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을 짓지 못하는 병에 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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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5 16:10:43
주의 !
본 글은 월화씨가 약을 한사발 하고 갑자기 적기 시작한 글 입니다.
너무나도 가벼움에 취하여 핵노잼을 느끼실 수 있으며
대한 의사 협회가 지정한 '발암요소' 중 하나이므로 위험상태가 느껴지시면
곧바로 이 아래의 비상구 그림을 눌러 탈출하시길 바랍니다
혹시 탈출하지 않으셨다면
여기를 클릭하여 BGM과 함께 소설을 맛보는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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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픽션이며, 기본 설정들을 제 입맛대로 해석한 프로젝트 B 중 썰의 일부로
그냥 코나 후비면서 읽다가 귀찮으면 스크롤 내리고 '재미없음'이라고 쓰셔도 무방합니다.
단 한번도 그를 내 안에서 지워본 적은 없었다
무거운 짐을 덜어주고 싶었다
편히 그 족쇄를 풀고 하늘로 그가 날아오르기를 원했다
나는 그를 사랑했어, 진심으로.
거짓말쟁이
그러려고 했던게 아니야, 믿어줘
아냐, 나는 모든 것을 말하려고 했어
넌 배신자야
나는 그를 사랑했어
너는 그에게 상처만 주었어
나쁜년
아니야, 아니야
제발 그만해, 나는 단지──────────
미안해
Art by SpeedLoras 월화씨
부제 : 끝내 전하지 못한 말
신비로운 사람이었다. 그를 처음 바라본 나의 느낌을 말할 때,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와 나는 지하연합에서 새로운 팀을 이룰 때 만나기 시작했다. 지하연합은 하나의 협동조합의 형태를 띠고 있었고, 그렇기에 각자마다 작은 '팀'이 존재했다. 그 팀은 함께 일을 배당받고 주어진 의뢰들을 수행하며 그것이 잡일이든 혹은 위험한 일이든 함께 의논하게 함께 수행해 나가는 그런 팀이었다. 나는 순간 기억 능력자였던지라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주로 현장에 나가는 것보다는 행정 쪽을 주로 맡았으며 팀이 바뀌어도 그 위치는 항상 변하지 않았다.
아마 내 기억이 맞다면, 그 때도 별 다른 일이 없는 한가로운 오후가 아니었을까 싶다. 오전에 미리 요기 라즈로부터 전보(電報)가 하나 왔었다. 새로운 조원이 하나 추가 될 것이라고. 안 그래도 최근 한 조원이 사고를 당해 병원신세를 지고 있던 지라 부족한 일손에 도움이 되겠다싶어 다행이라 생각하고 신입을 기다리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 약간 낮잠을 졸고 있자니, 바깥에서 신입이 도착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나는 그를 맞이하였다.
첫인상은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물론 시끄럽고 산만한 사람을 선호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는 처음 보았을 때부터 너무나도 우중충하고 우울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전혀 힘이 차 있지 않은 죽은 동공, 창백한 피부와 위축된 어깨와 푹 숙인 고개. 특히, 범죄자라도 되는 듯 뒤집어쓰고 있던 후드티와 무표정한 얼굴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참 의욕이 안나게 만드는 마법이 있었다.
이름을 물었다. 그는 그저 '루이스'라고 대답했다. 나는 그대로 성씨 부분에 Lewis 라고 적으며 풀네임을 물어보았지만 그는 '성은 없고 그것이 이름'이라고 대답했다. 이름이 Louis 라던 것이었다. 처음 분위기도 참 이상했지만, 이름마저 이러하니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 때의 나는 그다지 그 대답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연합에는 여러 사정이 있는 사람들이 많기에, 이런 저런 사람이 있는 가능성을 이해하고 있었고 그에게 알겠다며 그 이름을 받아적었다.
