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문은 208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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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21 16:3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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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슬리네 가게에서 나오고 있는 노래♬ < 열어놓고 읽기를 추천합니다.
이 소설은 원작과 전혀 상관없는 설정임을 밝힙니다. 웨슬리가 도시락집하는 이야기. 배경은 현대인듯 현대아닌 트와일라잇..(?
어제 갑자기 원인모를 삭제..? 가 되서 오늘 다시올려요 ㅜㅠ../제목은 친구가 추천해줬는데 뭔진 잘모릅니다..내용이랑도 별상관없..
스압이지만 즐감해주세요!
부제 : (웨) 맘스터치. <드래그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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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아오면, 작은 도시 저 구석에서 부터 빛이 시작되었다. 그 가게로 하여금 전등이 하나 둘씩 켜졌다. 굴뚝에서는 밥을 짓는 연기인지, 빵을 굽는 연기인지 모를 고소하면서도 촉촉한 연기가 모락모락 피었다. 웨슬리 슬로언은 오늘 아침도 부지런히 일을 시작했다. 간판을 벅벅 닦으면서 가게 문을 열었다. 그는 아침을 거르는 능력자들을 위한 도시락 가게를 차렸다. 보통은 방문포장하는 경우가 다분하지만 , 가끔은 주문을 받고 전장으로 배달해 주는 경우도 있었다. 곧 시계가 5시를 가리킨다. 아침의 가장 첫 손님이라면, 단언 ' 그 ' 라고 할 수있었다.
" 오늘은 제발 다른걸로 부탁하네. "
" 벌써 왔는가, 자네? 잠은 잤어 ?"
" 3시간은 잤으니 충분해. "
얼굴에 핏기가 싹 가신 카인 스타이거가 문을 힘겹게 열고는 자리에 앉았다. 문에 달려있는 새모양의 종소리가 딸랑딸랑 거렸다. 웨슬리는 능숙한 솜씨로 달걀을 깨어서 프라이팬에 올렸다. 웨슬리는 카인이 한 말은 신경쓰지 않고 도시락을 담았다. 노릇하게 구운 베이컨, 몽글몽글한 스크램블 에그에 제철 과일을 썰고 간단하게 먹을 주먹밥까지 , 카인이 왜 싫어하는지 알지 못할 정도로 맛있어 보이는 도시락이였다. 웨슬리는 깔끔하게 보이는 일회용 도시락 용기에 음식들을 정성스레 담았다. 카인은 내용물도 열어 볼 새도 없이 구겨진 지폐를 내고는 도시락을 들고 나갔다. 웨슬리는 잘다녀오라는 손짓을 흔들어 보냈으나 카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는 안개 사이로 사라졌다.
" 저 양반, 성미는 알아줘야 한다니까. "
꽃무늬 앞치마를 제대로 두른 웨슬리는 곧 가게 앞에 OPEN으로 팻말을 돌려놓고는 급하게 식재료를 다듬었다. 회사원이나 연합의 사람들이 출근하는 시간대면 가게가 북적거린다. 대충 단골손님들의 메뉴를 정리하고 반찬을 만들었다.
" 어디보자.. 데미언은 항상 완두콩이 들어가있는 밥에.. 조노비치는 매운 닭조림 .. 아이들은 요즘 에그 샌드위치를 많이 사갔지.. "
자신의 가게에 걸려있는 메뉴판을 보면서 반찬을 읊었다. 손을 씻기 전 , 소매를 걷자 그의 팔의 수많은 흉터자국이 눈에 띄었다. 웨슬리는 상처를 보며 묘한 뿌듯함을 느꼈다. 이 상처에 살아난 사람이 몇이나 되던가 , 이 상처로 인해 바뀐 것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 중에는 덤벙거리다 식칼에 베인 것도 꽤나 있었다.
" 오 , 여긴가 ?"
" 어서오게. "
" 여기 도시락이 그렇게 맛있다면서요 ?"
걸친 교복이 추워보이도록 짧은 리첼 스트라우스가 두번째 손님으로 왔다. 웨슬리는 리첼을 처음 만났음에도 리첼이 흥얼거리는 콧노래에 기분이 꽤 좋아졌다. 웨슬리는 메뉴판을 들고 와서 리첼에게 건넸다.
