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S.K.Y.
-
878
2
-
2016-05-14 13:06:48
지하연합 본부, 능력자 휴게실 p.m.5:42
[Intro BGM: Theme of Huton]
휴톤, 답지 않게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다.
이글, 휴톤의 맞은편 소파에 팔베개를 하고 드러누워 천장을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다.
휴톤: (사뭇 심각하게) 어이- 이글.
이글: (만사가 다 귀찮다는 듯 나른하게) 어엉~?
휴톤: (시무룩하게) 우린 왜 여자들한테 인기가 없을까?
이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억울하다는 듯) 지금 어디서 형씨랑 나랑 같은 취급이셔? (과장된 투로) 이래봬도 이 이글 님께서 왕년에-
휴톤: (기도 안 차다는 듯) 어쭈- 아직 스물넷밖에 안 먹은 녀석이 벌써부터 왕년 타령이냐? 하이드 님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 네놈 등짝에다 스매싱을 날리시겠다 아주. 어쨌거나 지금은 너도 없잖아. (한 음절씩 또박또박) 여.자.친.구.
이글: (침울하게) 그야...뭐어...
두 사람, 동시에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쉰다.
휴톤: (끄응 앓는 소리 내며) 어떡해야 인기란 걸 얻을 수가 있을까? 대체 비결이 뭐지?
이글: (새삼스럽다는 듯이) 거야 인기 많은 놈한테 물어보면 되는 거 아니겠수? 아, 마침 저기 오네. 양반은 못 된다니까. (큰소리로) 야- 토마스!
토마스: (반갑게) 어, 휴톤 씨! 이글 씨!
토마스, 두 사람에게 달려온다. [뛰어오는 발소리]
토마스: 두 분 여기서 뭐해요? (조금 불만스럽게 잔소리) 임무 없으면 이렇게 세월아 네월아 멍 때리고 있지 말고 일손 모자란 사람들이나 좀 도와요.
이글: (귀찮다는 듯) 아, 됐고. 그런 듣기만 해도 속이 다 메슥거릴 정도로 성실한 삶은 너나 실컷 사세요? 엉?! 그나저나... (유들유들하게) 이 형들이 우리 아우님한테 궁금한 게 있는데 말이야~
토마스: (순진하게) 네? 뭔데요?
휴톤: (약간 머쓱해서 망설이듯) 다름이 아니라, 그 뭣이냐...토마스 너 여자들이랑 친하잖아?
토마스: (질문의 의도를 잘 모르겠다는 듯) 네에, 뭐어...
휴톤: 아니, 어떡해야 그... (말끝을 흐리다가 생각났다는 듯) 그래! 어쩜 넌 그렇게 사교성이 좋을까~하고 궁금해서. (이거다 싶어 한결 자신감 있어진 어조로) 우린 남자다보니까 아무래도 여자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잘 모르겠잖아? 그렇지, 이글~?
이글: (적극적으로 동의하며) 암! 그렇고말고~
휴톤: 그래서 여자들하고 친하게 지내는 좋은 방법이라도 있나 싶어서, 뭐 그런 거지.
토마스: (가만히 생각하다가) 으음- 글쎄요? 딱히 방법이랄 건 없는데... (어깨를 으쓱하며 대수롭잖다는 듯) 그냥 남들이랑 별 다를 바 없는데요?
휴톤과 이글, 침묵한다. 정적이 감돈다.
휴톤: (한층 낮아진 음성으로) ...뭐지, 이 속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은...?
이글: (약간 아연해서) 으응...마치 전교 1등한테 공부의 비결을 물었더니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라는 대답을 들은 것 같은 이 기분...
휴톤: (허무한 듯) 가진 놈들이 더하다더니...
토마스: 그런 건 저보다 루이스 선배한테 물어보세요. 엄청난 미인인데다가 다들 다가서기 어려워하는 트리비아 씨의 연인이시잖아요? (시계를 확인하며) 어이쿠, 늦겠다. 이만하면 됐죠? 그럼 전 이만 바빠서 가봅니다?
