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phers

  • 라이샌더 이클립스 그 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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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량 [78급]

2015-09-25 13:41:59




신사 숙녀 여러분정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이 토요일 밤이 아깝지 않을 최고의 무대가 드디어드디어 준비되었습니다여러분의 시선을 훔쳐갈 준비가 되어 있는 최고의 곡예사, ‘지그프리드 램을 소개합니다!”

말도 안 돼그런 멘트를 왜 준비한 거야그냥 단순한 덤블링이라고.’

담배 연기가 자욱한 선술집갈색 나무판자 바닥은 밟을 때마다 우지끈거린다낡은 벽과 천장은 수년 간 담배 연기에 찌들어 새까맣게 때가 탔다앙상한 샹들리제는 간신히 깜빡거리며당장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메달려 있다술집은 그다지 넓지 않아서모든 테이블에 사람이 꽉 찼지만 그 수는 30명이 넘지 않았다게다가 술잔을 든 주정뱅이들은 서로 자기 얘기를 떠들기 바빠 주인장의 말은 듣는 채도 안 한다.

주인장의 소개 멘트가 끝난 뒤 깜빡이던 샹들리제들이 차례대로 꺼졌다그제서야 주정뱅이들은 하던 이야기를 멈추고스포트라이트가 비추는 무대를 바라본다.

지그프리드는 입가에 가식 미소를 채우며 무대 위로 올라왔다.

손바닥 한 뼘 높이의 턱한 사람만 서도 꽉 차 보이는 간이 무대조명은 조악하고 음악은 아예 없다지그프리드는 자신을 시큰둥히 쳐다보는 관객들로부터 살짝 시선을 돌리며아무도 듣지 못하게 칫 하고 혀를 찼다.

적어도 예전엔 무대에 선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어이건 무대도 뭣도 아니야하지만…….’

지그프리드는 눈을 감았다.

개똥밭에서 굴러도 저승보다 이승이 낫다고 했어살아야 해이렇게라도 살아야 해그래살자이 정도 부끄러움쯤이야살아만 있으면언젠간 다시 일어설 날이 올 거야반드시.’

그는 눈을 뜬다가짜 콧수염검은 나비넥타이브랜드도 없는 싸구려 정장우산을 잘라 만든 마술 지팡이.

이런 복장으로 곡예를 하게 될 줄이야기가 막혀서.’

지그프리드는 관객들을 주시하며 허리를 굽히고 팔을 크게 휘저어 인사했다관객들은 킬킬대며 자기들끼리 말을 주고받는다. “쇼 하고 있네.” 같은 소리도 들린다.

그래맞아그게 내 일이야.’

자아지그프리드이번에 보여줄 묘기는 뭡니까?”

“40단 덤블링입니다.”

와우! 40단이라니그게 뭐죠?”

주인장이 어린 소년처럼 두 손을 번쩍 펴 보이며 묻는다그는 더부룩한 갈색 수염의 백인이다담배보다도 시가가 더 어울리는 인상의 중년이었다지그프리드는 실소를 참아야 했다.

광대보다 더 광대 같군.’

설명하기보다 직접 보여드리겠습니다.”

지그프리드는 지팡이를 풍차처럼 빙글빙글 돌리더니 위로 휙 던졌다지팡이는 날아간다 싶더니 어느새 감쪽같이 사라져 없어졌다지그프리드의 손에는 지팡이 대신 알록달록한 공이 두 개 들려 있었다주정뱅이들은 눈썹을 치켜들며 피식 웃었다.

뭐였지저거?”

공짜로 볼만은 한데.”

지그프리드의 코에서 약간 거친 숨이 뿜어져 나왔다자신의 무대를 보기 위해 돈을 내고 몰려들던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호기심에 가득 찬 눈빛두 손을 모으고 침을 꼴깍 삼키던 사람들.

공짜로 볼만 하다고그래당신들에겐 딱 공짜 수준의 쇼로도 충분하지.’

