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형제의 헤어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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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1 00:53:36
등장인물 : 다이무스 홀든, 벨져 홀든, 이글 홀든 (홀든 삼형제)
이글 : (E. 점점 가까워지는 발소리) 기다렸어~? 미안. 늦어버렸네.
다이무스 : 이글, 왜 이렇게 늦었느냐.
벨져 : 그 품위없는 모습은 뭐지?
이글 : 아, 이거? 우리 연합 꼬맹이가 놀아달라고 해서.
벨져 : 패션쇼라도 했나?
이글 : 미용실놀이.
벨져 : 인형 대용이라도 되어 준 모양이구나. (웃음을 참고) 흠!
다이무스 : (이글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 다이무스) 흐음…….
이글 : 큰형, 뭘 그렇게 봐. 내가 그렇게 이뻐?
다이무스 : 미용이라고 하니까 생각났다만, 너희들이 언제부터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이글 : 엉? 갑자기 그게 왜 궁금해?
다이무스 : 네 녀석들이 종일 집에 있는 날이면 긴 머리카락 천지이지 않나. 털갈이라도 하는 것처럼.
벨져 : …털갈이라니. 표현이 어째 짐승의 그것 같은데 착각이겠지.
이글 : 그러니까, 어렸을 때였지? 난 작은형이 먼저 머리 기르고 나서 길렀지. 요만할 때, 유모나 예쁜 메이드들이 아침마다 작은형 머리를 빗어주고 꾸며주는 게 질투나서? 그러고 보니 작은형은 왜 머리를 기른 거야?
벨져 : 별걸 다 묻는군 …. 내 은색 머리가 햇빛을 받으면 더욱 반짝거리고 아름답다는 걸 알게 됐을 때부터. 머리가 길면 더 반짝거릴 거라고 생각했지.
이글 : 솔직히 말해봐. 그런 말 하고 창피하지 않아?
벨져 : 훗. 그저 진실을 말한 것뿐이다만.
이글 : 그럼 아예 발목까지 기르지 그래. 번쩍번쩍하게.
벨져 : 더 기르는 건 무겁고 귀찮아. 지금이 딱 적당해. 무엇보다, 품위없는 너와 인상이 겹치는 건 사양이다. 이글. 그보다 이런 얘기가 나온 김에, 형아는 한결같은 그 스타일, 바꿔볼 생각 없나? 머리를 내린다든가.
이글 : 품위 없다니. 하나뿐인 동생을 가차없이 까내리시는구만... 오. 그나저나 큰형에게 새로운 시도를 권유하는 거야? 절대 안 들을 걸. 나도 가끔 얘기하는데 씨알도 안 먹힌다고.
다이무스 : 검을 잡는데 최적의 머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뿐이다. 바꾸는 것은 걸리적거릴 뿐. 벨져, 너야말로 그 머리 묶어볼 생각 없는 건가.
이글 : 큰형은 나한테도 긴 머리가 답답해보인다고 했었지, 아마?
벨져 : 집에 있을 때는 묶고 다니기도 했는데.
다이무스 : 그랬나?
벨져 : 더우니까.
이글 : 그건 그렇다고 치고, 공성에선 왜 안 묶는 거야. 신경쓰이지 않아?
벨져 : 전투 후에 흐트러진 머리가 눈에 띄는 게 싫다. 너는 풀고 다니는 것도 나름 괜찮던데. 망나니라는 타이틀에 그보다 잘 어울리는 것은 없더군.
이글 : 어엉? 무슨 소릴! 내가 형보다 머리가 길다는 걸 잊은 거야? 나야말로 이렇게 묶지 않으면 걸리적거린다고.
다이무스 : 그냥 둘 다 자르거라. 힘들면 도와주도록 하지.
이글 : 무슨 소리야! 안 돼! 내가 얼마나 보듬으며 길렀는지 알면서 그래?!
벨져 : 이 완벽하고도 아름다운 머릿결을 보고도 자르라는 말을 쉽게 하는군. 그게 얼마나 국가적손실인진 알고 말하는 건가, 형아.
이글 : 큰형은 이런 데는 신경도 안 쓰니까~ 그보다 작은형, 저번에 내가 알려준 '그건' 어때? 꽤 괜찮지 않아?
벨져 : 저번에? 아아, 머릿결에 '코코넛 오일'이 좋다고 했던 거. 확실히 머릿결에는 좋을지도 모르지만, 기름진 느낌이라 별로더군.
이글 : 나도 형이 추천해준 거 써봤는데~
다이무스 : 형제가 아니라 자매 둘의 대화인 것 같은 건 어쩐지 내 착각인가.
이글 : 하하! 자기 관리에 남자, 여자가 어디 있어. 큰형도 참!
벨져 : 어느 구시대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 건지 모르겠군, 다이무스 경은. 요즘은 남자들이야말로 아름다운 외모를 가꾸어야 마땅해. 미모는 90%의 타고남과 10% 가꿈의 조화로 더욱 완벽해지는 법이니까. 그래서, 형은 그 머리를 내려볼 생각이 없다는 건가?
이글 : 그냥 미모는 타고나는 거라고 쉽게 말하라고 (키득키득) 그나저나, 작은 형~, 도와줄래? 지금 내려 볼까!
다이무스 : 이글, 쓸데없이 나대지 마라.
이글 : 아, 알았어. 알았어. 우리가 언제부터 서로가 하는 말을 그렇게 신경 썼다고~ 각자 좋은 대로 살다가 내키면 언젠간 머리 스타일도 바뀌어있고 그렇겠지 뭐. 더 얘기 할 거야? 난 유모한테 부탁했던 디저트나 먹으러 갈래~
다이무스 : 이글.
이글 : 아, 왜 자꾸 불러.
다이무스 : 그 꼬마랑 놀아주면서 거울 본 적 없나?
이글 : ?? 없는데?
벨져 : (피식 웃는 소리) 훗. 꼬마가 일부러 거울을 보여주지 않은 거겠지. 이글, 가서 거울 한 번 보고 오지 그래.
이글 : ?!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어째, 불길한 느낌이……. (E. 뛰어가는 발소리와 멀리서 메아리치는 이글 목소리) 으아악?! 이게 뭐야~! 엘리노어어어!!
다이무스 : 난 네가 처음부터 이 사실을 가르쳐 줄거라고 생각했다. 벨져.
벨져 : 일찍 알려주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그러는 형이야말로 진작 말해버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이무스 : 마치 소녀들의 오붓한 대화를 듣는 느낌이라 끼어들 수가 없었다.
벨져 : 형아가 그런 말을 할 때마다 묘하게 좋지 않은 기분이니 그만 둬.
다이무스 : (sorry!) 너의 실수다.
벨져 : …아직도 묘한데. 가서 디저트 먹고 이글이나 놀려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