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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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7 10:2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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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 백수 이글쨔응.
[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
기본 세계관을 기반으로 두지만 조금씩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아직 글솜씨가 뛰어나지 않아 부족한점이 많으니 이해해주시고, 재밌게 읽어주시면
정말 감사드립니다 !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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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 아찌. 엘리는 아찌에게 하나 바라는게 있어.
뭐냐 꼬맹아.
난 아찌하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어.
그러냐. 웬 일로 이렇게 기특한 말을 하냐.
그런데 아찌, 요즘 너무 다쳐서 오는 거 같아. 엘리 걱정 돼.
흐음. 요새 꽤 바쁘기도 했거니와 자주 다치고 오기도 했지. 걱정해주는거냐?
응. 엘리는 아찌하고 오래오래 있고 싶으니까 매일매일 기도할 거야.
아찌가 다치치 않게 말이야. 잉게 언니가 그랬어.
푸흡. 나이오비가 그랬어?
응응. 그러니 이글 아찌는 다치면 안돼. 엘리가 매일매일 기도하고 있으니까.
알았다. 꼬맹아.
*******
“ 잉게 언니!! 이글 아찌가 내 푸딩 다 먹어버렸어!! ”
“ 치사하게. 그걸 또 일러 바치냐!! ”
그 날은 다른 어느 때처럼 평화로웠던 날이었다.
자고 일어나면 꼭 그 조그마한 꼬맹이가 먼저 달려와 포옥 안기던.
일어나기 싫은데도 억지로 일으키곤 아저씨는 다 큰 어른이니까 부지런해야 한다고
그렇게나 잔소리를 해대던 꼬맹이가 하루를 시작하게 해 준.
어느 다른 날보다도 굉장히 평화롭고 따듯했던 날이었다.
“ 아찌는 조용히 해! 엘리 지금 전지해! ”
“ 진지겠지. 바보 꼬맹아. ”
“ 아찌가 잘못 들은거야! 엘리는 진지라고 했어! ”
세상에...
일어나자마자 꼴랑 그 푸딩하나 먹었다고 저렇게까지 화를 낼 줄이야.
독하다 진짜.
머리를 긁적이면서.
불같이 화를 내는 그 작은 꼬맹이.
아, 그 작은 붉은 리본이 꽤나 어울리던 그 작은 꼬맹이는.
고작 그 냉장고에 있던 푸딩 하나를 내가 먹은 것 때문에 아침부터 나한테 화를 내고 있는 중이다.
본인 말로는 자기가 아끼고 아끼고 아껴두었다가 하늘로 날아갈 준비가 되면 그 연료로 먹으려 했다는 마법의 푸딩(?)이라는데.
도대체 뭔 소리를 하는지는 하나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 푸딩을 먹어버린 나는. 순식간에 어린애의 푸딩까지 뺏어 먹어버린 망나니가 되어버렸다.
“ 둘다 그만해. 엘리도 이제 그만. ”
“ 하지만...! 이글 아찌가 푸딩...! ”
“ 걱정하지마렴, 엘리. 푸딩이야 다시 사오면 되잖니? ”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진짜 조금만 더 있다간 연합 동료들한테 맞아 죽을 것 같은 분위기에.
구세주처럼 나타난 사람이 있었다.
“ 이글이 사올꺼지만. ”
“ 엑. 뭐라고?! 난 반대야. 난 오늘 매우 바쁜 몸이란 말이지! ”
잉게 나이오비.
언제서부터 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와 함께 연합에서 일한지는 꽤나 오래되었다.
바라보기만 해도 한눈에 들어오는 투톤헤어에, 사계절 내내 머리에 쓰고 다니는 선글라스가 나름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던 그 여자는.
굉장히 익숙한 듯이 떼를 쓰고 있던 엘리를 안아들더니 순식간에 조용하게 만들었다.
와우.
저게 애 엄마의 권능 같은 건가.
나이오비의 말에, 대놓고 싫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면서 대답한 나는.
갑자기 내 얼굴 왼쪽으로 날아간 무언가에.
(굉장히 뜨겁고 또 뜨겁고 뜨거웠다. 중요해서 세 번 말했다.)
바로 차렷. 하고 부동자세로 들어간 뒤에 다시 대답했다.
“ 네. 제가 사와야죠. 암요. 그렇죠. 살려주세요. 누님. ”
“ 들었지 엘리야? 이글이 사다준대. ”
그제서야 나이오비의 손에 일렁이고 있던 활활 타오르던 붉은 불꽃이 사그러들더니.
그녀는 작게 미소지으며 엘리의 이마에 입맞추어주곤 말했다.
세상에... 무슨 여자가 저렇게 무섭냐.
까닥 잘못하다간 진짜 흔적도 없이 타버리겠어.
나이오비 앞에서는 그냥 조용히 있어야지.
나이오비의 눈치를 보면서, 삐질삐질 흘린 땀을 슥 닦아낸 나는 안심하고 숨을 쉬었고.
조금이나마 진정이 된 건지 그 꼬맹이는 활짝 미소지으면서 나이오비를 꼬옥 안았다.