지그프리드는 허리의 뻐근함을 털어내듯 오른발로 발구르기를 했다골반에서부터 삐걱거리는 느낌이 나면서 시린 통증이 퍼진다.

괜찮아괜찮아무릎 힘 조절만 잘 하면.’

그는 두어 번 무릎을 이용해 몸을 튕기더니가볍게 풀쩍 백 덤블링을 했다관객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다시 백 덤블링을 한다다시 한 번 뒤로 점프그리고 또 다시 점프마치 트램폴린 위에서처럼 가볍게 뛴다.

관객들이 호오하면서 지켜보기 시작했다주인장은 관객들을 보며 손끝 박수를 쳤다박수를 쳐달라는 사인이었다하지만 반응은 여전히 미적지근하다.

지그프리드는 계속 가볍게 몸을 튕기다가갑자기 바닥으로 공을 세게 내리쳤다공이 튀어 오르자마자 그는 온몸을 구부렸다 펴서 물구나무서기를 했다튕겨 올라간 두 공은 그의 두 발바닥 위에 얹혔다그는 바닥을 짚은 양손으로 앞뒤로 움직이면서도 공을 떨어뜨리지 않았다관객들이 오우하는 소리를 냈다그는 두 팔을 살짝 접으며 몸을 위로 튕겼고공이 튀어오르자 몸을 둥글게 말아 반대 방향으로 물구나무를 섰다튀어 오른 공은 그의 두 발바닥에 다시 얹힌다.

저걸 안 떨어뜨리네.”

발바닥에 뭐 붙여놓은 거 아이가찍찍이라든지.”

이렇게 두어 번을 반복한 뒤 그는 다시 똑바로 선다그는 관객들의 표정을 확인한다눈에 띄지는 않지만 그들의 입은 살짝 열려 있었다시선은 이미 충분히 무대에 고정됐다더 이상 술을 마시는 사람은 없다.

이것이 베이스입니다이걸 응용해서…….” “그런데.”

주인장이 끼어들었다그는 지그프리드를 가리고 앞에 서서자랑스럽게 두 팔을 벌리더니 입을 연다.

여러분다음이 기대되시죠입술이 바짝바짝 마르신 게 보입니다그런 의미에서 오늘 밤만 특별히모든 종류의 주류를 20%나 할인…….”

관객들이 주인장을 비웃으면서 손사래를 친다그래도 한두 명은 주문을 하려고 손을 든다주인장이 무대에서 내려와 테이블로 달려간다.

기분 더럽게 만드네.’

지그프리드는 오른쪽 골반이 시큰거리는 것을 애써 참는다.

주인장이 돌아다니며 주문을 받는다사람들의 주의가 다른 곳으로 돌아간다속삭이던 소음들은 점점 웅성임으로 번져갔다무심코 얼굴을 찡그리던 지그프리드는 정신을 차리고 인상을 폈다.

이봐주의가 산만해지잖아젠장.’

그는 크흠하고 헛기침을 한 뒤 입을 연다.

이제 보여드리죠! 40단 덤블링을.”

사람들이 힐끔 자신을 돌아본다그들이 세는 것보다도 빠른 속도로 덤블링을 해야 한다가속되는 몸을 고스란히 중력에 맡겨야 한다그는 두 무릎에 힘껏 힘을 주어 풀쩍 뛰어올랐다.

허리에 힘을 주며 몸을 뒤로 젖히는 순간골반에서 두둑소리가 났다대못이 허리춤으로 파고드는 느낌이 들었다허리로부터 통증이 터지는 순간 배에 반사적으로 기합이 들어갔다그의 눈에 눈물이 찔끔 맺혔다그는 헉하는 단말마를 내며 그대로 바닥에 수직으로 꼬꾸라졌다.

어우!” 사람들이 놀라 소리친다.

그가 우당탕소리를 내며 바닥에 자빠진 그 짧은 순간그의 머릿속에서 오만가지 생각이 터져 나왔다. ‘끝났다젠장제대로 망쳤다망할내 신세이걸 어떻게 수습해야 돼?’

