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lipse Vol.7 가문의 운명 그의 일기 His Diary
6월 5일
그가 찾아온 건 어스름이 짙게 젖어 드는 저녁이었다.
단 둘이 만나는 건 처음이다.
먼저 침묵을 깬 건 제레온 프리츠, 크리스티네의 아버지다.
내가 인사를 건넬 틈도 없이 도와달라는 그의 말이 비집고 들어온다.
처음으로 검으로 단련된 그의 거친 손이 떨리는 것을 보았다.
귀찮은 일이 생긴 것 같다.
6월 13일
그가 말한 대로 다음 왕위에 오를 황태자가 살해 당했다.
그날 그의 부탁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지만 이야기를 듣고 일순간의 고민 없이 마음을 정했었다.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자칫하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기에
7월 15일
프리츠 가문. 그들은 언제나 특별했다. 최고의 권력을 가졌고 선택은 언제나 탁월했다.
불리한 조건에서도 패배한 적이 없었다. 그들은 존경을 받았고, 모든 부분에서 완벽했다.
하지만 그건 거짓이었다.
가문의 명예와 존속을 위해 자식을 제물로 바치는 일그러진 초상.
이것이 그들의 실제 모습이었다. 그들은 안타리우스의 “실험체”였다.
프리츠 가문의 여자들은 남자만을 잉태했으며 그들은 모두 빛나는 은발의 머리를 가지고 태어났다.
그리고 모두 사이퍼였다.
안타리우스가 그들을 실험체로 선택한 이유가 바로 능력자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는 프리츠 가문의 특징 때문이었다.
그들에게 프리츠 가문은 절대 놓칠 수 없는 매력적인 먹잇감이었다. 냄새를 맡은 그들이 가문을 찾았고
거역할 수 없는 무서운 거래가 이루어졌다. 그들은 암묵적으로 승인하면서 운명을 받아들였다.
제레온 경은 크리스티네가 태어나자 가문의 운명을 바꿔야겠다고 결심한다.
실험체가 겪어야 하는 극한의 상황.
고통을 참기 위해 수 천 번 깨문 입술은 너덜거리고, 차가운 바닥을 긁는 손톱은 모두 빠진다.
운명을 부정하며 내짓는 머리에 피가 흘러 눈을 뜰 수 없다. 온 몸의 핏줄이 부풀어 오른다.
스스로 죽여달라고 외치는 참혹한 시간. 절대 그녀에게 줄 수 없다.
그는 딸을 지키기 위해 실험체로서의 운명을 수행하면서 완벽한 하수인이 되어 그들의 비위를 맞췄지만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들이 그녀를 원한다.
7월 16일
대답을 전하려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상관 없다.
그도 이미 내 대답을 알고 있었으리라.
7월 18일
그녀가 눈치를 챈 것 같다. 제레온 경과 만난 것을 추궁했다.
좋지 않은 상황. 한참 침묵이 흘렀다. 결국 그녀가 먼저 말을 꺼냈다.
누군가가 찾아와 아버지의 목숨과 자신의 운명 중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지를 물었다고 했다.
눈빛을 보니 그녀는 이미 선택을 끝낸 것 같다.
7월 19일
시간이 되었다. 일어나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