“ 잉게 언니 최고오~! ”
“ 어이어이. 사오는 건 나거든? ”
“ 아찌는 반성이나 해. ”
나이오비 앞에서는 웃으면서 좋아라 하던 녀석이.
내가 말하자마자 정색하면서 똥 씹은 표정이 되다니.
야 꼬맹아. 나 조금 상처받았다.
“ 그 전에, 언니랑 이글은 일하러 가봐야 해서 말이야. 이따 밤에 돌아올테니까 엘리는 기다릴 수 있지? ”
“ 응! 기다릴 수 있어! ”
“ 착하다. 어른들 말 잘 듣고 있어? ”
그제서야 나이오비의 시선이 내 쪽으로 왔다.
어서 가자는 듯한 고개 짓을 하더니, 먼저 휙 자리를 떴다.
그래. 가야지. 다른 일도 아니고, 중요한 일인데.
“ 아찌. 푸딩 잊지 말고 꼭 사와. ”
“ 그래. 알았어 알았다구. 진짜. ”
마지막 까지 진짜.
*******
“ 왜 아침부터 애 심기를 건들일 짓을 하고 그래. 이 한심한 놈아. ”
“ 아, 시끄러워. 누가 그게 그 꼬맹이 껀 줄 알고 먹었냐! 푸딩에 이름 써놓지도 않았더만! ”
“ ...진짜 한심하다. 참. 사람이 그렇게 쓰레기 일 수 있는 거냐. ”
“ 야. 방금 껀 진짜 상처 받았어. ”
푸딩 하나 먹었다고 쓰레기 취급을 받을 줄이야....
오늘 진짜 나 일진 안 좋구나... 젠장....
나이오비와 같이 연합을 나와, 임무지로 이동하던 도중.
얼마 안가 그녀가 먼저 나에게 말을 건냈다.
굉장히 가슴을 파고드는 한마디 한마디에.
화살이라도 맞는 것처럼 쿨럭, 하고 헛기침을 한 나는 시선을 피했다.
“ 그나저나, 넌 이런 일을 너 혼자 하고 있던거야? ”
“ 그럼. 다른 사람이 하게 하고 싶지 않았어. 솔직히, 이글 네가 나하고 같이 간다고 했을 때에도 거절 하려 했는데. 네가 하도 강하게 나와서 말이야. ”
이러다가 수치사, 아니 그냥 돌연사 해버리겠어.
어서 말을 돌려봐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바로 다른 이야기로 전환해서 그녀에게 물었다.
그런 그녀는, 뭐랄까... 굉장히 쓸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대답했고.
“ 아무리 그래도 말이지. 참.... 네 입장으로는 굉장히 힘들 텐데 말이야. ”
그런 표정과 분위기를 느낀 나는 곧바로 위로하듯 맞받아쳐 주었다.
“ 안타리우스 놈들. 진짜 하다하다가 이런 짓까지 하는 구만. ”
“ 어쩌겠어. 전부 우리가 짊어진 짐들인 걸. 그나저나, 너는 도대체 뭐 때문에 이렇게 나하고 같이 가려고 했던 거야? ”
“ 그런 걸 너 혼자 하게 두냐. 나도 최근에야 알았어. 루이스한테 말이야. 가끔 있는 일도 아니고, 자주 있는 일이었다며. 너만 하면 힘들 잖냐. ”
“ 호오..? 지금 망나니가 남 걱정을? ”
“ 시꺼...! 뭐... 나도 나름 이유가 있어서 온거 니까 자꾸 태클 걸지 마셔. ”
“ 그래. 디시카 까지는 거리가 좀 있으니까. 차를 타고 갈까? ”
“ 아니 됐어. 그냥 걸어가자. 시간 넉넉하잖냐. ”
그런 나의 분위기도 읽은 걸까.
그녀도 자신의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건지 애써 웃으며 농담을 건냈지만.
그 외면하려는 모습 뒤로 보이는 나이오비의 그 표정은.
가려지지 않고 계속해서 나에게 보여졌다.
고생했겠지.
오랜 시간동안 혼자서 그 끔직한 일들을 자신 스스로가 해오고 있었는데.
자신의 과거를 돌이켜보듯.
자신이 한 실수를 계속해서 돌이켜보듯이.
자신이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광경을.
자신 스스로가 계속해서 돌이켜 보고 있었는데.
터벅터벅.
아무도 없는 길가를 걸어 나가면서. 한동안은 우리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로 말을 꺼내려는 것이 꺼려지는 건지.
나도, 나이오비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고 그저 시선을 피하면서 묵묵히 걸어 나갔다.
“ 언제서 부터였어? 그 꼬맹이 클론이 나오기 시작한게. ”
이대로는 안돼겠다고 생각한 나는.
얼마 안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보았고. 내 말을 듣자마자 나이오비는 눈에 띌 정도로 흠칫 떨더니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랫입술을 꼬옥 물고.
분하다는 듯이. 화가 난다는 듯이 그런 표정을 지어보인 그녀 였지만.