그는 눈을 번쩍 떴다.

…… 아이고야실패다!”

정적이 퍼지기 직전그는 바닥에 누워 버둥거리며 외쳤다마치 이것이 의도된 상황인 것처럼그러자 테이블에서 하하하하는 웃음소리가 퍼졌다순식간에 관중의 분위기가 떠들썩해졌다.

그는 재빨리 손목으로 눈에 맺힌 눈물을 훔쳤다그는 빳빳하게 굳어버린 오른쪽 다리를 부러뜨리듯 움직여 후다닥 일어났다.

우당탕 소리에 놀란 주인장도 그의 반응을 돌아보더니 실실 웃기 시작했다.

이봐여기 화이트로 두 병 갖다 주시오!”

여기도!”

예엡!”

지그프리드는 과장된 몸짓으로 마구 허리를 숙여 인사한다.

이거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이게 아닌데요!”

그가 고개를 숙일 때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터졌다.

그는 고개를 숙일 때마다 어금니를 질끈 악물었다.

 

아하하지그프리드수고했어.”

밤이 지나고 어둑어둑한 새벽이 다가온다밖에서 까마귀 우는 소리가 들린다남은 손님은 없다두 사람은 테이블 앞에 앉아서 담소를 나눈다럼주를 두 병이나 마시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술집 주인지그프리드 옆에 앉은 주인장은 그의 어께를 토닥이며 쾌활하게 웃는다.

덕분에 장사가 잘 됐어광대 한 명의 힘이 이 정도인 줄 진작 알았다면 더 좋았을 걸앞으로도 잘 부탁한다이 참에 광대를 테마로 가게 분위기를 바꿔볼까모르겠다오늘은 기분이다원하는 만큼 먹고 마셔라이건 일당에서 안 떼는 거다공짜란 얘기다.”

아뇨괜찮습니다오히려 저야말로 감사하죠갈 데 없는 사람을 받아주셨으니.”

지그프리드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주인장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속물적이긴 해도근본적으로 나쁜 사람은 아니야게다가 이런 무대 자체를 좋아하는 것 같다잘 됐어앞으로 몸 관리만 잘 하면 희망이 있어메이저로 복귀하는 발판이 될 거야얼마 안 되는 돈이긴 하지만.’

골반에서 허리까지 깨어난 통증이 아직도 시큰거린다지그프리드는 아픔을 달래기 위해 럼주 마개를 딴다잔에 술을 붓고 입에 갖다 대는데찌르르하고 전화벨 소리가 들렸다.

잠깐천천히 마셔.”

주인장이 비틀거리며 일어나서 주방으로 향한다.

이게 누구야!”

많이 마셔본 적도 없는 술한 잔으로 어질어질해진 지그프리드는 손등에 턱을 괴고 힐끔 뒤를 쳐다본다.

와 씨이게 얼마만이냐살아 있었냐하하그래나야 뭐 그럭저럭 잘 지내지아직도? ‘아직도라니난 이게 평생직장이야그럼.”

지그프리드는 다시 술잔을 채워서 마신다들큰한 술 맛이 무뎌지기 시작한다이유도 없는데 괜히 웃음이 나온다.

와우세상에.”

주인장이 놀란다.

무슨 일이지.’

너 이렇게 된 거여기 한 번 와라내가 쏠게사양하지 마이건 권유가 아니라 부탁이다오랜만에 얼굴 한 번 보자게다가 아주 재밌는 게’ 있다고기대해도 좋을 걸.”

지그프리드는 다시 그를 힐끔 쳐다본다.

전화기를 내려놓고 돌아오는 주인장얼굴은 이제 반색이 돼 있다.

친구 분이신가요?”

부랄 친구지해외로 돈 벌러 나갔는데아주 부자가 돼서 왔나봐.”

네에.”

주인장이 이를 드러내면서 지그프리드에게 고개를 기댄다지그프리드의 눈이 게슴츠레해진다.

곡예 할 줄 안다면서공중그네라든가.”