" 음.. 제가 언니랑 같이 먹을 거라서요.. 집에서 아침 먹긴 싫고 해서. "
" 여긴 누구 소개로 왔는가? "
" 그야 뭐 , 학교애들도 그렇고, 가끔 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여기 밥은 꼭 먹어봐야한다고 하더라고요. "
리첼은 메뉴판을 꼼꼼히 살피며 읽었다. 메뉴는 208 에서 비싼건 1020까지로 분류되어있었다. 웨슬리는 도시락 메뉴를 배운 것도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장사가 잘 될줄은 꿈에도 몰랐다. 곧 리첼은 스트링치즈롤과 오니기리 세트를 주문하고는 자리에 앉아서 노래를 흥얼거렸다. 그 노래가 배경음악과 섞이긴 해도 리첼의 소리는 선명하게 들렸다. 웨슬리는 주방에서 노래를 들으며 식빵을 잘랐다. 땅콩버터와 포도쨈을 바르고 스트링치즈를 올려 감쌌다. 그리곤 주걱에 따끈한 밥을 퍼내서 참치와 게맛살을 넣은 오니기리도 여러개 싸서 예쁜 통에 담았다.
" 학교에서 합창부라도 하는가? "
" 아뇨. 인디밴드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어요. "
리첼은 돈을 건네고는 양손에 도시락을 들었다. 미묘하게 흘러나오는 냄새가 리첼의 코를 간지럽혔다.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가 분명했다.
" 맛있으면 애들한테 말해줄께요! "
" 고맙네. 또 오게나- "
어느덧 시간이 7시 30분쯤 되었다. 회사원들의 출근시간도 가까워졌다. 어깨를 한바퀴 돌리고는다음 손님을 맞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곧 멀리서 발걸음 소리가 점점 많아진다. 웨슬리의 손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 안녕하세요. 웨슬리씨 ! "
" 아씨.. 여기 오잔 거였어? 여기 나 이미 여러번 와봤다고? "
" 언성을 높이지 마라 . 하랑. "
" 오랜만이네. 웨슬리. "
인사 대신 어깨를 으쓱하자 뒤에서는 마틴과 하랑이 서로를 잡아먹을듯 째려보았다. 그랑플람의 인재들인가. 한명 오는 때는 많았어도 한꺼번에 온 것은 처음이였다. 그중에서는 처음 보는 얼굴도 있었다.
" 팔에 용이 살고 계신 손님은 처음 보는데. "
" 그랑플람의 티엔 정 입니다. "
생각보다 깍듯한 인사에 뒤에 선 둘과는 비교가 되어 보였다. 메뉴는 단합하는게 좋다는 브루스의 의견에 450 도시락으로 통일했다. 곧 웨슬리는 주방에서 소시지를 데치며 그들의 이야기를 엿들었다.
" 하랑군은 언제 여기에 와본 거에요? "
" 음.. 가끔 아는애들이랑 같이 ? 그러는 마틴은? "
" 저야 뭐.. 가게 열릴때 부터 왔던 단골이죠. "
" 역시 돼지라니까. "
" 뭐요? "
의자가 쿠당탕하는 소리에 웨슬리는 눈을 살짝 감았다가 떴다. 소시지가 반질반질하게 데쳐졌다.
소시지를 천천히 건져서 물기를 털어냈다. 소시지 옆에서 자주색 양배추를 써는데 , 밖에서 몇번 와장창 거리더니 브루스와 티엔의 몇마디에 가게가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아직 철 없는 애들이구만 , 하고 웨슬리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러고는 또 어느새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는 모양이다.양송이 스프를 끓여서 다른 통에 담고 , 양배추에 방울토마토, 오렌지를 담아서 소스를 뿌린 뒤 버무렸다.
" 여기서 모임이라도 하는건가 ? 시끌시끌하니 밖에서도 다 들려. "
요리를 하는새 또 손님이 온 모양이다. 한명이 아니라 두명인 것 같다. 날카롭고 앙칼진 목소리에 , 고작 몇 살 안 된 어린 목소리가 같이 들렸다.