그녀의 눈동자만큼은, 슬픔으로 젖어들어 옆에 있던 나에게도 느껴질 정도였다.
“ 세달 전부터였어. 처음엔 2주에 한번 정도 거리를 맴돌았어. 아무것도 말하지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그 주변에 있던 연합 동료들이 이상함을 눈치채고 엔지한테 연락 해서 그제서야 나도 알았어. ”
“ 그러냐. 그래서 어떻게 됐어. ”
“ 다들 죽이자고 말은 했지만, 서로 꺼려지는 거야. 클론이라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그 어린 아이를 죽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하지만, 대처는 빨리 해야하고. 그래서 내가 하겠다고 했어. ”
“ 그래서. ”
“ 없애버렸지. 내 불꽃으로 말이야. 너무 무서웠어. 너무 슬펐어. 너무 아팠어. 가슴이 터져 버릴 정도로 너무 아팠어. 에밀리아를 보는 것처럼. 또 다시 내 능력으로 사랑하는 아이를 태워버렸구나. 하고 말이야. ”
“ 그 녀석은 그냥 클론이었어. 너무 깊게 생각하지마. ”
“ 클론이라도! 네가 직접 봤어야 했어. 아무것도 모르는 그 조그마한 아이가, 내 불꽃을 보고 두려움에 떨고, 무서워하며, 엄마- 하고 애원하는 모습을 말이야. ”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이오비가 한마디 한마디. 말을 이어나갈수록.
그녀의 감정이 격해져가는 것을 느꼈고. 그런 그녀의 마음과 감정을 뼈져리게 알고 있기에.
나는 그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
“ 처음엔 2주에 한번이었지만. 1주에 한 번. 두 번. 세 번. 시간이 흐를수록 그 작은 아이가 계속해서 아무도 없는 거리를 걸어다녔어. 아무것도 안하던 아이가, 놀이터에서 놀기도 하고, 내 이름을 부르기도 하고. 엄마가 보고 싶다고 울기도 하고 말이야. 점점 엘리를 닮아가는 데, 난 계속해서 그런 아이를 내 손으로 직접 태워왔어. ”
“ 그만. 나이오비. 이제 그만 해. ”
“ 난... 난... 솔직히 이젠 나도 내가 너무 무서워... 그런거에 익숙해지고... 점점 더 익숙해질까봐... 그럴 때마다 에밀리아가 생각나서... ”
기어코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나름 참고 있었겠지만, 이제는 더 이상 무리였는지 두 손으로 제 얼굴을 가리면서 점점 더 크게. 흐느끼는 울음에서 통곡으로.
지금까지 참아왔던. 지금까지 느껴왔던. 지금까지 담아주었던.
그녀의 슬픔을 이제야 모조리 내보내겠다는 듯이 말이다.
아아. 너도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지.
너도 얼마나 괴로웠을지.
너도 얼마나 슬퍼하고 있었을지.
말은 안했지만, 나는 네가 아니지만. 네 마음정도는 충분히 이해 할 수 있어.
조용히.
그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흠칫. 하고 떠는 그녀의 움직임이 고스란히 손에 느껴졌다.
“ 고생했어. 이제 그만 가봐.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
“ 하... 하지만...! ”
“ 가보라고. 네가 아까 물었지? 내가 왜 오려고 했냐고. 요즘 따라 네 표정도 그렇고 분위기가 안좋아서 말이야. 그래서 왔다. ”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녀의 어깨를 붙잡아 한번 안아주고는, 반 바퀴 돌아 반대방향으로 나이오비의 등을 밀었다.
“ 가라고. 내가 알아서 끝내 놓을 테니까. ”
그러곤 나는 뒤 돌아 보지 않고 다시 제 앞길을 걸어 나갔다.
지금까지 얼마나 괴로워 했을까.
다시 한번 머릿속에 되뇌이면서.
나는 작게 중얼 거렸다.
“ 개새끼들. ”
**** * *
그거 아냐. 꼬맹아.
...엘리 몰라. 이글 오빠가 나랑 같이 왔던, 엘리를 여기까지 데려왔던 착한 아저씨를 해코지 한건 알아!
그러냐. 한가지.... 아니 두 가지를 다시 말해주자면, 저기 있는 녀석은 널 이용하려 든 나쁜 녀석들이야.
... 거짓말! 저 아저씨는 엘리한테 사탕도 사줬는걸! 이글 오빠 잘못 알고 있는 거야!
그리고 다른 한가지는 말이다 꼬맹아.
....!
...그 꼬맹이는, 날 아찌-라고 부르지 오빠라고 부르지 않는다는 거야.
이글 오빠아.....-
너는, 그 녀석하고 많이 닮았으면서도. 닮은 게 아무것도 없는 녀석이야.
그 녀석의 눈에는, 늘 슬프다는 감정이 담겨져 있거든.
그 어린 나이에 말이야. 솔직히 말해서, 난 너를 만든 녀석들을 용서 못하겠는데.
그 녀석을 따라하고 있는 너도 용서 못하겠다.
