그들은 어두운 밤, 유조선을 습격합니다. 벡의 능력 덕분인지 생각보다 훨씬 더 쉽게 경비를 뚫고 배에 접근해
배에 실린 석유를 모두 훔치는 데 성공하죠. 벡와 친구들은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파티를 벌입니다.
그 모습을 벡의 목소리 친구가 짙은 미소를 띤 채로 지켜봅니다.

저스티스 라운드

벡이 행복에 취해 있을 때, 선원들은 목적지에 도착해 석유가 없어진 걸 알아차립니다.
적재량이 줄어 항해가 평소와 뚜렷하게 달랐는데도 벡의 최면에 걸린 선원들은 석유는 확인하기는커녕,
자신들이 출항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런 단서도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 당황한 경찰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극적으로 젊은 능력자들이 마인드리더와 함께
석유가 있는 위치를 찾아내 가져옵니다. 그 젊은 능력자들의 이름은 바로 저스티스 라운드, 실제 사건을 해결한 저스티스 리그를 모티브로 한 단체죠.

마인드리더를 통해 경찰과 저스티스 라운드가 석유의 위치를 알아냈다는 사실을 모르는 벡은 주인 없는 창고에서 석유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혹시 모르는 사태를 대비해서 방패 혹은 당장 석유를 들어 도망칠 수 있는 인부들을 최면으로 모아둔 상태였죠.
거래자를 찾기 위해 암거래상이 준 리스트를 뒤적이던 벡은 문뜩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립니다.
최면에 빠진 인부들을 자신의 주변으로 모으는 것도 잊지 않고요.

이윽고 창고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빛이 들어오면서 어둠에 가려져 있던 벡의 표정이 드러납니다.
사회를 향한 불만과 자기만족이 뒤엉켜 있던 벡의 찌푸린 얼굴이 점차 굳어가는 것을 화면 가득 담아내며 영화는 긴장감을 점차 끌어올립니다.
짧은 욕설을 내뱉은 벡의 눈동자에 서서히 열리는 창고 문이 비치고 경찰차와 총을 든 경찰들,
그리고 젊은 능력자들이 등장하며 긴장감은 극대화되죠. 그리고 바로 벡과 젊은 능력자들의 전투 장면이 빠르게 이어집니다.
이 전투 장면은 실제 능력자를 고용해서 만든 것으로 개봉 전부터 세간의 주목을 받은 부분이기도 합니다.
최면에 걸려 고통을 모르는 채 달려드는 인부들에게 쏟아지는 물과 도망치려는 백을 감싸고 놓아주지 않는 바람.
쉽게 볼 수 없는 능력들이 관객의 숨을 멎게 만들죠. 치열한 전투 끝에 벡은 결국 경찰과 젊은 능력자들에게 패배하고,
손과 발에 능력자 전용 구속구가 채워집니다. 구속구가 채워지는 마지막 순간에 벡은 그의 하나뿐인 목소리 친구를 찾습니다.
그리고 한참이나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벡이 어느 한곳을 응시하며 도와 달라고 외치죠.
벡이 바라보는 곳에는 목소리 친구가 서 있었습니다. 검은 후드를 쓴 채로 미동도 하지 않는 친구를 향해 벡은 한 번 더 외칩니다.

“나한테 걱정하지 말라고, 괜찮다고 그랬잖아!”

그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목소리 친구에게로 모여듭니다. 그리고 목소리 친구를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혀를 차며 벡에게 구속구를 마저 채우죠.
그리고 발목에 채우는 마지막 구속구의 철컥거리는 소리와 함께 벡의 눈앞에 있었던 목소리 친구가 사라집니다.
그 자리엔 작은 참새만이 부리로 날개깃을 고르며 서 있었죠.

화의 엔딩 음악이 흘러나오며 벡은 경찰들에게 잡힌 채 창고를 나섭니다.
잔뜩 얼이 나간 얼굴로 끌려가는 벡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참새가 이내 날개를 펼치고 날아올라 창고를 벗어납니다.
그리고 후드를 깊게 눌러쓴 남자의 어깨에 가서 앉으며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The Watcher

오늘 함께 본 영화 왓처 어떠셨나요? 각본가인 레너드 샤이 손튼은 인터뷰에서 1932년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휴스턴 석유 도난 사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는데요. 석유 도난 사건의 범인이 검거된 후 교사범이 따로 있다고 주장해서 화제가 되었는데,
범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에서 시작된 거라고요.
영화에서 벡을 괴롭히던 가족이나 직장 동료 같은 것은 모두 소설에서 극적 전개를 위해 추가한 부분이라고 합니다.

