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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lipse Vol.45 어린 천재 정보제공자 : 자카리 라마레 (전직 군인, 비능력자)

애초에 비능력자가 능력이란 걸 이해하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천재는 아마 같은 천재여도 이해하기 어려울 거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과 행동을 따지고 분석하려 들지 않으면, 천재는 그냥 우리 주변의 사람일 뿐이다.
나는 누구보다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천재를 한 명 알고 있다.
어지간히 규율에서 벗어나 있다는 소릴 자주 들은 나지만, 그런 나조차도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예사롭지 않은 사고를 치는 녀석이다.
손이 많이 가고,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걱정을 끼치는 녀석이 갑자기 세상을 구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시간이 어쩌고 하는데 그건 잘 모르겠고, 어쩌겠어? 평소처럼 우리 어린 천재께서 하고 싶으시다는 일은 다 하도록 도와드려야지.

에디데이의 딸

전쟁의 소음과 냄새는 익숙했다. 그곳에서 나는 많은 걸 잃고 또 얻었다. 따지자면, 잃은 게 더 많아서 손해였다.
미리 알았더라면 아예 전쟁 같은 건 나가지도 않았을 거다. 내 전우들을 만날 수 없다는 게 딱 하나 아쉬운 점이지만,
세상 살다 보면 꼭 만났을 것 같은 친구들이다. 언젠가는 만났을 것이다.
특히 에디데이는 전쟁터에 어울리지 않는 녀석이었다. 가끔 꾸는 꿈속에서 에디데이는 항상 웃고 있었다.
목소리가 크고 와하하, 하는 소리를 내며 웃는 친구였다. 하지만 그 꿈도 이제 끝이었다. 다른 전쟁터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번개와 검은 불꽃, 디시카에서의 전쟁은 내가 본 전쟁 중에 가장 지옥과 가까운 모습이었다. 부처의 왼손에 붙잡혀 죽기 직전에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대신, 품에서 폭탄을 꺼내든 에디데이의 마지막 모습은 처참했다. 웃던 얼굴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전쟁이 마무리되고 우리는 에디데이의 딸, 에밀리를 만나야 했다. 그때 에밀리의 얼굴은 그전에도, 후에도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쬐깐한 주제에 제 아빠를 닮아 큰 소리로 웃으며 달려 나오던 어린아이는 없었다. 우리가 에디데이의 시신과 함께 도착했을 땐
이미 에밀리가 모든 장례 준비를 마친 후였다. 심지어 에디데이의 공장도 나쁘지 않은 조건으로 처분했고,
장례식에 찾아온 공장 직원들에게 그동안의 임금에 약간의 돈을 덧붙여 나눠주며 자기가 아직 어려 일자리를 지켜드리지 못했다고 사과까지 했다.

전혀 회복하지 못한 건 카인 쪽이었다. 자신의 실수로 기만만 남은 연인 관계에 그 연인의 실종, 더불어 각별했던 전우들을 잃기까지 했기 때문이었다.
여태껏 그래왔던 대로 카인은 또 후회하며 죄책감의 굴레 안에 기어들어 갔다. 수많은 죽음의 책임을 안고 있는 주제에 카인은 에밀리에게도
앞으로의 삶을 돕겠다고 했다. 지나 잘할 것이지, 내 죄책감에 카인을 향한 못 미더운 마음이 더해져서 나도 돕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에밀리는 우리의 제안을 거절했다.

“아저씨, 전 괜찮아요.”
“하지만 에밀리, 앞으로 생활하려면 필요한 게 많을 거야. 돈이나……”
“아빠가 절 위해 준비해주신 게 많아요. 그것만 있어도 충분해요.”

자세히 보니 에밀리의 눈가는 여전히 붉었다. 하지만 가엾다거나 연약하다는 인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이 애는 정말 단단하다.
시련 앞에서 자신을 부숴가며 맞서는 카인이나, 어떻게든 피하려고 몸을 돌리는 나하고는 전혀 달랐다. 에밀리는 확실히 에디데이의 딸이었다.