그가 고개를 끄덕인다보일 듯 말 듯.

몸 상태가 좀 그렇지만.’

서커스단에서 일했죠.”

그럼이번에 힘 좀 써라.”

주인장은 두 눈을 치켜뜨며 손등을 슥슥 비빈다.

그렇군친구를 잘 사귀어두었다는 건가.’

지그프리드의 안색을 확인한 그가 피식 웃는다.

왜 그렇게 쳐다봐내가 친구를 돈으로 보는 사람 같아서?”

아닙니다.”

그는 소리 내어 웃으면서 지그프리드의 등을 토닥인다.

돈은 돈이고친구 좋은 건 좋은 거고역시 좋은 게 좋은 거니까이렇게 된 거확실하게 뭔가 보여줘 봐만약 그 녀석한테서 뭐라도 떨어지면너에게도 가는 게 충분히 있을 테니까-윈 하는 거지무엇보다 그 녀석광대를 누구보다 좋아하거든.”

역시 속물적이군하지만.’

지그프리드는 턱을 짚었다.

그래말마따나돈 싫어하는 사람은 없지나도 예외는 아니야결국 돈 때문에 여기에서 일하는 거고살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고그 돈을 벌기 위해 살아가고…… 제 정신이 아니군술 때문인가.’

그가 지그프리드의 어께를 팔로 감싸 안는다팔만으로 어께를 다 덮을 정도로 체구가 크다지그프리드는 고개를 끄덕인다.

좋습니다대신준비는 잘 해주세요특히 안전장치 말이에요다시 강조하지만안전장치에 신경써주세요서커스는 기술이지 초능력이 아니거든요.”

오케이계약 성립이다역시 뜻이 통하지우린 이제 같은 배를 탄 거다말만 해상식적으로 가능한 선에서 구해볼 테니. ‘투자하면 본전은 뽑을 거다그 녀석사람이 워낙 좋거든게다가 한 번 장치를 마련해두면 앞으로도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거고너도 나도 꽤 돈 좀 벌 거야나는 지그프리드 램이라는 주식의 대주주가 되는 거지안 그래?”

그는 부리나케 달려가서 럼주를 한 병 더 가져왔다잔은 따로 가져오지 않았다그는 병따개를 순식간에 뽑아서 바닥에 버리더니 술을 병째로 벌컥벌컥 들이마시기 시작했다.

 

라이샌더표정이 왜 그러지?”

두 사람이 앉기엔 사치스러울 만큼 길고 넓은 식탁그 식탁을 뒤덮은 하얀 식탁보엔 주름 하나 없다다이아몬드 패턴의 갈색 벽지로 둘러싸인 거실벽에는 정확히 일정한 간격으로 커다란 인물화들이 걸려 있다거실의 정중앙에는 은빛으로 반짝이는 커다란 샹들리제가 달려 있다그것은 매우 높은 곳에 달려 있어서고개를 꺾어서 올려다보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는다.

올백으로 넘긴 은발같은 색깔의 짙은 눈썹은색의 삼백안라이샌더를 바라보는 눈매는 칼처럼 날카롭다뾰족한 귀더 뾰족한 코굳게 다문 입술주름 잡은 넵킨을 한 화이트 클라프는 라이샌더로부터 눈을 떼지 않고나이프로 스테이크를 슥슥 썬다.

마음이 편치 않아요.”

포크와 나이프를 쥔 채로 스테이크를 멀뚱멀뚱 주시하는 소년라이샌더정돈되지 않은 금발우수에 잠긴 바다 빛 눈그리고 창백한 피부눈 밑에는 지우지 않은 빨간 색 눈물 화장이 남아 있다갓 목욕을 마치고 나온 그는 하얀색 가운을 몸에 두르고 있다드러난 목과 팔은 가운보다 더 하얘서그 인상은 사람보다 오히려 인형에 더 가깝다.

무슨 문제가 있나?”

