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lipse Vol.34 끝 없는 여행 정보제공자, 레오 디아스 (지질학자, 근력능력자)
지난 11월 12일 이른 새벽, 아르헨티나의 안데스 산맥 남쪽에서 리히터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했다. 다행히 진원지가 도심과 멀리 떨어진 곳이어서 인명 및 재산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편, 근처를 탐사 중이던 지질학자 다섯 명이 지진으로 인한 산사태로 위기에 처했으나, 동료 지질학자인 레오 디아스(29세)의 도움으로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 레오 디아스는 강한 각력을 가진 능력자로 …<11월 16일 기사 발췌>
- 본 이클립스는 레오 디아스와의 인터뷰를 토대로 각색한 내용임을 밝힙니다. -
- 본 이클립스는 레오 디아스와의 인터뷰를 토대로 각색한 내용임을 밝힙니다. -
디아스 남매
지난 11월, 산사태가 일어나자 홀로 비능력자인 지질학자 4명을 구해 화제가 된 레오 디아스를 만나기 위해 지구 반대편의 아르헨티나로 향했다.
그를 만나기 위해 찾은 비에드마에서는 레오 디아스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가 동료 학자를 구한 일로 유명해진 것은 아니었다.
그는 젊은 능력자이며 장래가 유망한 지질학자였고, 최근 그의 활약은 아르헨티나라는 배경을 생각했을 때 놀라울 정도의 지지와 호감을 더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비에드마에서 유일하게 동양인 가족을 가지고 있었다.
레오는 5남매 중 맏이로 자랐다. 아버지는 전 세계를 돌아 다니는 무역상사의 항해사로 아주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양친과 5남매가 먹고 사는데
걱정 없는 정도였다고 한다. 남매는 모두 일본인 어머니 아래에서 유도를 배웠는데,
인종과 능력자에 대한 차별이 심한 아르헨티나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어머니의 권유에 따른 것이었다고 했다.
그 중 레오와 그의 막내 여동생 에바는 다른 형제보다 더욱 빠르게 기술을 습득했다.
그것이 5남매 중 그들만이 능력자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타고난 기질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이 특별한 것은 확실했다.
에바는 자신을 본명 대신 디바라고 불러 달라 했는데 그만큼 격투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
레오는 웃으면서 ‘그 땐 그 애가 어렸어요,’ 라고 덧붙였다.
남매의 여행
“외할아버지께서 많이 보고 싶어 하신단다.”
스무 살이 되던 해 레오의 어머니가 문득 말을 꺼냈다.
레오가 막 걸음마를 뗄 즈음 아르헨티나로 건너온 뒤에 한 번도 만날 수 없었던 외할아버지는 첫 손자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고 한다.
레오는 가족들 중에서는 첫 번째 능력자였고, 결코 기껍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도 외할아버지는 능력자에 대한 거부감보다
또래보다 빨리 걷는 손자를 기특하게 여겼을 뿐이었다.
일본에서 하나의 문파를 이끌고 있는 외할아버지에게 정식으로 유도를 배워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권유에 레오는 고민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갈래! 데려가 줘! 오빠, 나 두고 가면 안 돼?”
“에바, 넌 아직 어려. 일본까지는 아주 멀다고.”
“알아. 하지만 오빠가 할 수 있는데, 나는 왜 안 돼? 나도 갈 거야, 나도 갈 거야!”
곁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에바의 애원을 이기지 못한 레오는 자길 한 번이라도 이겨보라고 조건을 걸었고, 1년을 기다려 함께 일본으로 떠났다.
1년은 에바가 레오를 업어 매치기까지 걸린 시간이었다.
그렇게 남매의 첫 여행이 시작되었다.
일본으로 가는 길은 멀었지만 레오는 어머니에게서 배운 유도에 자신감이 있었으며 어린 동생을 지킬 각오 역시 되어 있었다.