좋게 끝나는 전쟁은 없다

에디데이가 파랗게 질린 건 딱 한 번 봤다. 전쟁이 끝나갈 무렵 나는 전역이냐, 탈영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
부모님의 사망 이후에 내 숨통을 조이는 가문의 책임이 싫어서 전쟁에 뛰어들었는데, 군대의 매일은 항상 똑같아서 전투가 일어나지 않으면 지루했다.
전쟁을 끝내기 위해 협상에 영향을 끼칠 만한 작전들이 중지되고, 목숨을 위협하는 요소가 사라지니 연금 액수가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외부의 적과 싸워 전공을 얻지 못하게 된 멍청이들은 아주 작은 전공이라도 자신의 몫을 차지하기 위해 내부로 눈을 돌려 적을 찾기 위해
아등바등하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 역시 전쟁이 없는 군은 나와는 맞지 않았다.
그러니 조금만 더 참고 그만두던가 지금 당장 그만두던가 어느 쪽이든 하나를 선택해야 했고, 동료 중 일부도 하나둘 선택하기 시작했다.
카인만이 예외였다. 카인은 전쟁 중 활약을 인정받아 본국의 새로운 부대로 영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답답하기만 한 군대가 뭐가 좋다고. 뭐, 그 녀석은 타고난 너구리, 아니 지휘관이니까, 외부의 적이든 내부의 적이든 다 아우를 수 있겠지.
나는 카인의 소식을 들고 같은 부대에 있던 에디데이를 찾아갔다. 며칠 전까지 연금을 두고 고민하던 에디데이는 편지를 읽고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로 말이다.

“에드워드?”

처음 보는 모습에 나까지 긴장해서 그를 이름으로 불렀다. 갑작스러운 부름에 놀랐는지 에디데이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그는 넋이 나가 있었다. 에디데이? 어깨를 흔들며 다시 부르자, 정신을 차린 듯 에디데이가 말을 더듬으며, 당장, 당장 전역해야겠다고 뛰쳐나갔다.
조금만 더 채우면 그렇게 고민하던 연금의 앞자리가 달라지는데? 하지만 무슨 일이냐고 물을 새도 없이 에디데이가 신음하듯 울부짖었다.

“자카리, 나, 고향으로 돌아가야 해……”

내게 대답하는 에디데이의 손이 벌벌 떨리고 있었다. 그가 죽을 뻔했을 때도 본 적 없는 모습이었다.
연합군이 함께 참여하는 작전에서 알게 된 에디데이는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부대원 모두와 친구가 될 정도로 친화력이 좋은 녀석이었다.
수다스러웠지만 우는소리는 하지 않아서 근처에 있으면 꽤 심심하지 않았다. 종종 아내 사진을 보여주며, 어린 시절부터 같은 마을에서 자란
첫사랑과 결혼한 자신이 이 전쟁의 최고 승리자라고 자랑하곤 했다. 그럼 주변에 있는 녀석들이 야유하거나, 애인을 두고 참전한 블레이크처럼
돌아가자마자 청혼할 거라고 외쳐댔다. 무뚝뚝한 카인마저도 은근 부러워하는 것 같아서 그런 부대원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런 날이 반복되던 어느 날, 작전을 마무리하고 본진으로 돌아가던 길에 우리는 기습을 당했다.
위험해!
카인이 알아차리고 두어 사람 건너에 있던 에디데이를 밀쳤다. 에디데이가 서 있던 자리에 근처에서는 볼 수 없는 기이한 덩굴이 솟구쳤다.
능력자의 짓이었다. 덩굴이 목표를 잃고 멈칫하는 사이 카인이 재빠르게 총을 들어 목표를 찾았다. 그리고 수풀 사이에 숨어 있던 능력자를 향해
정확히 세 발의 총을 쐈고, 뒤이어 날카로운 비명이 들렸다. 나무 사이를 맴돌던 비명과 세 번의 총성이 사라질 때쯤 힘을 잃은 덩굴이 바닥에 널브러졌다.
식물 능력자는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무섭다.

곧바로 방어 태세로 전환하여 주변을 경계하던 부대원들이 이상 없음을 보고했다. 카인은 빠르게 귀대하기로 하고 대열을 정비했다.
에디데이는 그때까지 넋이 나간 채 바닥에 앉아 있었다. 정신 차려, 하고 에디데이를 흔들어 일으키는데 그가 일어서면서 흐느끼기 시작했다.
자신만 기다리는 아내, 전쟁 중에 태어나 얼굴도 못 본 아이를 위해서라도 죽어서는 안 되는데, 카인이 자신을 구했다며 오열했다.
케이틀린의 남편과 에밀리의 아빠를 구했다고 고맙다고 울었다. 놀랍게도 코끝을 훔치지 않는 건 나와 카인뿐이었다.

“아내가 많이 아프대. 내가 아내 곁에 있어 주질 못했어. 애가 혼자 있는데, 에밀리가 혼자 있을 텐데…!”