하루의 일과가 끝나면 내가 항상 하는 것은 '보고'였다. 본래도 오늘 하루의 작업에 대한 보고는 지하연합 상부에다 전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내가 지금 말한 이 보고는 약간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내 얘기를 미리 하자면, 나는 안타리우스의 일원이었다. 그러니까 ... 사람을 납치해서 강화인간으로 개조하는 그런 광적인 종교단체. 나는 그곳의 소속이었고 그곳의 2인자인 재스퍼의 직속 부하였다. 아니, 부하라기보다는 ... 약점이 잡혀있는 사람이라고 하는게 더 옳았다.
얘기가 길어지는데 ...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미혼모였다. 어릴 적 철 없이 굴어버린 탓에 바보같은 실수를 지었던 적이 있었다. 대부분의 사춘기 여자아이가 그러하듯이, 나도 한 때는 한 남자애를 사랑했고 그리고 또한 그 사랑은 서로 너무나도 어리고 생각이나 책임이 부족했기에 하룻밤의 실수를 저질렀다. 나는 그 날로 임신을 했었고, 남자는 도망갔다. 그래, 그저 평범히. 생각이 너무나도 없었던 어린 시절이기에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불러온.
많이 울기도하고. 후회도 하고. 세상을 저주하기도 하였다. 몇 번은 자살을 시도할까 생각도 하였다. 그러나 결국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깨달았다. 내 배는 어느새 세월이 지나며 불러오고 있었고 결국 출산이 다가오고 있었다.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슬그머니 사라졌던 나는 어떤 친절한 산파의 도움을 통해 허름한 빈집에서 쌍둥이 딸 둘을 낳았다. 어린나이의 미혼모. 산파는 나를 불쌍히 여기며 동정했다. 그녀는 나보고 아이들을 구빈원에 맡기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다. 그러나 아이를 버리지는 않았다. 나는 내 안에서 낳은 내 아이들을 키우기로 했다. 내 어린 치기의 죄를 속죄하기라도 하는 양, 그 남자가 도망쳤던 것과는 달리 내가 저지른 일들에 대한 책임을 지기로 결심하고 두 예쁜 딸아이들을 내 품으로 키우기로 했다.
젊은 나이에 애 엄마가 되어 아이들을( 그것도 둘이나! ) 키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버지도 없던 아이들이었기에, 부모님에게도 몰래 도망친 몸은 그저 몸의 피로를 누적하며 육아와 일을 병행했다. 학교는 다니다 그만둔 상태였고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여러 일을 전진했다. 각종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서 술집여자까지, 심지어는 성매매에도 손을 대어보았다. 이미 한 번 더럽혀졌던 몸이었다고 스스로에게 되뇌이자, 독기만 남은 내게는 여자로서의 자존심이란 것은 남아있지 않았다. 오로지 나와 내 아이들을 위해, 내 자신을 버리자 생각하며 살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예수의 부활을 기리며 모두가 부활절 달걀을 나누던 어느 날, 내 집 앞으로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찾아들었다. 양복을 빼어입은 것이 높은 곳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처음의 나는 나를 사러 온 부자가 사람들을 시킨 것일까 생각했다. 그런 일은 흔했다. 돈 많은 사람일 수록 제정신인 사람은 없었고 하룻밤을 같이 자주고나면 마치 자신이 주인이라도 된 것처럼 질리도록 나를 쫓아다니는 경우는 꽤나 흔했기에 나는 그저 그들의 부름에 응했다. 그러나 내가 그 양복쟁이들을 찾아갔을 때 만났던 사람은, 전혀 보지못한... 아니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회사의 2인자, 그러니까 '헬리오스 회사'의 2인자라고 불리우던 재스퍼였다. 말로만 들어왔지 실제로 보는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곧바로 의문이 들었다. 왜 이 자가 나를 불렀던 것일까? 나는 그를 본 적도 없고 그렇다고 내가 이런 사람의 귀에 말이 들어갈 정도로 무언가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나는 빈민가의 가난한 애엄마에 지나지 않았고 아무리 몸을 판다고 한들 여느 대단한 창녀들과는 달리 명성 또한 존재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 그가 나를 왜 불렀던 것일까.
