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 까미유, 루드빅, 미아, 미쉘

트와일라잇 광장, 골목

노을 지는 광장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점점 뜸해진다. 서점 뒷편으로 마련된 골목 역시 사람들의 걸음이 뜸해진 지 오래인지, 두 소녀를 제외하고 보이는 것은 탁자와 짝을 이룬 의자 대여섯 개가 전부이다. 제일 구석에 놓인 탁자에 앉아 있는 소녀들의 소근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진다.

미아　　　(머리를 부여잡고) 으, 암만 생각해도… (한숨) 결정을 못하겠어….

미쉘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이야.

미아　　　역시…, (미쉘을 보며 격앙된 목소리로) 피터한테 물어보는 건 어때?!

미쉘　　　피터? 글쎄. (고개를 갸웃거린다) 피터라면…, 당연히 닥터 아닐까.

미아　　　역시 그런가….

탁자 위로 엎어지는 미아. 한숨을 깊게 내쉬다 입을 다문다. 맞은 편에 앉아 턱을 괸 미쉘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진다.

미아　　　(탁자에 엎어진 채 웅얼거리며) 역시 잘 모르겠어….

(E)　　　　발걸음 소리. 

미아, 발소리에 놀라 번쩍 고개를 든다. 어둠이 내린 골목 사이로 반짝이는 녹색 빛을 발견한다.

미아　　　(안색이 어두워진다) 으, 다, 닥터?!

까미유　　왜 이렇게 놀라지, 드루이드.

미쉘　　　(고개를 돌려 까미유를 보며) 다, 닥터?

미아　　　(당황하고) 어, 어쩐 일이야?! 반딧불이 밥은?!

까미유　　글쎄. (선글라스 너머로 눈썹이 보인다) 무슨 대화 중이었나?

미쉘　　　벼, 별거 아니야.

미아　　　그, 그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정말 별거 아니라구….

여전히 거리를 유지한 채 완벽히 골목으로 들어선 까미유. 잠시 정적이 흐른다. 서로 눈치 보는 미아와 미쉘.

까미유　　흠. 소녀들이 아니라면, 아닌 모양이지.

미아　　　그래! 정말! 진짜로! 별거 아니야! 그저 누가 더 나쁜지! 그런 이야기 주웅…!

미쉘　　　미, 미아! (미아를 보며 황급히 입을 막는다) 하, 하하….

까미유　　잠시만. 미쉘, 그 손 좀 치우면 좋겠는걸.

미쉘　　　(고개를 강하게 저으며) 아, 아니야! 미아가 헛소리한 거야, 닥터!

미아　　　읍, 으느! (아냐!)

미쉘　　　미아…. (울상을 짓는다)

까미유, 실없이 웃으며 둘에게 다가온다. 이내 탁자에 탁, 양 손을 얹고 미아와 미쉘을 번갈아가며 쳐다본다.

까미유　　그랬던거군. 그래서, (생긋 웃으며) 내 비교 상대는 누구지?

미아　　　(그제서야 놀란 눈으로 강하게 고개를 내젓는다) 모, 모르겠는데.

미쉘　　　…이미, 망했어, 미아.

미아　　　으…. (미쉘을 보며) 미안해…, 미쉘.

까미유　　응? (재촉하듯) 그게 누구지, 아가씨들?

미아　　　(주저한다) 그, 타, 탄야….

까미유　　흠~. 그랬군. 내가 탄야 랜킨보다 더 나쁘다니. (의미심장하게 웃는다)

미쉘　　　저, 다, 닥터? (눈치를 보며) 미, 미안.

까미유　　음? 아니. 오히려 영광인걸.

(E)　　　　구두 소리.

미아　　　(귀를 기울이며) 헉! 호, 혹시!

루드빅　　이런. (여유롭게 웃으며) 실례.

미아　　　히익! (놀란 나머지 의자에서 떨어진다) 에구구….

까미유　　헌터가 이곳에는 무슨 일이지?

루드빅　　흥미로운 대화를 나누고 있길래, 들렀습니다만.

미쉘　　　저, 전혀 흥미롭지 않은걸!

루드빅　　제법 흥미롭습니다. (까미유를 보며) 닥터, 당신이 가장 나쁜 사람입니까?

당황한 미아, 미쉘. 팔짱을 낀 채 닥터를 보며 생긋 웃는 루드빅을 보며 슬금슬금 닥터의 뒤로 이동한다.

미아　　　그, 그래도…, 당신보다 우리 닥터가 착하지!

미쉘　　　맞아. 당신은…. (말끝을 흐린다)

까미유　　숙녀들 말로는 그렇다는데. (미아와 미쉘을 본다)

루드빅　　오, 이런. (코웃음을 치며) 제가요?

미아　　　우리 닥터는! 그저 친구를 버렸을 뿐이지!

까미유　　(미아를 보며) 허? 친구? 누가?

미쉘　　　그, (고민하다) 아, 우중충한 벌레를 달고 다니는 사람. 

까미유　　아, 히카르도? (의아한 목소리로) 애초부터 친구가 아니지. 이용만 했을 뿐이야.

미쉘, 미아 ㅎ, 히익! (딸꾹질)

루드빅　　(작게 한숨 쉬며) 이런, 이런. 저보다 더 악질이셨군요.

까미유　　(진지했던 분위기를 풀고) 하하, 농담이지, 농담. 그렇게 진지하게 듣지 말라고.

미아　　　아, 아니. 그렇게 말해도….

미쉘　　　닥터가 그런식으로 말하면….

미아,미쉘  농담도 진담 같거든!

까미유　　(무시하고 루드빅을 본다) 그것보다 당신. 당신은 친구도 없지 않아?

루드빅　　(머리를 쓸어올리며) 이런, 저를 너무 모르시는군요. 저도 친구라는 게 존재합니다만. 몸이 늘어나는 탄성 능력자라든지, 멸족한 닌자 가문의 여식이라든지. 아, 머리가 흰 여자도 친구입니다만.

미쉘　　　…모두 당신이 잡아서 넘긴 사람들 아니야…?

루드빅　　(의아하다는 듯이) 원래 친구란 건 팔아넘기는 것입니다만?

미아, 미쉘 히익! (놀라서 뒷걸음질친다)

까미유　　하, 당신도 만만치 않은데. 악질인건.

루드빅　　하하, 그런가요. 사실 농담입니다.

미아　　　…당신이고, 닥터고!

미쉘　　　다 거짓말하지 마!!!

미아, 미쉘 진짜 같다고!!!!

까미유　　난 좀 빼 주지. 아무튼 난 이만, 할 일이 있어서. (재빨리 사라진다)

(E)　　　　구두 소리.

루드빅, 한숨과 함께 고개를 숙인다. 이내 의미심장하게 웃기 시작한다. 깜짝 놀란 미쉘과 미아, 눈빛을 교환한다.

미아　　　나, 나도! 나도 가야겠어!

미쉘　　　저, 저기, 나도 가볼게. 피터에게 굿나잇 인사를 해 주러 가야 해.

루드빅　　하. (깊게 숨을 내뱉는다) 어딜, (분노를 누르며) 가십니까.

미아　　　히익!

놀라 달려가는 미아, 미쉘. 까미유는 이미 저만큼 멀어진 상태다. 루드빅이 눈을 빛내며 단추를 채운다.

루드빅　　사냥! (이를 간다)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