" 안녕 아찌들! "
엘리는 양손에 위험해 보이는 폭죽들을 쥐고는 당당하게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웨슬리는 서둘러 도구를 놓고 카운터로 걸었다.
" 그래그래, 오늘은 뭘로 할텐가? "
" 흐응 , 미트볼 도시락 두개랑 초코아이스크림 하나 부탁해. "
" 알겠네. 그건 그렇고 자네. 요즘 내 도시락으로 사람도 죽인다고 들었는데? 폭탄 도시락이라면서."
" 뭐? "
" 하하 ,그저 들은 소문일세. 조금만 기다리게나. "
웨슬리의 손이 분주해졌다. 가게안에 불빛이 펑펑거렸지만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주방에 뜨끈한 열기가 가득찼고, 그랑플람네 도시락을 건네주고는 만들어 뒀던 미트볼을 꺼내서 튀겼다. 튀기는 사이에 소스를 꺼내고 곁들일 야채를 썰었다. 경쾌하게 썰리는 야채소리를 들으면 왠지 모르게 사람의 기분이 좋아진다. 싱싱한 사과도 꺼내어 토끼모양으로 깎았다. 초코아이스크림이 남아 있던가? 냉동고의 문을 열자 딱 한입만큼의 아이스크림이 남아있었다. 그새 미트볼이 기름 위로 떠올랐다. 미트볼을 건지고 소스를 뿌리고, 밥을 한가득.. 왠지 모르게 웨슬리도 허기가 졌다. 깎은 사과를 담고는 아이스크림통의 밑바닥을 싹싹 긁어 컵에 담아주었다.
" 사과는 금방 색이 변하니까 빨리 먹는게 좋을 걸세. "
" 알겠어. 엘리야, 여기 초코아이스크림. "
" 와! "
엘리는 손에 들던 폭죽을 떨어뜨렸다. 다행히 폭죽에 불이 붙어있다던가 하지는 않았다. 모녀 분위기가 나는 두 사람이 가자 가게안이 엉망진창인게 그제서야 눈에 들어온다.
" 후우- "
웨슬리는 한숨을 쉬고는 삐뚤어진 의자를 바로 놓았다. 그러고는 곧 바로 엘리가 태운 폭죽의 잔해를 빗자루로 쓸고 환기를 위해서 창문을 열었다. 어느새 시간이 8시가 다 되어간다. 이제 슬슬 사람들이 많이 올 시간이다 . 사람이 많이 오는 만큼 연합이나 회사원이 동시에 와서 싸우고 가는 일도 허다했지만, 아직까지 큰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 웨슬리씨, 매일 먹던걸로 부탁해. 아, 레몬에이드 한잔도. "
타라는 자연스럽게 가게에 앉아서 다리를 꼬았다. 그녀의 손에서 타오르는 불이 불안정하게 느껴졌다. 마치 가게를 태워 먹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 뭐 안좋은 일이라도 있었나 ? "
웨슬리는 매운 양념을 재워 놓은 닭을 꺼냈다. 색도 시뻘건게 꼭 타라같은 느낌이다. 자기가 뿌린 후추가루인데도 자꾸만 재채기가 나오려했다.
" 그냥, 여자들은 아침에 화장 안 먹으면 좀 짜증나거든. 뭐랄까. 하루 일진이 안 좋으려나? "
꽤나 솔직한 발언을 하는군, 이라고 웨슬리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웨슬리의 눈에는 별 다를 것이 없어보였다. 부위마다 닭을 자르고 프라이팬에 올려 센불에 익혔다. 아까 만들고 남은 여분의 샐러드를 통에 담았다. 뜨겁게 익은 닭고기가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레몬에이드를 만들 시럽을 꺼내고 , 얼음을 잔뜩 꺼냈다.
" 아참, 얼음은 빼줘. "
타라의 칼같은 말에 웨슬리는 움찔했다. 조심히 얼음을 다시 냉동고에 넣어두곤 냉수에 레몬시럽과 설탕을 넣고 저었다. 자신의 몫도 한컵 만들고 타라에게 도시락을 건넸다.
