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phers

  • 웨슬리가 싫었다
  • 33,261

    146

월화씨 [63급]

2015-02-23 10:06:41

 

 

 

 

 

 

 

 

 

 

오늘도 또 우리 하랑이 막 쫓기었다. 내가 저맥을 먹고 저격을 하러 갈 양으로 나올 때이었다. 언덕으로 올라서려니까 등뒤에서 얼쑤 얼쑤 하고 조선놈의 원숭이가 야단이다.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려 보니 아니나 다르랴 두 놈이 또 얼리었다.

 

 

 

 

웨슬리네 아이작(엉덩이가 크고 똑 핫게이같이 실팍하게 생긴 놈)이 덩저리 작은 우리 하랑을 함부로 해내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해내는 것이 아니라 ‘비켜!’하고 옆구리를 치고 물러섰다가 좀 사이를 두고 ‘파멸을!’하고 가슴께를 찍었다. 이렇게 멋을 부려 가며 여지없이 닦아 놓는다. 그러면 이 못생긴 것은 맞을 적마다 주둥이로 욕을 하며 그 비명이 ‘Help!(x) Help!(x)' 할뿐이다. 물론 미처 돌아오지도 않은 스킬을 또 끊기며 붉은개는 뚝뚝 떨어진다. 이걸 가만히 내려다보자니 내 대강이가 터져서 피가 흐르는 것같이 두눈에서 불이 번쩍 난다. 대뜸 드라그노프를 메고 달려들어 웨슬리네 아이작을 후려칠까 하다가 생각을 고쳐먹고 우지로 떼어만 놓았다.

 

 

 

 

이번에도 웨슬리가 쌈을 붙여 놨을 것이다. 바짝바짝 내 기를 올리느라고 그랬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고놈의 늙은이가 요새로 들어서 왜 나를 못 먹겠다고 고렇게 아르릉거리는지 모른다.

 

 

 

 

나흘 전 힐킷건만 하더라도 나는 저에게 조금도 잘못한 것은 없다. 늙은이가 지뢰를 설치하러 가면 갔지 남 트루퍼 잡는 데 즉결심판(F)을 하는 것은 다 뭐냐. 그것도 발소리를 죽여 가지고 등뒤로 살며시 와서,

 

 

 

“얘! 너 혼자만 립먹니?”

 

 

 

하고 긴치 않는 수작을 하는 것이다.

 

 

 

어제까지도 저와 나는 이야기도 잘 않고 서로 만나도 본체만척체고 이렇게 점잖게 지내던 터이련만 오늘로 갑작스레 대견해졌음은 웬일인가. 항차 퇴역장군인 한 늙은이가 남 립먹는 놈 보구…….

 

 

 

“그럼 혼자 먹지 떼루 하듸?”

내가 이렇게 내배앝는 소리를 하니까,

 

 

 

“너 저격하기 좋니?”

 

 

 

또는,

“트루퍼나 나타나거든 하지 벌써 센트리레이더를 설치하니?”

 

 

 

 

잔소리를 두루 늘어놓다가 남이 들을까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는 그 속에서 깔깔댄다. 별로 우스울 것도 없는데 게임이 터지더니 이 놈의 웨퀴벌레가 미쳤나 하고 의심하였다. 게다가 조금 뒤에는 제 지뢰를 할금할금 돌아보더니 딱총을 들고 있던 바른손을 뽑아서 나의 턱밑으로 불쑥 내미는 것이다. 언제 쿨타임이 끝났는지 더운 김이 홱 끼치는 굵은 힐킷 세 개가 손에 뿌듯이 쥐였다.

 

 

 

 

“느 집엔 이거 없지?”

 

 

하고 생색있는 큰소리를 하고는 제가 준 것을 남이 알면은 큰일날테니 여기서 얼른 먹어 버리란다. 그리고 또 하는 소리가,

 

 

 

 

“너 엄마밥이 맛있단다.”

 

“난 208슬리밥 안 먹는다. 너나 먹어라.”