나지막한 목소리로도 공간이 울리는 중저음이었다화이트 클라프는 포크로 고기 살점을 찍어 입에 가져다 넣는다그를 올려다보는 라이샌더는 쉴 새 없이 눈을 깜빡인다.

그 버릇 고치라고 주의를 몇 번이나 줬을 텐데고칠 마음이 없나보구나.”

죄송합니다.”

라이샌더는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대답했다앳되다 못해 가녀린 목소리의 소년이었다그의 눈은 클라프의 시선으로부터 도망치듯 좌우로 이리저리 흔들린다.

그래서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공연에 관련된 문제인가?”

아뇨그건 아니지만…….”

달그락하고 식기를 내려놓는 금속음이 울린다라이샌더의 몸이 흠칫하고 경직됐다.

라이샌더너에게 가르쳐준 말이 있지 않니라이샌더라이샌더너는 누구지?”

두 눈을 내리깐 라이샌더는 입술만을 기계적으로 움직인다.

저는 광대입니다.”

광대는 무슨 일을 하지?”

사람들을 즐겁게 합니다.”

라이샌더다시 묻겠다라이샌더너는 누구지?”

저는 광대입니다.”

화이트 클라프는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라이샌더는 숨조차 쉬지 않는다침 삼키는 소리조차 울릴 법한 침묵이 이어진다.

라이샌더나를 보거라.”

라이샌더는 두 눈을 천천히 들어 화이트 클라프를 마주본다그는 미소 짓고 있었다인자한 아버지 같은 미소였다라이샌더의 눈이 크게 뜨였다.

라이샌더사람을 즐겁게 하는 광대는다른 사람 앞에서 슬퍼하면 안 된다슬픔은 전이되어 또 다른 슬픔을 낳기 때문이지라이샌더너는 누구지?”

저는 광대입니다.”

그래.”

화이트 클라프는 다시 포크와 나이프를 쥔다드디어 식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라이샌더도 그를 따라 식기를 집어 들었다.

그래서라이샌더.”

.”

요즘 무슨 문제라도 있니?”

아뇨.”

그럼식사 하자꾸나.”

초점을 잃은 라이샌더의 눈동자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라이샌더는 침실로 들어갔다침실의 벽지는 거실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이 저택의 모든 공간은 그곳이 그곳 같았다이곳 역시 족히 서른 명은 들어와 발 뻗고 잘 수 있을 만큼 넓었다그가 침대에 눕게 되면 조명은 자동으로 꺼졌다문 역시 알아서 닫혔다모든 빛이 차단된 공간 안에서숨을 헐떡이며 흐느끼는 가느다란 목소리만 울려 퍼졌다이 넓은 공간에서 한 명의 소년이 내는 울음소리 따위는 결코 밖으로 새어나가지 못했다.

되돌리고 싶어모든 것을 되돌리고 싶어되돌릴 수 없다면적어도 더 이상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이 고통 받지만은 않았으면 좋겠어나는 어떻게 되든 좋으니까.’

라이샌더는 몸을 둥글게 말았다그는 깜깜한 이불 속으로 더 깊이 파묻혀 들어갔다.

클라프이 공간은 당신이 제게 주신 유일한 특권이겠죠그렇겠죠하지만 난…….’

라이샌더는 자신의 얇은 머리칼을 양손으로 마구 쓰다듬다가 의식을 잃듯이 잠에 빠졌다.

 

공중 그네가 있는 체육관은 술집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았다. 300미터 남짓 거리였다체육관에 들어선 지그프리드는 망연자실해서 입이 벌어졌다쌓인 철근 더미넓은 체육관을 가득 메운 먼지.

그래서 저게……그겁니까공중그네?”

어때.”

지그프리드는 두 팔을 축 늘어뜨렸다옆에 선 주인장은 팔짱을 끼고 있다.

공중그네라기보다는 기중기 같은데.’

원형은 분명 공중 그네였다페인트가 다 떨어져서 녹슨 철근 기둥에 후줄근하게 매달려 있는 그네.

혹시임대하셨습니까?”

.”

