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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lipse Vol.32 사건들 정보제공자, 클리브 스테플 (가십 페이퍼 기자, 사이코메트러)

이번 호는 편집장이 사이코 메트리라는 능력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최근 제가 사이코 메트리 능력을 사용해 알아낸 일련의 흥미로운 일들을 나열해볼까 합니다.

일전에 제가 미제 사건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씀드렸죠. 저는 데이터가 깔끔하게 정리된 이미 “해결”된 사건들을 무척 좋아한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해결된 사건은 제게 전혀 다른 답을 찾을 기회가 숨어 있는 사건이라는 뜻이 들어 있기도 하죠.
그 누구도 자신이 알고 있는 진실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어떤 식으로라도 흔적을 남겨놓죠.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거나. 관련된 물건을 숨겨놓거나. 혹은 적어놓거나……
인간의 양심이라고 착각하지 마세요. 이건 진실을 숨기고 살아가는 대가를 두려워하는 나약한 인간들이 그나마 선택할 수 있는 방법.
자기 자신을 위한 일말의 참회이며, 회개의 수단일 뿐입니다.

아인트호벤 고아원

저는 편집장을 떼어놓고, 혼자 다시한번 그곳을 방문했습니다. 그때 제가 본건 윌라드 크루그먼뿐만은 아니었기 때문이죠.
윌라드 옆에 있던 실루엣의 주인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확인을 끝내고, 돌아서려는 순간 처참한 광경을 보게 해준 반쯤 타버린 작은 곰 인형을 보았고, 쓸데없는 감정에 휩싸여 인형을 집어 들었습니다.
굉음과 함께 눈앞이 하얘졌고, 기분 나쁜 날카로운 소음이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지속적인 소음은 마치 날 세밀하게 조각내고 또 조각내는 상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내가 마치 수술대 위에서 해부되고 있는 것처럼.
그 다음에는 처음 보는 공포스런 장면들이 쏟아졌습니다. 수많은 장면은 빠르게 그리고 기억할 수 없는 형태처럼 일그러져 지나갔습니다.
나는 빠져나가고 싶었지만, 나를 제어할 수 없었어요. 낯선 얼굴 속으로 내가 타인이 되어 숨어든 느낌, 원인 모를 증오와 분노가 가득 차 있었습니다.


눈을 뜨자 근심 가득한 얼굴로 저를 보고 있던 편집장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집에 어떻게 도착했는지
내 손에 있던 곰인형은 어디에 있는지 전혀 기억나질 않았죠.

아돌프 박사

숙련된 기자의 촉을 이유로 들어 윌라드 크루그먼 뒤로 보여던 실루엣의 주인을 아돌프 박사로 단정지었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결국 오랜 수소문 끝에 박사를 찾아냈습니다. 특종을 눈 앞에 둔 짜릿한 순간이었죠.


박사의 연구실로 잠입해서 조심스레 흔적을 살폈습니다. 양질의 정보를 얻기 위해선 박사를 만나는 것보다 훨씬 좋은 방법이었죠.
수많은 수식으로 얽혀있는 단편적인 기록들. 박사의 대부분의 기록은 끊임없이 연구하는 지루한 시간들의 연속이었습니다.
마음이 다급해진 저는 중요한 자료들이 숨겨져 있을 것 같은 장소들을 선별하여 뒤지기 시작했죠.

저는 낡은 박스 안에서 손 때가 묻어 있는 낡은 펜을 찾아냈습니다.


아돌프 박사. 우리는 첫 번째 실험이 실패했다고 결론 내렸소. 이에 따라 우리가 제조한 최초의 강화인간은 폐기하기로 결정되었소.
이후 잭 더 리퍼는 최상위 위험등급으로 분류되며, 폐기 또한 우리가 직접……

최초의 강화인간? 잭 더 리퍼? 나는 천천히 박사의 글을 따라갔습니다. 온몸에 전율이 돋았죠.


