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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lipse Vol.47 완벽한 후계자 정보제공자, 이클립스 편집부

2차 능력자 전쟁의 마지막 단락인 인형실 끊기 작전에서 시바 포가 노인의 액자를 가지고 사라졌다는 사실은 이미 다들 아실 겁니다.
시바 포의 마지막 목격자인 벨져 홀든의 말에 따르면, 액자를 가진 시바 포가 메트로폴리스로 향했다고 하죠.
평범한 인형사 노인이었던 안토니오 구마스의 힘과 욕망의 원천이었던 액자가 변덕스러운 시바 포의 손에 떨어졌다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한 사람들은 액자가 머나먼 땅에 있는 낯선 도시로 향했다는 소식을 듣고 공포에 떨기도 했습니다.

메트로폴리스는 저스티스 리그가 태동한 곳입니다. 현재는 미국을 대표하는 능력자 단체지만, 당시 저스티스 리그는 신생 단체에
불과했기 때문에 시바 포의 돌발 행동은 능력자 사이에서 한창 논란거리였습니다.
누군가는 저스티스 리그가 미국을 비롯한 능력자 세계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넓히기 위해 시바 포에게 액자를 가져오라고 의뢰한 것이란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죠.
시바 포는 바로 그날 밤 그런 의혹을 제기한 사람의 머리맡에 앉아 자신이 누군가의 지시를 따르리라 생각했다니 아주 불쾌하다고 경고했으며,
저스티스 리그의 케니스 하트는 정중하고 엄정한 성명을 통해 저스티스 리그는 액자와 일절 관계가 없음을 분명히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저스티스 리그가 액자를 확보했다는 소문이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시바 포가 액자를 들고 케니스 하트와
접촉했다고 주장하는 목격자가 나왔는데, 현재 저스티스 리그의 공식 입장은 없는 상황입니다.
아직 저스티스 리그의 이름이 낯선 분들도 이 흥미로운 상황을 즐기실 수 있도록, 이번 호에서는 멜츠 제약의 후계자로 더 유명한 케니스 하트와 함께
저스티스 리그를 창설한 사람 중 하나인 알렉산더 멘데즈와의 인터뷰를 전해드립니다.

케니스, 그리고 저스티스 리그

안녕하세요, 알렉산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당신은 케니스 하트와 함께 저스티스 리그를 창설한 사람 중 하나죠.
저스티스 리그는 지금 미국에서 가장 흥미로운 조직이에요. 저스티스 리그를 처음 만들었을 때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나요?

휴스턴 석유 도난 사건을 해결하고 연방정부의 인가를 받아 정식 설립했습니다.

긴장한 것 같네요. 알렉산더, 편하게 말해도 괜찮아요. 저스티스 리그가 휴스턴 석유 도난 사건을 해결한 건 정말 유명한 일이죠.
일간지에도 실렸으니까요. 우린 그 전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예를 들면, 당신이 케니스 하트와 처음 만났을 때라던가요.
케니스가 인터뷰를 해도 괜찮다고 말하긴 했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진 않아요.

충분하죠. 그거면 돼요. 자, 알렉산더. 거기에 당신의 생각을 조금만 보여줘요. 케니스 하트는 멜츠 제약의 후계자로 어릴 때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죠.
탄생의 순간부터 첫걸음을 뗀 일조차 모두 가십지 인기 소재였어요. 메릴랜드 선데이에 실린 기사는 아주 인상적이네요. 같이 보겠어요?
… “중등교육 수준의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여 긴 문장을 구성하는 등 또래보다 월등히 뛰어난 학업 성취를 보이다.” 세 살 때네요.
아래 멜츠 하트의 인터뷰도 있어요. “내 아들 케니스 하트는 나를 뛰어넘는 천재”라고. 하여간 옛날부터 …