엘리... 오빠가 말하는거 하나도 이해 못하겠어...
미안하다. 너는 잘못이 없는데.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 왠진 모르겠지만. 미안해 하지마. 오빠. 엘리는, 괜찮아.
미안하다. 미안. 미안해. 꼬맹아. 미안하다. 쉬어라.
.....하아, 시발. 이거 진짜 기분 좆 같잖아.
*******
“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
아침 일찍 나갔건만.
혼자서 그 넓은 곳을 뒤져가면서 꼬맹이의 클론을 찾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이오비가 아침 일찍 나가서 밤늦게 들어오는 때가 잦아지더니. 이래서 그런거 였구만.
어찌어찌해서. 시간이 흘러흘러 어느새 밤이 되어버렸고.
간신히 찾아내서, 꼬맹이의 클론하고 안타리우스의 똘마니 까지 없애버렸으니까, 이제 돌아갈 일만 남았기에.
서둘러 연합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아차차. 꼬맹이가 푸딩 사오라고 했었지.
또 안 사갔다가는 아침의 그 끔찍한 일을 다시 겪게 될 거야.
하루 종일 돌아다니면서 찾으랴, 전투하랴. 몸이 성한 곳이 하나없고 굉장히 피곤했지만. 어쩌겠나. 그냥 돌아가면 진짜 살해당할 텐데.
그래도, 그 꼬맹이가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그리고 나이오비 그 녀석도 내심 걱정하고 있을테니까.
나이오비 것도 사가지고 돌아갈까.
피곤한 몸을 이끌고, 혼자 실실 웃으면서.
그 녀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고 생각하며 연합에 도착했을 때에.
제일 먼저 날 반겨주었던 건.
아침과는 대조적으로 푸르렀던 하늘을 가득히 매운 검은 연기와.
낡아 빠진 건물을 갉아 먹듯이 타오르고 있던 붉은 불꽃이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이게 현실이라고 느껴 주게 만든건.
연합 밖에서 그 불을 끄기 위해 발버둥치는 동료들과, 그 앞에서 힘없이 주저앉아 연합이 타오르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던 나이오비의 모습이었다.
“ 이봐, 나이오비! 정신 차려! 도대체 무슨 일이야! ”
“ 내가... 내가 그랬어.... 내가.... ”
다급히 달려가, 주저 앉아 있는 나이오비의 어깨를 붙잡아 흔들며 물어보았지만.
이미 제 정신이 아닌 그녀로써는 대답을 듣기 힘들었다.
“ 어이, 레베카! 루이스는, 토마스는 지금 뭐하고 있는거야? ”
“ 그, 그게! 둘다 지금 외지로 출장중이라...! ”
“ 하여간 그 쓸데없는 것들...!! 일단 피하자, 나이오비. 여기 있으면 위험하다고. ”
주위를 다급히 둘러보니, 어딜 급하게 다녀온 듯한 레베카가 옆에 서있었다.
나는 곧바로 다급히 루이스와 토마스를 찾았지만, 들려오는 건 절망 뿐이었다.
딱 봐도 이 여자가 저지른 일이라, 불의 크기도 만만치 않을 텐데.
일단은 이곳을 피해야겠다고 생각했기에 나이오비를 일으키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나이오비가 내 어깨를 붙잡아 버리는 통에 나는 움찔. 하고 떨며 가만히 있어야했다.
“ ...가. ”
“ 뭐라고? ”
“ 엘리가... 아직 안에 있어....! 도와줘.... ”
세상에.
이게 또 무슨 개소린가.
아까보다도 더. 비참하고도 슬픈 표정으로 울고 있는 그녀가 나에게 말했다.
엘리가. 아직 안에 있다고.
“ 숨바꼭질 하고 있었으니까... 분명... 자기 방 침대 및에 숨어 있을 거야... 제발.. ”
“ 하아... 진짜. 이런 일까지 날 부려먹으려는 거야? ”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젠장. 이런 일 까지는 진짜 하고 싶지 않았는데.
사왔던 푸딩이 담겨 있는 봉지를 그녀에게 넘겨주면서.
다시 한번 나이오비를 일으켜주곤 내 허리에 차고 있던 검집 까지 넘겨주었다.
“ 위험하니까 멀리 떨어져서 기다리고 있으셔. 다녀올테니까. ”
“ 어이. 이글. 설마 지금 들어가려는 건 아니지? 나도 엘리를 구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지금 들어가는 건 자살행위라고. ”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있던 레베카가 다급하게 내 앞을 가로막으면서 대화에 끼어들었다.
“ 비켜, 레베카. 난 그 꼬맹이를 구하러 가야겠어. ”
“ 이 미친놈아!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지금 동료들도 간신히 모두 구조했어. 지금 들어가는 건 죽으러 가겠다는거라고! 근데 내가 안 막겠어? ”
“ 살아돌아오면 되는 거 아냐? ”
“ 아니 뭔....! ”
“ 너도 기다리고 있어. 내가 안전하게. 그 꼬맹이를 꺼내 올테니까. ”
툭.
