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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lipse Vol.39 불의 마녀 이클립스 편집부

우리는 특별한 현상으로 시작된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1860년의 그 날 이후에 찾아온 급격하고 격렬한 변화가 우리를 눈 깜빡할 사이에 새로운 시대의 일원으로 만들었죠.
하지만 이 갑작스러우면서도 신비한 변화에 적응하기엔 우리는 많은 것이 부족했습니다. 낯선 세상에 홀로 첫발을 디딘 아이처럼
모든 것을 직접 부딪쳐가며 경험하고 배워야 했죠. 그 과정에서 인류는 본능적으로 이 변화의 원인과 결과, 과정에 숨겨진 비밀을 찾기 위한 탐구를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 본능의 발로에 개인차가 있다는 것은 다들 아시죠?
진실을 알고 싶다,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 그런 명분 앞에서 선악을 구별하는 것은 결과론에 불과할 때가 있습니다.
결과가 좋다면 선이 되고, 결과가 나쁘다면 악이 되는 거죠. 사이퍼에 대한 대부분의 연구는 그렇게 결과에 따라 선악이 구분되곤 합니다.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사이퍼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딱 한 가지 ‘세상을 위해서’라는 명분에는 같은 목소리를 냅니다.
연구 대상이 되는 사이퍼의 인권 문제가 종종 거론되지만, 작은 문제 제기는 학자들이 내놓는 연구 결과에 묻힙니다.
명분에 부합하는 연구를 하기 위해서인지, 가장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는 건 파괴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능력 위주입니다.
그중에서도 직간접적으로 큰 피해를 주는 불의 마녀에 대한 연구는 과격하고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진행되고 있죠.
그 예시로 얼마 전 화제가 된 애쉬 샤르키샨이라는 화학자의 ‘불 능력자의 유기적 화학반응으로 도출되는 연소 증강 실험’이라는 논문을 들 수 있겠네요.
이 논문에 담긴 실험 과정 역시 그러하겠지만,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인도적 실험으로 비난을 받습니다.
그런데도 그가 발표하는 논문은 언제나 학계의 주목을 함께 받습니다.
‘세상을 위해’ 진행된 실험이기 때문이랍니다.

이번 호에서는 바로 그 ‘불의 마녀’에 대한 학계의 입장 몇 가지와 화제가 된 논문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봤습니다.
비록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으나 불의 마녀에 대한 궁금증이 조금이나마 해소되기를 바랍니다.

* 해당 기사는 학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이론을 담았으며, 일부 학계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왜 마녀인가

능력자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던 무렵, 사람들은 불 능력자의 숫자가 유독 많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불의 마녀에 대한 연구는
다른 능력보다 이르게 시작되었다. 하지만 다양한 연구를 통해 전체 능력자 중 불 능력자의 비율은 높지 않으며,
오히려 다른 자연계 능력들과 비슷하게 비교적 낮은 수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사람들이 오해했던 이유는 불 능력자가 다른 능력자에 비해 자신의 능력을 숨기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불 능력자가 가장 많다고 믿을 수밖에 없었던 시절의 사람들은 어느 순간부터 그들을 불의 마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능력자 등록제로 불 능력자 중에서 여성의 비율이 특별히 더 높지 않다는 것이 밝혀진 지금도 여전히 불의 마녀는
불 능력자를 가리키는 고유 명사로 사용되고 있다. 여기서 학자들 다수는 의문을 품는다. 왜 그들을 지칭하는 단어가 마녀였을까?
혹자는 불의 마녀라는 명칭이 고대의 전설 속에 등장하는 사악한 마법사가 탐욕스러운 불꽃을 사용했기 때문에 생겨났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학계는 역사에 기록된 ‘불을 다루는 마녀’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관점을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다.
불 능력에 관한 연구가 시작될 당시에 알려진 불 능력자는 모두 여성이었는데, 그들과 역사에 기록된 ‘마녀’의 성별이 같아 그 둘을 동일하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단순한 이유지만, 그 단순함이 때로는 진실에 도달하는 길이다.
실제로 성별만이 아니라, 불 능력자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역사에 기록된 ‘마녀’를 향한 두려움과 공포, 배척까지 매우 흡사했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능력자 등록제 시행 전에는 남성 불 능력자에 관한 연구를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능력자 등록제가 시행되기 전에는 외적으로 눈에 띄거나, 사건을 일으킬 만한 강한 능력을 가진 능력자들이 주로 알려졌는데,
당시 알려진 불 능력자는 모두 여성이었기 때문에 학자들은 자연스럽게 불 능력자는 모두 여성이라는 정보를 토대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후 능력자 등록제로 불 능력자의 성비가 공개되면서 학계는 다급하게 출생지, 성장 환경, 발현 시기 등 도식화할 수 있는 대다수 정보를 분석했지만,
‘불 능력자의 성비 자체는 균등하나, 아주 강력한 불 능력자는 여성인 경우가 많다’는 상식에 가까운 결론밖에 얻지 못했다.
최근엔 불 능력의 성비 편차를 다른 자연계 능력과는 공유하지 않는 불 능력의 고유 특성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학자들은 성별이 능력의 한계를 정하지 않는다며, 강력한 남성 불 능력자에 대한 정보를 모아 성비 편차의 원인을 밝히는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과연 인류가 이 신비한 능력의 비밀을 밝힐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늘날, 모든 불 능력자가 여성이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 되었다. 하지만 이미 뿌리 내린 명칭이 쉽사리 변경될 것 같지는 않다.
어느 순간 갑자기 능력을 발현하여 주변을 태워버리는 불 능력자를 표현하는 단어로 마녀 이상의 깊은 인상을 주는 것은 아직 없었다.

