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리아토마
-
1,047
3
-
2016-05-19 16:07:44
초 저녁, 탄야의 거처 응접실. 산 속에 큰 별장. 탄야는 창문에 서 있고, 까미유는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신다.
탄야 : 사람들이 왜 벌레를 무서워 한다고 생각하지?
까미유 : 흠, 모르겠는걸.
탄야 :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까미유 : 벌레 이야기를 하자고 나를 부른 건 아닐 테고, 무슨 일이지 탄야.
탄야 : 요즘 밤마다 벌레가 보여서 말이지. 무서울 정도라서 말이야.
까미유 : …천하의 헌터께서 벌레 하나를 잡지 못해 곤란하기라도 한 거야?
탄야 : 이 벌레의 성가신 점은, 아침에 죽여도 저녁이 되면 기어 나온다는 거야. 어리석어서 기척을 숨길 머리가 되질 않는 주제에, (말을 멈추고) 죽여도…죽여도 다시 나타난다고.
까미유 : (눈치 챈 듯, 신중하게) 그렇군…곤란하겠는걸.
탄야 : 좋아, 그래야 말이 통하지.
( 독전갈 사운드와 함께 둔탁한 타격음이 들린다. 곧이어 사람이 떨어지는 쿵, 하는 소리.)
히카르도 : (다리에서 독이 스며든 듯 쉬이익 소리가 난다. 고통스러운 신음을 낸다.) 으윽…
탄야 : 나를 성가시게 만들지만 않았더라면 참 흥미로운 능력이야, 죽여도 끝이 없는 벌레라니.
까미유 : …히카르도.
히카르도 : (당황하는 목소리로) 까미유.
탄야 : (탄야 특유의 평이한 어투) 귀여운 벌레 청년, 내 침실에서 다른 남자를 찾은 값은 나중에 따로 받도록 하지.
히카르도 : (고통을 삼킨 채, 낮고 조용히) 탄야 랜킨…너를 찾은 건 까미유와 아무런 관련 없는 일이다.
탄야 : (전혀 믿지 않는 듯 비웃음이 가득한 목소리로) 닥터. 너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데.
까미유 :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천천히, 감정이 보이지 않는 목소리로) 글쎄…버린 것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주의라.
탄야 : (웃음기가 어린 채) 하, 재밌기도 하지. (웃음기가 사라지고, 살벌한 어조로) 그럼 왜 버린 쓰레기가 내 근처에 얼쩡 거리는 거지?
히카르도 : (화가 난 짐승이 으르렁거리는 것처럼 살벌하게) 나는, 쓰레기가 아니다.
까미유 : (덤덤하지만 짜증이 묻어나는 어조로) 히카르도, 조용히 해 주겠어?
히카르도 : …
까미유 : (귀를 기울여야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약하게 한숨을 쉰 뒤, 번거 롭다는 어투로) 탄야, 대신 사과하지.
탄야 : (웃음기가 담긴 목소리로) 정말 눈물 겨운걸. 어린 시절을 함, 께(말끝을 길게 늘린다)한 우정이라는 건가?
까미유 : (감정이 보이지 않는 친절한 어조로) 그런 건 아니야. 미안하지만 탄야, 잠시만 시간을 내 주겠어?
탄야 : (잠시 생각하는 듯 말이 없다가, 이내 흥미롭다는 듯) 좋아, 3분의 시간을 주겠어.
까미유 : …노력해보지.
(문이 열리고, 탄야가 나간다. 느릿한 구두소리가 멀어져 간다.)
까미유 : 치료 해 줄게.
히카르도 : …필요 없다.
까미유 : 탄야의 독에 당한 상태로 도망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 테고… 고통을 즐기기라도 하는 거야?
히카르도 : 후자라고 해두지.
까미유 : 차라리 기지를 노리도록 해. 잠입하기 쉬울 거야. 오늘 알았다 시피, 탄야는 기척에 예민하거든.
히카르도 : 참고하겠다.
까미유 : 치료는 끝났어.
(창문을 여는 소리, 히카르도가 문턱을 밟는다)
히카르도 : (불안한 듯 뒤를 돌아보곤, 망설이듯이) 까미유. 너는….
까미유 : 답지 않게 뭘 고민해?
히카르도 : 까미유 넌,…자신이 누구라고 생각하지?
까미유 : (당황한 듯)…황당한 질문인걸…난…(조금 고민하다 망설임 없이) 닥터 까미유라고 생각한다.
히카르도 : 그렇군, 대답해줘서 고맙다.
까미유 : 히카르도. (말을 멈추고, 잠시 아무 말도 않다가) 네 계획…다음에는, 성공하길 빌어줄게.
히카르도 : 까미유.
까미유 : 왜 그러지?
히카르도 : …거짓말은 하지 않아도 된다.
(히카르도가 창밖으로 떨어지는 소리, 까미유는 천천히 걸어가 창문을 닫는다, 그때 탄야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탄야 : 계획이 성공하길 빌어? 닥터… 비꼬는 것도 수준급인걸.
까미유 : 칭찬으로 듣지.
탄야 : 뭐, 좋아. (흥미가 가득한 어투로) 어때, 재활용 할 여지가 있어 보여?
까미유 : (작게 하하, 하고 웃고는) 전혀.
***
짧게 읽었을땐 3분 30초 늘여 읽으면 4분 나왔습니다.
길게 후기를 적었는데 페이지상 오류가 생겨 날아가 버렸네요.
탄야 이클립스를 통해 무려 쌍충의 마지막이 존재하며 마지막 또한 나쁘지 않았다(!!)는 점은 매우 큰 의의가 있다고 늘 생각합니다. 현재 까미유의 태도, (히든과제와 까미유이클립스)는 한번에 만들어진게 아니라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거라는 사실이죠. 상상의 여지가 더 많아졌다고나 할까요.
때문에 이 보이스드라마 각본의 시기는 <탄야이클립스> <-> 히든과제의 사이라고 설정했습니다.
까미유의 위선은 표현할 수록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히카르도가 아는 까미유, 탄야가 아는 까미유는 모두 다른사람이면서도 같고 진짜이면서도 가짜겠죠. 그 점을 표현하고자 노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