레베카의 어깨를 주먹으로 치곤 씨익 웃었다.
안심하라는 듯이.
난 아직 안 죽을 꺼니까.
그러고는 옆으로 살짝 비켜나 연합 입구로 발을 옮겼다.
하아, 머리카락 죄다 타겠네.
하여튼 간에 손이 제일 가는 꼬마 아가씨라니까.
가볍게 몸을 움직이곤. 심호흡을 두어번 한 다음에.
고민하지 않고 곧바로 달려 안으로 들어갔다.
“ 기다려라. 꼬맹아. 왕자님이 간다. ”
*******
아찌. 백마탄 왕자님이 과연 있을까?
글쎄. 백마탄 왕자는 아니더라도. 왕자님은 분명 있을꺼다.
진짜?? 왕자님이 어디에 있는데??
지금 네 앞에 있잖냐. 잘생기고, 칼도 잘 다루고, 멋진 왕자님이.
우엑. 엘리 토 나와.
얌마. 그렇게까지 반응 해야겠냐? 어떻게 해야 인정해줄 껀데??
동화책에서는, 왕자님들은 전부 공주님이 위험할 때 짜잔~ 하고 나타나.
이글 아찌도 엘리 앞에서 그렇게 짜잔~ 하고 나타나면 왕자님이라고 인정할께!
진짜지? 두고 봐라. 이 오빠가 멋있게 등장해서, 널 구하고. 왕자님이 될 테니까.
우엑. 엘리 토 해쪄.
얌마?!
*******
[ 잠시 읽기 전에 }
BGM <- 클릭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 * * * * * *
그 녀석을 처음 만났을 땐. 아무런 생각 조차 없었다.
굉장히 소심하고. 조용하고. 활발하지도 않고.
다른 아이들처럼 바라는 건 엄청나게 많지만, 어린 나이에 눈치만 잔뜩보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을 무서워하고. 말을 섞는 걸 꺼려하고.
그 작은 녀석의 모든 모습이 싫었다. 그래. 싫었을 꺼다.
왜냐하면 그 모든 모습이 내 어릴 적 모습하고 비슷했으니까.
아무도 알아봐주지 않는.
큰 형의 재능과. 작은 형의 노력에 파묻혀 그 누구에게도 나란 존재는 보이지 않았으니까.
사랑이란 걸 받고 싶었다.
큰 형이나, 작은 형처럼 남들에게도 인정받고 싶었다.
그렇기에 노력했다.
큰 형의 재능을 쫒아갈 수 있도록, 작은 형보다도 더 많은 노력을 검에 쏟아부었다.
하지만, 내가 검을 쥘 수 있게 되었던 사실도, 한달이란 시간이 지나야 그들은 알아차렸고.
나란 존재란 건 이미 그들에게 있어 지워진지 오래였다.
그 사실이 너무 억울했다. 너무 분했다.
나도 그 누구보다도 잘할 수 있는데. 나도 큰 형이나 작은 형처럼 잘할 수 있는데.
이 마음은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었다. 내 억울한 심정을. 누군가에게 털어 놓고 싶었다.
하지만 그들은,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고. 오히려 호통으로 돌아왔다.
[이글. 언제까지 어린애로 남아있을 것이냐.]
[홀든가의 수치구나.]
[네 작은 형을 좀 본받아라.]
[다이무스의 절반이라도 닮았다면 좋았을 것을.]
언제서부턴가.
나는 남들의 시선에 눈치..란 것을 보고있었다.
무얼 하려던 간에 내 생각과 내 뜻을 기준으로 삼지 않고.
남들이 시키는 대로 하는 꼭두각시처럼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이글 홀든. 이라는 사람의 삶보다는 홀든가의 셋째라는 삶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난 그런 유년시절이 정말 싫었고. 어른이 돼서야 밖으로 뛰쳐나와 이 연합에 투신했다.
내 가치를 인정해주고.
내 검을 알아봐주고.
내 마음을 이해해주는.
그 무엇보다. 그 어느 것보다 나란 존재를 알아봐 주었던.
이 연합이 나는 너무나 좋았다.
그런데, 그 꼬맹이는. 그런 나의 어릴 적 모습을 너무 닮아 있었다.
그렇기에 조금 동정심이 들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남들의 시선에 눈치를보고.
남들이 하라는 것만 하면서.
그 어린 나이에 궁금한 것조차 물어보지 못하고.
그 어린 나이에 가족 하나 없이 홀로 남겨진 아이에게.
조금씩 말도 걸어보고. 조금씩 친해져보려고 노력하면서.
나답지 않게 어린애하고 놀아주려고도 해보고.
그 꼬맹이를 데리고 어딘가 좋은 구경도 시켜주면서.
그렇게 천천히.
서로에 대해 알아가면서 친해지려고 노력했다.
내가 받지 못했던 것들을. 내가 그동안 받고 싶었던 것들을. 그 아이에게 전부 주려고 노력하면서.
어느 새 그 꼬맹이와 나는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친구처럼.
서로간에 믿음이란 게 존재했고, 그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가 되어있었다.
그런 꼬맹이가.
