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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럴헨리] 캐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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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onE [68급]

2015-11-24 16:41:47

 

 

 

 

 

 

[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

 

 

기본 세계관을 기반으로 두지만 조금씩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아직 글솜씨가 뛰어나지 않아 부족한점이 많으니 이해해주시고, 재밌게 읽어주시면

 

 

 

정말로 감사합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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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정말 훌륭한 아이야. 캐럴.

 

언젠가 우리 오빠가 나에게 이런말을 한 적이 있었다.

 

늘 오빠가 시간여행을 하고 돌아오면, 거실에서 가만히 오빠를 기다리며 앉아 코코아를 홀짝이던 나에게

늘상 빠지지 않고 해주던 말이었다.

 

매번 빠지지 않고, 절대로 한번도 잊지않고.

 

나는 훌륭한 아이라고 쓰다듬어주는 오빠의 손길이 어느 날은 굉장히 따스하고 기분좋았지만, 또 어느날은 굉장히 쓸쓸하고 차갑게 느껴진적도 있었다.

 

그 때의 나는, 오빠가 그런 표정을 지어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진 않았지만, 오빠의 기분이 안좋거나 우울해 할때면 그저 해맑게 미소지으며 반겨줄 뿐이었다.

 

언제나 늘 같은 때에 시간여행을 가고, 또 언제나 같은 때에 같은 곳으로 돌아오는 오빠는 그 날도 나는 훌륭한 아이라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주었을 것이다.

 

아마 그 날은 2월의 겨울이었을 것이다.

 

아직 날이 풀리지 않았던지라, 그 때의 오빠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거실의 벽난로에 불을 지피면서 나에게 담요를 가져다 주곤

 

" 감기 걸리면 안돼니까. 오빠가 없어도 따듯하게 해. "

 

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빠는 여행에서 돌아오고 나면 매일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처럼, 나에게 배고프냐고 물어보며 간단하게 프라이에 베이컨을 접시에 담아 만들어 주곤 했는데.

 

나는 그 프라이와 베이컨을 굉장히 싫어했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은 원해도 먹을 수 없게 되어버렸지만.

 

뭐,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그렇게 싫어했던건 아니었지만서도.

 

아마 그때의 나는 프라이와 베이컨에 질렸던게 아니라, 그 프라이와 베이컨을 질리게 만들 정도로

 

자주 여행을 다니면서 나와 시간을 보내주지 않는 오빠에게 화가 났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빠 딴에는 그런 나의 낌새를 눈치채고 나를 챙겨주려고 한거겠지만.

 

할줄 아는게 그것밖에 없었으니까.

 

 

 

 

그렇게 아무도 방해할 수 없는 우리 둘만의 평온한 삶을 지내다가.

 

오빠가 더 호라이즌이란 곳에 다니고나서부터 모든게 달라져버렸다.

 

늘 같은 시간에 시작해서 늘 같은 곳으로 돌아오던 오빠의 시간여행은, 점점 더 엉망이 되어버렸고.

 

시간이 흐르면서 나와 함께 했던 약속들을 하나 둘씩 어기고 망가뜨리기 시작했다.

 

며칠 동안 돌아오지 않았던 적도 있고.

 

또 자신의 방이 아닌 창고나 근처의 쓰레기장으로도 돌아온 적도 자주 있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늘 어느 시간의 어디로 갈것이라고 쪽지를 남기고 다닌 오빠였지만.

 

점점 더 엉망이 되어버리는 여행 속에서는 그런 쪽지 따위는 나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젠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고, 또 너무나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도저히 생각하고 싶지 않는 끔직하고 무서운 상상을 하면서.

 

그런 상황 속에서도 오빠는.

 

" 넌 정말 훌륭한 아이야. 캐럴. "

 

이라고 말해주며 또 다시 프라이와 베이컨을 만들어주며 그 때처럼 아무렇지 않게 지내려고 했지만.

