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lipse Vol.49 유린된 로고스 정보제공자 : 마테오 디아스 (대학원생, 비능력자)
멜츠 제약의 대표인 멜츠 하트는 막 의사가 되었을 무렵부터 일찌감치 능력자 전용 의료시설의 중요성을 깨닫고
멜츠 병원을 설립하여 능력 연구의 초석을 다진 사람 중 하나입니다.
레지던트 시절부터 능력자에게 피해를 본 비능력자의 외과 치료를 많이 맡아온 그는 한 능력자를 치료했던 일을 계기로 능력 연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호저를 잡을 수 있나
능력자에 대한 비동의 임상시험이 사실로 밝혀지고 멜츠 병원에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지면서 일부 능력자들은 해당 병원 이용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실질적인 대안이 없는 의견일 뿐이었습니다. 능력자 전용 수술실을 보유한 병원은 손에 꼽았으니까요.
멜츠 제약은 여전히 높은 안정성과 비교적 저렴한 금액을 내세워 능력자 킷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지켜냈습니다. 보류되었던 능력 증폭 신약도 어느새 출시되어
멜츠 제약의 새로운 매출원으로 자리 잡았죠.
내가 인류학을 전공하게 된 것은
내게는 나이 차가 좀 있는 형이 있는데, 어른들 앞에서는 얌전하게 굴었지만, 사실은 말도 안 되는 장난꾸러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형은 능력자였고, 덕분에 아주 힘이 셌기 때문에 형한테는 무서운 것이 없었던 것이다.
덩달아 사라와 나도 형만 믿고 마음껏 개구쟁이로 지냈다. 형은 항상 우리의 든든한 뒷배였다.
그랬던 형이 변한 건 막내 여동생이 태어난 후였다. 갓난아이를 보면서 능력자인 형은 뭔가를 느꼈던 것일지도 모른다.
막내가 자신과 같은 능력을 타고 태어났다는 것을. 자신이 이 아이의 앞길을 걸어야만 한다는 것을.
고작 9살이던 형은 그때 무슨 생각을 했던 걸까? 이후 줄곧 성실하게 무도의 극을 향해 달리면서 막내를 이끌고,
막내가 더 높은 경지에 이를 수 있도록 디딤돌을 자처하던 형은 어느 날 갑자기 장래희망을 발표했다.
갑자기 종합대학에 진학해서 지질학을 공부하고 싶단다. 지층이 자기를 부른단다. 기가 차서 나도 부모님도 말이 안 나왔다.
하지만 형은 어려서부터 한다면 하는 성격이었고, 기어코 도장 깨기 하듯 학문의 전당에 달려들어 원하던 성과를 이뤘다.
아버지는 은근히 형이 본인의 뒤를 잇길 바랐던 것 같았지만, 형이 박사님이 되어 귀향하자 누구보다 기뻐하셨다.
사업은 꽤 잘 되는 편이었고, 아내는 강했으며 자식이 다섯이나 되었으니 아버지에게 부족한 건 박사학위뿐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형이 지질학자가 된 것은 내게도 꽤 충격이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어느 날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나도 코닐리어스 대학에서 인류학을 전공하고 있었다.
무기력한 교수님
구부정하게 서서 쳇바퀴 굴리듯 붓질을 하노라면 내가 나도 모를 어떤 죄를 지어 대학원에 수감된 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징징이 에드가가 내 지도 교수인 헤나투 라우렌시오 나시멘투 교수님께 건방지게 굴 때면 교수님도 무슨 죄를 짓긴 한 것 같았다.
“이것 보세요, 교수님. 코닐리어스 대학의 명성과 실적에 크게 기여할 기회입니다. 뭘 망설입니까?”
말본새하고는. 조교인 에드가 갤러거가 흔들고 있는 종이는 분명 로커드 마틴에서 온 세미나 초청장일 것이다.
로커드 마틴이 후원하거나 주최하는 행사에 참석해서 학술적 근거를 제시하고 사업 추진의 정당성을 높이는 일을 하도록 말이다.
애초에 에드가는 학술적 성취가 높지 않아 교수가 되긴 글렀으니, 일찌감치 경제활동에 나선 것인지도 모른다.
자기 밥그릇 찾는데 뭐라 할 건 아니지만, 오늘처럼 자신이 로커드 마틴의 화신인 것처럼 굴 때는 정말 꼴 보기 싫었다.
에드가는 교수님 앞에 편지를 턱 내려놓고는 성큼성큼 걸어 나가버렸다. 교수님의 의사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처럼 말이다.
가까이 가보니 교수님은 물끄러미 책상 위에 놓인 두 장의 편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교수님, 차 드릴까요?”
조교에게 이리저리 휘둘리며 모욕을 당해도 반박할 줄 모르는 교수님은 무기력, 그 자체였다.
얼마 전 인류학의 날 75주년 기념행사에 다녀오신 후로는 한층 더 얼굴이 상했다.
로커드 마틴의 행사에 ‘차출’되면 덕분에 공강이 많은 교수님의 수업을 좋아하는 학생들에게는 또 한 번의 희소식이 될 것이다.
“따뜻하게 한 잔 드세요.”
“고맙네, 마테오. 자네 일도 바쁠 텐데……. 지도 교수로서 자네 석사 논문을 잘 봐주지 못하는 걸 항상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시작은 했으니까 끝도 있겠죠, 뭐. 저기 교수님, 질문 하나만 해도 될까요?”
“물론이지. 그래, 뭐가 궁금한가?”
헤나투 교수님 밑에서 석사 논문을 쓰는 것은 다른 것보다 교수님을 만나기 어렵다는 게 제일 문제였다.
물론 지도교수로서 해야 할 일을 해주지 못한다는 미안함 때문인지 교수님은 항상 너그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