죽을 뻔했을 때 애처럼 울었던 에디데이는 30분쯤 후부터 카론과 주사위 내기에 이겨서 돌아왔다고 뻐겼다.
그랬던 녀석이 벌벌 떠는 모습을 보니 보통 위급한 일이 아니다 싶었다. 에디데이는 그 길로 퇴역 절차를 밟았다.
배웅하는 내게 그는 카인과 블레이크를 만나면 안부 전해 달라고, 고향으로 와달라고 인사를 남겼다.
그의 고향은 너무 멀었다. 그의 아내는 버티지 못할 것이다.

특별한 아이

전쟁이 끝나자 모두가 뿔뿔이 흩어졌다. 나는 어영부영 버티다 퇴역했다.
세계 일주를 해볼까 싶었는데 마침 원하는 목적지로 떠나는 배가 마침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총 한 자루가 여행 친구가 되어줬다.
전쟁의 상처에서 회복되는 곳도 있었지만, 놀랍게도 포화가 전혀 닿지 않은 곳도 있었다. 문득 에디데이의 고향 생각이 났다.
에디데이의 고향은 난쟁이 전설에나 나올법한 마을 같았다. 그렇게 평화롭고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이런 곳에서 오랜만에 에디데이의 수다를 듣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아저씨 이름이 자카리에요? 그냥 쏘면 되는데 괜히 총을 한 번씩 돌린다는 그 자카리 라마레?”
“네 아빠가 뭘 몰라서 하는 소리야. 그냥 쏘면 맞지 않아, 자세가 완벽해야 하거든.”
“보여주세요, 보여주세요!”

에디데이의 고향에는 에디데이를 꼭 닮은 난쟁이가 살고 있었다. 생긴 건 전혀 닮지 않았는데, 하는 짓이 영락없는 부녀였다.
어찌나 시끄럽게 재잘대며 졸라대는지, 귀찮은 나머지 이런저런 자세를 취하며 하나하나 설명해줄 수밖에 없었다.
한마디 할 때마다 손뼉을 치며 꺄르르 웃는 통에 정신이 없었다. 섬유공장을 차린 에디데이를 따라 공장을 드나들며 시간을 보내던 에밀리는
주변 어른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도 건방진 구석이 없었다.

“아저씨, 에밀리가 해달라는 건 다 해주네요? 사실 에밀리가 너무 좋죠?”
“좋기는, 신기하긴 해.”
“아저씨한테는 에밀리같이 귀여운 딸이 없어서?”
“아니, 네 코가 코끼리보다 길다는 거 너만 모르는 것 같아서.”
“아하하하! 아저씨, 사람은 장비목인 엘레파스 막시무스나 록소돈타 아프리카나보다 코가 길 수 없는데!”
“… 어, 그래.”

에밀리는 여러모로 평범한 애는 아니었다. 찻잔 세트나 장난감 칼 같은 선물을 주면 내가 저를 위해 뭔가를 해왔다는 이해가 담긴 고마운 미소를 보내곤 했다.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성의를 봐서 받아줄게요.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어느새 대결하듯, 에밀리가 좋아할 만한 선물을 전투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전에 갔던 곳들도 모두 새로운 장소였다. 평범하고 흥미를 끌지 못했던 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물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디에 쓰는지도 모를 것들을 챙겨서 의기양양하게 찾아가면, 에밀리는 내가 있는 그 며칠 동안 뚝딱거리며 어느새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곤 했다.

“아저씨, 아저씨는 이런 거 본 적 없죠?”
“흔한데.”
“에이, 이건 에밀리가 만든 건데! 다른 덴 없는 건데! 자카리 아저씨는 거짓말쟁인데!”
“색깔이 흔해.”
“아저씨는 바보야, 블레이크 아저씨는 모르면 모른다고 인정하는데, 아저씨는 일곱 살짜리 애한테도 안 지려고 하잖아요!”
“지는 법을 몰라.”
“에잇! 나도 모를 거야! 두고 봐!”

에디데이의 고향은 떠들썩하고 즐거웠다.
아내와 함께 찾아와 한두 달씩 머물고 가는 블레이크나 나처럼 여기저기 떠돌며 방황하던 바실리도 종종 만날 수 있었다. 소식이 없는 건 카인뿐이었다.