 

나에겐 그저 힘들고 억지로 괜찮은 척 하려는 오빠의 모습이 더 드러나 보일 뿐이었다.

 

" 캐럴. 넌 정말로 대단한 아이야. 나보다도 더 훌륭한. "

 

어느 날의 이른 저녁이었다.

 

오빠는 시간여행도 하지 않았는데 나를 불러내더니 꼬옥 안아주며 속삭였다.

 

나를 안아 준 손이 떨려오고, 늘 따듯했던 오빠의 온기마저도 느껴지지 않았다.

 

직감적으로 나는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판단한 나는 오빠에게.

 

" 무슨 일 있어? "

 

라고 물었지만.

 

" 아니. 아무일도 없어. "

 

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 표정이 좋지 않은걸. "

 

" 긴장해서 그런거야. 걱정하지마. "

 

" 요즘엔, 바빠서 늦게 들어오는 건 알겠지만. 오늘은 늘 돌아오던 시간에 돌아와 줘 오빠. "

 

" 흐음. 그건 조금 무리일지도 모르겠는걸. 조금 늦으면 안돼? "

 

" 안돼. 오늘은 내가 저녁 만들꺼야. 같이 먹자. "

 

" 와우, 네가? 호오- 그럼 일찍 들어와야겠는걸. "

 

" 약속해. "

 

" 약속까지? "

 

" 약속. "

 

" 캐럴. "

 

" 약속. "

 

 

 

순 억지였단건 나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불안했기에. 늘 돌아왔던 오빠가 왠지 모르게 그 날은 돌아오지 못할것 같았기에.

 

기어코 피곤해보이는 오빠에게 약속을 받고는 새끼 손가락을 걸었다.

 

" 약속 어긴 사람은 바늘 천개먹기. "

 

" 으엑. 맛없겠다. 캐럴. "

 

" 꼭 돌아와야 해? "

 

" 그래. 집 잘보고 있어. 다녀올께. "

 

돌아오겠다고 했으니 돌아올꺼야. 오빠는 돌아올꺼야. 꼭.

 

몇번씩이나 마음속에 되새기며 불안한 마음을 잊으려 노력하면서.

 

저녁식사를 차린 후에 오빠가 돌아오기를 기다렸지만.

 

 

 

오빠와의 식사는, 두번다시 하지 못하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내게 돌아오기는 했다.

 

차가운 나무 관짝에 들어있는 채로.

 

 

 

 

 

 

 

 

* * * * * * * *

 

 

 

 

 

 

 

 

....캐럴.

 

왜요. 언니.

 

이거.

 

...편지봉투? 이게 뭐에요?

 

네 오빠가 남긴 편지야... 리첼이 며칠전에 타일러 한테서 받아왔는데, 돌아오는게 늦어서 이제야 왔어.

 

...그래서요?

 

이, 읽어보는게 좋을꺼 같아서.

 

필요 없어요. 이미 지나간 일인걸.

 

그래도...

 

필요 없다구요. 지금 그런거에 신경 쓸 시간 없어요.

 

...

 

...

 

....너에게 예민한 이야기인건 알아. 이해해... 하지만, 캐럴. 네 감정에 눈이 가려지고 나면, 올바른 선택도

하지 못하고 결국 나중엔 후회만 할뿐이야.

 

하고 싶은 말이 뭔데요?

 

....자. 가져가.

 

... 알았어요. 알았다구요. 하아.

 

 

 

 

 

 

 

 

* * * * * * * * *

 

 

 

 

 

 

 

 

 

 

정신이 희미해져만 간다.

 

오빠도 이런 기분을 느꼈을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내 몸이 떠오르는 듯한 부유감은 강해지고, 의식은 점차 안개속으로 사라져버리듯 흐려져가기만 했으며, 또 몸에는 무거운 추 같은 것을 매달아 놓은 것처럼 무거웠다.

 

아니, 물에 푹 젖은 솜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이런게 죽는다는 느낌일까. 정말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내가 내가 아닌듯한 느낌. 나는 더이상 캐럴 맥고윈이 아니라는듯한 느낌. 

