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진행 중인 이벤트
캐릭터선택

CYP. 환영술사집행자엘프리데

연관 캐릭터

서포터 티샤 탱커 디아나

기본정보
능력 및 활용 스킬
스토리
이클립스 ESPER 보고서 관련문서
미디어
콘텐츠 보이스

Eclipse Vol.40 드로스트 가문 정보제공자ㅡ라파엘 반 더 바르트 (전직 보좌관, 마인드 리더)

지금 이 기록을 남기는 저를 지배하는 것이 알량한 정의감일 수도 있습니다. 평화로운 당신의 오후에 문젯거리를 던지는 무책임한 행동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아는 것과 모르는 것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기에 제가 듣고 찾아낸 것에서 고개를 돌릴 순 없었습니다.
과거 제가 투고한 기록을 보신 분들은 알고 있겠지만, 저는 사람들의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는 네덜란드 최고의 가문을 쫓고 있습니다.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들이 이룬 평화 아래에 무고하게 짓밟힌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그 희생을 발판 삼아 지금보다 더 강력한 힘으로 세상을 주무를 것입니다. 그러니 늦기 전에, 저는 그들의 실체를 폭로하려 합니다.

물론, 거대한 가문의 뒷모습을 폭로하기 위해선 충분한 증거가 필요합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지만, 제가 가진 모든 자료와 심증이 세상에 알려지기도 전에 사라져선 안 되기에 제가 알아낸 것들을 글로 남깁니다.
제 이름은 라파엘 반 더 바르트. 네덜란드의 제퍼슨 데이비드 총리가 차석 의원이던 시절에 그를 보좌했던 보좌관 중 하나였으며,
지금은 드로스트 가문의 비밀을 쫓고 있는 독심술사입니다. 부디 저와 이 기사를 기억해주십시오.

당신이 아는 건 허상이다

전혀 일면식 없는 누군가가 당신의 하루를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만약 당신이 네덜란드 사람이라면 저는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당신이 아침마다 누르는 자명종부터 오늘 뭘 입을지 결정하기 위해 조언을 얻는 패션잡지, 균형 잡힌 영양을 제공한다는 시리얼,
당신이 타고 출근할 자전거, 그 자전거가 달릴 도로, 당신이 일하는 건물, 퇴근하고 갈 펍, 아니면 데이트할 때 보러 갈 공연, 하다못해 당신이 선물할 꽃 한 송이까지.
모두 ‘드로스트 가문’ 이라는 한 단어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터무니없는 말로 들리나요?
이해합니다. 당신에게 드로스트 가문은 가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네덜란드 최고의 가문일 테니까요.

그 외에 당신이 아는 것은 그들이 텔레비전 아니면 라디오에서 종종 소개되는 네덜란드의 최대 부호라는 것 정도일 겁니다.
문화예술에 관심이 있다면 언젠가부터 드로스트 가문의 후원을 받는 공연과 전시회가 많아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죠.
만약 능력자라면 대다수가 염동력자로 알려진 드로스트 가문에 그들을 위해 일하는 헌터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드로스트 가문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 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드로스트가 아닌 이상, 이 세상의 누구도 진짜 드로스트 가문을 알지 못하니까요. 당신을 포함해서 말입니다.

사라진 제보자

드로스트 가문이 숨기고 있는 진실을 알기 위해 저는 그들을 감싼 단단한 성벽을 더듬으며 빈틈을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작은 틈조차 찾을 수 없었죠.
독심술사인 제 앞에서 숨길 수 있는 정보란 거의 없음에도, 세상에 알려진 것 이상의 정보를 찾을 수가 없던 겁니다.
어떤 인물이나 단체에 대해 모든 사람이 같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건 그것만 알도록 교묘하게 계획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제가 데이비드 총리의 정체를 알아차린 것은 그가 드로스트 가문의 중심에 가까운 인물이기에 가능했던, 티끌 같은 우연에 지나지 않았던 거죠.

그러다 얼마 전 저는 흥미로운 기사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드로스트 가문의 일원이었다는 여성이 데이비드 총리가 드로스트의 일원이며, 그가 총리로 당선된 것 역시 드로스트 가문의 계획이었다는 인터뷰를 한 거죠.
미국에서 능력자들에게 인식장치를 삽입하려 한다 거나, 드로스트 가문의 실질적 지도자가 젊은 여성이라는 내용은 터무니없게 들렸지만,
이 인터뷰를 한 여성은 제가 알고 있는 진실을 공유하는 유일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인터뷰를 보자 마자 당사자인 델로이 그레이-정보원의 신분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한 가명이라고 하더군요-를 찾기 위해 애썼습니다.
하지만 제가 찾을 수 있는 것은 해당 인터뷰가 최근 드로스트 가문과 경쟁관계에 있던 사업가가 의뢰한 가짜 폭로라는 기사뿐이었죠.
독과점하고 있던 사업에 드로스트 가문이 뛰어 들겠다고 선언하면서 위기를 느끼고 있었다는 사업가는 이 사건 이후로 입지가 크게 줄어들어 사업이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을 겁니다. 저도 속을 뻔했으니까요.

