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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lipse Vol.35 아름다운 모래성 정보제공자, 링컨 왓슨 (미러능력자)

이클립스 편집부 앞으로 보내는 사람이 없는 우편이 배달되었다. 제보는 항상 그런 식으로 이루어졌기에 의심 없이 봉투를 열었는데,
그 안에 담긴 건 많은 양의 백지였다. 받는 사람에 EKLIPSE 라고 적힌 것을 보아 어린 아이의 장난이라 여길 수도 있었지만,
편집부는 백지 속에 끼워진 진짜 편지를 찾아냈다. 악필에 철자가 많이 틀려 있어 읽기에 어려웠으나, 그 내용은 흥미를 끌만한 소재였기에
제보자를 만나기로 했다. 비록 그와의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지만 제보자에게 일어난 일을 감안했을 때 특종이 될 것이라 판단,
편지만이라도 각색하여 본지에 싣기로 결정했다.
- 편집장

커다란 상자

내가 기억하는 인생의 첫 장면은 아주 작은 창문이에요.
밖은 이상할 정도로 하얗고 창문의 윤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빛났어요. 가시 박힌 쇠 창살조차 보이지 않아서
마치 다른 장소에 있는 것 같았죠. 하지만 이내 다른 곳에는 가본 적도 없으면서,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음, 장소는 달랐겠지만, 결국 내가 있는 곳은 좁고 어두운 방 안, 아니면 실험실이었으니까요.

나는 링컨, 여기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수용소에서 태어났어요. 계속 여기 있었을지도 몰라요,
이 안에서 보는 풍경은 다 똑같아서. 나이는 몰라요. 시간은 알기 어렵거든요. 한 달에 한 번이라는 ‘검사하는 날’이 올 때마다
또 다시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는 걸 알 수 있는 게 전부였어요. 검사, 아, 그건 떠올리고 싶지 않아요.
당신들에게 중요한 이야기는 아닐 테니 넘어갈게요.

착한 사람

달라진 건 그 사람이 오면서부터였어요. 예전부터 여기 있었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걸지 않거든요.
하지만 론은 내게 말을 걸었어요. 이름을 물어봤고요. 아무도 내게 질문하지 않았지만 론은 나를 궁금해 해줬어요.
누군가와 말을 한다는 게 너무 어색하고 어려워서 나는 도망치기 일쑤였지만, 론은 나를 기다려줬어요.
도망치다가 아니면 벽 뒤에 숨었다가 돌아보면 론은 고개를 까닥까닥 하거나 발을 툭툭 치며 편하게 서 있었어요.
그러다 눈이 마주치면 웃었어요. 나는 점차 그가 곁에 있어도 괜찮아졌고, 대답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렇게 론을 만날 수 있는 산책하는 시간이 제일 좋아졌지요.

어느 날은 론이 나를 가만히 보고 있다가 한숨을 쉬면서 머리를 감쌌어요. 나는 그가 어디 아픈 게 아닌가 싶어서 걱정했는데
그는 화를 낼 것처럼 굴다가도 결국 내 머리를 토닥여 줬지요. 론은 자기가 착한 사람이 아니라고 했어요.
하지만 론은 나를 때린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내게 그렇게 잘해주는 사람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거예요.

틀어진 계획

론은 나를 데리고 곧 밖으로 나갈 거라고 했어요. 그리고 우리가 보게 될 것들에 대해 말해줬죠.
철조망 너머로 이어진 하늘이 얼마나 끝없이 펼쳐져 있는지, 그 아래 한 치의 틈도 없이 맞닿은 지평선을 가득 채우는
초록빛 물결이 얼마나 반짝이는지, 수풀 사이로 세상에서 가장 긴 노래를 부르는 노을 진 강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론은 모든 것이 아름다울 거라고 했어요. 세상 밖으로 가면, 틀림 없이 아름다울 거라고.

하지만 약속한 날에 우린 수용소에 있었어요. 한참이 지나도 론은 내게 나가자는 말을 하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부터 론이 화를 내기 시작했지요. 이상하다는 말과 이럴 리가 없다는 말도 했어요.
며칠을 그랬는데 그 날은 유난히 말이 없고 싸늘한 얼굴로 한참을 앉아 있었어요.

 “론, 괜찮아?”
 “아.”
 “론, 왜 그러는 거야?”
 “계획이 바뀌었어.”