마녀의 역사

대부분의 불의 마녀는 그들이 끼친 피해와 함께 기록되고 있다.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불의 마녀는 어린 여자아이로, 발견한 시점에 이미 ‘웅장한(Gran)’ 숲이 전소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오래된 기록이기 때문에 불의 마녀가 나타난 원인이나 경과를 확인할 수 없으며, 피해 규모도 구체적으로 남아 있지 않다.
다만 흥미로운 점은 얼음을 다루는 인물이 최초의 불의 마녀의 자매 또는 이웃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같은 지역에서 역사에 남을 능력자로 보이는 인물이 둘이나 나왔다는 사실은 일식 이전에도 강력한 능력을 발현시킬 만한 환경적 요인이 있었음을 추측하게 한다.

로마를 9일 동안 불태운 대화재는 불의 마녀와 관련된 사건 중에서도 손꼽히게 큰 사건이었다. 당시 로마 황제는 빠르게 로마를 정상화하기 위해
도로를 정비하고 수로를 늘리는 한편, 성난 민심이 쉽게 공격할 수 있는 몇 가지 희생양을 제공했다.
대화재는 신흥 종교에 대한 박해의 수단으로 사용되었으며 수많은 사람이 무고하게 살해당했다.
그런 상황에서 사건의 당사자로 지목된 불의 마녀에 대한 처우는 더 말할 것이 없었다. 누구든 불의 마녀라 지목되면 몰매를 맞았다.
그들이 실제로 불을 다루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는지 여부는 기록되어 있지 않다. 인류는 언제나 자신과 다른 이들을 희생 없이 받아들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능력의 발현

비능력자들은 흔히 능력자의 첫 발현이 신체적 또는 정신적 충격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특히 불 능력은 능력의 특성상 큰 피해를 본 사건만을 떠올리는데, 충격이 크면 클수록 강한 능력을 발현시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것들은 모두 사실과 다르다. 대부분 능력자가 그렇듯, 불 능력자의 첫 발현은 생각지도 못할 때 일어난다.
가장 흔한 경우로는 ‘불이 필요하다’라고 생각했을 때 불꽃을 생성하는 것이다. 외부의 충격으로 발현하는 경우에는 폭발적이고 공격적인 형태로
주변에 큰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지만, 드물게도 능력이 발현되기 전 불을 피울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학계는 등록제 시행 이후 수많은 표본을 확보하게 되었지만, 다양한 변수를 모두 포함하는 완벽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불 능력자를 조사한다고 해도 거기엔 항상 예외가 있을 것이다.
다수의 학자는 불의 마녀가 능력을 처음으로 발현했을 때의 강도가 대체로 잠재력과 비례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정확한 수치로 환산할 수는 없지만, 훈련을 통해 능력의 강도를 대략 10배 정도 키울 수 있다고 믿고 있는데, 이 역시 모든 경우에 맞는 가설은 아니다.
발현과 동시에 자신의 능력을 한계치로 선보이는 능력자가 있는가 하면, 첫 발현 시에는 아주 작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가
수백 배에 달하는 능력으로 발전시키는 능력자도 있다.
그렇게 능력의 강도에 대한 의견은 아주 다양하지만, 모두가 동의하는 이론이 하나 있다면 능력의 강도가 결코 줄어들거나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약화능력자의 영향력을 제외한 자연적인 현상만을 일컫는다.

까다로운 능력 통제

불이 인류에게 가장 편리하면서도 가장 위험한 도구인 것처럼, 불 능력을 다루는 것 역시 매우 까다롭다. 산불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가진 능력이 클수록 다루기가 어렵고,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받아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다.
최근 발표한 애쉬 샤르키샨의 논문은 능력의 강도가 강할수록 감정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래 해당 논문의 일부를 첨부한다.