사업가와 델로이 그레이의 관계를 조사하던 저는 그 사업가가 드로스트 가문과 경쟁관계에 있는 것은 맞지만, 그 역시 드로스트 가문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그들은 가문이 가진 부와 명예에 손상을 입힐 만한 거대한 폭로를 아주 작은 희생으로 온전히 지켜낸 겁니다.
제가 델로이 그레이의 인터뷰 내용이 모두 사실일 거라는 확신을 하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드로스트 가문과 사업가의 관계는 알아냈지만 전 아직까지도 델로이 그레이의 소식은 듣지 못했습니다. 진짜 이름을 확인할 수도 없었죠.
한 사람이 흔적조차 찾을 수 없도록 사라지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드로스트 가문이 가진 놀라운 통제력에 저는 감탄보다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담장 밖 소녀

벽을 따라 걸어본 적이 있습니까? 풍경에 집중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높은 벽을 따라 걸으면 풍경이 달라지지 않으니 지루합니다.
하지만 벽을 자세히 보면 똑같아 보여도 저마다 다른 모양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죠.
작은 구멍, 혼자 다른 색을 가진 벽돌, 누군가가 써 놓은 낙서까지. 아주 똑같은 모양을 가진 벽은 없던 겁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 번 벽을 따라 걸었습니다. 아주 작은 차이를 통해 드로스트 가문에 대한 갖가지 이야기를 얻기 위해서 말입니다.
하지만 드로스트를 둘러싼 벽은 너무나 크고 단단해서 아무리 그 벽을 따라 걸어도 작은 흠도, 낙서도 찾을 수 없었죠. 노력이 무색하게 저는 완패했습니다.
그렇게 한참이나 거대한 벽과도 같은 드로스트를 마주한 채 헤매던 어느 날, 저는 진짜 드로스트 가문의 벽이 생각났습니다.
정확하게는 그 주변을 배회하던 중에 만났던 검은 머리의 소녀가 걱정되었죠. 제게 도움을 요청하던 그 소녀가요.

다시 찾은 드로스트는 그림처럼 아름다운 저택과 잘 관리된 정원 너머에 있었습니다.
언제는 아이들의 깔깔대는 웃음소리가 들리기도 했고, 그 다음에 갔을 때에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향긋한 빵 냄새가 나기도 했습니다.
저택은 도심에서 떨어진 곳에 있는데도 오가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아마도 그들 중 일부 혹은 모두가 드로스트 가문의 사람이었겠죠.
그러다가 어떤 담 귀퉁이를 도는데 기적처럼 사람이 아무도 없는 순간이 왔습니다. 바로 그 순간 저는 검은 머리 소녀를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당신은……. 아, 저를 기억하시겠습니까? 이 담 아래서 만난 적이 있습니다.”
저에게 도움을 청했다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너무 늦은 듯,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깊은 갈색 눈동자에 어떤 마음도 담겨 있지 않은 것처럼 보였으니까요.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소녀가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늦지 않아 다행이군요. 저는 지금 드로스트 가문의 실체를 쫓고 있습니다. 하지만 드로스트는 제가 쉽게 들여다볼 수 없는 큰 담을 가지고 있죠.
당신을 돕고 싶지만, 방법이 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당신을, 드로스트 가문의 미명 아래 짓눌린 사람들을 도울 수 있겠습니까?”

그야말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습니다. 도움을 바라며 내민 손을 잡지 못했던 저를 소녀가 도우려고 할지 확신할 수 없었죠.
오랜 시간으로 느껴졌지만 아주 짧았을 고민 끝에, 소녀는 제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제 머리속에는 적을 것을 달라는 공손한 요청이 함께 들려왔습니다.
허겁지겁 내민 수첩 위에 소녀는 다섯 개의 철자를 적었습니다. 휘갈기듯 재빠르게 적었는데도 단정한 글씨체였죠.

WEISS

다시 소녀를 바라보았을 때 이미 그 자리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저는 홀린 듯 수첩을 접고 드로스트의 담장 밑을 벗어났습니다.
이제 더 이상 담벼락을 따라 돌지 않아도 될 것 같았습니다.