왓쳐 개봉 이후로 휴스턴 석유 도난 사건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벡의 모델이자, 사건의 범인인 드류 투코트가
영화가 개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심장마비로 사망하면서 사건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여기에 진짜 사건에 관해서도 얘기를 살짝 덧붙여 봅니다.

1931년, 멈춰버린 도시

실제 범인인 드류 투코트는 킹스빌 보육원 출신으로 영화의 주인공인 벡처럼 우체국에서 근무한 것은 맞지만,
동료들은 그저 그를 소심하고 말수가 적으며 사람들하고 잘 어울리지 않았던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킹스빌 우체국에 집단 최면 사건이 벌어졌을 때, 누구도 드류 투코트를 의심하지 않았죠.
정확하게는 그의 존재조차 기억하지 못했다는 표현이 맞을 겁니다.

조용한 마을이었던 킹스빌 우체국에서 발생한 최면 사건은 인적, 물리적 피해가 없었던 작은 사건이었습니다.
증거도 없고, 증언해 줄 사람도 제대로 없었던 탓에 제대로 된 수사도 진행되지 않았죠.
덕분에 사건은 이름 모를 여행자가 만든 해프닝 정도로 취급되고 금세 사람들 머릿속에서 잊혔습니다.
드류 투코트는 킹스빌 우체국 최면 사건 이후로 마을에서 자취를 감췄는데, 놀랍게도 마을의 누구도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합니다.
덕분에 텍사스 주 일대에서 벌어진 집단 최면 사건을 수사할 때에도 드류 투코트는 용의 선상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었죠.

그에게는 그게 불행의 시작이었을 겁니다. 이후 그는 영화처럼 누군가가 자신을 찾아와 능력을 컨트롤할 방법을 알려줬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그때부터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모두 그의 지시라고 주장했죠.
특히 1932년 텍사스 주 일대에서 일어난 집단 최면 사건은, 발생 당시에는 아무도 드류 투코트와 연결점을 찾지 못했는데요.
나중에 검거된 드류는 그것이 킹스빌에서 만난 사람의 지시로 능력을 사용하는 방법을 테스트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했습니다.

1932년, 휴스턴 석유 도난 사건

휴스턴 석유 도난 사건을 해결하고 드류 투코트를 검거할 수 있었던 건 저스티스 리그 덕분입니다.
석유를 싣고 휴스턴에서 출항한 배가 디트로이트에 빈 배로 도착한 이 사건은 금전적 피해가 막대했을 뿐 아니라
능력자의 개입으로 교묘하게 설계된 범죄였기 때문에 사회적 공분을 샀습니다. 당시 경찰은 선장을 비롯한 선원 전원을 조사했으나,
목적지까지 어떻게 왔는지도 모른다는 선원들의 증언을 토대로 범인이 최면 능력자일 것이라는 추측만 할 수 있었죠.

저스티스 리그가 드류 투코트를 검거한 방식은 지극히 현실적이었습니다.
영화에서처럼 마인드 리더가 등장하고 능력자 간의 이능 격투가 일어나거나 최면에 빠져 동료를 공격한다거나 하는 극적인 장면은 없었죠.
메트로폴리스에서 온 암거래상으로 위장한 저스티스 리그의 멤버들이 석유를 보관했던 폐공장을 제압하고 드류 투코트를 붙잡았다고 합니다.
이 일을 계기로 저스티스 리그는 메트로폴리스의 자경단 활동에 대해 정부의 암묵적인 동의를 얻어내는데, 진짜 재미있는 일은 그다음에 일어났습니다.
바로 레너드 샤이 손튼이 영감을 받은 부분이죠.

