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틀비루이엔지] [팬픽] Wandering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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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16 23:29:11
[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
기본 세계관을 기반으로 두지만 조금씩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아직 글솜씨가 뛰어나지 않아 부족한점이 많으니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원래 큰틀 하나로 딱 하나로 써두었던 글인데 너무 길고 타자속도가 느리다보니 부분적으로 자르느라
이어지지 않는 부분이 많이 있는데요.
그건 제가 나중에 그 다음 2번째 글을 올리면 대강 이어질것 같습니다.
제목에는 ' 틀비루이엔지 ' 라고 쓰긴 했지만 아닌거 같아요 8 ㅁ8
즐겁게 봐주시면 감사드립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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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하고 싶었다.
회피하고, 도망치고 싶었다
그렇기에 나는 계속해서 모르는 척 했다.
이미 일어나버린, 커질 대로 커져버려 이젠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린 그 일을.
모르는척, 아예 없던 일인것처럼, 애초에 나하고 관련없는, 처음부터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그렇게 행동하면 될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모두 헛수고 였다. 마치 깨져버린 항아리에 계속해서 물을 붓는것처럼.
애써 도망치기 위해 발버둥치고, 괴로워하고, 노력했지만.
기어코 그 일의 결과는 나에게 높은 파도가 몰려오는 듯이 다가왔다.
외면하려고 했던 그 일은, 계속해서 나를 조롱하듯 내 눈앞에 등장했다.
잊으려고 했던 그 일은, 계속해서 내 머릿속에 남아 발버둥 치는 나를 괴롭혔다.
도망치려고 했던 그 일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뒤로 바짝 좆아와 나를 위협하고있었다.
결국 나는 포기해버렸고, 그 차디찬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는 저 깊고 깊은 어둠 속 바닥에.
자기 스스로 만든 차갑고도 무거운 족쇄에 묶인채.
그대로 주저 앉았다.
도와줘, 구해줘 라고 아무리 소리쳐봐도 나의 목소리는 어둠 속에 먹혀 가라앉을 뿐.
나를 구해줄 사람도, 나를 발견해줄 사람도, 일으켜줄 사람도.
이 답답하고도 단단한 족쇄를 풀어해쳐 나를 끌어내줄 사람도.
지금의 내 곁에는 아무도 없으니까.
나는 포기했다.
과거의 일. 그 생각하기도, 기억해내기도 싫은 일, 머릿속에서 지워버려 마치 없었던 것 처럼 만들고 싶은 일이.
내 모든것을 앗아갔으니.
* * * * *
[ 루이스... ]
" ...... ! ! "
자고 있던 도중에 갑자기 머릿속에서 울려퍼지는 듯한 메아리같은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몰려오는 극심한 두통에 인상을 잔뜩 찡그리곤, 침대에서 상체를 천천히 들어올리며 이마를 움켜잡았다.
.....윽, 머리야. 당장이라도 머리가 깨질 것 같아.
" . . . . "
침대 가장가리로 몸을 돌려 앉은 나는 아직 가시지 않은 두통에 괴로워 하면서 두 눈을 감았다.
누군가 나를 불렀어.
아직 뿌연 시야와 아침인지 밤인지는 모르겠지만, 빛 한줄기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방안을 둘러보며 문득 아까 머릿속에 울려퍼졌던 목소리를 떠올렸다.
부드럽고, 그리운 목소리이기도하고 차갑고 외롭기도 한. 그리고 굉장히 애절한.
나에게 있어서 익숙하고 정겨운 듯한.
그런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 ...누구지. "
커튼 사이로 빛이 들어오는게 보이니, 분명 지금은 아침일텐데.
이런 이른 시간서부터 나를 부를 사람은 없어.
하지만, 이 목소리는 분명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 목소리는 점점 희미해져 내 머릿속에서 사라져나갔다.
무언가에 홀린듯이 멍하니 그 목소리와 주인을 생각해내려고 하던 나는, 침대에 앉아있던 내등에 무언가 부드러운것이 닿는것이 느껴져 옴을 느꼈다.
그 따스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등서부터 천천히 내 몸전체로 느껴져오자 나는 고개를 살짝 뒤로 돌려 그 온기의 정체를 확인하려 했다.
" 루이스, 오늘은 일찍 일어났네. "
" ....트리비아. "
내 귓가에 조용하고 온화한 목소리로 속삭이며 인사한 트리비아는, 싱긋 미소지으며 나를 더 꼬옥 끌어안았다.
서로 속옷차림이어서인지 확연히 그 온기를 느낄 수 있어서 인지 그녀의 품이. 따스하고 기분좋아서.
나는 그저 피식 웃어보이고는 트리비아의 이름을 나지막히 불러보았다.