 

이 세상에서 나란 존재는 사라져버린다는 것을 뼛속 깊숙히 새겨지는 듯한 이 느낌이 너무나 더러웠다.

 

문득 어떤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내가 해온 모든 것들이 의미가 있었을까.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오빠의 흔적을 찾고. 또 싸우고. 주저앉고. 다시 일어나고.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을 홀로 걸음으로써 과연 나에게는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나는 지금까지 잘하고 있던 걸까.

 

남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남들보다는 너무 이른 시간에 이렇게 망가져버렸지만.

 

나는 과연 나에게 가치있는 삶을 살았을까. 하고 말이다.

 

" ....콜록, 콜록. 하... 진짜... "

 

머리가 멍해져 오고. 그와 동시에 아파오기 시작했다.

 

정말 너무나 기분이 나빴고, 짜증났으며, 무엇보다 굉장히 억울했다.

 

난 아직 아무것도 해낸게 없는데.

 

오빠의 흔적을 찾는것 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했는데.

 

얼마가지 못하고 이렇게 주저앉아 버렸다는게 너무나 억울했다.

 

갑자기 오빠가 보고싶어졌다.

 

만약 우리가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만약 우리가 능력을 가지지 않고 아무것도 모른채로 살아갔더라면.

 

이렇게 홀로 남아 외롭게 어딘지도 모르는 이곳에서 차갑게 식어내려가지 않고.

 

남들처럼 오빠와 같이 웃으면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었을 텐데.

 

왜 나에게만 이렇게 안 좋은 일들만이 가득하고.

 

또 왜 나에게 이런 불필요한 능력같은 걸 줘서 이렇게 비참하게 만드는 걸까.

 

아무래도. 난 아무런 가치도 없는 삶을 살았던 것같다.

 

" 캐럴! "

 

" 여기요! 여기에 캐럴이 있어요! "

 

온갖 우울한 생각들과 억울함을 하소연하며 그렇게 서서히 죽는다는 느낌을 느끼고 있었을 때.

 

어디선가 멀리서 울려오는 듯한 익숙한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뒤이어 내 몸이 누군가에 의해 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한순간 내 뺨으로부터 시작해서

 

온 몸으로 이어지는 온기가 느껴져오기 시작했다.

 

누구지. 이렇게 따스한 온기를 지니고 있는 사람이 도대체 누굴까.

 

이젠 눈꺼풀마저 무거워져서 들어올리기엔 벅찼지만, 마지막으로.

 

그 온기의 주인을 보고 싶었기에 마지막까지 젖먹던 힘으로 눈을 천천히 떴다.

 

" 캐럴. 걱정하지마. 모든게 다 괜찮을꺼야. "

 

" 여기라니까요! 빨리 좀 와봐요!  "

 

흐릿하게 보이는 시야로 내가 제일 처음 보았던건.

 

어디론가 손을 흔들면서 크게 소리치는 예의라곤 어디에도 없을 것같은 무식한 보랏빛 머리카락의 여자와.

 

제 무릎에 내 머리를 받친채로, 괜찮을꺼라고 말하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조금 덜 떨어진 여자가 내 시야에 들어왔다.

 

아아. 이 두명이었구나.

 

피식. 헛웃음이 나왔다.

 

지금까지 이 둘과 지내오면서 잘해준 거 하나 없고 친해지려고도 하지 않았던 사람들인데.

 

그런 나의 마지막에 곁에 있어주는 사람이 이 둘이라니.

 

너무나 어이가 없었고, 또 내 자신이 너무나 초라해 보였길래 헛웃음이 나왔고.

 

어느 순간에서부턴가 나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캐럴. 네 감정에 눈이 가려지고 나면, 올바른 선택도하지 못하고 결국 나중엔 후회만 할뿐이야.]

 

문득 이 덜 떨어진 언니가 나에게 말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 언니의 말대로.