 

 

 

 

나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긴급회피(Space)로 그 힐킷을 도로 어깨 너머로 쑥 피해 버렸다. 그랬더니 그래도 가는 기색이 없고, 뿐만 아니라 쌔근쌔근하고 심상치 않게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진다. 이건 또 뭐야 싶어서 그때에야 비로소 돌아다보니 나는 참으로 놀랐다. 우리가 이 공성전에 들어온 것은 근 13분째 되어오지만 여태껏 가무잡잡한 웨슬리의 얼굴이 이렇게까지 공산당처럼 새빨개진 법이 없었다. 게다 눈에 독을 올리고 한참 나를 요렇게 쏘아보더니 나중에는 눈물까지 어리는 것이 아니냐. 그리고 힐킷을 다시 집어들더니 이를 꼭 악물고는 엎어질 듯 자빠질 듯 안개지역으로 횡하게 긴급회피(Space)하는 것이다.

 

 

 

 

어쩌다 아군 휴톤이,

 

 

 

“너 얼른 지원폭격(E)을 쏴야지?”

하고 웃으면,

 

 

 

“염려 마서유. 한타 때 되면 어련히 쏠라구!”

 

 

 

이렇게 천연덕스레 받는 웨슬리었다. 본시 부끄럼을 타는 늙은이도 아니거니와 또한 분하다고 눈에 눈물을 보일 얼병이도 아니다. 분하면 차라리 나를 엿먹일겸 “저 던집니다.”라며 한번 모질게 채팅창에 말하고 다이브할지언정.

 

 

그런데 고약한 그 꼴을 하고 가더니 그 뒤로는 나를 보면 잡아먹으려 기를 복복 쓰는 것이다.

 

 

 

 

 

설혹 주는 힐킷을 안 받아먹는 것이 실례라 하면, 주면 그냥 주었지 ‘느 집엔 이거 없지.’는 다 뭐냐. 그러잖아도 나는 원딜이고 우리는 휴톤에게 어그로를 얻어 킬을 먹으므로 일상 굽실거린다. 우리가 이 공성전에 처음 들어와 맞타워를 못해 곤란으로 지낼 제 립낚시로 붙잡고 우리가 킬을 또 먹도록 던져 준 것도 휴톤의 호의였다. 그리고 우리 탱커, 근딜도 한타 때 피통이 딸리면 웨슬리한테 가서 부지런히 밥 먹으면서 인품 그런 집은 다시없으리라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곤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마흔둘씩이나 된 것들이 수군수군하고 붙어 다니면 부녀자의 소문이 사납다고 주의를 시켜준 것도 또 휴톤이었다. 왜냐하면 내가 웨슬리에게 욕하는 짓을 저질렀다가는 제이가 던질 것이고, 그러면 나는 게임도 져버리고 신고도 당하고 하지 않으면 안되는 까닭이었다.

 

 

 

그런데 이놈의 웨슬충이 까닭 없이 기를 복복 쓰며 나를 말려 죽이려고 드는 것이다.

 

 

 

 

 

 

 

 

 

 

.

.

.

.

.

(중략)

.

.

.

.

.

 

 

 

 

 

 

 

 

 

“아, 이년아! 남의 게임 아주 터칠 터이야?”

 

 

 

내가 도끼눈을 뜨고 다시 꽥 호령을 하니까 그제서야 울타리께로 쪼르르 오더니 울밖에 섰는 나의 머리를 겨누고 하랑을 내팽개친다.

 

 

 

 

“예이 더럽다! 더럽다!”

 

“더러운 걸 널더러 입때 끼고 있으랬니? 망할 웨슬충 같으니”

 

 

 

 

하고 나도 더럽단 듯이 타워께를 횡허케 돌아내리며 약이 오를 대로 다 올랐다, 라고 하는 것은 아이작이 풍기는 서슬에 나의 이마빼기에다 평타를 퍽 갈겼는데 그걸 본다면 게임만 터졌을 뿐 아니라 발암은 단단히 든 듯싶다. 그리고 나의 등뒤를 향하여 나에게만 들릴 듯 말 듯한 음성으로,

 

 

 

 

“이 트롤 녀석아!”

 

“애! 너 수전증 카인이지?”

 

 

그만도 좋으련만,

 

 

 

“얘! 너 느 레나가 안타리우스라지?”

 

“뭐 울 이사벨이 그래 안타리우스야?”