" 늘 수고한단 말이지. 내일 또 올께. "
타라가 가자마자 웨슬리는 가게 의자에 앉아서 숨을 돌렸다. 만들어 놓은 것을 내놓는게 아니라, 주문을 받자마자 수작업으로 도시락을 싸는 이유는 그저 능력자들에게 따뜻한 음식을 먹여주고 싶은 생각에서 나온 것이었다. 많은 능력자들은 편하게 먹는 인스턴트나 , 혹은 굶을 때도 많았다. 그들에게 사람의 온기가 담긴 음식이란 것은 먹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가게의 인기가 유지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였을 것이다. 찌릿한 레몬에이드의 신맛이 웨슬리의 갈증을 씻어내렸다. 오늘은 왠지 날씨가 화창한게 일이 잘 풀릴 것 같다.
" 귀찮아서 사먹어야겠어. "
정작 남의 도시락은 손수만들면서 자신은 편의점에서 체스터 버거나 사먹고 있는 걸 보니 뭔가 아이러니했다. 가끔씩 이 버거가 내 도시락 보다 맛있게 느껴질때가 있다. 가끔이다. 버거를 다 씹고 나니 음식 냄새가 그저 맛있는 냄새로 느껴진다. 마치 치킨을 먹기 전 에는 참을 수 없는 냄새지만, 먹고 나면 그냥 맛있는 냄새가 되는 것 처럼 말이다.
" 대련에서의 승자가 누구였다고 생각하는건가, 이글? "
" 크윽.. 형 너무하잖아 ! 카운트 세기도 전에 때렸으면서! "
" 아직 물렀군. 현실엔 카운트가 없다."
" 형은 입만 살았어! "
장검을 허리춤에 차고 있는 두 형제가 문까지 걸어왔다. 누가 도시락 값을 낼 것인지 옥신각신 하고 있었다. 어쩐지 아까 본 하랑과 마틴이 생각 났다. 회사의 에이스라는 사람도 가끔 보면 의외로 다른 면모를 보일때가 있다.그 뒤로 작은 소녀와 남자애가 따라들어왔다.
" 소녀는 이런 거 처음 봅니다.. "
" 여기 도시락 되게 맛있다구~ "
검은 머리에 양갈래로 땋아진 동양풍의 소녀와 눈이 연둣빛으로 타오르는 모나헌 남매가 메뉴판과 도시락 모형을 구경하고 있었다. 웨슬리는 정신 차리고 다시 주방에 들어갔다. 홀든 형제는 576도시락.. 염동력자들은 400이였나.. 재료칸마다 숫자가 써진 것을 기준으로 하여 메뉴를 직접 만든 것 또한 웨슬리다. 칼을 빠르게 돌려 야채를 썰고 스팸과 빵을 차곡차곡 쌓고, 치즈를 얹고 , 피클과 토마토, 과일장식.. 이렇게 매일을 도시락에 바치는 웨슬리는 익숙하면서도 즐거웠다. 도시락을 먹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행복하다고 해야할까. 많은 사람들이 그를 보고 웨맘이라고 부르는 것 또한 그럴 것이다. 도시락을 한가득 품에 들고가는 홀든 형제와 모나헌네 아이들의 뒷모습처럼 , 즐거운 표정으로 들고 가는 그 뒷모습이 웨슬리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래도 오늘은 손님이 꽤 적은 편이여서, 웨슬리는 편하게 쉴 수 있었다. 홀든과 모나헌 이후에는 몇 회사원( 앨리셔, 드렉슬러 ) 과 연합의 사람들 (도일 , 토마스 , 트리비아) 이 와서 도시락을 사들고 갔다. 그들도 두개씩 사가는걸 보니 다른 사람이랑 나누어 먹을 것인가 보다.
(토마스와 트리비아가 사간 도시락 두개 중 하나는 겹치는 메뉴더라.)
점심에는 어둠의 능력자들에게 배달할 도시락을 만들어야했다.
