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멜빈이랑 리첼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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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5 00:09:51
등장인물 : 멜빈, 리첼, 제피
[잡동사니 투성이로 엉망친창 어질러진 공방. 그 잡동사니들을 비집고 리첼이 등장]
리첼 : (공방 안을 바라보며 질렸다는듯이) 여기는 올 때마다 점점 굉장해지는구나. (큰 소리로) 멜빈! 야 멜빈!
[리첼 목소리가 공방 전체에 울려퍼졌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다.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리첼. 잠시 후 제피L이 동그란 날개를 파닥거리며 반가운듯이 리첼에게 날아온다.]
제피L : 환영의 표현. 반갑습니다.
리첼 : (웃는 얼굴로 제피L을 쓰다듬으며) 안녕, 엘. 너희 주인님은 어딨니?
제피L : 이쪽입니다.
[제피L 잡동사니 사이들을 가로질러 공장 가장 안쪽까지 날아간다. 리첼 잡동사니 더미들을 피해 천천히 따라간다. 멜빈 공방 구석에 大자로 엎어져 있다.]
리첼 : (포기했다는 말투로) 저놈은 주변을 이 모양으로 해놓고, 어떻게 저리 팔자 좋게 퍼져있는거야.
[제피L 멜빈 위에 멈춰서]
제피L : 주인님. 손님입니다.
[멜빈 반응이 없다.]
리첼 : 고마워. 엘. 깨우는 건 내가 할게.
제피L : 사과의 표현. 죄송합니다. (사과 정도는 직접 해라!!!)
리첼 : (골치아프다는듯이 손을 관자놀이에 대고) 아, 진짜. 저 녹음해놓은거 지우라니까 아직도 안 지웠네.
(엎어져있는 멜빈의 엉덩이를 가볍게 한번 걷어차며) 야! 멜빈! (반응이 없자 두 번째 강하게 걷어차며) 멜빈!!
[멜빈 리첼의 발차기에 데굴데굴 굴러서 벽 한 쪽 구석에 처박힌다. 하지만 멜빈은 움직이지 않는다.]
리첼 : (당황한듯이) 어라? 이게 아닌데. 설마... 멜빈!
[당황하여 구석에 처박힌 멜빈에게 달려가서 그의 상태를 확인하는 리첼. 조심스럽게 다시 한 번 움직여보지만 멜빈 반응이 없다. 리첼 어찌할 바를 몰라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정지.]
멜빈 : (국어책읽듯이) 반응이 없다. 그냥 시체인 것 같다.
리첼 : (멜빈을 바라보며)...
멜빈 : (눈을 감은 채 무반응)......
리첼 : ..........!! (분노에 찬 시뻘게 진 얼굴로 멜빈을 지붕 끝까지 차올리며) 아 빡..!! 쳐!
[지붕 끝까지 솟았던 멜빈을 제피L이 운반해 온다.]
멜빈 : (제피L 위에 매달려서 귀찮다는듯이) 무슨 일이야...
리첼 : (화난 목소리로 따지며) 사람을 그렇게 놀래켜 놓고, 그 태도는 뭐야! 얼마나 놀랐는데!
[곤란하다는듯이 멜빈은 딴 곳을 바라본다.]
제피L : 사과의 표현. 죄송합니다. (사과 정도는 직접 해라!!!)
리첼 : (분노한 목소리로 이를 악물고 주먹을 쥐며) 사과...정도는.... 직.접.해.라!!!!
[멜빈 리첼의 어퍼에 다시 한 번 지붕 끝까지 날아오른다. 제피L 멜빈을 다시 운반해 온다. 멜빈 리첼 앞에 무릎 꿇고 앉아서 사정을 설명한다.]
리첼 : (분노를 억누르듯 눈을 감고 팔짱을 낀 채 한숨을 내쉬며) 그러니까 아돌프 박사님이 다치시는 바람에 박사님 물건을 니가 맡게 돼서, 그걸 조정하다보니 이틀밤을 새웠고, 그래
서 그렇게 퍼져있었는데, 내가 와서 상대하기 귀찮은 나머지 죽은 척을 하셨다?
[여전히 귀찮다는 듯이 멜빈 딴 곳을 바라보고 있다.]
리첼 : 대답!
멜빈 : 네...
리첼 : (어이가 없다는듯이) 내가 무슨 곰도 아니고 죽은 척을...
[멜빈 멀뚱멀뚱 리첼을 쳐다본다.]
리첼 : (빙그레 웃으며 주먹을 불끈 쥐고) 멜빈, 뭔가 할말이 있는 거 같은데 해봐...
멜빈 : (두 손을 앞으로 내밀고 내저으며) 아.. 아니야.
리첼 :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하... 그래서 그 조정하던 물건이 뭔데? 니가 이틀씩이나 걸리다니 별일이네.
[멜빈 일어서서 리첼을 한 번 쳐다본다.]
리첼 : (살짝 당황한 목소리로) 왜?
멜빈 : (공방 한 쪽의 으슥한 곳으로 걸어가며) 이쪽이야.