카인 스타이거

쓸데없는 행동은 하지 않고 감정에 치우치지 않아 인망이 제법 두터웠던 카인. 뒤늦게 들려온 그의 소식은 퇴역이었다.
그것도 임무 실패의 책임을 떠안고 불명예퇴직이나 다름없는 신세라고 한다. 그간의 공을 인정하여 조용히 처리한다고 하니 보통 일이 아니었던 것 같다.
전쟁이 끝나고 특수부대로 이동하여 비밀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잘 지내겠거니 했는데 의외였다.
소식을 들은 이상 무시할 순 없었다. 가장 선명한 순간을 함께 했던 동료의 퇴역이니까. 프랑스에 있던 집을 처분할 겸, 나는 간만에 고향 땅을 밟았다.

날 발견한 카인은 조금 놀란 눈을 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말이 없었다. 그에게서 수다를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못 본 사이 카인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적극적으로 대화를 주도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적당히 상대에 맞춰주며 동료들을 존중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한 친구였다.
그와 대화하면 마음이 차분해졌다. 그러나 지금 카인은 뭔가 텅 비어버린 것처럼 메말랐다. 마치 깨진 독에물을 붓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가 유일하게 반응했던 것은 에디데이가 빠른 전역을 해야 했던 사정이었다.
아내의 임종을 지키진 못했지만, 어린아이를 맡아 혼자서 잘 해내고 있다고 전하자 그의 눈에 감정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빌어먹을 전쟁.”

카인은 그렇게 내뱉고는 또 말이 없었다. 한 번 찾아가면 에디데이가 좋아할 거라고 전해줬지만, 그가 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재 발명가

그 뒤로 다시 카인과 연락이 끊겼다. 에디데이와 블레이크가 곰 같은 발을 동동 구르며 궁금해하기에 사람을 써서 알아봤지만,
죽은 부대원의 가족을 돕기 위해 사람을 찾아 넘기는 일을 하고 있다는 정도밖엔 알아내지 못했다.

“찾는다고 찾아지면, 그게 카인 스타이거겠어?”

직접 나서서라도 카인을 찾겠다는 두 사람에게 나는 현실을 알려줬다. 우리 중 가장 뛰어난 군인이었던 카인이 자신의 위치를 노출하며 다닐 리가 없었다.
지금 임무에 방해되는 일이니까. 그렇게 어리석은 아저씨들이 속을 부여잡고 끙끙 앓는 사이 에밀리가 의외의 말을 했다.
자기가 편지를 보내줄 테니까 염려 말라고.
딸의 말이라면 밀가루로 딸기잼을 만든다고 해도 철석같이 믿는 에디데이는 에밀리의 10살 생일 때 함께 찍은 사진을 넣은 편지를 건넸고,
그 편지는 정말 어딘가로 전해졌다. 나도, 블레이크도 자세한 건 묻지 않았다. 살아 있으면 됐지, 필요하면 연락하겠지 싶었다.

그 뒤로 에디데이는 일 년에 한두 번쯤 카인에게 편지를 썼다. 답장은 오지 않았다.
에디데이는 에밀리의 비범함을 모르는 건지, 숨길 마음이 없는 건지 에밀리가 고안한 사람 찾는 기술에 대해 스스럼없이 말했다.
내 딸은 정말 똑똑해, 하고 웃는 에디데이와 칭찬받았다고 제 아빠랑 똑같은 표정으로 웃는 에밀리에게 그건 똑똑한 정도를 지났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냥 이대로 두자. 에밀리의 천재성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본인의 자리를 찾고 유지하는데 문제가 없을 거다.
만약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에디데이나 블레이크 같은 친구들이 손 놓고 있진 않을 것이다. 그땐 나도 좀 낄 수도 있고.
지금은 그냥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지내는 거로 충분하다. 언젠간 알게 되겠지.

“이건 센트리 레이더라고 이름 붙여봤어요. 이렇게 탁, 하면 주변에 뭐가 있는지 감지해서 요 장치를 가진 사람에게 이렇게 전송하는 거예요.
혹시 모를 위험에도 안전! 어떤 장소에 설치만 하면 멀리서도 파악할 수 있으니까 카인 아저씨가 원하는 사람도 더 쉽게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곧 알게 되겠지. 반경이니 지속시간이니 하는 말을 신나서 늘어놓는 에밀리의 머리를 그저 쓰다듬어줬다.

센트리 레이더를 만든 이후 에밀리의 발명은 한층 더 목적성을 띠기 시작했다. 생각나는 대로 이것저것 만드는 것을 벗어나서,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것들을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순풍에 돛을 단 것처럼 속도가 붙기 시작한 에밀리의 성장은 바람직했지만, 에디데이에게는 아니었다.