" 어쩌다보니까. 자다가 깨버렸어. "
" 또 악몽을 꾼건 아니고? "
뒤이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는 나의 대답에 오히려 걱정스러운듯이 내 가슴을 어루만지며 물어오는 트리비아의 손을 나는 조심스레 움켜쥐었다.
요즘따라 꾸는 악몽에. 자다깨서 헉헉 거리는 모습을 보아서 인걸까.
당신을 걱정하게 만들었구나.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어.
당신을 내 눈 앞에서 힘없이 잃는 꿈을꾸어버리는걸.
아무래도 이제 엔지 씨에게 휴가를 내고 당신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쉬는것도 괜찮겠어.
그녀의 손을 잡자 느껴지는 따스함이 차갑기만한 내 손에 온기를 전해주는것을 느꼈다
전부터 이런 느낌이 좋아해서. 이렇게 트리비아의 손을 잡는걸 좋아했었다.
" 아니야. 당신이야말로 아프다면서. 무리하지 말고 오늘 하루는 푹 쉬도록해. "
나를 걱정해주는 트리비아의 말에 고마우면서도 괜한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는것에 미안해서.
조심스레 그녀의 손등에 입맞추어주곤 말했다.
" 아직 임무중에 부상당한게 다 낳지 않았으니까 남 걱정하지말고 쉬어. "
" ...그렇다면야. 오늘 임무라도 있는거야? "
" 아니, 하지만 당신 몫까지는 하려고. 그래야 푹 쉴거아니야. "
그제서야 안심이 된걸까.
한번 내 입술에 살며시 입맞춰주고 떨어진 트리비아는 속옷차림 그대로 다시 침대에 누웠다.
나가 그런 그녀에게 이불을 고쳐 덮어주자 그래도 걱정한다는듯이 지긋이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곤 피식 웃었다.
하여간, 쓸데없는 걱정은.
밖으로 나가기 위해 옷을 입으며, 그녀가 혹시 불편할까 빛이 새어 들어오는 커튼을 다시 잘 쳐준 나는.
방문을 열며 말했다.
" 다녀올께. "
" 조심히 다녀와. 루이스. "
* * * * * * * *
트리비아는 늘 그랬다
남들에게는 도도하고 매정한 밤의 여왕님이면서, 나에게 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나를 사랑해주고 좋아해주고 걱정해주었다.
직접적인건 아니었지만, 자연스럽게 그렇게 해주려는 그녀의 모습에 나름 매력을 느낀거일지도 모르겠지만.
트리비아가 나에 대해 생각해주는 마음은 나 역시 잘 알고 있었기에.
나도 그녀를 그만큼 사랑했으니까.
" 나 같이 하찮은 남자를 위해서 말이야. "
매일 하루하루를. 지켜내야한다고. 내가 해야한다고.
악몽까지 꾸면서.
괴로워하고 무서워하는 나를 지지해주면서 말이야.
트리비아의 목소리를 들으며 방문을 조용히 닫고 나온 나는 휭하니 아무것도 없는 복도와 마주했다.
아직 이른 아침이었던 건지 복도에 있는 창문 밖으로 보이는 바깥풍경은 햇빛이 잘 들어오지않아 어둑어둑했다.
그와 동시에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에 그녀의 온기가 한순간에 사라짐을 느껴서.
나는 입고 있던 옷을 고쳐입고 복도를 나섰다.
방금 일어나서 인지 찌부둥한 몸을 풀기위해 기지개를 쭉 피면서, 오늘 하루는 임무를 빨리 끝내고 혼자 있을 트리비아와 있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 나는
연합로비를 향해 발걸음을 빨리했다.
아. 지난번에 딸기 케이크가 먹고싶다했었지.
리버포드 근처 제과점에 들려서 사들고 와야겠네.
뭐, 막상 사오면 살찐다고 먹으려 하진 않겠지만서도.
또 사다두면 먹을테니까.
" 어? 루이스? 네가 이런 이른시간에는 무슨일이야? "
복도를 나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연합 로비로 나온 나는 로비 입구에서 막 운동하고 돌아온듯한 레베카와 만났다.
조금 추워보이는 편한 체육복을 입고. 아침부터 힘들게 운동하고 온건지 흘러내리고 있는 땀을 수건으로 닦아내며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있던 레베카는 나를 발견하자마자 힘들텐데도 손을 들며 인사하고는 나에게 물었다.
" 임무하러 나가려고. 아침 운동 다녀왔나봐? "
" 앙~ 리버포드 순찰겸 한바퀴 돌고왔지 ! 근데, 너. 오늘 임무 없지 않아? "
아침부터 열심히네.
라고 꼬릿말을 달면서. 말한 나는 새삼 감탄했다.