레오와 에바는 항해사인 아버지의 도움으로 일본에 도착한 뒤 2년 정도 외할아버지의 문파에서 정식으로 유도를 배웠다.
에바의 성장은 눈부실 정도였고, 외할아버지는 처음 만나는 손녀의 재능과 잠재력에 매우 흡족해 했다. 유도에서 만족할 만큼의 성과를 거둔 둘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일본을 떠났다. 하지만 그들은 어른들의 생각과 달리 아르헨티나로 바로 돌아갈 마음이 없었다.
‘러시아에 강한 무도가가 있다는 소문이 있어.’
배 위에서 들은 소문 하나를 믿고 시작한 레오와 에바의 여행은 러시아에 이어 브라질까지 이어졌고,
남매는 유도뿐 아니라 삼보, 주짓수 등 다양한 무도를 배워 아르헨티나로 돌아왔다. 일본으로 떠난 지 4년 만이었다.
끝나지 않는 여행
그들의 여정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비록 몸은 아르헨티나로 돌아왔지만 레오와 에바에게 무도는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여행이었다.
그들의 경험과 생각은 여전히 세상을 향해 있었고 더 강하게, 더 새롭게 나아가고자 했다.
끊임없이 연구를 거듭한 레오와 에바는 자신들이 배운 무도들을 접목시켜 그들만의 무도를 만들었고, 그것을 각자의 능력에 맞춰 개량했다.
남매의 강한 신체 능력은 일반인이 이룰 수 없는 경지까지 그들을 이끌었다. 아니 어쩌면, 비능력자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들은 단순히 파괴하거나 부수는 것을 뛰어 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힘들이지 않고 손을 뻗어도 강한 충격을 줄 수 있었고
묵직한 발차기를 하면서도 몸은 가벼워서 허공을 밟고 도약할 수 있었다. 특히 다양한 기술을 끊지 않고 사용하는 것은 에바의 주 특기였다.
“절대 틈을 주지 마, 에바. 계속 이어나가. 장소를 네게 유리하게 만들어!”
“응! 잘 알고 있어!”
에바는 한 번 잡은 적을 쉽게 놓는 법이 없었다. 그녀는 자신보다 큰 레오를 상대로 자신에게 유리한 곳까지 끌고 가는 법과
수플렉스와 같은 기술을 연거푸 사용하여 상대에게 큰 타격을 주는 방법을 연마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의 기술은 정교하고 부드러워졌고,
기술을 성공하는 횟수가 늘어났다. 레오는 에바가 네 번 연속 기술을 사용했을 때 지른 환호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 여정에 끝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치지 않고 나아갈 수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도운 덕분에 이룰 수 있었던 일이었다.
제겐 에바가, 에바에겐 제가 있어서 가능했죠.
모험가 에바
자신들의 능력에 맞춰 새로운 무도를 만들어낸 레오와 에바는 이후 각자의 삶을 찾아갔다.
레오는 아르헨티나의 지질을 연구하는 지질학자로, 에바는 알려지지 않은 지역을 탐사하는 모험가로.
그들의 일은 서로 비슷한 점이 있었지만 다르기도 했다. 마치 그들이 이루어낸 무도의 경지 같았다. 뿌리는 같았지만
어떤 기술을 배워도 완벽하게 마스터할 때까지 연습에 연습을 했던 레오와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경지에 목말라 했던 에바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면이기도 했다.
밀림에서 빙하까지, 살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탐사를 시작한 에바는 이윽고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길 바랐고,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혼자만의 첫 모험을 시작할 수 있었다. 아르헨티나를 벗어난 그녀는 새로운 지역에 도착할 때마다 부모님과 레오에게 잊지 않고
짧은 감상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
라이베리아, 모로코, 포르투갈, 이탈리아, 프랑스…….
아프리카를 크게 관통하여 유럽으로 진입한 그녀가 영국 포트레너드의 디미스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필연이었다.