“어허, 글쎄, 안된다면 안돼.”

에디데이가 에밀리의 말에 안된다고 하는 건 처음이었다. 내 총을 준다는 데도 에디데이는 펄쩍 뛰며 화를 냈다.
토스터기를 분해하는 건 되지만, 총을 분해하는 건 왜 안된다는 거지? 오히려 총이 더 안전한데, 분해했다가 세척해서 다시 조립하는 건 규칙도 있는데.
내 지지는 에디데이의 등짝에도 닿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는 기준이었지만, 어쨌든 아이 보호자가 안 된다고 하니까 어쩔 수 없었다.
부녀가 똑같은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서로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럼 이렇게 하자고.”

나는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안했다.

“총은 안된다니까, 총은 하지 말자. 에밀리는 에드워드에게 맹세해, 총은 분해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그리고 에드워드는 에밀리에게 맹세해. 하나를 반대했으니 다른 건 반대하지 않겠습니다. 무조건 수용.”

하나를 포기하고 하나를 얻는다. 협상의 기본 아니겠어? 내 제안에 부녀는 마지못해 악수하고 맹세했다.
하지만 에밀리의 입술이 삐죽거리는 건 연기였다. 에밀리는 창고로 뛰어 들어가 낑낑대며 묵직한 트렁크를 끌고 나왔다.

“나 이거, 이거! 이거 연구할래요, 아빠 꺼! 이제 내 꺼!”
“에밀리!”
“총이 나았을 텐데. 폭탄엔 기름칠을 안 하잖아?”

울상이 된 에디데이는 맹세를 지키라는 에밀리의 엄중한 경고에 패배를 선언했다. 에디데이의 옛 트렁크에 대한 정보를 흘리고
협상을 유리하게 이끈 나는 이제 에밀리가 두 번째로 좋아하는 아저씨의 자리를 공고히 할 수 있었다. 뭐, 어때? 다시 쓸 일도 없는 물건들인데.
나는 늘 그랬듯이 가볍게 생각했다. 변화를 좇으면서도 내 삶을 뒤흔들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 여겼다. 왜 그랬을까?
하지만 그땐 전쟁이란 단어는 내 인생에 다신 없을 것 같았고, 앞날은 모른다는 옛말도 남의 말이었다.

그는 디시카에 있었다

에디데이는 자신이나 블레이크, 내가 있을 때만 연구를 하겠다는 조건으로 에밀리의 위험한 연구를 승인했다.
에밀리는 나사를 조이는 힘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나사를 강하게 조이는 기계를 만들어냈기 때문에 연구는 큰 사고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항상 에밀리를 챙겨줘서 고마워, 하며 에디데이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블레이크는 에밀리를 너무 귀여워해서 뭘 하든 예뻐했고, 나는 처음부터 공범이었을 뿐이지만 말이다.

그러던 중 체스터와 연락이 닿았다. 연락장교였던 체스터는 전역 후 무역상사에서 일하며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몇 년의 치열한 노력 끝에 안정적인 지위와 안락한 가정을 얻고 나서야 여유가 생긴 듯했다. 뒤늦게 카인 소식을 듣고 그를 돕고 싶어 했다.
이제 슬슬 연락해볼 때가 되었어, 블레이크는 그렇게 말하며 에디데이를 바라봤다. 에디데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에 군인처럼 행동해볼 시간이었다.

카인은 직업의 특성상 같은 자리에 머물지 않고 항상 자신을 은폐하곤 해서 정보를 얻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하지만 에밀리의 추적을 토대로 정보를 모으고, 그렇게 취합한 정보를 다시 에밀리가 분석하여 카인의 현재 위치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는 디시카에 있었다.

“아, 이런,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야?”
“여기가 어딘데요?”
“무서운 곳이야. 네가 평생 갈 일 없는, 그런 곳.”

욕을 뱉으려다 에밀리가 눈을 빛내고 있어서 겨우 참았다. 그 황폐한 무법지대를 뭐라 설명할까?
전 세계 어떤 곳과도 다른 기형적인 안개가 가득한 도시, 매일 달라지는 법과 질서가 지배하는 뒷골목. 카인은 그런 곳에서 대체 뭘 하는 걸까?
왜 그의 나침반은 항상 지옥을 향해 있는 걸까.