한바퀴라도 리버포드는 꽤 넓으니까. 지금 돌아오려면 새벽에 일어났다는게 아닌가.
레베카의 물음에 웃으면서 답한 나였지만 오히려 이상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며 되묻는 그녀였다.
" 트리비아가 오늘은 아파서 임무를 못할것 같거든. 그래서 내가 대신 임무를 해주려고. 왜? "
" ..에? 트리비아? "
레베카에게는 이야기 하지 않았으니까. 모르고 있었겠지 하고 생각한 나는 트리비아의 임무를 해주러 간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녀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마치 네가 잘못 알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표정으로 말이다.
뭐야, 왜그러는건데.
대신 임무 해주는게 그렇게나 큰일날 일이야?
아님 뭐 숨기는거라도 있어?
레베카의 그런 모습에 조금 기분이 뚱해진나는 그녀에게 무슨일이라도 있냐고 물었다.
그러나 레베카는 내 질문에 무언가 급하게 숨기려고 하는것처럼 과하게 고개와 손을 휘휘 젖더니
" 아니야~~! 별거 아니니까 신경쓰지마~ "
라고 대답했다
.......지금 되게 신경 쓰이거든?
" 너무 신경쓰지마 루이스. 진짜 별거 아니니까. "
슬슬 화가나려던 참이라 ' 숨기는거 있지? ' 하고 물으려던 찰나에 어느샌가 내 옆으로 다가온 나이오비 씨가 말했다.
방금 일어났는지 헝클허진 머리카락과 옷차림, 아무래도 초췌해서인지 머리에 올려두고 있던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그녀는 당황하고 있던 레베카를 내가 나온 복도 쪽으로 밀어내며 말했다.
" 아휴, 땀냄새 나 레베카. 어서 가서 씻어 이 답답아. 언제까지 내가 잔소리하게 만들래? "
" 아, 알았다구~ 나비~ "
억지로 밀려나던 레베카가 도망치듯 복도 쪽으로 들어가자 한숨을 깊게 내쉬던 나이오비 씨는 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 쟤 어제 한잔했거든. 아직까지 술기운이 안사라진게 분명해. "
" 하하. "
" 그나저나, 지금 이 시간에 임무하러 나가겠다고? "
팔짱을 끼며, 나를 올려다보며 묻는 나이오비 씨였다.
나는 이 어지러운 상황에서 정신을 차리고는 그녀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 네, 트리비아의 임무를 하러요 "
" 흐음, 엔지는 알고 있는거야? "
" 당연하죠. 어제 저녁에 직접 찾아가 허락 받았으니까요. "
나의 대답에 조금 곤란다하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인 나이오비씨는.
아 그래? 그렇구나.
하며 고민하는 듯 싶더니 이내 쓴웃음 같은 미소를 옅게 지어보이며 말했다.
" 그래, 혹시 화가 났다던가 그랬다면 사과할께. 조금 걸리는게 있어서 말이야. "
" 걸리는거요? "
" 아, 그냥 이거저거. 나도 슬슬 엘리가 일어날 때가 됐으니 가봐야겠어. 조심히 다녀와. "
마치 안쓰러운듯한 표정으로 내 어깨를두어번 두드려주고 가는 나이오비 씨의 등을 나는 그저 멍하니 바라보았다.
오늘 무슨일이 있는걸까. 다들 분위기가 다 바닥이네.
내가 뭘 잘못하기라도한걸까?
레베카도, 나이오비 씨도 모두 이상하잖아. 오늘.
그렇게 찜찜하고 기분 나쁜 생각들을 하며 나가려고 하는 찰나 내 등 뒤로
" 루이스, 내가 한마디를 하자면 말이야. 이제 그만 나와. 현실을 직시해. 너는 충분히 스스로 해쳐나올 수 있어. 다들 그렇게 믿고. "
라는 나이오비 씨의 진심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 냉정하고 또 걱정스런 목소리를 듣자마자 흠칫 놀라 다급히 뒤를 돌아보았지만.
그녀는 이미 방에 들어갔는지 로비안에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나이오비 씨의 말에 의아함을 느끼면서, 나는 옷에 달려있던 모자를 푹 눌려쓰면서 건물밖으로 나왔다.
" ...무슨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임무지로 어서 이동해야 겠어. "
아침부터 굉장히 이상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그녀들이었지만, 내 손목에 걸려있는 시계의 바늘을 바라보니 어서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의아함을 묻어버렸다.
그리곤 따듯했던 연합 건물의 밖으로 나오자 곧바로 내 주위로 몰아쳐오는 한 겨울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길가 주변에 소복히 쌓여있는 눈을 밟으면서 나는 앞으로 걸어나갔다.
* * * * * *
루이스, 이제 정신차려.