" 혹시 남은 베이글 있소? 마침 다 떨어져서. "
" 베이글이야 많지. 크림치즈도 있어. 사갈텐가? "
" 좋소. 커피 한잔도 부탁하오. "
문 앞에 번쩍거리는 게이트를 열어놓고는 소리 없이 가게로 들어온 것은 다름아닌 릭 톰슨이다. 그는 도시락보다도 늘 도넛이나 빵종류를 사가곤 했다. 분명 초코시럽이라던가 , 잼 같은 것은 넉넉하게 챙겨주었는데도 매일매일 시럽을 받아가곤 했다. 게이트를 보며 다른 손님이 오다가 빠지진 않을까 하고 걱정도 아닌 걱정을 했다. 그새 커피콩을 우려내는 향기가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는 항상 커피를 머그컵에 담아서 가지고 가서는 돌려주지 않는 게 흠이 였지만.
" 다른 머그컵은 언제 가져올텐가? "
" .. 헉, 일이 많다 보니 또 잊었소. 내일은 꼭 가져오겠네. "
" 자네가 그렇지 뭐. 천천히 가져오게나 . "
릭에게 손을 흔들어 주자 릭은 고개를 숙이며 게이트 속에서 사라졌다. 저 능력 참 편하겠구만. 다른 건 몰라도 공간능력자는 참 부럽다고 웨슬리는 생각했다. 괜찮다면 알바로 써도 될 것 같구만. 그렇게 11시가 다 되어 가자 또 한명의 사람이 찾아왔다.
" 혹시 뭐 도울 건 없습니까? "
" 이런, 오랜만인걸? "
내 도시락 가게를 이은 체인점의 점장이자, 나보다 평판이 좋다시피하는 까미유 데샹. 체인점은 저 멀리 다른 도시에 있어 웨슬리네 가게에 오는 것은 거의 드물었지만 , 오늘은 웬 바람이 불었을까. 웨슬리는 마침 잘되었다는 듯이 말을 꺼냈다.
" 마침 자네 친구들에게 도시락을 만들어 가야 해서 말이네. 자네의 능력을 듬뿍 넣는 건 어떠한가? "
" .. 히카르도도 있습니까? "
" 그렇겠지? "
" 그 녀석껀 빼고 만들.. "
" 에헤이-무슨 소린가, 그냥 만들게. 돈도 4인분어치 받았고 말이야. 우리 먹을 것도 만들어서 가세. "
까미유가 오고 나니 일이 훨 쉬웠다. 까미유의 손에서 향긋한 초록 불빛이 일더니 도시락을 감쌌다. 까미유의 도시락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도 배가 부르는 기분이였다.
" 그럼 이건 어떤가? 내가 자네 도시락을 쌀 테니 자네는 내 도시락을 싸주게나. "
" 좋습니다. "
까미유는 군말 없이 제안을 받아 들였다.시계는 어느덧 약속시간인 12시 30분이 다 되어간다. 따뜻한 도시락을 양팔에 끼우고는 문에 걸린 팻말을 Close(외출중) 이라고 바꾸고 까미유와 스프링필드로 향했다. 비가 자주 오는 전장일터인데 오늘은 날씨가 좋았다. 뭔가 소풍 온 기분에 발걸음이 빨라졌다. 도착한 곳에는 미아, 탄야, 아까 왔던 미쉘과 피터, 그리고 히카르도가 있었다.
" 우린 아까 사온거 먹자. "
" 호오, 댁이 그 유명한 도시락집 사장님? "
매혹적이게 생긴 능력자 헌터인 탄야 랜킨은 품에 들린 도시락을 가져갔다. 그녀의 손길이 닿자 하얀 봉지가 새까맣게 타면서 흘러내렸다. 조금 오싹한 기분에 나무젓가락을 건네면 젓가락도 녹아버리지 않을까 걱정했다. 탄야는 아무렇지 않게 젓가락을 집고는 겁만 준건데 왜 이렇게 쫄았냐며 비웃었다.