아인트호벤 고아원에서 다른 것들과 함께 정리를 할 계획이오. 옥사나라면, 이전처럼 깔끔하게 사건을 정리해 줄 것이오.
그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작별인사를 나누시오. 깔끔한 마무리를 위해선 당신의 협조가 필요하오.
- 윌라드 크루그먼

박사는 손에 쥔 펜으로 윌라드의 편지를 쉴새 없이 그어댔습니다. 처음에는 천천히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강도는 점점 심해졌습니다.
박사의 행동은 편지가 찢어질 때까지 무의미하게 반복되었습니다.


실험이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오. 잭을 보내겠소. 폐기를 부탁드리오.
- 아돌프


아돌프와 잭은 마주하고 있었습니다. 박사는 잭과 짧은 포옹 후, 그의 머리에 붙어 있던 제어 장치를 떼어냈고, 잭은 평온한 얼굴을 하면서 쓰러졌습니다.
비밀을 알게 되었기 때문일까요. 갑자기 언제 들킬지 모를 불안감이 모든 신경을 날카롭게 만들었습니다.
제 앞에 누군가 서 있었던 것 같은데, 그 후로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분명 난 그 순간 평소에 운동을 해두길 잘했다고 안심했던 것 같은데 말입니다.



깨어났을 땐 아무도 없었습니다. 어떤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내가 보았던 모든 것들이 허상이었던 것처럼 말이죠.
저는 급하게 손에 잡히는 대로 상자에 있는 물건들을 가방에 쓸어 담아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그 안에 완벽하게 해결된 사건, 살인마 잭에 대한 자료들이 들어있길 간절히 소망하면서 말이죠.

잭 더 리퍼

제가 목숨을 걸고 가져온 정보들은 꽤 유용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저의 탁월한 추론은 사건을 정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주겠죠.
감옥에서 사망했다고 알려진 잭은 수 십년이 지난 후, 옥사나 야고비치에 의해 안타리우스의 실험체로 부활하여 새로운 삶을 살 기회를 얻었습니다.
트릭시를 만들기 전 아돌프 박사는 안타리우스의 신경회로 유전학 센터에 있었고, 잭을 최초의 강화인간으로 만들어냈죠.

잭은 뇌의 활동을 제어 당하고, 행동은 감시를 받았습니다. 거듭되는 실험 끝에 그는 높은 등급의 완성체로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평가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잭의 자아는 과거의 기억이 지배하고 있었고, 잭은 자신의 특유의 기질을 완전히 숨기지 못하고 교묘히 명령을 어기기 시작했죠.

아돌프 박사에게 통제 불가능한 상태인 잭을 보완하지 못한다면, 실험을 중단하라는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아돌프 박사는 시간이 지날수록 날카로워졌습니다. 히스테릭한 문장들이 곳곳에서 발견되었어요. 오랜 고민 끝에 박사는 상부에 강화인간의 기억을 말끔히 말소하는 것이 통제하기 쉽다는 보고서를 작성하여 첨부하였습니다.
그 결과가 자신이 애착을 가지고 만든 첫 번째 실험체를 폐기해야 하는 결과로 이어질지는 예측을 못 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어느 날 아돌프 박사는 독단적으로 잭에게서 인격을 분리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나는 아돌프가 남긴 기록들을 보면서 실험을 실패한 것에 대한 절망인지, 실험체에 대한 그릇된 애착인지 혼란스러웠습니다.

살인마 잭

안타리우스는 첫 번째 실험체를 찾기 위해 많은 조사를 했던 것 같았습니다.
박사의 연구실에서 가져온 기록들은 제가 알고 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었죠.


잭 더 리퍼 사건 기록(로지 맥컬리, 잭의 관선 변호사, 사망)

잭의 죄목은 살인이었다. 1888년 영국에서 있었던 연쇄 살인 사건, 총 12건의 살인사건에 대한 범인.
그는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았다. 어떤 변호사도 변호하겠다고 나서지 않았다. 희대의 살인마를 변호해서 남는 건 손가락질뿐 일 테니까.
일부 인권단체의 항의로 인해 결국 신입 관선 변호사인 내가 그의 변호사가 되었다.