그런 아이가.
그런 엘리가.
위험에 처했는데 뛰어들지 않을 멍청이가 어디있겠는가.
그 녀석한테, 피비린내 나는 전장에 발을 딛게 하고싶지 않았기에.
앞으로 자라나가면서 펼쳐질 그 녀석의 미래에.
붉게 물드는 잔혹한 세상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에.
그 녀석한테. 조금이나마 이 세상의 아름다운 면들을 보여주고 싶었기에.
지금까지 싸워오고 노력해온건데.
이제와서 꼬맹이가 죽어버리면.
지금까지 노력해왔던 내 모든 것들이 모두 물거품이 되어버리니까.
“ 이봐! 꼬맹이! 어디있냐! ”
벌컥.
연합 안을 휘저어서, 불속을 뛰어들어.
무너지는 잔해들을 발로 차내고, 피하며.
기어코 그 꼬맹이의 방에 도착해 방문을 열었다.
그러자마자 타닥타닥 타고 있던 나무기둥이 쓰러져 앞으로 쿵. 길을 가로막았다.
쓸데없게.
사뿐히 타오르고 있는 그 기둥을 짚고, 뛰어올라 방안으로 들어왔다.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
그나마 이곳은 불길이 많이 번지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조금만 늦었으면 여기까지 올 수 도 없었을 것이다.
“ 아...찌? ”
그러자 조그맣게. 아주 조그맣게.
그 꼬맹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냐. 어디에 있는거냐.
다급히 주위를 둘러보니.
방안 구석에 이불을 뒤집어쓴 채 얼굴만 빼꼼 내밀고 있는 엘리가 눈에 들어왔다.
짜식. 숨을 곳이 없어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냐. 어린애답네.
“ 꼬맹아. 너 찾으러 왔다. ”
피식 웃으면서.
잔뜩 무서움에 떨며 숨어있는 그 녀석을 향해 손을 벌렸다.
아야야... 이거 원. 이곳저곳이 화상 입어서 아파 죽겠네.
“ 이...글 아찌...!! ”
도도도도.
나를 발견하자마자 뛰어와 안겨오는 그 녀석을 안아들어.
안심하라는 듯이 피식 웃으며 두어번 등을 토닥여주었다.
“ 이정도면, 왕자님 자격이 충분한가? ”
“ 응응. 이글 아찌는 왕자님이야. 근데... 아찌 많이 다쳤어. 엘리 때문에... ”
“ 떽. 시끄러워. 이제부터 나갈꺼니까. 눈 꼬옥 감고 있어. ”
“ 엘리 무서워. 엘리... 엄마도 못 만나고 코오 자버리는거야? ”
“ 쓰읍. 어린게 못하는 말이 없어. ”
아까 들어온 문 쪽으로 다가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강해지는 불길에. 아까 넘어온 기둥 주위로 자잘한 잔해들이 잔뜩 있었다.
나 혼자라면 가뿐히 발로 차고, 어떻게든 해서 길을 뚫었겠지만. 일단은 이 녀석이 있으니 무리.
밖으로 뛰어내리자니. 여긴 3층이고.
젠장. 갇힌건가.
“ 엘리는. 아찌랑 같이 있으면 괜찮아. ”
“ 갑자기 무슨 소리냐, 꼬맹아. ”
“ 이대로, 엘리가 코오 자버려도. 엄마를 못만나도. 이글 아찌랑 있으면 괜찮아. ”
그 꼬맹이는.
내 목을 꼬옥 끌어안아선 귓가에 나지막히 속삭였다.
괜찮다고. 자기는 괜찮다고.
머릿속으로는 너를 살려내야 한다고 외치면서 당황하고 있던 나에게.
위로하듯. 괜찮다면서 속삭이는 그 꼬맹이의 말에.
아랫입술을 꼬옥 깨물고 주먹을 꼬옥 쥐었다.
“ 너. 나랑 아이스크림 먹기로 했잖아. 글림듀의 연못에도 가보기로 했잖아. ”
“ 응. 하지만 괜찮아. ”
“ 지금까지 나랑 했던 약속들을, 전부 어기려고? ”
“ 우우, 그건 안돼는데에. ”
그제서야. 곤란하다는 듯이 꼬맹이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너. 나랑 놀고싶잖아.
너. 나랑 같이 먹고자고 다 하고 싶잖아.
너. 나랑 같이 놀러다니고 싶잖아.
계속 해오는 내 질문에 기어코 꼬맹이의 그 작은 눈에서.
뜨겁고도 작은 눈물이 주륵주륵 흘러나왔다.
일부러 아닌 척 했겠지.
아직은 어린아이기도 하지만, 마음만큼은 나보다도 더 넓은 아이니까.
일부러 괜찮은 척 했을테지.
“ ....응.. 엘리... 하고싶어! 이글 아찌랑...! 앞으로도 쭉...! ”
“ 그래, 짜샤. 애 답게. 어리광도 좀 부리고. 떼도 쓰고 그러란 말야. 거짓말은. 함부로 하는게 아니라고. ”
“ 응..! 여기서 나가고 싶어... 아찌랑... 놀러 다닐 거야...! ”
이제야 네 본심이 나오는구나.