" 넌 먹지마. "
까미유는 들고 있던 도시락을 미아와 나에게 주고는 손을 탁탁 털었다. 시무룩해 있는 히카르도에게 가지고 있던 도시락을 준 뒤 남은 도시락을 까미유에게 주었다. 그래도 다 같이 본진에 눌러 앉아서 먹는 도시락은 꿀맛일 것이다.
" 역시 나보다는 데샹이 더 나은 것 같군 그래. "
" 섭섭한 말씀 마세요. 사장님 도시락도 맛있으니까. "
" 그냥 다 맛있는데 ? "
미아는 그저 해맑게 웃으면서 다른 사람 도시락에 젓가락을 이리저리 굴렸다. 정작 자기 건 안먹고 남의 반찬이 맛있다며 입을 쉴 새없이 우물거렸다.
" 내일 모레 스물 맞아? "
" 으응.. 아마도 ? "
미아는 말을 마치자마자 머리를 긁적이며 배시시 웃었다. 미쉘은 한심하다는 듯 도시락을 계속 먹었다. 하지만 저런 모습이 드루이드의 장점일 지도 모른다. 탄야는 그런 미아가 거슬리는지 미아의 도시락에 손을 대려는 것을 겨우 막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웨슬리는 여기도 나름 재밌는 집단이라고 생각했다.
" 근데 어둠의 능력자라고 이름 지은건 도대체 누구야? 유치하게."
히카르도가 뜬금없이 질문을 뱉었다. 도시락을 먹던 몇 명( 아마도 까미유나 탄야가 아닐까 )이 움찔거렸지만 곧 대수롭지 않게 식사가 끝났다. 먹고 난 쓰레기를 봉지에 담았다.물론 잔반은 없었다. 까미유는 조만간 또 찾아온다며 초록색 가루가 든 병을 나에게 주고는 반대쪽 길로 걸어갔다. 나쁘지 않은 만남이였다. 가게로 돌아오자 시간이 꽤 흘렀다. 3시쯤 되었을까. 원래 이시간에는 사람이 별로 없다. 가끔 안면이 트인 비능력자들이 오거나 길거리에 날리는 먼지가 들어오기도 했다. 웨슬리는 잠깐의 여유를 틈타 카운터에 기대어 졸았다.
".. 아저씨. "
" 웨슬리 아저씨! "
부스스한 눈을 뜨자 카운터 앞으로 마를렌과 샬럿이 있었다. 키가 작아서 얼핏 보면 안보일 수도 있겠다. 둘은 동전을 짤그랑 내려놓더니 비밀메뉴를 사간다고 했다.
" 아가씨들이 우리가게 비밀메뉴도 알아? "
" 그럼요! 바닐라 마카롱 ! "
" 어이구, 지금부턴 비밀메뉴도 아니겠구만. "
" 다섯개 주세요 ! 아니, 몇개를 사야하지. 샬럿? "
" 음.. 열개 ? "
" 열개 주세요! "
샬럿은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마를렌에게 말했다. 소녀들이 들고온 돈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보였으나,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떠하리. 가게를 차린 이유도 인심을 베풀기 위함이지. 마카롱을 예쁜 포장지에 담아서 마를렌에게 건네자 마를렌은 신나서 문 앞에 큰 물공을 만들고는 샬럿과 함께 타고 갔다. 시야에서 사라지기 까지 한참동안 바닥이 흔들리는 걸 보니 저 아이들도 꽤 강한 능력이라고 새삼 깨달았다. 그 이후로는 6시 반쯤 저녁 도시락을 사러 온 민트색 머리의 여자가 왔었다.
" 처음 보는 얼굴인데. "
"스텔라, 여기 도시락이 맛있다고 해서 왔다. "
웨슬리는 3인칭 말투가 낯설다고 생각했다.눈도 번쩍거리는게 꼭 모나헌네 아이들 같다. 그녀는 체조복을 입고 있었지만 마치 로봇 같은 딱딱한 느낌이였다. 게다가 도시락을 네 개나 주문하고는 자리에 말없이 앉아있었다. 것도 제일 비싼 1020도시락을 말이다. 낼 돈이나 있을까 하고 최고급 식자재를 꺼냈다. 연어라던가 , 킹크랩 같은 것들 말이다. 스테이크 부위는 꽃등심 , 곁들일 디저트는 치즈케이크 한조각과 홍차 한잔. 나도 평소에 못먹는 음식으로 도시락을 싸려고 하니 더 이상 도시락이 아닌 것 같다. 1020도시락은 담을 통도 고급스러워야했다. 조심스럽게 놓아둔 낡은 금빛의 양은 도시락을 꺼내어 빼곡히 속을 채웠다.
