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편] 구마스 노인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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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04 22:17:23
출처 : 사이퍼즈 공식 페이스북 [구마스 노인 원화]
고된 하루가 지나갔다. 세계는 1차 세대전으로 피폐해졌고, 난 그 잿빛 심연 속에서 살아남고 싶어 발버둥쳤다. 내게 한가지 능력이 있자면 '인형실' 능력. 몸을 지키는데에 아무짝에도 도움이 안돼는 능력이다. 난 내 능력을 증오하고, 저주한다.
난 나의 사랑스러운 인형 크라수스, 사이어스를 내 능력으로 조종하여 작은 인형 극단을 이끌며 돈을 벌었다. 인생을 바꿔놓은 '액자'를 만나기 전까진.
그 날은 너무도 이상한 날이였다. 아침부터 우중충한 날씨 탓인지 초라한 인형극을 보러오는 손님은 거의 없었다. 그래도 자리는 지켜야 하기에, 줄줄 세는 천막을 뗌질 하며 보내던 중 건너편 상인의 액자가 문 밖으로 슬쩍 보였다.
그냥 슬쩍 지나가는 액자임에 불구하고, 그 액자에서는 광채가 쏟아졌다. 마치 어둠 속 작은 태양을 떨어뜨린 것 처럼. 하지만 그 도시는 아무것도 없는 황혼의 도시의 풍경이 끝이였다.
그 날 나는 당장 달려가서 내 극단 전체를 팔아버리고 그 액자를 충동적으로 구매했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미 그 일로 내 인생을 바꾸어버린걸.
하루 이틀, 액자를 걸어놨다 내려놨다 닦았다가 만졌다가 수도 없이 만지작 거렸다. 수중에 파운드가 떨어져 음식을 먹지 않았는데도 이상하게 힘이 빠지질 않았다. 거울을 보니 잿빛의 얼굴은 점점 생기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 액자를 항상 들고 다니니깐, 앓고 있던 지병도 낫기 시작하고, 머리도 돋아나기 시작했다. 이 액자는 분명 사이퍼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을 물건임에 틀림 없었다. 내 전재산을 걸어 구매한 이 물건을 놓치면 난 바로 죽은 목숨이다. 이 한 목숨 바쳐 액자를 지키리.
액자의 신비로운 힘이 나의 비천한 능력도 바꾸어 놓았다. 그저 작은 인형 몇개 조종하던 나의 능력은, 사람의 관절마저 움직일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일종의 예언 능력까지 생기게 되었다.
그런일이 반복되자 나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나를 '신'이라고 불렀으며, 난 우리를 '안타리우스'라고 부르기로 했다.
나 구마스 노인. 지옥 끝에서 발버둥 치며 올라온 나는, 이제 이 세상을 엎을 정도로 강한 사람이 되었다. 이 더럽고 추잡한 세계를 깨끗하게 정화하기 위해 공식적으로 '안타리우스'의 발표를 선언하고, 액자와 모든 버려지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내 기꺼이 기적을 일으키고 정화 과정에 필요하다면 희생도 거리낌 없이 행하여 나, 우리 안타리우스는 세계를 흔들어 놓을 것이다.
2차 설정집 기다리다 지치신 여러분을 위해 짧은 소설 하나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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