재스퍼는 모두를 나가라고 한 뒤 나에게 차와 먹을 것을 대접했다. 오랜만에 보는 귀한 음식들이어서 나는 사양하지 않고 허겁지겁 먹었다. 집에 남겨온 아이들이 갑자기 걱정되었지만 괜찮으리라고 생각했다. 나를 불쌍히 여기며 가끔씩 찾아오는 한나씨에게 맡겼으니까... 그녀는 독일의 엄청난 귀족이라는 홀든가에서 유모로 일한 적도 있다고 하니, 우리 아이들 정도야 잘 돌봐주리라. 한참을 그렇게 먹어대었을까, 배를 불리고 나자 재스퍼는 천천히 나에게 말을 꺼내었다.
" 다 드신 것 같으니, 슬슬 본론을 꺼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 브랜다양? "
영국 신사 특유의 매너있는 웃음과 함께 그는 나에게 물컵을 건네었다. 나는 그저 말없이 눈치보며 그 물컵의 물을 받아마셨다. 그의 얘기는 이러했다. 헬리오스는 경제적 기업이기도 하지만 '능력자들의 권리'를 지켜주는 단체다. 그리고 순간 기억 능력자라고 불리우는 당신이 이러한 푸대접을 받고 있다는 얘기를 듣게되었다. 우리는 대가 없이 당신을 구제해줄 것이며 우리 회사는 당신의 두 아이의 육아와 교육복지도 맡아주고 도와줄 것이다. 다만 조건은 당신도 능력자인 이상, 우리 회사에서 그리고 재스퍼, 그 본인 아래에서 일해주기를 바란다는 말이었다.
솔직히, 거부할 수 없었다. 무슨 꿍꿍이가 있을지 생각도 잠깐은 했겠지만 나에게는 너무나도 달콤한 권유였다. 이미 지긋지긋하게 인생의 밑바닥을 기어다니고 있었고 나는 너무나도 지쳐있었다. 가끔은 또 일탈을 꿈꾸기도 했고 두 아이를 책임지고 키운다지만 점점 그 아이들이 커나가자 힘이 부치기 시작했었다. 그들은 그런 나의 삶을 좀더 윤택하게 만들어주고 심지어 자기들 회사에서 일을 하게 해준다고 했다! 내 아이들의 정상적인 성장도 도와준다고 했다! 누가 이것을 감히 거부할까. 나는 결국 그 유혹에 넘어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깨달아야 했었다.
내가 알겠다고 대답하자마자 초승달처럼 휘어지는 뱀같던 그의 눈웃음을.
내 어린 아이들은 재스퍼가 소개해준 육아보호소로 보내졌고, 나는 헬리오스 재스퍼의 비서로써 일하기 시작했다. 내 순간기억능력은 꽤나 행정업무나 실내 업무에 적합하고 유용하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일찍이 이런 일을 했어야 하는 것인데- 하는 후회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이제 나의 인생은 다시 피기 시작했고 아름다운 전진이 시작되었으니까.
그렇게 헬리오스에서 한 달 정도를 일했을까, 나는 내 아이들이 보고싶었다. 당시 아이들은 내가 직접 키우는 것이 아니었다. 전문적인 육아보호소에서 내 아이들을 훌륭히 키우고 있다고 재스퍼를 통해 듣기만 했지 내가 그것을 직접 본 것은 아니었다. 재스퍼의 말로는 엄격한 교육을 통해 사회에서 지위가 높은 지식인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아이들과 떨어져 지내는 것이 난 즐겁지는 않았다. 내 속으로 낳은 아이였고, 결국 키우는 것은 내가 해야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것이 엄마이지 않던가.
나는 그래서 내 아이를 보고 싶다고 얘기했다. 가끔은 내 아이를 보아도 되지 않겠냐며, 내 아이들을 보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리고 어디로 가야하는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재스퍼는 나를 돌아보더니 잠깐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내게 말했다.
오냐오냐 해주었더니 이제는 내게 기어오르는건가?
나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에게 떨면서 물었다. 내 아이들은 어디있는 것이죠? 내 아이들을 돌려주세요. 내 아이, 내 사랑스러운 두 딸. 내가 울면서 가슴으로 낳은 딸들. 내 아이들을 도대체 어디에 둔거야. 난 지금 내 아이들에게 가고싶어요. 제발, 제발 이상한 말 하지말아요. 하라는 대로 할테니, 제발 무서운 말만 하지말아요.