너 혼자 아파하지마. 너 혼자 괴로워하지마. 네가 괴로워 하는 모습. 난 보고싶지않아.
아냐, 난 아파하는게 아니야. 괴오워하는게 아니야. 기억하려고 하는거지.
아니에요, 루이스는 지금 괴로워하고 있어요. 그러니 지금까지 외면하고, 도망치는거 아니에요? 지금 루이스는 방황하고 있어요.
기억을 해야하는걸까. 잊어버려야 할까. 그 두가지를 말이에요.
아니야, 도망치려는게 아니라 책입을 지려하는거야. 내가 저지른 일에 대한 책임을.
무슨 책임? 하찮은 변명이 아니라?
아까도 말했지만. 이건 변명이 아니야. 내가 저지른 일로 인해 몰려온 대가와 그에 대한 책임. 단지 그뿐일 뿐이야.
그냥 무시해버려 루이스. 저들은 네 마음조차 이해하지 못해. 너를 이해하는척, 아끼는척 다가가며 너에게 상처를 줄뿐이야.
그냥 귀를 닫아. 바라보지도마.
네 곁에는 내가 있으니까.
.....맞아, 당신 말이 맞아. 난 당신이 내 옆에 있어만 준다면 그걸로 만족해. 뭐든지 해쳐 나갈 수 있어. 그러니 내 곁에 있어.
당연하지. 난 언제나 네 곁에 있을꺼야.
그걸로 만족해. 응, 그럼 괜찮아.
가엾은 내 작은 영웅 씨.
* * * * * *
이른 아침의 길가는 매우 추웠고, 싸늘했다.
겨울의 아침이라 그런지 걷는 동안에는 지나가는 사람조차 없었고, 문을 연 가게들도 하나도 없었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던 나는 눈덮인 풍경들을 바라보자 가슴 한켠이 어딘가 텅 비어있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무언가를 잊고 있는 듯한.
잊으면 안돼는 무언가를 자신도 모르게잊어가는 듯한 그런 기분 나쁜 느낌을 말이다.
기분탓이겠지. 기분 탓일꺼야.
라고 생각하곤.
이상한 생각은 하지말자 루이스. 지쳐서 그런걸꺼야. 임무에만 집중하고 푹쉬면 되는거야.
라 뒤이어 중얼거리고는 마저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뽀드득 뽀드득.
다른사람의 발자국 조차 남아있지 않은 눈길을 나 홀로 걸어나가며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짙은 구름이 낀 어둑어둑한 하늘.
이따 눈이라도 내리려는 걸까.
눈이 내리면 임무를 하는데 지장이 생길지도 모르겠네.
한 5분쯤 걸었을까.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리버포드 광장에 있는 눈덮인 공원에 도착해있었다.
아무도 이곳에도 오지 않은걸까. 이 공원에도사람의 발자국 하나 남아있지 않았다
" 여긴..... "
이 공원은 트리비아와 함께 비행하면서 밤하늘을 바라보곤, 마지막에는 꼭 오던 공원이었다.
내가 이곳에는 왜 온걸까. 임무지는 분명 완전 반대편에 있는데 말이지.
정신을 차려보니 내 발걸음이 멈춘곳이 이곳이었다.
아무래도 오늘 나는 진짜 아픈건가, 라고 생각하며 다시 가려던곳으로 되돌아가려 했지만. 왠지 모르게 이곳에는 꼭 들어가봐야 할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 깊숙한 곳에서 떠오르기 시작했다.
왠지 모르게 그리윤, 또 보고싶다 라는 감정이 가슴 한구석부터 느껴지면서 말이다.
나는 한숨을 깊게 내쉬면서 공원의 입구로 들어가 트리비아와 함께 앉았던 벤치를 발견했다.
사람 발자국하나 없이 눈으로 새하얗게 덮인 공원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벤치만큼은 눈이 하나고 쌓여있지 않았었다.
누군가가 치워둔걸까? 아니야. 그러면 발자국이 남아있어야 하는데.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건지.
이내 생각하는것을 포기하고 나는 그 벤치에 앉았다.
매일 밤에만 와서 몰랐지만, 이른아침에 본 이곳의 풍경도 꽤나 아름다웠는데, 희미한 햇빛이 눈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이 광경에 감탄하며 나중에 트리비아와 함께 와야 겠다고 생각했다.
분명 보면 좋아하겠지. 빨리 낫기를 바래야겠네.
[ 루이스. ]
" ..... ! "
그렇게 벤치에 앉아 흐뭇하게 트리비아의 생각을 하며 쉬고있던 도중 어디선가 또 들려오는 그 목소리에 흠칫 떨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낯익은 목소리. 그래, 오늘 일어났을 때 침대에서 울려퍼졌던 그 목소리야.