디미스트는 울창한 숲과 짙은 안개가 철저히 사람의 출입을 가로막는 곳. 그 숲은 일부 개발되어 부유한 자들의 별장 터가 되기도 했고
사람들의 방문이 잦은 번화한 시가지까지 지척인데도,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어느 종교단체의 비인도적인 실험이 이루어졌다는
음험한 연구소가 있을 정도로 세상과 단절되어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났다는 나무 위 도시의 전설과 아직까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신비한 숲이 에바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큰오빠, 여긴 지금까지 가본 곳과는 전혀 다른 곳이라는 확신이 들어.
포트레너드에 도착한 에바는 디미스트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그녀의 기대감을 말리지 못한 것이 레오의 가장 큰 실수였다.
“제가 그때 그 아이를 말렸다면 지금쯤 여기에서 같이 인터뷰를 할 수 있었겠죠? 하지만 저는 에바를 말릴 수 없었어요.
에바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든지 하게 해주고 싶으니까요.”
손때 묻은 편지를 정갈하게 접어 서랍에 넣으며 레오는 웃었다.
디미스트의 방문자
농도 짙은 안개가 가득한 디미스트는 위험하다는 이유로 출입이 제한된 지역이었다.
디미스트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관리자인 헬리오스 회사의 허가가 필요했고, 에바는 출입 허가를 받기 위해 몇 번이나 회사를 방문했다.
하지만 그녀는 위험 지역이라는 이유로 연거푸 출입을 거절 당했다.
나에겐 너무 위험한 지역이라며 출입을 거절 당했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그래서 오늘 그냥 들어가보려고 해. 걱정하지 마. 난 강하니까.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 곧장 편지할게.
그래서 오늘 그냥 들어가보려고 해. 걱정하지 마. 난 강하니까.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 곧장 편지할게.
에바는 회사의 거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새벽에 디미스트로 향했다.
출입 제한 지역을 안내하는 경고문과 경계선은 에바의 향동을 막기엔 너무나 초라한 것이었다.
경계 밖에서 봐도 이미 농도가 다른 안개가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아 사라져가는 길 위에서 마치 숲을 먹어 치우듯 도사리고 있는데도
에바에게는 그것이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는 입구로 보였을 것이다. 길이 없는 곳으로 걷고 가로 막힌 곳을 뚫고 지나는 것이야 말로
에바가 가장 기쁨을 느끼는 것이었다. 경계를 넘어 디미스트 내부로 진입한 에바는 한치 앞도 보기 어려울 정도로 가득 차있는 안개 속에서도
거침없이 울창한 나무 사이를 지나갔다.
그것은 그녀의 강한 신체 능력에 아르헨티나의 다양한 지역을 탐사하면서 얻은 노하우가 더해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회사와 에바
안타깝게도 에바가 디미스트에 진입한 것은 확실했지만 숲 어디까지 도달했는지, 무엇을 발견했는지에 대한 것은 알려진 게 없다.
그녀가 디미스트에 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디미스트 삼림감시원이 헬리오스에 지원을 요청했다고 한다. 헬리오스는 디미스트 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니 즉각 출동하였을 것이고, 큰 충돌이 없었던 것으로 보아 아마 순순히 검거되지 않았을까 한다.
과연 그녀는 무엇을 보았던 것일까?
그게 무엇이든 그녀가 디미스트로 다시 향할 이유로는 충분했던 것 같다.
레오는 에바가 디미스트 진입 후 보냈다는 짧은 편지를 보여주었다.
큰오빠. 한 회사의 도움을 받아 디미스트를 조사하기로 했어. 그래서 한동안 못 돌아갈 것 같아.
편지에는 그녀가 여전히 디미스트 탐사에 대한 의욕을 버리지 않고 있으며, 그것과 관련하여 회사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인터뷰 당시 레오는 에바가 언급한 회사가 헬리오스임을 모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