그러나 내 바람은 거짓과도 같게 무시당하고 말았다. 나는 곧 재스퍼로부터 진실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안타리우스의 첩자였다. 안타리우스의 첩자로써, 헬리오스의 윗자리를 차지하고 명왕의 뒤를 잇는 2인자로서 헬리오스를 감시하고 언젠가는 헬리오스라는 회사를 집어 삼켜 안타리우스의 검은 손길 아래에서 움직이려고 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음침하고 거대한 계획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내 아이들은 그 안타리우스라는 곳에 있어 중요한 존재라고 했다. 나도 몰랐던 사실, 내 아이들은 능력자였다. 그 아이들의 울음소리에는 능력이 존재했다고 했다. 언니에게는 능력자의 능력을 강화시켜주는, 동생아이의 울음소리는 능력자의 능력을 약화시키는 능력. 그것은 안타리우스라는 조직에 있어 너무나도 귀한 자원이었으며 그 소식을 듣자마자 나에게 조금씩 조금씩 접근을 시작했던 것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 내 아이들은 그렇게 안타리우스에서 귀하게 모셔지는 것과 동시에 나를 묶는 볼모로 잡힌 것이었다.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하나님, 어찌하여 ... 그동안 이를 갈며 그래도 벌레처럼 살아온 삶이 드디어 구원을 받는가 했더니 나는 더욱 나락으로 떨어졌다. 꿈에 부풀어오른 희망의 풍선이 바늘에 콕 찔리어 터져버렸다.
자살을 할까, 생각했지만 소용없는 짓이란 것을 알고있었다. 이대로 사람들에게 알리자니 내 아이들의 목숨이 위험했다. 분명 귀하고 쓸모 많은 존재지만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기에, 그들은 언제든지 내 아이를 없앨 수 있는 위험한 자들이었다. 엄마로서, 내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나는 며칠 몇 날 밤을 소리 죽여 울었다. 그리고 나는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그들의 말을 그저 잠자코 들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그 이후로 나는 지하연합의 첩자로 보내졌다. 지하연합에는 아직 첩자가 많이 심어진 편이 아니라 말단부터 시작했다. 그 때의 내 나이는 스물 셋, 꽃다운 나이였다. 그렇게 지하연합의 작은 일부터 시작해 나는 차츰차츰 올라가고 있었다. 모든 것을 안타리우스 ... 아니 재스퍼 그 사람에게 보고해야했었고, 나는 아주 가끔씩 아이들의 소식을 듣는 것으로 겨우겨우 살아갔다. 벌레같은 삶은 여전히 끝나지 않은 채 저주의 쳇바퀴는 계속해서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던 중 루이스, 그를 처음 만났다.
루이스는 첫인상처럼 말이 없었던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반항적이라던가 자기 의견이 강한 것도 아니고 팀을 잘 따르기에 큰 문제는 없지만, 항상 분위기가 무언가 혼자서만 겉도는 듯한 감이 있었다. 신비로운 사람이었다. 첫인상의 그 힘 없는 모습은 그가 결정사였기 때문일까. 차가운 얼음이 서린 것은 그의 고독함이 참 어울리기도 했다.
왜 그랬던 것인지는 모르겠다. 알다가도 모를 것이 사람 마음 아닐까. 나는 점점 그에게 끌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절대 하지 않는 신비로운 그가 궁금했고, 그리고 나와 같은 동질감이 너무나도 강하게 느껴졌다. 혼자 살아왔다는 외로움, 고독, 조용함 나와도 닮은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였던걸까, 내가 그를 처음에 보았을 때 싫은 첫인상을 느낀 것은. 나와도 너무나도 닮았기에 자기혐오등을 그에게서 느껴버렸던 것은 아닐까.
우리는 점차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많지는 아니지만 조금씩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 그는 나와 한 팀이 되기전부터 서점 알바를 이전에 한 적이 있다고 했다. 직장을 따로 다녀본 적은 없고 가지고 있는 기술도 없다고 했다. 자기 가족에 대한 얘기는 전혀 없었고, 나도 묻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그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서로의 과거에 대해 많이 궁금해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가끔씩 웃을 수 있었다.
