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p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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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커스 [52급]

2016-06-23 12:42:30



루이


같은 공간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존재에 대한 정의를 내리려면 환멸의 루드빅을 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루드빅은 움직이거나 움직이지 않을 때에나 사람을 긴장하게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가슴이 답답해지며, 그래, 눈이 마주치기만 해도 울컥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그런 사람이 눈을 마주치며 슬슬 다가와 말을 건넨다고 생각하면 그 심정이 어떠하겠는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가슴에 일정량의 사명감과 상당량의 울화를 품고 있는 지하연합의 영웅에게 말이다.

코어 레너드 뿐만 아니라 포트 레너드 곳곳에는 크고 작은 공원들이 많이 있었는데, 딱히 자연이나 삶의 여유 같은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서라기 보다는 세계수 가지가 솟아 있어 건물을 올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연합 사무실 앞에 조성한 작은 공원은 회사 앞 공원처럼 분수도 없고 철제 장식이 붙은 벤치도 없고 유명한 정원사가 가꾼 꽃밭도 없었지만 아기자기한 맛이 있었고, 무엇보다 멀리 나가는 게 귀찮은 루이스에게는 바람 쐬기 딱 좋은 곳이었다. 제법 굵은 세계수 가지가 있어서 보기에도 좋았고 그늘도 적절히 있어서 그 아래 벤치는 대부분 루이스 차지였다

루이스는 어설픈 등받이가 있는 벤치를 한두 번 두드렸다. 토니 리켓이 그 벤치에 영웅의 벤치따위의 이름표를 붙이려다 루이스에게 멱살 잡힌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이 벤치는 루이스가 지켜 낸 것이나 다름 없었다. 어차피 대부분은 이기지도 못하면서 이런 사소한 것으로 만족감을 느끼는 소시민적 영웅은 미적지근한 바람도 기분 좋게 느끼며 낡은 벤치에 늘어져 있었다. 그에게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루이스는 좋은 생각만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그런 걸 도와줄 리가 없었다. 루드빅은 루이스의 심기가 불편해질 때까지 옆에 서 있다가 가장 불쾌해졌을 때쯤 말을 걸었다.

 

영웅이 평화로우시니 세상이 평화롭다는 뜻이군요.”

같은 말을 토마스가 했어도 기분 나빠 했을 루이스인데 하물며 루드빅 입에서 나온 말이니 곱게 들릴 리가 없었다. 손이 차갑게 식는 걸 느끼면서 루이스는 초점 없는 시선을 허공에 고정하고 앉아 있었다

 

앉아도 될까요?”

아니.”

아차, 대답이 너무 빨랐다. 루이스는 조금 진 기분이 들었다. 정말 앉고 싶어서 말을 꺼낸 것이 아니라는 것은 그 자리에 멀뚱히 서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루이스의 주의를 끄는 데 성공한 루드빅은 예의 그 웃음을 지었는데 언뜻 보면 천진하고 사심 없어 보이지만 가끔은 말보다 많은 것을 담고 있기도 했다. 루이스는 더 이상 그를 무시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다른 누가 나오기 전에 그를 쫓아 보내기로 결심했다.

 

꺼져.”

루드빅이 말 한마디로 쉽게 움직이는 사람이었다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이런 반응을 더 즐기는 사람이었다. 루드빅은 이런, 이런, 하면서 웃고 서 있었는데 가당찮게도 루이스의 반응을 귀엽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루이스의 손에서 피어 오르는 냉기와 날카로운 소리로 맺히는 얼음 결정을 보면서도 웃을 수 있다는 게 과연 배포가 크거나 제정신이 아니긴 한 것 같았다. 루이스는 앉아 있고 루드빅은 서 있는 자세는 그대로였지만 그들 사이의 공기는 한층 뜨겁거나 혹은 차가워졌다

 

루드빅은 여전히 미소 띤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럴 거 없잖아요.”

있는데.”

그냥 지나가던 길이었어요.”

그 말을 믿으라고? 루이스의 한쪽 눈썹이 꿈틀댔다

물론 당신이 늘 여기 앉아 있다는 건 알고 있었죠.”

사인 받고 싶으면 책이나 한 권 사오던가?”

정말요? 사실 당신 책은 종류별로 전부 다 샀답니다. 몇 장은 외울 수도 있어요.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당신이 스노우퀸을 만났을 때 소명을 느끼는 부분인데 「어두운 조명과 녹아 내리는 피아노, 늘어지는 색소폰, 담배……

이봐!”

루이스는 루드빅이 있는 것도 싫은데 자꾸 말을 걸어서 더 싫고 책도 다 샀다고 하는 데다가 정말 외우기까지 하는 걸 보고는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질색하며 소리를 쳤는데 그러다 그만 그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루이스는 바로 눈을 돌렸지만 그 찰나의 순간 루드빅의 눈동자 안에서 강렬한 욕망을 읽을 수 있었다. 루드빅은 그것을 숨길 마음이 전혀 없어 보였다.

당신은 영웅이에요. 모든 사람들이 당신을 알고 있죠.”