괜찮아요, 제 눈치 볼 거 없이 말해요. 아니, 제가 말해볼게요. 정말 오만한 사람이에요. 그래서인지, 그에게는 적이 많았어요.
여기 피프스 데이즈에 실린 기사를 봐요. 원래 옐로 페이퍼로 악명이 높았지만, 이건 정도를 지나쳤죠. “능력 증폭제가 만든 케니스 하트.”
하트 부부가 완벽한 후계자를 얻기 위해 케니스를 임신했을 때 능력 증폭제를 사용했다는 내용이에요.
지금은 비능력자로 구성된 군에서도 능력 증폭제를 사용할 정도로 대중적인 약물이 되었지만, 출시 당시에는 능력자를 더 강하게 만들어준다며 악마의 피라고 불렀어요.
그런데 그런 능력 증폭제 덕분에 이렇게 잘생기고 뛰어난 아들을 얻었다고 주장한 거예요.
정말 저질이네요. 만약 그런 방법으로 케니스라는 존재가 만들어졌다면, 케니스가 이렇게 특별하진 않을 거예요.
케니스는 화려한 조명이 가득한 으리으리한 사교 행사장에서 샴페인 잔을 들며 건배사를 외치기도 하지만,
뒷골목에 아무렇게 쌓여 있는 나무상자 위에서 친구들과 스스럼없이 맥주를 들이켜기도 해요.
돈이 많고 적거나, 집안이 좋고 나쁘거나. 그런 건 따지지 않죠. 그냥 사람, 옳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 그것만 생각해요.
그런 건 누가 의도하고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만약 능력 증폭제가 그걸 가능하게 한다면,
세상은 지금과 많이 달라졌겠죠. 케니스는 똑똑하고 요리도 잘하고 또, 지붕도 잘 고치지만, 케니스의 제일 좋은 점은
자신이 가진 걸 다른 사람에게 베풀 줄 안다는 거예요.

진정해요, 알렉산더. 당신이 케니스 하트를 매우 좋아한다는 걸 잘 알겠네요. 너무 화내지 마세요, 피프스 데이즈는 대가를 치렀으니까.
하트 부부는 케니스와 그들 부부를 모욕한 이 지저분한 잡지사를 용서하지 않았어요. 그들은 피프스 데이즈를 즉각 고소했고,
뉴욕 최고의 법무 회사가 사건을 수임한 덕분에, 피프스 데이즈는 막대한 손해배상을 지불하고 결국 폐간되었어요.
케니스의 부모님이 케니스를 사랑한 것은 틀림없는 진실이죠. 그것만은…

맞아요, 하트 부부의 자식 사랑은 아주 유명하죠. 얼마 전 떠들썩했던 라이언 하트 사건을 봐도 말이에요.
하트 부부는 그들이 가진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라이언 하트에게 쏟아지던 스포트라이트를 전부 꺼버렸죠.
전도유망한 프로 선수의 경력을 끊어버린 메릴랜드 최고의 시한폭탄에게 동정 여론이 생길 수 있다니, 정말 놀라웠어요.
라이언은, 나쁜 애는 아니에요. 그 애를 본 적은 없지만, 케니스를 보면 알 수 있죠.
케니스는 집을 떠나 있어서 라이언이랑 가까이 지내진 못했지만, 항상 동생을 걱정했어요.
라이언이 사고를 당했을 때 케니스는 한창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던 시기였는데, 그게, 저스티스 리그를 구성하는 중이었거든요.
아무튼 그래서 메트로폴리스를 떠날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때 라이언 곁에 있어 주지 못한 걸 항상 미안하게 생각했어요.
부모님과 통화하면서 화내는 것도 자주 봤죠. 케니스가 그렇게 화내는 건 처음 봐서… 라이언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고…

그랬군요. 그때 이미 케니스 하트는 메트로폴리스 최고 유명 인사였죠. 뉴욕의 왕자님이 메트로폴리스에 등장했으니 다들 깜짝 놀랐을 거예요.
그때도 해군사관학교 활동복을 입고 다녔죠? 그런 행동을 어느 정치학자가 분석하셨더라고요.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중이라고요.
그런 의도가 없었다고 할 순 없겠죠?
케니스가 하는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어요. 다만, 그걸 그 정치학자라는 사람이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그럴 지도요. 알렉산더, 라이언 하트는 그때 그 사고 이후 모습을 감췄죠. 케니스 하트에게도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케니스 하트가 4살 되던 해였던 것 같은데, 자, 여기 뉴욕 프라이데이 기사를 보겠어요?
“케니스 하트, 돌연 칩거.” 와, 4살짜리 애한테 칩거라는 단어를 썼네요.