[멜빈을 따라가보니 그 곳에는 가지런히 손질된 은빛 투윈테일의 아름다운 여성이 누워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생명이라면 당연히 갖는 그 특유의 기척이 부족해보였다.]
멜빈 : (죄책감과 두려움이 섞인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외할아버지가 만든 전투용 안드로이드. 개체명 트릭시 폭스.
리첼 : (트릭시를 천천히 살펴보며) 헤....
멜빈 : (살짝 인상을 쓰며) 뭐야.
리첼 : (계속 트릭시를 살펴보며) 아니, 너도 남자로구나 싶어서. 이것저것 참 매니악하네. 멜빈 다시 봤어.
멜빈 : (한숨을 쉬며) 내가 만든 게 아니라니까.
리첼 : 뭐랄까. 부전자전이라고 하잖아? 아, 이 경우에는 너희 외할아버지니까 모전자전이 맞는 걸까?
멜빈 : 저기... 내 얘기 듣고 있는거야?
리첼 : (건성으로) 응. 응. 듣고 있어~ (의외라는듯이) 그런데 왠일로 니가 아돌프 박사님을 돕는거야? 너 박사님이랑 좀 껄끄러운 사이 아니었어?
[ 멜빈 잠시 리첼을 쳐다보다가 다시 트릭시를 바라보고 무언가를 떠올린다. ]
멜빈 : (자조적으로) 얼마 전에 가슴만 커다란 폭탄마한테 들은 얘기도 있고, 이 아이가 이렇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내 책임이니까.
리첼 : 책임?
[그 때, 밖에서 폭발음이 들려온다]
리첼 : (당황하여) 뭐... 뭐야?
멜빈 : (공중에 나타난 화면을 조작하며) 액티브 스캐닝.
제피 : 스캐닝 액티베이티드.
[한차례의 폭격이 또 일어나고 주변에는 비명소리가 들린다.]
리첼 : 이건 또 무슨 난리야!
멜빈 : (별일아니라는 듯 하품하며) 하~아~ 별거 아니야. 요즘 도둑놈들이 계속 주변에 서성거리더라고.
(하품하며) 그래서 적당히 겁주고 쫓아낸거야.
리첼 : (질렸다는듯이) 점점 이 곳도 마의 소굴이 되어 가는 모양이네.
멜빈 : (화제를 돌리며)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로 온 거야?
리첼 : (잊어먹었던 것을 떠올리며) 아, 맞다. 내 말 좀 들어봐. 내일 어엄~청 중요한 라이브가 있는데 말이야. 언니가 글쎄!!
멜빈 : (귀찮다는듯이) 그래서 뭐가 고장난건데.
리첼 : (마이크를 꺼내들고, 두 손을 모아 빌며) 이거. 내일까지 어떻게 안 될까요?
멜빈 : (마이크를 쳐다보고 리첼한테 맞은 부위를 만지작거리며) 흠... 아직 조정할 것도 남아서... 내일은 무리고 아마 모레정도면 가능할 것 같네.
리첼 : 내일 아침까지 좀 부탁해. 내가 특별히 공연 티켓도 줄테니까 제발 좀!
멜빈 : (귀찮아하며) 흠... (다시 한번 맞은 부위를 만지며) 역시 힘들 것 같아.
리첼 : (사정사정하며) 아... 멜빈! 제발!! 그럼 우리 언니랑 데이트할 수있는 데이트권! 우리 언니 알지? 얼마나 예쁜데!
멜빈 : (관심없다는듯이 단칼에) 귀찮아.
리첼 : (당황하여) 그럼... 어... (번뜩 무언가 떠올리며) 그럼 저번에 만들었던 그 초코무스케이크! 맛있게 먹었자나. 그거 다시 만들어다줄테니까 제발 부탁이야!
멜빈 : (지난번을 떠올리며) 아, 저번에 그거? 근데 요즘 별로...
[멜빈 절박한 표정으로 눈물까지 글썽거리는 리첼을 보고]
멜빈 : (어쩔 수 없이) 흠... 요즘 당분이 부족한 거 같긴 해. 좋아. 거기 위에 두고가.
리첼 : (표정이 급반전하면서 매우 신나게) 완전 고마워! 케이크는 내일 마이크 찾으러 오면서 갖다줄게~♡
멜빈 : 그래, 볼일 다 봤으면 얼른 돌아가.
리첼 : (뒤돌아서며) 알았다. 알았어. (돌아서다가 갑자기 떠올랐다는듯이) 아, 그러고 보니 아까 니 책임이 어쩌고 하던 건 무슨 말이야? 가슴이 폭탄이네 뭐네 하는 애하고.
멜빈 : (딴청부리며) 음.. 이거 나사가 어디갔지? 제피 이거랑 똑같은 거 못 봤니?
리첼 : 못 들은 척 하지마! 그러니까 더 궁금하잖아!
[멜빈 신발의 부스터가 불을 뿜으며 신속하게 그곳을 이탈한다.]
리첼 : 야! 멜빈!! 어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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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빈 보이스 중에 사과가 제일 맘에 듭니다. 리첼의 그 딴죽이 일품이지요.
리사 의문의 1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