WEISS

다섯 개의 철자에서 저는 어렵지 않게 조각가 안드레 바이스를 떠올렸습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안드레는 첫 작품으로 피사노 상을 수상하면서 현대미술의 총아로 떠오르면서 유명해진 인물이죠.
무명의 젊은 조각가가 가진 가능성을 알아본 것은 네덜란드 미술 학계였습니다. 그는 곧바로 네덜란드로 넘어와 작은 전시회를 열었죠.
수직, 수평선으로만 구성된 그의 조각은 완벽하게 짜맞춰진 선과 색, 그것으로 구성된 면이 단순하면서도 시선을 끄는 완벽한 균형미를 자랑했습니다.
미술 학계는 그의 조각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죠. 어린 아이들마저도 그의 이름을 알 정도였으니까 위상이 실로 대단했습니다.

그는 미국으로 진출하여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올브라이트 녹스 미술관, 카네기 미술관, 보스턴 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수많은 도시의 광장과 건물에 그의 조각이 전시되었죠. 동시에 그는 네덜란드가 가장 사랑하는 예술가가 되었습니다.
이후 미국에 자신의 성을 딴 바이스 예술학교를 설립하고 수많은 예술가를 양성하여 예술계의 발전에 일조하겠다는 뜻을 밝혔죠.

그는 슬하에 1남 1녀를 두었는데 둘 다 바이스 예술학교 출신입니다. 아들인 마크 바이스는 최근 아버지를 대신해 재단 일을 도맡으면서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죠.
하지만 마크 바이스보다 더 다양한 예술 활동을 펼친 딸 엘프리데는 바이스 예술학교 졸업을 끝으로 자취를 감춥니다. 공식적으로는요.

엘프리데 바이스

엘프리데 바이스는 능력자들 사이에서 일명 ‘헌터’라고 불리는 일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는 인물입니다.
헌터는 주로 능력자를 상대로 테러나 암살, 납치 등을 행하는 사람들을 일컫습니다. 능력자를 상대하기 때문에 당연히 그 자신도 능력을 가지고 있죠.
따라서 비능력자들에게는 매우 치명적인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드로스트 가문과 바이스를 연결시키자 전혀 상관없던 것들의 연관성이 끝도 없이 생성되었습니다.
마크와 엘프리데의 어머니인 율리카 바이스는 결혼 전에 드로스트 가문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가정교사로 일했습니다.
‘레이디 율리카’라고 불릴 정도로 독보적인 아름다움과 지성을 겸비한 재인이었지만, 돌연 안드레 바이스와 결혼 후 미국으로 이주하여 드로스트와는 특별한 관계없이 지내왔죠.
안드레 바이스와 마크 바이스의 대외활동을 제외하면 이들 가족의 사생활은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개개인의 유명세를 생각하면 말입니다.
그러니 30여 년간 바이스와 드로스트의 관계에 대해 주목하는 사람이 없었던 거겠죠. 비록 성인이 된 후 가족과는 왕래하지 않는 것 같지만,
엘프리데 바이스가 정말 드로스트의 헌터라면 그의 행적이 드로스트에 대한 단서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엘프리데 바이스의 족적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 편으로는 의문사 당한 유럽의 저명인사들과 그 빈자리를 메꾼 이들에 대해 조사했습니다.
만약 엘프리데 바이스가 드로스트 가문의 헌터라면 제거된 이들의 빈자리를 드로스트 가문이 차지했을 확률이 컸으니까요.

죽은 자의 증언

바이스 예술학교를 졸업한 이후의 엘프리데의 행적은 일정한 것이 없었습니다. 즉흥적으로 세계를 돌아다닌 것 같았죠.
머무는 기간도 일정하지 않았습니다. 짧으면 하루, 길면 서너 달 넘게 머문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만큼 그의 행적과 의문사를 당한 저명인사들의 기록을 대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이 사건을 발견하기 전까지는요.

1930년. 엘프리데 바이스는 프랑스 파리에 있었습니다. 충만한 예술가 기질에 어울리는 시간을 보낸 것으로 보입니다.
그 시기 파리에서는 어떤 의문사도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의문스러운 사고는 있었습니다.
영국에서 인도로 향하던 여객기 V101호가 파리 근교에서 갑자기 추락해 탑승객 전원이 즉사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입니다.