그걸 기다렸다. 이 꼬맹아.
기특하다는 듯이 꼬맹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고민고민하다가, 톡.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아직 울고있는게 끝나지 않아 엉엉 우는 소리가 시끄럽지만.
이렇게 질질 시간을 끌다간 그 소리마저도 못듣 게 될 것 같으니까.
“ 자, 꼬맹아. 뜬금없지만, 우리 예전에 하던 이야기 만들기 놀이하자. ”
“ 이야기 만들기 놀이? ”
“ 응. 그거. 근데 이번엔, 상상도 하는거야. ”
“ 상상? ”
“ 그래그래. 내가 만든 이야기는. 이 건물 바닥에, 커다랗고 푹신한 비눗방울이 있다는거야. 그 방울은 너무 푹신해서, 트램폴린 처럼 꼬맹이라 방방 뛰어오를 수 있을 정도로. ”
“ 앗! 재밌겠다! 그 방울들 안에는, 막 엘리가 좋아하는 음료도 잔뜩 담겨있고! ”
“ 그렇지. 자, 두 눈을 감고. 상상해봐. 어서. 네가 바라는 것들을 말이다. ”
와르르. 쿵.
더 이상의 시간은 없다는 것처럼 바닥은 갈라져가고, 주변의 벽들이 무너져간다.
한겨울인데도 불구하고 땀을 질질 흘릴 정도로 불길이 가까이 다가왔고.
이젠 조금이라도 지체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어서. 꼬맹아. 너의 힘을 보여줘.
넌 이것보다 더 강한 아이잖냐.
나보다도 더.
더 훌륭하고 활기차고 예쁜 아이잖냐.
너의 능력을 보여줘.
그리고 너의 길을 스스로 만들어 봐.
꼬맹이를 격려해주듯이, 등을 두어번 토닥여주자, 작은 창문 밖으로 하나 둘씩.
커다란 비눗방울이 생기는 게 보였다.
형형색색 아름다운 비눗방울이. 점점 하나씩 생겨나가는 게 정말로....
정말로 아름다웠다.
웩. 뭐야. 안에 저 초코우유는.
“ 자. 봐봐. 꼬맹아. 보이지? ”
“ 우와.... 진짜 그 비눗방울이야! ”
해맑게 웃어보이는 꼬맹이의 미소가, 어찌나 그렇게 예쁘던지.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저런 아이의 미소를 두 번 다시 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역시. 내 판단은 틀리지 않았어.
여기서 나가면, 나이오비한테 칭찬이라도 받을까.
쿠르릉.
바닥이 무너져 내려간다.
이젠 건물도 한계였던 걸까.
서있던 바닥이 무너져 감과 동시에 천장이 무너져 내려감을 느꼈다.
안돼겠다. 먼저 보내야 되겠는걸.
“ 자, 꼬맹아. 널 기다리고 있는 그 녀석한테, 아니지. 네 엄마한테 가. ”
“ 에...? ”
창문에 앉혀두었던 그 녀석을.
주저하지 앉고 툭 밀었다.
그러곤 그런 꼬맹이에게 미소지으면서 다시 한번 말했다.
“ 푸딩, 사놨어. ”
멍한 표정으로 떨어지던 그 녀석을 다 보지 못한채로.
나는 몸에 생겨나는 부유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역시, 너무 시간을 오래 끌었던걸까.
이왕이면, 좀 멋있게 입구까지 다 나가서 애는 살리고 기둥에 깔려죽었으면 좋았을텐데.
이게 뭐야, 폼도 안 나게. 애는 창문 밖으로 던져버리고. 나는 떨어져서 죽어버리고.
하아, 오늘따라 진짜 일진 안 좋네.
그냥 하루종일 잠만 잘 걸 그랬어.
나 답지 않게.
너무 나대고 싸돌아 다녔는걸.
얼마가지 않을 그 부유감 속에서.
짧게나마 머릿속에 이런저런을 생각하다가.
문득 작게나마 들려오는 어떤 목소리에 흠칫. 떨었다.
“ 이글 오빠아!!! ”
짜식.
이제야 오빠라 불러주는 구만.
그 꼬맹이의 목소리를 듣고나서야. 내가 느끼고 있던 부유감이 사라졌다.
그 짧은 부유감이 끝나자.
쿵, 하고 나는 바닥에 떨어졌고.
멀쩡했던 시야가 점점 흐려져감을 느꼈다.
그리고 더럽게 아팠다. 아니, 진짜 죽을만큼 아팠다.
몸 전체로 도일의 초 스트레이트를 한 10방 맞은 것처럼.
진짜 손 하나 까닥 못할 지경이 되어버렸다.
뭐, 본의 아니게 이 불구덩이 속에서.
재수없게 깔려 죽게 되어버렸지만.
후회는 없으니까.
이걸로 된거야. 끝난거야.
이제 좀 쉬자.
이제.
한숨 푹 자고 일어나는 거야.