하고 싶은 말이 뭐야?”

그거 아십니까? 당신과 나……”

루이스는 그가 자신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그는 루이스에게 어떤 열망을 품고 있었지만 그건 눈 앞에 있는 자신이 아니라 루드빅이 만들어낸 가상의 루이스인 게 분명했다. 그는 루이스를 죽일 것처럼 노려보고 있었는데 그 눈 안에 강렬한 소유욕과 갈망이 가득했다. 그는 상상을 이어가다 못 견디고 자신에게 반응하는 실제의 루이스를 찾아온 것이리라. 루이스는 그가 말을 걸었을 때보다 훨씬 더한 불쾌감을 느꼈다

 

우린 같은 이름을 가졌어요.”

한동안 뜸을 들이던 루드빅은 꿈 꾸듯이 그 말을 뱉었다. 그에게 어떤 극적인 효과가 작용했는지, 한층 더 반짝이는 눈빛이었다. 언젠가 토니가 루드빅을 두고 프로이드의 이론이 책 밖으로 뛰쳐 나온 듯한 제대로 미친 놈, 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프로이드고 욕망이고 나발이고 그냥 제정신이 아닌 것이 분명했다. 대꾸하면 안 되는데, 미친 놈이랑 말 섞어 봤자 남는 게 없는데, 루이스는 속으로 다짐한 것이 무색하게 낮은 비명처럼 한마디를 뱉어버렸다.

글 읽을 줄 몰라? 댁은……”

위대한 왕의 이름이죠. 전장에서 가장 빛나는 전사 왕의 이름이에요. 사람들은 당신을 빛나는 영웅으로 생각하지만 나만은 당신의 어두운 면을 알 수 있죠.”

자랑은 아니지만 나 성격 안 좋은 거 다들 알아.”

당신은 빛 속의 어둠, 그리고 나는……”

으악!”

 

루이스는 더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며 일어섰다. 소름 돋는 말을 태연하게 줄줄 내뱉는 토니의 나쁜 버전이 여기 있었다! 루이스는 루드빅이 자신보다 키가 큰 것을 알고 일어선 것을 잠깐 후회했지만, 그래도 더 이상 거기 앉아 그 말을 듣고 버틸 자신이 없었다.

, 작작 좀 해! 왜 굳이 찾아와서 지랄이야!”

루이스.”

하지만 루드빅은 루이스가 발작을 하건 질색을 하건 상관하지 않고 조금은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마치 모두가 아는 당연한 사실을 어째서 너만 모르냐는 듯한 어투였다.

우리는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어요. 왕의 이름이죠. 전장을 지배하는……”

닥치고.”

루이스는 피할 수 없음을 느꼈다. 귀찮아서 말 섞기 싫었는데 결국 이렇게 되어 버렸다. 피할 수 없다면 맞서야 한다. 이 놈을 여기 풀어 둬서는 안 된다.

일단, 당신, , 절대, 우리는 없어.”

루이스는 손가락으로 루드빅, 그리고 자신을 가리키며 한 마디 한 마디 힘 주어 말했다

알아들어? 당신과 나 사이에 우리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루드빅은 조금 혼란스러운 눈빛을 했다. 루이스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루이스는 루드빅을 배려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었고 그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왔는지 전혀 알고 싶지 않았다.

난 개 좋아하는데.”

루이스는 루드빅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개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루드빅의 미간이 찌푸려지니 시작하는 것이 제대로 골랐다 싶었다

넌 싫다.”

난 개가 아니에요.”

루드빅은 으르렁대듯이 말했다. 어떻게 생각하면 그는 참 순진하기 그지 없었다. 눈 앞의 영웅이 어떤 사람인줄 알았다면 이렇게 가까이 오지 않았을 것이다. 루이스는 빈정대는 것을 잘 하는 사람이었다

알아. 난 개 좋아한다니까? 근데 넌 싫다고.”

……!”

이제 그만 우리 집 마당에서 나가 줄래?”

루드빅의 말투가 바뀌었다. 믿기지는 않지만 그때까지는 우호적인 마음이라도 가지고 있었는지, 그에게서 풍기기 시작하는 기운이 예사롭지 않았다. 루이스는 치켜 올라가는 입 꼬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애썼다. 저건 매가 약인 부류가 분명하지만 지금 여기서는 해치울 수 없었다. , 그런데 때리고 싶다

네가 전천후로 미친 놈인 거 다들 잘 알고 있으니까 혹시 사람들이 날 못 알아보면 어쩌지 하는 걱정은 곱게 접어서 너네 집 화장실 쓰레기통에나 처박아 놔. 왕이긴 나발이긴 나라에는 여왕, 연합에는 스노우퀸이 건재하고, 그래, 내 여자친구가 밤의 여왕이다, 여기저기 여왕 천지라고 너도 한자리 할 거 같냐? 무슨 왕 같은 소리를 지껄이냐, 그럼 헛소리 나불대는 망상 속에 사니 네가 더 대단해 보이냐? 거울 보면서 짖는 연습이나 해라, 멍멍? 무슨 어디 사람 머리 꼭대기에 기어 오르려고 건방지게. 너는 답이 없는 미친 놈이고 삼십 평생 그러고 살았으면 앞으로 남은 인생도 그러고 살아, 피차 피곤하게 하지 말자?”