나는 너무나 당황스러운 나머지 복잡해지는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멈춰있었다.
누구지? 내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는거야? 날 왜부르는 거지? 어디에 있는거야?
[ 넌, 지금 그러고 있으면 안돼. 루이스. ]
그 와중에 또 머릿속에 울리듯이 퍼져오는 정체모를 목소리와 함께 다급히 주위를 두리번 거리면서외쳤다.
" 거기 누구 있어요? "
[ 정신차려. ]
나의 다급한 외침에도 답은 하지 않고, 벤치 뒤쪽의 나무들 사이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 순간 재빠르게 결정검을 내 오른손에 형상화 시키고는 나무들사이로 들어갔지만역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환청이라도 듣고있는걸까.
[ 기다릴께. 우리가 늘 함께했던 그곳에서. ]
뒤이어 혼란스러운 내 모습을 어디선가 바라보고있는 것 마냥 다시한번 그 목소리가 나에게 속삭이더니 그 뒤로는 아무리 기다려도 다시 들려오지 않았다.
우리가 함께했던... 그 곳?
나와 아는 사람인건가? 근데 목소리는.. 누군지 전혀 모르겠어.
변조된듯이 처음보다 다르게 울려퍼졌던 그 목소리의 주인을 떠올리려고 노력하며, 힘겹게 그 공원을 빠져나왔다
...머리아파. 이게 도대체 무슨일인건데. 아침부터 나를 의심하지를 않나.
현실을 직시하라고 하지 않나.
게다기 이젠 괴상한 환청까지.
쉬어야지. 오늘일 끝나고는 3주정도 그냥 푹 쉬는거야.
라고 생각하며 이마를 움켜쥐었던 나는 또 다시 후드를 뒤집어쓰곤 발걸음을 옮겼다.
지금상황이 아무리 복잡하더라고, 임무를 하기위해 목적지로 이동해야 하니까.
" 기다려, 트리비아. "
* * * * * * * * *
안녕하세요, 루이스. 오랜만에 뵙네요.
아, 엔지 씨. 오랜만입니다. 요즘 바빠서 찾아 뵈질 못했군요.
괜찮아요. 아직 2차 능력자전쟁의 뒷감당을 하느라 다들 바쁠테니까요. 건물 보수도, 쌓인 일고, 치료도 해야하니까요.
하하, 그래도 다들 열심이에요 다 엔지가 노력해주시는 덕분이죠.
아, 아니에요... ! 저는 아직 이 자리에는 익숙치 않아서요. 루이스가 많이 도와주셔서 저는 한결 편할뿐이랍니다.
그래도, 엔지 씨가 있었기에 지금 이렇게까지 할수 있는거죠.
... 그나저나, 루이스에게는 감사하다는 말을 다시 하고 싶네요.
네?
루이스가 저를 구해주셨잖아요. 루이스가 없었다면, 저도 이 자리에 없었을 테고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싸늘하게 죽어갔을테지요. 감사해요.
그런건 말씀 안하셔도 됩니다. 엔지 씨. 저는 소중한것을, 중요한 사람들을 지켜내기로 결심했어요. 브랜다를 잃고 나서야 그걸 깨달았지요. 아무도 죽게하지않겠다고 결심하게 해주신건 밸져 홀든과 싸울 때 엔지 씨가 해주신 말씀 때문이었으니까요.
네.....?
싸울 목표도 의지도 없다면 적어도 소중한 사람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지켜내기 위해 싸워라. 라는말씀이요.
엣....
엔지도, 저에게 있어서 중요하고 또, 소중한 사람이니 당연한겁니다.
루이스.....
* * * * * * *
목적지로 이동하려고 발걸음을 옮기던 나는 얼마안가 포기해야했다.
다시 한번 그 목소리가, 애절하게 루이스하고 나를 불렀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매우 애처롭게, 그런 목소리로 말이다.
[ 외면하지마. 마주보는거야. ]
빌어쳐먹을. 도대체 무슨소리를 하는건데?
" 당신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그만해요! "
짜증이 섞인 말로 하늘을 올려다 본 나는 역시 더이상 들려오지 않는 목소리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가뜩이나 머리도 아파오는데 말이야.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또 마음에 걸리는것이 있었기에.
그대로 발걸음을 멈추고는 가던길에서 뒤돌아섰다.
그래, 한번 찾아보는거야. 이대로 모르는척 하는건 옳지 않아.
목소리의 주인을 찾아보겠다고. 결심한 나는 무작정 목소리가 들린곳으로 걷기시작했다.
걷다가. 걷다가. 이내 달리기 시작한 나는 계속해서 쉬지않고 달려나갔다.