다행이다아니애당초 저걸 탄다는 것부터가 불행이지만.’

지그프리드는 고개를 돌려 머리를 긁적거렸다머리를 긁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그는 이윽고 이를 바득바득 간다담담한 태도의 남자를 쳐다보다가안절부절 못하고 몸을 비비 꼰다.

솔직히아무리 봐도 안전해보이지 않는데요.”

약간 노후 됐을 뿐기능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대.”

그 노후 됐다는 게 잠재적 기능적 결함을 의미하는 건데요젠장.’

그는 후우한숨을 쉬었다.

막상 닥치니까 막막하네젠장생각이 짧았어좀 더 상의를 해야 됐다고시설이 개판인 건 둘째 치고여기서 쇼를 해서 어떻게 술집을 부흥시킬 건데그네를 타면서 병나발이라도 불어야 되나피켓을 들고 술집 홍보라도 해야 되나생각해보니공중 그네로 원맨쇼를 해야 하잖아하라면 못할 건 없지근데 퍼포먼스가 너무 떨어지잖아임대료도 만만치 않았을 텐데그 사람이 그렇게나 부자야이런 데서 쇼를 한다고 해서 본전을 찾을 수 있겠어젠장젠장이 사람은 왜 일처리가 이따위로 빨라?’

지그프리드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그래서그 친구 분은 언제 오신답니까?”

삼 일 뒤에.”

망했군.’

그는 계속 얼굴을 가린 채로 입을 연다.

좋아요좋다고요그럼 그 전에 준비는 다 해둬야겠네요관객들도 모아야겠고.”

그렇지그럼 시작해볼까.”

그가 팔을 걷어붙인다두꺼운 팔뚝에 온통 문신으로 도배를 해놓았다지그프리드는 손을 내리고 남자를 쳐다본다.

뭐 해?”

저희 둘이서요?”

.”

지그프리드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농담도.”

농담 아니야.”

차라리 날 죽여라뇌에 근육만 가득 찬…….’

남자는 철근 앞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그가 읏차하고 소리를 내더니 자기 키보다 큰 철근을 뭉텅이로 들어 올렸다.

잠깐.”

지그프리드는 자기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남자를 가리켰다.

어이나이도 어린 녀석이 삿대질 하게 돼 있나.”

당신 뭐야?”

그는 후다닥 일어나서 철근 앞으로 다가갔다남자가 세 개씩 들어서 옮기는 철근그는 철근 하나를 들려다가 허리를 부여잡고 비명을 질렀다.

에라이꼬추 떼라넌 나가서 홍보 해.”

아악잠깐말도 안 돼!”

날이 어두워졌다체육관의 조명을 켠 남자는 하나 남은 철근에 걸터앉아서 술을 빵에 적시며 입에 넣는다밖에 나갔다가 돌아온 지그프리드는 빵을 뜯어서 깨작깨작 먹는다.

후우힘들다.”

남자는 우람한 팔뚝으로 이마를 닦는다.

이봐요당신혹시 능력자예요?”

.”

지그프리드는 고개를 내저었다.

이 아저씨도대체 뭐 하는 인간이야바보야힘이 센 대신 머리가 안 돌아가나?’

그 능력 갖고 술집이나 하면서 사는 거예요당신그 능력이면 돈을 얼마나…….”

이봐낸들 몰라서 이 고생 하나.”

그는 끌끌대면서 수염을 매만진다그는 걷은 팔을 내밀어 문신을 보여준다두꺼운 팔에 빼곡이 그려진 문신은다름 아닌 문자였다.

이게 그냥 문신일 거라고 생각해이건 문신이 아니야낙인이지.”

그는 문자를 읽는다그리고 남자를 마주본다.

사람 이름.”

그래짐작 가는 바 있어?”

그는 눈을 질끈 감고 한 손으로 이마를 감싸 쥐었다.

살인자.”

맞아.”

나는 왜 사람을 만나도 항상 이딴 인간들이랑 엮일까.’

교도소에 가 있어야 할 분께서 왜 술집을 운영하고 계세요?”