론은 그 말을 남기곤 며칠 동안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을 만났어요. 누구를 만나는지, 왜 만나는지 내게 알려주지 않았어요.
그저 곧 여기를 나가게 될 테니까 기다리라고만 했어요.
그래서 나는 론의 말대로 혼자 기다렸어요. 항상 혼자 있었으니까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내가 틀렸어요. 나는 론이 오지 않는 날이 길어질수록 기분이 나빠졌어요. 가만히 있다가도 눈물이 나고,
론이 미워지기도 했어요. 론이 돌아오지 않았다면 정말 미워했을 거에요.

내게 돌아온 론이 말했어요. 이제 나가자고.

더스트 볼

론은 자신이 시키는 대로 하라고 했어요. 당연해요. 론의 말은 틀린 적이 없으니까요.
한참이나 빛의 방향을 살피던 론이 모래 파도를 일으켰어요. 철조망 밖에는 이미 커다란 모래바람이 있었지요.
모래바람은 론이 만든 모래를 집어 삼키고 엄청나게 커졌어요. 나는 론이 시키는 대로 거울을 만들었고,
모래바람은 늘어났어요. 론은 모래바람의 이름이 더스트볼이며, 내 능력으로 더스트볼을 많이 만들어낸 거라고 말해주었죠.
나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수용소는 모래바람으로 엉망이 되었어요. 여러 사람들이 그 혼란을 틈타 탈출했지요. 우리는 파수꾼 A라고 불리는
정체 모를 사람과 함께 나왔어요. 파수꾼 A는 까마귀 떼를 불렀고, 까마귀 떼는 길을 열어주듯 더스트볼을 따라 가며
우리 앞의 장애물을 모두 갈기갈기 찢어놨어요. 우린 그렇게 수용소와 멀어졌어요.
불안해서 뒤를 돌아볼 때마다 수용소가 점점 작아졌지요. 수용소가 보이지 않게 될 정도로 멀리 떠나왔을 때 파수꾼 A는
론에게 이후의 계획에 대해 물었어요.

 “당연히 처음 설계한 대로 움직여야지. 근데 그건 왜? 날 도운 뒤 내게 빚을 지우고 싶은 모양이지?
 하지만 네 도움은 필요 없어. 내가 세운 설계는 우리만으로도 충분하니까.”
 "우리의 형제가 된다면 더 빠르게 복수할 수 있어.”
 “포교 한 번 음침하네. 됐어, 믿을 게 따로 있지.”
 “후회할 거다.”

론은 파수꾼 A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이동하는 내내 그랬지요. 파수꾼 A가 하는 말이 어떤 건지는 몰라도
나는 론이 거절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가끔 파수꾼 A가 나를 보는 눈빛은 너무 무서워서 갈기갈기 찢길 것 같았거든요.

 “후회? 그딴 건 멍청한 놈들이나 하는 거야. 난 어디에 있든 그 자식들 혀를 빼물게 할 수 있어.
 놈들은 내가 도마뱀 꼬리처럼 잘릴 놈이라 생각한 모양인데, 난 머리야, 그 놈들을 다 물어 뜯어버릴 머리.”

각자의 길

우리가 지나는 길 너머에는 비명이 가득했어요. 아름다운 하늘도, 반짝이는 지평선도, 푸른 수풀 사이로 흐르는 강도 없었어요.
하지만 나는 론을 믿었어요. 론은 좋은 사람이니까 약속을 지킬 거라고요.
비명이 들리지 않게 되었을 때, 론은 걸음을 멈췄어요.

 “이제 각자 갈 길을 가는 게 좋겠어.”
 “군인들이 우릴 찾고 있어.”
 “쓸데없는 걱정. 어차피 저들은 너와 링컨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 내가 모래로 가리고 있었으니까.”

파수꾼 A는 다시 한 번 론을 설득했지만 론은 단호했어요.

 “다시 한 번 생각해봐.”
 “내게 다시란 없어.”

론의 대답에 파수꾼 A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고, 나는 그가 떠났다는 사실이 마냥 좋았어요.
지금도 나는 그가 떠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를 위한 일

파수꾼 A와 헤어진 뒤에 우리는 도시로 향했어요. 커다란 건물들이 하늘을 향해 솟아 있었죠.
론은 우리가 이곳에서 며칠 동안 지내야 한다고 말했어요. 우리의 첫 집은 낡고 어두운 곳이었어요.
그곳에서 론은 일을 하고 돈을 받아왔는데, 어떤 일인지 나는 몰라요. 론은 우리가 살기 위해선 돈이라는 게 필요하다고 했어요.
그 돈으로 우린 바다를 보고, 하늘을 보고, 강을 볼 수 있었어요. 이사도 자주 했어요.
낡은 집에서 잘 때도, 좋은 집에서 잘 때도 있었지만 어디든 내가 태어난 곳 보다는 좋았어요. 론이 있었으니까요.