V101호는 영국 항공기술을 집대성한 신형 비행기로, 비행선보다 크고 빠른 것으로 알려져 영국 국민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영국 총리까지 텔레비전에 출연하여 하늘길은 영국이 지배하게 될 거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했었죠.
인도로 출발하는 첫 비행을 함께 하기 위해 비행기 표는 매우 높은 가격에 거래되었고, 인도에 사업체를 둔 재계 인사들 뿐만 아니라 항공성 국장 스펜서 브랭커를 비롯한
정계 인사들, 유명 사진작가 프랜시스 라이트, 젊고 아름다운 외모로도 유명한 소설가 아이작 스콧, 재즈 싱어 마리-엘리즈 브라운 등이
수많은 플래시를 받으며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전 세계에 홍보했던 V101호의 추락으로 영국은 큰 혼란에 빠졌습니다.
당장 여객기 주문이 모두 취소되어 각종 부품을 맡고 있던 공장들이 문을 닫았고, 재계 인사들이 동시에 사망하면서 영국 경제는 돌파구를 하나 잃었죠.
또한 사랑하는 예술계 인사들을 잃은 영국 국민들의 상심은 극에 달해 일부 사람들은 앞으로 절대 영국이 만든 비행기를 타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총리의 지지율이 바닥까지 떨어진 것은 두말할 것도 없었죠.

V101의 사고 원인은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사고원인을 밝히기 위해 여러 가지 가설을 내세웠지만, 어떤 것도 이 갑작스러운 추락의 원인이 되지 못했죠.
저는 그 시절 관련 기사를 모두 수집했습니다. 황색언론에서 나온 것도 놓치지 않고 수집하기 위해 노력했죠.
그러다가 과거에 방영된 심야 시간대의 TV쇼에 대한 기록을 보게 되었습니다.

TV쇼에선 5년 전에 항공성 국장 스펜서 브랭커의 죽음을 예언한 것으로 유명한 미국인 점성가 티샤 홀링스워스를 초대하여
사고 여객기에 탑승했던 이들의 영혼을 불러와 사고 당시의 정황을 증언하는 모습을 방송으로 내보냈습니다.
심야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TV쇼는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죠. 점성가의 입을 빌었다는 영혼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충격적이기도 했지만,
그 중에서도 스펜서 브랭커의 영혼이 점성가에게 남긴 말은 영국을 발칵 뒤집기에 충분했습니다.

총리가 제대로 완성되지 않은 비행기의 빠른 출항을 요구했다.

티샤 홀링스워스

영혼의 입을 빌었기 때문일까요?
방송 뒤에 발간된 신문 기록에서 영국 총리에 대한 비난은 가득했지만, 정작 그 방송의 주인공이었던 점성가에 대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당시 영국은 2차 능력자 전쟁으로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던 시기였으니 당연한 반응이었죠.

별 수 없이 저는 점성가에 대한 정보를 직접 찾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 이슈를 만들고 싶은 방송가의 장난일 확률이 높았으니까요.
하지만 점성가 티샤의 흔적을 찾던 중에 그의 행적에 일반인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공백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공백이 없는 기록은 그가 바이스 예술학교에 다녔다는 것이 유일했습니다.

아무리 전세계를 떠도는 집시라도 이렇게까지 행적을 감추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거기까지 생각한 저는 드로스트 가문과 연관되어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던 한 사람을 떠올렸습니다.
드로스트 가문이라면 점성가의 행적을 완벽하게 지울 수 있었을 겁니다.

집시와 아가씨

티샤 홀링스워스와 엘프리데 바이스가 프리트 예술학교를 다닌 기간은 맞물려 있었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저의 의심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죠.

한쪽은 네덜란드 유수의 집안에서 부족함 없이 자란 아가씨, 다른 한 쪽은 후원을 받아 학교 생활을 겨우 마친 불분명한 출신의 집시.
전혀 접점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두 사람의 교차점인 바이스 예술학교에서부터 두 사람의 행적은 오히려 이상한 부분에서 일치했습니다.
엘프리데 바이스의 행적이 명확하면 티샤 홀링스워스의 행적이 묘연했고, 반대일 경우엔 티샤 홀링스워스의 행적이 명확했습니다. 마치 둘의 위치를 바꾸는 것처럼 보였죠.

엘프리데 바이스가 드로스트의 헌터라면, 티샤 홀링스워스도 그와 함께 일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습니다. 그의 행적을 티샤 홀링스워스가 대신 채워주고 있는 거죠.
모든 것은 가능성일 뿐이었지만 드로스트의 벽을 둘러싼 새로운 흔적을 발견한 이상 아주 작은 가능성도 놓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티샤 홀링스워스가 영국의 작은 도시에서 발견되었다는 정보를 얻었습니다. 아니, 능력자들에게는 작은 도시가 아니지요.
포트레너드, 그 중에서도 무법자들의 도시 디시카로 향한 티샤 홀링스워스의 뒤를 따라 저도 곧 포트레너드로 출발할 예정입니다.
아직 진실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저는 제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이 듭니다.

누구라도 드로스트 가문으로 향할 예정이라면 제가 찾아온 이 길을 한 번쯤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