우리는 친해졌고, 꽤나 오랜 시간동안 같이 붙어있었다. 워낙에 서로 남들과 잘 어울리는 성격도 아니었기에 더더욱이 그랬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우리를 보며 사람들은 분위기가 좋다는 듯 놀려대었고 우리는 그런 동료들의 장난에 그저 미소만 보였다. 우리는 날이 가면 갈 수록 친해졌고, 모든 것을 함께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가을이 다가오던 날, 10월 15일. 그는 나를 조용히불렀다.
점심식사를 하고 있을 때였다. 잔 업무도 없고, 꽤나 여유로웠으며 우리는 도시락을 건물 옥상에서 먹고 있었다. 돈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닌지라 외식은 전혀 불가능했고, 내가 챙겨오는 도시락을 둘이서 까 먹는 것이 전부였다. 왜 굳이 옥상이냐면 ... 물론 호화로운 시내도 아닌 빈민가에 지나지 않지만 우리는 여기가 좋았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며 움직이는 이 곳이 좋았다. 건물 위에서 거리를 내려다보면 보이는 풍경들과 펼쳐진 하늘과 저 멀리 보이는 영국의 모습들. 우리는 그 모습을 보며 점심을 먹는 것을 꽤 즐겼다.
그 날도 다른 날과 다를 바가 없었다. 간단한 빵을 가져왔고 우리는 그것을 먹고 있었다. 서로의 몸에 서로를 기댄 채, 옥상 위 의자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던 우리는 한참을 그렇게 침묵하고 있었다. 무슨 말을 했던 것인지는 기억이 안난다. 어쩌다가 그런 대화를 한 것일지도 모르고. 하지만 마지막 몇 마디의 대화는 기억한다. 그가 먼저 말했을 것이다.
" 브랜다, 내가 좋아하는 책 중에 이런 구절로 시작하는 책이 있었어. "
" 뭔데? "
" '인생은, 삶과 죽음 사이의 선택의 연속이다' "
" 데카르트가 한 말이네. "
" 알고 있는거야? "
" 그냥, 기억하고 있어. 한 번 지나가다 들었어. "
" 순간 기억 능력자란 ... "
" 푸흐, 미안해 루이스. "
" 아냐, 아무튼 내가 하려던 말은 ... 난 참 이 말을 좋아해. "
" 왜 그렇게 생각해? "
" ... 글쎄, 모르겠어. 그냥 내가 그 구절을 읽었을 때, 그 말이 내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았어. "
"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나봐. "
" 그래서 지금 잠깐 그 말의 의미를 생각해보았거든. "
" 응? "
"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잖아 ... 그렇다면 내가 살아온 이 삶의 과정에서 나는 수많은 선택들을 해왔을거야. "
" 그렇지. "
" 그리고 나는 사소한 선택마저도 그러한 선택에 의해 생긴 결과로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고. "
" 루이스, 오늘따라 철학적이야. "
" ...... 나는 지금 한 선택을 고민중이야. 꽤 중요하다 생각해. "
" 얼마나 중요하길래, 오늘따라 네가 이럴까. "
" 진지하게 들어줘. "
그리고 루이스는 나를 돌아보았다. 나 또한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적갈색의 홍채가 나를 들여다보자, 어쩐지 숨이 막히는 듯한 정적이 돌았다. 그렇게 우리는 얼마나 침묵했을까. 루이스는 다시 입을 열었다.
" 브랜다, 널 좋아해. "
고백 ... 이었다. 너무나도 담담하고 침착한. 그래서 너무나도 평범하게 흘려넘길 뻔했던 말. 그 말을 듣고 난 한참을 그의 눈만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대답해야할까. 생각했다. 왠지 저런 말이 올 것 같은 느낌을 가지기도했고, 그럴 때마다 어떻게 반응할까 수많은 고민을 했던적이 있었는데 막상 상황이 닥치니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루이스는 대답을 기다리는 듯한 눈치였다. 불안한 얼굴이 제법 귀여웠다.