 

 

 

 

할 양으로 열벙거지가 나서 고개를 홱 돌리어 바라봤더니 그때까지 언덕 위로 나와 있어야 할 웨슬리의 대가리가 어디 갔는지 보이지를 않는다. 그러다 돌아서서 오자면 아까에 한 아군 티엔이 울 전광판에서 또 욕하는 것이다. 이토록 지뢰 맞아가면서도 저격 한 발 쏘지 못하는 걸 생각하니 화상에 데미지 생기는 것도 모를 만큼 분하고 급기야는 두눈에 눈물까지 불끈 내솟는다.

 

 

 

 

그러나 웨슬리의 침해는 이것뿐이 아니다.

 

 

 

 

 

 

 

 

 

 

.

.

.

.

.

(중략)

.

.

.

.

.

 

 

 

 

 

 

 

 

 

 

나는 대뜸 달려들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딸피 트루퍼를 즉결심판(F)으로 때려 엎었다. 트루퍼는 푹 엎어진 채 다리 하나 꼼짝 못 하고 그대로 죽어 버렸다. 그리고 나는 멍하니 섰다가 웨슬리가 매섭게 눈을 홉뜨고 딱총막발 쏘는 바람에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이놈아! 너 왜 트루퍼를 빼앗니?”

 

“그럼 어때?”

 

 

 

 

하고 일어나다가,

 

“뭐 이 자식아! 몇단계 트루퍼인데?”

 

 

 

 

 

 

하고 복장을 떼미는 바람에 다시 벌렁 자빠졌다. 그리고 나서 가만히 생각을 하니 분하기도 하고 무안도스럽고, 또 한편 일을 저질렀으니, 인젠 욕을 먹고 신고도 당하고 해야 될는지 모른다.

 

 

 

 

나는 비슬비슬 일어나며 소맷자락으로 눈을 가리고는, 얼김에 엉 하고 울음을 놓았다. 그러나 웨슬리가 앞으로 다가와서,

 

 

 

 

“그럼 너 이담부텀 안 그럴 테냐?”

 

 

 

하고 물을 때에야 비로소 살길을 찾은 듯싶었다. 나는 눈물을 우선 씻고 뭘 안 그러는지 명색도 모르건만,

 

 

 

 

“그래!”

 

하고 무턱대고 대답하였다.

 

 

 

 

“요담부터 또 그래 봐라, 내 자꾸 못살게 굴 테니.”

 

“그래 그래 이젠 안 그럴 테야!”

 

“트루퍼 빼앗긴 건 염려 마라, 내 안 이를 테니.”

 

 

 

 

그리고 뭣에 떠다 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망치들고 건물 부수는 철거반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너 말 마라!”

 

“그래!”

 

 

 

 

조금 있더니 요 아래서,

 

 

“웨슬리! 웨슬리! 이년이 밥을 주다 말구 어딜 갔어?”

 

 

하고 Y존에 갔다 온 듯싶은 그 레베카가 역정이 대단히 났다.

 

 

 

 

웨슬리가 겁을 잔뜩 집어먹고 안개지역을 살금살금 걸어서 골목으로 들어간 다음 나는 중앙을 끼고 엉금엉금 기어서 상자 위로 저격 견제를 않을 수 없었다.


[원문보기]