어디로 가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 목소리가 들려오면 들려올수록 나는 점점 동요해버렸고, 가슴은 답답해져왔으니까.
발이 이끄는 대로.
나는 왠지 모르게 떠오르는 그곳으로 가야할것 같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임무지에서도 크게 벗어난, 사람들의 인적이 드문.
그곳으로 어서 달려가 무언가를 확인해야할것 같다.
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오랫 동안 한참을 내달려서 인지 땀을 흥건히흘리던 채로 헉헉 거리던 나는, 갑자기 무언가가 내 손을 잡아채었기에 그대로 자리에 멈추었어야했다.
" 선배? "
그대로 움직이는것을 저지 당한 나는, 잠시 멍하니 굳어있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는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하기위해 시선을 돌렸다.
" 토마스? "
장을 보고 돌아오던 중이었나.
종이가방에 식재료와 빵을 가득 담고 연합으로 가던 도중이었던것 같은 토마스를 발견하고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 어디 가시는거에요? "
" 갑자기 일이 생겨서. 확인하러 가는 중이었어. "
" 선배, 이른 아침에 임무를 하겠다고 나갔다면서요. "
토마스의 질문에 애써 싱긋 미소지어보이곤 흐르는 땀을 닦으며 숨을 돌리면서 대답했다.
하지만, 오히려 나를 걱정하고 있는듯이 지긋이 바라보며 말하는 그였다.
" 저 알고 있어요. 나이오비 씨에게는 허락을 받았다고 했지만 사실 말씀드리지 않았잖아요? 도대체 어디에 가시려는거에요? "
아니야, 난 허락을 받았어 토마스. 네가 잘못 알고있는거야.
의심하는 듯이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면서 바라보는 토마스에게, 그가 오해하고 있음을 말해주기 위해 입을 열라고 하는 찰나
" 허락을 받았다고 말하려 하지 마세요. 엔지 씨에게 이미 다 물어보고 왔으니까요. "
라며 토마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내가 허락을 받지 않았다고? 아니야, 분명 나는 어제 엔지 씨의 사무실에서 받고 나왔는데?
아까와는 조금 다르게 진지해진 표정으로 나에게 말한토마스는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조금 혼란스러워져서. 그저 제 자리에 굳은채 멍하니 있어야했다.
" 선배, 설마 아직도 자책하고 계시는거에요? "
....자책?
자책이라는 단어에 움찔, 하고 떨면서 토마스를 바라본 나였지만. 그는 무덤덤하게 말을 계속 해나갔다.
" 그 일은, 선배의 잘못이 아니에요. 그녀를 지켜내지 못했다고 그리 자책하실 필요는 없어요. 어쩔 수 없었다구요. "
" 무슨 소리야 토마스. 나 지금 하나도 이해가 되질 않아. "
지금 도대체 무슨말을 하는거야.
자책? 지켜내지 못해?
이해하지 못하겠어 토마스. 넌 지금 뭔가 알고있는거지?
머릿속에서 넘쳐흐르는 수많은 생각들과 질문을 정리하지 못한채, 그저 진지하고 애처롭게 나를 바라보는 토마스에게 무슨소리냐고물을 뿐이었다.
" 이제 그만, 도망치지 말아요 선배. 현실을 직시하란 말이에요. "
" 그러니까... 그게 무슨소리냐고..! ! ! "
참다참다 다시 몰려오는 극심한 두통과 답답함에. 끝내 인내심이 다한 나는 기어코 큰소리를 내지르며 토마스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뜸들이지마 토마스. 빨리 말하란 말이야.
오늘 다들 이상해. 너도 그렇고.
무슨일 있는거 맞지? 응? 그렇지?
소리를 지르고 토마스의 멱살을 잡은채 흔들자 토마스가 들고있던 종이가방이 떨어져 안에 담겼던 내용물들이 이리 저리로 흩어져버렸다.
하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게 힐끔 쳐다보고는 아랫 입술을 꼬옥 깨물며 작고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의 입에서 나온 그 목소리의 의미는.
이해가되지 않아 큰소리까지 치며 들은 그 말은.
나로써는 전혀 상상할 수도 없는.
생각 하기도 싫은 의미로 나에게 다가왔다.
" 트리비아 씨는 죽었어요. 선배. "
* * * * * * * *
브랜다. 난 바닥에 주저앉아버렸어.
당신을 잃고 나서, 괴로워했어. 아파했어. 슬퍼했어.
그 이후로 나는 아무도 잃지 않겠다고, 쓰러져버린나를 일으켜준 고맙고도 소중한 사람들을 지켜내겠다고. 그렇게 다짐했었는데.
당신에 이어 난 또다시 똑같은 실수를 저질러 버렸어.
난 구제 불능이야. 한심한 자식이라고.