무슨 생각이었던걸까, 나는 한 손을 뻗어 루이스의 뺨에 얹었다. 차가운 그의 피부가 파르르 떨렸다. 깜짝 놀랐던걸까, 그는 눈을 살짝 크게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 브랜다? "
그런 나는 그가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그에게 입맞춤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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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이, 루이스. 너희 일 끝났다며. 저녁에 맥주나 하러 ... 이 놈들이 뭐하고 있는거야 ?! "
뒤늦게 루이스를 찾아 올라온 휴톤씨 때문에 방해되어버렸지만.
우리는 그렇게 사귀기 시작했다. 그는 나를 보고 '첫사랑'이라고했다. 지금까지 다른 여자에게는 사랑을 못느껴본 ... 내가 처음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런 나에게 나는 그저 웃기만 했다. 나는 당신과 달랐기에.
그는 정말 착했다. 말이 없어서 모르지만 항상 사람들의 기분을 배려하고, 모두를 위하는 성격이었다. 그리고 그는 나를 끔찍이도 사랑했고, 나의 모든 것을 보아주고 사랑해주었다. 어린 시절에 겪었던, 받지 못했던 사랑들을 그에게서 받자니 너무나도 그가 고맙고 또 미안했다. 당신이 내게 해주는 것만큼, 당신이 나를 여겨주는 것만큼 난 당신에게 떳떳한 여자가 아닌데... 과거가 어둡고 많이 더러운 여자, 그것을 당신은 전혀 모르는데. 내가 이런 행복을 느껴도 되는 것인지 나는 항상 불안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루이스는 나를 안아주었다. 괜찮다며, 이런 저런 일이 있어도 괜찮을 것이라며. 아주 큰, 그리고 충격적인 말을 들어도 나는 네가 좋다며. 현실적으로 살짝 서운한 일들이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너를 사랑하는 것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속삭여주었다. 나는 그런 그가 너무 고맙고 미안하고, 그리고 미웠다. 나를 이렇게 행복하게 만들어 울려버리는 그가.
나는 그때까지 내 이야기를 못하고 있었다. 나는 지하연합과 헬리오스의 갈등을 조장하는 그러한 여건을 주는 임무를 하고 있었다. 그런 얘기를 루이스에게는 절대 못했다. 아무리 그가 나를 믿어주고 나를 도와준들, 할 말이 있고 안 할 말이 있는 법이었다. 내 일은 내가 어떻게든 정리해야만 했고, 언젠가는 내가 미혼모라는 이야기도. 우리의 아이에 대한 얘기도 해야되는 것을 언젠가 말해야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전쟁이 났다. 2차 능력자 대전이라고 하는게 옳을까, 결국에는 재스퍼가 시킨대로 나는 전쟁의 빌미를 주었고 흑염과 흑태자가 죽었다는 소식을 재스퍼에게 전하자마자 재스퍼는 전쟁을 시작했다. 앤지 헌트라는 여자를 완전히 제거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 참에 연합을 무너뜨려 회사에 복속시키고, 현재 2인자인 그는 그대로 회사의 후계자가 되어 안타리우스를 위한 또다른 발판으로 만드는 계획이 거의다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그렇게 전쟁이 시작되고, 연합의 능력자들을 하나같이 학살당하기 시작했다. 연합의 수뇌들은 이미 무너진 상태였고, 나는 재스퍼의 명령에 따라 일단은 토니 라켓이라는 연합의 참모의 명을 듣고 있기로했다. 그리고 그들의 명령을 계속 재스퍼에게 전해주며 앤지헌트의 위치를 전해주라는 명을 받았다. 그 순간까지도 나는 고민을 했다. 이것을 루이스에게 말해야할까, 말아야할까. 수많은 생각을 했지만... 나는
결국 말하지 않기로했다.