 “링컨, 이제부터 나는 할 일이 있어. 그러니까 너는,”
 “같이 해.”

나는 론이 무엇을 하려는지 아는 것이 없었지만 헤어지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론을 붙잡았어요.
뭐든 시키는 건 할 수 있겠냐는 론의 물음에 고개도 끄덕였어요. 론은 조금 고민하다가 알았다며 내 손을 잡아주었죠.
그리고 앞으로 하는 일들은 모두 우리를 위한 거라고 했어요. 론과 나, 우리요.

필요한 물건

론은 자주 집을 비웠어요. 이유를 묻는 내게 완벽한 설계를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어요.
나는 설계에 대해 아는 것이 없지만 마냥 고개를 끄덕였죠. 그러면 론이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으니까요.
설계를 마친 뒤에는 커다란 건물로 향했어요. 밤인데도 번쩍거리는 예쁜 건물이었지요. 론은 능숙하게 건물로 들어갔고,
나는 그런 론의 뒤를 조심스럽게 따라갔어요. 그는 전혀 헤매지 않고 건물 안을 마음대로 돌아다녔어요.
복도를 지나 계단을 오르고, 또 다시 복도를 지났어요. 물론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았죠. 론이 원하는 건 높은 곳에 있었어요.
창 밖에 반짝이는 작은 불빛이 보일 정도로 높은 곳에서 론은 모래로 열쇠를 만들어 단단한 철문을 열었어요.
그 안에는 수많은 서류뭉치들이 있었지요.

 “이걸 복사해줘.”

빼곡하게 서류가 쌓여있는 박스를 가리키며 론은 내게 서류를 복사하라고 했어요.

 “론, 너무 많아….”
 “전부 할 필요는 없어. 이것들만 하면 돼.”

론은 서류 뭉치에서 몇 가지 서류를 찾아 꺼냈어요. 서류에 적힌 글씨를 모두 읽을 순 없었지만 나는 론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서류를 복사했어요. 론에게 꼭 필요한 물건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탈출

사실 우리는 쫓기고 있었어요. 도시에 들어온 이후부터 계속이요. 수용소에서 나를 찾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론은 자신을 쫓는 거라고 했어요. 나쁜 사람들이 비밀을 알고 있는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거라고 했죠. 나는 겁이 났어요.
론이 죽어서 내 곁에 없는 것이 무서웠거든요.

 “무서워할 필요 없어. 이제 곧 쫓기지 않아도 되니까.”

론은 서류들이 우리를 구해줄 거라고 했어요. 앞으로 두 가지 일만 더 마무리 하면 된다고요.
나는 복사한 서류를 품에 꼭 안은 채 론의 손을 잡고 미국을 탈출했어요.

구원요청

미국을 떠나 도착한 곳이 바로 여기예요. 지금 이 편지를 쓰고 있는 곳이요. 론은 내게 이곳은 안전할 거라고 했어요.
지금 론은 다음 계획을 진행하러 갔어요. 위험하기 때문에 나는 집에 있어야 한다고 했죠.
불안해 하는 내게 론은 돌아올 거라는 약속을 몇 번이나 해주었어요. 그리고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했지요.

 “돌아오는 날 반겨줘. 잘 다녀왔냐고, 그렇게 물어봐.”

나는 론에게 잘 다녀왔냐고 물어보기로 약속했어요. 그래서 지금 이 편지를 써요.
모르는 사람이 집에 찾아오면 편지를 쓰라고 했거든요. 봉투에 적어야 하는 것도 알려 주었어요.
집 앞에 우편함이 있다는 사실도 알려 주었지요. 사실 나는 조금 무서워요. 밤이면 모르는 사람들이 집 주변을 둘러봐요.
가끔 문을 두드리며 내 이름을 부르기도 해요.

 링컨 왓슨, 당신을 도우러 왔습니다.

그 때마다 나는 귀를 틀어 막고 커다란 거울로 가짜 문을 만들었어요. 그들이 나를 잡아가지 못하게요.
하지만 가짜 문을 아무리 만들어도 그건 나를 지켜줄 수 없어요. 무서워요.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론을 지켜줄 서류들도 모두 사라져요. 나를 만나러 와줘요.
론과 한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도와줘요.



링컨이 모르는 이야기

사막에 바람이 분다.

