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lipse Vol.15 두 개의 기록 제레온의 환자 상담 기록과 로리아노의 일기에서 발췌
첫 번째 기록 (제레온 프리츠의 상담 기록1) 첨부)
6월 3일
그녀를 만나 이제 프리츠 가문은 실험체 역할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여자는 내 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말하려 했지만
어떤 말이 이어질지 알았기에, 서둘러 내가 그 말을 대신했다.
“계약을 파기한 대가는 내가 모두 받겠다.”
그녀는 나를 쳐다보더니 대답했다.
“좋아. 그럼 작별 인사는 좀 근사한 곳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나누자고. 후후후후. 후후후후.”
기분 나쁜 웃음 때문인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6월 5일
호위대원들에게 황실의 보안을 더 강화하라는 명령을 하달했다. 그리고 딸을 부탁하기 위해 홀든가를 찾았다.
6월 9일
황태자비가 찾아왔다. 그녀는 한참을 머뭇거렸다.
황태자비는 내게 황실의 명예를 지키겠다는 다짐을 받아낸 뒤, 황태자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목소리, 얼굴 모든 것이 변함 없지만 느낌이 다르다고……. 느낌이 다르다? 그건 무얼 의미하는 것일까?
황태자비를 안심시킨 후 황태자를 만나러 갔다. 황태자의 모습은 내가 아는 황태자와 완벽하게 일치했다.
그가 자신의 펜을 떨어트리지 않았다면 끝까지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내게 펜을 건네 받으며 보인 눈빛은 황태자의 것이 아니었다. 내가 그를 주시하자 황태자가 웃기 시작했다.
황태자의 웃음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웃음. 나의 주군은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대관식 전까지 모든 것을 제자리로 되돌려야 한다.
6월 12일
그녀를 찾았지만, 그녀는 내 행동을 예상이라도 한 듯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녀의 무리는 이미 사회 각 계층에 침투하여 상당한 발언권을 획득하고 있다.
그들에게 등을 돌리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였던 것일까?
그 날 이후, 날 쫓아다니는 특별한 눈이 있었다.
불안한 기운이 엄습했지만, 내가 지켜야 할 것이 아직 남아있기에 포기할 수 없었다.
6월 13일
그녀를 찾았다.
“말 했잖아. 작별인사는 근사한 곳에서 할 거라고!”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짜증 섞인 말을 내뱉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같이 대관식에 가는 건 어때?
아차차, 우리 손을 더럽히지 않고, 진짜 황태자를 처치하게 되었는데, 고맙다는 인사를 잊어버렸네.
프리츠 가문은 우리가 보잘것없는 존재였을때부터 우리의 훌륭한 조력자였는데, 이런식으로 헤어지게 되다니. 마음이 아파.
근데 어쩌지? 이제부터 시작인데. 너희의 탐욕이 얼마나 엄청난 일을 저질렀는지.
프리츠 가문이 어떻게 몰락하게 되는지 잘 지켜봐.”
함정이다. 빨리 로리아노에게 가서 사실을 전해야 한다.
6월 14일
모든 것이 끝났다.
이 곳은 어디인가?
갑자기 눈 앞에 펼쳐지는 끔찍한 광경.
‘로리아노, 멈춰! 그 분은 진짜 황태자다.’
내 말은 산산조각이 난 채로 공허하게 사라져 로리아노에게 닿지 않는다.
‘이건 거짓이다.’
내 앞에 펼쳐진 장면이 심하게 흔들린다.
사각 틀 뒤에서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긴 채 세상을 조롱하는
편향된 눈으로 세상을 불의에 빠지게 하는
이미 기울어진 정의로 정의의 기준을 말하는 그들……
나는 나를 잃었다가 다시 내가 된다.
머릿속이 혼미해진다.
두 번째 기록 (로리아노 프리츠의 일기)
…
그들의 뜻을 거역하고 운명을 바꿀 수 있으리란 생각은 감히 하지 못했다.
거부하면 최소한 보장되던 이 작은 평화도 깨질 것이다. 우리에겐 선택의 기회가 없었다.
6월 4일
프리츠 가문에 딸이 태어나면서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했다.
가문의 모든 사람이 불길한 조짐이라며 두려워했지만, 오히려 형은 가문의 운명을 바꿀 기회라고 했다.
어렸을 때 형은 내게 늘 말했다.
“로리아노, 무서운 일이 일어나면 언제든 내 뒤로 숨어라.”
내가 해야 할 일이 정해졌다.
행여나 훗날 이 선택으로 좋지 않은 결과가 생긴다 해도, 처음으로 내 운명을 스스로 결정한 것이니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6월 9일
제레온 경이 찾아왔다. 그는 내게 황태자가 사라졌다고 했다.
혹시나 자신이 대관식까지 황태자를 찾지 못하면, 황태자의 모습을 한 자를 처단하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전갈을 보낼 때까지 어떤 연락도 취하지 말라고 했다.
6월 13일
그 날이 되었다. 형에게선 끝내 아무 연락이 없었다. 나는 가짜 황태자를 처치하기 위해 대관식이 열리는 장소로 갔다.
행사장은 철통 같은 보안이 이루어졌지만 검의 형제 기사단원이 나를 도왔다.
나는 황태자에게 칼을 겨누었다. 모든 것을 끝낸 내 옆에 망연자실한 표정의 형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일이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1) 환자 제레온 프리츠의 상담 기록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법으로 규정된 비밀누설금지 조항에 따라 외부 반출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