그와 면담을 할 수 있는 시간은 극히 제한되었다. 그는 우리에 갇힌 동물처럼 단단한 철창 속에 숨겨져 있었다.
많은 질문을 던졌지만, 침묵으로 돌아왔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시간을 때우기 위해 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친구들과 장난치던 이야기. 가족에 대한 이야기. 연인에 대한 이야기. 그저 그런 아주 평범한 이야기를.

재판을 받는 날, 재판장으로 가기 전 나는 철창에서 벗어난 그의 얼굴과 마주했다. 그는 어떤 죄수보다 평범했다.
길거리에서 마주치면 그 사람에 대해 어떤 것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만약 내가 그를 만난 곳이 감옥이 아니었다면, 살인과 가장 관계없는 사람으로 그를 선택했을 만큼.

그는 재판 한 시간 전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고,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나는 재판의 결과가 절대 뒤바뀌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건 잭이 나보다 먼저 내린 결론이기도 했다.
나는 뒤늦게 평범하다는 것은 어떤 것과 연관시켜도 어색하지 않다는 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잭의 증언

사람들은 나를 찾아내고, 능력을 밝혀낸 MI7에게 더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니냐며 칭송했지.
그런데 범인으로 색출된 나 역시 MI7의 일원이었어.
영국 정부는 어렸을 때부터 능력자들을 아카데미에 귀속시켜 교육을 받게 했지.
우리는 훈련이 아닌 일반 학교의 커리큘럼과 동일한 교육을 받아 보호되었고, 성인이 되면 자동으로 MI7에 소속되었어.
MI7의 교육 이념도 아카데미와 마찬가지였고. 사이퍼가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단계를 마련해주는 장소일 뿐이었어.
그곳에서는 내가 누구와 다르다는 것,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는 것도 인식하지 못했어.
우린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평범한 대학생처럼 혹은 사회인처럼 생활하면 됐으니까.

하지만 우리의 평화로운 일상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금이 가기 시작했지.
혈우병 보인자로 알려진 엘리자베스 여왕이 실은 사이퍼임을 숨기기 위해 자신의 병명을 국민에게 속였고,
혈연관계를 맺은 유럽 황실의 상당수 가문에서 똑같은 증상의 아이들이 출생하면서 여왕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은 더 가속화되어 번져나갔어.

하지만 그때까지도 우리는 영국 사상 최고의 번영을 선사했던 사랑받는 군주, 존경하던 군주에 대한 기대를 품고 있었어.
우리는 단순하게 우리는 여왕이 우리와 같은 사이퍼 일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뻤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사이퍼임을 인정하지 않았어.
오히려 이전과는 정 반대의 선택을 했지. 그녀에게는 희생양이 필요했어.

내가 왜 선택된 건지 알 수 없어. 그들은 처음 내가 살인마가 되기엔 너무 평범하다고 말했지만, 선택을 번복하지는 않았어.
나는 좁은 감옥에 갇혀 스스로 파괴적인 힘을 길렀고, 누군가를 향해 이유 없는 폭력성을 키워야 했어.
시간이 흐르면서 내 분노와 증오는 선별되어 점점 더 나를 폭발하게 만들었어. 내 영혼에 남은 것은 삶과 사람들에 대한 증오뿐이었지.
나와 함께 했던 친구들, 가족들 좋은 기억들은 말끔히 사라진 채로.
나는 그렇게 인위적으로 조작된 살인마가 되어 세상에 나가게 되었지. 내 인격은 변했어. 어느새 난 모두의 완벽한 합작품이 되어 있었어.


헌터 탄야

그 즈음 저는 헌터 탄야에 대한 기사를 작성했죠. 그녀의 인터뷰 기사를 쓰면서 단 한 번 스치듯 그녀와 마주친 적이 있습니다.
저는 멈칫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녀는 제가 잭의 기록을 뒤지며 만났던 인물과 동일인물이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