내겐 친구가 있잖나.”

나 참!”

그는 실없는 웃음을 흘렸다.

그 친구란 분이 참 대단한 분이구만살인자도 멀쩡히 사회생활 하게 해주고!’

지그프리드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보세요저는 살인자들 즐겁게 해준다고 광대 일 하는 게 아니거든요도대체 누굽니까그 친구라는 사람이이거 그냥 계약 취소 안 됩니까더는 살 떨려서 못 하겠습니다이러다가 저도 사람 잡는 거 아니에요?”

남자는 어께를 으쓱했다.

내 알 바는 아니지난 그냥 그 친구랑 쌰바쌰바 해서 돈 타면 되는 거고그 친구가 광대를 좀 많이 좋아하거든우리는 한 배를 탄 입장이야계약 취소는 안 되지.”

취소하겠습니다!”

그러면 너 나한테 죽을 텐데?”

협박하는 겁니까?”

나도 어쩔 수 없는 입장이야그 친구 없으면 난 죽어너무 겁먹지 마넌 그냥 네 일만 잘 하면 돼.”

젠장!”

정리나 마저 하자고페인트도 어디서 구해다가 칠 좀 하고.”

지그프리드의 어께에 우람한 팔뚝이 둘린다.

 

체육관에 불이 들어온다사람들이 모인다많지는 않다채 50명도 안 된다지그프리드는 옷을 갈아입었다전형적인 피에로 복장이었다.

개판이야광대에 대한 모욕이라고.’

남자는 체육관 문으로 뛰어나간다그는 체육관에 들어서는 남자를 마중한다그 남자는 정장을 입었다흰 머리칼에 약간 살이 쪘다.

그 사람을 닮았어그 사람화이트 클라프뭐야뭔데무슨 상황인데 이거?’

정장을 입은 남자가 다가온다남자는 지그프리드를 보고 기분 나쁜 웃음을 지었다그는 소름이 돋았다그는 화이트 클라프를 닮았다하지만 본인은 아니다.

당신.”

남자는 호주머니에서 시가를 꺼내 꼬나문다.

당신. ‘화이트 클라프를 알아?”

남자는 호오하고 놀란 표정을 짓는다.

알다마다내 아들이랑 무슨 관계지?”

지그프리드의 손이 바들바들 떨린다.

그의 서커스단 단원이었다지금은 서커스단 자체가 박살났지만.”

남자는 껄껄껄 웃는다.

아들놈이 드디어 마음에 드는 녀석을 찾았나보구먼.”

?”

남자는 시가를 깊이 빨아들인 후 연기를 내뱉었다.

모르겠어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이 사람들목적이 뭐야난 지금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거지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데?’

남자는 끌끌끌하고 웃더니 손사래를 쳤다.