" 자. 여기있네. "
" 고맙다. 스텔라, 비용을 치르겠다. "
스텔라는 주머니에 있던 수표 (약 50만달러) 한장을 내밀더니 도시락을 들고 가려했다. 거스름돈이 남을텐데 , 웨슬리는 붙잡으려했으나 스텔라는 이미 가게를 떠난 상태였다.
" 용돈이라도 하란건가.. "
웨슬리는 묘하게 찝찝했다. 마치 길가에서 주운 지갑안에 돈이 들어있는 기분이라고 할까 , 그렇지만 저 손님이 다시온다면 거스름돈을 돌려주자고 생각하고 메모지에 가격을 적어놓았다. 밖은 서서히 황혼에 물든 노을빛과 자리를 차지하려 달려드는 별들이 하늘을 메꾼다. 그 것들도 오래가지 못한채 8시가 되자 검은색 로브를 둘러싼 은발의 검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 백발에 장검이라.. 홀든의 자제분 인가? ”
“ 피가 없어서 그러니..빨리 부탁드리겠습니다.. ”
말로만 듣던 자존심 드높은 벨져 홀든을 눈으로 보다니, 홀든가에서도 벨져를 보기 힘들다더니 어인 일로 도시락집에서 본다는 건 실로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시퍼런 안색을 보니 당장 먹고 갈 심산인 듯 했다.
“ 형제들에겐 말하고 왔는가 ? ”
“ .. 그럴리가 , 지금도 위험하니.. 서둘러 ..떠나야 합니다. ”
“ 그렇다면 도시락 보다는 이 것을 먹어보게. ”
까미유에게서 받은 초록색 가루가 든 병이 모래처럼 반짝거리고 있었다. 원래라면 도시락에 이걸 뿌리면 회복량이 두배는 뛰는 귀한 것이긴 하지만 , 피칠갑이 된 홀든의 머리칼을 보니 이 것이 아니면 효과가 없으리라. 게다가 음식씹기도 힘들텐데. 혹시 모르니 비상용으로 만들어 둔 150도시락에 가루를 조금 뿌리고 남은 병과 도시락을 건넸다.
“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 ”
그 자리에서 벨져는 망설임 없이 까미유의 가루를 받아들고 먹었다. 푸른 빛이 벨져 주위를 돌더니 상처가 금새 아물었다. 벨져는 주머니 속에서 장미자수가 박힌 손수건으로 피를 닦고는 작은 도시락을 품속에 넣고 로브색과 같은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어짜피 돈 맛 보자고 한 장사는 아니니 , 마음이 조급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홀든이라면 돈 걱정일랑 접어두어도 상관이 없을 것이다. 웨슬리는 바닥에 떨어진 핏자국을 닦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문 닫는 시간은 자정이다. 아직 시간이 좀 남았다.
“ 정말 눈치 못채시네 ? ”
“ .. 발 밑에 지뢰. ”
“ 꺄악 ! ”
“ ..농담일세. ”
딱 봐도 예리해보이는 나이프가 목 끝에 닿았다. 차가운 감촉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항상 들어올때마다 짓궃은 장난을 치는 아나벨라(시바 포의 인격)도 우리 가게의 단골이다. 그녀는 항상 달이 모습을 드러내는 깊은 밤이 될때만 와서는 저녁을 사가곤 했다.