 

조금만 더 빨리.

 

조금만 더 빨리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그렇게 이 둘을 대하진 않았을텐데.

 

" 캐럴! 죽지마! 정신차려! "

 

그 와중에 저 무식한 여자는, 내 뺨을 두 손으로 세게 치며 말했다.

 

감각도 느껴지지 않는 나였지만. 입만 움직일 수 있다면 아프니까 작작 때리라고 말이라도 했을텐데.

 

서서히 작아지는 그 둘의 목소리와 점점 힘이 빠져가는 내 몸의 느낌을 느끼는 동안.

 

나는 한가지 사실을 확신했다.

 

오빠가 말한 것처럼 대단한 일을 했던 것도. 그렇다고 어떤 일도 제대로 해낸 것 조차 아무것도 없지만.

 

그래도 내가 살아온 가치는, 내가 걸어온 길들의 의미는.

 

적어도 남들이 슬퍼해줄 정도로 그렇게 아무 의미가 없진 않다는 것을.

 

나라는 존재가 사라져도, 적어도 이 둘에게는 캐럴 맥고윈이라는 존재가 남아있을 것이라는 것을.

 

" ....오빠. "

 

이제 그만 쉬고 싶어졌다.

 

나에겐 너무 벅차고 긴 싸움이었고. 이젠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어버렸기에.

 

그러니까. 이제 그만 쉬고 오빠 곁으로 가도 괜찮겠지?

 

내 두 눈을 감으면서, 천천히 나에게 다가오는 죽음을 기다리는 동안.

 

아까처럼 짜증나거나 억울하거나 화가나지는 않았다.

 

지금 내 머릿속에서 드는 생각은.

 

그만 쉬어도 된다는 것들 뿐이었으니까.

 

 

 

 

 

 

 

이제.

 

 

만날 수 있어.

 

 

 

 

 

 

 

* * * * * * * * * *

 

 

 

 

 

 

 

 

 

캐럴.

 

아마 나는 이번 여행을 하고 나면 돌아올 수 없을 것 같기에 이렇게 장문의 편지를 남겨.

 

그래서 마지막이니, 솔직하게 내 이야기를 써볼까 해.

 

나는 말이지. 주위에 아무도 없어.

 

나는 늘 혼자였어. 내가 하는 일들은 너무나 위험했고,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다치는걸 원치않았어.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았고, 그렇기에 너를 밀어내려고 했을지도 모르겠어.

 

이젠 내가 죽어버려도 슬퍼해줄 이들도. 나의 죽음을 알아줄 이들은 그리 많지 않겠지.

 

하지만 너는 달라.

 

지금은 모르겠지만, 앞으로 시간이 흘러흘러 너는 나와는 다르게 점차 누구에게나 존경받고 또 자랑스러워 할 일을 해낼 아이야.

 

캐럴.

 

나는 알아.

 

몇번의 시간여행을, 몇 십번의 시간여행을 할때마다. 나는 빠지지 않고 너의 미래를 바라봐 왔어.

 

지금 당장은 힘들겠지만, 난 네가 이겨낼 수 있을꺼라 믿어.

 

너는 내 동생이니까.

 

음... 그러니까 말이야.

 

결론적으로 내가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은.

 

그 누가, 여러명의 존재가, 아님 온 세상사람들이 너에게 등을 돌리더라도.

 

나는 언제, 어디에서나 너만을 바라보고 있을꺼란거야.

 

그러니 지지 마. 포기하지마. 주저 앉지마. 뒤돌아 보지마.

 

그리고 힘차게 앞으로 나아 가는거야.

 

나는 여기서 주저앉아 너와 함께 너의 길을 걸어나가주지는 못하겠지만.

 

뒤에서 너를 응원할께.

 

 

 

캐럴.

 

다시한번 말하지만.

 

넌 정말 훌륭한 아이니까.

 

 

 

 

 

 

[ 헨리가 캐럴에게 남긴 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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