그런 천박한 말로 스스로의 가치를 떨어뜨리지 말아. 너는 영웅이고, 왕이야.”

내가 말발로 영웅 땄거든.”

루이스는 단정한 얼굴에 잘 어울리는 시원한 미소를 지으며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문자 그대로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루이스의 동공이 확장되며 차가운 기운이 눈에 보일 정도로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덤벼들어 잘못된 생각을 고쳐주고 싶었겠지만 상대는 연합의 에이스, 장소가 연합 사무실 앞이었다. 루드빅은 승산 없는 싸움을 하는 주의가 아니었기 때문에 한 걸음 물러나며 기운을 갈무리했다. 하지만 돌아서는 순간 그는 다시 말했다

당신은 아직 모르는 것뿐이에요. 하지만 잘 알아둬야 해요. 자신의 위치를 잊지 말아요.”

다시 처음 루이스를 찾았을 때처럼 침착한 목소리였다. 루이스는 침착하게 미친 놈이라며 혀를 찼다

사람들의 존경과 숭배는 당신 같이 그 가치를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내가 가졌어야 하는 거에요. 난 그러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에요. 이제 내 가치를 잘 알고 있죠. 내가 당신을 죽이고 내가 원래 가졌어야 할 자리를 차지할 겁니다.”

루드빅이 물러선 만큼 루이스는 다가섰다. 아까 전의 상황과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루이스는 차갑게 웃었고 루드빅의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말했다.

날로 먹으려고 하네. 날 죽여도, 세상 모든 사람을 죽여도 너는 못 가져, 그거. 각오도 뭣도 없는 놈이 지금 사람들이 주목해 주니까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겠지? 병이 깊다, 깊어.”

난 그럴 자격이 있어요.”

그 말을 남기고 루드빅은 걸어갔다. 루이스는 그 뒷모습을 보며 문득 뒷목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끼고 후드를 한 번 쓸었다. 그러니까 맹수가 도시락처럼 챙겨 둔 사냥감 한 번 핥으러 온 셈인가. 하물며 토끼도 뒷발질을 하는데 루이스가 얌전히 당할 리는 없겠지만, 루드빅의 뒤에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배후가 루이스를 불안하게 했다. 루드빅은 혼자서 움직이는 것 같지만 사실 빙산의 일각에 해당하는 존재였다. 그 어두운 수면 아래 있는 것은 안타리우스인가, 아니면 또 다른 조직인가

하지만 루이스도 혼자가 아니었다. 루이스는 방해 받은 오후를 빠르게 수습하며 연합 사무실로 들어섰다. 우선 토니와 앤지를 찾아 방금 있었던 일을 말해야 한다. 적이 앞마당 공원까지 성큼 가까워졌으니 준비를 해야 했다. 루이스에게는 지킬 것이 많았다. 건물 안으로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은 결코 작지 않았다



그냥 목적도 주제도 없이 퍼뜩 떠오르는 루이스의 시원한 미소를 떠올리며 적어봤습니다.

추천과 댓글 부탁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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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 극공입니다. 훠이훠이 하.하.하. 매우 화가 납니다. 총기 손질중입니다. 저와 한 판 붙어보시겠습니까? 당신에 대한 정확한 진단 안돼!
뭐가 궁금하죠? 축하드립니다. 너에게는 뭐든 주고 싶어. 칭찬 드립니다. 대-단하십니다. 내겐 보여, 너의 죽음 당신을 믿습니다. 이런 미래는 싫어!
감사합니다. 기쁩니다. 축하합니다. 칭찬해 드리죠. 놀랍군요. 심기가 불편합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짝.짝.짝.짝 고마워... 멋있어... 지금 이게 뭐하시는 거죠? 대다나다 히에엑... 헉! 깜짝 놀랐습니다. 그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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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정색) 축하드립니다. 칭찬해 드립니다. 놀랍군요. 매우 화가 나네요. 큰 충격입니다. 놀랍군요.
이럴수가... 감히! 네가! 아니?! 장하군! 응?! 좋다! 그건 아니다! 고맙다!
감사합니다 잘 못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좌절상태입니다 감탄했습니다 칭찬합니다
멋지군! 좋았어! 하하! 축하하오! 아아.. 5분전인데. 커피한잔 하겠소?
승리의 정유년! 정의로운 새해복! 극.한.공.성. 복! 받아랏! 음~ 직장인의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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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의 축복을~! 메리 X-MAS~! 화이트 크리스마스야 해피~ 크리스마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성탄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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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 파이팅! 우와앙.. 졌어 ㅠㅠ 이겼다! 흐~음? 뜨헉! 돼.. 됐거든! 사.. 살쪘..!
훌륭합니다 궁금하네요 에구머니나! 슬프네요... 경멸스럽군요.. 후훗~ 뭐라고 하셨죠? 이, 이럴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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