나는 내가 받은 모든것들에 보답조차 하지 못한채 옆에 있어주는것도, 지켜내는거 하나조차 못한 새끼야.
내 것하나 제대로 간수하지 못하다니. 5살 어린애 하고 다를게 뭔데.
나는 여기 까지야.
바닥이 아닌, 저 깊고 어두운 심연속으로. 나는깜깜하고 차가운 그런 곳으로 떨여져 갇혀버렸어.
이젠 나오지 않을꺼야 내가 만든 이 무겁고 차가운 족쇄로 내 팔과, 다리와, 목을 묶고 감싸 이곳에 계속해서 갇혀있겠어.
그러면 다신 난 아무도 잃지 않겠지. 아무도 다치치 않게 되는거야.
이것이, 당신과 다른이들을 지켜내기 위한.
내 작은 속죄와 용서와 구제받은 길일테니까.
...... 당신은 여전히 가녀리군요. 루이스.
그렇게 자신을 얽매이고 상처 입힐 필요는 없는데....
이게 다, 제 잘못이에요.
미안해요.
* * * * * * * * *
" 무슨소리를 지껄이는거야? "
토마스의 말에 한순간 굳어버려 멍하니 그를 바라보고 있던 나는, 힙겹게 입술을 떼며 물었다.
나의 질문에 안타까운듯이, 씁슬한듯이 나를 바라보는 토마스가, 순간적으로 구역질이나서. 그의 멱살을 잡은채 그대로 주먹을 얼굴에 꽃았다.
" 트리비아가.... 죽어? "
얼굴을 맞자 그대로 뒤로 나가 떨어진 토마스는 그저 말없이 일어나 터진 입술을 슥 닦아내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 선배도 알고 계시잖아요. 그녀는 이제 없는 사람이란걸요. "
나에게 맞고 나서도.
그런 나의 모습을 계속해서 안쓰럽게 바라보고 있던 토마스는 그대로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나 역시 너무나 혼란스럽고 당황스러워서. 그런 그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있었다.
" 선배, 선배는 지금 외면하고 있어요. 도망치고 있는거라구요. 정신차리세요 제발 ! "
그러다 고개를 치켜들며 나에게 말한 토마스의 두 뺨으로는 무언가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바라보는 목표를 눈앞에서 잃어버린듯이.
벤데기기에서 나비가 되었지만, 날아가지 못하는 나비를 바라보는 듯이.
그런 안타깝고도 슬픈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면 토마스는 그렇게 울고 있었다.
아니야. 트리비아가 죽다니.
그럴리가 없어. 분명히 오늘 아침에 나와 대화까지 했는걸?
그 온기가, 따스함이. 거짓이라고?
장난 치지마 토마스. 장난도 정도껏 해야하는거 아냐.
한순간 속아넘어갈뻔 했잖아.
그렇게 생각하면서 토마스에게 말을이어가기 위해 입술을 떼려는 순간
[ 루이스. ]
하고 다시 그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져왔다.
이번에는 아까와는 달리 선명한 목소리로.
내가 많이 들어본듯한 그립고도 부드럽고 익숙한 그런 목소리로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까와는 다른것이 하나있었다.
목소리와 함께, 토마스의 먼 뒷쪽으로. 흐릿한 무언가가 지긋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 ....트리비아? "
틀림없다. 저 모습은 트리비아다.
당신이었어? 아까부터 이 목소리로 장난친거였어?
그럼 아프다고 한것도 거짓말이야?
답답하다.
아까전서부터 머리는 깨질듯이 아파왔고, 주위의 사람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만 한다.
당신에게 물어보면, 지금 이상황에 대해 알 수 있겠지.
거봐. 죽긴 누가 죽어. 당신이 이렇게 멀쩡히 내 눈 앞에 있는데.
나는 그대로 내 앞에 있던 토마스를 밀쳐내며, 저 멀리 있는 트리비아를 만나기 위해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 트리비아 !!! "
다급히. 그리고 빠르게
아닐꺼라 생각하지만 왠지 모르게 떠오르는 불안감 때문에.
그녀를 향해 달려나가다가, 나는 나를 가로막는 무언가에 이내 멈추어야했다.
차갑고, 냉기가 흘러나오는.
내 키보다도 높은 얼음벽.
늘 나와 함께 싸우면 꼭 한번쯤은 나오던 토마스의 얼음벽 안에 갇혀버렸기 때문이었다.
" 못갑니다 선배. 어디에 가시려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시려면 저를 쓰러뜨리고 가셔야할 꺼에요. "
" 입 다물어 토마스 ! 저기 앞에 트리비아가 있어. 당징 이거 없애 ! "
" 트리비아 씨는 죽었다고요 ! 이젠 없는 사람이라고 몇번 말해야 들으실래요? "
그 차가운 얼음벽을 매만지며, 자신이 안에 갇혔음을안 나는 천천히 뒤를 돌아 수많은 얼음 결정들은 만들어 내고 가까이 다가오는 토마스에게 소리쳤다.