인간의 첫 숭배 대상이며 끊임없는 연구 대상인 불, 그런 불을 자유자재로 부리는 불의 마녀가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다른 능력자에 비할 바가 아니다. 불의 마녀는 자신의 힘을 통제할 수 없는 것이 정설이었으나 현존하는 불의 마녀 중 가장 강력하고 아름다우며 냉정한 불의 지배자, 헬리오스의 타라 조노비치의 존재가 고리타분한 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젊고 아름다운 마녀가 런던 한가운데서 꺼지지 않는 검은 불꽃에 맞서 정확히 원하는 만큼의 불길을 일으켰던 그 순간, 불 능력에 대한 연구는 새로운 기원을 맞이한 것이다. 이들에 대해 충분히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자부했을 학자들은 ‘우리가 안다고 믿었던 것은 모두 착각이었다’고 인정해야만 했다. 하지만 여전히 다른 능력에 비해 불 능력은 다루는 것이 까다롭다는 것이 정설이다. 타라 조노비치를 제외하면 거대한 불 능력을 이성을 가지고 사용하는 이들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체로 능력이 클수록 다루기가 어렵고, 감정의 영향도 많이 받게 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다양한 가설을 증명하는 것에 욕심을 내게 되는 것이다. 불꽃을 통제할 수 있다면? 그 위대한 힘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면? 아마 그보다 더 강력하고 아름다우며, 압도적인 존재는 없을 것이다. 이것이 다수의 학자가 불 능력을 연구하는 솔직한 이유일 것이다.
(중략)
피실험자 T는 아주 약한 수준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원할 때 능력을 발현시킬 수 있을 정도의 수준 높은 통제가 가능했다. 하지만 특정 사건을 계기로 잠재력을 넘어선 매우 강한 능력을 갖게 된 특이 케이스로, 현재는 불안과 공포, 원인 불명의 고통을 호소하며 능력을 전혀 통제하지 못한다. 능력이 잠재력을 넘어서게 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실험에 참여했으나, 능력을 통제하는 것이 더 우선시되어 실험의 방향성이 변경되었다. 통제의 기본이 되는 능력 발현의 최저점과 최고점의 진폭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으며, 각 상황에 따라 최저점과 최고점의 발현을 물리력으로 환산하여 기록했다.
(중략)
능력 발현의 진폭 실험은 피실험자의 상태를 참고하여, 긍정적인 감정보다 부정적인 감정 상태에서 이루어졌다. 피실험자는 같은 조건을 맞닥뜨렸을 때 [감정적인 요소가 관여할 여지가 있는가 / 그 감정이 자신에게서 기인한 것인가] 이렇게 두 가지 조건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예를 들면, 죽은 개를 불태운다는 기본 조건을 동일하게 두고 처음부터 시체였던 개, 유대 관계가 있었으나 죽은 개, 유대 관계가 있었으며 자신이 직접 죽어야 하는 개로 세부 조건을 변경할 때 발현되는 능력의 크기가 달랐다는 의미다. 반복된 실험 결과로 피실험체는 감정의 종류보다 그 농도에 더 큰 영향을 받으며, 감정의 농도가 짙을수록 능력의 크기가 커진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잠재력 이상의 힘

애쉬 샤르키샨은 같은 논문에서 불의 마녀에겐 잠재력이 가지는 한계는 큰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첫 발현과 잠재력의 관계는 많이 알려진 상식에 가깝지만, 능력자가 발현하는 힘은 인간이 예측하거나 짐작할 수 없는 범위에 있기에
학계에선 아직 정설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가설이다. 그렇기에 애쉬 샤르키샨의 주장은 또 하나의 가능성 있는 가설이 될 조건을 모두 가지고 있다.
하지만 불의 마녀에 대한 광신적인 믿음으로 점철된 애쉬 샤르키샨의 논문을 쉽게 인정하는 이는 많지 않다.
그가 자신의 연구 결과를 대중적으로 알리고 싶다면, 적어도 사석에서라도 불의 마녀에 대해 사적인 감정을 내비치지 않는 각오를 보여야 할 것이다.

다시 애쉬 샤르키샨의 잠재력 이론으로 돌아가서, 그는 자신이 그간 연구한 불의 마녀에 대한 이론을 해당 논문의 피실험자 T에게 적용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를 정리하며 애쉬 샤르키샨은 통제력과 잠재력에 대한 새로운 연관점을 제시했다. 통제력이란 일정한 방침이나 목적에 따라
행위를 제한하거나 제약하는 힘인데, 방침과 목적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대상에 대한 인식이나 인지가 필요하다. 그런데 불 능력은 능력이 클수록
한계점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기 때문에 능력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일관된 방침을 적용하기 어렵고, 통제력을 가질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강한 능력을 보유한 불의 마녀는 능력을 통제할 수 없다고 알려져 있으며, 공식적으로 능력을 완벽히 통제한 것은
우리 시대에 있는 불의 마녀 한 명뿐이다. 애쉬 샤르키샨은 한계를 인지할 수 없는 능력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인지 외 영역으로 진입해야 하며,
대부분의 불의 마녀는 이 과정에서 이성을 잃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성을 잃어 통제력을 함께 유실한다는 일반적인 상식과는 반대되는 주장이다.

또한, 애쉬 샤르키샨은 위 주장과 함께 잠재력을 넘어선 능력을 사용하는 것은 신체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학계는 이미 능력자의 정신적 결함이나 손상이 신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애쉬 샤르키샨의 주장 역시
그 범주 안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애쉬 샤르키샨은 잠재력 이상의 힘을 지속해서 사용하면 수명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덧붙였으나, 연구소 화재로 주요 자료를 소실하면서
가설을 뒷받침할 연구 결과는 함께 제시하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통제할 수 없는 능력을 사용하면서 정신에 지속적인 손상을 입은 능력자는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건강하다고 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