검거된 드류 투코트는 격렬하게 반항하며, 자신을 검거한 저스티스 리그의 일원 중 하나가 자신에게 석유 절도를 제안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찰은 그의 증언에 저스티스 리그의 모든 멤버들을 소환하여 범인을 지목할 기회를 주었지만, 확신에 차 외치던 드류 투코트는
정작 범인을 지목하지 못하죠.
거기에 드류의 일당들이 드류 외의 다른 사람은 없었다고 증언하면서 드류 투코트의 지속적인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죠.

하지만 드류 투코트는 주장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는 틈만 나면 교사자와의 만남을 상세하게 읊어댔죠.
법원은 주장이 일관된 형태로 반복되자, 드류 투코트가 망상장애를 앓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막 각성한 정신계 능력자에게 종종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의사의 처방도 한몫했죠.
판결 이후 드류 투코트는 치료를 위해 지정 병원에 수감했지만, 담당 의사를 최면에 빠뜨리고 도주하려다 붙잡혔습니다.
그는 결국 1933년 알카트라즈로 옮겨졌고, 얼마 전 그곳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하고 말았답니다.

또 다른 자아

드류 투코트가 병원에 수감되어 있었을 때 이 사례에 흥미를 느낀 몇몇 학자들이 그를 면밀히 관찰했습니다.
수감 후에도 드류 투코트는 교사범이 실존한다고 주장했는데요. 학자들은 그가 교사범이 능력의 사용법을 알려주고,
능력의 사용 범위를 확장할 수 있는 훈련을 시켜준 내용에 대해 매우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던 것에 주목했습니다.
만난 날짜와 시간, 장소, 주고받은 이야기, 모든 것을 세세하게 기억하는 드류 투코트가 유일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교사범뿐이었죠.

재판장에서는 그가 자신은 피해자이며 교사범이 따로 있다고 꾸준히 주장하는 점 때문에 그가 망상장애를 앓고 있다고 판단했지만,
학자들은 그가 최면술사라는 것을 토대로 다양한 가설을 세웠습니다.

경찰과 잦은 협업으로 범죄자를 대한 경험이 많았던 정신과 의사 페리 베이커는 그가 수사에 혼선을 주고 형량을 낮추기 위해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책임을 전가하는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심리학자 조지 번슨은 그의 소극적이며 내향적인 성격이
범죄의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해 스스로 교사범은 따로 있다는 최면을 걸었을 것으로 추측했죠.
하지만 정신과 의사인 피라 헤이워드는 드류 투코트의 기억이 극도의 공포로 손상된 징후가 보인다며
교사범이나 그에 준하는 인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드류가 자신의 정신을 보호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공포의 근원을 차단한 거라고요.

물론 드류 투코트가 주장하는 교사범이 실존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우세했습니다.
사람들은 피라 헤이워드가 정신계 능력자에 관한 연구 경력이 없다는 것을 지적하며,
그의 의견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깎아내렸죠. 그러던 중 피라 헤어워드의 의견에 가장 큰 힘을 실어주는 인물이 나타납니다.
바로 마인드 리더 화가인 지미 그레이입니다.

지미 그레이는 대상의 머릿속에 있는 기억을 읽어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시각장애가 있는 아이의 머릿속을 읽고 그린 아이의 엄마 그림은 형체가 뚜렷하지는 않아도 너무나 눈부시게 표현되어
사람들 사이에서 천사 그림이라고 불리고 있죠.
그런 그가 드류 투코트의 머릿속 교사범의 몽타주를 그리겠다고 나서자,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모두 드류 투코트의 머릿속에 있는 교사범의 정체가 궁금했던 거죠.
그리고 법원의 허락을 받은 지미 그레이가 드류 투코트를 만난 후 그린 그림은 1932년의 가장 충격적인 그림으로 손꼽히게 됩니다.

지미 그레이의 그림
[지미 그레이가 그린 드류 투코트의 교사범]

지미 그레이는 그림을 공개하며 ‘이 그림의 주인공은 드류 투코트의 기억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으며,
드류의 증언은 모두 그의 기억 속에서 진실’이라고 말합니다.
그림과 지미 그레이의 말이 화제가 되면서 교사범의 그림은 신문에 실리기까지 했죠.
하지만 그 기괴한 모습 때문에 오히려 사람들은 드류 투코트가 거짓으로 교사범 이야기를 꾸며냈을 거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최면술사인 드류가 자기 자신에게 최면을 걸어 범인이 존재한다고 믿게 했다는 겁니다.
특히 조지 번슨은 드류 투코트가 다양한 방식으로 능력을 테스트한 행위 역시 스스로 건 최면을 강화하는 과정의 일부라고 주장했습니다.
자신이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에게 새로운 명령을 전달받는 과정을 만들어 최면을 더욱 강화한 행동이라는 거죠.