다시 죄인이 되어

에디데이가 카인에게 편지를 썼다. 동료들이 그를 찾고 있노라고, 카인도 그럴 생각이 있다면 한 번 만났으면 한다고.
무려 그 카인 스타이거를 산토끼 대하듯 조심스럽게 구는 에디데이가 웃겼지만, 수틀리면 그가 다시 잠적할 거라는 건 자명했으니까
카인의 연락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때 나는 에밀리에게 메트로폴리스에서 파는 신기한 기계 모형을 사다 줄 생각으로 미국에 있던 차였다. 이질감으로 가득 찬 도시를 배회하며
난 카인이 전역하던 날을 떠올렸다. 그의 얼굴이 어땠더라? 기억나지 않지만, 이번에도 그때처럼 연락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카인은 우리를 만나겠다고 했다. 사람을 찾아 넘기는 일에 회의를 느끼기라도 한 건지 그의 변화의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이제 그 일을 그만둘 낌새가 보였다.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에디데이가 먼저 출발해 체스터와 디시카에서 만나기로 했다.

디시카에서의 상황은 이상하게 돌아가는 중인 것 같았다. 카인은 다시 한번 동료들을 소집했다. 이번에는 전쟁을 위해서였다.
아빠의 물건을 챙겨가 달라는 에밀리의 부탁에 블레이크와 나는 에밀리를 찾아갔다.

“이거, 써볼 데가 없어서 정확한 성능은 모르지만….”

에밀리는 자신이 만든 발명품이라며 몇 개의 무기를 내놨다. 블레이크는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에밀리. 이런 걸 받을 순 없다.”
“디시카는 무서운 곳이라면서요! 제가 만든 게 도움이 될 거예요, 보세요!”
“안 돼.”

전쟁하러 가면서, 에밀리의 발명품을 가져갈 순 없었다. 저 작은 손으로 만든 발명품이 사람을 죽이는 무기가 되어서는 안 되었다.
나는 간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에밀리를 외면하고 블레이크의 편을 들었다.

“에밀리, 디시카는 너한테는 무서운 곳이지만 우리 같은 군인들한테는 별거 아냐.”
"퇴역군인이면서.”
“우린 전쟁도 버텨냈어. 상대가 아무리 능력자여도, 그 차이는 크다고.”
“이제 나이도 많고 배도 나온 아저씨면서.”
“걱정 마, 이 녀석아. 꼭 이겨서 아빠 데리고 올게.”

에밀리는 울지 않았다. 이 영리한 아이는 말주변 없는 블레이크의 거절도, 내 너스레도 다 이해하고 있었다.
디시카에 도착할 때쯤에서야 이 영악한 녀석이 우리 짐가방에 성능이 강화된 폭탄 몇 개를 넣어 놨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것을 디시카에 도착하자마자에디데이에게 건넸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아마 가지고 있어도 절대 쓰는 일은 없겠지.
도리어 품에 있는 폭탄을 자기도 모르게 쓸까 걱정하며 전투에 집중하지 못할 수도 있고. 나는 에밀리의 폭탄을 에디데이에게 다시 내미는 대신,
도로 짐가방에 넣었다.

준비를 마친 뒤에 둘러본 디시카의 상황은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우리는 카인이 치러야만 하는 전쟁에 기꺼이 뛰어들었다.
능력자와 비능력자가 한데 뒤엉켜 벌어진 전쟁으로 디시카는 망가졌고, 우린 에밀리와 한 약속을 반밖에 지키지 못했다. 우린 이겼다.
그리고 바실리와 에디데이를 잃었다.

카인은 절망했다. 그가 지르는 비명이 소리가 되지 못하고 갈기갈기 찢겼다. 가족이 없는 바실리는 디시카의 공동묘지에 묻었다.
내가 사 온 술로 그를 배웅했다. 바실리의 저격총은 카인이 맡았다. 그는 회피할 줄 몰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에디데이가 돌아가야 할 곳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카인이 펜을 들었다.

에밀리, 네 아버지가 죽었다.

에밀리에게 보내는 첫 번째 편지였다.

아이는 자란다

우리는 모두 죄인이었다. 동료를 지키지 못했고,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책임을 지고 싶었다.
책임이란 단어는 평생 나와 어울리지 않는 단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지금까지 소중하게 생각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는 걸 알았다.
자라는 동안 필요한 모든 걸 해주고 싶다는 우리의 말에 에밀리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외롭지 않게 종종 찾아와 달라고 말했다.