꼬마야걱정하지 마라네가 뭘 생각하든그건 전부 쓸데없는 기우니까난 그저 이 무대를 즐기기 위해서 왔을 뿐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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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레이디 YES NO 내 맘 알지? 성공! 뜨헉! 하아? 힝-
좋구나~ 후후후... YES NO 하- 감히! 이녀석들! 그땐 그랬지
Hi~ OK Oh! 냠~ Love U~ 궁금해! YES! 히힛~
안녕하십니까? 예~예~ 모든 것은 신의 뜻... 불허합니다. 의외군요. 나 원 참... 시작할까요? 강화인간!!
안녕? OK 궁금하네요. 역시! 재미있네. 깜짝이야! 아~니? ...
웃음 두려움 만족 놀람 동의 분노 좌절 인사
안녕하세요? 넵!! 미안해요!! 앗! 좋아요! 엣헴. 추천! ㅠㅠ
안녕하심까~ 피- 좋다! 못마땅해... 곱다~ 덤비라! 후우- 아슴찮다..
허~허~ 아, 아니... 헐! 흠흠... 끄응... 시, 식은땀이.. 엥? 후어어..
후훗~ Trick or Treat! 사.탕.내.놔. 소녀... 억울하옵니다... 사, 사탕 주세요! 해피... 핼러윈... 날 위해 사탕 정돈 줘야지? 목표? 당연히 사탕이지!
안녕~ ?? 피- 어머! 흐어 오오- 안돼! 랄랄라
우쭈쭈 하하 하? ?? 이거 참... -_- 안녕하십니까 안됩니다
ㅇㅅㅇ 으르릉... 나, 나! (정색) 깔깔 아니야!! 뿌잉 메~
안녕하십니까! 흐응? 흐으으응?! 척! 칫.. 좋-았어! 엥? 후에엥-!!
칫 엄숙하고 근엄하고 진지하다 믿습니다 내 안의 ...가 깨어난다 영업 중 할많하않 충격! 공포! 둠칫 둠칫 두둠칫
파이팅!! 고마워~ 졌어... 히힣 극대노 미안! 거울 앞에서 자의식 과잉된 십대 라이언
저는 지금 극공입니다. 훠이훠이 하.하.하. 매우 화가 납니다. 총기 손질중입니다. 저와 한 판 붙어보시겠습니까? 당신에 대한 정확한 진단 안돼!
뭐가 궁금하죠? 축하드립니다. 너에게는 뭐든 주고 싶어. 칭찬 드립니다. 대-단하십니다. 내겐 보여, 너의 죽음 당신을 믿습니다. 이런 미래는 싫어!
감사합니다. 기쁩니다. 축하합니다. 칭찬해 드리죠. 놀랍군요. 심기가 불편합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짝.짝.짝.짝 고마워... 멋있어... 지금 이게 뭐하시는 거죠? 대다나다 히에엑... 헉! 깜짝 놀랐습니다. 그만해!!!!!
옳소! 감탄했습니다. 흐음 후회할거요! 감사합니다. 놀랐습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색) 축하드립니다. 칭찬해 드립니다. 놀랍군요. 매우 화가 나네요. 큰 충격입니다. 놀랍군요.
이럴수가... 감히! 네가! 아니?! 장하군! 응?! 좋다! 그건 아니다! 고맙다!
감사합니다 잘 못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좌절상태입니다 감탄했습니다 칭찬합니다
멋지군! 좋았어! 하하! 축하하오! 아아.. 5분전인데. 커피한잔 하겠소?
승리의 정유년! 정의로운 새해복! 극.한.공.성. 복! 받아랏! 음~ 직장인의 정석
많이 배웠습니다! 대단합니다! ?!! 축하드립니다 뭔가.. 부족해요 짝짝짝! 각오하세요! 으윽!
성탄의 축복을~! 메리 X-MAS~! 화이트 크리스마스야 해피~ 크리스마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성탄이구나~
Good! Thank U Missing U Useless It's pretty good Oops WHY! Please wait
멜빈 미이라와 고스트 제피 할로윈에는 카를로스호박 히카르도의 사탕 탄야의 마녀 분장..? 잭-슈타인 강시 루시
기자님의 감탄사 : 호-오! 기자님의 일과 : 신문 보기 기자님의 사과 : 이거 실례! 기자님이 놀라면 : 어이쿠! 기분이 좋아 보이는 잭 기분이 나빠 보이는 잭 천진난만한 잭 상큼한 인사를 날리는 잭
좋군요! 좋은 시간 되소서 Merry 추석~! 우와~! 호~오! 가득해요~! 짱인데! 품위있군
Chu~♡ 파이팅! 우와앙.. 졌어 ㅠㅠ 이겼다! 흐~음? 뜨헉! 돼.. 됐거든! 사.. 살쪘..!
훌륭합니다 궁금하네요 에구머니나! 슬프네요... 경멸스럽군요.. 후훗~ 뭐라고 하셨죠? 이, 이럴수가...!
아이작의 멋진 모습 이글이라 샤샤샤~ 트리비아 슬라이딩 시바 포는 달린다 까미유도 달린다 라이샌더 달린다 마를렌 점프! 샬럿 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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