케니스 하트의 일거수일투족을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했는지 몰라요. 그런데 그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 거예요.
모든 자리에 아들을 대동하던 하트 부부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셋이 아니라 둘이 되었으니 모를 수가 없죠.
시선이 집중되고 아들의 행방을 묻는 이들이 늘어나자, 하트 부부는 아이의 정서를 위해 어른들만 있는 공식 석상에
아이를 데리고 오지 않기로 했다고 했어요. 그럴듯했죠.
그런데 소문이 돌기 시작했어요. 케니스가 모습을 감춘 뒤 하트 부부의 고용인 상당수가 퇴직하거나 장기 휴가를 받았다는 거예요.
케니스의 신변에 문제가 생겨 부부가 아이를 노출하지 않는 거라는 추측성 기사들이 쏟아졌어요.
아이에게 생긴 문제를 숨기기 위해 세상에서 감춘 거라고요.
멜츠 하트의 성격을 알고, 그가 케니스를 얼마나 자랑스럽게 여겼는지 아는 사람들은 소문을 사실로 받아들였죠.
여기, 얼마 뒤에 케니스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는 기사가 있네요.

맞아요, 기사가 쏟아진 뒤 얼마 안 가서 케니스 하트가 예전과 다름없는 모습으로 뉴 포트 카지노에 나타나
어머니와 함께 US 오픈 결승전을 관람했죠. 그때 입었던 어린이용 테니스복 세트가 다음 시즌까지 최고 인기 상품이었어요.
다행스럽게도 그 뒤로는 예전처럼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어른들의 파티에서 자리를 채우는 일들은 사라졌어요.
예전처럼 가십지에 연일 얼굴이 실리는 일은 없었지만, 여전히 그가 참석하는 행사나 그의 성과는 늘 화제였죠.
아, 이것 봐요, 여기 라이언이 막 태어났을 때 기사도 있군요. 참 화목해 보이는 가족사진이네요.
이 사진은 저도 본 적 있어요. “케니스가 혼자인 게 외로울 것 같아 동생을 계획하게 되었다.” 그럴 리가.
케니스가 자신이 외롭다는 이유로 동생을 원하는 일은 절대 없었을 거예요.
그래도 그 앤 라이언을 사랑했어요. 해군사관학교에 가면서 동생을 그 큰 집에 놓고 온 게 잘못이었다고 말하곤 했거든요.

그래요. 케니스 하트는 16살에 해군사관학교에 합격했죠. 정재계 주요 인사를 배출한 손꼽히는 명문에 최연소로 말이에요.
케니스가 정치학 전공을 선택했다는 건 그가 입었던 옷, 신발, 오늘의 헤어스타일 같은 것들과 비슷한 가십으로 소비되었어요.
사람들은 그가 멜츠 제약을 물려받거나 아니면 부모의 바람대로 정계에 진출할 거라고 예상했죠.
하지만 그에게 사건이 일어났죠?
학교에서 능력을 쓴 일 말이죠? 학생들이 학교 축제 무대에 너무 욕심을 낸 탓에 크기만 키운 무대가 갑자기 무너졌다고 들었어요.
케니스가 쏟아지는 자재를 모두 쳐내고 학생들을 구해냈지만, 그건 미담이 될 수 없었죠.

그럴 수밖에요. 보수적인 해군사관학교는 능력자의 입학을 허락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거든요.
그때 너무 능숙하게 능력을 사용했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그가 능력자인 것을 숨기고 입학했다고 주장해서 문제가 커졌죠.
네. 대단하신 학교 졸업생들은 학교를 압박할 능력이 충분했고요.