토마스, 두 사람의 곁을 떠나 가던 길을 계속 간다. [멀어지는 발소리]
휴톤: 야! 토마스! 에휴- (불만스럽게) 결국 뭐 하나 건진 게 없잖아.
이글: 그러게. 뭣보다 루이스 그 녀석은 애초에 생각도 않았다고. 왜냐하면...
휴톤: 응...그렇지...
이글: 그놈 면상만 봐도 답 나오는 걸, 뭐...
휴톤: 맞아. 신이 불공평하다 싶을 정도로...
이글: 잘생겼지...
두 사람, 또 다시 동시에 깊은 한숨을 내쉰다.
휴톤, 이윽고 대단한 결의라도 한 듯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다. [테이블 내리치는 소리]
휴톤: (짐짓 기운차게) 그래! 비록 여자한테 인기가 없어도 우리에겐 뜨거운 우정이 있잖아?
이글: (구호라도 외치듯) 옳소옳소! 적어도 우리는 그랑 플람 재단 녀석들보다는 훨씬 낫지 뭐! 적어도 여자가 아예 없는 건 아니잖아? 하.하.하. [이글의 속 빈 강정 같은 웃음소리에 겹쳐 가까워지는 빠른 발소리]
토마스, 뭔가 용건이 남았는지 두 사람에게로 돌아온다.
토마스: (까먹었다는 듯) 아참- 이글 씨, 캘런 양이 온 것 같던데요? 뭐라더라, 명왕의 사적인 부탁으로 앤지 씨한테 전할 것이 있다던가?
이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큰 소리로) 뭐어?! 야, 너 그걸 인제 말하면 어떡해?! [소파가 들썩이는 둔탁한 소리]
이글, 후다닥 휴게실 바깥으로 달려 나간다. [뛰어가는 발소리]
휴톤: 엉..? (잠시 멍해 있다가 퍼뜩 정신 차리며) 저, 저 녀석 봐라? (원망하듯) 에라이- 이 의리라곤 3초 안에 바닥나는 대머리 독수리 짜샤!
토마스: 아, 참고로 로라스 씨도 함께 오셨어요.
로라스, 마침 휴게실 앞을 지나간다. [철제 갑옷이 절걱이는 발소리]
로라스: 음?
로라스, 이글이 문을 열어젖혀놓고 간 출입구 너머로 휴톤을 발견한다.
로라스: (진심으로 반갑게) 오오, 휴톤 경! 실로 오랜만이오!
휴톤: (억울하게) 아니- 생기라는 여자친구는 안 생기고오~
로라스: 리켓 님께 서류만 전하면 되는데 (약간 들떠서) 우리 오랜만에 술이나 한 잔 기울이면서 명예로운 삶에 관하여 토론이라도...
휴톤: 흐어어엉― 나도 연애하고 싶다~~~~
휴톤, 휴게실 바깥으로 뛰쳐나간다. [육중한 뜀박질 소리, 점점 멀어지는 절규]
로라스: 아니? (어리둥절하게) 휴톤 경? 어딜 가는 게요? 휴톤 경―!
[Closing BGM: Theme of Loras]
fin.
*오늘도 지하연합은 평화롭습니다. (...?)
**로라스가 휴톤에게 ‘경’을 붙인 것은 경의를 담은 호칭이라는 설정입니다. 공식 설정 도처에 널린 이야기들을 보면 로라스는 휴톤을 진심으로 경애하는데, 누구하고도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천하의 휴톤조차도 로라스는 부담스러운 모양입니다. 두 사람이 언젠가 꼭 친해질 수 있기를.
***앨리셔에 대한 이글의 얼레리꼴레리한 감정은 다들 아시다시피...
****로라스 성우=토마스 성우=김기흥 님. 약간의 성우 장난임은 물론입니다. 낄낄.
*****솔로라는 것은 솔로이길 원하지 않을 때 문제가 될 뿐입니다. 손꼽아 연인을 꿈꾸고 있는 그대, 걱정 말아요. 생길 겁니다. (제목은 페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