많은 사람이 조지 번슨의 주장에 수긍하기 시작했습니다. 거기다 법원이 드류 투코트의 주장 외엔 그 어떤 증거나 증언을 찾을 수 없는 점을 보아
드류 투코트가 가상의 인물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며 기존에 내린 판결을 고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됩니다.

허상에 잡아 먹히다

드류 투코트 사건은 이례적일 정도로 자세히 보도되었습니다. 대중은 이야기의 결말에 만족하며 드류 투코트의 어리석음을 비웃었죠.
자신을 포함한 다수의 대상에게 이토록 강력한 최면을 걸 수 있는 능력자에 대한 두려움도 비웃음에 섞여 희석되었고요.
그리고 점차 드류 투코트가 저지른 범죄를 잊어갔습니다. 사건 이후로 남은 것은 교사범의 그림뿐이었죠.

영화는 그런 대중에게 다시 한번 능력자 범죄의 위험성을 일깨우기 충분했습니다. 어리석다고 비웃었던 드류 투코트가
자신에게 거대한 해가 될 수 있다는 걸 느낀 거죠. 뒤늦게 능력자 인권 단체가 영화의 상영 금지 처분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받아들여지진 않았죠.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로커드 마틴의 능력자 생체 실험과 연관되어 비난을 받고 있던 알카트라즈가 이례적으로 사망한 드류 투코트의
수감 기록 일부를 공개했습니다. 기밀 유지라는 이유로 일부를 지웠지만, 공개된 내용은 병원에서 남길 법한 기록이었습니다.
그 알카트라즈의 수감 기록인데도 말이죠. 덕분에 드류 투코트의 수감 기록이 공개된 후에 알카트라즈의 능력자 연구를 인권침해보다
공익에 초점을 맞춰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했습니다. 알카트라즈의 연구 덕분에 능력자가 범죄를 저질러도
사회가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다는 건데, 그들이 로커드 마틴과 기술 협약을 맺었다는 사실은 잊힌 듯합니다.
이게 알카트라즈가 기록을 공개한 이유라면 아주 훌륭하게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고 봐야겠죠.

자, 아래에 알카트라즈가 공개한 드류 투코트의 수감 기록을 첨부합니다.
이 기록의 감춰진 의도를 파악하는 것은 여러분의 몫으로 남겨두겠습니다. 부디 현명한 판단을 바랍니다.


XX월 XX일
비명을 지르며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주먹을 날리며 싸움. 너 때문이야, 같은 원망의 말들을 내뱉음. 정신 질환이 확실하다는 의사 소견.

XX월 XX일
식사 거부. 문 틈새로 보인 간수의 입에 발작을 일으킨 것으로 추정. 식사를 거부하며 정체를 말하려고 해서 미안하다, 죄송하다고 말하며 종일 빌어 댐

XX월 XX일
건강 검진 중에 까마귀가 우는 소리를 듣고 발작. 능력 ■어 장치를 채웠음에도 바로 곁에 있던 간호사가 최면에 걸림.

XX월 XX일
벽에 머리를 찧는 등의 머리에 집중된 자해 시도. 수감자의 안전을 위해 침대에 묶어 두기로 결정됨.
수감자의 머리에 충격이 가해질 때마다 수감소 내 불특정 인물이 최면 상태에 빠지는 비상사태가 발생. 수감자의 위험등급 ■향 요망.

XX월 XX일
구속 해제 후 행동 감시한 지 ■일. 현재까지 벽에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행동 외의 이상 행동 발견할 수 없었음.
위험 행동이 아니기에 상황을 지켜보기로 결정.

XX월 XX일
수감자 사망. 사인은 심장마비. 벽에는 수감자가 주장하는 주범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음. 하지만 글씨로 볼 수 없는 것들이 다수고,
화가 지미 그레이가 그렸던 그림과 비슷한 형태의 그림이 벽을 가득 채우고 있어 별다른 특이점은 없다고 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