이런 일에 그를 끌어들이고싶지않았다. 어차피 앤지 헌트라던가 연합은 나와 상관 없는 곳이었다. 이것은 내가 관련된 일이고, 재스퍼가 이번 일만 잘 해내어주면 내게서 족쇠를 풀어 얼마든지 내 아이들을 만나게 해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 나는 루이스에게 말할 것이다. 분명 그는 크게 상심을 느끼겠지만 ... 나를 이해해 줄 것이다. 그는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었던 사람이니까. 앤지 헌트라는 사람이 죽도록 재스퍼를 도우고, 나는 임무를 완수한 뒤, 내 아이들과 루이스와 함께 안타리우스의 보호를 받으며 조용히 살 것이다. 그곳에서 화목한 삶을 살 것이다. 내가 언제나 바랬던 것. 단 한번도 받아보지 못한 부모님의 사랑을, 내 아이들에게 줄 것이다. 엄마말고도 루이스라는 아버지의 사랑도 받게할 것이다.
이것만 잘해내면 되니까.... 나는 내 주변 사람들을 잃을 수 없었다.
이전에도 잘 품어온 독기다. 이제와서 못하리란 법도 없었다. 이것만 해내고, 평화로운 삶으로 드디어 탈출해나갈 것이다. 그래서 .... 이제는 정말 행복하게 살 것이다.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으니까 ... 이것만 끝내면 모든게 될 것이다. 이제 곧 앤지헌트가 온다. 터커와 루이스와 나와 한 팀이 되어 토니라켓이 시키던대로 도주할 것이다. 그리고 그 도주정보를 나는 재스퍼에게 알리면 된다. 그럼 재스퍼의 수하들이 알아서 앤지헌트를 죽이면 루이스와 나는 살아서 돌아가면 되는거다. 그렇게 되면 모든게 잘 되는 거야... 응, 그래.
그렇게 되면 모두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그이, 루이스와..... 내 사랑스러운 두 딸.
미니와 앰피를
우리는 힘겨웠지만 마지막에는 끝내 가족이 되어 그렇게 행복한 결말을 보리라.
조금만 기다려줘, 루이스, 그리고 내 아가들. 이제 모든게 곧 끝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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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 능력자 전쟁이 끝난 후, 폐허-
" 어때요, 브랜다의 글이 맞는 것 같아요? 루이스? "
" ..... "
" 충격적인 것은 알아요. 하지만 ... 그녀는 어쩔 수 없던걸거에요. 이해해요. "
" ..... "
" 그녀의 일기는 당신이 가져요. 그게 나을 것 같아요. "
" ..... "
" 루이스, 힘을 내요. 당신은 우리의 영웅이에.... "
" 앤지 헌트, 브랜다는 어떻게 되었어? "
" ..... 알잖아요. 그녀는 재스퍼에게 돌아갔고 ..... "
" 죽었지. "
" ......... "
" 흑.... 흐윽..... 흑 ....... "
" 루이스 .... "
" 브랜다 .... 흑 .... "
" 루이스, 힘든 것은 알아요. 하지만 그래도 이런 때일 수록 힘을 내야해요. 당신은 .... "
" 닥쳐! 브랜다가 없는데 무슨 소용이야! "
" .... 루이스 .... "
" 난 그녀를 사랑했어, 그녀도 그렇고. 그런데 ... 그런데 왜 ! "
" ...... "
" 브랜다 .... 왜, 왜 그랬던건데 .... 브랜다 ..... 브랜다..... 흐윽..... 흐윽..... "
" 아무래도 저는 잠깐 나가있어봐야겠네요. "
" ...... "
" 잠시후에 다시 부를게요, 루이스. "
" 그래, 가봐...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것저것 짬뽕시켰습니다.
그 인형실 뽑기인지 끊기인지 작전에서 죽은 애기들이라던가
재스퍼라던가... 뭐 브랜다라던가, 난 엑스트라 인물들이 좋아서말이죠.
그냥 그 미니와 앰피란 아이가 브랜다의 딸이었다면-
그래서 브랜다가 배신할 수 밖에 없었던거라면 하는 생각으로 썼습니다.
그냥 제가 머리통가리가 든게 없어서 그러니 불쌍히 여기시면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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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phers_life
닉네임은 '사이퍼즈 다시하면 내가개다'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