하지만 그는 나의 말은 가뿐히 무시한 채. 트리비아는 죽었다고 말했다.
내 말을 듣지 않는 그에게 소리지르며. 부서지지 않는 얼음벽을 주먹으로 내리쳐보지만, 역시 주먹 따위로는 부서질리가 없었다.
왜 날 방해하는거야 토마스.
난 트리비아를 만나러 가야해. 지금 너하고 이렇게 씨름하고 있을때가 아니란 말이야.
" 선배, 선베리면 그정도 얼음벽은 가뿐히 부술 수 있잖아요. 왜 그렇게 가만히 계시는거에요? "
그렇게 아무 의미없이 벽을 내리치고 있던 나에게 토마스는 말했다
그러더니 아까보다도 더 굳어버리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지긋이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어느새 만들어 두었던 결정들은. 다 사라져버린채로 말이다.
" ....이제, 싸우는 것이 두려워진건가요? "
털썩.
그대로 주저 앉았다.
두려워졌다. 라는 토마스의 말에.
하도 내려치느라 피투성이가 되어버린 주먹도 멈추어 버려 자연스레 다리에 힘이 빠지듯 힘없이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내가 싸우는것이 두려워져?
" 선배는 지금, 또다시누군가를 잃을까봐. 한심하게 도망치면서 외면하려하시는거 아니냐구요. "
안쓰러운듯 내가 갇힌 서릿발 감옥의 얼음벽을 살며시 어루만지던 토마스는, 나를 자극하듯이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 저에게 말씀하셨잖아요. 선배는 소중한 사람들을 지켜내기 위해 싸운다고. 지금 트리비아 씨를 잃었다고,한심하고 바보같이겨우 이정도 벽도 부수지 못한
채 그 차갑고도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은거 아니냐구요. "
" 시끄러워. 그 입 다무는게 좋아 토마스. "
네가 무슨소리를 하는건지 아직도 모르겠어.
하지만, 그렇게 나를 바라보면서 다안다는듯이. 이해한다는듯이 지껄이는건 기분이 매우 나빠.
" 선배는 지금도 모르는 척 하시려는 거 같지만, 선배도 알고 있을꺼에요. 자신이 지금 잘못하고 있다는것을요. 전 선배를 믿어요. 지금이라도 그 자리에서 일어나실 수 있다는 걸. "
토마스의 말이 끝나자, 나를 가두고 있던 서릿발의 얼음벽이 후두두둑하고 무너져내렸다.
파편들은 그새 녹아 사라져버렸고 나를 내려다보는 그의 모습을, 믿는다고, 아직도 저는 선배를 존경한다는 그런 눈빛과 표정으로 바라보는 토마스의 모습을 주저앉은 체 멍하니 번갈아 바라보았다.
너무나 많고, 복잡한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휘젓고 어지렵혀와서.
가뜩이나 아파오던 두통이 더 나를 괴롭혀왔다.
젠장, 도대체 나보고 어쩌라는건데.
난, 무엇을 외면하고 있는거지?
두려움? 슬픔?
아직도 나는 감이 잘 오지 않아. 난 잘 모르겠는데.
왜내 손은 이렇게 떨리고 있는거지?
" 전 선배도 소중하지만, 제 동료들도 소중해요. 선배도 아시잖아요. 루이스 선배의 곁에는 아직 같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요. "
그런 나에게. 어느새 토마스는 나에게로 다가와 손을 살며시 내밀었다.
잡고 일어나라는 듯이. 나에게는 자신이 있다는 듯이.
나는 그런 그의 손을 피투성이가 되어버린 손으로 잡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 다녀오세요. 그리고, 자신의 일은 끝내고 오는거에요. 오늘로서 말이에요. "
그러더니 토마스는, 해맑은 미소로 싱긋 웃어보이며 말했다.
그렇게 말해주는 그에게서 트리비아에게 느낀 온기와 따스함이 그대로 느껴지는것을 느꼈다.
아아, 너는 이렇게나 나를 걱정해주고 있었구나.
난 왜 지금까지 이런 너의 마음을 모르고 있었을까.
아직은, 네가 하는 말들이 이해가 잘되지 않지만.
네 마음은 감사히 받을께.
" ...응, 다녀올께. "
그런 그의 어깨를 다독여주며, 나는 재빠르게 트리비아가 있던 곳으로 다급히 달려나갔다.
" 이제 자리에서 일어나시는거에요. 제 영원한 영웅이자 자랑스런 루이스 선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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