“아빠가 보고 싶을 때, 아빠가 그리울 때, 제가 모르는 아빠의 이야기를 해주세요.”

많은 일을 겪어왔지만, 에밀리의 고집은 꺾을 수 없었다. 에디데이의 장례식을 치르는 동안 우리들 앞에선 쉽게 울지도 않으려 했던
에밀리의 고집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우린 주기적으로 에밀리에게 연락하기로 했다. 사라진 연인을 찾아야 하는 카인은 한참을 고민한 끝에
에밀리와 같은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테일라에게 연락을 하겠다고 했다.
이름을 한참이나 곱씹은 뒤에야 카인과 종종 전략을 두고 싸운다른 부대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네가 부탁을 한다고? 더구나 그 여자한테? 경악하는 나를 뒤로하고 카인이 그에게 연락하기 시작했다. 이 녀석은 가끔 상상을 초월한다.
오스트레일리아가 얼마나 큰데, 같은 나라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자기 목구멍에 총을 꽂아 넣었던 사람에게 연락하다니, 보통 놈은 아니다.
더 놀라운 일은 테일라가 왔다는 사실이다. 빚은 술로 갚기로 했지, 이런 말은 없지 않았냐고 으르렁대며.

그렇게 에디데이가 없는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시작한 일이 우리를 변화시켰다.
자식이 없어 종종 아내와 함께 에밀리에게 들렸던 블레이크는 사고로 아내를 잃은 뒤 술에 빠져 지내다가 에밀리의 부탁으로 근처로 이사를 했고,
그 뒤로 안정을 되찾았다. 나도 유랑을 하고 난 뒤면 항상 에밀리에게 들렸다. 집이라 부를 만한 곳이 없었던 내게 집이 생겼고,
작은 손님방은 어느새 내 방이 되어 있었다. 테일라는 자신이 굳이 에밀리를 찾아갈 이유가 없는 것 같다고 했지만, 꾸준히 에밀리에게
학업에 필요한 것들을 주고 가곤 했다. 카인은 역시 에밀리에게 죄스러움을 담아 종종 돈을 보내왔다. 그러면 에밀리는 카인을 위해 만들어둔
선물이란 이름의 장비들을 보내곤 했다.

간단한 기계도 다룰 줄 알던 에밀리는 금세 기계에 흥미를 잃고, 다른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처음은 물로 만든 폭탄이었고, 그다음 실험은 실패했다.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고 싶다던 에밀리는 겁 없이 눈길이 가는 물질은 모두 섞어 댔다.
블레이크가 근처로 와달라는 에밀리의 부탁이 술에 빠져 사는 자신을 위한 거란 걸 알면서도 수락한 이유기도 했다.
에밀리의 고집을 아는 나는 실험 때 착용할 보호복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실험 하나에 보호복 하나가 망가지는 일이 종종 일어났기에,
몇 벌을 사도 모자랐다. 그렇게 몇 번의 실패를 거친 에밀리에게 보다 못한 테일라가 제빵 책을 내밀었다.
안전하게 물질을 혼합하는 방식부터 연구해보라는 테일라의 말에 에밀리가 눈을 빛낸 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에밀리가 제빵을 시작했을 때,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뱉었다. 우리 모두 살면서 두려운 게 없었던 이들이지만, 이 아이 앞에선 별수 없었다.
아마 편지를 받은 카인도 비슷한 반응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년 전, 18살이 된 에밀리가 우리를 모두 모았다.
카인에게는 별도의 편지를 써 보냈다며 잔뜩 상기된 얼굴을 한 에밀리가 중대 발표를 하겠다 선언했다.

“그동안 보내주신 돈과 아빠가 남겨준 돈을 모아서 빵집을 열기로 했어요.
빵집은 카인 아저씨도 오갈 수 있도록 리버포드에 차리기로 했으니까, 개업 때 꼭 오셔야 해요.”

중대 발표가 끝나자마자 블레이크는 이사 준비를 하겠다며 뛰쳐나갔다. 역시 사람이 사는데 짐은 없는 게 낫다.

새로운 지휘관

에밀리가 리버포드에 빵집을 연 이후로 시간은 흘러 지금이다.
헨리 맥고윈이란 청년을 만난 카인을 따라 우린 이사벨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루사노 수도원으로 달려갔다.
그가 얼마나 이사벨을 찾았는지 알기에 동행은 당연했다. 거대한 빛 앞에서 우린 빠르게 움직였지만, 그가 들은 시간보다 더 빠르게 빛은 사라졌고
카인의 삶을 건 이 임무는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빛이 있었던 자리에 주저앉은 카인은 한참 동안 황폐해진 정신을 추스르지 못했다.
그런 그를 깨운 건 에밀리였다.