“ 배우일 한다더만 , 잘 되고 있나 ? ”
“ 그럼 , 내가 누군데. ”
“ 그래도 밤마다 먹으면 살쪄. ”
“ 그래서 항상 웰빙으로 해주잖아 ? ”
그녀는 자주 싱싱한 야채와 닭가슴살이 푸짐하게 들어간 도시락을 사갔다. 요리할 것도 적어서 시간이 덜 걸리니 항상 바쁜 아나벨라에게도 안성맞춤이다. 가끔은 기름에 익힌 것도 먹고 싶다곤 하지만 , 먹은 적은 없어보인다. 아나벨라는 도시락을 들고 모습을 감춘 채로 말을 걸었다.
“ 이번엔 얼마야 ? ”
“ 120 코인만 주게. ”
아나벨라는 카운터위에 금색 코인을 촤르륵 떨어뜨리고 나서는 깔깔거리며 인기척도 없이 사라졌다. 아나벨라라면 상대하기 편하지만 시바 포라면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했다. 시바와 있다면 목이 금새 달아 날지도 모른다. 그래서 시바가 올때는 도시락 값을 떼먹은 적도 많다. 하지만 목숨이 떨어지는 것 보단 나으니 감지덕지하고 아나벨라에게 조금씩 돈을 더 받는다.
“ 다음엔 은신감지능력자를 알바로 써볼까.. ”
웨슬리는 쓸데없는 고민을 하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거리의 화려한 조명과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슬로우모션으로 흘러간다. 그러던 사이에 작은 박스를 하나 든 우체부가 문을 콩콩 두드렸다.
“ 무슨 일인가 ? ”
“ 웨슬리 슬로언씨 앞으로 택배가 왔습니다. ”
우체부에게 아이스커피를 종이컵에 담아주자 고개를 끄덕하고 받더니 급한 모양인지 한번에 마시고는 거리사이로 걸어갔다. 웨슬리는 보낸 곳을 확인했다. 다름아닌 헬리오스였다. 들뜬 마음에 상자를 열자 눈부신 별 하나와 작은 편지가 들어있었다. 별은 주위를 뱅글뱅글 돌더니 머리위에 자리잡았다.
[ 도시락 맛있게 나눠 먹었어요 !또 부탁드릴께요 :D 이건 작은 선물 !]
앨리셔의 별빛은 따뜻했지만 성격은 발랄한지 머리위에 손을 휘젓자 잡히지 않으려 요리조리 피했다. 웨슬리는 잡기를 포기하고 머리 위에 별을 달은채로 눈을 붙였다. 그 사이에 사람이 온 기척은 느껴졌지만 워낙 그가 깊이 자는가 싶어서 오던 손님이 쪽지를 남기고 돌아갔다. 손님들이 별을 보고 움찔하긴 했지만..
“ 이런.. 너무 많이 잤군..! ”
기지개를 쭉 펴던 웨슬리는 시계를 보자 11시 30분이 된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카운터에는 여러장의 쪽지가 써있었다. 내용은 비슷했다. 슬슬 식재료를 정리하고는 불을 하나 둘 껐다. 엎드려서 잠을 두시간은 잔 것 같은데 , 여전히 피곤한 걸 보니 오늘은 일찍 접고 자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가게문을 닫고는 Close 팻말을 걸어두고 나오려던 참이였다.
“ 웨슬리 .. 잠시만 기다리게...! ”
저 멀리 새벽손님 카인 스타이거가 숨도 안쉬고 나를 보며 뛰어왔다.
“ 무슨 일인가, 스타이거 ? ”
“ 헉.. 허.. 자네.. ”
카인은 헐떡이는 숨을 가라앉히며 천천히 말했다.
“ 오늘도 ..208 이더군..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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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나온 인물들 미안해..★
실제 공방에서 만난 딜리버리웨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서 1020뜬 숫자로 소설 최대 회복량도 정했습니다..반피떡 벨져를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는 소재를 생각하다가 나온 ... 우리의 엄마.. 적팀으로 만나면 새엄마.. 웨슬리.. 현실은 필밴..
다음은 레옹과 마틸다 (이번에 무도가요제에 나온 노래)를 주제로 한 카인레나..어쩌다보니 또 카인레나네요:3
(내일 모레 시험이라 오늘은 월요일에 올림..)
단편이나 시리즈(생각중)를 매주 화요일마다 올릴 생각입니다 ! 잘부탁드립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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