" 젠장. 아프잖아. "
* * ****
잉게 언니.
왜그러니? 엘리야.
엘린 커서, 이글 아찌하고 결혼 할래.
에..? 그 망나... 아니, 이글 하고?
응. 이글 아찌랑. 평생 행복하게 같이 살 거야.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됐을까? 우리 엘리는.
이글 아찌는 친절해. 늘 엘리가 투정부려도 다 받아주는걸. 또또.
또?
이글 아찌는 멋있어. 늘 엘리가 자기 전에 무서워하는 까만 그림자 괴물들을 다 헤치워 주는 걸.
푸흐. 그러니?
응응! 그리고 이글 아찌는... 아찌는...
이글은?
왕자님이거든!
와아. 최고의 극찬인걸. 그 녀석한테는.
그러니 엘린 이글 아찌랑 결혼할꺼야!
* * ****
앞으로가 걱정이야.
또 뭔데 그리 한숨을 쉬셔? 나이오비.
넌 모를꺼다. 애 엄마의 고통을.
저기요. 전 남자라서요. 엄마는 모르겠는데요.
엘리가, 너랑 결혼하겠댄다. 왕자님이라고.
푸하? 진짜? 대박- 완전 고마운걸?
애한테 청혼 받으니 그렇게 좋냐.
그럼! 좋지! 안좋냐?
미래가 걱정이다. 진짜.
그래도, 난 만약 하게 되더라도 사절이야!
...왜?
무슨 나같은 사람하고 결혼이냐. 너도 딱 봐도 알잖냐.
그렇지. 망나니니가.
푸헹. 그러니 난 애 아빠가 될란다!
그건 또 무슨 개소리냐.
네가 애 엄마해. 내가 애 아빠 할테니까. 그럼 엄마의 마음은 모르지만, 좀 덜해지지 않겠냐.
....뜨, 뜬금없이 헛소리야 또. 애 인생 다 망칠라.
와... 나름 진심을 담아 말한거였다? 나이오비?
꺼져! 태워버리기 전에!
* * ****
음악 꺼주셔도 됩니다 :)
* * * * * * *
“ 이글 오빠! 엘리 푸딩 또 꺼내 먹었지!!! ”
“ 어이어이! 방금 네가 꺼내 먹었잖아!! ”
“ 흥! 엘리 몰라!! ”
“ 이게 날이 갈수록 머리를 굴리네 진짜!! ”
그 날이 있고 나서 한 달이 흘렀다.
기적적으로 내가 쓰러진 부분만 잔해들이 떨어지지 않고 체육관의 돔처럼 공간이 만들어져 있었다고 한다.
화재는 뭐... 공간이동능력자 릭 덕분에 루이스와 토마스가 올 수 있어서 금방 진압 되었다는데.
그게 엘리를 던지고 나서 바로였다고 한다.
짜식들.
이왕 올 꺼면 좀 빨리나 오던가.
불길이 사그러들고 나서 진입한 동료들에 의해 나는 구조되었고.
일주일이 지난 뒤에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솔직히 죽을 줄 알았는데.
아니,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살아난 것만으로 용한거 같다.
[이 바보 멍청아! 이 또라이 자식! 미쳤어 진짜!]
깨어나자 마자 옆에서 간호하고 있던 나이오비한테 잔뜩 맞은건 비밀.
이 여자는 무슨 환자를 그렇게 죽일 듯이 패냐.
살짝 좀 나이오비도 미친 거 같다.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골절이나 다른 부상들 때문에 한동안 침대 신세를 지게 되었는데.....
“ 도대체가...! 넌 왜 맨날 하루종일 여기와서 푸딩 타령이야!! ”
“ 엘리는 이글 오빠의 담당 간식이니까! 그리고! 푸딩은 오빠가 먹었잖아! ”
“ 어이, 저기요. 간호사겠죠. 그리고 간식이라니?! 누가 들으면 나 잡혀간다?! "
“ 아무튼! 엘리는 여기 있을꺼야! ”
이 꼬맹이는.
그날 이후로 하루도 나한테서 안 떨어지려고 한다.
그냥 거기에 내버려 둘걸 그랬나보다.
하아... 골치만 아파졌다.
“ 오빠는 조용히 해! 엘리 덕에 살았으면서! 전부 엘리가 기도해줘서 산 거야! ”
“ 무섭다고 질질 짠 녀석이. ”
“ 무섭다고 안 짰어! ”
“ 느에느에~ 그랬어요~? ”
[엔지 말로는, 엘리가 자기도 모르게 능력은 쓴 것 같대. 네가 있단 자리에만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엘리한테 고맙다고 말해.]
......
그래. 이 녀석이 기도해줘서. 자신도 모르게 간절히 바란 게 이루어졌다고 치자.
근데.....
“ 이익, 진짜아...!! 엘리, 화나면 무서워! 흥!! ”
“ 악!!! 야!! 거기 다친곳이잖아! 왜때려! 아악!!! ”
그걸 고맙다고 생각하고 말하려면.
아무래도 좀 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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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