“돌아가요, 가서 우리 다음을 준비해요.”

블레이크가 힘이 빠진 카인을 일으켜 세워 힘겹게 에밀리의 빵집으로 돌아왔지만, 절망한 카인을 두고 그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침묵이 깊어졌다.

"그냥 이대로 다 포기하실 거예요?”

침묵을 깬 건 에밀리였다. 에밀리는 오밀조밀 글씨가 적힌 커다란 종이를 들어 테이블 위에 펼쳐 루사노 수도원으로 가는 길이 나온 지도를 덮었다.
그리고 손바닥으로 쾅, 테이블을 내려치고는 그제야 느릿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카인을 마주했다.
아저씨 이대로 끝내실 거예요? 소중한 사람이라고 하셨잖아요. 에밀리의 말에 카인은 갈라진 입술을 열었다가 닫았다.
그는 자신의 무능력함에 잠식된 것 같았다. 답답하기는. 내가 혀를 차자, 블레이크가 아무 말 하지 말라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카인의 무너진 정신을 깨우는 건 우리가 아니라 에밀리였다. 복잡하게 일그러지는 카인의 눈앞으로 에밀리가 작은 손바닥을 펼쳐 휘휘 흔들며 그의 감상을 깨웠다.

"헨리라고 했나요? 그 애는 미래에 일어날 일을 보고 왔을 거예요. 그걸 카인 아저씨에게 전해준 거겠죠. 그 애가 알려준 모든 게 다 맞았어요.
시간만 빼고요.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일을 잘못 알려줬을 리가 없어요. 그랬다면 다시 와서 알려줬을 거예요. 그럴 능력이 있으니까요.
그럼 뭐가 문제였을까요? 뭐 때문에 미래가 달라졌을까요?”

에밀리의 말에 카인의 눈빛이 조금씩 돌아왔다.

“여러 가지 가설을 세워봤는데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미래가 달라졌다는 거예요. 그런데 미래의 일이 바뀌려면 현재가 바뀌어야 하잖아요?
미래는 현재의 결과니까요. 그럼 현재의 뭐가 바뀐 걸까요?
바로 우리예요. 헨리 맥고윈이라는 애가 본 미래엔 우리가 없었고, 그래서 우릴 찾아온 거니까.
하지만 우리가 문이 열리는 곳에 가자마자 바뀐 건 아닐 거예요. 그랬다면 문이 닫혔을 때의 결과가 아예 달라졌을 테니까요.”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낸 에밀리가 후하, 하고 숨을 토해내며 한 번 더 생각을 정리했다. 금세 정리된 듯 반짝이는 눈동자가 우리에게 향했다.

“제 생각엔 모든 일은 천천히 달라졌어요.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못하도록 말이죠.
그 문과 관련해서 달라진 기점은 지금까진 두 개일 거예요.
카인 아저씨가 헨리 맥고윈이란 애를 만난 순간과 우리가 루사노 수도원에 도착했을 때.
헨리 맥고윈이 카인 아저씨를 만나서 우리는 루사노 수도원에 벌어질 일을 미리 알았고, 그래서 우리가 없었던 그곳에 갔으니까요.
하지만 일어날 일은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일어나게 되어 있어요. 우리가 없던 미래는 사라졌지만, 시간은 갑자기 생겨난 변화에
모든 것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겠죠."

어느새 모두가 에밀리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었다. 에밀리의 눈은 마치 실험의 성공을 확신했을 때처럼 빛나고 있었고, 뚜렷한 확신에 차 있었다.
이 자리에 네 명의 전직 군인이 있었지만, 지휘관은 다른 사람이었다. 우린 모두 지휘관의 마지막 말에 집중했다.
놓쳐선 안 될 아주 중요한 말이 될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시간은 점점 빨라질 거예요. 슬프게도 우리가 시간을 당긴 거죠. 그리고 다가올 위기 속에 카인 아저씨의 소중한 분이 계실 테죠.
정보가 부족해서 트와일라잇에 위기가 언제 찾아온다고 정확하게 말할 순 없어요. 하지만 우리에겐, 더는 남은 시간이 없다는 건 확실해요.
우린 이제 언제 찾아올지 모를 위기를 대비해야 해요. 정보를 좀 더 모아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