사막

가짜 서류들 속에 진짜 임무가 적힌 서류라니. 매번 이런 식으로 전달하지, 늙은이들.
임무 수행지가 미국인 건 나쁘지 않다.
지난 번에 설계한 사건의 사망자 수가 예상을 초과했다며 아프리카 오지로만 돌리던 회사가 드디어 정신을 차렸나.
임무는 간단하다. 대상자 접촉 후 수용소 밖으로 안전하게 이송할 것. 거동이 어려운 환자도 아니고 말귀를 못 알아듣는 어린애도 아니고,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긴 하지만 수용소에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 많은 건 아니니 찾아내는 거야 쉽지.


콜로라도 수용소 1

저 여자군. 인상착의, 능력 모두 일치해.
이거야, 이렇게 쉬워서야. 저 여자의 뭘 주목했길래 회사가 저 여자를 헤더 인더스트리로 인계하라는 거지?
능력이 얼마나 쓸모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가까이 가면 겁에 질린 사슴처럼 도망가는 주제에 호기심을 못 이기고 돌아보는 게, 꽤 재미있네.


콜로라도 수용소 2

멍청하게. 대체 뭘 보고 날 믿고 의지하는 거지? 내가 너에게 하는 말은 모두 거짓말이야. 진실을 말해줄 생각도 없어.
밖으로 나가자는 말에 굳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바라보는 멍청한 네게 그런 걸 말해줄 리가 없잖아? 그러니까 그렇게 쳐다보지 마.
새로운 세상이라도 보는 것처럼, 신이라도 마주한 것처럼. 그런 건 없으니까. 잘 들어, 링컨 왓슨. 널 때리지 않는다고 착한 사람인 거 아니야.
…알았다며 아이처럼 웃는 너를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콜로라도 수용소 3

빌어먹을!
처음에는 뭔가 차질이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작전 중에 종종 그런 일이 생기니까. 그래서 예외 상황에 대한 대처도 미리 준비를 해두었지.
그런 게 바로 좋은 설계고, 난 그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러니 지금쯤이면 연락이 왔어야 했다. 내 설계를 무시한 게 아니라면,
나를 배신한 게 아니라면.
실망? 슬픔? 늙은이들은 내게 그런 것을 기대했겠지. 그런데 이를 어쩌나? 나는 그런 별볼일 없는 놈이 아닌데.
너희는 잘못 건든 거야. 내가 회사를 위해 무슨 짓까지 했는데.
내가 설계한 작전으로 온갖 이득을 본 놈들이 나를, 로널드 힐을 소모품처럼 쓰다가 버려?
좋아. 그럼 나도 내 방식대로 하겠어. 다 엉망으로 만들어주지.


플로리다로 가는 길

음침한 자식. 난 이제 어디에도 속할 생각 없어. 그러니 이만 꺼져.


플로리다

나는 너를 왜 계속 데리고 다니는 걸까. 링컨, 네게 이용가치가 있을까?


뉴욕

워싱턴에서의 도박은 성공했다. 당연해. 내 설계가 실패할 리 없으니까. 증거도 확보했고, 이제 판을 흔드는 일만 남았군.
이 일에 제격인 여자를 하나 알고 있지. 가장 크게, 가장 확실하게 판을 흔들 수 있는 여자. 그 여자라면 제네럴도 움직일 수 없을 테니까.
그럼 이제 다음은 영국이군. 나무 위에 있는 도시를 보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지금처럼 펄쩍펄쩍 뛰며 좋아할까?
뭐든 론, 론, 하면서 나를 부르는 건 똑같겠지.


빌로시티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는 곳이야. 구질구질하고, 어둡고, 더럽고, 칙칙하고, 좋은 게 단 하나도 없어.
나 참, 웃기지도 않네, 내가 평생 살아왔던 곳이 이런 바닥인데.
그 치 떨리는 간판을 보고 반나절, 딱 그 정도 걸렸지. 영국진출? 제대로 물 먹일 수 있어서 아주 흡족했어.
특별할 것도 없이, 요즘은 어딜 가나 노동이 제일 큰 문제니까. 살살 긁어주면 반드시 부스럼이 생기기 마련이지.
현실을 알려주고 계획을 세워주고 증거를 심어주니 나머지는 쉽더군. 존은 참 쓸만한 녀석이었어.
내가 왔다는 걸 눈치 챘을 거야. 아니, 지켜보고 있겠지, 내 뒤통수에 총구를 겨눌 지도 몰라, 그 여자라면. 아주 오싹오싹한걸?
하지만 그 외에는 내가 지금 설계하고 있는 대로 흘러가겠지.
설계대로 모든 일이 끝나면 그 다음엔 사진 속 건물이 예뻐서 보고 싶다던 스위스에 가자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