그분들에겐 학교의 명예가 곧 자신들의 명예기도 하니까요. 그 덕분인지 여론도 좋지 않았어요.
능력자의 재학 여부에 대해 해군사관학교의 입장을 밝히라는 요구가 계속되었죠.
논란 속에서도 케니스가 학교에 계속 다닐 수 있었던 건 동기들 덕분이라고 했어요.
그때 목숨을 구했던 친구들뿐 아니라 케니스의 선, 후배 할 것 없이 모여 그를 내쫓는다면 자신도 그만둘 거라고 연대했대요.

하지만 결국 케니스 하트는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죠.
네, 본인은 자퇴 신청을 했는데 어머니가 너무 간곡하게 부탁해서 휴학하는 거로 합의했대요.
하지만 그가 다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거예요.

저런, 해군사관학교는 여전히 그의 복귀를 기다리며 유례없는 휴학 상태를 유지해 주고 있는 모양인데, 이 기사가 나가면 많이 아쉬워하겠어요.
학교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이제 진짜 궁금한 걸 물어볼게요.
휴학한 뒤, 그는 왜 하필 메트로폴리스로 온 거죠? 혹시 그때부터 시바 포와 접점이 있었던 건가요?
시바 포와는 관련이 없어요, 그건 확실하게 말할 수 있어요.
그가 메트로폴리스로 온 건 당연하죠. 사막 한가운데 신기루처럼 갑자기 나타난, 미국 내 제일 유명한 능력자 도시니까요.
케니스는 능력자들이 문제가 생겼을 때 기댈 수 있고,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지길 원했어요.
메트로폴리스보다 그의 뜻을 펴기 적합한 곳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우리가 하려는 일은 능력자를 위한 일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사람을 위한 일이에요. 능력자도 사람이니까요.

액자의 힘을 빌린다면 그의 뜻을 더 빨리 펼칠 수 있겠군요.
우리 문제는 우리가 해결하는 게 원칙이에요. 케니스는 액자를 경계했어요. 그건 사람이 감당하기엔 너무 위험해요.

그렇군요. 이거 정말, 놀라울 정도로 올바른 사상가로군요. 알렉산더, 당신은 어떤가요?
액자의 힘이 당신들에게 틀림없이 큰 도움이 될 텐데요. 저스티스 리그 내부에 액자를 이용하자는 목소리가 없었나요?
모두가 액자가 위험한 물건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미지의 힘에 기대지 않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겁니다.

저스티스 리그가 액자를 이용하려는 의도가 없다 하더라도 시바 포는 액자를 들고 메트로폴리스로 와서 케니스 하트를 만났죠.
혹시 시바 포의 의도가 뭔지 알고 있나요?
그걸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다만, 다른 누군가에게 액자를 넘길 생각은 전혀 없다는 건 확실해요.
사람들이 액자에 관심을 가지는 한 액자는 시바 포의 액세서리가 될 겁니다.
우리도 시바 포가 메트로폴리스에 위험을 불러오는 게 아닌지 걱정했어요. 하지만 시바 포를 만나고 온 케니스가
차라리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서 이용당하게 두는 것보단 시바 포가 액자를 계속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어요.
우린 거기에 동의했고요.

알렉산더, 오늘 당신은 진실하고 성실하게 인터뷰에 응해줬지요. 그렇다면 마지막 질문에도 당신의 진실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최근 시바 포와 케니스 하트가 다시 만났다는 제보를 입수했어요.
시바 포와 케니스 하트가 메트로폴리스의 밝은 조명이 비치지 않는 아주 어두운 뒷골목에서 단둘이 만났죠.
이건 뭘 의미하는 거죠?
오늘 인터뷰는 이 질문을 위해서인 것 같네요. 우선 우리가 여러분, 그리고 비능력자들과 다르지 않다는 걸 말하고 싶어요.
저스티스 리그 내부에서도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들에게 했던 말 그대로 답하고 싶어요. 달라진 것은 없다.

그건 액자의 소유권을 말하는 건가요?
뭐든지. 달라진 건 없어요. 그저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이기로 한 것뿐이에요. 우리는 언제나 액자를 위험하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어요. 저스티스 리그는 절대 액자를 이용하지 않을 겁니다. 시바 포가 메트로폴리스에 도착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우린 계속 액자를 지켜보는 위치에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