댓글 146
댓글은 최대 255자까지, 스티커 10개까지 등록할 수 있습니다
스티커 등록 n
등록0/256
닫기
안녕, 레이디 YES NO 내 맘 알지? 성공! 뜨헉! 하아? 힝-
좋구나~ 후후후... YES NO 하- 감히! 이녀석들! 그땐 그랬지
Hi~ OK Oh! 냠~ Love U~ 궁금해! YES! 히힛~
안녕하십니까? 예~예~ 모든 것은 신의 뜻... 불허합니다. 의외군요. 나 원 참... 시작할까요? 강화인간!!
안녕? OK 궁금하네요. 역시! 재미있네. 깜짝이야! 아~니? ...
웃음 두려움 만족 놀람 동의 분노 좌절 인사
안녕하세요? 넵!! 미안해요!! 앗! 좋아요! 엣헴. 추천! ㅠㅠ
안녕하심까~ 피- 좋다! 못마땅해... 곱다~ 덤비라! 후우- 아슴찮다..
허~허~ 아, 아니... 헐! 흠흠... 끄응... 시, 식은땀이.. 엥? 후어어..
후훗~ Trick or Treat! 사.탕.내.놔. 소녀... 억울하옵니다... 사, 사탕 주세요! 해피... 핼러윈... 날 위해 사탕 정돈 줘야지? 목표? 당연히 사탕이지!
안녕~ ?? 피- 어머! 흐어 오오- 안돼! 랄랄라
우쭈쭈 하하 하? ?? 이거 참... -_- 안녕하십니까 안됩니다
ㅇㅅㅇ 으르릉... 나, 나! (정색) 깔깔 아니야!! 뿌잉 메~
안녕하십니까! 흐응? 흐으으응?! 척! 칫.. 좋-았어! 엥? 후에엥-!!
칫 엄숙하고 근엄하고 진지하다 믿습니다 내 안의 ...가 깨어난다 영업 중 할많하않 충격! 공포! 둠칫 둠칫 두둠칫
파이팅!! 고마워~ 졌어... 히힣 극대노 미안! 거울 앞에서 자의식 과잉된 십대 라이언
저는 지금 극공입니다. 훠이훠이 하.하.하. 매우 화가 납니다. 총기 손질중입니다. 저와 한 판 붙어보시겠습니까? 당신에 대한 정확한 진단 안돼!
뭐가 궁금하죠? 축하드립니다. 너에게는 뭐든 주고 싶어. 칭찬 드립니다. 대-단하십니다. 내겐 보여, 너의 죽음 당신을 믿습니다. 이런 미래는 싫어!
감사합니다. 기쁩니다. 축하합니다. 칭찬해 드리죠. 놀랍군요. 심기가 불편합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짝.짝.짝.짝 고마워... 멋있어... 지금 이게 뭐하시는 거죠? 대다나다 히에엑... 헉! 깜짝 놀랐습니다. 그만해!!!!!
옳소! 감탄했습니다. 흐음 후회할거요! 감사합니다. 놀랐습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색) 축하드립니다. 칭찬해 드립니다. 놀랍군요. 매우 화가 나네요. 큰 충격입니다. 놀랍군요.
이럴수가... 감히! 네가! 아니?! 장하군! 응?! 좋다! 그건 아니다! 고맙다!
감사합니다 잘 못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좌절상태입니다 감탄했습니다 칭찬합니다
멋지군! 좋았어! 하하! 축하하오! 아아.. 5분전인데. 커피한잔 하겠소?
승리의 정유년! 정의로운 새해복! 극.한.공.성. 복! 받아랏! 음~ 직장인의 정석
많이 배웠습니다! 대단합니다! ?!! 축하드립니다 뭔가.. 부족해요 짝짝짝! 각오하세요! 으윽!
성탄의 축복을~! 메리 X-MAS~! 화이트 크리스마스야 해피~ 크리스마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성탄이구나~
Good! Thank U Missing U Useless It's pretty good Oops WHY! Please wait
멜빈 미이라와 고스트 제피 할로윈에는 카를로스호박 히카르도의 사탕 탄야의 마녀 분장..? 잭-슈타인 강시 루시
기자님의 감탄사 : 호-오! 기자님의 일과 : 신문 보기 기자님의 사과 : 이거 실례! 기자님이 놀라면 : 어이쿠! 기분이 좋아 보이는 잭 기분이 나빠 보이는 잭 천진난만한 잭 상큼한 인사를 날리는 잭
좋군요! 좋은 시간 되소서 Merry 추석~! 우와~! 호~오! 가득해요~! 짱인데! 품위있군
Chu~♡ 파이팅! 우와앙.. 졌어 ㅠㅠ 이겼다! 흐~음? 뜨헉! 돼.. 됐거든! 사.. 살쪘..!
훌륭합니다 궁금하네요 에구머니나! 슬프네요... 경멸스럽군요.. 후훗~ 뭐라고 하셨죠? 이, 이럴수가...!
아이작의 멋진 모습 이글이라 샤샤샤~ 트리비아 슬라이딩 시바 포는 달린다 까미유도 달린다 라이샌더 달린다 마를렌 점프! 샬럿 점프!

최근에 사용한 스티커가 없습니다.
능력자님의 마음을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스티커를 찾아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